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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귀촌

10년 전 일이다. 정년 퇴직하면서 시 외곽에 조성된 전원마을에 입주했던 A씨가 불과 1년여 만에 아파트로 '유턴'하고 말았다. 경치 좋고 공기 맑은 시골에서 유유자적하겠다는 그의 낭만을 산산조각 낸 것은 '풀 뽑기'였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경기 침체와 맞물려 연간 30만 명에 달하는 베이비부머들의 은퇴가 본격화하면서 3년 전부터 농촌에 정착하려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급격한 산업화 시절, 많은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서 못살겠다며 호미, 삽 다 내던지고 떠났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농촌 공동화를 우려하던 정부와 자치단체는 농촌 활력과 은퇴 세대 문제 해결 등을 기대하며 환영하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김춘진 의원이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아 최근 발표한 '전국 시군구별 귀농귀촌 현황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귀농귀촌이 가장 많았던 곳은 경북(4,184가구)이었다. 3238가구가 들어온 전북은 전남(3925가구) 등에 이어 다섯 번째였다. 올해 상반기만 따지면 전북의 귀농귀촌 가구가 1380가구로 충북(2085가구)에 이어 전국 2위였다. 전국 시군 중에서 가장 선호되는 귀농귀촌 지역은 고창군이었다. 지난 2010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모두 1032가구가 들어왔다. 최근 귀농 귀촌은 큰 흐름 같다. 지난 2010년 4067가구였지만, 2011년엔 1만503가구로 급증했고, 올 상반기에 벌써 8706가구가 시골행을 택했다. 귀농 귀촌자들은 대부분 도시생활이 싫어서, 지겨워서, 직장을 잃어서, 병을 얻어서 등의 이유로 도시를 탈출하고 있다. 새 희망을 농촌에서 보겠다는 것이다. 이에 자치단체마다 귀농 귀촌을 꿈꾸는 사람들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농사는커녕 잡초 제거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 큰 용기가 될 것이다.이에 맞춰 정부도 내년 귀농 귀촌 관련 예산을 대폭 늘렸다고 하니 환영할 일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6일 도시민들의 귀농ㆍ귀촌 활성화를 위해 내년도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28% 늘린 812억원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귀농 창업ㆍ주택구입자금 지원 예산이 700억원, 도시민 농촌유치사업 예산이 41억원, 맞춤형 귀농ㆍ귀촌 교육사업 예산이 21억원이다. 다만 지난 16일 전북도 국감에서 지적된 것처럼 일부 미온적인 행정적 지원 시스템은 개선해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2.10.18 23:02

도민들의 고민

참으로 이번 대선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 선거를 두달 남겨놓고 당락이 점쳐지지 않고 있다. 빅3가 계속 완주할 것인가 아니면 야권 단일화를 통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 야권 단일 후보로 갈 것인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종전 같으면 이쯤되면 여야 대결로 압축돼 있었다. 왜 이번 선거가 안갯속으로 빠져들까. 이유는 간단하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변수가 아닌 상수로서 국민들의 높은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도민들은 지난번과 달리 이번 대선에 부담이 덜하다. 지난 대선 때는 정동영 후보가 출마한 관계로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었다. 무작정 그를 밀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엔 상황이 다르다. 영남 출신 가운데 한명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이 자유로워졌다. 새누리당 박후보는 TK의 본산인 대구며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PK의 경남,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부산이다. 지역으로 보면 TK대 PK 대결구도다.그간 도민들은 새누리당 후보를 뚜렷한 이유없이 밉게 여겨 표를 안찍었다. 정동영 후보가 출마한 관계로 이명박 후보가 9.04% 밖에 표를 얻지 못했다. 마의 두자릿수를 넘지 못했다는 사실만 각인시켰다. MB정권 5년 동안 전북의 설계는 사실상 그날 개푯날밤 끝났다. MB한테 15% 정도만 줬어도 전북이 이렇게 푸대접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선거 때 SD(이상득)을 중심으로 상당히 공을 들였기 때문에 두자릿수는 넘길 것으로 예견했다. 결과는 역시나 아니었다.최근들어 민주당 정서가 강한 전북에서 문 후보에 호의적이지 않고 냉랭해졌다. 지난번 문 후보가 전북 방문 때 사과했지만 진정성을 엿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용광로 선대위를 꾸렸다고 자랑하지만 도민들은 무소속 안철수 후보쪽으로 이탈자를 방지하려는 것으로 밖에 보지 않고 있다. 예전 같으면 묻지마라 갑자생처럼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대세를 이룰 시점이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민주당이 지역서 신뢰를 잃었고 식상했기 때문이다.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선거전략인지는 몰라도 후보가 된 이후에 전북을 찾지 않고 있다. 지역감정을 무너뜨린다는 국민대통합 선거전략이 꺼꾸로 가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지금 같으면 박 후보 지지가 나아질 기미가 없다. 상당수 도민들은 문후보와 안후보 놓고 누구로 단일화 해야할지 목하 고민중이다. 백성일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10.17 23:02

프로야구와 제10구단

4월7일 개막된 올해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대단원의 막을 내리고 한국시리즈라는 마지막 관문만을 남겨두고 있다. 올 시즌은 역사에 남을 대기록이 작성됐다. 초·중반 넥센 돌풍을 비롯해 치열한 순위 다툼이 이어지면서 720만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사상 첫 700만 관중 돌파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첫해 140만명으로 출발한 뒤 31년 만의 일이다. 이제 프로야구는 미국이나 유럽의 프로스포츠 못지 않는 국민스포츠로 뿌리내렸다. 입장수입만 620억원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체 광고수입도 연간 200억원이 넘는다. 82년 출범 당시 3억원이었다고 하니 괄목할만한 발전이다. 그만큼 프로야구의 경제적 파이가 커졌다는 방증이다. 프로야구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경기력 향상과 시설개선, 마케팅효과를 들 수 있다. 하지만 '야구장 문화'의 흡인력 때문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예전엔 야구장이 경기를 보기만 하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볼거리와 먹거리가 풍부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함께 찾는 사교 마당이자 피켓을 통해 의사를 표현하는 소통 공간이기도 하다. 승패에 연연해 하기 보다는 야구장의 분위기 자체를 즐긴다.관중 700만명 돌파를 기점으로 프로야구계가 더욱 분발해야 한다. 열악한 구장환경을 개선하는 등 인프라 확충에 신경을 써야 한다. 또 구단주들의 자세변화도 과제다. 구단주들은 지난 6월18일 제10구단 창단 보류 결정을 내려 많은 야구팬들을 실망시켰다. 선수협회가 올스타전을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하자 "연내 이사회를 열어 10구단 창단 문제를 다루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10구단 체제는 필연이다. 당장 내년부터 운영될 9개 홀수구단 체제는 게임진행, 선수운영 등 많은 문제가 따른다. 또 창단 유보는 공정거래법 위반이라는 지적도 있다.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는 팬들에 대한 보답이자 리그 운영상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대기업 구단주들은 빗장을 걸고 있다. "한 수 아래급들과는 같이 놀지 않겠다"는 구단주들의 이기주의 태도 때문이다. 중소-대기업간 동반성장은 스포츠라고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후보 등 대선 주자들도 이 문제에 대한 시각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내달로 예정된 KBO 이사회가 주목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2.10.16 23:02

유형원 탄생 400주년에는

10월 들어 전북에서 실학과 관련된 학술대회가 두차례 열렸다. 하나는 순창군에서 열린 '여암 신경준선생 탄신 300주년기념 국제학술대회'요, 또 하나는 전북도청에서 열린 반계 유형원 선양사업 포럼이다. 모두 전북에서 출생했거나 전북에서 활동한 걸출한 실학자에 대한 새로운 조명이라는 점에서 자못 의미가 크다.조선 실학의 비조(鼻祖)로 꼽히는 유형원은 1622년에 태어났으니 10년 후면 탄신 400주년이다. 그리고 신경준은 1712년 생이다. 300-400년 전에 태어난 이들은 그 동안 중앙학계에서 상당한 연구 성과가 발표되었으나 정작 그들이 활동했던 이 지역에서는 대접이 소홀한 편이었다. 유형원에 대해서는 그래도 몇 차례 학술대회가 있었으나 신경준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근래들어 이들의 가치를 알아 본 이는 국학자인 위당 정인보다. 정인보는 "조선 근고의 학술사를 종합해 보면 반계가 1조(一祖)요, 다음이 이익, 그 다음이 정약용이다"고 실학의 위계를 정리한 바 있다. 또한 정인보는 1934년 7월 석전 박한영, 민세 안재홍 등과 함께 남쪽 지방을 여행하며 동아일보에 남유기신(南遊寄信)을 연재했다. 그 때 순창의 여암 고택(古宅)에 들러 "여암이 남긴 저술이 사람 키만큼 쌓였건만 사람들이 귀한 줄 몰라 좀이 쓸고 쥐가 갉아먹고 있는" 현실에 가슴 아파했다. 그는 이를 수습해 1939년 '여암전서'를 활자본으로 간행했다.그는 여암전서 총서에서 "만약에 여암선생이 그 때 정부의 대권을 잡을 지위에 쓰여서 그 재주를 다 발휘하여 실시케 할 수 있었던들 (중략) 한 선비의 등용됨과 버려짐이 세상의 흥망과도 관계가 얼마나 큰가"하고 여암을 높이 평가했다. 이는 숙종 때 우의정을 지낸 허목이 유형원을 일러 '王佐之才(왕을 도와 큰 일을 할 인물)'라 평한 것과 유사하다. 흔히 유학은 영남에, 실학은 호남(近畿지역 포함)에 방점을 찍는다. 호남이 실학의 중심이라는 것이다. 호남실학은 유형원을 필두로 안정복 홍대용 정약전 정약용 서유구 등이 빛을 발했다. 18세기 중엽부터는 신경준 황윤석 위백규 이복원 하백원 이윤성 나경적 등이 등장했다. 19세기 중반에는 이정직 이기 황현 등으로 맥이 흘렀다. 전북대나 전북발전연구원이 이들 연구의 구심점이 되면 어떨까. 그리하여 반계탄신 400주년쯤엔 전북이 한국실학의 중심으로 우뚝 섰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2.10.15 23:02

찌아찌아족의 한글

찌아찌아족은 인도네시아 부톤섬 남부의 바우바우시에 거주하는 소수민족이다. 인구 6만 명 밖에 되지 않은 이들에게 고유의 말은 있지만 글자는 없다. 오랜 세월동안 그렇게 살아와 일상에서야 큰 불편은 없었겠지만 기록문화 자체를 갖고 있지 않은 찌아찌아족은 오랜 전설도 구전으로만 기억해야 했다. 그러나 더 절박한 문제가 있었다. 찌아찌아족 고유어까지도 잃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실제 언어 소멸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사용되는 언어는 6,000개. 유네스코의 소멸위기 언어연구 프로젝트 '아틀라스'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이 중 2500여개가 사라질 위기에 놓여있다. 2009년 찌아찌아족은 한글을 자신들의 공식표기문자로 채택했다. 훈민정음 반포 이후 한글이 국경을 넘은 이 첫 사례에 우리 정부는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한글의 세계화 가능성까지 잇대어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학계도 한글의 과학적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전기가 됐다며 문자체계가 없는 소수민족의 언어가 대부분 사멸위기에 처해 있다는 점을 내세워 한글 보급이 더 확산될 수 있다는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한글은 세계의 문자 중 탄생기록을 가진 유일한 문자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1997년엔 '훈민정음'이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에 등재됐으며, 유네스코는 배우기 쉽고 문맹을 없애는 우수한 글자의 의미를 살리는 '세종대왕 문맹퇴치 상'을 제정하기도 했다. 한글의 24개 문자조합으로 낼 수 있는 소리는 8000음 정도로 알려져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1만개 이상까지 낼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어찌됐든 소리 나는 것은 거의 다 쓸 수 있는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문자다. 한글을 공식 표기문자로 채택했던 찌아찌아족에게서 다시 한글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글날 전날인 8일 인도네시아 바우바우 시가 운영하던 '세종학당'이 8월 31일 일시 폐쇄됐다고 밝혔다. 세종학당은 정부가 세계 각지에 설립한 한국어 교육기관으로 바우바우시에는 올해 1월에 설립됐다. 불과 7개월 만에 문을 닫은 이유를 들여다보니 정부지원으로 이뤄졌던 교육부실과 지원예산 부족 때문이다. 실용성과 보편적 가치로 사멸 위기에 놓인 소수 종족의 언어를 보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인정받은 한글이 고유 문자를 갖고 있지 않은 소수 민족의 대안이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모양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2.10.12 23:02

독가스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의 한 화학공장에서 발생한 불산가스 누출사고 때문에 세상이 난리다. 해당 지역은 사고 발생 12일 만인 지난 8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지만, 재난 상황에서 우리가 얼마나 무기력한 시스템 하에 있는지 보여준 사건이었다. 지난 9일 공개된 불산가스 누출 사고 장면이 담긴 CCTV를 보면 근무자가 탱크로리 위에서 작업하던 중 맹독성의 불산가스가 순식간에 뿌옇게 솟구쳤고, 작업자는 숨졌다. 이번 사고의 사망자는 5명이고, 입원한 7명 등 치료 환자는 3,178명에 달한다. 8일 현재 구미 불산가스 사고 잠정 피해액은 177억 원이다. 구미국가산업단지의 77개 기업이 177억 1,000만원의 피해를 신고했다. 불산가스 누출사고로 주변 13개 업체의 생산품과 설비가 망가졌다. 자동차, 산림, 농작물, 가축 등 피해가 막대하고 비가 올 경우 광범위한 3차 피해도 우려된다. 사고가 심각했던데다 대응마저 부실해 피해가 커졌다고 한다. 화재사고로 알고 출동한 소방대는 물을 뿌려댔고, 이 때문에 이날 밤 11시55분 현장에 출동한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측은 산성도 측정에서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없었다. 환경과학원측이 사고 후 7번이나 불산가스 중화제인 소석회(수산화칼슘)을 뿌리라고 구미시 등에 요청했지만 모두 묵살된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 1990년 무렵 군산 동양제철화학(現 OCI)이 TDI 생산공장 가동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에 시민들이 '생명 위협, 환경오염, 자연생태계 황폐화'를 우려하며 거센 반대시위를 벌였다. TDI는 TOLUENE. DI. ISOCYANATE의 약자로 무색액체이다. 폴리우레탄 수지의 원료인 TDI는 페인트, 스폰지, 신발, 합성피혁 제조 등 폭넓은 용도로 사용된다. 그러나 기화상태 때 발생하는 가스는 호흡기장애를 일으키는 등 인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해 당시 군산에서는 '독가스'로 통했다. TDI는 지금 군산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회사 명칭이 OCI로 바뀌고,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신재생에너지 기업으로서 기업 가치가 올라 지역내 기업이미지도 180도 달라져 있다. 우리 주변에는 위험 시설물이 너무 많다. 인간과 이들 시설물간 상생의 열쇠는 안전장치다. 당국은 화학공장은 물론 도심 주유 및 가스충전소 등 위험시설물에 대한 점검 및 시 외곽 이전 등 근본적 대책을 내놔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2.10.11 23:02

단일화 여론

일부 도민들이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다. 후보가 된 이후 오늘 처음으로 전북을 방문하지만 별로 달가워 하는 기색이 아니다. 문 후보는 그간 계속해서 무소속 안철수후보가 여론조사 결과 호남에서 고공행진을 하자 급한 나머지 추석 직전 광주 전남민심을 껴안기 위해 광주를 방문한 후 대전을 거쳐 부산으로 내려갔다. 문 후보가 호남 민심을 돌려 놓기 위해 급히 광주를 찾았지만 이를 지켜본 도민들은 마치 서자 취급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상했다.민주당이 지금도 전북의 민심을 호남 민심으로 하나로 묶어서 자신의 텃밭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한데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전북은 DJ나 노무현 정권 때 별로 혜택을 받지 못해 이번 대선에서 광주와 꼭 같은 보조를 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20년간 추진한 새만금사업이 별로 진척이 안된 것도 결국은 광주 전남 출신들이 발목잡았기 때문이라며 지역정서가 같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그간 도민들이 민주당을 환대했다. 당비까지 꼬박 내가며 선거때마다 민주당 후보에 몰표를 안겨줬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지역감정이 영남보다 더 심했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지역에는 돌아온 것이 없었다. 그 결과 지난 4·11 총선서 7명을 물갈이시켰고 이춘석 후보만 빼고 나머지 6명한테는 몰표를 주지 않았다. 3선인 김춘진과 박민수 후보는 친야 무소속 후보한테 맹추격 당했다.지역민심이 민주당에 호의적이지 않은 결과가 바로 무소속 안철수 후보 지지로 이어졌다. 안 후보 지지는 하나의 정치 현상이다. 기존 정치에 실망한 사람들이 안 후보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상당수 도민들은 안 후보를 나눔과 섬김을 할 줄 아는 새시대의 유능한 지도자로 인식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에서 그를 흔들어대도 지지율이 떨어지지 않은 것이 이를 반증한다. 다운계약서 작성을 놓고 시비도 걸었지만 금융실명제 이전에는 다 다운계약서를 작성했다. 지금 잣대로 보니까 이상한 것이다.추석 이후 도내 민심이 예사롭지 않다. 두 후보가 단일화 안되면 정권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조심스런 반응을 보인다. "그래도 정당배경을 가져야 할 것 아니냐"면서 문후보를 지지하는 쪽과 "지역주의를 타파해서 선진국으로 이끌 사람은 안후보가 아니냐"로 갈려 있다. 결국은 두 후보가 단일화 될 것으로 점친다. 백성일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10.10 23:02

김제 지평선축제

서기 330년, 3.3㎞, 33.3㎞. 우리나라 최대의 고대 저수지인 벽골제는 백제 11대 비류왕 27년에 축조된 것인데 이 때가 서기 330년이다. 김제시 부량면 포교리에서 월성리에 이르는 벽골제 제방 길이가 3.3㎞다. 우리나라 최대의 곡창인 금만평야 너머에 있는 새만금 방조제 길이도 33.3㎞다. 새만금 방조제 길이가 기네스북에는 33.9㎞로 기록돼 있지만 세계 최장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반영됐다. 정희운 김제 지평선축제 제전위원장은 "행운의 숫자인 3이 공교롭게도 벽골제와 새만금 방조제 등 김제 상징물의 공통된 숫자로 중첩되고 있어 묘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김제가 앞으로 융성할 수 밖에 없고 역사를 바꾸는 축이 될 것이라는 속마음을 표현한 것이겠다.벽골제나 새만금 모두 물과 관련된 시설물이다. 강과 바다를 메워 옥답으로 만들고, 물을 이용해 먹거리를 창출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농경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이건, 첨단을 지향하는 사회이건 물을 다스리고 이용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벽골제 주변을 무대로 한 제14회 지평선축제가 내일(10일)부터 열린다. 8년 연속 대한민국 최우수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됐다. 이런 비결에 대해 신형순 김제시 지평선축제팀장(50)은 "농경문화를 컨셉으로 한 독창성, 민족의 정서와 가족체험이 담긴 프로그램 등이 다른 축제와 차별성을 갖게 돼 우수하게 평가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평선축제에도 고민이 있다. '대한민국 대표축제'라는 목표를 올해엔 꼭 달성하는 것이 그것이다. 우리나라 축제는 유망축제, 우수축제, 최우수축제, 대표축제 등으로 나뉘는데 최고봉이 대표축제다. 대표축제로 선정되면 8억원(최우수축제는 3억원)의 인센티브 국가예산을 지원 받고 엄청난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 춘향제와 무주 반딧불축제 등 한단계 아래인 우수축제가 최우수축제로 나아갈 길을 터 주는 효과도 있다. 최우수축제는 한 지역에 1개 밖에 선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평선축제는 작년에 대표축제 선정에서 안타깝게 탈락했다. 경남 진주의 남강유등축제와 전남 강진의 청자문화축제한테 최고봉을 내주었다. 지역안배와 정치력이 작용하기 마련이다. 연말 대표축제 선정 때 국회 관련 상임위 소속인 김윤덕 강동원 두 국회의원의 역량을 기대한다. 아울러 3이라는 숫자의 행운도 따르길 빈다.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2.10.09 23:02

무덤 친구(墓友)

세계에서 고령화율이 가장 높은 일본에서는 요즘 노인들 사이에 슈카쓰(終活)가 활발하다고 한다. 슈카쓰는 글자 그대로 '인생의 마무리를 위한 활동'으로 노인들이 자신의 장례나 무덤을 직접 준비하는 것을 말한다.그 중 최근 눈길을 끄는 활동이 하카토모(墓友)다. '무덤을 같이 하는 친구'로 자신의 죽음에 대비해 미리 친분을 쌓고 무덤도 나누어 쓰는 관계다. 새로운 의미의 친구인 셈이다.도쿄 외곽 후추(府中)시에 있는 후레아이파크가 대표적인 예다. 이곳은 독신여성만을 위한 합동묘지로 꽤 인기가 높다. 가족들과 교류가 거의 없는 독신여성들이 주로 찾는다. 홀로 쓸쓸히 무덤에 안치되기 보다는 무덤친구들과 함께 안장되길 원하는 여성들이 늘어난 탓이다. 이들은 비영리 민간법인이 운영하는 모임에 가입해 1년에 한번씩 와인을 나눠 마시며 이곳에 안장된 회원들의 추도식을 갖는다. 비용도 저렴해 우리 돈 350만 원이면 장례비와 사후관리비를 해결 할 수 있다. 일반 묘지의 1/5 수준이다.또 도쿄도는 대규모 수목장을 만들고 있다. 나무를 심고 그 주변에 구덩이를 파서 유골을 합장하는 형태로 400명을 안장할 수 있는 납골공동묘 27개를 설치했다. 수목장 한 곳에 1만 여 명이 안장되는 것이다. 도쿄도는 홀로 사는 노인이나 의지할 곳 없는 노부부 등을 위해 이러한 시설을 도쿄 도내에 8곳을 만들고 있다. 묘지를 예약한 사람들은 이 수목장에 1년에 한번씩 모여 친목을 다진다.그도 그럴 것이 평생 결혼을 하지 않는 일본인은 남성의 20%, 여성의 10%가 넘는다. 이들에게 고독한 죽음은 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이와 함께 일본 고령화의 새로운 풍속도로 고독과 빈곤 대신 교도소행을 택하는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수감자가 10%에 가깝고 이들의 범죄 유형은 소매치기 등 가벼운 절도죄가 대부분이다. 교도소에 들어 가면 고독도 덜고, 잠자리와 하루 세끼를 챙겨주기 때문에 바깥보다 오히려 교도소가 낫다는 것이다.일본의 2011년 고령화율은 23.3%로 전체 1억2000만 명 중 3000만 명에 육박하는 인구가 65세 이상이다. 2012년 고령화율이 11.8%인 우리나라는 아직 일본에 미치지 못하지만 급격하게 닮아가고 있다. 고독사 예비군이 10만 명으로, 일본의 무덤친구가 남의 일이 아니다.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2.10.08 23:02

소셜미디어와 기부문화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가 3천만 명을 넘어섰다. 가히 모바일 시대라 할만하다. 인터넷과 함께 스마트폰이 가져온 변화는 놀랍다. 가장 큰 변화는 소통방식이다.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SNS(Soci al Networking Servicewitter)는 소셜미디어란 새로운 소통방식을 이끌어내면서 문화 전반에 새로운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기부문화의 변화도 그중 하나다. 사실 기부문화는 우리에게 아직 낯설다. 다른 나라에 비해 건강한 기부문화가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민의식이 높아지면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비영리단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독립재원을 마련하기는 어렵다. 이 단체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기부와 모금 활동에 나서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인데, 근래 들어 새롭게 진행하고 있는 '소셜기부'의 성과가 주목을 끌고 있다.'소셜기부'의 시작은 '굿네이버스(Good Neigh bors)'의 '소셜 100원의 기적'이다. '굿네이버스'는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단체의 활동을 알리고 기부자와 후원자들을 확대하는데 성공한 단체로 꼽힌다. 이 단체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미투데이로 맺어진 12만여 명의 소셜미디어 친구들을 활용해 진행해온 '100원의 기적' 캠페인을 페이스북 애플리케이션으로 개발하면서 지난해 9월, '소셜 100원의 기적' 이란 소셜기부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했다. SNS 이용자들이 매달 주어진 목표를 달성해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캠페인의 첫 번째 달의 목표는 '미얀마 빈민 지역 놀이터 건립을 위한 600만 원 모금'. 실시간 의사소통과 빠른 확산성, 손쉬운 참여의 소셜미디어 장점을 주목한 이 프로젝트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2012년 7월 초까지 '소셜100원의 기적' 캠페인에 참여한 사람은 3660명, 모금액은 3300만원에 이른다. 캠페인 참가자는 페이스북 기부 페이지에서 소액 기부에 참여하거나 직접 펀드레이저(Fund-raiser)가 돼 다른 SNS 이용자를 상대로 모금 활동을 펼칠 수 있게 했다. 굿네이버스의 페이스북 '소셜 100원의 기적' 페이지에 들어가보니 이번 달 프로젝트는 '어둠속에서 꿈이라는 빛을 잃어가는 캄보디아 아이들에게 태양광 램프를 선물하는' 사업이다. '좋아요'를 누르면 이 사업의 참여자가 된다. 100원으로 일구는 기적도 경이롭지만 기부가 낯선 사람들 스스로도 행복해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소셜미디어가 우리에게 준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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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2.10.05 23:02

위험한 노인 운전

자동차와 휴대전화는 현대인들의 일상에서 떼어낼 수 없는 생활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자동차는 1가구 2∼3대인 경우가 허다하고, 휴대전화는 보급대수가 5천만대를 훌쩍 뛰어넘었다. 자동차 문화는 공교롭게도 전통시장의 침체를 가져온 측면이 있다. 백화점 스타일로 매장을 꾸민 대형마트들이 대형 주차장을 갖추고 자동차 타기에 빠진 고객들을 마치 블랙홀처럼 끌어 모으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배기가스는 인간 폐질환과 지구온난화도 부채질하는 1급 환경 사범이기도 하다. 물론 하이브리드자동차 보급이 늘어나고, 자전거 타기와 걷기 열풍 등 긍정적 측면도 나타난다. 하지만 휘발유 값이 2000원을 넘어서는 살인적 고공행진을 해도 자동차 중독증이 심화된 현대인들의 자동차 사랑은 말릴 수 없는 상황까지 와 버렸다. 그래서 문제가 더 생긴 것 같다. 사람들의 자동차 사랑이 깊어질수록 교통사고가 빈발하고, 크고 작은 부상자를 넘어 사망자가 엄청나다. 그 중에서 노인 운전자들이 일으키는 교통사고가 위험 수위를 훨씬 넘어선 것은 주목할 일이다. 도로교통공단이 지난 9월 초 밝힌 노인운전자 교통사고 특성 분석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노인운전자가 발생시킨 교통사고는 총 5만 6,713건이다. 이로 인해 2,810명이 사망했고, 8만 3,838명이 부상했다. 이를 통계적으로 분석했을 때 매년 13% 증가한 셈인데 전체 교통사고 증가 추세의 6배에 달한다. 또 노인운전자 교통사고 치사율(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수)은 5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 2.5명보다 2배가 높다. 추석 당일인 지난달 30일 오전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 통이 다급하게 걸려왔다. 추석제사를 지내기 위해 큰집으로 가다가 길 옆 밭으로 자동차가 전도되는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이다. 70대 후반의 할아버지가 자동차 조수석에 할머니를, 뒷좌석에 며느리와 손자 손녀를 태우고 질주하다 커브길에서 운전대를 꺾지 못해 일어난 사고였다. 운전한 노인은 멀쩡했지만 피해는 컸다. 할머니는 허리가 골절돼 하반신까지 위험한 지경이고, 며느리는 갈비뼈, 손녀는 코뼈와 손뼈가 골절됐다. 추석 명절은 망쳤고, 당분간 후유증에 시달릴 것이다. 고령화 사회 속에서 노인운전자 교통사고는 선진국병이 됐다. 노인 인권도 좋지만 대책 마련이 급하다. 김재호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2.10.04 23:02

이상한 선거판

대선 주자들의 일정에서 전북은 꼭 빠져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후보는 경선 때도 전북을 찾지 않았다. 지난 4·11 총선 때도 전주 완산을을 소나기 스쳐 지나가듯 하고 말았다. 경선 때 18번이나 합동토론회 등이 있어 웬만한 도청소재지는 거의 방문했지만 유독 전북은 방문을 안했다. 박후보는 후보가 된 이후에도 전북을 아직껏 찾지 않았다. 우선 당장 급한 불 끄려고 새누리당 아성인 부산을 추석 직전에 방문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민주당 문재인후보도 거의 같은 행보를 취하고 있다. 호남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 크게 뒤지자 광주 전남을 추석 직전에 우선적으로 방문, 공을 들였다. 자신들이 표를 달라고 아쉬울 때는 전북을 호남으로 묶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전북을 뺀다. 호남 민심하면 꼭 광주 전남만 있는 게 아니다. 전북 민심도 중요하다. 그런데도 대선 주자들이 광주부터 찾아 전북 도민들을 슬슬 열받게 하고 있다.이번 대선은 박후보 대 야권 단일 후보의 싸움으로 끝날 공산이 짙다. 지금 당장은 문· 안후보간 단일화 문제가 중요치 않다. 서로간에 자신쪽으로 단일화시키기 위해 지지율 높이는데 안간힘을 쏟을 뿐이다. 지지율이 약한 쪽이 양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전북의 표를 전체의 3.7%인 147만표가 전부인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수도권 출향인사들과 직·간접으로 연계돼 있어 그 점을 간과하면 낭패 볼 수 있다.도내 대선판을 이끄는 여야 캠프들은 후보들이 전북을 찾아와 주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여름 장마철에 오랫동안 비소식이 없듯이 전북 방문 일정은 당분간 없어 보인다. 그래서 후보들에 대한 여론이 곱지 않다. 오지 않을 사람을 굳이 아쉽게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전북을 방문하지 않으면 전북을 무시한 것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오라 가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새누리당은 전북서 표도 안주는데 굳이 방문할 필요가 있냐는 논리다. 민주당은 안방처럼 생각하기 때문에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지역을 찾는 게 도움된다는 것이다. 이번 싸움은 박빙으로 끝날 공산이 짙다. 프로선수들이 자신의 몸값을 잔뜩 올려 놓듯 우리 스스로가 표값을 올려 놓는 길 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이번 대선 때 전북인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부각시켜 놓을 필요가 있다. 백성일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10.03 23:02

전주한옥마을의 미래

전주한옥마을이 새로운 관광지로 떠올랐다. 굳이 주말이 아니더라도 상가와 거리, 좁은 골목길까지 번잡해진 풍경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국에서 몰려온 관광객 덕분이다. 전주한옥마을은 200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전주시의 전통문화 중심도시만들기를 향한 비전의 출발점이었다. 풍남동과 교동 일원(행정구역 개편으로 지금은 풍남동으로 통합)의 29만6천3백㎡ 영역에 7백여 채의 한옥이 밀집되어 있는 한옥마을은 1910년대, 산업화사회로 진전해나가는 과정에서 조성됐다. 독특한 공간적 특성도 그렇지만 1백년이란 짧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건물형태나 구조, 골목길 등 공간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이 비교적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있어 우리나라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한옥밀집지역으로 꼽힌다. 서울 북촌, 경주와 안동에서도 한옥마을을 찾아 볼 수 있지만 전주처럼 대규모로, 그것도 도심에 운집되어 있는 형태는 드물다. 일본의 경우, 교토나 가나자와를 비롯해 전통가옥밀집지역이 적지 않지만 대부분 규모가 전주한옥마을을 따르지 못하거나 종교를 중심으로 집단화하면서 형성된 마을로서의 성격이 짙다. 생활문화의 바탕위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전주 한옥 마을의 의미나 가치가 주목 받는 바탕이기도 하다. 전주한옥마을의 지구단위계획에 참여해온 전문가들도 "문화는 과거와 현재 뿐 아니라 미래를 경작해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전통문화 또한 그런 연상에서 가치와 의미를 찾아야 한다"며 전주의 한옥마을을 그런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는 공간으로 꼽았다. 사실 한옥마을의 진정한 가치는 박제화된 공간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창조적 영역이라는데 있다. 한옥마을의 건축물들이 농경사회의 전통적 한옥이 아니라 도시생활이나 도시경제 등 그 환경과 구조에 맞게 발전되어온 '도시형 한옥'이라는 특성 또한 원형의 보존 가치가 우선되는 문화유산과는 또 다른 가치를 생산해낸다. 전주는 한옥마을말고도 풍부한 유무형문화유산과 생태자원이 어우러지고, 또한 그것들이 특정한 공간에 집적되어 있으며, 통일된 역사적 정체성을 지니고 있거나 특정한 문화적 주제로 묶여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도시적 여건을 주목한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전주를 문화도시 지향형 RIS(지역연고산업육성사업) 모델 구축의 가능 조건을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공간으로 지목했었다. 그런데 전통문화도시를 지향해온 전주의 비전을 실현해나가는 바로 그 한옥마을이 몸살을 앓고 있다.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하면서 공간의 고유한 특성이 사라지고 상업적 변신이 가져오는 화려함과 번잡함의 기운이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쯤되면 한옥마을의 미래도 위태롭다. 지금 우리의 선택이 필요한 이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2.09.28 23:02

교회 세습

지난 25일 기독교대한감리회가 목사인 아버지가 자녀나 그 배우자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주거나 장로의 자녀나 그 배우자를 담임목사로 청빙할 수 없도록 교회 세습을 금지시켰다. 한국 기독교 교단 가운데 예수교장로회 합동과 통합에 이어 세 번째 규모의 감리교단이 최초로 '교회세습금지법'을 마련함에 따라 타 교단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교회 세습 문제는 지난 1990년대 말 충현교회를 개척한 김창인 원로목사가 아들에게 담임목사직을 물려 준 이후 2001년 당시 세계 최대 감리교회인 광림교회 김선도 목사가 역시 아들에게 담임목사 자리를 넘겨주면서 교회 세습이 확산되었다. 김선도 목사의 동생인 금란교회 김홍도 목사도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주었고 그 밑에 동생인 임마누엘교회 김국도 목사 역시 아들에게 세습했다. 삼형제가 감리교단 최대 규모의 교회를 모두 아들에게 물려주는 진기록이 나온 것이다. 이후 한국 대형 교회마다 부자(父子) 세습이 보편화 되면서 교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대통령을 배출한 강남의 한 대형 교회는 교회 돈으로 대규모 교회를 지어 아들 목사에게 맡기면서 편법 세습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각에선 부자 세습도 모자라 손자까지 3대 세습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세습)못하면 바보"라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한 대형교회 목사는 "아들 주기도 아깝다"고 말하기도 했다는 것이다.이는 믿음의 공동체인 교회를 마치 자기 것인냥 사유화하는데서 비롯됐다. 내가 교회를 개척했고 내가 교회를 키웠기 때문에 내 것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는데다 교회의 막대한 재산과 권력에 대한 욕심 때문이다. 전도여행을 떠나보내는 제자들에게 양식이나 돈이나 아무것도 가지지 말며 두 벌 옷도 입지 말라고 명령하는 예수의 정신은 온데 간데 없고 욕망과 탐욕만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교회가 100여년 만에 세계가 놀랄 정도로 큰 성장과 부흥을 이룬 것은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순교자적 삶을 살다간 성직자들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교회가 커지고 부유해짐에 따라 교회 안에 물질만능과 맘몬주의(물질적 탐욕)가 팽배해지고 있다. 세속적인 가치 기준이 하나님의 축복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감리교단의 교회 세습 금지가 한국 교회가 새롭게 거듭나는 전환점이 되길 소망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2.09.27 23:02

安風의 의미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전 서울대융합과학기술원장의 지지도가 1주일만에 요동쳤다. 전당대회를 통해 후보자가 확정되면 통상 컨벤션효과란 것이 있듯 안후보의 지지율이 가파르게 상승, 누구와 맞대결해도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안 후보는 새누리·민주 양당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겨줬다. 남의 잔치인 경선을 맥 빠지게 했다. 출마도 안한 안 원장에 대한 성원과 지지가 잇달았기 때문이다. 박근혜 후보가 지난달 압도적 지지를 받아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됐지만 잇달아 돌발 악재가 터져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당 후보를 내지 못해 '불임정당'이란 비난을 받았던 민주당도 경선 때 12연승을 한 문재인후보를 후보로 확정했지만 안 후보 출마로 컨벤션 효과가 차단됐다. 민주당 경선이 안 후보와 단일화를 남겨 두고 치러지는 바람에 경선내내 2부리그로 전락했다. 별로 감동도 없었다.이제야 박근혜·문재인·안철수 3자 대결구도가 만들어졌지만 최종에는 야권후보의 단일화를 통한 양자대결로 갈 공산이 짙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야당측 지지자들은 87년 대선 때 김대중 김영삼 양김이 단일화를 못해 정권교체의 기회를 놓친 경험을 상기하면서 이번 만큼은 절대로 단일화가 필요하다는 것. 결국 단일화 가능성이 높아 벌써부터 문과 안후보측은 지지율 높이기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도민들은 대선판을 박후보와 야권 단일후보의 대결로 보고 있다. 지난 대선 때는 정동영후보가 출마한 관계로 죽으나 사나 정후보를 밀었지만 이번에는 전혀 그런 부담이 없어서인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 후보에 대해서도 냉정해졌다. 민주당 후보 경선때도 다른 지역서 50%가 넘었던 문 후보가 도내서는 37%밖에 얻지 못한 것이 이를 반증한다. 물론 정세균 후보가 출마한 관계도 있지만 과거처럼 민주당 후보에 호락호락 하지 않다는 것이다.선거 때마다 도민들이 일방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으나 지난 4·11 총선 때부터 그렇지 않은 결과가 나왔다.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당 찍어봤자 돌아온 게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새누리당도 아니다는 것. 예전보단 새누리당 박후보 지지율이 20% 가까이 나오지만 아직도 신뢰가 안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도민들이 정치쇄신과 혁신을 주창한 안후보에 후한 점수를 주는 것 같다. 백성일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09.26 23:02

추석절 대선 민심

선거 때마다 출마자들이 "왕후장상(王侯將相)이 어찌 씨가 따로 있겠느냐"는 말을 자주 인용한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평등하기 때문에 단체장이든, 국회의원이든 노력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뜻이겠다. 이 말은 중국 진나라 말기 고용 머슴이었던 진승(陳勝)이 농민 반란을 일으키면서 한 말이다. 사마천의 사기에 나온다. 진승은 남달리 포부가 컸다고 한다. 어느 날 농장에서 나중에 잘 살게 되더라도 서로 잊지 말자고 하자, 주변 사람들이 모두 비웃었다. 그러자 진승은 "제비와 참새가 어찌 기러기와 고니의 뜻을 알겠느냐(燕雀安知 鴻鵠之志哉)"며 탄식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각설. 대선 경쟁이 본 궤도에 올라 있다. 문재인은 당초 현실정치와 거리를 두어 왔지만 "암울한 시대가 나를 정치로 불러냈다."며 치열한 경선을 뚫고 민주당 후보가 됐다. 안철수는 컴퓨터 바이러스 개발과, 벤처 CEO, 교수를 거쳐 '안철수 신드롬'을 일으키며 출사표를 던졌다. 문·안 두 후보는 왕후장상의 씨는 아니다. 1년 전 까지만 해도 대선후보에 들 것이라곤 상상치 못했던 주자들이다. '왕후장상의 씨'에는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가 해당된다. 박 후보는 20대에 이미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했고 당이 어려울 때마다 구원투수로 나서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세 주인공이 등장하는 '대선 공연'은 다른 어느 선거보다도 흥미진진하다. 마치 흔들리는 갈대처럼 민심이 요동친다. 클라이맥스인 단일화 대목 때문에 박진감도 넘친다. 올해 대선은 세 후보간 지지율이 박빙이어서 누가 추석 민심을 잡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추석 민심은 1차 승부처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TV토론을 한다면 '강남 스타일'의 싸이 공연보다도 더 많은 시선을 끌 것이다. 안 후보가 3자 회동을 제의한 데 이어 "추석 전에 만나 국민들께 추석 선물을 주자"고 회동시한까지 제시했다. 박·문 후보도 각각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 "만나는 것은 좋은 일"이라고 화답했다.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TV토론은 민심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민심을 하늘로 삼는 1차 관문이 추석절 회동이다. 회동할 바엔 TV토론을 벌이는 게 국민 요구에 더 가깝다. 그래야 참새인지, 기러기인지 가려질 게 아니겠는가. 추석 밥상머리 대화도 더욱 풍요로워질 테고.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2.09.25 23:02

참배정치

국립현충원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령들이 잠든 곳으로 서울과 대전에 있다. 흔히 '동작동 국립묘지'로 불렸던 서울현충원은 1955년 국군묘지로 출발했고, 이곳이 가득차자 1979년 대전현충원을 만들었다. 명당으로 알려진 이곳은 국가원수를 비롯 애국지사, 국가유공자, 군인·군무원, 경찰관, 일반, 외국인 묘역으로 구분된다. 이 중 국가원수묘역에 묻힌 역대 대통령은 4명이다. 서울현충원에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이, 대전현충원에 최규하 대통령이 안장되었다. 이 대통령은 1965년 하와이에서 서거한 후 이곳으로 옮겨 묻혔으며 1992년 프란체스카 여사가 합장되었다. '대한민국 초대대통령/ 운남 이승만박사 내외분 묘'라는 묘비 옆에는 하와이 한인동지회가 하와이 근해 바다에서 채취한 돌로 건립한 헌시비가 세워져 있다.'박정희 대통령/ 육영수 영부인 묘'는 1974년 8·15 광복절 기념 행사도중 흉탄에 숨진 부인 육여사가 먼저 묻히고 1979년 10·26 사건으로 숨진 박대통령이 이어 묻혔다. 헌시비에는 각각 이은상씨와 모윤숙씨의 시가 적혀 있다. '제15대 대통령 김대중의 묘'는 2009년에 조성되었다. 옆 헌시비에는 전면에 '당신은 우리입니다'라는 고은씨의 시가, 뒷면에 '인생은 생각할수록 아름답고, 역사는 앞으로 발전한다'는 자신의 글이 새겨져 있다.그런데 대선을 80여일 앞둔 시점에서 대선주자들의 현충원 참배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가장 먼저 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는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 묘역을 찾아 참배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 묘역이 있는 김해 봉하마을도 전격방문했다. 국민통합을 위한 광폭행보의 일환이었으나 전태일재단 방문에서 차단되었다. 문재인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 묘역과 일반사병이 잠든 참전용사 묘역만을 둘러봤다. 이를 두고 새누리당은 "국민 통합 의지가 없다"고 비판했고 문 후보측은 "인권을 유린한 정치세력이 진정한 반성을 하면 가장 먼저 박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겠다"고 맞받아쳤다. 가장 늦게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후보는 박태준 총리와 이승만 박정희 김대중 대통령 묘역과 참전용사묘역을 찾았다. 대선 출마의 첫걸음으로 현충원을 찾는 뜻은 각별하다. 국가의 정통성을 계승하면서 승리의 의지를 다지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입맛대로 해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결국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니까. 조상진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2.09.24 23:02

동래부사 송상현의 고향

'외로운 성엔 달무리 지고/여러 진들은 단잠에 빠져있네/임금과 신하 사이는 의리가 지극히 무거워서/부모 은혜 가벼이 하니 헤아려 주소서(孤城月暈 列鎭高枕 君臣義重 父子恩輕)'죽음을 눈앞에 둔 장수의 결기가 담긴 이 글은 동래부사를 지낸 송상현이 쓴 시다. 그는 임진왜란 당시 동래성이 일본군의 공격을 받아 함락되자 갑옷에 조복(朝服)을 걸치고 객사에 나가 임금에게 마지막 고별인사를 올린 후, 손을 깨물어 혈서로 부채에 이 글을 써서 부모에게 보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충절이, 부모에게는 불효가 되는 갈등 속에서 그가 안아야했을 번민의 고통이 이 짧은 시로 생생하게 전해진다. 송상현(宋象賢 1551-1592)은 임진왜란을 겪어낸 충의지사 중에서도 꼽히는 인물이다. 여산 송 씨인 그는 고부(정읍) 천곡 출신. 그의 호 천곡(泉谷)도 고향 지명으로부터 얻었으니 그가 태생지를 얼마나 소중히 여겼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도 우리지역에서 그는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고향 어디에도 그를 추모하는 행적이 없으니 그리 이상한 일도 아니다. 송상현을 추모하는 기념비와 사당은 충북 청주에 있다. 성이 함락 당하자 순절한 송상현의 공을 기려 나라가 좌찬성으로 추증하고 청주의 가포곡 땅을 하사해 묘로 쓰게 했기 때문이다. 그에 관한 이야기는 〈호남의절록〉이나 〈호남의병사〉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일본군이 공격해와 동래성 남문 밖에서 "싸우고 싶으면 싸우고, 싸우고 싶지 않으면 길을 빌려라(戰則戰矣 不戰則假道)"고 하자 그는 "싸워 죽기는 쉬우나 길을 빌려주기는 어렵다(戰死易 假道難)"며 마지막까지 맞서 싸웠다. 사실 '호남이 없으면 나라가 없다(약무호남시무국가)'고 했던 이순신의 말은 단순한 의례적 말이 아니다. 식량보급기지이자 의병들의 활약상이 뛰어났던 전라도는 임진왜란으로부터 나라를 지키는 최후의 보루였다. 임란 당시 나라를 위해 싸우며 목숨을 바친 인물 중 유난히 호남출신이 많은 것도 이러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는 임진왜란 7주갑(420년)이다. 이를 기념해 전주역사박물관이 귀한 전시를 마련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를 좀 더 새롭고 의미 있게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자리다. 치열했던 전투의 현장을 과거로부터 오늘로 옮겨온 전시실에서 관객들은 동래부사 송상현을 비롯한 전북출신 충절지사들을 만날 수 있다. 임란기의 생활상을 일기로 담은 〈쇄미록〉과 〈임진록〉 〈호남절의록〉과 같은 귀한 유물과 기록들이 주는 역사적 교훈도 크다. 돌아보고 나면 전북에 살고 있는 자긍심이 더 커지게 되니 청소년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교육현장이기도 하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2.09.21 23:02

인구 늘리기

자치단체의 잘못된 인구 늘리기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진안군을 비롯 경남 하동 충북 괴산 강원 양구 등 전국 4개 군지역 공무원들이 인구수를 늘리기 위해 위장전입을 주도한 사실을 적발하고 경찰청과 행정안전부 국방부 등에 이첩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경남 하동군의 경우 지난해 7~9월 석 달 사이에 전입 세대당 약 41만원씩을 지원하며 무려 3092명을 위장 전입시켰다가 들통 났다. 진안군도 지난해 12월 한달간 431명을 공무원들의 주소지로 집단 전입시킨 것으로 드러났다.사실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농촌지역 자치단체는 인구 늘리기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다. 인구수에 비례해서 한 사람당 대략 100만원 정도 지방교부세를 교부받을 수 있고 인구수가 줄어들면 행정조직을 축소해야하며 국회의원 선거구도 통폐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촌지역 시·군은 인구 늘리기를 지상과제로 삼고 전행정력을 기울이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미 발빠른 시·군에선 '인구 늘리기 지원 조례'를 제정하고 인구 유입을 위한 각종 지원책을 시행중이다. 전기·상하수도요금 쓰레기봉투 생활용품구입 차량번호판 교체 적십자회비 개인균등할주민세 등 다양한 전입 장려금을 지원은 하는가 하면 학생과 군인들에게는 일정 금액의 현금도 주고 있다. 또 귀농·귀촌자를 위한 정착자금과 농업창업 주택구입비 등도 지원한다. 여기에 신생아 양육비와 출산 육아용품비 산모 도우미 난임 부부 지원도 해주고 있다. 일부 자치단체에선 아예 농어촌 뉴타운과 전원마을 전통한옥마을 조성 등을 통해 대대적인 귀농·귀촌자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일부 시·군은 대규모 향토장학금을 조성해 학자금도 지원하고 있다.이처럼 자치단체마다 다양한 인구 유입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그다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내리막길로 치닫는 인구수를 이 같은 처방으로 반전시키기에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공무원을 동원한 주소 옮기기가 성행하고 있는 것이다. 비단 이번에 적발된 4곳 뿐만 아니라 자치단체마다 공무원들에게 인구 늘리기 목표를 할당하고 전입 목표실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때문에 위장 전입과 무단 전입을 단속해야할 공무원들이 되레 불법을 자행하는 부작용이 생겨나는 것이다.인구 늘리기 강제 할당과 위장 전입은 임시방편의 꼼수에 불과하다. 살기좋은 환경 조성과 먹고 살 생산소득기반 구축 등 보다 근본적인 인구유입책 마련이 선행되어야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2.09.20 23:02

동국사, 그리고 고은

"나는 일본식 담을 두르고 있는 동국사의 정문까지 갔다. (…) 마당은 정결했다. 본당이 웅장했다. 서쪽으로 종각이 있고 거기에 큰 범종이 달려 있었다. (…) 정문 문짝에는 차문불문(此門不門)이라는 큰 글씨가 붙어 있었다. 이 문은 문이 아니다. 그러므로 누구나 드나들지어다라는 뜻이었다."시인 고은의 자전적 소설 '나, 고은'에 나오는 대목이다.군산출신인 시인은 어린 시절부터 동국사를 자주 찾았다. 6·25 전쟁 초기 좌우익 싸움으로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죽이는 걸 봤다. 시체들을 파내 옮겨야 했다. 씻어도 시체 냄새는 가시지 않고 죽음이 늘상 붙어 다녔다. 이를 견디지 못하고 몇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그 후유증으로 한쪽 귀 고막을 심하게 다쳤다. 그 즈음 군산항 부두에서 검수원을 하다 군산북중학교 국어 겸 미술교사로 들어갔다. 19살(1952년)때다. 그리고 동국사에 머물던 객승을 만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지남철에 끌리듯 그를 따라 출가했다.그가 출가한 동국사는 일제 강점기때 우리나라에 세워진 500여 개의 일본식 절중 유일하게 남은 절이다. 1909년 일본의 최대 종단인 조동종(曹洞宗) 승려가 '금강선사'란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일본 에도(江戶)시대 건축양식으로, 일본 사찰답게 지붕 물매가 75도로 급경사를 이룬다. 또 고온다습한 일본 기후의 영향으로 환기가 잘 되도록 사방에 창문을 두었다. 건물을 짓는데 사용한 나무는 쓰기목(삼나무)으로 일본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한국 전통사찰과 달리 단청 없이 담백한 것도 특징이다. 이 절은 해방 이후 동국사(해동대한민국의 절)란 명칭으로 바뀌었다. 조계종에 편입돼 선운사의 말사가 되었다.이 절에서 16일 의미가 큰 행사가 열렸다. 일본 조동종 승려 이치노헤(一戶彰晃·64·일본 아오모리 운상사 주지) 등이 참석해 국내 최초로 참사비(懺謝碑)를 제막한 것이다. 내용은 "일본 불교는 국가권력에 영합해 태평양전쟁에 가담하고 수많은 아시아인들에게 인권침해, 문화멸시, 일본문화 강요 등 커다란 상처를 남긴 점을 참회하면서 사죄드린다"는 것이다. 조동종은 명성황후 시해사건에도 관여한 바 있다.과거사 왜곡, 정신대, 독도문제 등 갈수록 우경화로 치닫는 일본에 아직 양심있는 인사들이 있다는 점이 퍽 다행이다. 한일문화가 공존하는 동국사가 민간교류의 폭을 넓히는 끈이 되었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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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2.09.1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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