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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正義)가 무너진 사회는 희망이 없다. 부정이 판치는 사회에서 구성원들이 무슨 일할 의욕이 생기겠는가. 1988년 10월 탈주범 지강헌이 내뱉은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가 이따금 회자되곤 한다. 당시 600억 원을 횡령한 전경환에 대한 처벌보다 500만 원 절도범의 형기가 더 길고 가혹한 데 대한 이 독설은 민초가 우리 사회를 향해 가한 처절한 경고였다.정치·경제· 사회 등 거물급 인사들의 범죄 사건은 처음엔 세상이 뒤집힐 듯 떠들썩하다. 하지만 결국 면죄부가 주어지기 일쑤였다. 사면 복권 혜택을 받아 정상인으로 둔갑해 버린다. 그들이 뒤집어 쓴 오물은 너무 쉽게 세척된다.연초 기업분석기관인 재벌닷컴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1990년 이후 10대 재벌 총수 가운데 7명이 총 22년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고, 최소 73일에서 584일만에 모두 사면됐다. 더러운 돈을 받아 챙기는 정치범들 경우도 오십보 백보다. 하지만 군사정부로부터 억울하게 간첩 등 누명을 쓴 사람 등은 다시 재판을 받고서야 겨우 누명을 벗어야 한다. 며칠 전 '특사설'에 나라가 들썩였다.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중대 범죄자들이 대법원 상고를 잇따라 포기하고 자신의 죄를 인정했는데, 그 이유가 특별사면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들은 MB의 최측근으로 4년간 권력을 휘두른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MB의 절친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 퍼스트레이디의 사촌오빠인 김재홍 전 KT&G 복지재단 사장 등 3명이다. 최씨는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로 1·2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6억 원을, 천씨는 알선수재 혐의 파기 환송심에서 징역 2년에 추징금 30억 9400여만 원을, 김씨는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청탁과 금품을 받은 혐의로 1·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그런데 이들의 상고 포기 소식을 접한 세상 인심이 사납다. 이들이 상고를 포기한 것은 '대선 후 성탄절 특별사면을 겨냥한 것이다', '대선 후보들이 모두 특별사면을 제한하겠다고 밝혀 다음 정권에서 특사로 풀릴 가능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등의 말이 나왔다. 권력가의 측근들이니 오비이락이라고 해도 어떡하겠는가. 세상 눈이 그만큼 무섭다는 증거다.청와대가 나서 부인했지만 두고 볼 일이다. 정의가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선다. 김재호 논설위원
대선 결과가 51대 49로 결판 날 것으로 보인다. 양자대결 구도인데다 보수와 진보로 선거판이 나눠져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날씨가 변수로 작용할 정도로 초박빙이다. 그날 날씨 상황에 따라 희비가 갈릴 수 있다. 대부분 여론조사 결과가 오차범위내에서 엎치락 뒷치락 거린다.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건곤일척(乾坤一擲) 싸움판이 만들어졌다.투표율이 68% 이하이면 조직력이 강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승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70% 이상이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유리할 것으로 점친다. 노인층 유권자들은 날씨가 안좋아도 반드시 투표하는 성향이 강한데 반해 젊은층은 그렇지 않다. 날씨가 안좋으면 젊은층의 투표율은 떨어진다.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를 지지했던 20·30대 젊은층이 날씨가 좋아 투표에 나서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도내 선거판은 지난 17대 때에 비해 열기가 없다. 그 당시 본도 출신 정동영 후보가 출마해서 그나마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그런 분위기도 아니다. 영남 출신 성대결이란 점에서 전북 유권자들의 관심을 못사고 있다. 다만 투표일이 가까워지면서 양강구조가 만들어져 관심이 생겨났다. 전문가들도 박빙으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 각 지역별 표심에 주목한다.지난 17대 때는 정 후보가 질 것으로 예상돼 김이 빠졌다. 그 당시 전국 투표율은 63%였고 전북은 67.2%로 약간 높았다. 16대 노무현 후보가 이길 때는 전북의 투표율이 74.5%로 전국 평균 70.8%에 비해 높았다. 그 당시 노 후보는 전북서 91.6%를 얻었다. 눈여겨 볼 대목은 김대중 후보가 이긴 15대 때다. 전국이 80.7%인데 반해 전북은 85.5%로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김 후보가 92.2%인 107만8957표를 얻었다. 전남도 15대 때는 87.3%의 투표율을 나타냈다.민주당이 이기려면 젊은층이 기권하지 않고 투표장으로 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누리당이 승리한다. 그간 새누리당은 전북에서 선거운동 안해도 고정표 12~13%가 있다. 지난번 MB가 얻은 9.04%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얻은 3.63%가 바로 그런 표다. 문 후보가 전북에서 75% 투표율에 85% 이상 득표해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전 후보의 투표 독려는 의미가 컸다. 천기가 누구 편을 들어줄지 흥미롭다. 백성일주필
탕평(蕩平)은 '편이 없고 당이 없이 왕도는 탕탕하며, 당이 없고 편이 없이 왕도는 평평하다(無偏無黨 王道蕩蕩, 無黨無偏 王道平平)'는 구절에서 탕자와 평자를 딴 용어다. 왕도는 공평무사하다는 뜻이다. 서경 홍범구주(洪範九疇) 편에 나오는 말이다. 당쟁의 폐단을 뼈저리게 겪은 영조(1694 ~1776)는 1724년 즉위하자 탕평책을 내놓았다. 교서를 내려 탕평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의지를 밝혔다. 노론과 서론의 거두를 불러 화해시키고 인물도 양 당파에서 고루 등용했다. 일종의 공동정부를 구성, 다른 당파에 대한 정치보복을 막고 정국을 안정시키자는 취지였다. 영조를 이은 정조도 탕평책을 계승했다. 그의 거실을 '탕탕평평실(蕩蕩平平室)'로 이름 짓고 노론 ·소론을 고루 안배했다. 한쪽 인물을 쓰면 반드시 그만한 직위에 상대쪽의 인물을 기용하는 이른바 '쌍거호대(雙擧互對)' 원칙을 세웠다. 서얼(庶孼)일지라도 능력이 있으면 발탁하는 등 출신을 가리지 않았다. 탕평책은 영·정조시대 정국운영의 가장 큰 원칙이었고 실제로 많은 효과를 거두었다.18대 대선에서도 탕평인사가 공약으로 제시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탕평인사를 하겠다. 영·호남정권이란 말이 사라지게 하겠다"고 했다. 집권하면 호남출신 인사도 중용하겠다는 뜻이다. 그만큼 과거 인사가 불균형적이었고 호남인사가 소외받았다는 반증이리라.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공동정부는 김대중 정부 때 DJP연합의 산물로 꾸려진 적이 있다. 하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특히 호남은 인사·예산정책에서 홀대 받았고 역차별 논란도 일었다. 문재인의 공동정부는 결국 '개인 안철수'와의 연대를 의미하는 것이고 집권하면 '안철수 사람들'이 중용될 것이다. 민심얻기의 계산이 숨어 있을 망정, 탕평인사 정책이나 새정치를 위한 공동정부 구성을 나무랄 수는 없다. 지역간 균형발전을 꾀하고 정국을 안정시키는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수혜를 누릴 면면들을 상정하면 탕평인사나 공동정부 취지가 살아날 것 같지 않다. 한쪽은 느끼하고, 다른 쪽은 편가르기의 귀재들일 것 같기 때문이다. 중요한 건 거창한 정책이 아니라 능력 있는 사람을 골라 쓰는 혜안이다. 정조가 서얼출신도 발탁한 것처럼. 인사는 만사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지난 4일 열린 중앙선관위 주관 대선후보 첫번째 TV토론의 여진이 꽤 길다. 그만큼 기대와 관심이 컸다는 반증이다. 전국시청률이 34.9%를 기록한 것만 봐도 그렇다.이날 토론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은 '토론 없는 가짜토론''부끄럽고 민망한 난장판 토론'이라며 선관위에 보완책 마련을 촉구했다. 반면 일부 계층에선 "속이 다 시원하다"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듯하다. 아마 이것은 지지하는 후보에 따라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TV토론이 후보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얻어 판단의 근거로 삼기보다는 믿고 싶은 것만 받아들이는 확증편향성이 강한 탓이다. 정치·외교·안보·통일을 주제로 한 이날 토론의 이니셔티브는 단연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쥐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야멸차게 몰아붙였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존재감을 희미하게 했다. 토론 이후 '돌발 직구녀'라는 별명을 얻은 그녀의 어록이 회자될 정도다.이 후보는 박 후보에 대해 세가지를 공격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충성 혈서 써서 일본군 장교가 된 다카키 마사오"라고 했고 "전두환으로 부터 청와대 금고에서 받은 6억 원(서울 은마아파트 30채 값)을 사회 환원하라"고 다그쳤다. 그리고 정수장학회와 영남대를 권력형 비리로 뜯은 '장물(贓物)'이라고 표현했다. 아픈 대목만 콕콕 찌른 것이다. 문 후보에게는 "삼성장학생들이 (참여정부) 집권 초기부터 장악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는 이 후보의 가시돋친 발언과 예의없는 태도로 희석된 감이 없지 않으나 우리 현대사의 상흔임에 틀림없다. 주류 기득권층이 넘어야 할 유산이다. 이날 토론은 지지율 1% 안팎의 후보가 지지율 40%를 넘는 두 유력후보를 농락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문제 제기만은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번 토론은 틀에 박힌 진행 방법과 기계적 균형, 반론과 재반론 기회의 박탈로 인한 수박겉핥기 정책 검증, 인신 공격성 발언 방치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후보의 과거행적과 가치관, 정책을 알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지난 2007년에 이명박·정동영 후보가 TV토론 등 40회 이상 양자토론을 벌인데 비해 이번에는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오늘 2차 토론, 16일 3차 토론이 초미의 관심이다. 조상진 논설위원
구도심 활성화는 많은 자치단체들이 안고 있는 오랜 과제다. 전북의 도시들도 예외가 아니다. 개발의 시대에서 도시는 확장되지만 그 한편으로 구도심의 존재는 위태로워지기 때문이다. 세계 여러 도시의 '롤 모델'이 된 일본 가나자와시 역시 구도심 활성화 과제가 오랜 고민이었다. 지금은 '내발적 동력'을 가진 창조도시로 우뚝 섰지만 가나자와의 구도심 활성화 성공은 어느 날 갑자기 얻어진 것이 아니다. 그 과정에는 가나자와시의 진정성 있는 노력이 놓여있다. 대표적 결실이 '21세기미술관'이다. 가나자와 구도심도 한때는 극심한 공동화 위기를 겪었다. 영화관조차 상권에 밀려 자취를 감추기 시작하자 구도심 공동화 위기를 예견한 전문가들은 시민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문화공간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미술관 건립은 그 대안이었다. 시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시청 옆에 있던 가나자와 대학 부속초등학교 부지를 매입하고 미술관 건립을 추진했다.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학교 이전에 따른 논란이 일고, 활용 용도에 따른 이견이 충돌했다. 그러나 시는 지속적인 설득으로 예술 거점 공간 조성에 대한 시민들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2004년 문을 연 21세기미술관에 시가 내세운 최우선의 가치는 '근접성'이었다. 대지 2만6천여㎡에 지상 2층, 지하 2층의 연면적 9천여㎡ 규모의 이 미술관은 세 방향이 도로로 둘러싸여 있다. 외벽을 유리로 만들어 안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이곳은 시민들이 가장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설계됐다. 미술이라는 특수한 장르를 내세우면서도 기능은 시민들의 문화생활 향유를 위한 복합문화공간으로 확대한 덕분이다. 인구 50만 명이 채 안 되는 작은 도시가 문화공간을 위해 투자한 예산과 의지는 시사 하는 바가 크다. 14개의 크고 작은 전시실과 극장을 갖춘 미술관을 위해 설계는 '국제 공모'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통해 이뤄졌고, 예산은 건립비용만 1천3백억 원이 투자됐다. 과다한 비용과 지나친 현대적 건물조형을 둘러싼 논란이 있었지만 시는 예산 절감을 통해 시비를 확보하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내 큰 무리 없이 사업을 추진했다. 이제 온전히 시민들의 품에 안긴 21세기미술관은 도시를 살려낸 공간으로서 세계 도시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래된 도시 전주의 구도심에도 본격적인 문화공간들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그 구체적 실체나 쓰임새가 잘 드러나 보이지 않는다. 공간의 존재가 오히려 걱정이 되는 이유다.
옛말에 '선비 논 데 용 나고 학이 논 데 비늘 쏟아진다'는 말이 있다. 학문을 닦고 인품을 갖춘 사람, 또 행실이 착한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쳐 긍정적 결과를 낳는다는 의미다. 선비란 말은 학문과 인품을 두루 갖추고 원칙을 지키며 의리가 있는 자를 일컫는다. 삼국시대에 유교문화가 수용되고, 고려 말엽 주자학이 도입되는 과정 속에서 선비의 의미가 강화되었다. 억불숭유정책을 쓴 조선에서 왕은 유교를 통치이념으로 삼았고, 선비는 유교이념의 실천자였다. 선비가 지향하는 가치는 의리, 절개, 충절로 정리할 수 있다. 고려 말 정몽주, 조선 초 사육신 등이 보여준 행동은 충절의 극치이다. 조선시대 조광조는 선비에 대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오직 나라를 위해 도모하며, 일을 당해서는 과감히 실행하고 환난을 헤아리지 않는 자'라고 했다. 또 소인에 대해선 '머리를 숙여 아래 위를 살피고, 이쪽 저쪽을 주선하여 자신을 보존하는 자'라고 했다.제18대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닥치면서 대권을 거머쥐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한 양상이다. 후보들은 득표를 위해 각계각층의 덕망있고 능력을 갖춘 인사들을 대거 영입해 뛰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이념적 차이 등 과거 전력과 상관없이 지금 당장 벌어지고 있는 전쟁에서 필요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전선에 투입됐다. 이 때문에 항간에서는 '넝마주의'라는 말도 나왔다. 넝마를 줍듯이 득표를 위해 필요하다면 마구잡이식으로 인사를 영입해 쓰고 있는 선거전을 비판한다. 민주통합당은 과거 공화당과 민정당, 신한국당, 한나라당,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여당에 대응하기 위해 숱하게 당명을 바꾸고 변화를 꾀해 왔다. 그들이 당명을 바꾸고 헤쳐모여를 하면서도 내세운 것은 독재정권, 군사정권을 때려잡고 민주정부를 만들어 국가 번영을 도모하겠다는 것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 말하는 독재자 박정희의 딸이 여당 후보로 출마하면서 그들의 선거 목표도 확고해졌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과거 민주화 동지 운운하며 평생 민주당 세력에 몸담아 온 유명 인사들이 철면피를 뒤집어 쓰고 새누리당으로 우르르 몰려갔다. 집토끼도 지키지 못하면서 선거전을 치르는 민주당이 한심하다. 정당에서 한평생을 뛰는 대중 정치인들이 선비정신을 버리는 작태는 꼴불견이다. 의리없는 인간이 대중에게 표를 달라는 건 넌센스다. 김재호 논설위원
대선일이 다가오면서 전북 표심이 변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말발굽으로 밟아도 부숴지질 않을 것 같던 전북표심이 깨지고 있다. 그간 25년간 전북은 민주당 일색이었다. 황색 깃발만 꽂으면 누구나 당선될 정도로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강했다. 대선 때마다 새누리당 후보는 한자리수 득표에 그쳤다. 이회창·이명박 후보는 지역주의 덫에 갇힌 전북에서 마(魔)의 두자릿수를 넘지 못했다.하지만 이번에는 두자릿수 득표가 가능할 징후들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새누리당은 지난 4.11 총선서 정운천 후보가 전주 완산을서 36%라는 대기록을 세우자 자신감을 갖고 전북 공략에 나선 것이 주효해 보인다. 정운천 도당공동선대위원장은 "전북에서 30%를 득표하겠다"고 기염을 토할 정도다. 본보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16.9%가 박근혜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했다. MB가 지난 17대 때 얻은 9.04%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수치다.이처럼 전북에서 새누리당 박 후보가 약진한 발판은 최근 새만금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서 통과시킨 게 약발 받은 것 같다. 박후보가 유세 첫날 전북을 방문하는 등 지역발전을 다짐하며 공 들여온 탓도 크다. 더 큰 원인은 유권자 상당수가 민주당에 등 돌린 탓이 제일 크다. 그간 각종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뽑아줘도 지역이 나아진 게 없어 실망했다는 분위기다.여기에다 무소속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유권자들이 문재인 후보에 식상한 나머지 일부가 박 후보쪽으로 간 탓도 있다. 특히 3일 열린 안철수 캠프 해단식에서 안 후보가 확실하게 문 후보 지지를 강조하지 않고 어물쩍하게 넘어가자 관망자들이 박 후보 쪽으로 옮겨갈 기미도 엿보인다. 지금 여론의 추이를 감안할 때 전북에서 박 후보의 득표율은 이변이 없는 한 20% 안팎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그 근거로는 과거 같으면 새누리당 후보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지만 지금은 지지자들이 자신 있게 담론으로 삼을 정도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란 말이 실감난다. 박 후보 지지자 가운데는 오피니언 리더와 노령층 그리고 여자들도 큰 거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일부 지지자는 "지역감정의 고리를 이번 대선을 통해 반드시 끊어 놓아야 한다"면서 "전북의 살길 마련도 뭔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때 가능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벌써부터 대선 결과가 주목된다. 백성일 주필
촉(蜀)의 제갈량과 위(魏)의 사마중달은 중국 삼국시대의 뛰어난 인물이다. 두사람이 운명을 걸고 일진일퇴한 전투가 오장원(五丈原) 전투다. 성 안에 진을 치고 제갈공명의 부화를 돋구는 사마중달, 어떻게 하면 사마중달을 벌판으로 유혹할 것인가 골몰하는 제갈공명. 지략이 불꽃을 튀기던 중 제갈량이 세상을 떠났다. 이를 안 사마중달은 출사표를 던지면서 오장원을 마음껏 공격했다. 그때 제갈량이 사륜거에 앉아 부채를 부치며 미소를 띠고 있는 게 아닌가. 사마중달은 기겁해서 퇴각했다. 제갈량은 목각이었다. 이것이 유명한 '죽은 제갈량이 산 사마중달을 달아나게 했다'는 사건이다. 제18대 대선 판도에 어울리는 고사다. 대선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당 문재인 후보 간 양강구도다. 박빙이지만 문 후보가 밀리는 형국이다. 전북일보와 한국지방신문협회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어제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는 박근혜 45.3%, 문재인 40.4%였다. 오차범위(±1.8%)를 벗어나 있다. 지난달 23일 안철수 후보가 후보단일화 사퇴를 선언한 직후의 '오차범위 내 지지율' 간극이 더 벌어졌다. 박빙이다 보니 박-문 두 후보 모두 안철수 지지층 끌어안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문 후보와 민주당은 안 전 후보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정치가 이래서는 안된다. 정치가 바뀌어야 우리 삶이 바뀐다."며 대선 판에 가담한 안 전 후보가 진영정치의 높은 벽에 부딪쳐 좌절한 지 10일. 지난 열흘간은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의 수모였다. 지지표명 애걸에 안 전 후보는 얄미울 정도로 침묵했다. "문 후보를 성원해 달라. 백의종군하겠다."고 했지만 사석에선 "그래도 나는 영혼을 팔지 않았다." "내가 알던 문재인이 아니다."며 오히려 분노와 배신감을 표출하지 않았던가. 마침내 안 전 후보가 어제 캠프해단식에서 입을 열었다. "백의종군하겠다, 이제 단일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성원해 달라고 말씀드렸다"던 사퇴선언 당시에서 한발짝도 나아가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선이 국민여망과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목각 제갈공명'이 되겠다는 것인지 아닌지, 어찌 좀 애매하다. 안 전 후보는 모호한 수사(修辭)로 여전히 자신의 입을 주시하게 만들고 있다. 후보도 아닌 사람이 여전히 대선 판도를 꽉 쥐고 있으니 정치 고단수임에 틀림 없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12월이 동동걸음으로 달려왔다. 올해도 마침내 달력 한장 달랑 남은 것이다. 무엇이 그리 바쁜지 뒤뚱거리며 살아온 세월이다. 추위는 점점 옷깃을 파고 들고, 발걸음이 쫓긴다. 거리는 온통 선거 플래카드와 벽보 천지다. 표심을 잡기 위해 후보들마다 안간힘을 쏟는 모습이다. TV며 신문도 보름 앞으로 다가온 제18대 대선으로 먹칠을 하고 있다. 그 놈이 그 놈인데 선거를 한다고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그러면서도 하루가 팍팍한 서민들은 또 한번 속는 셈치고 새 세상에 기대를 걸어본다. 세월이 화살 같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프랑스 자연주의 문학의 걸작으로 꼽히는 G. 모파상의 '여자의 일생'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12월은 천천히 흘러갔다. 그 검은 달 한 해의 맨 밑바닥의 어두운 구멍인 12월." 주인공 잔느의 운명을 예감케 한다. 꿈 많은 소녀가 돈과 정욕밖에 모르는 남자에게 시집가 환멸을 느끼고, 아들마저 재산을 거덜내고 가출해 버린다. 마지막에 잔느는 아들이 창녀에게서 갓 낳은 손녀를 안으며 이런 말을 남긴다."그러고 보면 인생이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다지 행복한 것도, 불행한 것도 아닌가 봐요."그럴지도 모르겠다. 12월이 눈코뜰새 없이 바쁜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시간이 웬수인 사람들도 없지 않다. 외롭고 쓸쓸한 삶일수록 더 그럴 것이다. 하지만 삶은 지리산이나 덕유산에 서 있는 설목(雪木)처럼 견디며 사는 것이리라. 동백림 간첩사건의 고문으로 몸이 으스러졌던 천상병 시인은 "12월은 참으로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덕분에 "우리가 새 기분으로 새해를 맞이"한다고 했다. 한편 황지우 시인은 "12월의 거리는 사람들을/ 빨리 집으로 들여 보내고/ 힘센 차가 고장난 차의 멱살을 잡고/ 어디론가 끌고 간다"고 했다. 바쁜 12월을 재치있게 표현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박종학 시인은 12월에서 희망과 기대를 본다. "나는 마지막이 아닙니다./ 나는 희망이고/ 기쁨이고/ 사랑이고 싶습니다/ 나는 12월입니다"고 노래했다. 12월을 가장 간명하게 말한 시인은 이해인 수녀다. "12월엔 묵은 달력을 떼어내고/ 새 달력을 준비하며/ 조용히 말하렵니다/ '가라, 옛날이여''오라, 새 날이여'/ 나를 키우는데 모두가 필요한/ 고마운 시간들이여"12월은 두 달이라도 시원치 않다. 귀한 시간들이다. 조상진 논설위원
문화와 일상을 조화시킨 복합문화공간이 유행이다. 오래전부터 문화예술로 도시의 힘을 키워온 유럽에는 특히 복합문화공간이 많다. 대부분 낡고 오래된 건물을 활용해 성공시킨 예다. 독일의 동베를린에 있는 '쿨투어 브라우어라이(Kultur Brauerei)'도 그중의 하나다. 동베를린의 플레츠라우어베르그(Plenzlauerberg)는 문화의 중심지로 꼽힌다. 그 중심에 독일이 자랑하는 '쿨투어브라우어라이'가 있다. 전신은 베를린에서 가장 오래된(1887년) 맥주제조회사인 슐트하이스(Schulthesis). 이 맥주공장이 완전히 문을 닫은 것은 1967년이다. 이후 창고로 쓰이거나 빈 공간으로 방치됐던 이 건물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독일 통일 이후 연방정부 산하 신탁관리청에 귀속되어 있던 건물의 철거 계획이 알려지면서다. 통일되기 전 동독은 젊은 세대를 위한 클럽을 도시 곳곳에 만들었는데 이 양조장의 일부 건물도 클럽으로 활용됐다. 그 때문인지 이 일대에 젊은 예술인들이 몰려와 살고 있었다. 대체로 반정부 정치성향을 가지고 있었던 이들은 건물 철거계획이 알려지자 공간을 점거해 자유롭고 실험적인 예술 활동을 펼쳤다. 1998년, 예술가들의 점거 덕분에 살아남은 건물의 리모델링이 시작됐다. 2001년, '맥주 양조장'은 '문화양조장'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20개가 넘는 건물은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는 장애인 전용극장(람바잠바)을 비롯해 8개의 상영장이 있는 극장, 연극과 음악 퍼포먼스가 열리는 다목적 공연장, 6m나 되는 높이로 공간적 제약이 없는 전시실 등이 들어섰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쿨투어브라우어라이의 가장 큰 특징은 공간 안에 일상적 삶과 관련된 시설과 문화적 요소를 통합적으로 갖추어놓았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여행사와 슈퍼마켓, 악기전문점 등이 입주해있다. 공간을 찾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을 수밖에 없다. 세입자들의 임대료도 공간 운영에 큰 보탬이 된다. 이 공간에서 일하는 인력이 1000여명에 이른다니 일자리 창출의 효과까지 큰 셈이다. 전북도청 인근에 오래된 건물이 하나 있다. 예전의 공장 부지위에 온전히 남아 있는 대한방직 공장 건물이다. 국적 없는 건물들이 앞 다투어 들어서는 전주의 신시가지 환경으로 보면 이 오래된 건물도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 공간을 가치 있게 활용할 대안을 찾는 일이 지역주민들과는 무관한 일인가.
미국 뉴욕시 퀸즈 자치구 헬렌M.마샬 의장이 2012년 10월12일을 '외길 김경호의 날'로 선포했다. 그동안 뉴욕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한국사경연구회 김경호 회장(50·김제)은 국내 유일의 전통사경 기능전승자다. 1997년 대한불교 조계종과 동방연서회가 공동 주최한 제1회 불교사경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후 미주한인 이민 100주년 기념 초대전(로스엔젤레스), 한국문화원초대전(뉴욕), 불교중앙박물관 개관1주년기념 특별초대전, 한국과 세계의 불경전 특별초대전, 대장경천년 세계문화축전 금사경 특별초대전 등 국내외에서 모두 15회의 개인전 및 개인초대전을 가졌다. 그의 사경작품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인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그가 중심이 돼 지난 10월12일부터 12월30일까지 80일간 계속되는 뉴욕 플러싱 타운홀 갤러리 특별초대전은 한국사경연구회의 7번째 회원초대전이다. 그런데 뉴욕시 퀸즈 자치구가 초대전 개막일인 10월12일을 '외길 김경호의 날'로 선포, 눈길을 끌었다. 개막 전날에는 기자회견에 이어 마이클 브룸버그 뉴욕시장의 축사, 헬렌의장의 '외길 김경호의 날 '선포 등의 행사가 있었다. 개막 당일에는 뉴욕시 존C.리우 감사원장, 토니 앤 스타비스키 뉴욕주 상원위원, 그레이스 멩 뉴욕주의회 의원, 댄 할로란 뉴욕시의회 의원, 이우성 뉴욕 한국문화원장, 김지영 뉴욕한국문화재단 이사장, 시민 등 300여 명이 참석, 높은 관심을 보였다. 김경호 회장의 전통금사경 제작 시연회에도 200여명이 참석, 김회장의 0.1밀리미터 붓 끝에 시선을 집중했다. 이런 열기는 현지인들의 사경 실습을 지도하는 워크숍에서도 이어졌다. 귀국 후 김 회장은 "세계화를 향한 한국 전통사경의 첫걸음이 세계 제일의 문화예술의 도시 뉴욕에서 매우 성공적으로 내디뎌졌다"고 말했다. 한국전통사경은 대장경과 목판인쇄술에 큰 영향을 주었고, 동양예술의 근간인 서예의 정신성과 불교 수행이 더해져 현대인들 사이에서도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뉴욕과 로스엔젤레스 초대전에서 보여지듯 외국인들의 관심도 심상찮다. 김경호의 날을 선포하며 그 의미를 새겨준 뉴욕시민들의 반응이 증거다. 김경호의 전통사경은 무형문화재 가치를 갖고 있다. 하지만 김경호는 문화재가 아닌 기능전승자 위치에 머물러 있다. 정부는 전통사경을 세계 시장에 내놓은 김경호의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김재호 논설위원
도내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 대한 지지가 강했던 이유는 민주당에 식상해서 등돌린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기 때문이다. DJ 때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가 절대적이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이후 틈새가 서서히 벌어졌다.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하고 나간 일이나 노 전대통령이 호남 사람들에게 "이회창이 싫어서 나 찍은 것 아니냐"고 말하면서부터 균열이 생겼다.그래도 상당수 도민들은 민주당이 실망스러웠지만 그 때마다 인내심을 갖고 애정으로 감싸줬다. 그러나 도민들이 민주당을 지지할 때마다 지역으로 되돌아 오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오히려 공허한 메아리와 실망 그 자체였다. 새만금을 가로 막은 것도 민주당 광주 전남 국회의원이었다. 그렇다고 당이 나서서 강력히 제재하기 보다는 먼산 쳐다보기나 다름 없었다.결국 민주당을 지지했던 도민들이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민주당에 대한 그간의 일방적인 지지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50% 지지를 받던 안철수 서울대 교수가 5%인 박원순 변호사에게 서울시장후보직을 양보하는 걸 보고 안교수에 대한 지지가 싹텄다. 정치불신으로 가득찬 지지자들은 안 교수를 신뢰할 수 있는 대권주자로 여겼다. 그 만큼 기존 정치권에 실망이 컸다. 4·11 총선때도 마지 못해 민주당 후보들을 당선시켰다. 대선 경선레이스가 벌어지는 동안에도 도민들은 민주당 경선 주자보다 안 교수에 관심이 컸다. 호남권의 달라진 민심이 정치개혁을 가져올 수 있다고 판단, 안 교수에 지지를 보냈다. 특히 젊은층에서 새정치를 갈망하며 안 교수를 대선판으로 견인했다. 정권교체 이전에 정치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데 한 목소리를 냈다. 결과가 안후보 전격사퇴로 이어짐에 따라 지지자들은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졌다. 젊은층은 아예 선거를 포기하겠다고 말한다. 심지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안 후보가 문재인 후보와 만나면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이 시점서 민주당이 해야할 일은 안 후보가 내세웠던 정치개혁을 담아내야 한다. 그리고 정치쇄신의 진정성을 보이기 위해 당내에 뿌리 깊게 남아 있는 친노 프레임을 하루속히 극복해야 한다. 상당수 친노 인사들이 대선 승리 후 임명직 거부를 선언하는 등 적극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백성일 주필
'아프니까 청춘이다' 저자인 김난도(49) 서울대교수는 "강연을 다니다 보면 선택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이 많다."며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기준을 세우는 것"이라고 했다. 따라서 "이게 좋으니까 이걸 해라"라고 하기 보다는 "좋은 기준을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 좋다."고 일깨운다. 그러면서 좋은 기준으로 든 것이 '거창고 직업 10계명'이다.'월급이 적은 쪽으로 가라/ 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원하는 곳으로 가라/ 승진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모든 것을 갖춘 곳은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앞 다투어 모여드는 곳에는 절대 가지 말고 아무도 가지 않는 곳으로 가라/ 장래성이 전혀 없다고 생각하는 쪽으로 가라/ 사회적 존경 같은 것은 바라볼 수 없는 곳으로 가라/ 한 가운데가 아니라 가장 자리로 가라/ 부모나 아내, 약혼자가 결사 반대하는 곳이면 틀림 없으니 의심하지 말고 가라/ 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이 직업 10계명은 무주 출신인 전영창 전 교장이 40여년 전부터 설교하고 훈화한 내용의 핵심을 뽑아 정리한 것이다. 전 교장은 참여정부 교육혁신위원장을 지낸 전성은 전 교장의 부친이다. 선뜻 이해되지 않는 계율이지만 기독교 정신이 설립이념인 걸 안다면 "아, 그렇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김선봉 교장은 "신자유주의의 핵심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고 이에 치중하다 보면 갈등구조로 이어지기 마련인데 이를 따르지 말고 졸업하면 사회에 나가 가장 낮은 곳에서 행복을 가꿔 나가라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대학진학과 취업시즌이다. 진로를 놓고 고민하기 마련이다. 높은 곳, 고연봉만 찾다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을 살리지 못하는 청춘들이 의외로 많다. 명문대 진학실적 때문에 희생되는 학생들도 있고, 부모 눈치 보느라 적성에도 맞지 않는 직업을 선택하는 졸업생도 많다. 모두 불행이다.이 세상에는 2만여가지 직업이 있다. 진로선택은 김교수 말처럼 이게 좋으니까 이걸 하라고 하기 보다는 좋은 기준을 제시해 주는 게 옳다. 교사나 학부모들이 욕심을 버려야 가능한 일이다. 철학자 탁석산(56)은 "좋아하는 것을 하지 말고 잘하는 것을 하라."고 청춘들에게 말한다. 이 역시 음미할 가치가 있는 중요한 기준이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경북 안동의 군자마을에 가면 관광객 대상의 '수운잡방(需雲雜方) 체험'이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고택 관광과 음식문화를 접목시킨 것으로 꽤 인기다. 안동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양반고을로 하회마을과 퇴계 이황, 서애 유성룡 등의 고택이 즐비하다. 이들 고택도 구경하고 반가(班家)의 전통음식도 맛볼 수 있다면 여행의 즐거움이 더하지 않겠는가. 이러한 프로그램이 자리잡을 수 있게 된 것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조리서 '수운잡방' 덕분이다. 이 책은 1500년대 초 탁청정(濯淸亭) 김유가 저술한 것으로 그의 막내아들 종가에서 470여 년을 보존해 왔다. 유가(儒家)의 접빈객(接賓客)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상·하편 2권에 담겨진 음식은 121항으로 양반가답게 음식보다 전통주를 빚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이 음식과 탁청정이라는 고택의 스토리텔링은 관광상품으로 딱 어울린다. 김유의 호에서 따온 고택 탁청정은 그가 고향에서 평생 부모님을 모시고 독서하기 위해 지은 집이지만 규모가 제법 크다. 낙성연에 초대된 퇴계가 "선비의 집이 너무 호사스럽다"며 오르기를 꺼렸다고 할 정도다. 또 탁청정 현판은 당대의 명필 한석봉의 글씨로, 재미있는 설화가 전한다. 탁청정 글씨를 보면'탁(濯)'의 둘째 점이 유난히 굵고 힘이 있다. 그것은 한석봉이 현판을 벽에 걸고, 사다리에 올라가 글씨를 쓰는데 이를 아니꼽게 여긴 문중사람이 발로 사다리를 걷어찬데서 유래한다. 그때 한석봉이 힘을 줘 붓이 판상에 박혀, 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경상도에 수운잡방이 있다면 전라도에는 '도문대작(屠門大嚼)'이 있다. 조선 최고의 천재이자 이단아였던 허균이 1611년 함열(지금의 함라)로 귀양와 쓴 것이다. 도문(屠門)은 소나 돼지를 잡는 푸줏간의 문이고, 대작(大嚼)은 크게 씹는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푸줏간 문을 향해 입맛을 다신다"는 의미다. 그의 저서 '성소부부고'에 실려있는데 120여 종의 식품과 식재료에 대한 품평서다. 유배지에서 거친 음식만을 먹게 되자, 예전에 맛봤던 음식을 생각하며 "먹는 것에 사치해선 안되고 절약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북의 경우 백산자(白散子) 승도(僧挑) 녹미(鹿尾) 웅어 뱅어 노란조기 오징어 도하(桃蝦) 생강 등이 언급돼 있다. 비록 전국적인 것을 다루고 있으나 음식창의도시 전주가 이를 활용해 보면 어떨까 싶다.조상진 논설위원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스위스의 한 작은 마을이 세계적 스타가 되었다. 그것도 돈 한 푼들이지 않은 '0원 마케팅'의 결과다. 비결은 소셜미디어로 세상과 소통을 시작한데 있다. 스위스의 그라우뷘덴주의 오버무텐(Obermutten). 인구라야 87명의 아주 작은 시골마을이다. 도대체 이 마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휴양지의 특성을 살려 관광객 유치를 고민해왔던 오버무텐은 마을 대표의 제안으로 페이스북 캠페인 진행을 시작했다. 오버무텐 마을 공식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른 모든 네티즌 '친구'를 명예시민으로 만드는 이벤트였다. 마을 대표는 '좋아요'를 눌러 팬이 된 사람들을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명예주민'으로 선포하고 그들의 사진을 프린트해 마을 곳곳에 붙였다. 이 작은 캠페인은 금세 퍼져나가 세계 각국의 '친구'들을 불러들였다. 이벤트를 시작한 것이 2011년 9월 27일, 1년 남짓 한 동안 세계 52개국 44,000명이 오버무텐의 '친구'가 되었다. 소셜미디어만으로 관광객 유치에 성공한 이 작은 마을의 이야기에 언론도 주목해 세계 각국의 언론들이 오버무텐을 찾아와 소식을 전했다. 이제는 세계적 명소가 된 오버무텐에 지난 10월, 새로운 소식이 더해졌다. 마을에 박물관이 생기게 된 것이다. 오버무텐 국제우정박물관(Obermutten International Museum of Friendship, OIMOF)이다. 페이스북으로 친구가 된 사람들이 보내온 선물과 거기 담긴 이야기가 박물관의 주인공이다. 텍사스의 어떤 친구는 티셔츠를 보내오고, 함부르크의 친구는 하트케이크를 보냈으며, 독일의 한 TV잡지는 남극탐험에서 사용했던 깃발을 선물했다. 마을 공식 페이스북에도 선물과 거기 담긴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소셜미디어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원하든 원치 않든 소셜미디어의 힘은 어느 사이에 우리 일상속에 깊숙이 들어와있다. 최근 온라인 매체 '선샤인 뉴스'의 성재민 편집장이 펴낸 소셜 마케팅 책에서도 소셜미디어의 힘은 다양하게 보여진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활용한 소셜 마케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수집하고 분석한 이 책에는 눈길을 끄는 사례들이 적지 않지만, 유독 관심이 가는 내용이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지역 재발견 사례들이다. 오버무텐도 대표적 사례다. 지역 홍보를 고민하고 있다면 소셜미디어 활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할 이유가 충분히 있어 보인다.
희망키움뱅크사업이라는 게 있다. 보건복지부가 2009년부터 전북광역자활센터에 사무를 위임해 벌이는 사업이다. 제도 금융권의 자금을 받을 수 없는 저소득층의 빈곤 탈출을 돕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일정 기준을 통과한 저소득층은 무담보 무보증으로 2000만원까지 대출 받을 수 있다. 금리 및 상환 조건도 좋다. 연리 2%에 6개월 거치 54개월 분할 상환하면 된다. 2009년에 대출받은 사람은 2014년 12월까지 갚아야 한다. 이 희망키움뱅크사업을 통해 도내에서는 지금까지 60명이 13억 원을 대출받았다. 2012년 6월 말 현재 이 대출자금의 상환 예정액은 6억 6100만원이다. 이와 관련, 지난 주 열린 도의회 환경복지위의 복지여성보건국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이현주 도의원(비례대표)이 '희망키움이 아니라 먹튀키움이다'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대출자 60명 중 6개월 이상 이자 및 원금을 갚지 않은 사람이 31명(52%)에 달하고, 연락 두절자가 다수라고 밝혔다. 대출 대상자 선정 당시 무담보 무보증 대출이어서 갚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팽배했고, 선정 과정에서 공무원이나 수행기관 직원들의 친인척 또는 지인들이 선정됐다는 의혹도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받은 자가 개인 빚 정산이나 땅 투기용으로 자금을 유용한 정황도 있다고 했다. 그리고 주무 부서인 전북도청 사회복지과 및 감사관실은 이런 실태를 파악하고 철저한 관리감독을 하라고 주문했다. 전북광역자활센터는 실제 상환액이 4억 6200만원으로 전체의 70% 정도이고, 공무원 등의 친인척이 선정됐다는 등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사실 이 대출금은 그 특성상 일정 부분 회수 가능성이 낮다. 또 연체자들이 '먹튀'했다고 결론 내리기도 아직은 성급하다. 그러나 이 의원 지적에 나타난 것 중 '선정 과정에서 공무원이나 수행기관 직원들의 친인척 등이 선정됐다'와 '개인 빚 정산이나 땅 투기용으로 유용했다'는 부분은 꼭 확인해야 한다. 이 의원 지적에서 확실한 사실의 적시가 없어 의혹만 부풀려졌고 개운치가 않다. 전북도는 이 부분에 대해 철저한 감사를 해야 한다. 이 의원의 지적이 확인되면 당사자들을 가려내 엄중 조치해야 한다. 또 사실이 아니라면 그에 따른 적정한 조치도 해야 한다. 의혹의 화살을 받은 당사자들의 억울함도 있다. 저소득층 지원 사업에 사익이 개입됐다는 의혹은 결코 가볍지 않다. 김재호 논설위원
야권 후보 단일화를 앞두고 민주당 문재인과 무소속 안철수 후보측의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주말이면 두 사람의 운명이 갈리기 때문이다. 승자가 돼야만 결승전에 진출하기 때문에 젖먹던 힘까지 쏟고 있다. 양측 지지자들이나 무당파들은 어떤 룰로 단일화 할지 관심이 높다.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TV토론 후 여론조사로 승부를 확정지을 것 같다. 참으로 묘한 나라다. 과학의 이름으로 포장된 여론조사를 믿지 않으면서도 대통령 후보를 여론조사로 확정한다는 것은 아이러니다.지금 도민들은 정권교체를 갈망하고 있다. MB정부들어 전북이 더 뒷걸음질 쳤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생각이 바로 야권 단일후보로의 정권교체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은 문이냐 안이냐다. 야권 단일화를 놓고 표심이 3갈래로 나눠져 있다. 문· 안 그리고 둘중 누가 돼도 상관없다는 그룹이다. 그러나 결승까지 생각하면 판은 복잡하다. 문이 안되면 안을 지지하지 않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로, 안이 안되면 문을 지지하지 않고 박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이 있다. 새누리당 쪽서는 정치적 야합이라며 "시너지 효과가 없다"고 과소평가한다. 상당수 도민들은 단일화 해도 결승전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의 대결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더 고민이 깊어가는 것 같다. 지난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박원순 후보가 유리한 국면을 맞고서도 압승을 못거둔 것이 이같은 생각을 뒷받침한다. 그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46.2%를 얻었다. 이게 온갖 악재속에서도 수구 보수세력이 얻어내는 표의 최저선이다.97년과 2002년 대선 때 온갖 기적이 모였음에도 김대중 후보는 39만표, 노무현 후보는 57만표 차로 당선됐다. 지금 강원과 충청권 그리고 영남권은 새누리당이 기선을 잡았다. 이 같은 상황속에서 안 후보 지지자들은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지금까지 문 후보와 민주당 지지도를 이 정도까지 이끌어 온 것은 안 후보 덕분이다"며 "안후보로 단일화 해야 표의 확장성이 생겨 이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반해 문 지지자들은 "국정경험 있는 민주당의 통큰형님쪽으로 단일화가 이뤄져야 결승서 박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반응이다.아무튼 정책과 공약이 비슷한 두 후보는 오늘 TV토론이 끝나면 우열이 가려질 것이다. 백성일주필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1910∼1987)은 생전에 그룹 후계자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듯 하다. 그런 흔적은 그가 쓴 호암자전 '잘 살아 봅시다'에 잘 나와 있다. "업종과 분야가 복잡하고 종업원 수도 십만명이 넘을 뿐 아니라 무슨 잘못이라도 생겨 삼성이 흔들리게 되면 국가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삼성을 올바르게 보존하는 일은 지금까지 키워온 일 못지 않게 중요하다. 후계자 선정에는 덕망과 관리능력이 기준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세 아들을 평가했다. "맹희(장남)는 그룹 일부의 경영을 맡겨 보았는데 6개월도 안돼 기업체는 물론 그룹 전체가 혼란에 빠졌다. 본인 스스로 물러났다. 창희(차남)는 그룹 산하의 많은 사람을 통솔하고 큰 조직을 관리하는 것보다는 알맞은 회사를 건전하게 경영하고 싶다고 해 본인의 희망을 들어주었다. 건희(3남)는 중앙일보만 맡으면 하는 게 나의 심정이었지만 기업경영에 열심히 참여하고 공부하는 노력이 보였다. 본인이 하고 싶다면 그대로 놔두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했다." 3남 건희를 후계자로 지목한 배경이다. 장남과 차남을 제치고 3남을 후계자로 지목한 배경엔 '미래의 삼성', '사회적 존재'로서의 삼성을 염두에 둔 것이겠다. 호암의 25주기 기일이 어제(19일)였다. 지난 24년간 삼성, CJ, 신세계, 한솔 등 범 삼성가(家)의 오너 가족들이 함께 모여 선영을 참배했지만 올해는 찢어진 채 추도식을 진행했다. 삼성과 CJ가 호암의 상속재산을 놓고 소송을 벌이는 동안 감정의 골이 깊어진 탓이다. 후계자 선정에 대한 호암의 안목은 탁월했지만 미래 가족경영 만큼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삼성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세계 어느 곳을 가도 삼성을 만날 수 있다. 국내에도 곳곳에 삼성공장들이 있다. 경기 수원과 기흥· 성남, 충남 연기, 부산, 경남 거제, 충남 천안과 서산, 울산, 인천, 광주, 경북 구미에는 1개 이상의 공장이 있다. 하지만 전북에는 삼성 계열사 공장이 단 한 곳도 없다. 작년엔 새만금 투자 MOU(양해각서)를 체결해 놓고도 그 내용을 밝히면 무산된다는 엄포를 놓았다. 글로벌 기업 답지 못한 태도다.전북한테 삼성은 미운 기업이다. 호암이 강조한 '사회적 존재'로서의 삼성이라면 지역간 균형 투자에도 인색해선 안된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새만금 지역에 카지노를 도입하면 어떨까? 그것도 내국인 출입이 가능한 카지노를.우선 새만금의 형편부터 보자. 새만금사업은 2010년 방조제가 준공되고 2011년 3월 종합개발계획(MP)이 확정됐다. 내부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돼 맨 땅이 여기저기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장작 중요한 투자는 감감 무소식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몇번 입질하더니 없던 일이 됐고 국내 투자자도 외면하기는 마찬가지다. 새만금 관광의 꽃으로, 새만금사업 전체를 견인해야 할 고군산군도 국제해양관광지 개발만 해도 1997년 용역을 추진한 이래 15년째 제자리 걸음이다. 각종 개발계획으로 땅값만 몽땅 올려놨다.2001년 3월 김대중 대통령이"새만금 얘기만 나오면 참으로 답답하다"고 토로한 바 있다. 10여 년 전의 그 말이 지금도 딱 맞는다. 얼마 전 안철수 대선후보가 "새만금을 수출주도형 중소기업단지로 만들겠다"고 해서 귀가 솔깃했다. 하지만 그것은 담수호를 제외한 8500만 평의 한 귀퉁이에 해당하는 말이다.이처럼 답답한 상태가 계속되면서 '새만금 게임시티'용역이 실시됐다. 즉 앵커시설로써 카지노를 도입해 돈과 사람을 끌어 모으자는 발상이다. 이름하여 '새만금 게임시티 개발방향 설정을 위한 정책세미나'가 그것이다. 새만금관광단지내 8만 여평에 복합카지노리조트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핵심이다.실제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카지노산업은 아시아권으로 열풍이 옮겨 붙은지 오래다. 마카오는 미국을 능가하고, 싱가포르 일본 베트남 필리핀까지 번졌다. 우리의 경우 카지노는 총 17개소. 그 중 16개소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고, 내외국인 모두 출입이 가능한 곳은 강원랜드가 유일하다. 외국인 카지노는 서울과 부산 만이 흑자고 제주 등 모두 적자다. 폐광지역특별법에 의해 2000년 개장한 강원랜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지난해 성적표는 매출 1조2657억 원, 영업이익 4885억 원, 이용객 502만 명, 고용인원 4813명이다. 하지만 국민의 사행심 조장이라는 비난과 함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새만금도 넘어야 할 산이 첩첩이다. 우선 도민들의 정서가 부정적이고 국제공항 등 SOC도 갖춰지지 않았다. 설령 한다해도 또 다시 새만금특별법(65조에 외국인 카지노는 허용)을 개정해야 하는데 특혜시비에 휘말릴게 뻔하다. 활짝 열고 논의는 하되, 신중했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신재효(1812~1884)는 우리 판소리사에서 독보적인 존재다. 그는 판소리 이론가이자 개작자이자 소리꾼들의 후원자였다. 판소리에 관한한 그의 역할은 특별하지만, 천시 받던 소리꾼들을 후원하고 지도하면서 소리길을 갈 수 있게 한 역할은 특히 빛나 보인다. 최근 그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자료가 발표됐다. 신재효 탄생 200주년을 기념한 판소리학회의 정기학술회의에서다. 신재효에 대한 연구성과가 적지 않지만 이번 발표된 내용은 그 성과들에 대한 재편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신재효의 생애와 판소리 연행에 대한 몇 가지 단상'이란 다소 긴 주제의 논문은 동아대 이훈상교수가 내놓은 것이다. 새롭게 밝혀진 가계도나 천석꾼으로 알려져 있었던 그가 훨씬 더 탄탄한 경제적 기반을 갖고 있었다는 점, 그가 지냈던 '동리정사'의 이름이 '부용헌'이란 이름을 갖고 있었다는 점, 한시를 짓는 모임에서도 중심이었다는 점,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던 제자 진채선에 대한 새로운 사실 등 눈길을 끄는 내용이 적지 않다. 그동안 신재효에 관한 연구작업이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왔던 점에 비추어보면 이런 새로운 사실들이 이제야 공개된다는 것이 외레 새삼스럽다. 관심이 가는 부분도 바로 이 대목이다. 이 교수는 신재효 가문의 전승 고문서와 관련 금석문 등 그동안 신재효 연구에 활용되지 않았던 자료들을 집중적으로 수집하고 연구했다고 한다. 그동안 소홀했던 신재효의 생애사가 재조명될 수 있었던 배경이다. 덕분에 새롭게 발표된 내용에는 신재효를 새롭게 보게 하는 내용이 적지 않다. 그중에서도 진채선과 관련된 부분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다. 신재효의 총애를 받았던 진채선은 조선 후기, 최초의 여자 명창이다. 채선은 1867년 한양에서 열린 경복궁의 경회루 낙성연에 참여한 뒤 행적이 불분명했다. 신재효가 채선이 대원군의 각별한 보살핌을 받아 다시 돌아오지 않자 그를 향한 절절한 애정을 담아 썼다는 '도리화가' 역시 이러한 사실을 뒷받침했다. 그러나 이 교수의 논문에는 채선의 행적이 분명하다. 채선은 한양에서 내려와 영광이나 부안 등지에서 활동했으며 그 지역 현감들은 채선을 기생으로 만들려고 애를 썼다. 이런 사실은 그 지역 이서가 신재효와 주고받은 편지로 생생하게 드러난다. 신재효 생애사가 갖는 의미는 크다. 당대 사회문화사의 면면이 더 새롭게 드러날 것이기 때문이다. 연구의 진전을 기대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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