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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포퓰리즘

미국의 전 국무장관이었던 헨리, 키진저 박사는 오늘날은 진정한 정치 지도자가 별로 없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이 실감나는 부분이 바로 그리스와 이탈리아다. 심지어 그리스의 경우, 전 근로자의 4분의 1이 공무원이라고 하니 그리스는 공무원 공화국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우선 공무원의 숫자부터 줄이는것이 급선무이겠으나 공무원들의 완강한 반대가 두려워 악역을 자처하는 지도자가 없는 것이다. 2천년전에 고대 그리스에서 플라톤이라는 철학자는 민주주의 가장 큰 병폐는 중우정치(衆愚政治)에 있다고 갈파한 적이있다. 어리석은 대중들이 우선 듣기에 좋은 정책을 내세우는 정치가에게 표를 던지거나 개인의 능력이나 자질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의 평등의식으로 무장하는 것을 지적했다. 사회나 국가의 먼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이 아닌 당장 듣기에 좋은 정책에 현혹되는 대중을 경계했다. 키신저의 지적도 바로 국민들의 인기에만 영합하려는 지도자들이 현대와 와서 너무 많다는것이다. 그의 지적은 오늘의 우리 정치 지도자들에도 그대로 적용되어도 무방하다.국가적인 어떤 목표나 정치적 가치를 추구하는 그런 정치가가 아니라 권력만을 탐하는 정치인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정치가는 역사의식이 있어야 하며 역사적 관점에서 오늘의 문제도 진단해야 하는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는 영국의 윈스턴 처칠 전 수상의 행적을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곤경에 처한 영국에게 독일의 나치정부는 줄기차게 평화협정을 제의했다. 영국 국내에서도 나치와의 협상을 지지하자는 소리가 지배적이었다. 심지어 처칠 내각의 핼리팩스 외교부 장관까지도 나치와의 협상을 주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처칠은 그 모든 제안을 단호하게 거부하면서 오직 무조건 독일의 항복만을 강경하게 요구했다.처칠에게 보여진 독일의 나치정부는 도저히 용서할수없는 범죄집단이었다. 융통성이 전혀 없이 원칙만을 고집했던 처칠의 주장이 옳았음은 역사가 증명했다. 2차대전이 끝난후 처칠은 선거에서 졌지만 그의 명성에는 하등의 금이 가지않았다. 오늘의 우리 사회는 정치 포퓰리즘을 극히 경계해야 할것이다.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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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1.10 23:02

국회의원 깜

10·26 재·보선이 끝나면서 도민들의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기존의 낡은 정치 판을 이제부터 확 바꿔줘야 한다는 쪽으로 변했다. ‘안철수신드롬’이 민주당 아성을 뒤흔들면서 더 그렇게 됐다. 민주당 쪽으로 출마할려는 신인들은 마치 여론이 자신들을 지지한 양 착각하고 있다. 대다수 유권자들이 현역들한테 등 돌리고 있다는 사실이 여론조사를 통해 확인되면서 흥분해 있다. 지금 같아서는 도민들이 당 보다는 인물 중심으로 갈 것 같다. 변화와 혁신의 바람을 타고 486들이 대거 정치판에 미친듯이 뛰어 들었다. 그러나 꼼꼼히 살펴보면 깜도 안되는 사람이 끼어 있다. 어중이 떠중이 같다.꼴두기가 뛰니 망둥어가 뛰는 격이다. 깜도 안되는 사람들이 온 방죽 물을 흐리고 다닌다. 깜이 된다 안된다는 상식에 속한다.현역들이 자신의 지지도를 착각하는 것처럼 입지자 중에는 본인이 국회의원 깜이 되는지를 잘 모르는 것 같다.누가 지역서 국회의원 나선다고 해도 별 반응이 없다. 워낙 정치권이 불신을 받고 있는데다 아직 공천 작업이 이뤄지지 않아서 그렇다.입지자들은 인지도와 지지세 확보를 위해 출판기념회를 여는 등 부산을 떨고 있다.말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것처럼 물갈이 여론이 확산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출사표를 던진다. 용기는 가상해 보이지만 여론은 아니다다. 유권자들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바꿔주고 싶지만 아직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예전보다 다선의원에 대한 교체 여론은 높다. 그간 좋았던 DJ와 노무현 정권시절 지역에다 해 놓은 일이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중앙에서 큰 정치를 하는 것도 아니어서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야권 통합이 어떻게 갈지 예측하기가 어렵지만 유권자들은 이번 만큼은 인물 중심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안철수서울대교수와 박원순변호사 같은 사람이 국회의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도민들은 민주당이고 한나라당이고 다 싫어한다.도민을 위해 진정으로 봉사할 줄 아는 사람이 나와서 정치하길 바라고 있다.이런 판인데 짝뚱 486 한테 신경이나 가겠는가. 민주화와 거리가 먼 사람이 무늬만 486이라고 달고 다닌다.그래서 빈껍데기는 가라는 것이다. 시대정신을 담아 내지도 못할 사람이면 아예 정치판에 기웃거리지도 말라는 뜻이다. 국회의원은 아무나 하는 자리가 아니다. /백성일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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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1.11.09 23:02

입동지절(立冬之節)에

“오, 기억해주기 바라오/ 우리의 행복했던 나날들/ 그 시절 인생은 지금보다 더 아름다웠고/ 태양은 더 뜨겁게 우리를 비추었다오/ 무수한 고엽이 나뒹글고 있다오/ 추억도 그리움도 그 고엽과 같다는 것을/ 북풍은 그 고엽마저 차거운/ 망각의 밤으로 쓸어가 버린다오…”이브 몽땅의 ‘고엽’(枯葉)이란 노래다. 사랑 이별 인생을 그린 프랑스 시인 프레베르(J. Prevert)의 서정적인 시에 곡을 붙혀 만들었다. 이 노래는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불후의 명곡으로 남아 있다. 깊고 그윽하고 감미로운 분위기는 요즘처럼 깊어가는 늦가을에 딱 어울린다. 곱게 물든 형형색색의 단풍은 어느새 낙엽이 되어 길거리에 수북이 쌓여 있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이 마음을 더 서글프게 한다. 차 한잔에 이브 몽땅의 ‘고엽’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이런 감상적인 분위기도 어울리지만 보다 현실적인 치열함이 생각나는 시도 있다. 고 2때 교련 거부로 뭉둥이찜을 당한 뒤 학교를 박차고 나온 논산 출신의 시인 장석주(56)의 ‘입동’(立冬)이 그런 시다. “들판에 서리꽃이 폈다/ 고엽이 죽은 새떼마냥/ 뒹구는 새벽 들판/ 장롱 속 겨울내복 꺼내 입을 때/ 가난한 집 애들 생각을 한다/ 겨우내 맨발로 사는 그집/ 서리들판에서 이삭줍는/ 들쥐네 자식들 발 시리겠다” 먹고 살기 어렵던 시절, 추운 겨울로 접어든 농촌 풍경과 따뜻한 인정을 생각케 하는 시다. 오늘(8일)이 입동이다. 겨울의 시작이고 문턱이다. 세월은 화살처럼 빠르다 했지만 지나고 보면 화살보다 더 빠른 게 세월이다. 잎이 푸르렀는가 싶더니 단풍이 들고, 단풍이 곱다 싶었는데 어느새 낙엽이 져 겨울채비를 해야 할 때다. 어려운 계층의 삶이 걱정이다. 생계를 걱정해야 할 극빈층이 부쩍 늘었다. 비정규직이 600만명을 넘었고 베이비부머들의 은퇴도 본격화하는 시기다. 경쟁 개방의 신자유주의 질서가 가난한 사람의 설 곳을 잃어가게 만든다. 없는 사람의 마음이 더욱 시린 계절이다. 낙엽이 뒹그는 을씨년스런 계절에 따뜻한 보살핌이 있어야 겠다. 논어에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歲寒然後 知松栢之後凋)라 했다. 날씨가 추워진 연후에야 소나무와 잣나무가 뒤늦게 시든다는 것을 안다는 뜻이다. 공동체적 가치는 송백(松栢)의 가치와 하나도 다르지 않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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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1.11.08 23:02

가을 단상(斷想)

우리나라의 가을은 외국의 가을에 비해 유달리 아름답다고 칭찬을 많이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가을이 짧아져 가고 있다. 아름다운 풍경과 정취를 감상할 시간이 그만큼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늦가을의 추수 풍경을 서정적으로 노래한 시(詩)중의 하나가 바로 이 고장 출신, 시인이었던 가람 이병기 선생이다.그의 시 ‘저무는 가을’은 이렇게 나아간다. “들마다 늦은 가을 찬바람이 움직이네 . 벼 이삭 수수 이삭 으슬으슬 속삭이고 밭머리 해그림자도 바쁜듯이 가누나. 무배추 밭머리에 바구니 던져주고 젖먹는 어린아이 안고 앉은 어미마음 늦가을 저문 날에도 바쁜줄을 모르네”. 가을을 소재로 한 유럽의 명시(名詩)들은 우울한 이미지를 띠고 있는 반면에 우리의 가을시(詩)들은 그렇지가 않다. 인간의 정서는 대부분 그들이 놓여진 자연환경을 닮아간다. 고위도(高緯度) 지방인 유럽에 있어 생존을 위협하는 그 지루하고 혹독한 겨울의 전주곡인 가을은 그들에게 있어 반가운 손님이 아니다. 그래서 가을은 인생에다 비유하면 중노인(中老人)이요 하루에 비유하면 석양이며 그리스도교에서는 최후의 만찬이다. 방향으로 치면 가을은 해저문 서쪽이요 빛깔로 비유하면 하얀빛, 맛으로 치면 떫은맛이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우울한 이미지의 가을을 계절의 범주속에 넣기를 꺼려했으며 되도록 소외시키려고 했다는것이다. 완연한 가을인 10월 중순경을 ‘리틀 섬머’라고 불렀는데 이는 ‘조그만 여름’이라는 뜻이다. 11월 초순을 ‘ 올 해로운 섬머’로, 겨울이 시작되는 11월 중순경을 ‘성(聖 ) 마틴의 섬머’로 불러 가을을 여름 호칭에 묶어 두어 가을을 계절에서 왕따시켰던 것이다. 영국에서는 14세기까지만 해도 한해를 여름과 겨울 두 계절로 나누었을 뿐이다. 가을이라는 단어는 ‘초서’라는 문인이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그러나 가을은 한국이 위치한 풍토대에 자리잡은 소수의 나라에게만 주어진 신(神)의 혜택인것이다. 그래서 우리 한국인은 사철가운데 가을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이다. “전쟁으로 할퀴고 발기고 해도 가을만은 제자리에 두어주십시오….”라고 노산(鷺山) 이은상씨가 읊었던것이다. 그래서도 가을이 점점 짧아져 가는것이 아쉽다./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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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1.07 23:02

고려청자

부안지역은 옛부터 도자기를 빚고 유통하는데 필요한 3박자를 모두 갖춘 곳이다. 풍부한 땔감과 좋은 흙, 이를 운반할 바닷길이 그것이다.부안은 우선 변산반도를 끼고 있어 나무가 풍부했다. 고려 중엽의 대문호 이규보는 1199년 전주 사록(司錄)겸 서기로 부임, 1년 4개월을 전주에서 보냈다. 이 기간 중 벌목사(伐木使)로 변산반도에 들렀고, 그 때 이 곳을 ‘나라의 재목창고’라 표현했다. 그 만큼 수목이 울창했다는 뜻이다.또한 부안지역은 도자기를 빚는데 필수적인 좋은 흙이 있었다. 흔히 고령토라 부르는 태토(바탕흙)는 일반 흙과 다르다. 끈적거리는 점성(粘性)과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는 가소성(可塑性)이 뛰어나야 한다. 이들 흙은 부안군 상서면 감교리, 보안면 유천리와 우동리, 진서면 진서리 등에 널리 분포돼 있다. 그 가운데서도 회백색을 띠는 가장 양질의 태토가 묻혀 있는 곳이 지난 4월 부안 청자박물관이 들어선 유천리 일대다.그리고 부안은 고대부터 한·중·일 해상루트를 잇는 기항지였다. 중국 남쪽과 아시아 남방의 문물이 가장 먼저 들어오는 관문이었다. 격포의 죽막동 해양제사유적이 그것을 증거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도자기는 해상교통로를 통해 개경으로 공납되었다.이같은 3박자에다 탁월한 도공의 예술혼이 불어 넣어져 부안의 고려청자가 탄생한 것이다. 도자기의 형태나 문양 모두 세계 최고 수준이다. 김종운 박사(부안군청 문화재전문위원)는 그 시기를 1270-1320년대로 보고 있다.부안 유천리 가마터는 1929년 일본인에 의해 처음 발굴됐으며 일부가 국보로 지정됐다. 또 유천리 청자는 2002년 비안도 앞바다에서 3000여 점이 인양돼, 천년 신비의 얼굴을 드러냈다.700여 년전 줄포만 일대를 상상해 보라. 줄포만을 중심으로 고창과 부안일대가 도자기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도요가 즐비한 산업단지였다는 사실을…. 그 청자들은 왕실이나 귀족관료, 사찰 등에서 귀하게 대접받았다. 나아가 중국황실과 일본, 대만, 실크로드를 건너 이란까지 퍼져 나갔다. 부안 청자는 고려 내내 청자를 생산했던 전남 강진과 비교해 너무 소홀한 느낌이다. 최정상급 자리에 올랐다 홀연히 사라진 스타와도 같았던 부안청자에 좀더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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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상진
  • 2011.11.04 23:02

종말론

앞으로 다가올 2012년은 어느때보다도 중요한 한해가 될것같다. 우리에게는 총선과 대선이 있는 한해이며 미국 역시 대선이 있는 한해이다. 북한은 2012년을 강성대국으로 진입하는 해로 지목을 했지만 여러가지 여건상 불가능하다는 것은 그쪽에서 더 잘알고있다. 특히 2012년을 지구 종말의 해로 지목하는 예언이 있다. 대표적인 예언이 바로 마야문명의 달력이라 말하는 예언이다. 마야문명은 지구가 5125년을 대주기로 해서 운행된다고 믿고 그 주기에 맞추어 달력을 제작했다고 한다. 마야의 달력은 세가지로써 주식인 옥수수 성장에 맞춘 280일 달력과 지구의 공전을 주기로 계산한 365일 달력, 그리고 5125 년을 한 주기로 계산한 마야의 장기달력이라고 한다.이 마야달력의 시작일로부터 끝나는 날이 바로 내년 2012년 12월 21일이라는 것이다. 과거부터 유명한 예언가는 프랑스 출신의 노스트라다무스라는 사람이다. 그 역시도 2012년을 지구의 멸망의 해로 잡고 있다. 그러나 과거도 그랬지만 그의 예언을 놓고 잡다한 해석이 있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그리고 중국의 주역을 통해 예언한 사람이 2000년 미국의 과학자 테랜스 메케나였다. 그는 주역의 64괘의 변화를 분석해서 내놓은 예언에 의하면 2012년 12월 21일이 종말일이라는 것이다. 마야 달력의 예언과 서로 맞아 떨어지는것이 신기하다. 서양의 예언이 지구 종말의 어둠을 말한다면 우리 조선의 예언자는 미래를 그렇지 않았다. 조선 중기때 남사고라는 선생이 ‘격암유록’이라는 예언서를 내놓았다. 이 격암유록에서 남사고 선생은 임진왜란 병자호란, 한일합방, 세계 2차대전 중국의 국공분열, UFO, 종교전쟁까지도 예언했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격암유록’의 책을 위서(僞書)로 폄하하기도 한다. 우리들에게 잘알려진 예언서는 ‘정감록(鄭鑑錄)’이다. 조선 중기 이후 민간에 널리 펴진 에언서가 ‘송하비결’과 ‘격암유록’ 그리고 ‘정감록’이다. 우라나라의 에언서는 우리 백성들이 국가라는 제도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경제적 신분적 어려움속에서 사는 과정에서 한가닥 희망을 주기위해 나온 메시지였던것 같다.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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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1.03 23:02

정치적 통로

도민들의 성향을 광주나 전남쪽 보다는 충청도가 더 가깝다고 보는 사람이 있다. 외부 사람들이 전북 사람들을 양반들이라고 평하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해석이 엇갈린다.반골기질이 없어 보인다. 비판적이질 못하고 적극성이 떨어진다.술에 술탄듯 물에 물탄듯 어중이 떠중이 같다고 말한다.반면 광주 전남 사람들은 기질이 강하다.유배자들의 후예들이 많아서 일까.기질이 강한 사람들은 의사 표시가 확실해 책 잡힐 일도 잘 안한다. 아부도 안한다.지역 사람들의 기질은 그냥 형성된 게 아니다. 오래동안 그 지역서 살면서 형성되므로 쉽게 고쳐지지도 않는다. 전주 사람들은 배짱이 없고 뒷심이 부족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힘 없이 살아온 세상이 길다 보니까 남 눈치를 잘 살피는 편이다. 고소 고발을 통해 남 뒷통수를 잘 친다. 이러다 보니까 경쟁자간에 서로를 못잡아 먹어서 한이다.서울에서 촉발된 ‘안철수 신드롬’으로 도민들의 정치적 성향이 예전과는 판이해졌다.민주당 텃밭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뭔가 새롭게 판을 바꿔야 한다는 사람이 많아졌다. 민주당이 미웁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이나 여타 정당을 선호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더 내공을 쌓아야 할 사람들이 새판을 짜겠다고 들쑤시고 다녀 자칫 변화와 혁신이 말장난으로 그칠 우려도 있다.전북의 개발 잠재력은 풍부하다.새만금사업과 전주 전통문화도시도 엄청난 자원이다. 이 자원을 잘 개발해서 발전시키려면 엄청난 힘이 필요하다.집권세력과 정치적으로 밀접해야 가능하다.그래야 국가 예산을 맘 먹은대로 확보할 수 있다.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단체장이 중앙을 뻔질나게 다녀도 국가예산을 확보할 수 없다. 왠만한 시장 군수 정도는 중앙 부처 공무원들이 만나 주지도 않는다. 전북은 중앙에 정치적 통로가 없어 애를 먹고 있다. 김완주지사 혼자서 아무리 발버둥쳐도 집권세력에 우군이 없어 국가예산 확보는 물론 지역 일을 하는데 어려움이 많다. 정부측에 LH 후속대책을 요구할 때 이미 모든게 드러났다. MB 남은 임기 동안 전북은 큰 기대를 걸 수 없다. 정부측에 뭘 요구해봤자 MB한테 표를 안줬기 때문에 어림 없다. 새만금도 산업용지를 70%로 바꿔 준 걸로 다 끝났다. 결론은 도민들의 기질과 정치적 성향이 바꿔져야 한다. 다음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누구로 뽑느냐에 전북의 운명이 달려 있다.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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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1.11.02 23:02

쓰레기통에 들어간 중용

“보통사람되기를 허락하지 않는 체제 속에서 어찌 ‘보통사람되기’(中庸之道)를 가르칠수 있겠는??도올 김용옥 당시 고려대 교수가 1986년 4월 양심선언을 한 뒤 대학강단을 떠나면서 한 말이다. 5공 말기 사회 각층에서 번졌던 시국선언중 고려대 교수 서명에 자신이 참여치 않았다는 데서 오는 잡음을 사퇴서 한 장으로 씻어냈다. 그리고는 저술에만 몰두했다. 이듬해 마치 신들린 듯 써낸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 여성론 ‘여자란 무엇인?? ‘중고생을 위한 철학강의’ 등 6권의 책이 한꺼번에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면서 유명 인사가 됐다. 대만대(72년)와 동경대(75년), 하버드대(77년) 등 유학생활 10년을 끝낸 뒤 강단에 섰을 때부터 도올은 자신이 스타임을 스스로 의식하고 행동하는 학자였다. 한복차림에다 빡빡 깍은 머리 스타일,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도올은 천상에 있던 철학을 지상으로 끌어내림으로써 철학대중화에도 큰 기여를 했다. 2004년 MBC 도올 특강이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최근 EBS의 ‘도올 김용옥의 중용, 인간의 맛’도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기자도 즐겨 보는 시청자중의 하나다. 그의 강의는 학생이라는 청중 앞에서 기획-연출-연기하는 한편의 드라마다. 그런데 도올 김용옥 한신대 초빙교수가 단단히 화가 나 있다. 내년 1월3일까지 36강이 예정된 프로그램을 이번주부터 EBS가 중단하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이 강연은 광고도 많이 붙고 시청률도 높은 프로그램이다. 당초 교육방송 사장도 강연을 끝까지 방송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걸 감안하면, 도올이 4대강 사업 등을 비판하는 등 쓴소리를 많이 한 것 때문에 퇴출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명박 정부도 보통사람되기를 허락치 않던 25년 전의 5공과 다를 바 없다. 중용지도의 본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 무리들이 안타깝다. 고전에 담긴 진리 하나 깨치지 못하고 무슨 정치를 한단 말인가. 이 대통령은 재보선이 끝난 뒤 젊은 세대들의 뜻을 어떻게 반영할지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어제 라디오 연설에서는 “이번 선거를 보면서 변화를 바라는 젊은이들의 갈망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젊은이들이 그런 일로 방송이 중단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것도 확인했으면 좋겠다./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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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1.11.01 23:02

[오목대] 마이스터 사회 - 장세균

울산 마이스터 고등학교의 1기생인 2학년 재학생 전원이 대기업에 취업하는등 취업전선에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학력파괴라는 바람직한 현상이 우리사회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다. 심지어 한국이 서울대의 나라라는 사회병을 앓고 있는 처지에서는 더욱 반가운 소식인 것이다.더욱이 울산 마이스터고 일부 학생들은 2곳이상의 기업에 취업이 예정되어 있어 마이스터고의 앞날에 밝은 빛을 던져주고 있다. GNP 2만불선에서 제자리 걸음마를 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마이스터사회의 모델이라고 할수 있는 독일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GNP 2만불 나라에서는 아직은 복지보다도 더욱 중요한 것은 경제발전의 모델로서의 독일식 경제 시스템이 아닌가 한다. 독일에서는 학교를 다니지 않는 젊은이들은 의무적으로 직업학교에 나가야 한다.이를 위해서 독일정부는 약 400개의 공인된 직업교육 기관들이 있다고 한다.직업학교에 다니는 남학생들은 자동차 기술, 전자 기술자, 제조업자.무역업자, 화가나, 목공수등을 여학생들은 미용사, 판매원, 간호사, 치과 보조사. 사무원등의 직업을 선호한다. 직업학교에서 이론과 실무를 교육받는 학생들은 도제,보조공, 기능공으로 기업에 취업한뒤 직종별로 수년간에 걸친 기능 훈련과 해당분야의 시험을 거쳐 마이스터가 될 수 있다.독일인에게 직업의식은 일종의 종교적 신념에 가깝다. 그들은 직업을 신(神)에게서 부여받은 사명으로까지 생각한다. 독일의 유명한 사회학자였던 막스 베버, 역시도 '프로테스탄트와 자본주의'라는 저서에서 '근면과 직업에대한 천부의식'을 중요시 했다. 그래서 독일인들은 모든 직업에 대한 존경심과 충성심과 자기직업에 대한 긍지도 대단하다.우리의 대기업 위주의 직업관과는 대조적이다. 독일에는 공인된 직종이 467개이다. 이렇듯 중소 기업과 마이스터를 존경하는 독일은 연필 하나로 243년의 전통을 지켜온 기업도 있게 만든 것이다.세계적인 문구류 제조회사인 파버 카스텔이 바로 그런 회사이다. 마이스터가 많이 배출되는 나라가 강한 경제력을 갖는 것이며 해외 금융의 외풍에도 잘 견디는 그런 사회가 되는 것이다. 마이스터 사회, 독일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장세균 논설위원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11.10.31 23:02

[오목대] 시성(諡聖) 동정부부 - 조상진

전주에서 남원 방면으로 빠져 나가는 좁은목 약수터 건너에 승암산이 있다. 전주천을 끼고 우뚝 솟은 이 산은 옛부터 중바위라 불렸다. 그러던 것이 언제부턴가 치명자(致命者)산이란 이름으로도 불린다. 여기서 치명자는 순교자(殉敎者)란 뜻이다.이 치명자산 해발 300m 산정에는 유항검과 동정(童貞)부부의 묘가 있어 순례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세계 교회가 '순교의 진주'라 찬탄하는 이 묘지는 초창기 한국 천주교사의 수난이 고스란히 담겨있다.한국 천주교 전래의 맨 앞자리에 있던 호남지역은 전주 초남(初南·현재 완주군)에 사는 부호 유항검이 최초의 영세자 이승훈으로 부터 1785년 전도를 받고 천주교의 첫 씨앗을 뿌리게 된다.그러던 중 당시 전라도였던 진산(珍山)출신의 윤지충 등이 어머니 상을 당해 유교적 제례를 거부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이들은 전라감영으로 압송돼 풍남문밖(전동성당 터)에서 참수형(斬首刑)을 당했다.그런 속에서도 유항검은 주문모 신부를 초청하고, 고산 진산 영광 용담 등에서 포교를 계속하였다. 그러다 1801년 대대적인 신유박해가 일어났다.전주에서는 유항검 일족 등 100여 명이 처형되고 400여 명이 유배를 당했다. 유항검의 아들 유중철(요한), 며느리 이순이(루갈다) 등도 형장으로 끌려갔다. 이들의 시신은 살아 남은 노복과 친지들이 은밀히 거두어 재남리 바위백이에 가매장되었다. 그 후 1914년 전동성당 보두네 신부와 신도들이 치명자산 산정에 모시게 된 것이다.이순이는 장안의 명문가였던 이윤하의 딸로, 유중철과 당시 습속상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했으나 동정부부였다. 인간의 본능을 뛰어 넘은 두 사람의 순결한 믿음은 이순이의 옥중편지에 잘 나타나 있다. 이들은 5년간 오누이처럼 지내며 유혹을 뿌리쳤던 것이다.한국천주교 주교회의는 얼마 전 로마교황청에 유항검과 동정부부 등 125위에 대한 시복시성(諡福諡聖)을 건의했다. 시복시성은 순교자 등에게 신앙의 모범을 본받을 수 있도록 복자(福者)나 성인의 품위에 올리는 예식이다.이에 앞서 1984년에는 한국인 최초의 사제 김대건 신부 등 103위가 시성에 추대된 바 있다. 이들의 시성 추대로 전주가 천주교의 중심지였음이 널리 알려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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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0.28 23:02

[오목대] 북한과 쿠테타 - 장세균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는 그의 42년 독재통치에 종지부를 찍고 비참하게 최후를 맞이한채 미스라타로 옮겨져 정육점 냉동 창고에 놓여져 있는 신세다. 그는 생전에 황금에 대한 집착이 유별나 죽기전까지도 그의 손에는 황금권총이 주어져 있었고 그의 재임시절에는 황금관을 쓰고 황금 지팡이를 들고도 다녔다.카타피의 죽음에 가장 충격을 받았을 사람은 아마도 북한의 김정일이었을 것이다. 그로서는 지금 악몽의 셰례를 받고 있는 셈이다. 북한에도 어느 형태의 쿠테타가 가능할까하는 의문을 가져볼만도 하다. 그러나 몇가지 측면에서 내부 쿠테타의 가능성은 거의 불가능으로 보는 것 같다.첫째는 북한은 과거, 구 소련, 유고슬라비아, 체코슬로바키아 등과 같이 이질적이고 복합적인 문화가 강제로 합병된 통합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사회내부에 종교적 갈등이나 인종적 갈등이라는 이질적 문화가 잠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둘째는 북한은 어쨌든 구 소련이 해체된 동유럽의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다인종으로 구성된 나라가 아니라 단일민족으로서 고유한 언어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결집력이 강한 사회라는 점이다.구 소련의 경우, 러시아 민족은 구 소련인구의 54%를 차지했던 반면에 나머지 소수 민족이 약 46%를 차지한 것과는 대조적인 것이다. 셋째는 북한의 김정일 체제에 대한 쿠테타가 있을려면 김정일 체제에 저항할 수 있는 또다른 세력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세력이 북한에는 없다는 점이다. 넷째는 김정일 체제에 대한 쿠테타가 있을려면 김정일 수령체제에 대항할 수 있는 조직의 지도자가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북한에는 노조도 폴란드의 바웬사와 같은 인물이 없다. 다섯째,북한의 정권붕괴가 일어날 수 없는 이유는 북한에서는 군사 쿠테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금의 북한은 과거와 달리 러시아나 중국으로부터 외압을 받는 차지도 아니기에 주변국을 의지해서 군사 쿠테타를 도모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여섯째 북한이 식량난으로 붕괴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전세계적으로 식량난으로 고생하는 나라는 많지만 그것으로 망한 나라는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대북정책이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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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0.27 23:02

[오목대] 동냥 벼슬 - 백성일

전두환 전 대통령은 국회의원 할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 나야 한다고 했다. 국회의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벼슬이 아니다.국회의원 할려면 할아버지 때부터 3대에 걸쳐 덕(德)을 쌓아야 한다. 시험봐서 되는 게 아니고 유권자의 마음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그렇다.지난 20여년간 도내서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국회의원 되는 것은 일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신언서판은 갖춰야 한다.말타면 경마 잡히고 싶은 것처럼 돈 많이 벌거나 고위직에 있으면 선출직에 나설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깝죽대지만 그래도 깜은 돼야 한다. 내년 19대 총선을 앞두고 자·타천 형태로 예상 후보들이 넘쳐난다. 현역들은 수성하려고 방패를 다듬고 도전자들은 공천 받아 배지를 달려고 창을 갈고 있다. 서로 창과 방패가 좋다고 호들갑을 떨지만 유권자는 냉담하다.국회의원·단체장·지방의원 할 것 없이 선출직은 모두가 동냥벼슬이다. 심청이 아버지 심학규가 딸에게 젖을 얻어 먹이기 위해 젖 동냥하는 것이나 결코 다를 바 없다. 거지나 동냥아치가 돌아 다니며 돈이나 물건 따위를 거저 달라고 비는 것과 같다. 동냥벼슬 자리는 표를 먹고 살기 때문에 표만 있으면 체면도 불구한다. 처음에는 부끄러움을 타지만 나중에는 연예인같이 잘들한다.노무현정권 시절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씨가 광주 서구에서 구의원이 되었다. "국회의원이든 기초의원이든 다 동냥 벼슬일세.유권자의 선택을 받는다는 점에서 항상 동냥하는 마음으로 처신하는 수 밖에 없을 걸세. "이실장은 난생 처음 구의원이라는 선출직이 되고 보니 은사 말씀이 절로 가슴에 와 닿는다고 했다.그렇다. 이실장의 말처럼 동냥벼슬을 꿰찬 사람들은 당선후에 처신을 잘해야 하지만 나중에 보면 영 미덥지가 않다.오늘도 입지자들은 타는 목마름처럼 유권자를 자기편으로 만들려고 굽신거린다.유권자들은 진정성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똑 속아준다. 오늘 재 보선이 끝나면 현역들도 뻔질나게 지역구를 들락거릴 것이다. 동냥벼슬을 한 지난 4년동안 얼마나 지역을 위해 뛰었나를 판단할 때다.전북은 그 때나 지금이나 크게 나아진 게 없다. 너나할 것 없이 새만금을 팔아 먹었지만 그것도 신통치 않다.그렇다면 유권자는 내년에 어떻게 해야 할까./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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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0.26 23:02

[오목대] 전주의 사회자본

일본은 청결, 질서, 친절의 나라다. 일본 사람들의 청결의식은 이미 세계적인 것이어서 별로 새로울 것도 없지만, 방문할 때마다 부러운 느낌이 드는 건 매번 새롭다. 도로와 거리, 인도· 공원· 카페 등 그 어느 곳에도 담배 꽁초 하나, 휴지 한장 떨어져 있는 걸 볼 수 없다. 자치단체 부서 명칭에 청소과· 쓰레기처리과 등이 있을 정도로 청결문제에 대해선 각별하다.질서· 친절도 마찬가지다. 도로가 아무리 혼잡해도 자동차 경적소리를 내지 않는다. 운전자들은 보행자 우선 원칙을 꼭 지킨다. 교통신호도 어기지 않는다. 식당이나 공연장에서는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줄서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 식당이나 가게, 엘리베이터 어느 곳에서나 '아리가도 고자이마스'(고맙습니다) '이럇샤이마세'(어서오세요)라는 말이 넘친다. 살갗만 닿아도 미안하다는 인사를 깍듯이 한다.이러한 사회자본이 확충될 때 비로소 선진국, 선진사회, 선진시민이라는 소릴 들을 수 있다. 사회자본은 지역이나 도시의 경쟁력이다. 미국의 미래 정치학자인 후쿠야마는 "한 나라의 경제는 규모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다. 문화적 요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문화적 요인이 바로 사회자본이다. 사회자본이 앞선 지역이 발전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뒤처질 수 밖에 없다. 그 이론모델이 바로 이탈리아 남부와 북부지역의 발전격차 예다.전주의 사회자본은 어떤가. 과거 외지인의 눈에 비친 전주는 깨끗하고 친절한 도시였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올시다라는 응답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공원엔 쓰레기가, 도로엔 불법 적치물이 넘쳐난다. 동사무소 화단에도 쓰레기와 깨진 벽돌이 널려있다. 도로변 화분은 꽃도 없이 텅 비어 있고 깨진 채 방치된 것도 있다.건축물과 전봇대에 닥지닥지 붙은 불법 광고물, 차창 밖으로 아무렇게나 던져지는 담배꽁초, 듬성듬성 패이고 들춰진 보도불럭. 전주는 더이상 친절하지도 깨끗하지도 않은 도시가 돼 버렸다. 축제의 계절에 사람들 불러모아 놓고 더러운 꼴만 보여주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더 큰 문제는 전주시청에 이런 걸 알려줘도 꿈쩍도 않는다는 사실이다. 관리자들이 책상머리에만 앉아 있으니 잘 돌아갈 리가 없다. 시장만 마음이 바쁘지 공무원들은 너무 느긋하다. 전주시민이 너무 얌전한 탓인가.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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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0.25 23:02

[오목대] 다문화 가정과 유대인

국내에 외국인 거주자가 140만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있다. 140만명이라는 인구는 대전이나 광주인구와도 맞먹는 수준이다. 다문화 가정의 자녀수가 14만명이 넘는다. 사실, 한국처녀는 한국 농촌총각들을 버린지 오래이다.한국인으로 사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주 여성이 목욕탕에 들어가려다 저지당하는 어쩌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졌었다. 다문화 시대에 있을수 없는 일중의 하나이다. 마치 1950년대 미국에서 흑인들이 백인들의 식당이나 화장실 또는 백인들 버스에 탈수없었던 인종차별의 극치를 경험하는듯 하다. 어떤 이민자는 10년 가까이 살면서 식당에서 겨나는 인종차별도 겪기도 했다고 한다.다문화 사회를 열수밖에 없는것이 우리사회의 시대적 요청이고 당위이기도 하다. 분명치도 않은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에 집착하고 혈통주의에 매몰될때 대한민국의 미래행방은 어디로 갈지 장담할 수가없다. 그래서 우리는 유대민족의 경험과 그들의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본다.유대인은 이 지구상 방랑민족의 대명사였다. 2000년동안 국가가 없이 지구촌 여기 저기에 떠돌다보니 그 지역 현지 주민들과 피가 섞이지 않을수 없었다. 우리식으로 혈통의 순수성만을 따진다면 이 지구상에 있는 약 1500만명의 유대인의 몇%가 그들 조상이라는 "아브라함"의 피를 유지하고 있는지 궁금하다.유대인은 셈족에 속하지만 아랍인도 인종적으로는 셈족에 속한다.지중해 일대에 있는 '세파라드(Sephardi)'가 초기 유대인 혈통에 가깝다고 한다. 유대인들은 일반적으로 모계혈통을 중요시해 어머니나 할머니가 유대인이면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유대인이 아니드래도 100% 유대인으로 인정된다고 한다.그리고 유대인과 결혼해서 유대교를 믿으면 유대인으로 인정해준다. 예를 들면 연전에 죽은 영국태생의 유명한 미모의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두 번 유대인과 결혼했는데 한번은 영화제작자, 마이클 토드와 다른 한번은 가수 에디피셔와 결혼을 했을때 그녀는 유대교로 개종을 했다. 미국 유대사회는 그녀를 유대인으로 받아주었다. 우리사회는 다문화 가정을 포용해야하고 우리 문화를 이해시켜 그들에게 정체성을 심어주도록 하는것이 매우 중요하다./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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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11.10.24 23:02

[오목대] 새만금 소유권 - 조상진

4년 전 일이다. 2007년 11월 12일 저녁 도내 언론사에는 브리핑 자료 하나가 날아왔다. 당시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 대변인실 명의였다. 제목은 '새만금 간척지, 미래형 신도시인 서해시(가칭) 건설'이었다.정 후보의 전북 방문에 앞서, 대변인실에서'서해시'건설을 골자로 한 전북지역 대선공약을 미리 알린 것이다. 새만금 간척지를 비즈니스-생활-교육-레저가 동시에 만족되는 신도시로 건설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그런데 다음 날 사태는 급변했다. 서해시 건설 공약을 취소한다고 다시 언론에 알려 온 것이다. 그것은 군산시의 반발 때문이었다. 이같은 공약이 알려지자 군산시는 긴급 간부회의를 열고 "72%가 군산의 행정구역인 새만금을 서해시로 건설하려는 것은 군산 시민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도 높게 반발했다.결국 서해시 공약은 하룻밤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이것은 무얼 말할까. 새만금 행정구역 획정, 즉 소유권 귀속이 그만큼 어렵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새만금 간척지의 행정구역 획정은 3가지 방안이 가능하다. 배분론, 창설론, 통합론이 그것이다. 첨예한 이해를 보이고 있는 배분론은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이 각각 나눠 갖는 안이고 군산시가 주장하는 3+1(새만금 간척지와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 + 충남 서천군)은 통합론이다. 정 후보의 안은 창설론이었다.기존의 헌법재판소 판례(해상경계선 기준)대로 할 경우 전체 매립지의 대부분을 군산시가 차지해 김제시와 부안군이 승복하기 어려운 상태다. 특히 김제시는 바다로 나가는 통로가 없어져 버린다.또 지난 해 10월 행정안전부 소속 중앙분쟁위원회는 새만금 3·4호 방조제와 다기능부지 소유권에 대해 군산시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대해 김제시와 부안군이 즉각 반발, 대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했다.이 문제의 해결방법은 두 가지다. 합의 아니면 송사다. 송사를 계속할 경우 이제 막 내부개발에 들어간 새만금은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게 뻔하다. 나아가 정부 예산 따오기와 국내외 자본 유치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크다.결국 합의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그러기 위해선 전북도가 적극 중재에 나서고 3개 시군이 타협과 양보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도내 문제를 외부로 끌고 가는 것은 전북의 자치능력이 없음을 대내외에 알리는 부끄러운 일일 뿐이다./ 조상진 노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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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0.21 23:02

[오목대] "아메리칸 드림"

미국은 이민자들로 이루어진 나라이고 '기회의 땅'으로 알려져 왔다. 누구나 인종과 계급 또는 전통에 관계없이 노력하고 능력을 발휘하면 자기 꿈을 이룩할 수 있는 나라로 선망되어왔다. 그러나 얼마전에 있었던 미국 뉴욕, 월가에서 일어났던 항의데모는 그 규모는 적었지만 성격면에서는 미국식 자본본주의에 대한 저항이라는 심각성을 띠고 있다.제품을 만들어 부자가 되는것이 아니라 돈놀이를 하여 부자가 되는 금융인을 비난했던 것이다. 미국 국세청에 따르면 연간 소득 35만달러 이상이면 부자로 본다고 한다. 연간 소득 35만 달러를 한화로 환산하면 연간 소득이 약 3억 7천만원 정도이며 이정도 소득이면 미국시민의 상위 1%권에 드는 부자인 것이다.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미국 시민사이에 소득 격차가 벌어지고 실업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속에서 젊은 보통시민들의 불만이 고조된 것이다. 일본의 실업률은 4%임에 비해 미국의 실업률은 9%이다. 더욱이 청년 실업률이 일본은 10%임에 비해 미국은 20%에 달하는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젊은이 5명중 1명이 직업이 없다는 뜻이다.미국의 정식 명칭은 'United States of America '이다. 말 그대로 '아메리카 국가연합'이다. 이러한 '국명(國名)'은 미국 유명한 '독립선언문'에 처음 나온다. 여기서 말하는 '아메리카'는 유럽인들이 콜럼버스가 발견한 신대륙을 지칭할 때 쓴 지리적 명칭이고 '국가(State)'는 미국의 각주(各州)를 말한다. 그래서 엄밀히 말하면 미국은 독립국가들의 연합체라고 볼수있으며 그래서 지금도 중앙정부로부터의 각주의 부분적인 독립성이 남어있다.미국의 성조기는 영국과의 독립전쟁때 만들어졌으며 미국 국가(國歌)는 영국과의 독립전쟁때 '프란시스 키'라는 사람이 가사를 만들었다. 미국을 상징하는 흰독수리는 대통령의 문장에도 새겨져 있다.우리 조상들이 아메리칸 드림을 가지고 중국인, 일본인 다음으로 하와이로 이민을 간 것이 1902년 11월 고종때였다. 그때 이민 신청자가 121명이었으나 그후 계속된 65차례의 이민을 통해 약 7천명이 하와이를 향해 인천항을 떠났던 것이다. 100 년전에 우리조상들에게도 아메리칸 드림이 있었던 것이다./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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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0.20 23:02

[오목대] 각개약진

지난 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되면서 선거가 많아졌다. 민주주의가 선거를 통해 발전해 가는 정치제도 임에는 틀림 없지만 선거가 너무 잦다. 일년에 두차례씩 재·보궐선거까지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때마다 정책 선거는 실종되고 감성을 자극하는 연고주의 선거만 판친다. 서로가 편을 나누다 보니까 마치 이마에 바코드를 찍고 다닌 것처럼 됐다.얼굴만 봐도 누구 편인가를 알 정도 아닌가.괜찮던 인심이 선거로 갈기갈기 찢겼다. 학연 혈연 지연으로 사람을 구분짓다 보니까 예전의 인정머리는 오간데 없고 모두가 조급하면서 왜소해졌다. 그렇다고 남 잘된 꼴도 못 본다. 끌어 내려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들이다. 하기야 사촌이 논 사면 배 아파 한다고 했는데 남 잘 되는 꼴 좋게 보겠는가. 이 같은 현상이 팽배하다 보니까 지역이 발전 못하고 알게 모르게 깊은 수렁으로 빠졌다.전북 사람은 머리 회전이 빠르다. 좋은 머리를 좋은 쪽으로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안타깝다. 조금만 돈 벌어도 깎아 내리기 위해 있는 말 없는 말 다 보태서 험담을 늘어 놓는 좋지 못한 풍토가 생겼다. 지금 전주 사람 중에는 뒷통수다 총질하는 사람이 많다. OK목장의 결투는 상상도 못한다. 앞에서는 칭찬하는 척 하면서 뒤돌아 서서는 묵은 시래기 가닥까지 다 들춰 낸다.자치단체장 주변에는 사(詐)자가 많다. 먹을 것이 없나해서 부나비 마냥 몰려들기 때문이다. 먹물깨나 먹은 사람들은 머리를 써서 다가오므로 곧이 곧대로 믿으면 안 된다. 이중 플레이를 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눈치가 빠르다. 타 지역 출신 기관장들 한테는 쓸개나 간까지 다 빼줄 정도로 잘한다. 정작 지역 사람이면 그렇지도 않다. 중앙에 통로가 없고 지역서 끼리끼리 뭉쳐 살다 보니까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도민들의 성향을 "술에 술탄듯 물에 물탄듯 줏대가 없다"고 비판한 사람이 있다. 자신이 앞장서진 못하면서 누가 앞에 나서면 나선다고 씹고 뒷에 있으면 꽁무니 뺀다고 씹는 등 이율배반적인 면이 많다. 참으로 조신하면서 살기가 힘들다. 지금 전북이 어려워진 것도 무작정 정권탓만 할 게 아니다. 광주나 전남 사람들 처럼 강한 기질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권한테도 무시 당하고 있다. 이 같은 풍토가 결국 지역 국회의원 11명을 각개약진토록 만들었다./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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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10.19 23:02

[오목대] 한미 FTA의 그늘 - 이경재

"미국 근로자들과 기업들을 위한 중대한 승리이다. 초당적 지지로 '메이드 인 아메리카'라는 자랑스러운 라벨이 붙은 상품의 수출을 상당히 신장시킬 것이다." 미 의회에서 한미 FTA 이행법안이 최종 가결되자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환영메시지다. 존 베이너 미 하원의장도 "무역법안은 미국의 중소기업, 농민, 제조업자들에게 고용을 늘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한미 '경제동맹'을 앞두고 미국은 환영하는 분위기이다. 하지만 세계 교역량 1위인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무역을 해야 하는 약자 입장에선 두려움이 더 크다. 그렇다고 마냥 문을 걸어 잠근 채 나 혼자 살 수도 없다.국가간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위해 무역 장벽을 제거하는 협정이 FTA(free trade agreement)다. 특정 국가간 또는 지역간의 특혜 무역협정이다. WTO(세계무역기구) 회원국 가운데 거의 모든 국가가 1개 이상의 FTA를 체결하고 있고, 효력을 유지하고 있는 협정만도 148개에 이른다.FTA가 체결되면 비교우위에 있는 상품의 수출과 투자가 촉진되고 동시에 무역창출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상대국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산업은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자동차 부품업계가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농축수산업계는 거세게 반발하는 것도 이런 장단점 때문이다.정부가 한미FTA로 타격을 입을 농어업 분야를 살리기 위해 22조1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노태우 정부 때와 똑같다. 당시 우루과이라운드에서 농산물시장 개방이 주요 의제로 채택되자 농어업 구조조정에 42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었다.이렇듯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도 농어업 경쟁력은 지금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항상 일이 벌어진 뒤에야 호들갑을 떠니 사후약방문 처방이라는 비판을 듣는다. 새로울 것도 없는 걸 갖고 포장만 그럴듯하게 해서 내놓는 것은 아닌지 찬찬히 뜯어볼 일이다.또 하나는 농업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전북이 더 많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런 만큼 농어민들의 자구노력과 전라북도의 대책이 중요하다. 기존 농업정책을 짜깁기하는 정도가 아닌 특단의 대책이 나왔으면 한다. 그래야 두려움도 가시고 위기도 기회가 될 수 있다.

  • 정치일반
  • 전북일보
  • 2011.10.18 23:02

[오목대] 조선술 - 장세균

대우 조선해양이 인도네시아에 209톤급 잠수함 3척을 수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규모의 수출이라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잠수함도 엄연히 물밑에 다니는 배라고 볼 수 있다. 배 만드는 기술은 우리 조상때부터 대단했었던 것 같다.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지리적인 여건은 바다를 중시해야 했을것이며 바다 정복을 위해서는 배를 잘 만들 필요가 있었을것이다. 그러나 조선조에 와서 조선술의 발전이 주춤했었던 것 같다. 현대에 와서도 조선(造船)에 관해서는 여려 일화가 있다.고(故) 정주영 회장이 1971년 울산에 조선소를 만들고자 했으나 신축자금이 부족하자 영국 버크레이즈 은행의 은행장을 찾아가 거북선이 그려진 500원짜리 한국지폐를 보여주며 한국은 영국보다 300년 더 빨리 철갑선을 만들었노라고 설득했다는 일화가 있다. 우리가 조선업에서 선두주자가 될수있었던 것은 우리의 유전 인자속에는 이미 고려(高麗)의 조선술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려는 비교적 외국과의 무역을 활발히 하기위해서 조선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일본의 '하이타이 현'의 박물관에는 '몽고 습래시'라는 그림이 있다고 한다. 일본에게 패배를 가져다준 고려, 몽고 연합군과의 전쟁이 생생히 그려져 있다는데 이때 사용된 전함(戰艦)은 바로 전북 부안 구진마을에서 건조되었다는 것이다. 고려때 건조된 대선(大船), 즉 큰 배는 그 길이가 무려 40미터에 달하고 무게만해도 300톤이 되는 글자 그대로 거함(巨艦)이었던 것이다.여기에다 대포까지 장착했으니 요즈음 표현으로 하자면 '비대칭 무기'였던 것이다. 일본의 '소우기' 기록에도 고려의 배중에는 철(鐵)로 뿔을 만든 배가 있었다고 적힌것을 보면 이것이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의 원형이 아니었던가 싶다.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고려를 세운 왕건의 선조는 해상호족이었으며 고려는 해양 대제국을 건설했던 백제의 조선술을 계승했다고 보아야 한다. 고려때의 이규보의 시(詩)에도 '고려배가 베트남등은 물론이고 대식국(아라비아) 마팔국(인도), 섬라곡국(태국)까지 오고갔다'고 적혀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의 조선술은 이미 세계 최고의 수준이었던 것이다./ 장세균 논설위원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11.10.17 23:02

[오목대] 흥부정신 - 조상진

"우리나라에 경상도에는 함양이 있고 전라도에는 운봉이 있는데, 운봉 함양 두 얼품(둘이 맞닿는 곳)에 중년(막연한 어느 때)에 박가형제가 있었으되, 놀보는 형이요, 홍보는 아우인데, 같은 부모 소생이나 성품은 각각이라. 사람마다 오장육부로되 놀보는 오장이 칠보던 것이었다."판소리 흥보(또는 흥부)가의 첫 부분이다. 이어 자진모리 장단으로 놀보(또는 놀부)의 온갖 심술에 대해 늘어 놓는다. 불난 집에 부채질, 오대 독자 불알 까고, 똥 누는 놈 주잔치고, 곱사등이 뒤집어 놓고… 등 무려 45가지에 이른다. 심술을 듣다 보면 괘씸하기 보다는 웃음이 절로 난다.반면 동생 흥보는 마음이 매우 착하다. 그런데 그 사례가 부모님께 효도하고, 형제간에 우애하고… 등 11가지에 불과하다. 장단도 중모리다. 흥미를 끌기 위해 온갖 사례를 찾았겠지만 세상에는 선행보다 악행이 도드라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얼핏 "행복한 가정은 서로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톨스토이의 걸작 '안나 카레리나'의 첫 구절이 떠오른다.어쨌든 이를 기리는 남원 흥부제가 8-9일 열렸다. 남원은 흥보가의 발상지라는 점에서 명분이 선다. 남원시가 1992년 경희대 민속학연구소에 고증용역을 의뢰한 결과 흥보가는 단순한 허구가 아니라 현실에 바탕을 둔 설화 중심의 얘기라는 것이다.무대의 배경은 두 곳이다. 하나는 인월면 성산마을로 '박첨지 설화'에 근거한 흥부와 놀부의 고향이다. 또 하나는 아영면 성리마을로 흥부가 형 놀부에게 쫓겨나 부자가 된 발복지라는 게 밝혀졌다. 지금도 성산마을에서는 삼월삼짇날 박첨지의 제사를 지내고, 성리마을에서는 정월 보름날 춘망보제를 지내고 있다.남원시는 이 행사의 주제로 우애 나눔 보은 행운의 흥부정신을 내세우고 있다. 놀부의 이기적 삶보다 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의 삶을 중요시한다는 것이다.우리 사회에선 한때 흥부를 폄하한 적이 있다. 놀부를 자본주의 정신의 구현자로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흥부를 못난 인간으로 보는 시각이었다.하지만 지금의 시대정신으로 보면 흥부는 착한 자본가며 생태주의자, 가난한 이웃을 돕는 박애주의자라 할 수 있다. 빈부격차 등 갈수록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흥부정신의 재발견은 의미가 남다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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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11.10.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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