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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경선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는 온라인 상에서 이용자들이 인맥을 새롭게 쌓거나 기존 인맥과의 관계를 강화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말 싸이월드를 통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미국에서 최초의 SNS사이트는 1990년대 중반 등장했으며 마이페이스, 페이스북 등 수백개를 넘는다. '손안의 PC'로 불리는 스마트폰(모바일)이 나오면서 더 강력한 변화를 추동하고 있다. SNS가 정치에서 위력을 발휘한 건 지난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였다. 정치권 밖의 2030세대 젊은층을 모바일이 정치의 영역으로 불러냈다. 지난 1월15일 민주통합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때 선거인단은 80만명에 육박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는 정당 선거인단 규모로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규모 선거인단이 모인 것은 모바일 투표 덕분이다. 대의원(2만1000명)과 당비를 내는 당원(12만명)은 14만명인데 비해 일반 선거인단이 64만명에 달했고 이중 88%가 모바일 투표를 신청했다. 20∼30대 비율이 44%였다. '흥행'에 성공한 민주통합당은 이번 4.11총선에서도 선거인단 모집을 통한 모바일과 현장투표로 후보를 결정한다. 국민경선을 통해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주기로 한 것이다. 지역선거구에 모바일투표를 적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29일 마감한 선거인단 규모는 103만명이나 됐다. 그런데 이 선거인단의 질적 문제가 도마에 올라 있다. 조직동원과 선거인단 대리접수가 불거졌고 이 과정에서 검은돈이 지출됐다. 광주 동구에선 불법 선거인단 모집이 들통나 자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이런 판국이니 당내에서 조차 국민경선이 알바들의 잔치, 선거꾼들의 한건주의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무늬만 국민경선이지 결국 조직선거, 돈선거, 관권선거로 흐르고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선거인단 중에 불법으로 모집된 선거인단이 몇명인지, 선거구별로 얼마나 되는지 누구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불법으로 모집된 선거인단이 뽑는 경선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특히 호남에서는 몇곳을 제외하면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당장 국회의원이 될 이런 후보를 불법 선거인단이 뽑아서는 안될 일이다. 장점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경선이 세밀하지 않으면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이경재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2.03.06 23:02

경칩(驚蟄)

오늘은 잠자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이다. 한자로는 놀랄 경(驚), 겨울 잠자는 벌레 칩(蟄)을 쓴다. 땅속에서 동면하던 벌레가 봄 기운에 감짝 놀라 나온다는 뜻이다. 얼었던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날이다.경칩은 봄비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우수(雨水)를 지나, 밤과 낮의 길이가 같은 춘분(春分) 사이에 있는 절기다. 이 때는 동물 뿐 아니라 산천의 초목들도 물기를 머금고 새로운 계절을 준비한다.농가월령가는 이 즈음의 풍경을 이렇게 노래한다. "반갑다 봄바람이 변함없이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힘차게 싹이 트고,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멧비둘기 소리나니 버들빛 새로워라. 보습쟁기 차려 놓고 봄갈이 하여 보자." 묵은 먼지가 덮인 농기구를 정비해 한 해 농사를 준비하자는 것이다. 이 때는 담배 모를 심고 과일밭도 가꾸기 시작한다.경칩에는 많은 풍습이 있었다. 우선 물이 고여 있는 곳에 개구리들이 낳은 알을 건져 먹는 습속이 있었다. 이 알을 먹으면 허리 아픈데 좋고 몸을 보한다는 것이다. 먹을 것이 귀하던 시절의 얘기일 듯 싶다.또 경칩에 흙 일(土役)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았다. 빈대가 많은 집에서는 경칩에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일부러 흙벽을 바르기도 했다.이 때쯤이면 농가에선 장 담그기를 했다. 장은 맛의 1년 농사인 만큼 정성을 들였다. 또 농가에선 겨우내 인분이 쌓인 변소를 펐다. 퇴비더미에 파묻어 두면 귀한 거름이 되었다. 지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농토에 보약같은 존재였다. 경칩무렵 고로쇠 나무 밑둥에 상처를 내 수액을 마시기도 했다.또한 경칩은 연인들의 날이었다. 젊은 남녀가 은행나무 주위를 돌면서 정을 다졌다. 천년을 산다는 은행나무는 암수 구별이 있어 서로 마주 보아야 열매를 맺는다. 이 은행나무 열매를 서로 입에 넣어주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던 것이다. 초콜릿을 선물하는 서양의 발렌타이나 화이트데이보다 훨씬 더 상징적이다.이러한 경칩 풍경도 거의 사라졌다. 날씨도 지구 온난화 탓인지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고 개구리가 깨는 시기도 빨라졌다.어쨌든 산과 들엔 맥박이 뛰듯 생명의 소리가 들린다. 산이 안면을 씰룩거리며 말을 걸어 온다. 약동의 계절, 봄이다. /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2.03.05 23:02

도전정신의 교훈

장애인으로는 세계에서 최초로 4대 극한의 사막 마라톤 완주에 성공한 시각장애인 송경태씨가 이번에는 히말라야 안나프루나 전진기지 등반에 성공했다. 안나프루나 정상은 해발 8091m, 전진기지는 그 절반쯤의 지점인 4130m에 위치하고 있다. 안나프루나는 산세가 험난한데다 예측 불가능한 산사태로 전문 산악인들도 오르기 힘든 산으로 꼽힌다. 지난해 박영석 원정대가 실종된 곳도 이곳 안나프루나였다. 오죽하면 '히말라야의 잔혹한 풍요의 여신'이라는 별칭이 붙여졌겠는가. 악전고투였을 등반과정의 고통은 그래서 감히 짐작하기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송씨의 소감은 "힘듦과 고통이 클수록, 완주 후의 성취감과 도전하는 의미가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었다. 등반의 역사는 인간의 도전과 극복의 역사다. 기록에 따르면 산에 올라 정상에 선 첫 공인 등반은 1492년, 알프스의 암봉 몽테귀유 등정이지만 근대적 등산의 시작은 1786년 미셸 파카르와 수정 채취꾼 자크 발마가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 등반이다. 흥미로운 것은 알프스 초기 등반의 역사는 국력을 과시하는 또 하나의 국가 간 정복전쟁이었다는 점이다. 어찌됐든 험난한 자연에 도전하면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낸 변천의 과정 속에서 지구상의 거의 대부분 산들은 인간에게 정복당했다. 그중에서도 히말라야는 인간 한계 극복의 역사를 상징하는 산으로 꼽힌다. 산악인들은 히말라야가 품고 있는 8000m 이상의 14개 거봉을 정복하기 위해 숱한 도전을 했다. 히말라야의 최고봉 에베레스트를 비롯해 'K2', '다섯 개의 큰 눈의 보고' 칸첸중가, '남쪽봉우리' 로체, '보석의 여신' 초오유, '영혼의 산' 마나슬루, 시샤팡마, 브로드 피크 등 14개 거대한 봉우리가 인간의 도전에 하나씩 정복되었다. 물론 그 노정에는 수많은 산악인들의 숱한 좌절과 희생의 아픈 역사가 놓여있다. 전북에도 히말라야의 거대한 14개 봉우리를 정복한 산악인이 있다. 한왕용씨다. 지난 2003년까지 히말라야 14개 봉우리를 모두 오른 세계의 산악인은 11명. 한국에서는 엄홍길, 박영석에 이은 세 번째 주인공이다. 그는 1994년 초오유를 시작으로 14좌 완등까지 꼬박 10년을 바쳤다. 쉰 번의 도전에 숱한 좌절을 겪고서야 얻은 완등이지만 그의 소감 또한 의외였다. "등산의 중요한 본질은 정상에 오르는데 있지 않다. 자연이 주는 고난과 싸우며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 있다." 결과보다 과정을 더 가치 있게 생각하는 사람들. 지칠 줄 모르는 그들의 도전정신이 아름답다.

  • 오피니언
  • 기타
  • 2012.03.02 23:02

감동 공천

민주통합당의 4·11 총선 공천 작업이 속도를 내면서 도내 지역구의 1단계 컷오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달 27일 도내 11개 지역구 가운데 6명 이상이 공천을 신청한 4개 선거구에 대한 면접을 실시한 결과, 전주 완산을과 남원·순창, 진무장·임실 지역이 4배수로 압축됐고 이들을 대상으로 최종 경선후보자 2명씩을 선정하기 위한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경합이 첨예한 전주 완산갑은 4배수 압축을 못한 채 공천 신청자 6명 전원에 대한 여론조사를 통해 2명을 선정하기로 했다. 나머지 고창·부안과 군산 김제·완주 익산갑 익산을 전주덕진 정읍 등 7개 선거구에 대해선 어제 후보자 면접이 실시돼 역시 2~3배수로 압축될 전망이다. 민주통합당 공천심사위원회는 도내 지역구 경선주자 압축결과를 2일이나 4일께 발표할 예정이다.하지만 민주통합당의 총선후보자 선정과정을 지켜보는 도민들은 큰 공감을 못하는 분위기다. 당초 민주통합당이 개혁공천, 공천혁명을 표방했지만 압축되어져 가는 면면들을 보면 도민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참신성과 전문성, 국정수행 역량을 두루 갖춘 인물보다는 대게 정치판을 기웃거렸거나 정치 지향적 인사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평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지역사회에서 신망 있고 탁월한 식견과 도덕성 등을 갖춘 인물들을 적극 발굴하지 않은 채 손쉬운 공모방식만 채택한 결과일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모태인 호남에서부터 인재발굴이나 영입이 이뤄져야만 민주당 바람의 추진동력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 같다.후보자 선정방식도 큰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민주통합당에선 경선 혁명이라 자평하는 모바일 투표가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 후보진영마다 모바일 선거인단 확보에 열을 올리다보니 또 다시 조직과 동원선거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사람 저 사람들로부터 모바일 선거인단 가입을 강권받는 유권자들은 짜증수준을 넘어 선거 혐오감마저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투신 자살한 사건까지 발생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계파 야합과 지분 나누기 특정 학맥 등 공천을 둘러싼 잡음도 증폭되고 있다. 전쟁도 치르기 전에 벌써 승리감에 도취되는 듯한 느낌을 국민들이 가진다면 선거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다. 대표적 원칙주의자로 통하는 강철규 공심위원장의 국민이 공감하는 '감동 공천'을 기대해 본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2.03.01 23:02

봄마중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은 설레는 일이다. 만남 그 자체보다 오히려 기다리는 순간들이 더 긴장되고 흥분된다. 봄도 그렇다. 올 봄은 다른 해와 다를 것 같다. 민심을 얻고 가르는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움추려 있던 민심도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 각 지역마다 민심을 자기편으로 만들려는 후보들의 발길이 요란하다. 민주통합당 예비후보들은 공천 받으려고 젖먹던 힘까지 쏟느라 정신 없다. 전혀 컴퓨터를 못다루는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를 국민경선인단에 하나라도 더 넣기 위해 진땀 흘린다.공천혁명을 이룬다해서 기대를 걸었지만 지금은 아니다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공천을 앞두고 요란법석을 떨고 있지만 민심은 차갑다. 광주에서 전직 동장이 국민경선 선거인단 모집을 놓고 선관위 단속반이 들이닥치자 옥상에서 뛰어 내려 자살한 사건이 이를 말해준다. 민주당은 지금 옛 한나라당의 반사이득만 챙기고 있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다. 자신의 노력으로 득점한게 없다. 여야 공히 선거운동을 스스로가 하지 않고 상대방측이 해주는 꼴이 됐다. 공약과 정책도 별반 차이가 안난 상태에서 주판알만 튕기고 있다.도민들은 민주당이 도로 열린우리당 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486세력들과 참여정부 시절 요직을 차지했던 사람들이 너무 거들먹거리며 당을 좌지우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리고 있다는 비난도 쏟아진다. 당지지도가 새누리당보다 높게 나오면서 우쭐대고 있기 때문이다. 민심은 어느 때든지 자만하게 보였다가는 그냥 등 돌리고 만다. 하루 아침에 추풍낙엽 신세가 될 수 있다. 지금도 민주당도 새누리당도 아닌 무당파가 많다. 이들은 지금판을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도민들 가운데는 이번 총선을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총선이 전국 동시선거라서 또 전북이 민주당 일색으로 끝나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고 있다. 민주당 공천자가 지지율만 낮아질 뿐 당선되는데는 걱정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선거가 봄마중 가는 것처럼 설렘 속에서 축제 분위기로 치러져야 하는데 그렇게 될지 의문스럽다. 올 봄에는 전북의 봄도 있어야 할 것이다. 희망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 봄 말이다. 도민들도 올 봄을 여느해 같은 봄으로 생각치 말고 전북의 희망을 열 수 있도록 고민해서 맞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02.29 23:02

업무추진비

"업무추진비를 다 안쓰고 남겼다"고 기자들 앞에서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시장 군수들이 있었다. 관선시절의 얘기다. 그만큼 예산을 아껴 썼다는 걸 강조한 것이겠다. 당시엔 판공비(辦公費)로 불렸고 시장 군수들은 이 돈을 '폭 넓게' 사용했다. 연말이 오기도 전에 바닥이 나 비서들이 전전긍긍해 하기도 했다. 부족한 돈은 편법으로 충당했다. 이런 시절이니 다 안쓰고 남겼다면 자랑거리였을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그만큼 대·내외 활동에 소극적이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업무추진비는 공무(公務) 처리 과정에서 쓰이는 돈이다. 자치단체 행사와 시책, 투자사업의 원활한 추진은 물론이고 조직운영과 홍보, 기관간 유대 강화 등이 용도다. 일종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적법한 돈인데 얼마나 활동하지 않았으면 돈이 남았겠느냐는 것이 그것이다. 어찌됐건 분명한 건 아무리 포괄적 용도의 예산일 망정 용도에 맞지 않거나 영수증 등 증빙자료도 갖춰지지 않고 집행된다면 큰 문제라는 것이다. 그런데 시민 혈세나 마찬가지인 이 돈이 실제로 단체장들의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퇴직공무원 격려금 100만원, 전출 공무원에 대한 전별금 100만원, 경찰서장 전별금 50만원, 지방의원 해외연수 지원 160만원 이런 식이다. 간담회를 연 뒤 한끼 식비로 1인당 7만원이 쓰였고, 영수증도 없이 지출된 경우도 있다. 최종 수령자가 없는 지출을 두고는 비자금 조성 의혹까지 사고 있다. 전공노전북본부와 전주시민회는 업무추진비 씀씀이를 공개하고 공직선거법 위반과 뇌물 공여로 몰아부치고 있다. 도내 15개 자치단체의 업무추진비는 연간 41억원 규모다. 전라북도가 5억3000만원대, 가장 적은 장수군이 1억8천만원대였다. 민선시대 들어 업무추진비는 대폭 늘어났다. 선거를 겨냥한 선심용 집행이 늘고 있는 건 아닌지 눈여겨 봐야 한다. 그 많은 예산이 단체장 개인의 생색내기용으로 쓰인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무를 가장한 사적인 용도의 집행은 없는지, 마치 쌈짓돈처럼 쓰이는 일은 없는지 감시해야 한다. 시민 세금으로 조성된 돈이라면 사용목적에 맞게 써야 하고 그 근거도 확실해야 한다. 아울러 자치단체마다 천차만별인 업무추진비 규모도 일정 기준을 갖고 바로 잡아야 마땅하다. /이경재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2.02.28 23:02

고로쇠 약수

신비의 물로 알려진 고로쇠 약수에는 여러 전설이 깃들어 있다. 과장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약수의 효능을 잘 드러내고 있어 흥미롭다.우선 삼국시대 얘기다. 백제와 신라 병사들이 지리산 일대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전투 중 목이 말랐으나 샘을 찾지 못했다. 그런데 화살이 날아 와 꽂힌 나무에서 물이 흘러 내리는 게 아닌가. 너도 나도 이 물을 마셨더니 갈증도 풀리고 힘이 솟았다. 그래서 전투를 계속했다는 것이다.또 하나는 변강쇠 얘기다. 지리산 반야봉에 사는 반달곰이 포수의 화살을 맞았다. 반달곰은 산신령의 계시에 따라 나무 수액을 마셨다. 화살 맞은 자리가 깨끗이 나았다. 이러한 얘기를 백무동에 사는 변강쇠가 들었다. 마침 옹녀와 너무 무리를 해 몸이 허약해진 상태였다. 변강쇠는 뱀사골을 찾았다. 그곳에서 나무 수액을 마시고 건강을 회복했다.그리고 우리나라 풍수의 비조로 꼽히는 도선국사에 관한 얘기도 있다. 도선이 산에 들어가 움막을 짓고 수도에 정진했다. 오랜 참선을 끝내고 일어서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무릎이 펴지질 않은 게 아닌가. 무심결에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잡았다. 가지가 부러지면서 수액이 흘렀다. 그 수액을 받아 마시니, 신기하게도 무릎이 펴졌다. 여기서 나무는 단풍나무과인 고로쇠다. 전설에서 보듯 고로쇠나무는 몸, 특히 뼈에 이롭다는 뜻의 골리수(骨利樹)에서 유래했다. 한방에서는 풍당(楓糖)이라 하며 위장병 폐병 신경통 관절염에 효험이 있다. 몇년 전만해도 고로쇠 수액은 지리산 등 남부지방에서만 채취했다. 지금은 경기도 강원도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바닷바람이 닿지 않는 지리산 기슭의 것을 최고로 친다. 채취 시기는 우수에서 경칩까지 2주에서 길어야 한 달 가량이다.농한기에 농가의 큰 수입원이 되긴 하나 무분별한 채취로 나무에 피해를 주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산림청에서 채취절차와 준수사항, 사후관리, 수액용기, 채취자 복장 등을 정했다. 수액을 채취하려면 시장·군수 허가를 얻고 일정 교육을 받아야 한다. 수액채취원증을 달고 땅 표면에서 2m안의 높이에 지름 0.8㎝ 이내, 목질부로 부터 1.5㎝ 이내의 구멍을 뚫어야 한다. 구멍의 개수도 지름크기에 따라 정해져 있다.3월 3일 남원시 산내면에서는 제24회 지리산 뱀사골 약수제가 열린다. 벌써 봄이다./조상진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조상진
  • 2012.02.27 23:02

낡은 공간의 변신

문화공간이 각광을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문화공간으로 도시를 살리고 복지를 일구는 시대다.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문화공간을 통해 도시를 재생시키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복지정책에 주목하고 있다. 덕분에 문화공간은 물리적 시설 위주의 닫힌 공간의 개념으로부터 우리 삶의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는 열린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문화로 도시를 가꾸어온 유럽의 나라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문화공간을 통한 도시재생프로젝트를 실현하고 있다. 그 성과 역시 경이롭다. 환경오염으로 죽어가던 강과 도시가 살아나고 공동화되어가던 옛 도심이 생기를 되찾는가하면, 가난했던 도시가 문화와 관광의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 낡은 것의 질서와 가치를 주목하고 과거의 기억과 역사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변화시켜가는 유럽 도시들의 현명한 선택이 가져온 대가다.영국 런던 테임즈강 남쪽 강변의 미술관 테이트 모던(Tate Modern)과 게이츠헤드의 발틱현대미술관(BALTIC Centre for Contemporary Art)은 대표적인 예다. 2000년 봄에 개관한 테이트 모던의 전신은 영국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뱅크사이드 화력발전소(Bankside Power Station).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에서 가장 많은 관객들이 찾는 미술관 중의 하나가 된 테이트 모던은 국제적인 현대 미술의 흐름을 주도하는 미술관으로 우뚝 섰다. 화력발전소가 '문화발전소'로 변신한 것도 흥미롭지만 이 미술관 덕분에 템즈강 남쪽 슬럼가가 살아나고 도시는 활력을 되찾았다.발틱현대미술관 역시 도시를 살린 재생공간. 타인(Tyne)강을 사이에 두고 뉴캐슬과 마주보고 있는 게이츠헤드는 인구 20만이 채 안 되는 도시다. 뉴캐슬의 명성에 가려진데다 가난했던 이 도시는 2002년 7월 발틱현대미술관을 얻으면서 영국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도시가 되었다. 이 미술관의 전신은 제분공장이다. 산업혁명 이후 한때는 석탄과 철강, 조선 산업으로 번성했으나 이들 산업이 쇠퇴하면서 80년대 후반, 도시 낙후와 슬럼화를 안게 된 게이츠헤드는 1990년부터 도심재생을 시작했다. 발틱현대미술관 역시 도시재생으로 추진되었는데,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이름난 세이지음악당, 밀레니엄 다리와 함께 게이츠헤드를 일으킨 성공적인 재생프로젝트로 꼽힌다. 오래된 것, 낡고 쓸모없게 된 것의 가치를 발견해 새로운 공간으로 창조해내는 지혜가 지금, 우리에게도 필요하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2.02.24 23:02

청년 백수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집에서 '그냥 쉰다'는 사람이 200만 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월 고용동향 조사결과를 보면 심신이 멀쩡한데도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채 집에서 쉰 인구가 201만5000명을 기록했다. 이 같은 무위도식(無爲徒食) 인구는 지난 2003년 91만명, 2004년 103만명, 2008년 135만명, 2011년 160만명 등으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냥 쉬고 있는 인구가 늘어나는 주 요인은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청년 실업자 증가를 꼽고 있다. 60세 이상 놀고 먹는 인구는 지난 2003년 1월 22만9000명에서 올 1월 71만9000명으로 2배가 넘었다. 20대의 무위도식 인구는 지난 1월중 33만7000명으로, 20대 전체 인구 625만 명의 5.4%에 달했다. 20대 100명 중 5명 이상이 그냥 집에서 놀고 있는 것이다. 일하지 않고 교육·직업훈련도 받지 않는 청년층을 일컫는 '니트(NEET·Not in Education, Employment, Training)족'이 급증하는 신호가 아닌지 걱정이다.전라북도의 청년 실업 상황은 더 우려스럽다. 전북대학교 송영남 교수가 최근 발표한 '호남광역경제권 산업과 일자리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청년층 실업률은 8.2%에 달했다. 이는 2010년 7.0%에 비해 1.2% 포인트 급증했다. 이처럼 도내 청년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청년층 고용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지난 2003년 37.1%에서 2011년 29.2%로 8년 새 7.9% 포인트 급락했다. 도내 4년제 대학졸업생의 정규직 취업률도 34.7%로 전국 평균 39.6%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전문대 졸업생 역시 49.6%로 전국 평균 57.7%를 크게 밑돌고 있다. 이에 따라 도내 청년층 취업자 수도 크게 줄어 지난 2000년 16만1000명에 달하는 취업자 수가 지난해 8만7000명으로 10년 새 절반 가까이 격감했다.전라북도와 시·군마다 젊은층 일자리 창출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올해도 전북일자리 33대표 브랜드 시책 추진과 청년취업 2000사업, 산학관 커플링사업, 대학별 취업콘서트 및 미니채용박람회, 청년창업 지원 등을 중점 추진하며 청년일자리 신규·확대지원에 300억 원을 투자한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청년층의 백수 탈출은 아직 요원하기만하다. 뭔가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은 없을까 고민이 깊어진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2.02.23 23:02

유권자 몫

여야 공히 공천 심사가 본 궤도에 진입했다. 공천심사위원회가 내건 기준을 보면 거창하다. 도덕성 정체성 능력 등 그럴싸하다. 민주통합당은 12월 대선 승리를 위해 공천혁명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 주는 공천혁명을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뚜껑이 열리지 않아 예상하기가 어렵지만 종합하면 말따로 행동 따로 노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긴다.전북은 민주통합당이 강하다. 민주당 공천을 받으면 당선이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공천자 결정이 여론과 다르게 나오면 복잡해질 수 있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이 생각한 사람이 공천자로 결정 안되면 본선에서 낙선시키겠다는 눈치다. 지지자별로 미는 후보가 제각각이겠지만 그래도 여론상으로는 어느 정도 좁혀졌다. 전주는 토종 정치인과 낙하산 타고 온 후보의 대결로 압축됐다. 그중 완산갑 신건의원의 수성 여부도 관심사다.4.11 총선은 전주 유권자들의 자존심이 걸려 있는 선거다. 성숙된 시민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나름대로 단단히 벼르고 있다. 당이 여론과 다르게 공천하면 낙선시키겠다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아마 당과 공심위가 전주 여론을 간파했을 것이다. 지금은 전주시민들이 예전처럼 호락호락하지 않다. 국회의원을 잘못 뽑으면 지역이 발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정동영의원이 밀건 안밀건 그건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정동영의원이 유종일예비후보를 민다고 하자 거센 반발과 역풍이 분 것이 바로 이를 증명했다. 사무실을 그대로 쓰도록 한데서 반발심이 컸다. 뭔가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눈치다. 그간 민주당 일변도의 지지를 해와 그 해악을 누구보다도 유권자들이 잘 알고 있다. 대체적으로 지역서 주민들과 애환을 함께해 온 예비후보가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다선의원이 있는 경우 시도의원들이 지지선언을 하는 등 극성을 떨지만 여론은 그렇게 녹록하지가 않다. 약발이 별로 안 받는 것 같다. 지방의원들이 줄선다고 유권자들이 따라간다는 보장은 없다. 신망받지 못하는 지방의원들이 줄서면 오히려 불리해질 수 있다. 지금은 유권자가 영악해졌다. 과거처럼 노랑색 옷만 입으면 무조건 당선되던 시절과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백성일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02.22 23:02

전북방문의 해

관광산업은 지난 30년 동안 연평균 성장률이 7%를 넘을 만큼 안정된 성장세를 유지해 왔다. 웬만한 나라들의 경제성장률 보다 두배 이상 높은 수치다. 앞으로도 성장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세계관광기구(WTO)는 동아시아· 태평양지역의 경우 매년 7%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치를 내놓았다. 오는 2020년에는 25%에 이를 것이라고도 한다. 관광시장의 성장 과실을 어떻게 흡인할 것인가가 각 나라마다 중요한 숙제다. 무엇보다 관광 인프라 구축과 콘텐츠 개발이 가장 시급한 현안이겠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관광자원의 방대한 규모와 비용의 저렴성을 내세워 블랙홀처럼 관광인구를 빨아들이고 있다. 동남아 여러 지역이 그 다음이다. 우리나라는 한류 열풍에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미미하다. 관광흐름은 시설보다 상품의 질과 격을 추구하는 추세다. 하드웨어는 이미 최고점에 도달했고, 이젠 소프트웨어 쪽에 치중되고 있다. 기존의 관광상품을 상호 연계한 프로그램, 체험이나 교육 관련 프로그램 등이 각광받고 있다. 이런 흐름에다 소비자 눈높이의 콘텐츠라면 금상첨화라고 하겠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 한류의 본고장으로 자처하는 전북은 얼마나 찾고 싶은 곳일까. 2009년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국민여행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전북은 여행방문지 선호도에서 전국 8위, 만족도에서 6위였다. 16개 시도중 대략 중간쯤이다.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전북 방문의 해'다.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다양한 행사들이 계획되고 있다. 한류 스타를 활용한 'K-POP 페스티벌', '길문화 체험', '한옥마을 태권도 시범공연', '해양스포츠제전', '세계미술 거장전', '아시아줄다리기선수권대회', '발효식품엑스포', '한국음식관광축제', '세계소리축제', '한옥 야간상설공연' 등등. 관광객도 예년(6335만명)보다 500만명(7.8%)을 더 늘려 잡았다. 목표 달성도 과제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다시 오고 싶은 전북이 되도록 관광객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라고 하겠다. 그럴려면 숙박·음식·교통은 물론이고 친절서비스 등 개선할 게 너무 많다. 인프라가 취약하고 콘텐츠가 행사에 치중돼 있는 것도 문제다. 그런데도 자치단체들은 너무 느긋하다. 말로는 뭣을 못할까. 실행이 문제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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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2.02.21 23:02

명인·명창 구술사

"조선 사람이 광대의 소리는 좋아하면서 광대의 인격은 천대 멸시하는 현실에 분개하고,… 광대소리야말로 조선인의 심상이 들어 있는 소리요, 광대들이야말로 당당한 예술가이어늘 천대를 받아 왔으니 이제야말로 그 관념을 시정하여서 광대의 예술적 가치와 사회적 위치를 모두 인식할 때다."이는 김제출신 정노식(鄭魯湜 1891-1965)이 펴낸 「조선창극사(朝鮮唱劇史)」 머릿말의 일부다. 1940년에 발간된 이 책은 구전되어 오던 판소리 역사를 정리한 최초의 문헌으로 문학사적 의의가 높다. 전통 예술인들에 대한 편견이 시퍼렇던 일제 초기에 일본 유학을 다녀온 엘리트가 이런 생각을 가졌다는 게 당시로서는 놀라운 일이다. 조선창극사에는 정읍출신 전도성 명창의 구술을 바탕으로 권삼득 등 명창 90명의 더늠(명창의 특징적인 판소리 대목)을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40명이 전북 출신이다. 전북이 판소리의 탯자리임을 말해준다.정노식의 지적처럼 옛부터 사람들은 소리꾼들의 예술을 좋아하면서 인격은 천대해 왔다. 그러다 보니 소리꾼들의 삶과 예술에 대한 흔적이 구전으로 내려오다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 따라서 이를 채록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러나 이들의 삶이나 예술세계를 구술받는 일이 만만치 않다. 지금처럼 대접받던 시절이 아니고 어려운 삶을 살았기에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설령 마음을 터놓으려해도 희미한 기억때문에 구술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그들의 삶은 곧 국악의 역사다. 이러한 기록들이 축적돼 씨줄 날줄로 맞추다보면 예술사의 훌륭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이같은 뜻에서 전북도립국악원이 2011-2017년 동안 25명의 도내 명인·명창들의 구술사를 펴낼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이번에 첫 결실로 4명의 구술사를 펴냈다. 호남살풀이춤(동초수건춤) 보유자 최선(전라북도 지정무형문화재 제15호), 부안농악(상쇠) 나금추(제7-1호), 판소리 심청가 이일주(제2호), 판소리장단(고법) 이성근(제9-1호)의 구술사가 그것이다. 그리고 2차 사업으로 올 한해동안 가사(歌詞) 김봉기, 판소리 춘향가 최난수와 최승희, 판소리장단 주봉신의 삶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한다. 충실한 채록으로 이들의 삶과 예술을 통해 전통예술이 나아갈 미래를 밝혀줬으면 싶다. /조상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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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2.02.20 23:02

전통과 혁신

도시는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고 다양한 활동들을 위한 시설과 기능이 집중되어 있는 곳이다. 다시 말하자면 도시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삶을 담는 그릇이다. 어떤 삶을 어떤 형식으로 담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곧 문화다. 지금 한 도시의 문화는 그 도시의 경제를 성장시키거나 쇠퇴시킨다. 오래전에 문화를 주목했던 세계의 도시 중에는 문화적 전통을 살려 산업화로, 혹은 관광자원으로 발전시킨 사례가 많다. 우선 가까운 나라 일본만도 주목해야할 도시들이 적지 않다. 그 도시들을 눈여겨보면 전통의 큰 틀을 유지하면서도 이 시대에 맞게 재창조하면서 끊임없이 유·무형의 문화를 탄생시키는 '전통의 혁신'을 주목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인들은 혁신이 더해진 전통은 새롭고 낯설지만,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난 후에는 또다시 전통 산물이 되어 충분한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는 것을 오래전에 간파했던 것이다.전주와 꾸준히 교류해온 덕분에 낯설지 않은 가나자와는 전통 보존에 심혈을 기울이면서 현대적 삶을 구현, 일본안의 전통문화도시 '메카'가 됐다. 이시카와현의 현청 소재지지만 인구 50만 명이 안 되는 그리 크지 않은 도시 가나자와는 전쟁이나 자연재해의 폐해를 별로 겪지 않아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가나자와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전통보존지구를 연상케 한다. 옛 무사들의 저택지가 남아있는 '나가마치', 70여개의 절이 모여 있는 '테라마치', 옛 요정거리의 풍경을 간직한 '히가시차야'등이 도심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것도 그렇거니와 이들 말고도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동안 보존을 거듭해온 전통가옥이나 문화재 등 도심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옛 건축물과 구조물은 전통문화도시의 풍경을 온전히 담고 있다. 이들의 전통문화 사랑은 보존뿐만 아니라 복원을 통해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일본 3대 정원인 '겐로쿠엔' 옆에 자리 잡은 '가나자와성'을 복원한 것도 눈길을 끄는 예다.가나자와는 전통 예술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체계적인 시스템도 잘 갖추어 놓고 있다. 전통예술 장인들을 배출하고 있는 '가나자와 직인대학'이나 '우타츠야마 공예공방'등이 그 통로다. 그래서인지 시민들의 삶에도 향기가 넘친다. 가나자와 취재길에 만났던 한 공예인이 들려준 말. "전통과 혁신은 떼어놓을 수 없는 긴장 관계에 있다. 전통을 무시하는 혁신은 무질서를 낳고, 혁신을 외면하는 전통은 미라처럼 생명력을 잃는다." 고개 끄덕일 수 밖에 없는 명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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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2.02.17 23:02

대형마트 규제

전주시의회가 전국 지방의회 최초로 도입한 대형마트 규제 조례가 전국적인 이슈로 확산됐다. 지난 7일 전주시의회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둘째와 넷째 일요일 '의무 휴일제'관련 조례를 전격 제정하면서 군산과 익산 등 도내는 물론 타 시·도 자치단체들도 잇따라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와 부산시가 자치구에 조례 개정을 준비하라는 공문을 내려 보냈고 울산과 인천 광주 원주 강릉 진주 등도 관련 조례 개정을 검토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치권에서도 민주통합당이 전주시의회의 대형마트 영업규제 조례를 전국에 모범 사례로 전파하기로 했고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도 당 차원에서 심도있는 검토에 나서기로 했다.언론에서도 전주시의회의 대형마트 규제 조례제정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있다. 도내 일간지와 중앙지는 물론 방송 인터넷매체와 해외언론 등에서도 관련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전주시의회가 자체 파악한 언론사 보도 건수만도 일주일새 200여건이 넘었다고 한다. 조지훈 전주시의회 의장은 연일 신문 인터뷰와 방송출연 요청에 숨 돌릴 틈조차 없다는 전언이다.해외에선 대형마트의 대명사격인 '까르푸'가 있는 프랑스에선 대형마트의 도심 진출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1996년 제정된 '라파랭 법'에 의해 도심에 300㎡ 대형 상업시설 설치때에는 당국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때문에 파리의 도심에서는 '까르푸'를 볼 수가 없다. 독일과 벨기에 등 유럽의 다른 국가들은 건축법 등을 근거로 대형 소매점에 대한 규제를 하고 있다. 다만 규제의 목적이 중소상인 보호보다는 근로자 휴식권 보장 차원이라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지난달 17일 정부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공포하자마자 전주시의회가 관련조례를 전격 제정한 이유는 소규모 영세상인과 전통시장 붕괴를 더 이상 두고만 볼 수 없다는 의지에서다. 전주시의회에 따르면 전주시내에서 영업중인 5개 대형마트의 연간 매출규모는 3500억원에 달했다. 반면 전주시내 4개 전통시장 1410여개의 점포에서 올리는 연간 매출은 1500억여원에 불과한 실정이다.하지만 유통 전문가들은 대형마트의 일요일 휴무가 전통시장과 동네슈퍼의 매출 확대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문을 표한다. 휴무일을 앞둔 대형마트 측의 주말 특판 이벤트로 고객몰이가 예견되는데다 시민들도 미리 사재기에 나설 경우 휴무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규제 이전에 대형마트와 영세상인 전통시장의 상생정신이 더 요구되는 대목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2.02.16 23:02

짓밟힌 자존심

도내 총선판이 과거처럼 민주통합당 위주로 흘러간다. 도민 70% 이상이 다선의원 물갈이를 요구하지만 "인위적 물갈이는 안된다"며 버티고 있다.하지만 이번에도 미워도 다시한번으로 그칠 공산이 짙다. 공천 신청을 마감한 결과 4.45대1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전국 최고다. 민주당 공천을 받아야 당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너나 할 것 없이 민주당으로 줄섰다.덕진서 강남을로 간 정동영은 지난 11일 밤 무슨 미련이 남아서인지 당직자들을 불러 모아 유종일 KDI교수를 지지토록 했다.정동영은 왜 그런 생각을 했을까. 일단 뒷 모습이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어머니를 찾으며 모든 것을 내려 놓겠다던 그가 또다시 실망을 안겼다. 덕진 유권자를 한마디로 우습게 봤다. 지금도 자신의 말 한마디에 국회의원 배지가 왔다 갔다 하는걸로 착각한 것 같다. 전주 시민의 자존심이 짓밟혔다. 대선 후보답게 조용하게 처신했어야 옳았다. 정동영 정치가 행동보다 말이 앞서다 보니까 또 패착을 뒀다.3번이나 국회의원을 시켜주고 대통령후보까지 되도록 물심양면으로 성원해준 전주시민에 대한 예의를 저버린 것이다. 상처 받은 쪽은 어머니다. 지금 어머니는 그런 자식을 둔 적이 없다고 후회한다. 전주시민들의 정치 수준이 예전 같지 않다. 만고풍상을 다 겪어서인지 비판적이면서 차분하다. 현역들로는 안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전북이 발전하려면 국회의원부터 갈아 치워야 한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이런 지역 분위기를 정동영은 몰랐단 말인가. 인의장막에 가리고 겸손을 잃으면 앞이 잘 안보인다. 직언하는 사람이 없다 보면 판단을 그르칠 수 있다. 정동영이 그토록 애착을 가진 어머니였으면 조용히 가슴에 묻고 갔어야 했다.당도 상처를 받기는 마찬가지다. 취임일성으로 한명숙대표가 공천혁명을 가져오겠다고 한 발언도 결과적으로 실언이 된 것이다. 공천심사위원회도 헛바퀴를 돌리고 있는 셈이다. 민주통합당이 MB정권의 반사이득으로 너무 빨리 삼페인을 터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정동영 같은 자만심이 민심을 떠나게 만들수 있다. 전주 유권자들의 자존심이 짓밟혔는데 그냥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도민들은 민주당이 자만심에 빠져 헛발질하면 그 댓가를 혹독히 치르도록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2.02.15 23:02

공천

'천하우락 재선거(天下憂樂 在選擧)'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한 명언이다. 세상의 근심과 즐거움이 선거에 달려있다는 의미다. 어진 자를 뽑아 바른 정치를 하면 백성들이 평안하게 되지만 그른 자를 뽑아 정치를 잘못하면 백성은 근심과 걱정으로 지내게 된다는 뜻이겠다.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18031877) 선생이 인사행정의 문제를 다룬 '인정'(人政) 이란 책에서 강조한 말인데 요즘처럼 치열한 공천정국에서는 더 없이 빛나 보인다. 이 책은 '측인(測人)' '교인(敎人)' '선인(選人)' '용인(用人)' 등 네 편으로 이루어진 25권짜리 인사행정 이론서다.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등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고 개혁의 구체적인 방향까지 제시하고 있다. 천하우락 재선거는 이 책의 '선인편'에 나온다. '선인'이란 재예(才藝)와 덕성을 겸비한 사람을 선발해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무리들을 올바른 길로 이끌도록 한다는 뜻이다. 선거철이 무르익고 있다. 바야흐로 공천시즌이다. 민주통합당이 지난 11일 공천 신청을 마감한 결과 전북은 11개 선거구에 모두 49명이 신청했다. 공천경쟁률이 4.45대1로 전국 최고를 기록했다. 진무장임실 선거구는 7대1, 전주 완산 갑과 을은 각각 6대1이나 된다. 새누리당은 15일까지 공천 신청을 받는다. 각 정당은 어진 자를 선택해 바른 정치를 하도록 출진시킬 이른바 공천작업에 매달리고 있다. 지역주의 정서가 가시지 않은 정치풍토에서는 공천이 가장 중요한 이벤트다. 무엇보다 공천이 타당성을 가질려면 절차와 기준이 민주적이고 공정해야 한다. 100m 달리기를 할 때 각 주자들이 스타트라인에 서서 똑같은 절차와 방법으로 경주하는 것처럼. 민주통합당은 일단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된 후보, '철새' 정치인, 당적 변경자 등은 배제하되 당의 '정체성' 항목 배점 비율은 최대 40%까지 높이기로 했다. 경선에 부칠 후보도 선거구별로 2명씩만 낼 모양이다. 현역의원의 기득권을 배제하고 정치 신인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그런데 운영이 문제다. 잣대는 바로 세워놓았지만 운영을 잘못해 망친 경우가 허다하다. 공천 칼자루를 쥔 사람들이 새겨야 할 금과옥조다. 그런 경우는 공천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다. 유권자가 매섭게 심판해야 한다./이경재 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2.02.14 23:02

황당선(荒唐船)

우리 영해에서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해 12월 인천 소청도 해상에서 인천 해경소속 특공대원이 중국어선을 단속하다 흉기에 찔려 숨진후 잠시 뜸하더니 제버릇 뭐 못준다고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이에 앞서 11월에는 중국어선을 단속하기 위해 경비함에 탔던 군산해경 정갑수 서장이 실족사했다. 또 제주에서는 나포한 중국어선이 다른 중국어선에 탈취 당하고 해경대원 5명이 집단폭행당한 사실도 드러났다.우리 서해는 이미 중국어선의 약탈장이 된지 오래다. 해마다 1만5000여 척이 우리측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넘어와 불법조업을 일삼는다. 이에 반해 최근 5년간 단속된 어선은 2164척에 불과했다. 중국어선이 우리측에 넘어와 조업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국 앞바다에 물고기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해양오염과 극심한 남획이 원인이다.이처럼 중국어선이 우리 근해에 밀고 들어 온 것은 꽤 오래되었다. 16세기 중반부터다. 고려 말과 조선 전기에 극심했던 왜구 못지 않은 피해를 끼쳤다. 당시 서해에 침범해 난행을 일삼는 중국어선이나 상선을 황당선(荒唐船)이라 했다. 이들은 소득이 적거나 식량이 떨어지면 해안에 상륙해 노략질을 하고, 우리나라의 배를 습격하는 해적떼로 변하기도 했다. 1608년(광해군 즉위년)에 군산도 부근에 나타난 수적선(水賊船) 5, 6척은 부안 지방을 도적질하고, 우리나라 상선을 약탈했으며, 또 1609년(광해군 원년)에는 진포에 있는 군산진 만호(萬戶)가 해적에게 피살되기도 했다. 이때 국왕은 '국가의 큰 치욕이다'고 말할 정도였다.(군산대 김종수 교수)1715년 숙종실록에는 이런 대목도 보인다. "당나라 선박이 서해안에 출몰하지 않는 날이 없었다. 때로는 하루에 2,30척이나 되었다. 변방에서 그들을 체포하긴 하지만, 사실에 관해 물어 볼 수가 없었다. 때로는 본국으로 압송해 가는 폐단도 있어 무리하게 체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안쪽까지 들어와 두려워하는 것이 없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그 숫자가 많아져 심히 우려되는 바이다."황당선의 황당(荒唐)은 사전적으로 '터무니 없고 허황하다'는 뜻이다. 오죽했으면 이들 배를 황당선이라 했겠는가.이제부터 우리도 북한이나 일본처럼 단호하게 대응, 황당한 일을 당하지 않았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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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2.02.13 23:02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가 한국국악협회 이사장에 선출된 홍성덕씨의 사퇴로 공석이 된 대사습보존회 이사장을 새로 뽑는다. 그런데 이 선거에 전에 없이 높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그 배경에는 전주대사습놀이가 갖고 있는 역사적 문화적 의미와 가치가 놓여있다.음력 단오를 전후해 열려온 전주대사습은 연원이 300년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조선시대 열렸던 전주대사습의 모습을 명확하게 고증해낼 자료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정노식의 <조선창극사>나 향토사학자 홍현식이 전주지역의 노인들을 면담조사하여 발표했던 보고서를 보면 당시의 대사습이 경연의 목적을 갖고 있었지만 경연 보다는 놀이적 성격이 강한 감상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전주대사습 초기, 조선시대의 통인들은 명창을 초청해 기량을 겨루게 하여 당대의 최고 명창을 뽑아 대우했다. 그리고 이 과정을 서민들이 판소리를 즐길 수 있게 하는 축제로 만들었다. 당시 대사습은 경연이 목적이었지만 서민들이 청중으로 참여해야 판이 비로소 이루어지는 놀이, 곧 축제의 성격이 훨씬 강했던 셈이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동안 우리의 모든 전통문화가 그러했듯이 대사습과 같은 놀이판 역시 사라지거나 위축됐다. 전주대사습 역시 판소리의 단절과 함께 중단되면서 그 명맥이 끊겼다. 일제 강점기와 남북분단과 전쟁, 농촌공동화의 시기를 거치면서 명맥이 끊겨있던 전주대사습이 부활한 것은 1975년이다. 다시 시작된 전주대사습은 신분제 사회의 조선시대와는 달리 산업사회의 특징을 반영했다. 복원 초기는 조선시대에 행해졌던 청중 중심의 경연 재현이었지만, 곧이어 경연 대회 실황을 텔레비전으로 중계하면서 현장성은 약화되고, 방송 위주의 경연으로 변모했다. 이 때문에 전주대사습의 정체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지만, 그 한편으로는 TV로 생중계된 방송 덕분에 국악은 대중적인 기반을 다질 수 있게 되었다. 지역축제의 활성화 바람이 일면서 전주대사습은 새롭게 주목받는 문화콘텐츠가 되었다. 자연히 전주대사습을 이끄는 대사습보존회의 기능과 역할도 관심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동안의 보존회 역할은 긍정적인 평가와 거리가 멀다. 오랫동안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관행과 폐쇄적인 조직 운영이 건강성을 가로 막고 있었던 탓이다. 이번 새 이사장 선출에 국악인들 뿐 아니라 지역문화계가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전주대사습놀이를 우리의 자랑으로 만들고 싶다면 조직이 건강해야 한다. 바로 지금이 좋은 기회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2.02.10 23:02

의료 쇼핑

병·의원을 찾는 것이 일상생활이 된 의료 쇼핑이 심각한 수준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연간 100차례 이상 의료기관 이용자를 의료쇼핑객으로 분류한다. 이 같은 의료 쇼핑환자가 지난 2008년 44만 명에서 2009년 49만 명, 2010년에는 52만 명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병·의원을 찾는 노인 환자가 크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의료 쇼핑환자 52만 여명 가운데 33만4500여 명(63.3%)이 노인이었다. 비용부담이 적기 때문에 이들 노인들은 습관적으로 병·의원을 찾았다. 김제에 사는 의료수급자인 이모 할머니(75)는 지난 2009년 한 해에만 외래 진료 1980일, 투약 5961일로 총 진료일수가 7941차례에 달했다. 이씨의 진료비와 약값은 모두 2800만원이었지만 의료급여 수급자여서 본인 부담이 전혀 없었다. 척추질환과 관절염을 앓고 있는 도내 50대 여성도 지난 2010년 한 해동안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횟수가 무려 1806차례에 달했다. 공휴일과 일요일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6차례 병·의원을 찾은 셈이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의료수급자의 의료급여 비용이 2008년 3조9004억원에서 2010년 4조2235억원으로 8.2% 늘어났다. 약품비도 1조2631억원에서 1조3017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에 의료급여를 받는 수급권자가 9%(16만6943명) 줄어들었는데도 1인당 의료비용은 2008년 211만원에서 2010년 252만원으로 19%나 급증했다. 지난해에도 의료급여 비용이 5조원을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의료급여 수급자의 의료쇼핑을 막기 위해 정부에서는 지난 2006년부터 선택병원제나 본인부담금 부과 등 제한장치를 도입했다. 이 때문에 의료수급자 1인당 외래진료비 지출이 5% 정도 줄었지만 큰 효과는 못 거두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일반 건강보험 환자의 경우 이 같은 제한 장치마저 없다는데 있다. 의료 쇼핑환자의 38%가 관절염 등 근골격계 질환자로 하루 한번 꼴로 병·의원을 들르는 것이 필수코스처럼 됐다. 난립하는 병·의원들도 이에 편승, 환자의 진료횟수를 늘리기 위해 물리치료를 권하는 경우도 있다.이 같은 노인들의 의료 쇼핑은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결국 건강보험료 납부 부담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 주치의 제도나 과도한 물리치료에 대한 본인부담금 상향 등 제도 도입이 시급한 이유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2.02.09 23:02

전북서 애매한 것들

요즘 일요일 밤에 방영되는 KBS 2TV의 개그콘서트 중 최효종이 출연하는 '애정남'이 상종가다. 애정남은 애매한 것을 정해 주는 남자의 약칭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애매한 것이 많다. 법으로도 그렇고 상식적으로 접근하기가 애매한 일들이 많다. 그러나 개그맨 최효종은 애매한 것들을 재치있게 정리해줘 인기가 치솟고 있다. 공천과 관련해서 전북에서도 애매한 것들이 많다.민주통합당 텃밭인 전북에 다선의원들이 많다. 3선급으로 군산 강봉균, 익산 조배숙, 남원 이강래의원이 있다.재선으로는 김제·완주의 최규성과 부안·고창의 김춘진의원이 있다. 초선으로는 국정원장을 지낸 신건의원이 완산갑에서 버티고 있고 익산의 이춘석 정읍은 무소속 유성엽의원이 있다. 정세균 정동영의원은 서울로 떠나간 사람이고 "불쏘시개 역할을 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한 장세환의원은 공천 대상이 아니다.그간 본보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된 것처럼 현역들에 대한 도민들의 물갈이 여론이 높다. 특히 재선 이상에 대한 교체여론이 높았다. 선거를 두달 남겨 놓은 시점에서 더 이상 불출마는 없을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현역들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선거전에 뛰어 들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스스로 물러 설때가 됐는데 더 하겠다고 나서니 유권자들은 당혹스럽게 여긴다. 보좌관이 알선수재로 실형을 선고 받은 강봉균의원은 일찌감치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보좌관은 강의원의 정치적 분신이나 마찬가지인데 측근관리도 제대로 못하면서 어떻게 4선을 넘볼 수 있을까. 여성 혜택에 힘입어 3번이나 연거푸 금배지를 단 조배숙의원은 지난번 당 대표 경선에도 참여를 못했고 측근이 익산시장 공천을 좌지우지 하려는 녹취록 공개로 파문을 일으켰다. 당 대표 경선에서 떨어진 이강래의원은 자신이 공천한 남원시장과 순창군수가 중도하차해 재선거를 치렀다. 김제 완주의 최규성의원은 LH가 경남으로 간데 따른 책임과 그간 자신의 형(최규호 전 교육감)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나 여론은 그렇지가 않다. 한번만 해서 명예회복하겠다던 전주완산갑의 신건의원도 공천 심사 과정이 주목된다. 애정남의 최효종이 확실하게 결말을 내듯 공심위가 도민들의 여론을 제대로 수렴해서 공정하게 결론 내야 민주통합당이 총선서 승리할 수 있다.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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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2.02.0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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