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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월드컵의 막이 올랐다. 요즘 매스컴을 통해서 접하게 되는 여러 나라의 축구 사랑은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것이었다. 이런 축구 사랑이 우리에게도 바람직한 모습인지는 좀더 숙고해 보아야 한다고 본다. 다만 축구 사랑의 한 방편으로 이루어지는 자원봉사에 대해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우리 나라에서도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열성을 다하고 있다. 지난 3월 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웃과 공동체를 위해서 쓰는 참여와 봉사활동이 하루에 4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시간도 예비군, 민방위 활동, 친척과 이웃돕기를 빼고 나면 하루 1분으로 줄어든다. 이런 우리 나라의 풍토에서 자발적으로, 그리고 무보수로 월드컵 행사를위해서 봉사하는 이들은 참으로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물론 이들이 봉사를 하면서 얻는 것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들 봉사자는 공동체에 대한 봉사를 통해서 보람과 재미를 느끼기도 하며 자신이 가진 재능과 소질을 발견하기도 하며 직접적인 체험을 통해서 건강한 인성을 덤으로 얻기도 한다.그런데 지난달 26일 수원의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자원봉사자가 사진기자에게서 폭행을 당하고 행사담당 관계자에게서 폭언을 듣는 일이 생겼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층할 때 우발적으로 몸싸움은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사진기자가 순간적인 감정을 가누지 못하고 자원봉사자에게 사과했다는 사실에서도 수긍이 간다.정말 심각한 것은 그 폭행의 현장에서 자원봉사자에게 폭언을 퍼부은 관계자와 사태의 수습이랍시고 해명하는 글을 올린 축구협회에서 찾을 수 있다.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폭행 현장에서 폭언을 퍼부은 관계자와 대한축구협회의 입장은 한 마디로‘맞을 짓을 했다’는 것이다. 죄목은 자원봉사의 태도가 불량했기 때문이란다. 이런 대한축구협회의 해명은 자신들의 설 자리가 어디인지를 제대로 파악하고나 있는지 하는 의구심마저 갖게 한다. 이런 태도는 같이 일을 하는 자원봉사자들에게는 배신감을 심어 주었다는 점에서 참으로 문제가 아닐 수 없다.우리에게 자원봉사의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도 월드컵 행사는 큰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이런 자원봉사가 정착되려면 이들 자원봉사자들을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 인력의 수급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구촌 최대의 축구제전인 월드컵은 1930년 우루과이에서 첫 대회가 열린뒤 지난 1998년 16회 프랑스대회에 이르기까지 숱한 파란과 이변을 연출했다. 70여년 동안의 월드컵 역사동안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한 사건이 많았지만 1966년 영국에서 열린 제8회 월드컵에서 북한팀의 돌풍은 최대의 사건으로 꼽힌다.북한팀은 8강 진출전에서 유럽의 강호 이탈리아를 1대0으로 유권한 뒤 8강전인 포르투갈전에서도 전반에만 3골을 터트리며 승리를 거머쥐는듯 했으나 수반들어‘검은 표범’에우제비오에게 무려 4골을 잇따라 내주면서 3대5로 역전패했다. 북한 선수들의 파이팅은 당시 세계 축구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주기에 충분했다.월드컵에 단 한번 출전한 북한팀의 선전에 비해 한국축구의 그동안 성적표는 너무나 초라하다. 한국축구팀은 1954년 스위스 월드컵 본선에 처음 오른 이후 지난 프랑스대회까지 다섯차례 본선에 진출하면서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14차례 경기에서의 전적은 4무10패에 그치고 있다. 지금까지 월드컵 본선에 한번이라도 진출한 나라는 모두 65개국이며, 한국은 이중 1승도 올리지 못한 18개국에 포함돼있다.한국축구가 대망의 1승, 아니 더 나아가 16강에 진출한 호기인 21세기 첫 월드컵이 오늘 저녁 서울 상암구장에서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와 아프리카의 신예 세네갈의 첫 경기로 막이 오른다.지난해 1월 히딩크 감독을 영입한 한국대표팀은 18개월의 담금질끝에 역대 어느 대회때보다 16강 진출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세계 축구의 강호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프랑스와 가진 평가전에서 펼친 우세 내지 대등한 경기내용이 이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세계 저명 언론을 비롯‘축구 황제’펠레같은 전문가들도 한국축구팀의 16강 진출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고 있다.흔히 쓰는 스포츠 금언으로‘공은 둥글다’라는 말이 있다. 스포츠 승부세계에서는 그만큼 예측을 불허한다. 노력을 다한 끝에 얻은 자신감이 승리의 원동력이 될 수 있지만 자만하거나 과잉기대 또한 금물이다. 한국 선수들이 첫경기때까지 컨디션을 최고로 끌어올려 멋진 경기를 펼쳐주길 기대한다.
히딩크의 지도하에 축구국가대표팀이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 도저히 도전할 수 없어 절벽처럼 느껴졌던 영국, 프랑스 축구대표팀과 대등한 게임을 하게 되었다. 그의 리더십은 자치단체장, 대학총장, 기업인, 단체 회장들도 배울 점이 많이 있다.첫째, 그는 대표팀에 대한 인사권을 확실히 장악하였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 어느 지도자에게나 이는 중요하다. 인사권이 권력자의 청탁, 주변의 압력, 뇌물, 연고에 의해 영향받게 되면 부하들이 외부줄을 찾아다니고 인사에 대한 신뢰를 잃어 눈치만 보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완전한 인사권 장악과 공평한 인사권의 행사는 조직의 활력에 가장 핵심적인 요소다.둘째,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파악하여 핵심과제를 간결하고 단순하게 제시하였다. 즉, 체력을 극복하지 못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이의 해결에 집중하였다. 그 결과 후반전만 되면 헉헉거리던 대표선수들이 90분간 전천후로 뛸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이 해결되면 팀전력이 획기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의식을 고취시켜 선수들에게 희망을 가지고 따르게 했다. 나머지 문제는 부차적으로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셋째, 연고주의를 철저히 타파하고 모든 가능한 자원을 활용하고 시험하여 실력이 가장 뛰어난 선수를 선발하였다. 철저히 객관적인 평가표에 의해 선수의 능력을 평가 하였다. 이를 통해 모든 선수가 스스로 실력만이 살길이라며 최선의 노력을 하도록 유도하였다. 결국 각 포지션에 최강의 선수를 배치할 수 있었다.넷째, 이제까지 감독만 보고 뛰면 선수들을, 스스로 생각하여 보다 나은 방법을 찾아 뛰도록 하였다. 즉, 감독감이 아니라 모든 선수가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토론하도록 하여 팀의 창조적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하였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권위주의적 지도자였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그는 이러한 신선한 지도력으로 대표팀의 체질을 크게 바꾸어 놓아 국민들이 열광하고 있다. 그의 리더십은 지도자 하나가 엄청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이러한 효과적인 리더십을 가진 후보들을 골라 뽑아보자. 우리 지역이 크게 달라질 것이다.
‘과부 설움은 홀아비가 안다’고 실업자의 고통을 당해본 사람만이 안다.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 할 일이 없어 빈둥거리며 노는 일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다. 그래서 장기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실업자들은‘살아 있으되 죽은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일종의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진다.기억으로조차 떠올리기 싫은 IMF사태때 이런 실업자수는 전국적으로 1백20만명이 넘었었다. 기업·금융계 정부산하기관등 각계의 구조조정으로 내몰린‘황당한 퇴직자’들이 분노와 좌절감에 떨어야 했던것도 이때였다. 그로부터 4년여가 지난 지금 정부는 IMF위기로부터의 완전탈출을 선언했고 거시경제 지표로는 우리경제에 푸른 신호등이 켜진지 오래다.실제로 실업률도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면서 점차 낮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엊그제 발표한 4월중 고용동향에 따르면 실업률은 3.1%를 기록하여 전월보다 0.3% 하락했고 실업자수도 70만7천명으로 전월보다 6만2천여명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계절적 요인으로 고용증가세를 일시 반영했다고는 하지만 장미빛 통계인것만은 분명하다.그러나 아직도 우리 대학가에서 들려오는 소식은 우울하기만 하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직을 못해 빈둥거리는 고급인력이 여전히 수십만명에 달하고 취직을 못할바에야 아예 휴학을 하겠다는 학생들 숫자 또한 적지 않다. 인생의 황금기, 꿈과 희망에 가득차 사회에 첫 발을 내딛어야 할 젊은 세대들에게 현실의벽은 아직도 철옹성처럼 완강하기만 한 것이다.이 중에서도 지금 29세∼31세 이르는 IMF 피해세대(?)들의 고통은 너무 크다.(28일자 본보 1면) 그들이 군복무까지 마치고 대학문을 나섰을때가 정확히 IMF 위기때와 일치한다. 취업난의 한가운데서 입사원서조차 변변히 내보지 못한 그들은 스스로를‘부랑인 학번’이라고 자조(自嘲)한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들이 연령때문에 취업전선에서 또다시‘왕따’당하고 있다니 안타까운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실업상태가 장기화하면 분노와 좌절감은 차츰 사그라 들고 니체식 허무주의나‘될대로 되라’식 체념기에 빠져 든다고 한다. 장차 사회를 이끌어 나가야 할 젊은 세대들이 이런 실업증후군(失業症候群)을 앓게 해서는 정말 안된다.
음주문화의 변천도 시대상을 반영한다. 암울한 시대에는 술자리 역시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웠고 희망의 시대에는 즐거움이 넘쳤다. 자유당 독재와 유신 치하를 거친 어두웠던 시절 사람들은‘취하기 위해’마셨지만 70년대 이후 고도성장기에는‘즐기기 위해’마시는 음주풍토가 조성됐다.그러나 주당(酒黨)에도 빈부격차는 있게 마련이라 음주행태는 확연히 구분된다. 한국이 세계 위스키시장의 첫번째 소비국이 될정도로 흥청망청 하는 호화사치 술꾼들이 있는가 하면 후주머니가 가벼워 포장마차 소주방을 기웃거리는 서민층 주당들의 애환은 여전하다.음주행태는 그렇다 치고 놀라운것은 포장마차의 변신이다. 50∼60년대 길거리에서 천이나 판자로 바람을 막으며 참새구이에 소주를 팔던곳이 포장마차였다. 그랬던것이 장족의 발전(?)을 거듭한 끝에 오늘날 포장마차는 서민들의 단골집이 아니라 길거리 살롱으로, 음식백화점으로 거듭나 있다. IMF 경제위기가 오히려 포장마차의 성업을 도왔다는 아이러니가 성립된다.또하나, 80년대 이후 우리 음주문화에서 빼놓을수 없는곳이 노래방이 있다. 포장마차 같은데서 한 잔 걸친 주당들이 거의 빼놓지 않고 찾는 곳이 이곳이다. 취흥이 도도한 술꾼들이 반주음악에 맞춰 노래를 부르며 스트레스를 풀기로 이만한 장소가 따로 없다. 포장마차와 노래방은 이제 우리나라 음주문화의 꼭지점에 있다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그런데 노래방에는 술이 없다. 흥에 겨워 기분내려고 찾아간 노래방에 술이 없으니 술꾼들은 불만이다. 물론 당국이 노래방에서의 주류판매를 금지하는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건전한 유희공간이 음주로 인해 손상되고 자칫 음란·폭력 등 풍속을 해치는것을 방지하자는데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나친 규제는 오히려 삭막하다. 노래방에서 알게 모르게 맥주류를 파는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도내 5백여곳의 노래방 업자들이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상경투쟁을 벌였다 한다. 당국의 지나친 단속완화와 캔 맥주 판매를 허용해 달라는게 요구조건이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담글 일 없다면 이들의 요구가 그렇게 무리하고 보이지 않는다. 자고로 노래판에 술이 없으면 무슨 재미인가. 업계의 자정노력에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얼마 전 금융기관 노사가 주5일 근무제를 시행하기로 합의하였다 한다. 덕분에 26개 금융기관의 직원들은 좀더 여유 있는 생활이 가능하게 되었고 앞으로 협상하게 될 다른 산업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차적으로는 금융자동화기기, 보안경비, 보안기기 업체 등이 그 혜택을 받겠지만 관광, 쇼핑 등 레저 문화 관련 시장이 크게 활성화될 전망이다.하지만 대다수 근로자들에게는 꿈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측과 사측이 주5일 근무에 대한 논의를 하고는 있다. 그러나 주5일 40시간 근무라는 큰 테두리에서만 합의를 했을 뿐 그 제도의 시행시기와 방법에서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타결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4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이려면 임금삭감 등 7가지의 선결요건을 받아들이라는 사측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노측의 입장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던 계제에 합의한 금융기관 노사의 합의는 어쨋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더구나 국가의 큰 행사라고 할 수 있는 월드컵을 앞두고 이런 노사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는 염려는 정부를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틀림없어 보인다. 어느 한 편에 설 수 없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법’과 ‘원칙’을 내세울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리고 ‘국가 이미지’와 ‘신인도’등을 고려한다면 정부는 월드컵 기간만이라도 노사관계가 원만하기를 바랄 것이다.문제는 그 동안의 노사관계에서 노측이 갖는 심한 불신감이다. 발전노조가 파업 이후 해고 3백51명, 고소고발 8백94명 그리고 무려 4천여명의 조합원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와 임금, 재산 가압류 등의 압력 속에 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이러한 노사관계는 신뢰를 갖게 하기 어렵다. 그리고 이런 관계가 계속된다면 월드컵 기간이라 하더라도 분규는 일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부가 할일은 사회적 강자의 입장에 서기보다는 약자의 입장에서 합의를 도출하도록 중재하는 일이다.세계적인 흐름이 노동시간의 단축을 통한 삶의 질 향상 추구라고 한다면 우리 나라도 여기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서로 합의하기 어려운 입장에 있는 노사관계에서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정부가 맡아야 할 것이다. 당장 어느 한쪽의 불만을 사는 한이 있더라도 이를 두려워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정부의 소신을 기대해 본다.
고엽제는 원래 과일이 햇볕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주변 수목의 무성한 잎을 제거하기 위한 목적으로 개발된 제초제의 일종이다. 고엽제가 전장에서 처음 사용된 것은 미국이 베트남전에서 월맹군과 베트콩 근거지 주변의 숲을 황폐화시키기 위해 대량 살포하면서 부터다.고엽제의 종류로는 에이젠트 오렌지, 에이젠트 블루, 모뉴론등이 있는데 노란색 드럼통에 담긴 에이젠트 오렌지가 베트남전에서 가장 많이 사용돼 고엽제의 대명사로 통했다. 고엽제 제조시에 5T등 여러 물질을 섞는데 혼합중 부산물로 생성되는 독성물질 다이옥신이‘피해의 주범’이다.미국은 1962년부터 1972년까지 10년동안 총1천9백만 갤런 상당의 에이젠트 오렌지를 살포했고, 한국군 작전지역인 광나이와 퀴논 등지에도 상당량이 뿌려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나라 일부 참전용사들은 독성은 모른채 살포하는 고엽제를 일부러 맞기까지 했다고 한다. 고엽제를 맞으면 모기등 벌레가 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엽제를 맞았던 파월장병들은 귀국후에 각종 피부질환과 신체마비 증상이 나타났으며, 암이나 정신질환등에 시달리기도 했다. 투병의 고통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까지 자주 발생했었다.지난 1993년‘고엽제 후유증 치료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뒤 지난해 6월까지 국가보훈처에 피해신청을 한 참전용사는 모두 7만2천여명에 이른다. 이중 4천1백48명이 고엽제 후유증으로, 3만8천8백77명이 후유의증(後遺疑症)으로 판정을 받았다.고엽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이들중 1만7천여명이 집단으로 1999년9월 고엽제 제조회사인 미국의 다우케미컬과 몬산토사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5조원대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이 2년8개월여의 진 심리끝에 어제 모두 기각됐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재판부인 서울지법 민사합의부는‘고엽제로 인해 발병했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고, 소멸시효인 10년이 이미 완성됐기 때문에 청구를 받아들이기 곤란하다’고 밝혔다. 국가의 부름을 받고, 그것도 우리 땅이 아닌 이국에서 자유수호를 위해 목숨걸고 싸운 참전용사들의 절망감이 더욱 깊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다양하고 새로운 지방정치세력이 빠르게 조직화되고 있다. 전라북도에서 10여년이 넘게 계속된 민주당 독주에 불만이 그만큼 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민주당 경선이 대부분의 시군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어 그 불만이 더욱 높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새로운 정치세력을 유입하여 새로운 희망을 싹트게 하는데 실패하였기 때문이다.이번 지방선거에 집단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단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더욱 그렇다. 30여명을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시킨‘전북지방자치개혁연대’는 이름에서조차 지방자치를 개혁하자는 개혁성을 드러내고 있다. 문주노동당, 녹색평화당 같은 개혁적인 정당들도 등장하고 있다. 또한 농민회 후보, 환경운동연합이 추천한 후보 등이 나타나 시민세력의 다양한 정치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다양한 지역구와 도의회 비례대표도 출마시켜 비례대표 도의원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번 선거부터는 지역구 투표와 비례대표 투표가 분리되어 있고 비례대표는 정당에 투표하도록 되어 있어 민주노동당이나 녹색평화당에서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여성후보들도‘여성의 정치참여와 승리를 위한 여성유권자연대’를 조직하여 이전보다 조직적으로 이번 지방선거에 나서고 있다. 남성중심의 지방정치가 부패하게 하고 주민들의 생활을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다며 9곳에서 남성위주의 정치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의원(국회의원, 도의원, 시군의원 포함)과 여성단체장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 미만이어 이 부분에서는 아주 후진국이다. 이중 민주노동당, 농민회, 환경운동연합, 각종 시민운동출신 후보들을 포괄하여 지방자치의 새로운 틀을 모색하고 있는‘전북지방자치개혁연대’가 눈에 띈다. 이들은 여러 정당과 단체들을 포괄하는 연대를 만드는데 성공하여 지방정치의 새로운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이 민주당이 전북 지방자치를 망쳤다며 그 대안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결국 유권자들이 심판할 것이다. 어쨌든 다양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의 등장은 전북정치에도 많은 논의와 활력을 불러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서로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경쟁하고 따진다면 선거가 더좋은 전북을 위한 토론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 엑스트라의 역할은 그저 보조출연에 그칠 뿐이다. 거리 장면에서 지나가는 행인, 운동경기장을 가득 매운 관중, 사극(史劇) 같은데서 가마를 매는 사람, 서부활극에서 말타고 달리다가 총에 맞아 굴러 떨어지는 불한당등이 여기 속한다. 그래서 엑스트라는 영화인이라기 보다는 단순 일용근로자 쯤으로 보면 틀림없다.그러나 엑스트라라 해서 그냥 일당받고 몇 커트 찍는데 그치는 역할만 있는게 아니다. 순수한 아마추어가 대부분이지만 더러는 프로못지 않은 연기로 영화를 빛내는 프로급 엑스트라도 있다. 영화의 메카로 불리우는 헐리웃에서는 감독의 눈에 띠어 하루아침에 스타로 출세하는 엑스트라들의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엘비스프레슬리나 제임스 딘, 버트랑카스터 같은 명배우들이 경우는 좀 다르지만 이런 범주에 든다고 할수 있고 우리나라도 영화촬영장에 구경갔다가 일약 주연 배우로 스카웃되는 경우가 없지 않았다.윌리엄 와일러감독이‘벤허’를 감독할때 동원한 엑스트라가 10만명에 이르렀다거나 전쟁영화에 등장하는 그 많은 병사들이 엑스트라들이라면 영화에서 그들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짐작할 수 있다.‘부처님 잘되고 못되고는 석수쟁이 손에 달렸다’는 속담이 있듯이‘영화 잘 되고 못되고는 엑스트라 연기에 달렸다’는 말이 성립되지 않을 이유가 없다.전주를 비롯해서 도내 곳곳이 영화촬영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엑스트라 부업이 인기를 끌고 있다한다. 하루일당 3만원에서 6만원까지 받으면서 촬영장에 동원가능한 인원이 1만명선으로 추정되며 시장 규모도 3억원내지 6억원에 이를 것이라는게 관련 업계의 분석이다. 전주시가 영상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르고 지난해‘이것이 법이다’를 시내 일원에서 촬영하면서부터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파악된다. 영화사들이 올해들어 4편의 영화를 도내에서 찍기로 이미 확정했고 앞으로도 전주영상위가 20편을 더 유치하기로 했다니 엑스트라수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전주보다 한 발 앞선 부산이 지난해 영화관련 산업으로 1백70여억원의 생산효과를 올렸다는 소식이다. 전주라고 그렇지 못하라는 법이 없다. 국제영화제까지 개최하는 전주가 영화산업의 엑스트라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분발할 때다.
엊그제 경기도에서 발생한 젊은 여성 6명 연쇄살인사건의 범행동기는 신용카드 빚때문이었다. 단지 몇백만원의 빛을 갚기 위해 위장한 택시를 몰고 다니다가 승객을 살해하고 신용카드를 빼앗은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것은 그렇게 해서 탈취한 카드로 인출한 돈이 겨우 2백여만원 남짓이었다는 사실이다. 한 사람당 평균 30여만원을 빼앗기 위해 귀중한 목숨을 살륙한 만행을 저지른 셈이다. 경제활동인구 2천3백만명에 발급된 카드만 8천9백만장에 이르는 우리 사회에서 이런 유형의 범죄가 또다시 일어나지 말란법이 없으니 지뢰밭 통과만큼이나 불안하기 짝이 없다.그런데 이런 일이 비단 우리나라 뿐만도 아닌 모양이다. 아니 선진국이라 할 미국은 물론 동유럽, 동남아시아 각국의 카드관련 범죄행위를 보면 우리는 그래도 양호(?)한 편이라고 자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다른 사람의 개인정보를 훔쳐 돈벌이에 이용하는 카드범죄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카드빚을 갚지 못해 개인파산을 하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한 전세계 금융기관들의 손실규모가 연간 10억달러에 이른다니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사람들은 우선 쓰기는 편하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돼 입는 피해는 카드사들의 책임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개인신용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마구잡이식 발급으로 사회문제화 하는데 대한 책임은 당연히 카드사가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카드사들의 행태는 전혀 개선될 기미가 없다. 오히려 회원들의 신용등급을 멋대로 매겨 엄청난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새로운 사실만 드러나고 있다. 국내 7개 카드전업사들의 1·4분기 순이익이 6천2백억원이라니 그야말로 회원들의 고혈을 빨아들여 자기네 뱃속을 채우고 있다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가관인것은 금감원이‘방문회원 모집 행위’를 제한하려하자 10만명에 이르는 카드모집인의 생계를 위협한다면서 반대하고 나선 점이다. 폐해가 오죽했으면 그런 교육책으로라도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으려 했을까.‘신용카드를 이용한 가계자금 대출의 증가’가 새로운 경제위기를 부를지도 모른다는 경제학자들의 경고를 귀담아 들을때가 아닌가 싶다.
유소년기(幼小年期)를 농촌에서 보낸 시골나기들 이라면 경박한 듯 하면서도 앙증맞기 짝이 없는 참새와의 추억을 마음 한 구석에 가두어 놓고 산다. 먼동이 트기 전 이른 새벽, 집 사방을 돌아다니며 재잘거리는 소리에 선 잠을 깨기 일쑤요, 마당에 곡식을 널어 말릴때면 어떻게 그리 잘도 아는지 떼로 몰려들어 까먹고 헤집어 놓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어디 그뿐인가. 들판이 누런 황금옷을 입는 가을이면 내집 네집, 어른 아이 할것없이 노는 손은 모두 동원이 돼 하루종일 참새떼와 전쟁을 벌어야 하고, 심지어 쌓아 놓은 볏단 속까지 파고 들어 벼알을 쪼아대니 한 톨의 곡식도 소홀히 할 수 없었던 당시 농부들은 참새떼가 여간 성가진 존재가 아니었다.더구나 학교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책가방 집어던지고 온몸이 시커멓게 탈정도로 뛰어노는데 익숙한 어린이들은 논밭 귀퉁이에 묶여 새떼를 쫓느라 흙을 파 던지고 목청을 돋우는 일이 거의 고문에 가까운 벌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참새와 얽힌 추억이 모두 귀찮고 힘든것만은 아니다. 마당 한 구석에 새덫을 놓고 문구멍으로 지켜보다 줄을 당겨 몇마리라도 포획할라치면 그 기분은 요새 어린이들 정신을 홀딱 뺏어가는 오락게임도 당할 수가 없고, 겨울밤 초가집 처마 밑을 뒤져 잡아낸 참새로 구이나 탕을 해먹는 맛이란 먹을 것이 흔치 않던 그 시절, 그런 특식이 없었다.한데 언제부턴가 우리나라 대표적 텃새인 참새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환경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1백㏊당 참새 서식 수는 1백39.3마리로 10년 전에 비해 64%, 20년 전에 비해서는 무려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했다. 환경부가 참새 감소 원인을 연구한다지만 보나마나 사람이 환경을 파괴한 탓이 클 것이다. 미워하면서 정든다더니 이제 참새마저 우리 주변을 떠난다고 생각하니 왠지 마음 한 구석이 허전해진다. 문득 초등학교 4학년 교과서에 실린 동시‘겨울참새’가 생각난다. 콧등꽁꽁/귓불 꽁꽁/겨울아침/대숲에/일렁이는 바람/해님과 숨바꼭질/그 속에/옹기종기 모여/재잘대는/참새떼/지난/가을날이 그리워/총총총/종종걸음.
대구(大邱)시는 내륙분지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더운 곳으로 위세를 떨친 도시이다. 1942년 8월1일 낮 최고기온이 국내 기상관측 이래 최고치인 40도를 기록할 정도로 무더위 도시의 대명사로 불려왔다.대구시는‘폭염도시’라는 불명예를 씻기 위해 도심녹지화와 공원조성등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했다. 96년부터 대대적인 나무심기에 착수, 당초 2000년까지 4백만 그루를 목표로 했으나 1년 앞당겨 달성되자 목표를 2006년까지 1천만 그루로 늘리고 매년 1백만 그루씩 지속적으로 심고 있다.이같은 대구시의 노력이 성과를 거둬 96년 이후로는 전국 최고기온 기록을 5년간 합천, 춘천, 제주, 영주에 내주었다. 90년대 들어서도 95년까지 5차례나 전국 최고기온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변화다. 여름철 낮 최고기온 평균도 94년 33.1도에서 98년 27.8도로 5.3도나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다 자란 나무는 하루에 4백ℓ에 달하는 수분을 발산하는 효과가 있으며 이는 시간당 2천5백㎉급 에어컨을 20시간 가동하는 기온저하 효과를 낸다’는 외국의 연구결과가 이같은 성과를 뒷받침해주고 있다.지방자치단체가 도심녹화등을 통해 기후조건을 인위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적응하는 방법을 실증해 보인 셈이다.대구시가 야심한 계획으로 전국 최고의‘혹서(酷暑)도시’대열에서 벗어난 사이 전주시가 전국에서 가장 무더운 도시중 하나라는 조사결과가 발표돼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우석대 박재철교수가 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전주의 여름철 낮 평균기온이 99년 30.5도, 2000년 31.6도, 2001년 31.8도로 대구시의 29.1도, 30.4도, 31.4도 보다 높게 나타나 전국 최고수준이라는 것.이같은 현상의 원인은 빠른 도시화로 녹지공간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전주시가 99년부터 60만그루 나무심기운동을 역점시책으로 펼쳤지만 크게 달라진 느낌이 오지 않는 것도 한 요인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푸른 도시는 가꾸지 않고는 기대할 수 없다. 전주시 관계자들의 각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오는 22일이면 익산 왕궁저수지 옆에 익산보석박물관이, 24일이면 전주국립박물관 옆에 전주역사박물관이 개관한다. 전주 전통문화특구의 전통술박물관도 6월 7일 개관 할 예정이다. 2-3년 사이에 고창 판소리박물관, 순창 삼림박물관, 삼례 역참박물관 등이 세워져 박물관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또한 전북에는 전북대, 전주대, 우석대, 원광대, 군산대의 대학박물관, 한솔종이박물관도 있다.박물관이 갈수록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이유는 자기 지역의 문화를 널리 알리고, 지역민에게 지역문화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을 심어주고, 또한 지역이미지를 높여 관광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전라북도의 박물관들이 그러한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전라북도에서 가장 잘 운영되고 있는 박물관이 한솔종이박물관이다. 나머지 박물관들은 아직까지 박물관이 가장 중요하게 추구해야할 관람객을 감동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국립전주박물관의 경우 너무 고답적이고 권위적인 공간배치와 전시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발굴과 연구에 집중해서 그런지 전지 및 교육기능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대학박물관들은 박물관이라기보다는 발굴기관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정도로 발굴에만 집중하고 있다.박물관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기능은 사람들이 와서 보고 느끼고 무엇인가를 배워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문화자료를 수집하고 발굴하고 보존하고 연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박물관에서 자료를 발굴하고 수집하고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이번 전주역사박물관이 춤추는 박물관이라는 구호로 전주시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전주시민이 와서 항시 즐겁게 배워갈 수 있는 장소로 만들겠다니 다행이다. 시민들이 보다 쉽게 전주의 역사와 정체성을 느끼고 배우고 체험하도록 하는데 집중을 해야할 것이다.보석박물관도 보석전시뿐만 아니라 화석전시설 등을 갖추고 있다. 놀이를 위한 야외동산까지 갖추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그 곳을 방문한 사람에게 교육적 효과와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더 잘 하기 위해 철저한 자료수집과 연구 및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선생은 있되 스승은 없다’는 말은 우리 교육현실을 두고 흔히 쓰는 말이다. 존경과 두려움의 대상이 돼야 할 교사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의 산물이다. 그 배경에는 교육계의 뿌리 깊은 관행인 촌지(寸志)와 체벌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본시 촌지란 고도성장을 꿈꾸던 시대에 접대비나 통행료 명목으로 생겨난‘작은 정성’을 뜻한다. 그것이 일부 몰지각한 소수의 학부모와 교사간에 오고 가면서 성직자처럼 살아온 다수의 교육자까지 송두리째 매도하는 구실을 만들어 준 것이다.체벌문제도 그렇다. 독일 속담에‘말을 듣지 않는 자는 느껴야 한다’는 말이 있다. 타이르는 말을 이성으로 느끼지 못하면 몸으로 느끼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다분히 권위주의적인 발상같이 보이지만 그실 말로 안되면 때려서라도 가르쳐야 한다는 우리 전래의 훈육관과도 일치한다.사람들은 교사들에게 배고픈 소크라테스나 남루한 페스탈로치가 되기를 기대한다. 사회가 아무리 혼탁해도‘교육자 너만은’타오르는 촛불처럼 세상을 밝게 비추는 한 줄기 광명의 빛이 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도 평범한 인간이다. 사회가 항상 그들에게 성직자 이상의 도덕성과 윤리를 강요할수는 없다는 말이다.오늘은 선생님을 존경하고 그 노고에 감사하기 위해 제정된‘스승의 날’이다. 선생과 스승을 동의어(同意語)로 받들고 그 의미를 깊이 세기기에는 우리 교육현실은 너무도 삭막하다. 촌지때문에 스승의 날 아예 학교 문을 닫는 사례가 아직도 반복되고 있고 매를 들었다가 학부모에게 교단에서 멱살잡이를 당하는 교사들에게 이 날의 의미가 얼마나 가슴 뿌듯하게 다가 올까.선생님은 가슴에 꽃 한송이를 달아 드린다고 해서 할 일을 다하고는 날이 아니다. 교사와 제자,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와의 바른 관계는 어떻게 정립돼야 하는가, 그리고 사회구성원으로서 교사 스스로의 처신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성찰하는 기회를 갖는것이 중요하다.거듭 강조하지만 교사는 단순한 기능인이 아니다. 우리 후손들에게 밝은 미래를 담보 해주는 교육의 파수꾼으로서 그들이 존경받는 사회가 바로 건강한 사회의 첩경이 된다는 사실을 바로 봐야 한다.
낮 시간이 긴 여름철에 햇볕을 좀더 효율적으로 이용하자는게 서머타임(Summer time)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천문학적으로 하지(夏至)와 추분(秋分)사이를 여름으로 구분하는데 이 기간에는 한낮의 길이가 다른 계절에 비해 한 두시간 이상 길다. 이 시간을 그냥 허비하지 않고 시계바늘을 한시간가량 앞당겨 놓으면 그만큼 시간도 벌고 에너지 낭비도 막으며 시간을 취미활동등 여가선용에 활용할수 있다는데 이 제도의 취지다.일광(日光)절약제로 불리우는 서머타임을 처음 구상한 사람은 영국인 윌리엄 윌릿이란 사람이다. 겨울이 긴 영국 사람들은 ‘햇볕바라기’가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것처럼 매우 극성스럽다. 여름철에 조금이라도 이 햇볕을 더 쬐는 방법이 없을까를 궁리하던 그는 아예 시간을 앞당겨 낮시간을 최대로 늘려보자는 생각을 해 낸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나라는 1차 세계대전중 독일(1916년)이었고 이어서 영국·미국·프랑스등 서구(西歐) 선진국들이 뒤를 이었다.그러나 사계절의 구분이 뚜렷하고 아무리 혹서(酷暑)라도 여름더위를 견딜만한 나라들은 이 제도를 탐탁치 않게 여겨온게 사실이다. 이웃 일본이 지난 48년 이 제도를 도입했다가 4년만에 폐지했고 우리나라도 광복후 49년에 도입했다가 61년에 폐지한것이 좋은 예이다. 다만 우리는 올림픽을 위해 지난 87·88년 2년간 다시 실시했다가 폐지한 일이 있긴 하다.최근 경제난 타개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서머타임제를 부활하자는 여론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모양이다. 엊그제 KBS 시사 프로그램에서 이문제를 공론에 부쳐 청취자들의 의견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은 아직 반대 목소리가 높은 쪽으로 가닥이 났다. 찬성론자들은 ECD가맹국들이 대부분 시행하고 있는 제도이고 에너지절약과 가선용이라는 장점을 부각시킨 반면 가정주부나 농민 노동자등은 본래 취지와 달리 노동시간 연장이나 생활리듬 파괴등 부작용을 더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서머타임제는 지난 87년 시행 당시에도 반대여론이 6대4로 앞선바 있다. 국민들이 동의하지 않는 제도를 또 정책이란 미명으로 슬그머니 내놓아 공연히 혼란만 야기시키는 일은 없어야겠다.
군웅(群雄)이 할거(割據)하던 춘추전국시대, 유방(劉邦)을 도와 폭군 진시황제(秦始皇帝)를 치고 한(漢)나라를 세운 개국공신 장량(張良)은 공신들에게 내리는 왕작(王爵)벼슬을 마다하고 초야에 묻혀 방원각(方圓閣)이라는 정자를 짓고 청빈한 생활을 즐겼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두 아들이 다른 공신들은 높은 자리에 앉아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는데 왜 우리는 이렇게 보잘것없이 살아야 하느냐며 불평을 했다.장량이 두 아들에게 말했다.“포악무도한 진시황이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려 현명하고 의로운 한패공(유방)을 도와 나라를 일으켜 세웠다. 이제 초·한(楚漢) 승부가 끝나고 백성들이 편안한 생활을 하게 되었으니 이만하면 내가 할 일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대장부 세상에 태어나서 만민(萬民)을 도탄에서 구해냈으면 할 일을 다한 것이 아니냐? 그이상 욕심을 가지면 몸을 망치느니라. 살구꽃은 삼월에 피고, 국화꽃은 구월에 핀다. 이것이 다 제 스스로 때를 알기 때문이다.” 욕심이란 끝이 없다고 했던가. 다른 공신들은 권좌를 탐하다 결국 한패공에게 죽임을 당했다. 천하를 도모하자마자 청빈낙도의 길을 택한 장량이야말로 스스로 물러날 때를 아는 현명한 인물이었다. 최근 단행된 민주당 중간 당직자 인선에서 한 때 잘나가던 동교동계 구파 세력이 된서리를 맞았다. 권노갑(權魯甲)전최고위원의 구속과 김옥두(金玉斗)의원이 최고위원 낙선, 한광옥(韓光玉)전대표의 최고위원 경선 4위에 이어 중간 당직 인선에서까지 철저히 배제됨으로써 동교동계 구파는 이제 공중분해 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동교동계의 퇴진은 역사적 흐름이라며 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지만 동교동계 인사들은“우리를 잡초 쯤으로 여기고 제초제를 뿌린듯한 느낌”이라며 극심한 소외감에 사로잡혀 있다고 한다. 하나 어찌 할 것인가. 세상사 모두 흥망성쇠의 궤도를 벗어날 수가 없고 올랐으면 내려와야 하는 것을…. 등산을 할 때도 오르기 보다 하산하기가 더 어렵다. 구차한 욕심 다 버리고‘국민의 정부’가 역사앞에 덜 부끄럽도록 뒷 마무리에 힘써야 할 것이다. 아울러 아직도 권력의 단맛에 빠져 자기 살 궁리만 하고 있는 탐욕스런 정치인들은 역사의 교훈을 되새겨 보라고 권하고 싶다.
엊그제, 전북대 총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끝났다. 총장 후보 중 40대의 두재균 교수가 당선된 것은 여러 모로 그 의미를 새겨 볼 일이다. 그리고 여러매체에서 조목조목 정리해 놓은 것만으로도 차기 총장이 감당해야 할 일들은 거의 나왔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그런데 총장이 풀어 가야 할 문제들은 매번 선거가 끝날 때마다 정리되곤 했는데도 임기가 끝날 때 쯤이면 그런 문제를 다시 제기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가 무엇일까? 궁긍적으로는 모든 문제의 책임이 총장에게 귀결되겠지만 그 주변에 있는 인물들 또한 주목의 대상이 아닐수 없다.봉사는 아름답다. 가진 것을 나누어 주겠다는 섬김과 희생의 정신은 일반적인 삶의 태도와 다르기 때문에 우러러 보는 것이다. 댓가를 바라지 않고 조건 없이 봉사하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사회의 어두운 구석들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이번 전북대 총장선거에서 열심히 봉사한 사람들, 특히 두재균 당선자를 도왔던 사람들은 봉사한 기쁨이 더욱 클 것이다. 이들이 어떤 댓가를 기대하고 봉사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좀더 나은 전북대학교를 위해서, 우연히도 뜻이 같았던 그를 돕는 일에 나섰을 것이다.하지만 당선을 위해서 노력했던 시간들이 더욱 값진 것이 되려면 아름다운 마무리가 필요하다고 본다. 선거 과정에서 열심히 봉사한 것을 가지고 총장 취임 이후의 일을 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근 최규선씨의 행적을 통해서 이런 문제들이 갖는 부작용을 체감하고 있다. 대통령 인수위 시절의 활약은 그 자체로 마무리되어야 하는데 대통령 취임 후의 ‘자리’를 기대한 것이 불행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지금까지의 봉사가 두재균 교수의 총장 당선을 위한 개인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면 앞으로의 봉사는 전북대학교를 위한 공적인 성격을 띤다. 따라서 이 두 사안에 대한 봉사의 성격은 매우 다르다고 할 것이다. 진정으로 전북대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시작한 봉사라면 총장 당선자의 업무수행에 짐으로 남아서는 안될 것이다. 총장 당선자가 선거 봉사자에 대한 부담에서 자유로워야 여러 현안 사업들을 위한 적임자를 선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런 광고 카피가 생각난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국립공원이나 도립·군립공원으로 지정 관리되고 있는 우리나라 명산(名山)에는 거의 사찰이 자리잡고 있다. 도시문명에 찌든 현대인들에게 경관좋은 산과 유서깊은 절을 찾아 일상속에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고 재충전의 계기로 삼는 것이야 말로 큰 즐거움이요 위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많은 도시인들이 공원으로 지정된 산을 찾을 때마다 관람료 통합징수 때문에 개운찮은 기분을 느끼곤 한다. 문화재 관람료는 말 그대로 공원안에 있는 사찰소유 문화재를 보는 값인데, 몇번씩 보았던 문화재에 대한 관람료를 계속 내거나 전혀 볼 의사가 없는데도 꼬박꼬박 내야하는 것은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현재 전국적으로 공원지역내에 사찰이 있어 통합징수 방식으로 문화재 관람료를 받고 있는 곳은 69개소에 달한다. 도내의 경우도 변산반도등 국립공원 4개소, 마이산등 도립공원 4개소, 군립공원 2개소등 모두 10개소에서 입장료는 8백원∼1천3백원, 문화재 관람료는 6백원∼1천8백원씩을 받고 있다.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는 문화재보호법에 근거해 사찰이 자체적으로 정해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나 대한산악연맹등은 통합징수 방식이 관람자의 의도가 무시되는 부당징수라며 몇년전 부터 소송이나 캠페인을 통해 반대활동을 꾸준히 벌여오고 있다.그런데 최근 전주지법이 의미있는 판결을 해 통합징수 제동이 걸리게 됐다. 전주지법은 한 시민이 마이산 도립공원의 입장료와 공원내 문화재 관람료를 동시에 징수한 것은 부당하다며 사찰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소송에서‘문화재 관람료 징수행위는 문화재 관람의지가 없는 원고에게 부당한 부담을 과하는 법률행위로서 무효이기 때문에 받은 문화재 관람료 6백원을 돌려주라’고 판시했다. 한 시민의 작은 권리를 찾기 위해 한 용기있는 저항이 큰 일을 해낸 것이다.개개인의 자유의사를 최고의 가치로 하는 민주국가에서 이용객의 선택권을 배제한 통합징수는 시정되어야 한다는 게 국민의 소리이다. 이제 정부·불교계·시민단체 등이 한데 모여 모두가 납득하고 수긍할 수 있는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올해는 우리나라에서 민주주의 커다란 진전이 있었던 해이다. 국민경선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도입되어 국민의 의견이 정당후보 선출에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이 정착된 것이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대통령 후보 자체를 국민들이 선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정치에 무관심했던 사람들도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이제 지구당들도 민주주의를 더욱 진전시켜야 할 때가 왔다. 중앙당이 국민경선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정당대표와 대통령후보를 분리하여 권한을 분산시킴으로써 민주주의를 크게 진전시켰다면 이제 지구당도 제왕적 지구당 위원장 시스템을 바꾸어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당의 뿌리에서부터 정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지금까지의 지구당에서는 위원장들의 독주가 계속되어 왔다. 지구당에 참여한 사람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위원장과 관련 인사들이 지구당의 운영을 독점하고 일반 당원들은 소외 되었다. 이러한 비민주적인 지구당은 민주화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다.이는 대통령이 당수도 겸하는 과거 중앙당 시스템의 복사판이다. 대통령이 모든 권력을 장악함으로써 대통령이나 그 측근과 일가가 부패하지 않고 건전하게 활동하도록 견제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견제할 수가 없으니 대통령과 측근들이 알아서 올바르게 행동하겠지 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러한 믿음이 계속 깨져왔다.지구당에서도 지구당 위원장이 모든 권한을 독점하고 있어 지구당 위원장이 건전하게 활동하도록 견제하는 시스템이 마비되어 있다. 잘 하겠지 하고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믿음이 충족되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나타나고 있다.건전한 권력분점, 상호견제와 협동이 민주주의를 꽃 피운다. 지구당도 위원장, 상임위원장, 각종 선거 후보들이 권력을 균점하여 상호견제와 협동을 통한 민주주의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지구당 자체를 직원보다는 자원봉사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필요할 때만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의견을 개진하여 같이 결정할 수 있는 지구당이 되어야 우리나라에서도 풀뿌리 민주주의가 정착될 것이다.
큰 효자는 하늘이 내린다고 했던가. 고대 중국의 성군(聖君)이었던 순(舜)의 효행이 그렇다. 순의 아버지는 아내가 죽자 재취해 둘째 아들 상(象)을 얻었다. 순이 장성하자 부모의 사랑을 동생 상에게만 쏠리고 힘들고 거친 일은 순의 차지였다. 계모의 학대도 우심하여 심지어 순을 죽이려 하기까지 했다.그러나 순은 불평 한마디 없이 정성을 다해 부모를 공양하고 아우를 사랑했다. 그의 효성에 감복하여 농사일을 할 때면 참새떼가 주둥이로 풀을 뽑아주고 산속에서 코끼리떼가 몰려와 밭을 갈아 주기도 했다. 고려말에 편찬된 효행록(孝行綠)에 나오는 이야기다. 효도가 지극하면 미물(微物)까지 감동시키는데 하물며 사람을 감동시키지 못할것이냐는 교훈이 담겨 있다.물질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 이런 신화적 효도를 기대하기란 어렵다. 아니 효도의 개념부터 달라 졌다. 명절이나 생일날 용돈 몇푼주는것으로 효도를 대신 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다. 멀쩡한 노부모를 병원에 입원시키거나 간병인에게 맡겨놓고 나몰라라 하는 자식도 있다. 이런 현대판 고려장(高麗葬)이 메스컴을 장식하는 일이 흔하다. 그런가 하면 생활능력이 없는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부양금청수소송을 내는 일도 있다. 효(孝)는 천륜(天倫)운은 하던 시대는 한 참 멀리가고 지금은 부모가 자식에게 베풀어야 하고 그만큼의 반대급부도 기대할수 있는 세상이 됐다.물론 병든 시부모 수발로 효행상을 받는 며느리도 있고 자신의 간을 떼어내 병석의 아버지에게 이식수술을 해주는 효자 대학생도 없지는 않다. 부모의 묘소에서 3년 시묘(侍墓)를 한 청순효자의 얘기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가뭄에 콩나듯 어쩌다가 알려지는 미담일 뿐이다. 가정의 파괴, 부모 자식간의 갈등이 곧 잘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윤리결핍증의 시대에 우리는 살며 고민하고 있다.낳을때 괴로움 다 잊으시고/기르실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던… 오늘은 어버이 날이다. ‘내가 부모에 효도하면 자식이 또한 나에게 효도하나니’명심보감(明心寶鑑)에 나오는 이가르침을 오늘 하루만이라도 다시 새겨보는 그런 날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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