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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사람들의 편지

'선생의 편지에 많은 위로를 받았고, 선생의 안녕과 복됨을 기원합니다. 무릇 공부라는 것은 단지 기질의 변화일 뿐이니, 자신을 꾸짖어 책하는 것에 이르면 스스로 진실된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중략- 보내주신 참먹은 긴요하게 쓰겠습니다./전남 화순 출신 의병장 기우만(1846~1916)이 쓴 감사 편지' 편지는 일기처럼 개인적인 글이다. 지금은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가 편지의 기능을 대신하고 있지만, 인터넷 시대가 오기 전에는 안부나 용건을 적어 보내는 편지가 중요한 일상이었다.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를 살았던 옛 사람들은 특히 편지를 많이 활용했는데, 그들이 남긴 편지는 당대의 정치 경제 사회상을 읽게 하는 통로가 되기도 한다. 조선 후기 사상가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가족과 친지에게 보낸 편지도 그중의 하나다. 다산은 유배지에서 아들과 제자들에게 많은 편지를 보냈다. 아버지의 자상한 사랑과 스승의 정이 넘치면서도 더 좋은 세상을 향한 사상과 의지를 담고 있는 이 편지들은 오늘에 이르러서도 소중한 깨우침을 전하는 인생교훈의 지침서로 읽힌다. 국립전주박물관이 지난 연말부터 열고 있는 '옛 사람들의 편지글'전에서 만나는 편지도 감동과 교훈이 크다. 휴대전화 문자만으로 안부를 주고받는 오늘의 일상에서는 좀체 찾아볼 수 없는 정과 사랑이 그대로 담겨 있는 이 편지들은 황병근 전 전북도립국악원장이 박물관에 기증한 유물이다. 조의를 표하고, 사돈댁과 친척에게 인사를 전하고, 바쁜 농사일에 매달려있는 고통을 토로하고, 관직을 떠난 선비가 어지러운 정국을 걱정하고, 장성한 아들에게 애틋한 사랑을 전하는 등 사연도 목적도 다양하다. 대부분 내용이 흥미롭지만, 특별히 눈길을 모으는 편지가 있다. 아들의 결혼을 반대하다가 결국 허락한 아버지의 편지다. '여재공(呂才公)의 점법은 엉터리이고 소강절(邵康節)의 점법은 배운 적이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과(孤寡)의 점법으로 논하면 바로 남자는 고아가 되고 여자는 과부가 되는 팔자라 세상에서 꺼린다고 점괘에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혼인을 허락할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 아들이 더욱 마음을 두어 하는 수 없이 제 마음대로 하게 하였습니다. 이른바 '늙은이가 젊은이를 이길 수 없는 법'이라고 하겠지요. 사람의 화복은 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모두 하늘과 인연에 맡겨야 하나봅니다. 시절은 달라도 사람살이는 다르지 않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1.11 23:02

신용카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 6월 현재 신용카드 발급건수는 1억1537만매에 달한다. 어림잡아 한 사람이 신용카드 4~5장은 가지고 있다고 한다. 현대인들은 물건을 구입할 때 현금보다 신용카드를 선호한다. 사람들이 신용카드를 선호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현금은 거액을 소지하기가 불편하다.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간편하다. 회계 처리가 편하고, 연말 소득공제 혜택도 있다. 고가 제품을 장기 할부로 구입할 수 있다. 무이자 할부 혜택도 있다. 또 정부 입장에서는 세원이 투명해져 탈세를 막을 수 있다. 물론 신용카드 사용이 늘어나면서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수수료를 지불해야 하는 가맹점주들은 불만도 많다. 신용카드가 매출을 늘려주는 효과도 있지만 카드사에 일정 수수료를 떼주어야 하고, 일부는 탈세 이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신용카드는 처음 소설 속에서 등장했다. 1887년 에드먼드 벨라미라는 소설가의 유토피안 소설 '룩킹 백워드(Looking Backward)'다. 신용카드가 실제로 등장한 건 1951년으로, 미국 뉴욕에 설립된 '다이너스클럽'의 신용카드가 시초다. 국내에서는 1967년 신세계백화점이 내놓은 카드가 최초다. 1978년 외환은행이 비자카드 발급업무를 시작하고, 1982년 조흥은행 등 5개 은행이 연합해 은행신용카드협회를 설립해 카드업무를 취급했다. 1987년 신용카드업법이 제정됐고, 1998년 IMF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정부가 신용카드 사용을 대대적으로 밀어붙이면서 크게 활성화됐다. 문제도 많았다. 카드 시장이 과열돼 카드가 남발됐고, 도용과 도난, 복제 등 범죄 피해도 발생했다. 높은 가맹점 수수료, 가맹점의 신용카드 거부, 단속 등 혼란도 있었다. 할부 기능은 과소비 폐해를 낳았고, 현금서비스 기능은 고금리 부담을 안겼다. 카드 부채 돌려막기 폐해도 심각했다. 하지만 카드사와 유통시장은 더욱 성장했다. 특히 신용카드는 인터넷 온라인 시장을 급성장 시켰다. 요즘 카드사가 대형 유통 가맹점 등과 갈등을 빚으면서 소비자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금융당국이 소규모 카드 가맹점의 수수료를 인하하는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대형 가맹점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높아졌고, 판촉비 공동 부담 문제를 대형 가맹점이 거부한 것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처지에 놓였다. 경전하사(鯨戰蝦死)가 돼서는 안된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1.10 23:02

민주당 책임회피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간판을 내려야 맞다. 질래야 질 수 없는 총선과 대선에서 연거푸 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난 17대 대선에서 대패한 이후 당의 모습을 새롭게 정비하지 않았다. 정동영 후보가 5백30만표라는 기록적인 표차로 졌기 때문에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였어야 옳았다. 그간 새누리당은 진보에게 1997년 2002년 두번 패한 이후 당의 모습을 꾸준히 바꾸면서 신뢰를 얻었다. 박근혜 당선자가 지난 5년간 40% 이상의 지지를 그냥 받은게 아니다.민주당은 지난 5년간 수권정당과는 걸리가 멀었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권이 4대강 사업에 예산을 쏟아붓는 등 국정을 파탄 냈는데도 견제 역할을 못했다. 국정을 감시하는 야당 본연의 역할 보다는 실정(失政)에 따른 반사이득만 취해왔다. 정책으로 승부를 못걸고 선거 때마다 야권공조에만 매달렸다. 그 결과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후보를 못내는 불임정당이 되고 말았다.이번 대선은 국민 60% 가량이 정권교체를 갈망해 민주당이 쇄신하는 모습만 갖췄더라면 이길 수 있었다. 선거기간 내내 안철수와의 단일화만 이뤄내면 모든 게 끝나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 잘못이었다. 단일화 감동도 약발이 덜했다. 무작정 문재인으로 단일화 돼야 한다는 논리로 일관했기 때문에 안철수 효과가 살아나지 못했다. 왜 안철수가 투표만 독려하고 선거날 미국으로 떠났는지를 알아야 한다.친노들의 독선과 오만이 이길 선거를 망쳤다. 비노들은 선거 때 들러리만 섰다. 모든 세력이 힘을 합해도 힘든 판에 각 계파별로 각개약진하는 식이었다. 표면상 움직이는 척 했지 실제로는 손 놓았다. 사실 친노들이 2선으로 빠지고 집권시 전면에 나서지 않겠다고 강하게 의지 표명을 했어야 맞다. 참여정부시절 친노세력이 지역균형발전의 공은 있지만 그 여타면은 잘못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문 후보가 지역구민과 약속을 지키려고 의원직을 고수한 게 패착이었다. 상대는 사즉생의 각오로 의원직까지 내놓았는데 문 후보는 내놓지 않고 낙선후 국회의원 해먹고 싶은 걸로 잘못 비춰진 탓도 있다. 선거결과에 지지자들은 억장이 무너졌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회복됐다. 86.3%의 지지를 보낸 도민들은 선거에 패한 민주당이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계파 싸움만 하는 것에 무척 실망스러워 한다. 왜 책임짓는 사람이 없느냐고 분통해 한다. 백성일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3.01.09 23:02

다시 안철수?

국민들이 어리석어 보이지만 한방 먹일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갖고 있다고 갈파한 이가 순자(荀子)다. '임금은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고 배를 엎어버리기도 한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고 했다. 그는 중국 전국시대 사상가이니 2200여년 전의 혜안이 지금도 유효하다는 게 놀랍다. 군자를 편의상 임금이라고 했지만 지금으로 치면 정치리더다. 선출직이 이에 해당한다고 하겠다. '혹시나' 하고 믿었던 게 잘못이었을까. 공염불이 돼 버린 정치쇄신, 특권의 대명사인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끌어안기 행태를 두고 하는 말이다. "정치쇄신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침이 마르도록 강조했던 정치권이 선거가 끝나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침묵하고 있다. 쇄신논의는 커녕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 단 하루만 일해도 매월 120만원씩 지급하는 국회의원 연금 예산을 통과시켰고, 관광성 해외 방문도 과거 습성 그대로 도졌다. 해를 넘긴 새해 예산 처리와 이른바 민원성 '쪽지 예산'도 구태를 벗지 못했다. '역시나'였다. 이런 뻔뻔한 행태를 보면 향후 쇄신과제도 글러먹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구태가 반복되면 될수록 국민들은 안철수를 다시 떠올릴 것이다. 아마추어 정치, 매끄럽지 못한 단일화, 선거날 미국행 등이 성에 차지 않을 망정 정치권이 낡은 정치에 갇혀 있는 한 안철수의 '새정치와 진심정치'는 더욱 돋보일 수 밖에 없다. "국민의 생각을 받들지 못하는 정당들, 사회 갈등을 해소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증폭시키는 정치시스템…(중략) 등이 '구체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것들 때문에 국민들이 답답함을 넘어 절망감을 느끼는 것이죠. 새로운 체제는 이런 구체제를 극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안철수의 생각' 37∼38쪽)민심은 언제나 살아있다. 민심을 잃으면 권력은 사상누각이다. 지금처럼 기득권과 특권을 내려놓지 않고 국민을 우습게 본다면 민심은 등을 돌리고 만다. 선거 때 '다 갈아엎자'는 구호로 발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순자 말씀은 오늘날에도 진리다. 국회의원들이 새겨야 할 금과옥조다. 세상이 다 아는 이치를 국회의원만 모르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회초리를 더 맞아야 국민 눈높이 정치를 할텐가.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1.08 23:02

신(新)탕평책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두고 요즘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첫 인사를 보면 앞으로 어떤 인물을 기용해 국정을 운영할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박근혜 당선인은 지난 12·19 대선에서 승리한 다음 날 "과거 반세기 동안 극한 분열과 갈등을 빚어왔던 역사의 고리를 화해와 대탕평책으로 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러한'국민대통합'의 소망이 임기내 실현되었으면 한다. 그 핵심 중 하나인 지역문제를 보자. 실제로 우리나라는 1961년 박정희 대통령의 5·16 군사쿠데타 이후 김대중 정부만을 제외하고 계속 영남출신 대통령이 집권했다. 그 결과 권력의 영남 편중이 고착화되었다. 이같은 현상은 사회의 전 분야에 전이돼 50년 동안 호남 인재의 고갈과 경제적 피폐를 불러왔다. 나아가 사회 갈등의 중요한 원인이었다. 힘이 부친 호남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후보 등 의붓자식(?)을 내세워 지역 균형을 꾀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더욱이 이번에 이명박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계속 TK(대구 경북)로 권력 승계가 이루어져 전북은 중앙과의 통로가 10년간 막힐 위기에 처해 있다. 그래서 박 당선인의 대탕평에 어느 지역보다 관심이 높다. 탕평은 중국 경전인 서경(書經)의 "무편무당 왕도탕탕 무당무편 왕도평평(無偏無黨 王道蕩蕩 無黨無偏 王道平平)"에서 나온 말로 싸움이나 시비, 논쟁 따위에서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는 붕당정치가 극에 달한 영조 때 실시됐고 정조가 이를 이었다. 영조의 탕평책은 완론(緩論)이라 하여 상대당인 노론과 소론의 온건파를 번갈아 등용해 균형을 이루는 소극적 형태였다. 반면 정조는 학문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신을 중심으로 모든 분야의 엘리트를 직접 뽑고 기르는 적극적 탕평책을 썼다. 이를 준론(峻論)이라 하며 규장각이 그 핵심이다.박근혜 정부의 탕평은 오랫동안 소외되고 대척점에 섰던 호남의 인재를 발탁하고 지역발전을 견인하는데서 출발하는 게 해법이 아닐까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늬 뿐인 '짝퉁 호남인' 몇명을 고위직에 앉히는 보여주기식이어선 곤란하다는 점이다. 나아가 5년 동안 호남지역에 정치 경제 교육 등 종합적이고 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쓸만한 인재를 키워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은 오직 당선인의 의지의 문제다.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3.01.07 23:02

아누타 섬과 '아로파'

솔로몬제도는 남태평양 뉴기니섬의 동쪽에 있는 섬나라다. 정식명칭은 솔로몬 아일랜드(Solomon Islands), 영연방의 하나다. 솔로몬제도의 테모투 주에 아누타 섬(Anuta)이 있다. 인구는 300여명. 폴리네시아 중에서도 가장 인구가 적은데, 폭이 800m밖에 안 되는 좁은 면적이어서 인구밀도는 아주 높다. 이 아누타 섬이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 연말 방송된 SBS의 다큐멘터리 '최후의 제국'에 소개된 덕분이다. 아누타는 우리가 상상하는 낙원도, 환상적인 섬도 아니다. 가장 가까운 이웃 섬이 120km에 있을 정도로 외떨어져 있는데다 GPS에도 잡히지 않는다. 아누타 사람들은 여전히 별을 보고 항해를 하며 남자들은 전통카누에서 줄낚시로 고기를 잡고 여자들은 한 뼘 땅을 활용해 타로나 바나나를 재배한다. 예고 없이 몰아치는 태풍과 높은 파도에 집과 가족을 잃기도 하고, 수시로 재해를 입기 일쑤지만 삶은 풍요롭고 아이들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그 비결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는데 그것은 '아로파(aropa)' 정신을 실천하는데 있다. '아로파'는 연민, 사랑, 협동, 나눔을 뜻한다. 서로 협동하고 공유하며 다른 사람에 대한 사랑과 연민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아누타 섬사람들은 '아로파' 실천으로 섬의 한정된 자원을 공평하게 나누고 함께 도우며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했다. 이들은 개인은 약하지만 함께 하면 강하다고 믿으며 개인은 불가능하지만 힘을 합치면 이룰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가족은 같은 바구니에 있는 밥을 함께 먹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고기를 잡으러 바다에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친구 대신 맡게 된 아이도 당연히 가족이다. 아프거나 아이를 낳았거나 상을 당한 이웃에게는 먹을 것을 갖다 주고 그 아픔과 기쁨도 함께 나눈다. 능력이 있으나 교만한 자는 경계하며, 자신의 이익만 생각하면 병이 든다고 믿는다. 돌아보면 우리에게도 '두레'같은 공동체 정신을 실천하는 미덕이 있었다. 사실 '아로파'가 지닌 '나눔'과 '협동'의 공동체 정신은 오늘날 더 필요한 가치다. 다행히 '아로파'를 현대적으로 실천하는 새로운 운동이 시작되고 있다. '협동조합'운동이 그것이다. 부와 명예를 앞세운 경쟁사회에서 공생의 의미는 낯설지만 공존과 신뢰의 '아로파' 정신은 지금 우리에게도 절실한 가치다. 그만큼 '협동조합'운동에 거는 기대가 크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3.01.04 23:02

이명박 대통령은 계사년(癸巳年) 신년사에서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사자성어를 언급했다. 이 말은 12세기 중국 철학자 주희의 어록에 나오는 말로, 욕심을 부려 억지로 하지 않고 공력을 쌓으며 기다리면 큰 일도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박근혜 당선인은 신년사에서 민생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하고 국민의 삶을 돌보는 일에 국정 운영의 최우선 가치를 두겠다고 밝혔고, 김완주 도지사도 지역경제를 강조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지금까지의 성공을 잊고 새로 도전해 성장의 길을 개척하자며 '도전정신'을 강조했다. 변화의 흐름을 앞서 읽고 신사업을 찾아내라는 주문이다. 새해가 오면 많은 사람들이 새해 덕담이나 목표를 언급하면서 결국은 돈에 귀결된 말을 한다. 잘 먹고 잘 살기다. 정치도 그렇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에서 나온 핵심 의제도 결국 누가 이 나라를 이끌어야 국민이 잘 먹고 잘 살 수 있겠는가였다. 오죽하면 새해 덕담하면서 '부자되세요' '돈 많이 벌으세요'하는 낯간지러운 말이 횡행하겠는가.이처럼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대기업, 중소기업, 개인 할 것 없이 '돈'을 강조하는 것은 인간사회가 돌아가는 바탕에 돈이 있기 때문이다. 도덕과 나눔 등 수많은 가치가 있지만 돈만큼 고귀한 가치는 없다. 우리 사회에서 돈은 이중적 잣대가 적용되는 대표적 가치다. 도덕이나 나눔 등은 거창한 정신적 가치가 부여되지만 돈은 물질적 가치로 치부되며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묘한 분위기가 있다. 물론 돈에는 정당한 땀의 결실인지, 부정의 결과인지, 졸부의 땡전인지 등 따져 보아야 할 대목이 분명히 있다. 모양이 돈처럼 생겼다 해서 모두 돈으로서 동등한 가치가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돈이지만 우리 사회는 돈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측면이 있다. 인간은 평소 교양교육이나 상식의 확대 등 도덕성 함양 등을 통해 돈의 성스러움과 추악함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정규 교육을 받지만 돈에 대한 교육은 받지 않는다. 경제 교육을 받지만 돈을 어떻게 벌고, 써야 정당하고 합리적인지를 배우지 않는다. 대기업 등 부자들이 돈을 벌어 어떻게 사용해야 지역에, 국가에 두루 이익이 되는지 모르거나 외면하는 사회를 만들었다. 돈을 둘러싼 위선이다. 민생현장의 어려움을 제대로 풀려면 이 같은 어긋남부터 먼저 풀어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3.01.03 23:02

탈(脫) '낡은 정치' 원년이 되길

'허리춤에서 뱀 집어던지듯'이란 표현은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멀리한다는 뜻이고, '서리 맞은 구렁이'란 게으르거나 권세가 떨어져 재기할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지칭한 말이다. '구렁이 제 몸 추듯'이란 말은 자기 과시를 심하게 하는 사람을 비난한 말이고, '빈절에 구렁이 모이듯'이란 표현은 때가 되니까 자기 잇속을 챙기려 몰리는 무리를 비난할 때 쓰는 비유다. '댓진 먹은 뱀의 대가리'는 쓸데없이 꼿꼿하기만 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이렇듯 뱀은 징그럽고 차가운 이미지 탓에 부정적인 비유에 많이 쓰인다. 그러나 상상 세계에서 뱀은 소망을 이루어 주는 신적인 존재다. 겨울 잠을 자고 일어나기를 반복하면서 허물을 벗고 성장하기 때문에 영생불사나 재생을 상징한다. 또 땅과 무덤을 지키는 수호신이자 정력을 소생시키는 상징이기도 하다.뱀띠 해인 계사년(癸巳年) 새해가 밝았다. 많은 이들이 새벽 해맞이에 나서 소원을 빌었다. 쾌유를 빌기도 하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좀 더 나은 여건이 되길 기원했을 것이다. 일자리를 소망하기도 하고 수험생을 둔 부모는 '대박'을 간절히 바랐을 것이다. 물리적으로는 오늘 솟아오르는 태양이 어제의 그것과 하등 다를 바 없지만 심리적으로는 천양의 차이가 있다. 새해에 희망을 담아 띄워 보내는 민초들의 소원은 그래서 값지다.아울러 새해엔 정치쇄신의 해가 되길 오목대 자(者)는 기원해 본다. 지난해의 열쇳말은 '정치쇄신'이었다. "문제를 풀어야 할 정치가 문제를 만들고 있다." "국민 삶을 외면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며 싸우기만 하는 정치에 절망했다." "정치가 이래서는 안된다." 국민들은 질타했지만 정치권은 총선과 대선을 치른 지금도 국민 눈높이의 쇄신을 행동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패권주의와 계파정치, 편가르기, 폐쇄적 정당구조 등 낡은 정치 청산과 새 정치 패러다임 창출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철학자 니체는 "허물을 벗지 않는 뱀은 결국 죽고 만다. 인간도 이와 똑같다."고 했다. 기득권과 낡은 사고에 갇혀 있으면 결국 죽고 만다는 뜻이다. 정치권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치가 바뀌어야 국민 삶이 바뀐다. 계사년 새해엔 정치권이 허물을 벗고 성장하는 뱀처럼, 낡은 가치에서 벗어나 정치쇄신을 이뤄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3.01.02 23:02

해맞이·해넘이

"어허 저거, 물이 끓는다. 구름이 마구 탄다/ 둥둥 원구(圓球)가 검붉은 불덩이다/ 수평선 한 지점 위로 머문 듯이 접어든다.// 큰 바퀴 피로 물들며 반 남아 잠기었다/ 먼 뒷섬들이 다시 환히 열리더니/ 아차차, 채운(彩雲)만 남고 정녕 없어졌구나.// 구름 빛도 가라앉고 섬들도 그림진다/ 끓던 물도 검푸르게 잔잔히 숨더니만/ 어디서 살진 반달이 함(艦)을 따라 웃는고." 이태극의 「서해상의 낙조」라는 시조다. 해넘이를 눈 앞의 그림처럼 그리고 있다."해가 뜹니다./ 해는 물결같이, 화살같이/ 해는 미친 듯이, 터질 듯이,/ 대공(大空)을 달려갑니다./ 해는 성났나요, 미쳤나요,/ 아니오, 해는 불붙는 사랑에 못 이겨/ 그렇게 뛰는 것이오."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앳된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주요한과 박두진의 「해」라는 시다. 솟아 오르는 해에 힘과 사랑이 넘친다. 희망이 샘솟 듯하는 느낌이다.같은 해을 보더라도 장소와 시간, 보는 이의 감정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지는 해나 떠오르는 해나 똑같은 해가 아니든가. 그러나 해를 보며 의미를 부여하고, 거기에 의탁하고 싶은 것도 인간의 자연스런 심리다. 어쨌든 사람들은 지는 해를 보며 지난 날을 반성하고, 뜨는 해를 보며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빈다. 그래서 이 맘 때면 전국 곳곳에서 해맞이·해넘이 행사가 풍성하게 열린다.한국천문연구원은 새해 첫 해는 2013년 1월 1일 오전 7시26분27초 독도에서 뜨고, 올해 마지막 해는 31일 오후 5시40분25초 소흑산도에서 진다고 밝혔다. 또 육지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은 울산광역시의 간절곶이며 반대로 전남 진도는 내륙에서 해가 가장 늦게 지는 곳이다.도내에서도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행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해넘이 행사는 익산 웅포 곰개나루, 부안 변산해수욕장 팔각정, 고창 구시포해수욕장, 전주 풍남문, 김제 진봉면 망해사 등에서 열린다. 해돋이 행사는 군산 야미도 새만금 오토캠핑장, 김제 금산사(템플스테이), 김제 성산공원, 무주 덕유산 향적봉, 전주 도청광장 등에서 열린다. 잘가라, 임진년(壬辰年)! 반갑다, 계사년(癸巳年)! 모두가 행복하시길.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2.12.31 23:02

Baica의 '자발적 훈련 공방 프로젝트'

일본 오이타현의 벳부는 이름난 온천도시다. 2600여개의 온천이 있는 이곳에는 연간 45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온다.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은 곳 중의 하나도 이곳 벳부가 아닐까 싶다. 벳부의 이름을 알리는 또 하나가 있는데, 대나무공예가 그것이다. 죽공예가 번창한 벳부에는 일본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죽공예 학교가 있다. 그만큼 죽공예의 깊은 전통을 자랑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공예가들의 주목을 모으는 프로젝트가 이곳 벳부에서 진행되고 있다. 젊은 죽공예가 그룹인 'Baica'가 시도하고 있는 '자발적 훈련공방 프로젝트'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젊은 공예가들 스스로가 기술적 미적 품질을 향상시키고, 전통을 계승하면서 동시에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 자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만큼 연구와 활동이 치열하게 진행된다. 이들의 작업은 오이타현 죽공예 훈련지원센터가 지난 40여 년 동안 연구해 개발한 작품 중에서 약 30점을 선정해 복각 제작하면서 빼어난 전통 기술을 배우고 연구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젊은 죽공예가들은 작품을 만든 스승들에게 직접 지도를 받아 단순한 복각 작업의 차원을 넘어 지적 재산을 전수받을 수 있었다. 이들의 작업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복각 작품을 재현한 후에는 그것을 현대생활에 맞게 디자인해 신작을 만들어냈다. 새로운 작품 디자인에는 세계적 디자이너인 이탈리아의 Angelo Mangiarotti도 참여했다. 전국에 분포되어 있는 대나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다양한 가설 건축물의 재료로 개발해내거나, 대나무 지능개발 완구를 만들어 아이들이 자유롭게 조형을 즐길 수 있게 함으로써 환경문제, 공예품 만들기, 지능개발의 목적을 충족시켜낸 것도 이 그룹의 성과다. 지난주말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내 최고의 공예 전문 전시회 2012 공예트렌드페어에 이들 젊은 죽공예가 그룹인 'Baica'의 '자발적 훈련공방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올해 전시회의 주제인 '재발견! 공예와 지역성'을 톱아보게 만드는 자리였다. 'Baica'는 낡은 것처럼 보이는 전통이 곧 미래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해보인다. 그것은 곧 전통공예의 부활을 제시하는 예에 다름 아니다. 문화산업에 눈을 뜬 지금, 우리 지역의 전통공예는 어떤 모습으로 어디에 서있는가를 돌아보니 그들의 도전과 열정이 더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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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2.12.28 23:02

山光水色

"이삼만 석 자를 많이 받아다가 집 안 기둥들마다 다닥다닥 붙여 두는데/ 그러면 뱀들이 기어올라 서다가도 그 이상 더 넘어선 못 올라온다는 신념 때문입니다"미당 서정주(未堂 徐廷柱, 1915∼2000)는 시집 '질마재 신화'에 실은 '이삼만이라는 신(神)'에서 창암 이삼만(蒼巖 李三晩 1770∼1847)의 글씨를 뱀 잡는 신필로 묘사하고 있다. 미당이 이 시를 쓴 것은 근거가 있다고 한다. 정읍에는 정월 초순 상사일(上巳日, 정월 첫 뱀날)에 행해지는 배암뱅이 풍속이 있는데, 정초 액막이 행사다. 사람들은 상사일 새벽 동 트기 전에 '李三晩' 등 액막이에 신통하다는 글씨를 집 기둥 곳곳에 붙여 뱀이나 잡귀가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고 한다. 정읍 사람들은 이날 '李三晩'을 쓴 종이를 주로 붙였다고 하는데 창암이 뱀을 무척 싫어한 데서 기인했다는 말이 전한다. 창암의 부친이 독사에 물려 죽었고, 이 때문에 이삼만이 뱀을 보기만 하면 잡아 죽이는 바람에 뱀이 이삼만 앞에서는 옴짝달싹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삼만이 쓰여진 글씨를 배암뱅이 날에 사용했다고 전한다. 이삼만의 작품에는 실제로 뱀이 등장한다. 그의 대표적 유수체(流水體) 작품인 '山光水色' 네글자에서는 네마리의 뱀이 살아 움직인다. 글자 하나 하나를 날래고 독한 뱀의 형상으로 완성한 작가의 상상력과 운필의 경지가 대단하다. 산천을 휘젓고 다니는 뱀의 모습이 현란스럽다. 작품 산광수색에 등장하는 창암의 뱀은 산천 풍광을 휘감고 다니는 순수한 자연의 뱀일 수 있다. 현무도 속의 담긴 수호, 재생, 영생의 의미와는 다르다. 2013년이 십이지신(十二支神) 중 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뱀띠해 계사년(癸巳年)이다보니 뱀과 연관 있는 이삼만의 작품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011년 한햇동안 창암의 고향 정읍에서 시작해 전주와 광주, 제주 등 전국에서 열린 그의 특별전에서 신필의 가치가 재조명된 데 이어 내년 계사년을 계기로 그의 작품이 다시 세인의 눈을 끌고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뱀띠해를 기념해 얼마전 시작한 '상상과 현실, 여러 얼굴을 가진 뱀' 전시에서 각종 뱀 그림을 비롯해 창암의 산광수색 등 명작 40여점이 소개되고 있다. 전북이 낳은 명필 창암 이삼만은 추사 김정희(秋史 金正喜, 1786~1856), 조광진(曺匡振, 1772~1840)과 더불어 당대 삼필(三筆)로 꼽힌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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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2.12.27 23:02

의미 있는 13.2%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논쟁이 또 시작됐다. 18대 대선이 호남권에서 또 '역시나'로 끝났다. 87년 직선제 실시 25년이 지난 2012년에도 전북을 포함한 호남의 표심은 똑같았다. 강산이 두번 반 바꿔졌지만 노란 깃발에 대한 충성심은 여전했다. 약속이나 한듯 민주당에 몰표를 줬다. 이번에는 설마 그렇게까지 몰표를 던질 것인가 반신반의 했지만 결과는 똑같았다.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광주서 7% 전남서 10% 전북서는 13.22%를 얻었다. 그가 전북서 얻은 표는 지난 17대 때 MB가 얻은 9.04%에 비해 4.18%가 많다. 17대 때 이회창이 얻은 3.63%까지 합친 12.67% 보다 0.55%를 더 얻었다. MB와 이회창 표는 보수표로 성격이 같다. 어떻게 보면 전북서는 새누리당이 선거운동을 않고 가만히 있어도 12.67%를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 표도 열심히 해서 나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새누리당 정운천 위원장이 처음부터 목표를 30%로 높게 잡았다. 선거가 보수 대 진보 싸움으로 만들어지면서 표가 결집, 전북서도 예전 같은 상황이 감지됐다. 지난 4.11 총선서 전주 완산을에 출마한 정운천 후보가 여론조사 공표 마지막날 까지는 민주당 이상직 후보를 오차범위 밖으로 따돌렸다. 그러나 위기의식을 느낀 야권 유권자들이 급변하기 시작, 선거 1~2일 남겨 놓고는 이 후보쪽으로 판세를 뒤엎었다. 이번에도 똑같은 현상이 나타났다.선거 초반에는 도민들이 새누리당에 표 줄 기미가 있었다. 새만금 개발과 지역개발을 앞당기기 위해 표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비등했다. 결과적으로 군산 김제 부안 등 새만금 사업과 직접 영향이 있는 곳은 표가 평균 이상 나왔다. 기대심리의 반영이었다. 생활권이 대전에 속한 무주는 21.76%로 가장 높았다. 전북을 호남의 교두보로 설정한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문재인 후보가 고향 거제서도 패한 마당에 박 당선자가 전북에서 두자릿수를 건진 것은 의미가 크다. 선거가 끝났지만 아직도 상실감에 사로잡힌 도민들이 많다. TV 뉴스도 보지 않을 정도다. 이들은 박근혜 당선자가 잘해서 당선됐다기 보다는 너무 민주당이 선거 운동을 잘못해서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졌다고 분통해 한다. 아무튼 박 당선자가 국민대통합을 주창했기 때문에 전북 인재들을 많이 기용했으면 한다.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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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2.12.26 23:02

스쿠루지와 산타클로스

"진짜 부자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올바르게 잘 쓰는 사람이다." 홍콩 영화배우 성룡(58)의 명언이다. 성룡은 미 경제전문지인 포브스가 작년에 자신을 '아시아 최고 기부영웅'으로 선정하자 "아들에겐 한 푼도 줄 수 없다. 사후에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며 이런 말을 남겼다. "아들에게 능력이 있다면 아버지의 돈이 필요 없을 것이고, 능력이 없다면 아무리 돈을 남겨준들 헛되이 탕진하게 될 것이다." 영화속의 대사처럼 멋진 말이다. 미국엔 자선사업가들이 많다. 앤드류 카네기와 존 D 록펠러는 이미 전설이고 조지 소로스, 워런 버핏, 빌 게이츠 등 수많은 부자들이 뒤를 잇고 있다. 미국은 돈을 숭상하는 자본주의 나라이지만 단지 돈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부자를 존경하지는 않는다. 돈을 움켜쥐고 나누지 않으면 '스쿠루지'라고 부르며 혐오한다. 반면 가진 것을 나누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전 사회가 아낌 없는 갈채를 보낸다.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치 있게 쓰는 것을 더 중시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같은 신문도 자선사업가의 활동이라면 주저 없이 1면에 기사를 게재한다. 우리나라 부자들은 기업이나 오너 자신의 이미지 관리용으로 자선을 활용하는 사례가 많다. 심지어는 범죄를 저지르고 면피 수단으로 자선하는 일도 있다. 그러니 1조원에 이르는 엄청난 공익 기부금을 내놓고도 존경은 커녕 오히려 따가운 눈총을 받는다. 돈을 벌 줄만 알았지 가치 있게 쓰는 방법에 대한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이 성탄절이다. 산타클로스는 자선의 상징이다. 그 유래가 배려와 선행이다. 성인 니콜라오는 몰락한 집안의 한 가장이 돈을 받고 세 딸을 팔려한다는 사실을 알고 몰래 금이 든 주머니를 그 집안에 던져주었다. 그래서 니콜라오는 '선물 주는 이'로 통한다. 나중에 대주교가 되어서도 남몰래 많은 선행을 베풀었다. 네덜란드 신교도들은 그를 '신터 클라스(Sinter Klass)'라 불렀고 신대륙 미국으로 건너가서는 미국식 발음인 '산타 클로스(Santa Claus)'가 됐다.세밑이다. 어려운 이웃들이 많다. 성금이 예전 같지 못하다고 한다. 자선은 꼭 부자여야 되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부자들이 스쿠루지가 돼서도 안된다. 진짜 부자는 많이 가진 사람이 아니라 올바르게 잘 쓰는 사람이라는 명언을 되새겼으면 좋겠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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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2.12.25 23:02

새만금의 국제정치학

새만금사업의 국제적인 가치는 뭘까. 지금까지 새만금사업은 경제적 가치나 개발, 환경, 생태적인 관점에서만 논의되었다. 이를 좀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바라 보자는 모임이 있었다. 21일 새만금군산자유구역청이 가진 '새만금의 위상 제고 및 투자유치 포럼'이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새만금사업이 국제정치와 동북아 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등의 주제가 눈길을 끌었다. 새만금지역이 한·중 우호관계의 창출기지로서, 동북아 화해·평화·협력의 허브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문제 해결과 평화통일을 지원하는 배후 산업기지 역할도 기대되며 지속가능한 미래 녹색 성장의 중심지로 발전해야 한다는 비전도 나왔다. 새만금의 국제적 위상과 관련해 포괄적으로 접근해야 할 과제중 하나가 아닐까 싶었다. 세종연구소 홍현익 안보전략연구실장은 "우리의 국력이 미·중간은 아니더라도 중·일간 갈등을 중재하고 세력균형을 유지하는데 일조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면서 "새만금의 해외 홍보를 위해 외교통상부와 문화부, 중국과 일본대사관의 적극적인 지원을 이끌어내고 한류스타를 통해 중국과 일본의 주요 TV에 홍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또 중국사회과학원 박건일 수석연구원은 "새만금은 개발 여하에 따라 동북아 평화에 기여할 수 있고, 한미FTA를 넘는 창구로서 중국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보았다. 중국은 미국의 항공모함이 제주도와 변산반도까지 올라 오는 것을 견제하고 있어 새만금지역의 하이테크산업에 양국이 투자하게 되면 안보 전략상 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새만금에 투자하면 일본도 따라올 수 밖에 없다는 얘기도 했다. 특히 박 연구원은 "중국은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것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제주도에 관광을 가지 말자는 분위기가 있어 새만금지역으로 이를 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문화유적을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와 함께 한중일 3국이 끼고 있는 환황해를 동아지중해(東亞地中海), 즉 내해(內海)로 보고, 3국 도시간 아시아 문화수도 프로그램을 만들자는 제안도 있었다. 새만금은 내부개발을 위한 투자유치가 우선 중요하다. 하지만 그에 앞서 국제적으로 외연을 넓히는 작업도 필요하지 않을까.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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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2.12.24 23:02

제임스 딘 박물관

얼마 전 저작권법 전문가인 연세대 남형두 변호사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1950년대 영화스타 제임스 딘의 고향 페어몬트에 관한 것이다. 제임스 딘은 스물다섯 살 젊은 나이로 요절한 미국영화배우다. 너무 짧게 살다간 까닭에 남긴 영화는 10편 정도. 더구나 그 대부분은 조연이나 단역이고, 대표작은 '에덴의 동쪽''이유 없는 반항''자이언트' 등 세편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그는 오늘에 이르러서도 이름을 알리고 있는 영원한 '스타'다. 그 이유야 여럿이겠지만 젊은 세대들에게는 청바지를 상징하는 젊은 세대의 우상으로 '이미지메이킹'된 영향도 클 것 같다. 그는 현대 미국이 안고 있는 고뇌의 일면을 상징하는 존재로 미국인들의 우상이 되었다. 그러나 그를 추억하는 사람들은 미국인들뿐만 아니다. 그 증거를 그의 고향 페어몬트에서 찾을 수 있다. 페어몬트는 미국 인디애나 주에 있는 아주 작은 도시다. 인구 4천명도 안 되는 이 도시에 제임스 딘과 관련된 박물관이 3개나 있었다고 한다. 영화배우로 활동한 기간은 2~3년. 아무리 세기의 스타였다고는 하지만 20대에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 무슨 유물이 그렇게 많아서 박물관을 3개씩이나 두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 10여 년 전, 제임스 딘의 이름과 초상권 소송을 맡게 돼 페어몬트를 방문했던 남변호사는 박물관에서 흥미로운 광경을 보았다. 그 박물관은 제임스 딘이 사용했던 만년필, 노트 등을 유리관 안에 전시하고 있었는데, 정작 시선을 끈 것은 그 유품들이 아니었다. 제임스 딘이 썼다는 머그잔이 진열된 유리관 앞에 의자를 놓고 앉아 손수건으로 눈물을 찍고 있거나, 깨알같이 써놓은 설명을 돋보기로 읽느라 오랫동안 머물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할머니 관객들이었다. 젊은 시절 우상이었던 '제임스 딘'을 만나기 위해 페어몬트에 온 노인 관객들에게 제임스 딘에 관한 온갖 이야기를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해 놓은 박물관의 유품들은 젊은 날을 추억하게 하는 소중한 통로였던 셈이다. 실제로 1988년 페어몬트 도심 부근의 주택을 활용해 문을 연 제임스 딘 박물관은 화재가 나 새 건물로 옮긴 이후까지도 미국은 물론 전 세계 팬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지역 관광수입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했다. 박물관은 아쉽게도 2005년에 문을 닫았지만, 페어몬트는 20년 가깝게 전 세계의 제임스 딘 팬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이 도시의 선택이 가져온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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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2.12.21 23:02

권력

권력은 힘이다. 남보다 우위에 있는 힘이다. 그러나 절대 권력은 없다. 언젠가 경쟁에서 패해 제거되거나, 생명의 한계를 넘어서진 못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왕정은 권력을 자손에 승계, 생명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했다. 그래도 영원한 권력은 없었다. 이성계 일가가 역성혁명을 일으켜 엄청난 피를 제물삼아 조선왕조를 세웠지만 500년이 한계였다. 이승만은 3.15 부정선거를 통해 권력 연장을 꾀했지만 국민 앞에 무릎을 꿇었고, 박정희는 유신헌법을 통해 영원한 권력을 노렸지만 측근의 총탄에 쓰러졌다. 전두환은 12.12사태와 5.18민주화운동, 비자금사건 등으로 구속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987년 대선 이후 권력은 과거 1인 독재와 달리 정치세력에게 집중되는 양상이다. 이른바 당정(黨政)이 권력의 핵이다. 대통령을 배출한 정당은 대통령과 권력을 나눠먹는다. 정당만이 아니다. 대통령의 측근과 선거캠프 관계자들도 권력을 행사한다. 문제는 권력의 집중, 편향, 그리고 독버섯처럼 솟아나는 비리다.측근 비리는 불나방 같은 것이다. 전두환의 형 전기환은 노량진수산시장 운영권을 강탈한 혐의, 동생 전경환은 공금 73억 여원을 횡령하고 10억 원을 탈세하는 등 비리가 드러나 감옥살이를 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처사촌으로 '6공 황태자' 로 불린 박철언은 1993년 슬롯머신 업자로부터 6억원을 받은 혐의로 감옥에 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은 한보 사건에서 66억여원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옥살이를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에는 대통령의 세 아들이 모두 비리에 연루됐다. 장남 홍일은 이용호ㆍ진승현 게이트에 휘말렸고, 차남 홍업과 삼남 홍걸은 수뢰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은 세종증권 인수 청탁 대가로 29억여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고, 대통령 딸은 미국 아파트 매입과 관련해 100만 달러(약 13억원)을 불법 반출한 혐의 때문에 세상을 발칵 뒤집었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최시중, 천신일과 영부인 사촌오빠는 비리가 드러나 이미 처벌받았고, 대통령 퇴임 후 저택부지 매입과 관련해 대통령 일가가 특검 수사를 받았다. 선거 승리에 도취하는 것은 자유다. 자신들에게 온 기회를 권력이라고 자위하는 것도 자유다. 하지만 부디 권력이란 절대 영원하지 않다는 말을 명심해야 한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權不十年 花無十一紅)이다. 김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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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2.12.20 23:02

전북과 대선

87년 대선 이후 보수세력이 세차례 진보는 두차례 집권했다. 97년 15대 때 김대중후보가 2002년 16대때 노무현후보가 당선됐다. 김대중 후보가 집권함으로써 호남사람들과 진보세력이 한을 풀었다. 같은 진보 세력인 노무현 후보가 정권을 승계했지만 너무 좌클릭한데다 경제난 악화로 재집권하는데 실패했다. 경제살리기를 캐치플레이즈로 내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530만표 차로 압승을 거뒀다.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전북 출신들이 청와대를 비롯 정부 요직과 당직에 두루 기용됐다. 보수 정권이 집권하는 동안에는 능력 있는 전북 출신들이 많은 차별을 받아왔다. 정동영 후보가 떨어지면서 전북 출신들 가운데 특히 전주고 출신들이 찬밥을 많이 먹었다. 남성고 출신들은 MB정권에서 그런대로 대접 받았다. 전반적으로 보수정권인 MB정권을 비롯 김영삼 노태우 정권때는 거의 전북 출신들이 기용되지 않았다. 전두환 박정희 정권때는 가뭄에 콩 나듯 했다.대선의 위력은 가히 쓰나미나 다름 없다. 시골 이장까지 바꿀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철저한 승자독식주의로 가기 때문에 대선에서 패하면 국물도 없다. 그래서 정권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이번 선거는 보수 대 진보로 결집돼 새누리당 쪽으로도 전북 출신들이 많이 가 있다. 과거 진보세력들 조차도 새누리당쪽에 줄 선 사람이 있다. DJ때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임실 출신 한광옥씨가 '배신자'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박근혜 쪽으로 갔고 익산 출신의 영원한 YS맨인 김덕룡씨가 문재인 쪽으로 갔다.이번 선거결과는 출구조사도 예측이 어려울 것 같다. 그 만큼 박빙이다.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효과를 막판에 봐 상승기류를 탔다. 문후보가 당선되면 정세균 의원 등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의 약진이 기대된다. 특히 안도현 신경민 진성준 진선미 박용진 등은 요직에 기용될 것이다. 반면 박근혜 후보가 당선되면 김종인 진영의원 박선규대변인 전북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정운천씨가 발탁될 가능성이 높다.지난 5년간 전북인과 전북이 찬밥을 먹어와 선택을 잘해야 한다. 앞으로 5년간 더 찬밥을 먹는다면 전북의 존재감은 없다. 오늘의 전북도 중요하지만 후손들을 위한 내일이 더 중요하다. 5년후 손가락 끊는다는 말을 안하도록 잘 뽑아야 된다. 내 한표가 전북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백성일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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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2.12.19 23:02

언론의 선거보도 태도

미국의 신문들은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한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같은 신문들도 '대통령에 OOO를'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조목조목 지지이유를 밝힌다. 후보 지지는 대개 논설위원들이 후보들의 토론내용과 발언록, 정책 등을 조사하거나 인터뷰를 한 뒤 어떤 후보가 더 나은 자질을 갖추었는지 따져 결정한다. 후보 선택에 도움을 주는 것도 신문의 기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설을 통해서만 특정 후보를 지지할 뿐 팩트(사실관계)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엄정하게 유지한다. 지지하는 후보의 장점만을 일방적으로 나열하지 않고, 반대로 다른 후보를 편파적으로 보도하지도 않는다. 지지 후보의 단점과 상대 후보의 장점도 적시한다. 특정 후보 지지는 독자들에게 참고하라는 것이지 꼭 그대로 투표하라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캐나다 등 선진국 선거법에는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행법은 언론과 언론인의 선거운동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성과 객관성의 한계가 어디까지냐에 대한 논란은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엔 인터넷 환경이 급격히 발전해 어디까지를 언론으로 볼지도 그 범위가 모호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블로그 등 개인 미디어를 통한 선거운동은 무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기도 하다. 때마침 지난 13일 언론인의 선거운동 금지를 규정한 공직선거법 일부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법률로 언론의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한 선거보도를 요구할 수 있지만 모든 언론인이 개인 자격으로 하는 선거운동까지 금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외형적으론 중립성과 공정성을 내세우면서 실제로는 특정후보를 지지하는 언론의 보도태도다. 이번 대선 보도태도도 보수신문과 진보신문이 확연히 갈렸다. 방송도 공중파 채널은 극도로 자제된 선거보도만을 한 반면, 반면 종합편성채널은 아예 특정 후보 편들기를 노골화했다는 지적이 많다. 그럴 바엔 아예 미국처럼 언론의 특정후보 지지 표명을 제도화하는 게 낫다. 지지 하든 반대 하든 정체를 밝히는 게 떳떳하다. 공정성을 가장한 특정후보 편들기는 유권자 기만이자 눈가리고 아옹하는 꼴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2.12.18 23:02

대통령 선택기준 3가지

18대 대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 6일 전까지 발표된 여론조사를 보면 초접전 양상이다. 오차 범위 내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앞서고 있지만 문재인 후보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일부 조사는 문 후보가 앞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이번 선거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보수와 진보세력이 총집결해 일대 회전(會戰)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막판 불법행위와 흑색선전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벌써부터 선거 후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이념과 세대, 지역에 따라 나라가 두 동강 나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정도다. 증오와 대립의 낡은 정치를 끝내고 상생과 통합의 새로운 정치를 외쳤던 '안철수 현상'도 막판 혼전에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흔히 우리나라 리더의 조건으로 소통능력, 도덕성과 청렴성, 전문성, 개혁의지, 통합능력, 안보관 등을 꼽는다. 선거 때마다 순위만 바뀔 뿐 내용은 거의 같다. 또 소속정당이나 출신지역을 따지기도 한다. 2007년에 국민들은 능력을 최우선으로 선택했다. 이명박 후보가 도덕성에서 BBK와 재산형성 등에 문제가 있었으나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적임자로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감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그러면 대통령 선택의 기준은 뭘까. 보는 이에 따라 의견이 분분할 수 있으나 보편적 기준 3가지를 제시해 보겠다. 첫째, 후보의 과거를 보라. 과거는 미래를 비추는 거울이다. 후보의 삶의 흔적을 보면 미래를 짐작할 수 있다. 그가 어떻게 자랐고, 어떤 말과 행동을 했는지를 눈여겨봐야 한다. 지도자로서 리더십과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 공인의식도 함께 살펴야 한다. 둘째, 현재를 보라. 후보의 현재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측근들이다. 친구를 보면 그 사람을 알수 있듯, 선거 캠프 구성원과 측근·후원세력을 보면 그 정권의 미래가 그려진다. 누가 집권하든,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부터 청와대 참모와 입법부 행정부에 그들이 들어가 일을 할 게 아닌가.셋째, 미래를 보라. 미래 비전은 공약에 담겨 있다. 대한민국호를 앞으로 5년 동안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를 담은 게 후보의 공약집이다. 하지만 너무 방대하고 포장만 그럴듯 해서 차별화하기가 힘들다.이 모든 것을 성기게나마 요약한 게 집에 배달된 선거공보다. 이거라도 찬찬히 뜯어 보는 정성이 필요하다. 좋은 나라는 거저 오는 게 아니다.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2.12.17 23:02

투표 인증샷

대선이 가까워오면서 SNS를 통한 선거운동이 눈에 띄게 활발해졌다. 요 며칠 사이, 가장 많이 올라오는 것은 '투표 인증 샷'이다. '나도 투표를 할 테니, 당신도 투표를 하라'는 뜻일 게다. 다양한 형식의 인증 샷은 특별한 재미를 준다. 그만큼 낯설지 않다. '투표 인증 샷'은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한국 선거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흥미로운 일이다. 투표인증 샷이 선거 문화의 중심에 들어온 것은 2010년 6.2 지방선거 때부터다. 당시 몇몇 연예인들과 유명 인사들은 자신의 투표행위를 알리는 '투표 인증 샷'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에 올려 다른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여기에 일반인들까지 '인증 샷'운동에 가세하면서 '투표 인증 샷'은 선거판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SNS를 통한 투표 독려나 인증 샷 문화는 20-30대 젊은 세대의 정치참여는 물론, 투표율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 11 총선을 앞두고 닐슨 코리아가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85.1%가 SNS가 선거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39.4%가 SNS를 통해 정치참여 활동을 하고 있으며 5.6%가 선거일에 투표소에서 인증 샷을 찍어 올린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투표 인증 샷의 효과에 대한 설문조사도 관심을 모은다. 잡코리아가 4.11총선을 앞두고 20대 이상 성인남녀 8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1%가 투표 인증 샷의 영향을 받는다고 답했으며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인물로는 연예인과 방송인(53.5%)을 꼽았다. 미디어 연구자들은 트위터를 통한 투표 인증 샷의 참여와 투표 독려가 단순한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제도에까지 파장을 미칠 수 있는 하나의 정치현상이라는 것을 주목한다. 투표 인증 샷이 선거의 의미를 '국민 의무의 수행'에서 나아가 '범국민적 축제' 또는 '사회적 인정과 유대감 형성의 기회'로 확대시키면서 유권자들의 많은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것을 분석한 논문도 발표됐다. 점심시간, 전북대 옛 정문 앞에서 '투표 인증 샷'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만났다. 투표를 권하는 사람이나 인증 샷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현장을 보니 '놀이판'이 따로 없다. 투표 인증 샷이 20-30대의 투표율을 15년 만에 최고로 높이는 기폭제가 되었다는 평가가 있다. 올 대선에서는 '인증 샷'이 어떤 결실을 내놓을지 궁금해진다.

  • 오피니언
  • 김성중
  • 2012.12.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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