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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는 없는 '두 개의 문'

독립영화 '두 개의 문'(감독 김일란, 홍지유)은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다. 2009년 1월20일 서울 용산구 한강로 2가 철거현장에서 경찰이 철거민을 진압하던 과정에서 화재사고가 발생,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 등 6명이 숨졌다. 용산 재개발사업의 피해보상이 마무리돼 가는 단계에서 이주보상금이 너무 적다고 주장하는 일부 세입자들이 철거용역업체 사무실 건물을 점거, 농성에 들어가자 경찰이 무력으로 진압했다. 당시 경찰 특공대원의 시선으로 사건을 재구성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 영화를 관람한 뒤 "재임기간 중 강제철거는 하지 않겠다."고 피력하기도 했다.'두개의 문' 이 파죽지세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다. 개봉(6월21일) 한달여 만에 5만 관객을 돌파했다. 영화진흥위 집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현재 누적 관객이 5만1,350명이었다. '워낭소리' 이후 독립영화 최고 기록을 갖고 있던 '후회하지 않아'(4만3,348명)를 능가하는 기록이다. 일반적으로 독립영화는 관객 5000명을 넘기기가 힘들다. 흥행 성공의 배경은 정의에 대한 갈망과 망각에 대한 반성 때문일 것이다. 이런 정서가 3년이 지난 뒤에도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고 있다. 사회성 짙은 영화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이 흥행에 성공한 것처럼. 김일란 감독도 "절망적 상황을 희망의 에너지로 바꾸고 싶은 사람들의 바람이 이 영화와 접점을 이뤄 발화된 것 같다"고 말했다. 덧붙인다면 대선을 앞두고 유명 정치인들이 이 영화를 관람하고 있는 것도 원인일 것이다. 그런데 전주에서는 이 영화를 관람할 수가 없다. 전국 유일의 독립영화제 고장에서 독립영화를 관람할 수 없다니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롯데시네마, CGV, 메가박스 등이 상업영화에 치중하면서 상영기회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천 청주 강릉 광주 대전 부산 대구 등에서는 이 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시민들이 모금(190만원)운동을 통해 일반극장을 '대관'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전주시는 너무 소극적이다. 시내에 디지털독립영화관이 있는 등 전주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여건이 좋은 데도 아예 머리를 쓰지 않을 모양이다. 전주국제영화제에 30억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 42개국에서 184편에 이르는 독립영화를 초청한 전주에서 우리나라 독립영화 하나 볼 수 없다면 전주시는 뭐라 대답할 텐가.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2.07.24 23:02

부채 이야기

조선 후기, 대학자요 글씨로 유명한 김정희와 부채(扇子)에 얽힌 얘기 한 토막. 김정희가 하루는 외출을 했다 집에 돌아와 보니 못보던 부채짐이 놓여 있었다. 청지기에게 "웬 부채짐이냐"고 물었더니 "부채장수가 부채를 팔러 왔다가 해가 저물어 하룻밤 묵고 가기를 청해 객방에 들였다"고 대답했다. 그런가 하고 사랑채로 들어가 앉았는데, 그날 따라 심심한데다 부채에 글씨를 쓰고 싶은 생각이 일어났다. 그리하여 청지기더러 그 부채짐을 마루에 들여놓게 하고는 부채를 한아름 꺼내 쓰고 싶은 글귀를 쓰기 시작했다. 이튿날 부채장수가 떠나려고 보니 주인 영감이 부채에 잔뜩 글씨를 써놓지 않았는가. 부채장수는 물건을 못쓰게 만들어 놓았다며 탄식했다.이를 본 김정희는 "추사선생이 쓴 글씨부채라 하고, 값을 몇곱절 내라고 하면 다 사갈 것이니, 자네 나가서 팔아보게나"하였다. 부채장수는 반신반의하면서도 거리에 나가 일러주는 대로 하였다. 그랬더니 부채가 순식간에 다 팔리고 말았다. 재미를 본 부채장수는 김정희를 또 찾았다. 그러자 김정희는 "그러한 것은 한 번으로 족하지, 두 번을 해서는 안되네"하고 써주지 않았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부채는 크게 방구부채(둥근부채)와 접(는)부채(쥘부채)로 나뉜다. 방구부채는 부채살에 깁(紗)이나 비단, 종이를 붙여 만든 둥근부채다. 접부채는 접었다 폈다 할 수 있게 부채살에 종이를 붙여 만든 것이다. 전국적으로 접부채는 전주, 방구부채는 남원의 생산량이 가장 많다.원래 방구부채는 중국이, 접부채는 일본이 역사가 오래되었다. 부채에 관한 우리나라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 견훤조'에 나온다. 고려 태조가 즉위하자 견훤이 그 해 8월 공작선(孔雀扇)과 대화살(竹箭)을 보냈다는 대목이 그것이다. 전주는 그 만큼 부채의 역사가 깊다. 곧고 단단한 대나무가 많았고 무엇보다 질 좋은 한지가 생산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주사람들의 예술적 감각이 덧붙여졌다. 그래서 전주의 부채를 제일로 쳤다. 태풍과 폭우가 끝나자 무더위가 기승이다. 너도 나도 선풍기와 에어컨에 몸을 맡기면서 전력 수요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때일수록 태극선과 합죽선 속에 잠들어 있는 바람을 불러오면 어떨까. 깊은 산골짜기나 푸른 강물에서 일어나는 서늘한 바람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2.07.23 23:02

정기용의 무주프로젝트

지난해 3월 작고한 건축가 정기용(1945~2100)의 마지막 2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말하는 건축가'를 보았다. 영화는 시대와 긍정적으로 만나지 못한, 철저하게 자연과 사람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에 생애를 바친 건축가 정기용의 철학과 삶의 여정을 담고 있다. 지난 3월 8일 개봉한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관객 4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상업영화도 아닌 다큐멘터리 독립영화에 4만 명 관객은 예사롭지 않은 숫자다. 자연히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에서는 응용미술을, 대학원에서는 공예를 전공한 그는 프랑스 정부 초청 장학생으로 선발돼 파리 장식미술학교·제6대학·제8대학에서 실내건축·건축·도시계획을 전공했다. 1986년에 귀국해 기용건축을 열었으며, 지금까지 줄곧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만들기에 몰입해왔다. 자연과 감응하며 사람과 소통하는, 사람을 위한 공간을 위해 치열하게 작업해온 그의 철학은 공공건축물에 담겨져 대중들과 만났다. 그의 이름을 알리고, 건축가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를 새롭게 인식시켜준 통로 또한 이들 공공건축물이다. 전국 각 도시에 지역마다의 특성을 살려 만들어진 '기적의 도서관'이 그 대표작이다. 대장암 말기의 고통 속에서도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전시회를 위해, 다큐멘터리를 위해, 회사일과 강의를 위해 보내는 그의 일상을 통해 영화는 담담하게 그가 지켜온 건축 철학과 삶의 궤적을 보여준다. 화려함이나 웅장함으로 스스로 돋보이려는 건축물 대신 소박하고 아담하지만 자연과 사람을 존중하는 건축물을 꿈꾸었던 그가 왜 대한민국의 공공건축사를 새로 쓴 건축가로 평가받는지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그는 우리에게 많은 선물을 남겼다. 우리지역은 특히 그가 공공건축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던 공간들이 많이 있다. 정읍기적의 도서관, 김제지평선중학교도 그렇지만 1996년부터 10년여 동안 자신의 철학을 모두 쏟아 작업했던 무주 프로젝트로 태어난 30여개 공공건축물은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다. 지금은 천 원짜리 목욕탕으로 전국적인 이름을 알린 안성면주민자치센터, 무주공설운동장의 등나무 스탠드, 세상에서 가장 밝은 납골당이 자리한 추모의집 등 무주 곳곳에 숨어있는 정기용의 건축물은 그 자체로 무주군의 큰 자산이 됐다. 그러나 아쉽게도 적지 않은 건축물의 원형이 훼손되었거나 방치되고 있다고 한다. 정기용의 건축물을 보기위해 지역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데도 정작 무주에서는 그들 공공건축물의 가치를 소홀히 여겨 남의 것처럼 밀쳐두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2.07.20 23:02

대선 관전 포인트

올 12월 19일 치러지는 제 18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큰 틀의 경선 룰을 확정했다. 아직 세부 경선 규칙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남아있지만 총론이 정해진 만큼 여야가 정한 시간표대로 후보 선출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국민의 최대 관심사는 과연 누가 여야 대표선수로 나서며 누가 승자가 될 것이냐에 쏠려있다. 여야 대선 후보로는 현재 3~4명 정도가 가시권에 있지만 야권의 경우 여러 변수가 많아 섣부른 예단을 불허하고 있다.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는 새누리당의 경우 경선이 치러지긴 하지만 흥행과는 다소 거리가 멀듯 싶다. 그동안 비박 주자들이 완전국민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를 강력 요구했었지만 박 전 위원장이 당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현행 당규대로 당원과 국민참여 5:5로 확정했다. 이에 반발한 정몽준 전 대표와 이재오 의원이 경선불참을 선언하면서 맥빠진 경선 구도로 가고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김태호 의원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 안상수 전 인천시장이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박 전 위원장을 따라잡기에는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다만 차기 대권주자를 노린 2위 다툼이 예상되지만 국민들의 관심도가 낮은데다 당내 여타 잠룡들도 많아 경선 열기를 띄우기에는 역부족일듯 싶다.반면 통합민주당에선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상임고문이 지난 17일 전격 결선투표제를 수용함에 따라 경선 레이스가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우선 손학규·정세균 상임고문과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등이 결선투표에서 전략적 연대 가능성도 예견됨에 따라 예측불허의 상황이 예상된다.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맞붙은 지난 1970년 9월 신민당의 대선후보 경선때 1차 투표에서 YS(421표)가 DJ(382표)를 앞섰지만 결선 투표에선 이철승 후보의 부동표를 흡수한 DJ가 458표로 과반을 넘겨 410표에 그친 YS를 이겼다.하지만 민주당 대표주자로 선출되어도 야권 유력후보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안 원장과의 단일화 경선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기에 통합진보당 후보와의 야권 후보단일화 관문도 남아있다. 이럴 경우 범야권 대선후보 경선은 국민적 흥행몰이에 나서면서 대선 판도를 뒤흔들 메가톤급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여당과 범야권, 누가 12월 대선의 최종 승자가 될지 궁금증이 더해진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2.07.19 23:02

승자 독식주의

직선제로 대학 총장이 된 한 교수의 말이 떠 오른다. 선거가 끝나고 난 직후 곧바로 찬·반대자 명단을 없앴다고 했다. 승자로서 아량을 베푸는 시혜성 발언으로 들렸다. 그 이유는 명단 유무가 중요치 않다. 명단을 없앴다고는 했지만 머릿속 명단은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통상 지지자들은 후보가 내건 공약이 좋아서 아니면 인간적 매력에 끌려서 찍을 수 있지만 결국은 이해관계가 판단 기준이 된다.선거를 통한 권력의 획득 목적이 편가르기를 통한 밥그릇 챙기기다. MB가 고소영 내각이란 말을 들어가며 인사를 한 것도 선거 때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에게 보은차원에서 한자리씩 나눠 줬다. 선거직은 재선 하려고 자기사람 심어 표 관리하는 게 기본이다. 승자는 모든 권력을 독차지 하기 때문에 중간파나 반대자들은 국물도 없다. 오히려 밉보였다가는 핍박과 박해를 당할 수 있다.도내도 승자독식주의가 판친다.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모든 분야에서 선거 때 어느쪽으로 줄섰느냐로 엇갈린다. 주류와 비주류 개념도 똑같다. 어떤 공조직에도 영향력이 큰 사람은 뒷 배경이 있게 마련이다.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큰 소리 친다. 후보와 과실을 나눠먹는 사인데 무슨 말이 필요 하겠는가. 선거 때 돈 써가며 선거운동하는 것도 결국은 자기 몫 많이 챙기기 위해서다.지사나 시장 군수의 권한이 실로 막강하다. 도내는 의회와 집행부를 민주당이 장악,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먹이사슬 구조가 만들어졌다. 김완주지사도 민·관선 자치단체장을 17년간 오래 동안 하다 보니까 그를 가까이서 보좌했거나 선거 때 물불 안가리고 도왔던 사람들을 측근으로 많이 기용했다. 냉정히 살피면 그 사람들의 능력이 뛰어 나서 쓴 것이라기 보다는 선거 때 도와준 인간적 관계가 더 끈끈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측근이란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오래 호가호위(狐假虎威)하다 보니 김지사의 여론이 나빠졌다.전북은 각종 선거로 갈기갈기 찢겨 있다. 하나로 힘을 모아도 힘든 판인데 자치단체장들이 선거 때 자기를 도와준 사람들만 집중적으로 챙기는 바람에 지역이 분열됐다. 빈수레가 요란하듯 지금 전북 사회는 승자독식만 설쳐대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관변서 꿀단지 맛을 본 사람들은 전북을 이 지경까지 이르게 한 장본인들인 만큼 책임이 크다. /백성일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07.18 23:02

정동영 복기(復棋)

바둑이 끝난 뒤 수들을 하나하나 검토해 보는 것이 복기(復棋)다. 좋은 수를 두면 유리해지고 나쁜 수를 두면 불리해지는 인과법칙의 게임이기 때문에 복기를 통해 패배의 원인을 따져보는 것은 훌륭한 공부가 된다. 복기는 프로들이 제자를 가르칠 때 활용하는 가장 효과적인 지도법칙이기도 하다. 이창호 9단이 소년시절 조훈현 9단의 내제자로 입문했을 때 밥상머리에서 복기 지도를 받곤 했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일이다. 복기의 미덕은 어디 바둑뿐이겠가. 인생도,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동영 민주당 고문이 지난주 대선 불출마 뜻을 밝혔다. 한때 최대 조직을 거느렸고 대선 후보로서 날렸던 과거를 생각하면 힘든 결정이었을 것이다. 정 고문은 지난 대선에서 떨어진 뒤 '나는 부족한 대통령 후보였다'는 반성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참여정부가 좌회전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한다는 비판에 직면했을 때 모든 것을 걸고 대통령 앞에서 방향 전환을 주장하지도 못했다. 분양원가공개 공약이 좌초당할 때 반기를 들지 못했다. 한미FTA를 초고속으로 밀어붙일 때도 비켜서 있었다." 차기 대선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으리라. 몇차례 '악수(惡手)'도 두었다. 2009년 4.29 재보궐 선거때 자신의 원래 서울 지역구를 포기하고 고향에 내려와 손쉽게 당선됐다. 뼈를 묻겠다던 장수가 후방으로 내려와 보급품을 챙긴 격이다. 무관(無冠)의 고통을 견디지 못한 탓이리라. 또 대선후보까지 지냈으면서 당의 주문을 거스르고 무소속으로 출마, 공천후보를 거꾸러 뜨린 것도 거물스럽지 못한 처신이다. 이번 총선에서 지역구를 서울로 이전한 것도 막판 마지못한 결정 아니던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몽골기병' 답지 못한 행태들이다. 반성문을 쓴 뒤 정 고문의 행동은 달라졌다. 용산참사 현장을 찾아 적극적인 해결 노력을 기울였고 4대강 개발 반대와 한진중공업 사태 때도 열의를 보였다. 진정성과 존재감 두 포석 차원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마음을 비웠다. 정치인이 대중에게 잊혀진다는 건 곧 죽음이다. 이런 걸 극복하고 "한 발 뒤에서 정권 교체에 모든 것을 쏟아 붓겠다"고 했다. 훗날 복기에서 잘한 결정으로 해석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다. 정치이기 때문에 그렇다. 계산하지 않는 우직한 정치가 길게 보면 가장 좋은 길일 수 있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2.07.17 23:02

총장 직선제 폐지 논란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대부분의 국립대가 정부의 압박에 백기 투항한 가운데 일부 거점 국립대만이 외로운 투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대학도 돈과 권한을 쥔 정부의 당근과 채찍 앞에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다.총장직선제는 민주화의 산물이다. 이 땅의 민중들이 엄청난 희생을 치르며 1987년 6·29 선언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를 이끌어냈다. 덕분에 1991년부터 지방자치제가 실시됐고 대학들도 구성원이 총장을 직접 뽑게됐다. 그 때의 감격은 실로 컸다. 그러나 2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직선제의 폐단이 드러났다. 선거 과열로 대학이 정치판 못지 않게 된 것이다. 파벌과 논공행상, 줄서기가 횡행했다. 대학 개혁의 걸림돌이자 악마의 선물로 인식된 것이다. 곳곳에서 총장 직선제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터져나왔다.그러자 이명박 정부는 지난 해부터 직선제 폐지를 밀어부치기 시작했다. 총장 직선제를 고수하는 대학에는 교육역량강화사업 제외 등 돈줄을 죄어버린 것이다. 나아가 올 하반기 국립대 하위 15%를 가리는 구조개혁중점추진대학으로 지정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렇게 되자 전국 38개 국립대 가운데 32개 대학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손을 들었다. 남은 대학은 전북대 경북대 부산대 전남대 목포대 (방통대 제외)등 5곳 뿐이다. 이들 대학도 곧 가부를 결정해야 한다. 경북대와 부산대는 투표를 통해 57.7%와 58.4%가 '직선제 존치·개선안'에 손을 들었다. 그러나 대학본부와 교수회가 이를 인정하지 않거나 학칙개정을 둘러싸고 핑퐁을 치는 양상이다. 전남대는 총장 선거가 끝나자마자 검찰이 총장후보 연구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옥죄기에 들어갔다. 이제 관심은 전북대에 쏠리고 있다. 18~24일 찬반투표를 실시하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서거석 총장은 교수들에게 서신을 보내 "병자호란시 척화파의 명분론과 주화파의 현실론 사이에서 고뇌하는 심정"이라고 밝혔다. 책임자로서 고뇌를 이해할만하다.그러나 정부의 밀어부치기는 순서가 틀렸다. 대학 구성원들이 직선제 폐해에 대부분 공감하는 만큼 시한을 정해 방안을 스스로 선택토록 하는 게 먼저였다. 불과 2~3만 명의 자치단체도 선거를 치르는데 대학이 이 보다 못하진 않을 것이다. 이번 대선에서 선출방법에 대한 공론화를 거쳐 다음 정권에서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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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2.07.16 23:02

춤꾼 장금도

작은 키에 곱사등, 큰 얼굴위에 사팔뜨기 눈을 굴리고 손과 발을 뒤틀며 추는 춤. 그 춤을 우리는 병신춤이라 불렀다. 한 많은 생을 풀어내는 듯 한 그의 처절한 몸짓에 관객들은 웃고 울었다. 한 시대, 치열한 춤꾼으로 살았던 병신춤의 명인 공옥진선생이 세상을 떠났다. 올해 79세. 지난 98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그는 후유증과 노환으로 긴 투병생활을 해왔다. 그는 70-80년대, 고단한 삶에 지친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안과 힘을 주었던 진정한 예인이었지만 곤궁했던 노년의 삶을 외롭고 쓸쓸하게 보냈다. 그를 향한 깊은 애도의 물결을 보면서 우리 지역의 춤꾼 장금도선생을 떠올렸다. 그는 민살풀이 명인이다. 올해 나이 여든 넷. 군산에서 태어난 그는 열두 살 때 권번에 들어가 예기가 됐다. 춤과 소리에 빼어났던 그는 이름이 그 일대에 널리 알려질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김제 같은 인근지역에서 큰 잔치가 벌어지면 어김없이 초청 1순위로 꼽혔을 정도다. 대개 그런 잔치판은 2박3일 동안 이어졌는데, 어떤 잔치판에서는 임방울이 '쑥대머리'를 부르고 그가 민살풀이와 승무를 추기도 했다. 당시 일이 얼마나 많이 밀려들었는지 춤을 추다가 코피를 흘린 적 또한 여러 번이었다고 하니 그 인기세를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도 활동을 했지만 초등학교 다니던 아들이 '춤추는 엄마'를 부끄럽게 여기자 춤을 접었다. 아예 그 시절을 잊으려고 치마저고리 대신 바지만 입고 살았다는 그는 그래서 잊혀진 춤꾼으로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가 춤 무대에 선 것은 1980년대 이후다. 어머니가 춤추는 것을 싫어했던 아들의 뜻을 저버리기 싫어 무대에 오르는 것을 한사코 거절했지만 세상이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의 춤을 알아본 전문가들과 기획자들이 그를 다시 불러냈다. 그가 추는 민살풀이다. 민살풀이는 수건 없이 추는 살풀이춤이다. 그래서 수건 들고는 아예 춤을 추지도 않는다. 그의 춤을 발견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순서를 외워서 추는 것이 아닌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춤, 춤판마다 새로운 것이 솟아나는 춤'에 감동한다. 한 평론가는 '치맛자락을 잡는데 그 맵시가 다 춤이고, 움직임은 꼼꼼한 바느질과 같다며 장단을 따라가는가 싶으면 또 어느 순간 장단을 이끌고 있다'고 극찬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춤을 만나는 일은 이제 어렵다. 마음은 언제나 무대에 있지만 그는 이미 여든을 훌쩍 넘긴 노인이다. 게다가 그의 춤을 제대로 이어받은 제자도 없다. 어느 누구보다도 전통을 오롯이 계승한 춤꾼이지만 무형문화재로도 지정 받지 못한 쓸쓸한 노년의 삶. 그래서 더 안타깝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2.07.13 23:02

가계 부채

가계 부채문제가 심각하다. 지난 3월말 가계 부채 잔액은 911조4000억원. 여기에 가계 부채나 다름없는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이 지난 5월말 164조8000억원으로, 둘을 합치면 사실상 가계 부채는 1100조원에 육박한다. 가처분소득대비 가계 부채 비율은 165%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시작된 2007년 미국의 140%보다 높고 국가 재정위기에 처한 스페인의 130%보다도 훨씬 높다.사정이 이렇다보니 국내외 경고음이 잇따르고 있다.OECD(경제개발협력기구)와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한국의 가계 부채가 국가 디폴트상황에 빠진 스페인 그리스보다 심각하다고 경고한 데 이어 미국의 워싱턴 포스트(WP)도 엊그제 한국이 심각한 가계 부채로 유럽 재정위기 국가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고 강력 경고했다.가계 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커질수록 위기감이 고조되는 사람들이 있다. 은퇴후 대출받아 자영업에 나선 베이비부머들과 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무리하게 담보대출을 받은 부동산투자자, 부채 상환능력이 없는 저소득층과 고령층 등이 바로 그들이다.특히 50대 이상 고령층의 가계 부채는 2011년말 기준 424조원으로 2003년 말 157조원보다 170%나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가계 부채 증가율 90%보다 배 가까이 높다.자칫 일본처럼 부동산 하락으로 자산은 늘어나지 않는데 부채만 급증하는 '노후난민'이 우려된다. 3곳 이상 금융회사에 빚을 진 다중채무자도 2010년 3월말 120만명 수준에서 올 4월말에는 182만명으로 크게 늘어났다.이들의 연체율은 4.15%로 가계대출 평균 연체율의 5배에 달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주택담보대출. 올해 만기가 도래하거나 원금상환이 시작되는 주택담보 대출액이 80조원으로, 집값 하락에 따른 대출규모 축소로 차액 상환 여력이 없다면 악성채무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이처럼 가계 부채에 대한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이 우려되는데도 정부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게 큰 문제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서로 해결책을 마련하라고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실정이다.국민들 입장에선 답답하기 그지없다. 가계 부채가 부실화되면 금융과 정부 국민들까지 고스란히 그 부담과 피해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금 IMF나 금융위기의 뼈아픈 전철을 밟지 않도록 경제위기에 적극 대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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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12.07.12 23:02

전시행정

예나 지금이나 자치단체장들이 보여주기식 행정을 많이 한다. 민선 단체장들은 표를 먹고 살기 때문에 이 같은 전시행정을 밥 먹듯이 한다. 단체장들은 자나 깨나 주민들에게 일 많이 한다는 것을 알리고 싶어 한다. 민선 5기도 반환점을 돌았다. 이 시점에서 단체장들은 재·삼선에 도전하기 위해 조직을 추스른다. 김완주 지사의 3선 출마여부가 관심을 끌지만 출마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요즘 김완주지사가 각종 행사에 참석한 일이 부쩍 많아졌다. 일 욕심 많고 부지런하다는 평은 듣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실속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게 많이 새만금 관련 MOU를 체결해놓고 정작 기업서 투자 했다는 소식은 별로다. 속빈강정 같다. 전남은 불과 3년만에 여수엑스포 기반시설 투자비로 2조2000억을 쏟아 부어 엑스포를 치르고 있다. 이에 반해 91년에 착공한 새만금 사업은 20년간 보상비를 포함 2조2137억원을 투입했지만 장차 계획대로 끝날지 안갯속이다.전북이 새만금 사업 하나에만 매달려 있는 동안 타 지역들은 괄목할 만큼 발전했다. 이 같이 된 이유는 전북의 정치적 역량이 떨어진 탓이 크다. 김지사의 리더십도 한계에 도달한 느낌이다. 중앙정부에 말발이 먹혀 들지 않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누구 하나 나설 사람이 없다. 초선이 7명이나 되지만 이들을 이끌어 줄 역량 있는 중진이 없기 때문에 더 그렇다. 예전 같으면 한국정치를 대표하는 전북 출신 거물들이 수두룩 했지만 지금은 초라하기 그지없다.이 같은 상황에서 김지사가 뭔가를 도민들에게 보여 주기 위해 도정을 이끌지만 신통치 않아 보인다. 사실 김지사는 LH 유치 실패로 정치적 생명줄이 끝났다. 정작 자신은 책임짓지 않고 모든 걸 정부 여당 쪽으로 책임을 전가시켰다. 국회의원들과 함께 사죄의 큰 절 한번 올린 것으로 모든 책임을 면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상당수 도민들은 그 이후로 김지사를 신뢰하지 않는다.LH 유치 실패 이후 출구 전략으로 전주·완주 통합, 프로야구 10구단 창단 등을 끌고 가지만 모든게 여의치 않다. 지난 89년 고창군수를 시작으로 관선 남원시장, 민선 전주시장 2번, 도지사 연임을 통해 17년간 쌓아온 김지사의 이미지가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으로 그쳤다는 평 뿐이다.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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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2.07.11 23:02

닫힌 지갑

에피소드 한 토막. 영국의 대표적인 금융 경제학자인 케인즈(1883∼1946)가 미국의 워싱턴 D.C에서 친구와 함께 호텔에 묵었다. 친구가 손을 닦고 수건을 한장 쓰고 버리자 케인즈는 손을 닦은 뒤 수건을 두 세장이나 썼다. 그러면서 하는 말, "내가 이렇게 버려야 고용이 증대되고 불경기가 극복될 것이다." 불경기 때에는 가급적 모든 것이 더 소비될 수록 좋다고 믿었으니 케인즈가 이런 농담을 던질 만도 하겠다.케인즈는 불경기를 극복할 대책으로 이자율 인하와 정부 재정의 적자 운영을 통한 수요 극대화, 소득의 재분배를 통한 소비성향 증대 세가지를 들었다. 앞의 두가지는 세계적 대공황을 경험한 탓이라 투자 유인 쪽에 무게를 둔 것이지만 인플레이션이라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뒤의 것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소득 재분배는 적극 장려해야 할 정책적 수단이다. 경기가 매우 좋지 않은 모양이다. 제조업도 그렇고 자영업자들도 모두 울상이다. 작년보다 더하다는 푸념이 나온다. 가히 세일천국이랄 정도로 길거리 상점마다 세일 표시가 내걸려 있다. 심지어는 유명 브랜드 제품을 70∼80%까지 세일하는 곳도 있다. 그런데도 매상이 오르지 않는다. 로드샵은 물론이고 백화점 경기도 마찬가지다. 국내 모든 백화점이 사상 처음으로 한 달간 동시 세일에 들어가 있다. 극히 드문 일이다. 그런데도 소비자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는다. 백화점 관계자는 "불황도 이런 불황은 처음이다. 고객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고 말했다. 엊그제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수지동향에 따르면 도시근로자 중 소득 상위 10%, 이른바 부자들의 소비(월 401만원)도 전년비 1.9%나 줄었다. 98년 외환위기와 2002년 카드사태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부자들의 닫힌 지갑은 내수를 위축시켜 경제 전체의 활력을 떨어뜨린다. 심리적 위축으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하물며 서민은 더 말해 뭣하랴. 주유비, 생필품값, 집값 등 월급만 빼고 모든 게 다 올랐다. 서민은 여력이 없어 지갑을 열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래저래 상대적 빈곤감만 커질 뿐이다. 정치인들은 저마다 경제전문가를 자처하고 나선다. 국민생활을 책임지겠다고 떵떵거린다. 5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다. 그런데도 우리 경제는 왜 이 모양인지 원….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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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2.07.10 23:02

군산공항

군산공항은 1934년 태평양 전쟁을 앞둔 일제가 옥서면 바닷가에 일본군 조종사 양성시설인 '다쓰하라 비행학교'를 건설하면시 시작됐다. 비행장 건설에는 정읍과 고창, 순창 등지의 주민들이 강제 동원되었다. 조종사는 모두 일본 지원병, 정비병은 인근 청년들이 취업했다. 쌍엽기 20여 대와 300여 명이 주둔했다.군산공항은 대구나 부산공항보다 앞서 건설되었다. 대구국제공항은 1936년 일본 공군비행장으로, 김해(부산)국제공항은 1940년 일본 육군비행장으로 출범했다. 군산공항은 1945년 일본군이 철수하자 미군이 접수했다. 한국전쟁을 거친 후 태평양 공군사령부 예하 7공군 제8전투비행대대에 소속되었다. 주한미군은 이곳을 USA 캘리포니아 울프팩(Wolf Pack)이라 부른다. 더불어 우리나라 공군소속 제38전투비행전대도 배치돼 있다.민간항공시대는 1970년 대한항공이 군산-김포 노선에 취항하면서 열렸다. 미 공군 비행장에 더부살이를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 오일쇼크로 인해, 1974년 공항이 폐쇄되고 운항을 중단했다. 18년의 세월이 흐른 뒤 1992년 공항 재개항과 함께 대한항공이 다시 군산-김포노선에 취항했다. 이어 1996년 아시아나항공이 군산-김포, 군산-제주 노선에 취항했다. 이후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탑승률이 크게 떨어지자 아시아나항공이 2001년 철수했고 대한항공도 2002년 군산-김포노선을 중단했다. 그런 가운데 2009년 전북을 거점으로 하는 이스타항공이 창립돼 군산-제주노선에 취항,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군산공항은 우리나라 15개 공항(국제공항 8개, 국내공항 7개) 가운데 유일하게 미군이 소유권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 땅인데도 시설확장 등에 미군의 양해를 구해야 한다. 또 걸핏하면 이착륙 요금을 올려달라고 해서 울며겨자 먹기로 올려주곤 했다.이같은 상황에서 전북도가 새만금사업 투자유치와 관광을 위해 국제선 취항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미군은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들어 난색을 표하고 있다. 특히 중국 민항기가 드나드는 것을 전략적 차원에서 탐탁치 않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광주 전남마저 무안국제공항의 승객을 뺐긴다며 발목을 잡고 있다. 장기적으로 새만금신공항 건설이 해답이다. 하지만 우선 당장 이를 해결하는 일이 쉽지 않아 걱정이다./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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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2.07.09 23:02

경기전 유료화

경기전 관람료 유료화가 빠르게 정착되고 있단다. 전주시가 유료화 시행 한달 성적표로 발표한 결과다. 숱한 논란과 우려를 딛고 시행을 강행했던 전주시로서는 다행이다 싶었을 법하다. 전주시는 '빠른 정착'의 공을 국보로 승격된 태조어진 전시와 체험 프로그램으로 돌리고 있다. 보도된 내용으로만 보면, 유료화를 두고 제기됐던 논란 자체가 그야말로 기우였거나 의미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전주시는 그동안 무료로 운영됐던 경기전 관람객 수에 대한 정확한 분석자료조차 없다면서도 관람객들이 유료화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기준을 온전히 관객수 집계에만 의지한 결과다. 유료화에도 경기전 관람이 인기인 것은 전주한옥마을이 세계적 관광명소가 되면서 관광객들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고, 조선왕조 발상지가 갖는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생생히 느끼려는 관람객들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란 뻔 한 해석까지 덧붙였다. 아전인수식 해석도 그렇지만, 불과 한 달동안의 관람객 숫자만으로 유료화 성공 가능성을 자신하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이쯤 되면 관람객 인식조사도 없이 이런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 용기는 또 어디서 나오는지도 궁금해진다. 경기전은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놓칠 수없는 답사지다. 지난달에는 '태조어진'이 국보로 승격돼 그 의미는 더 커졌다. 그래서다. 여전히 풀지 못하고 있는 '태조어진' 구본 발굴의 과제가 더 무겁게 느껴지는 것은. 경기전의 태조 이성계 어진은 1409년 전주부의 요청으로 경주 집경전본을 모사해 1410년에 전주부에 봉안한 것이다. 이 태조 어진은 이후 1763년 한차례 수리과정을 거쳤지만 1872년 그 소임을 다하고, 현재 경기전에 봉안된 태조 어진이 새로 제작됐다. 여러 사료들은 이 어진 구본(舊本)이 경기전 안에 묻혀있다는 기록을 남겼다. 이견이 있기도 하지만 연구자들은 '경기전 구본은 신본을 모신 후에 세초하여 본 전각의 북쪽 섬돌 가에 매안했다'는 「조선왕조실록」기록을 주목하고 있다. 조선시대 태조 어진은 왕의 존재 그 자체였다. 구본의 의미 또한 그만큼 각별하다. '태조 어진' 전주 봉안 600주년이었던 2010년에는 어진 구본 발굴 작업 논의가 제법 진전되었지만, 결국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발굴 자체에 대한 논란이 분분한 탓이다. 역사유물은 발굴만이 능사는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 실체를 확인하는 일은 중요하다.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들에게 역사를 존중하는 힘으로 작용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경기전 유료화 목적이 역사를 존중하는데 있다면 이런 과제부터 푸는 일이 우선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2.07.06 23:02

농촌유학

정읍 칠보에 있는 수곡초등학교. 면 소재지도 아닌 산골짜기에 위치한 전형적인 산촌학교다. 개교한지 50여년이 넘었지만 지난 2004년 전교생이 20명에 불과, 한때 폐교될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이 학교에 다니면 아토피가 낫는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도시 학생들이 하나 둘씩 전학해와 8년 만에 학생수가 6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 초등학생 103명, 유치원생 13명 등 모두 116명이 한 울타리에서 공부하고 있다. 덕분에 인근에 있는 칠보중학교도 지난해 수십년 만에 처음으로 한 학년을 두 학급으로 증설 편성했다. 산골학교가 자연생태 환경을 활용한 전원학교로 탈바꿈하면서 학교가 살아나고 지역이 살아나는 기적을 일으켰다. 임실 신평에 있는 대리초등학교도 지난 2009년 입학생이 한 명도 없는데다 전교생이라야 모두 17명에 불과했었다. 하지만 농촌학교를 살리기 위해 교사 3명이 지역으로 이사를 오고 마을주민들이 내놓은 땅에 군비 2억원을 들여 농촌유학센터를 만들면서 20여명의 도시학생이 거꾸로 시골로 유학을 왔다. 아예 귀촌·귀농한 가정도 10가구나 된다. 현재 대리초등학교는 초등학생 72명과 유치원생 12명 등 모두 84명으로 늘어나 활기가 넘치고 있다.완주 삼우초등학교 익산 성당초등학교 진안 장승초등학교 장수 동화분교 등도 농촌유학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학교들도 부러워하는 농촌학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우리나라 농촌유학의 첫 사례는 지난 2006년 섬진강 시인 김용택 선생을 통해 유명해진 임실 덕치초등학교의 '섬진강 참 좋은 학교 프로젝트'다. 2007년에는 완주 고산에 전국 최초로 농촌유학센터가 설립되면서 전라북도가 전국 농촌유학의 1번지로 부상했다. 현재 전국의 농촌유학센터 35곳중 도내에서만 9곳이 운영중이다. 지난해 전국의 농촌유학생 355명 가운데 30%에 가까운 100여명이 도내 학교를 선택했다. 이처럼 농촌유학이 인기를 끌자 전북도가 최근 광역자치단체로는 처음 농촌유학지원센터를 열었다. 원스톱 상담전화를 개설하고 도시민들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마케팅에 나서는 한편 7∼8월 전국 시도교육청 팸 투어와 10월에는 농촌유학 박람회도 열 계획이다. 아이 울음소리가 끊겨진 우리 농산어촌이 농촌유학을 통해 어린이들 웃음소리가 넘치는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오고 있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2.07.05 23:02

총장직선제

지난 70~80년대 초까지만해도 도내와 타 지역 우수학생들이 전북대를 많이 다녔다. 학비와 하숙비 부담으로 서울대와 연·고대 상위학과를 진학하지 않을 바에는 전북대를 갔다. 그 당시 고시 합격자 등을 많이 배출 전북대가 한수(漢水) 이남의 명문대학으로 통했다. 지금과 달리 취직도 잘 되었다. 경제 성장에 따른 고급 인력 수요가 는 탓도 있었지만 전북대 졸업생들이 취직하려고 실력을 드높인 결과였다.정부의 수도권 편향정책이 계속되면서 수도권 대학으로 쏠림현상이 가속화, 우수한 학생들이 지방대로 유입되지 않고 빠져 나가는 현상이 발생했다. 예전 같으면 경쟁 상대도 아니었던 서울 사립대 등이 대학 평가에서 전북대를 앞지르면서 어려움에 봉착했다. 이는 비단 전북대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다행히도 서거석 현 총장이 총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학교 경쟁력이 강화돼 예전의 위상에 상당 부분 근접했다. 교수들의 연구경쟁력은 물론 취업율과 장학금 지급에서 앞서 갔다.하지만 최근 전북대가 총장직선제 폐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이유는 교육과학기술부가 거의 강압적으로 총장직선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장 직선제의 장·단점은 그간 20년간 경험을 통해 들어 났다. 대학행정의 투명성과 자율성을 강화해온 면이 크다. 정치권을 뺨치는 혼탁, 편가르기와 논공행상의 보직인사가 대학 사회를 분열시켰다. 교직원의 표를 얻어 당선된 직선제 총장은 구성원들의 눈치를 봐야 하므로 학내문제 개혁에 손댈 수 없었다.직선제를 도입했던 다수 사립대는 갖가지 폐해를 경험한 뒤 직선제를 폐지했다. 대부분의 국립대는 정부의 전방위 압박에 백기를 들었다. 전체 38곳 중 32곳이 직선제를 폐지했다. 현재 남은 곳은 전북대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목포대 등이다. 국립대 길들이기란 비난도 나오지만 대학경쟁력을 강화하려면 불가피한 조치다. 구조개혁 중점 추진 대학으로 선정되면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간다. 돈줄 죄고 있는 정부를 전북대가 이겨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1~2점 차이로 구조개혁 대상에 들거나 빠질 수 있기 때문에 100만점 중 5점을 차지하는 직선제는 폐지돼야 마땅하다. YS정권 때 준칙주의에 따라 마구 대학을 설립해주고 불과 20년도 못 돼서 학령인구 미달로 구조 조정을 들먹인 정부가 병주고 약 주는 것 같아 야속할 뿐이다. /백성일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07.04 23:02

처량한 58년 개띠 세대

58년 개띠 해/ 오월 오일에 태어났다, 나는/ 양력으로는 어린이날/ 음력으로는 단옷날/ 마을 어르신들/ 너 좋은 날 태어났으니 잘 살거라고 출세할 거라고 했다/ 말이 씨가 되어/ 나는 지금 '출세'하여 잘 살고 있다/ 이 세상 황금을 다 준다 해도/ 맞바꿀 수 없는/ 노동자가 되어/ 땀 흘리며 살고 있다/ 갑근세 주민세/ 한 푼 깎거나 날짜 하루 어긴 일 없고/ 공짜 술 얻어먹거나/ 돈 떼어먹은 일 한번 없고/ 어느 누구한테서도/ 노동의 대가 훔친 일 없고/ 바가지 씌워 배 부르게 살지 않았으니/ 나는 지금 '출세'하여 잘 살고 있다.서정홍 시인의 '58년 개띠'라는 시다. 1992년 전태일 문학상을 수상한 노동자 시인이다. 현장 노동자의 눈으로 본 세상, 거짓 없이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시로 담아내고 있다. 58년 개띠인 그는 자신의 상황을 빗대, 한 눈 팔지 않고 땀 흘리며 살아온 근로자들의 정직한 삶이야말로 진정한 출세라고 읊고 있다. 58년 개띠는 베이머부머(1955년~63년생)의 중간쯤 된다. 시인은 58년 개띠를 상징어로 택했지만 베이비부머들이 모두 그러한 삶을 산 세대다.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끌어 왔고 경제동력을 창출한 세대들이다. 산아제한정책 전에 태어난 이들로 대략 713만명쯤 된다. 전체 인구의 15%에 이르고 취업자 532만명 중 급여근로자는 약 320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그런데 한국 경제의 중추세력이었던 이들의 은퇴가 본격화되고 있다. 대기업과 금융기관, 공기업은 물론이고 중소기업 종사자까지 자의반 타의반으로 은퇴를 맞고 있다. 방 뒷구석에 쳐박아 두는 직장도 있고 일감을 주지 않는 곳도 있다. 한창 때 단물 빼먹고 고임금 근로자가 되니까 방출하는 격이다. 임금 피크제를 적용하는 직장은 그나마 나은 경우다. 문제는 노후 대비가 부실하다는 데에 있다. 생활 취약계층으로 전락하는 등 사회문제화될 수도 있다. 대량 은퇴에 따른 세수 축소와 복지비용 증가, 숙련 노동력 퇴직으로 인한 기업경쟁력 약화 등의 역기능도 우려된다. 그냥 놔두었다간 엄청난 사회·경제적 비용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일을 위해 살았지만 조기 퇴직당하고 막판 갈 곳도 없는 베이비부머들이 처량하다. ·세금 꼬박꼬박 내고 돈 떼먹지 않고 성실하게 살아온 대가 치고는 세상이 너무 고약하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2.07.03 23:02

내장산 깃대종 비단벌레

1973년 신라 고분 중 가장 규모가 큰 경주 황남대총 발굴 때 일이다. 고고학자들은 금동 말안장 뒷가리개에서 영롱한 빛이 비치자 일손을 멈추었다. 실로 눈부셨다. 영롱한 빛은 다름아닌 비단벌레 날개였다.나중에 조사한 결과 이 장식품은 목심 2개를 접합한 뒤 백화수피(자작나무 또는 산벗나무 껍질) 2겹을 깔고 그 위에 세로 방향으로 비단벌레 날개를 촘촘히 깔아 붙인 것이었다. 그 위에 금동 맞새김판을 덮고 테두리를 감싸 못으로 고정시켰다. 이를 다시 복원해 보니 1000 마리 분의 비단벌레 날개가 필요했다.(KISTI의 과학향기)비단벌레 날개는 신라시대 왕릉급 무덤인 황남대총 뿐 아니라 금관총에서 출토된 화살통, 발걸이, 허리띠 꾸미개 등의 유물에서도 발견됐다. 또 고구려 진파리 고분에서도 출토되었다.이처럼 왕실에서 비단벌레 장식을 좋아한 것은 황금빛의 금동판과 비단벌레 특유의 화려한 초록빛 광택이 어울렸기 때문이다. 최상의 공예품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비단벌레는 '왕의 곤충'으로 불렸다. 더불어 비단벌레 장식을 옷 같은데 달고 다니면 증미(增媚·성욕을 증가시킴), 미약(媚藥)이라 하여 선호했다. 이같은 비단벌레는 한국과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에 걸쳐 폭넓게 분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 멸종위기에 몰려 있다. 이에 따라 환경부에서는 2008년 천연기념물 496호로 지정했다.현재 비단벌레는 변산반도 내소사 일대와 해남 두륜산과 완도, 전남 백양사, 국립공원 내장산과 고창 선운산 등에서 확인되고 있다. 특히 국립공원관리공단은 내장산의 깃대종으로 진노랑상사화와 함께 비단벌레를 지정했다. 깃대종은 특정지역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을 일컫는다.우리나라 국립공원은 19개 지역에서 식물 18종과 동물 19종 등 37종을 깃대종으로 지정하고 있다. 지리산은 히어리와 반달가슴곰, 설악산은 눈잣나무와 산양, 다도해해상은 풍란과 상괭이, 덕유산은 구상나무와 금강모치, 변산반도는 변산바람꽃과 부안종개 등이다. 때 마침 내장산국립공원사무소와 (주)한국유용곤충연구소가 자연생태계와 생물다양성 보존, 멸종위기 곤충 서식지 보호와 개선 등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비단벌레와 같이 소중한 멸종 위기 곤충들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2.07.02 23:02

역사도시 나라의 기념사업

710년 고대 일본인들은 나라(奈良)에 수도 헤이죠우코우(平城京)를 건설했다. 불교를 보호했던 국가는 이곳에 많은 사원을 세워 불교를 번성시켰다. 74년 후인 784년, 수도가 다시 교토로 옮겨졌지만 사원은 그대로 남았고 나라는 불교문화를 꽃피웠다. 수많은 사찰과 신사가 도심에 그대로 남아 있는 나라는 지난 2010년, 천도 1300주년을 맞아'평성천도 1300년 기념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다. 정작 그 해에 나라를 가보진 못했지만 준비가 한창이던 2007년 나라를 답사한 적이 있다. 그때 나라현과 나라시, 그리고 전문가들과 시민단체들이 진행하고 있던 기념사업 준비과정은 놀라웠다. 기념사업은 단순히 옛 역사를 반추하며 기리는 차원의 것이 아니었다. 지역주민들의 대대적인 참여로 이루어지는 기념사업은 과거를 복원하는데 만 집착하지 않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세계 속의 역사 도시로 나아가겠다는 원대한 꿈을 실현하는 통로로 자리 잡고 있었다. 관과 민이 의지를 모으고 나선 덕분에 활기가 넘쳤던 나라는 역사와 전통문화의 가치를 어떻게 발견하고 실현해나가는지를 보여주는 도시의 모범이었다. 나라현이 대대적으로 준비했던 '평성천도 1300년 기념사업'은 나라를 역사와 문화를 통해 세계의 사람들이 모이는 교류 중심지로 만드는 것이었다. 기념사업은 3개. 세계문화유산인 '헤이조궁'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역사와 문화를 만나고 즐기며 교류하는 국제적인 이벤트 '역사문화의 제전', 역사와 문화를 통해 다채로운 교류 활동을 전개하는 중심공간으로 나라현을 조성하는 '역사문화의 국제교류지역 형성', 새로운 교류 무대로 '다시 소생하는 헤이조궁 복원'이다. '고대의 수도에서 인간과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하면 세계의 미래가 보인다'는 슬로건 역시 천도 1300년 기념사업이 무엇을 지향하는지를 명쾌하게 담고 있었다. 이 사업을 주관하고 있던 나라현의 관계자는 기념사업 취지를 "일본의 역사와 문화를 되새겨 다음 세대로 계승하는 새로운 문화와 교류를 창출하는 감동의 무대를 만드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1998년부터 천도 1300주년을 기획해 준비해온 나라는 기념사업을 2010년에만 집중하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20~30년의 장기적인 계획으로 짰다. 물론 2010년, 대대적인 역사문화제전이 펼쳐졌던 나라에 세계 여러 도시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러나 눈여겨보게 되는 것은 따로 있다. 천도 1300년을 기념해 세운 20~30년 단위의 장기 플랜 추진이다. 일회성 단기성 이벤트와 행사 중심 사업들이 넘쳐나는 우리에게는 더욱 그렇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2.06.29 23:02

워킹맘

몇 해 전 지상파 TV드라마 가운데 '워킹맘'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된 적이 있었다. 그동안 커리어 우먼으로서 화려한 모습으로만 비쳐졌던 워킹맘(workingmom·일하는 주부)이 직장과 가정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일상을 실제적으로 보여줘 일하는 여성들의 많은 공감대를 형성했었다. 일 뿐만 아니라 가사와 출산 육아 등 매일 같이 워킹과 맘 사이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워킹맘의 실상은 어떨까.지난 26일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12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워킹맘 10명 중 3명은 직업과 건강 경제상황 등 자신의 삶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만족하는 비율은 24.1%에 불과했다.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는 워킹맘(55%)보다 전업맘(61.2%)의 만족도가 높았고 자녀와의 관계 또한 워킹맘(70.2%)보다 전업맘(72.1%)의 만족도가 높았다.워킹맘의 삶의 질은 전업맘보다 더 열악했다. 맞벌이 여성의 23.1%가 아침식사를 걸렀으며, 21.6%가 적정수면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전업맘에서는 이 비율이 각각 18.9%, 19.7%로 워킹맘보다 낮았다. 운동에서는 차이가 더 뚜렸했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비율은 워킹맘이 26.4%로 전업맘 42.1%보다 15.7%포인트가 낮았다.지난해 연령별 여성경제활동참가율을 보면 25∼29세가 71.4%로 가장 높다가 30∼39세 구간에선 55.4%∼55.6%로 뚝 떨어졌다. 출산과 육아 부담 때문에 직장을 그만 둔 워킹맘이 많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세계 각국의 성 평등 순위를 매긴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는 세계 135개국 가운데 107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특히 경제분야에 있어선 117위로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개발한 여성권한척도는 2009년 전 세계 93개국 가운데 68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우리나라의 여성경제활동 인구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도 사회적 인식과 환경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가사와 육아는 여성 몫이라는 가부장적 사고가 여전한데다 같은 여성임에도 어머니들의 딸과 며느리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가정과 직장 일 모두 완벽하길 바라는 슈퍼맘신드롬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 땅의 워킹맘들은 더욱 고단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2.06.28 23:02

꿀먹은 초선의원

농심이 타들어 간다. 택시 전면 파업에 이어 전국 화물 연대가 운송료 인상과 유류비 인하 등을 요구하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갔다. 요즘 비가 오지 않으면서 부쩍 살기가 힘들어졌다고 하소연들을 한다. 물가는 오르지만 돈벌이가 안좋기 때문이다. 어느때든지 돈 없는 서민들이 어렵게 살기는 매 한가지였다. 하지만 이 정권들어 더 못살겠다고 아우성들이다. 국민들이 이토록 고통 받고 있는데도 국회의원들은 일도 안하면서 꼬박 세비만 받아 챙겼다.국회의원 한테는 무노동 무임금이 안 통한다. 일도 안하면서 200여가지나 되는 특권만 누린다. 도내 초선의원 7명도 똑같다. 국회를 열라고 당당하게 요구할 줄 알았지만 당리당략에 따라 모기 소리도 못내고 있다. 국회의원으로 뽑아주면 마치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이야기하던 그 사람들이 왜 목소리를 못내는가. 당 지도부 눈밖에 나면 미운털이 박혀 국회의원 해먹기가 힘들어서 그런가.초선들은 다선들과 뭔가 달라도 달라야 한다. 도민들이 지난 4.11 총선서 세대교체를 통한 물갈이를 해줬으면 그 깊은 뜻을 헤아려 의정활동을 잘해야 했다. 당 지도부를 향해 국회를 열라고 하이킥을 날렸어야 했다. 그런 패기가 없으면 국회의원 배지를 떼야 한다. 초선들은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뻔질나게 배포하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면피용 밖에 안된다.지금 국회가 대선 볼모로 잡혀 있다. 여야가 대선 때 유리한 국면을 만들기 위해 상임위원장 배분서부터 샅바싸움만 벌인다. 민생문제는 뒤전으로 밀린지 오래다. 말로는 서민들의 생계를 돕겠다고 하지만 그건 한낱 구두선으로 그쳤다. 도내 국회의원들은 국회도 열리지 않고 있는데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가. 이런 때는 직접 농촌 들녘으로 찾아가 가뭄 피해 실태를 파악해서 정부로 하여금 대책을 마련토록 촉구해야 했다. 의원은 항상 지역구민 속에 있어야 한다. 지역민들이 무엇을 원하고 바라는가를 신속하게 파악해서 해결책을 모색해줘야 한다. 좋은 양복 입고 비싼차나 타고 다니면서 목에다 힘주고 맛 있는 음식이나 먹는 사람이 돼선 안된다. 국회의원 되기 전 그 절박했던 마음이 잠시도 변하면 안된다. 도내 초선들은 그간 여의도 길 찾기도 힘들 시간이었겠지만 그래도 할말은 하는 선량이었으면 한다. /백성일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06.2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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