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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에서 말하는 화병(火病)은‘억울한 감정을 발산하지 못하고 가슴속에 쌓아 놓았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는 증후군’을 말한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가정이나 직장일, 친구간에 다툼으로 억울한 꼴을 보기도 하고 때로 분노를 느낄때도 있다. 그럴때면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며 뭔가 치밀어 오르는 느낌을 받는다. 얼굴이나 가슴이 달아 오르기도 하고 두통이나 입마름, 어지러움, 불면증등이 동반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를 통틀어 한방에서는 화병이라는 소견을 내놓는 것이다.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김종우 교수)한마디로 심리적인 갈등으로 몸속에 흐르는 기(氣)가 막혀서 일시적으로 생기는 증상이 화병이라는게 한의학적 설명이다. 흔히‘기가 막혀 죽겠다’든지‘열 받는다’‘울화통이 터진다’는 말들은 바로 이 화병의 초기 단계라고 보면 틀림이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 화병은 그저‘속앓이’정도로 가볍게 여겨온게 우리의 문화적 정서다. 웬만한 일 가지고는 그저‘그럴수도 있지’‘그 정도 가지고 뭘’하면서 대부분 속으로 삭이거나 감정표현을 자제하는것이 미덕으로 통해왔다. 그렇지만 화병을 그렇게 간단히 볼 일은 아니다. 그냥 적당히 방치했다간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같은 정신질환으로 발전할수도 있다는게 의학계의 경고다. 결국 인내와 절제, 양보를 미덕으로 삼는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이 심리적 갈등을 화병으로 키우게 하는일은 사회 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하긴 요즘 세상사를 보면 우리가‘화병 양산국’이 될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만도 하다. 지난해 여름이래 지겹게 계속되는 각종 게이트 비리에 국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거기다가 최근 몫 좋다는 주산복합상가 분양을 둘러싸고 권력실세와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특혜 시비가 또 도마위에 올라 있다. 카드빚 몇백만원 때문에 젊은 여자 여섯명의 목숨을 빼앗은 악마같은 범행이 목격되기도 했다. 빈부격차의 심화, 실업단, 물가불안등 하나같이 서민들의 화를 돋굴 일들이 념쳐 나고 있다.정치 사회적 환경이 불특정 다수 서민들에게 좌절감을 안겨주고 그래서 치밀어 오르는 울화통을 자제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것은 우리 모두의 불행이다.‘화병증후군’의 사회적 치유책이 그래서 급하다.
6·13 지방선거와 12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 일대 지각변동이 일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지역당 성격의 현 정치구도로는 망국적인 지역감정의 틀을 깰 수가 없다는 신념 아래‘신민주 대연합론’을 주창하고 나섰고 한나라당의 사실상 대통령후보 이회창(李會昌)씨는 여기에 맞서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 등과의 공조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하면서‘보수 대연합론’의 기치를 내걸었다. 또한 한국미래연합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박근혜(朴槿惠) 의원과 무소속이지만 잠재적 폭발력을 갖고 있는 정몽준(鄭夢準) 의원, 그리고 민주당 잔류 여부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는 이인제(李仁濟) 의원 등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취할것인가도 정계개편 정국의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이같은 정치권‘새판짜기’를 놓고 아전인수식 해석과 명분찾기, 이해득실 계산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탁 털어놓고 말해 모두가 선거에 이기기 위해 도모하는 일이지만 나름대로 명분은 있어 보인다. 이승만(李承晩) 정권 시절의 극도로 혼란한 정치 상황, 숨이 막힐것 같은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강압 통치, 지역을 볼모로 잡고 이 작은 한핏줄의 나라를 사분오열 시켜 놓은 한심한 3김정치에 신물이 난 국민들은 이제라도 한(恨)의 정치를 청산하고 민의(民意)를 존중하는 바른 정치가 펼쳐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정책과 이념을 바탕으로 추진되고 있는 정계개편은 시대적 요청이요, 국민의 절실한 바람이라 할 수 있다.특히 정계개편의 중심에 서있는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이번 정계개편은 과거 방식처럼 무조건 합당을 하거나 밀실야합으로 의원을 빼내가는 것이 아니라 먼저 국민의 동의를 얻어 공개적으로 정정당당히 추진하겠다”고 말해 새시대 새정치에 대한 희망을 부풀게 하고 있다. 노후보가 주창하여 공론화 하기 시작한‘신민주 대연합론’이 과연 어떤 그림을 그려낼지 아직은 미지수이지만 그의 평소 지론대로‘이념은 가르고 지역은 묶어’ 지역주의 심화와 이념의 혼선이라는 퇴행적 부작용을 속시원히 해소시켜 주기를 기대한다.
지난 달 30일 유니세프 관계자는 북한의 열악한 환경에 대해서 경고한 바 있다. 북한에는 여성, 노인 그리고 어린이들을 일컫는 사회적 약자의 수가 6백만명정도인데 앞으로 몇 주 안에 이들에게 공급되는 음식, 기본 의약품, 식수 등의 상황이 급격히 나빠질 것이라 한다.이제 내일이면 어김없이 어린이날을 맞는다. 우리나라의 어린이날은 색동회가 발족하면서 식민치하의 어린이들이 어린 시절부터 인권 옹호 사상에 눈뜨게 하고 3·1운동 이후 제2세 국민에게 국권회복의 기대를 걸어 보려는 민족운동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물론 이 모임에 방정환, 김기전 그리고 민주적 인권옹호사상과 일제 저항 운동의 방편으로 소년운동을 자각한 색동회 및 관계 인사들이 참여하였다.이 어린이날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오늘날 남쪽에 사는 우리들에게 소중한 날로 인식되고 있다. 내 자식은 다르다는 선민의식과 과보호, 가정교육의 포기와 실종, 아동학대, 결과에 집착하는 부모의 행태 등은 아직도 극복해야 할 과제들이긴 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과 더불어 북한에 사는 어린이들의 형편을 이제는 돌아 보지 않으면 안될 형편에 와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사랑의 빵, 평화의 빵 등 식량과 의약품, 의복 등으로 북한의 어린이들을 돕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그 관심의 정도가 높지 않은 반면 북한의 실정이 하루가 다르게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북한에도 어린이날은 있다. ‘국제아동절’인 6월 1일과 소년단 창립일인 6월 6일이 어린이를 위한 날로 제정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같은 어린이날 행사는 북한 전체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평양의 소수 특권층만이 누릴 수 있다. 그 이유는 이 날이 공휴일이 아닌 관계로 직장에 출근하지 않고 어린 자녀들의 손을 잡고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어린이날을 즐기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다.유니세프는 북한의 7세이하 어린이를 대상으로 영양조사한 결과를 작년에 발표한 바 있는데 식량부족과 영양결핌으로 16%의 어린이가 소모성 질환을 앓고 있으며 62%의 어린이가 성장장애를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형편의 북한 어린이 한 명에게 한 달에 오천원이면 하루 한 개씩 한달동안 빵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사랑스러운 내 자식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살아야 할 북한의 어린이를 위해 작은 일부터 실천했으면 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유럽의 선진국이면서도 여성의 정치참여에서는 상대적으로 뒤떨어졌던 나라가 프랑스다. 여성 국회의원이나 지방 자치단체장 수가 10% 안팎에 그쳐 유럽 각국중 그리스 다음으로 여성의 정치 참여율이 낮았다.그러한 프랑스를 획기적으로 전환시킨 계기가 지난해 3월 지방의회 선거부터 적용된 일명 ‘50대50법안’이다. 이 법안은 각 정당은 지방자치 선거등 모든 선거후보에 동수(同數)의 남녀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이 법에 따라 처음 실시된 지난해 지방의회 선거에서 당초 전문가들은 여성 시의원 비율이 40% 정도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으나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여성 시의원 비율이 22%에서 47.5%로 급증했고, 여성 시장은 33명에서 44명으로 늘었다.OECD에 가입한 우리는 걸핏하면 선진국을 거론하지만 여성의 정치참여에 관해서는 여전히 후진국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6대 국회의 경우 15명의 여성의원이 당선돼 전체 의석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5.86%에 그쳤다. 지난 15대때의 3.01%에 비해 약간 상승한 비율이지만 세계 평균 13.5%에는 아직도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지방의회의 경우는 이 보다 더 열악하다. 지난 98년 지방선거때 당선된 4천1백80명의 지방의원 가운데 여성의원은 2.3%인 97명에 불과했다. 전국 2백48명의 지방자치 단체장중 여성은 구청장 단 1명 뿐이다. 이런 결과로 유엔이 발표한 우리나라의 여성권한 척도는 63위에 불과하다.각 정당이 당선 가능성을 중시하고, 민주화를 내세워 상향식 공천을 실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이 자력으로 정계에 입문하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여야가 정당법개정을 통해 이번 지방선거부터 비례대표 광역의원은 여성을 50%이상 의무공천하고, 지역후보도 여성을 30%이상 공천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비례대표 외에는 유명무실한 모양이다.도내의 경우 지금까지 여성 입지자중 단제장은 전무하며, 지방의원에 겨우 14명이 도전하고 있다. 여성의 현실정치 참여벽이 여전히 높다는 사실을 반증해주는 대목이다.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를 위해 여성후보 할당제를 강제하는등 특단의 대책마련이 요구된다.
민주당 중앙당은 대통령후보를 국민경선을 통해 상향식 공천을 하여 국민의 열화와 같은 관심과 지지를 이끌어냈다. 처음 시도되는 국민경선에서 자신의 손으로 대통령 후보를 뽑자는 국민의 참여열기가 확산돼 민주당이 커더란 힘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전북 국회의원들은 자신이 위원장으로 있는 지구당에서 아직도 자신들이 시장, 군수, 도의원 후보를 낙점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자신을 추종하는 당원과 대의원들로만 선거인단을 구성하여 자신이 원하는 사람을 뽑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의 도내 국회의원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어 실망스럽다. 이는 중앙당이 국민경선을 도입해 상향식 공천방식으로 대통령후보를 뽑은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지구당 위원장들의 이러한 형태 때문에 아직 후보선출을 하지 않은 지구당에서 경선에 아예 참여하지 않거나 또는 불복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 각 지구당들이 어수선하다. 이에 따라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고 정당정치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공정한 경쟁과 그 결과에 승복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드는 데도 방해가 되고 있다. 도민들이 이러한 정치판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걱정된다. 자신이 만들고 자신이 이끌어 온 지구당이기 때문에 자신의 지구당에 애착이 가는 것은 이해하겠지만 그렇다고 민주적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정당이란 공적 조직이고 따라서 공공성을 띈 형태로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지구당을 자신이 만들었다고 해서 사당처럼 운영한다면 이미 정당이 아닌 사조직에 불과한 것이다. 지구당을 자신이 주무르려 하지 말고 당원과 도민에게 돌려줘야 지구당도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이러한 정신이야말로 이번 국민경선이 도내 국회의원들에게 주는 시사점인 것이다. 도내 국회의원들도 국민경선으로부터 배워야 할 것이다.
과문(寡聞)탓인지 모르지만 아마도 세계에서 택시운전사 자격증 따기가 가장 어려운 도시가 영국 런던이 안닌가 싶다. 우선 응시자격 얻는일부터가 까다롭다. 거짓말을 하거나 마약이나 장물을 운반한 범죄전력이 있으면 안된다. 교양이나 매너·참을성 같은 인간 됨됨이도 심사 대상이다.이런 조건을 통과하여 응시자격을 얻고도 18개월에 걸친 고된 훈련을 통해 4만개 가까운 런던시내 거리·건물 이름을 모조리 외워야 한다. 손님을 목적지까지 편안하게 빨리 모실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시험감독관을 ‘흡혈귀’라고 부를 정도로 심사과정이 까다롭고 엄격하다. 그래도 택시운전사를 지망하는 응시생들은 이런 고난을 참아 낸다. 신사의 나라 런던의 택시문화는 이렇게 해서 형성된 것이다.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 유럽 여러나라들도 비슷하다. 관광경쟁력이 택시 서비스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듯이 짧은 거리, 복잡한 행선지도 불평없이 손님을 모실줄 안다. 일본 도쿄의 스마일택시는 런던 못지않게 친절하기로 소문 나 있기도 하다.세계를 통틀어 악명 높기로는 우리나라 택시를 빼놓을수 없을 것이다. 도대체 서비스나 친절이란 용어는 찾을 길이 없고 거리의 무법자 노릇을 도맡다시피 한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승객은 불편한 정도를 넘어 굴욕감을 느끼거나 때로는 적대감을 품게되는 일도 생긴다.가령 거리에서 어쩌다가 택시와 접촉사고라도 낸 운전자가 있다고 치자. 그가 누구의 잘못인지를 택시운전사와 따지는 일은 어리석은(?) 짓이다. 그냥 적당히 타협해서 양보하는것이 최상이라는 사실을 겪어 본 사람은 다 안다. 그게 우리나라 택시문화의 현주소다. 그런데 엊그제 이런 사고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가벼운 접촉사고로 3백40만원의 배상금을 받은 한 택시운전사가 2천만원의 보상비를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가 패소판결을 받은 것이다. 법원은 뻔한 피해를 부풀려 ‘억지’를 부린 그에게 결과적으로 소송비용 부담만 남겨준 셈이다.물론 우리나라의 교통정책이나 거리질서가 택시문화의 후진성을 부추긴 측면이 없지 않다. 택시운전자 탓만 할 일은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택시의 횡포, 분명 고쳐야 할 점이 많은것만은 사실이다.
지금 노년층이나 중장년층이라면 대부분 학창시절 스승에 대한 아련한 추억들을 간직하고 있다. 훈육을 담당했던‘호랑이 선생님’으로부터 회초리를 맞았던 일, 작문시간에 글짓기를 잘 했다고 칭찬받던일, 소풍이나 수학여행길에 뺑뺑이를 했다가 인솔교사에게 기합받던 일 등등. 이런 세대들에겐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도 학창시절의 추억을 떠 올릴때면‘선생님들은 여전히 변함없는 존경의 대상’이고 바른 삶을 이끌어준‘고마운 어른’의 중심에 있기 마련이다.그러나 오늘날 교육이 양적으로 팽창하고 질적인 변화마저 심화되면서 전통적으로 존경받던 교사상이 허물어지고 사제간의 정도 메말라 가고 있다는 탄식들이 쏟아지고 있다. 군사부(君師父)일체니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유교적 교육관은 자취를 감춘지 오래고‘스승은 없고 오직 지식을 전수하는 교사만 있을뿐’이라는 자조섞인 푸념이 사회분위기를 지배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진다’는 스승의 노래가 오히려 부끄러울 지경이 된지도 오래다. 여전히 한 중학교 교실에서 말썽을 피우는 학생에게 선생이 따귀를 한 대 올리려 하자‘선생님 돈 많이 벌어 놨어요?’하고 대들었대서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선생의 훈육이 폭력으로 환치(換置)되는 학교분위기에서 스승과 제자간의 정을 논하는것 자체가 무리인지도 모른다.그런 일이 이번에는 경기도 어느 지역 중학생들의 수학여행길에서 또 목격됐다. 경주까지 가는 기차속에서 학생들이 인솔교사의 좌석을 차지해 버린채‘선생님은 공짜라니까 서서 가시라’고 했다한다. 4시간동안 아무도 자리를 양보해주지 않아 줄곧 서 있어야 했다는 그 교사의 참담한 심경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급기야 그지역 초중고 교사 1천여명이‘공짜 수학여행 거부운동’을 벌이기로 했다니 선생님들의 모멸감을 이해할 만도 하다.그러나 아직도 우리 교단은 교직을 천직으로 알고 사명감과 자긍심을 갖고 봉사하는 미더운 선생님들이 지키고 있다. 그들이 자라나는 신세대들에게 전통적인 사제간의 정을 일깨워 줄수 있을때 그들도 학창시절의 추억을 훗날 흐뭇하게 반추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된다.
역대 어느 정권인들 권력형 비리로 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는가 마는 국민의 정부 후반기로 접어들면서 이른바‘게이트’로 불리는 각종 의혹사건이 터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권력의 심장부인 청와대와 대통령 아들까지 비리사건에 연루돼 여론으로 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사건의 실체야 사법기관의 수사를 통해 차차 밝혀지겠지만 어쩌다 온 나라가 폭삭 썩어서 금방이라도 망할 것처럼 이렇게 시끌벅적한지 안타까운 마음 금할 수가 없다. 연유야 어찌됐건, 또 사건의 경중(輕重)이야 차치하고라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정권의 도덕성’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것은 집권세력의 중대한 실수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그러나 정권의 모든 비리가 대통령과 청와대로 부터 비롯되고, 그 근저에는 제왕적 대통령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도 일방적으로 매도해서는 곤란하다. 제왕적 대통령의 사전적 의미는 입법·사법·행정을 모두 틀어쥐었던 전제군주시대의 왕권과 같은 권한을 행사하는 대통령을 뜻한다. 또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와 같이 헌법상 강력한 대통령제를 채택한 나라에서 정치집단 간에 왕왕 시비거리가 되거니와 그 나라의 역사와 제도·문화·관습과도 밀접한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 이처럼 대통령제가 갖는 여러 소인을 무시하고 제왕적이라는 말을 붙여 무조건 뒤집어 씌우려 해서야 되겠는가?물론 시대의 변천에 따라 헌법도 법률도 제도도 뜯어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 하지만 여건은 크게 변한 것이 없는데 제왕적 대통령이라며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만 지우려 한다면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역설적이지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정말 제왕적 대통령 이라면 야당과 언론이 그토록 무차별 공격을 할 수 있으며, 그들은 또 정말 제왕적 대통령과도 같던 군사독재 시절 어디서 숨죽이며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하기야 사정은 좀 다르지만 우리보다 정치문화가 30∼50년은 앞섰다는 미국에서도 부시는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비난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최소한의 정치도의를 존중하며 이성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지 우리처럼 막가는 식의 공격을 해대지는 않는다.
‘우리같은 무지렁들은 / 주는대로 받아 먹으며 / 높고 귀하신 어른들 일은 / 모른척 해야 하는데’이 가사는 윤민석(송앤라이프 대표)씨가 만든 반성문적 성격의 노래‘예전엔 미처 몰랐죠’의 한 구절이다.사실은 이렇다. 윤민석씨는 얼마전‘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란 노래를 만들었다. 제목처럼 누구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그 노래가 풍자하는 대상이 누구인지는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노랫말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그 노래를 만든 윤민석씨를‘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위반혐의’로 고소하기에 이른 것이다. 그리고 서울시경 사이버수사대로부터‘누구라고 말하지는 않겠어’라는 노래를 작사, 작곡, 유포한 경위에 대해서 진술하라는 내용이 담긴 출석요구서를 발부받은 윤민석씨가 지은 반성문, 아니 반성노래 제목이‘예전엔 미처 몰랐죠’이다. 윤민석씨는 특정 정치인을 풍자한 노래때문에 고소를 당하자 자신의 형편을 다시 노래로 풍자한 것이다. 풍자의 역사를 보면 그 뿌리가 깊다. 우리나라에서는‘화양계’등 고려의 가전체류와 조선후기의 사설시조 등에서 찾을 수 있고 서구에서도 그리스로마시대에 아리스토파네스, 루킬리우스, 호라티우스 등이 풍자시를 썼던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풍자는‘정치적 현실과 세상풍조...등에 가해지는 기지 넘치는 비판적 또는 조소적 발언’(두산백과사전) 또는‘잘못이나 모순 등을 빗대어 비웃으면서 폭로하고 공격하는 것’(금성판 국어대사전)이라고 할 수 있다.시경(詩經)을 말할 대 으레 언급하는 육의(六義)중 하나가 풍(風)인데‘위정자(爲政者)는 이로써 백성을 풍화(風化)하고 백성은 이로써 위정자를 풍자(諷刺)’한다는‘모시(毛時)’의 기록과 더불어 이를 말하는 자 죄 없으며 이를 듣는 자 훈계로 삼을 가치가 있다는 기록은 우리의 관심을 끈다.한나라당이 윤민석씨를 고소한 이상 이 노래에 대한 시시비비는 선거법이라는 법의 수준에서 다뤄야 할 문제이기는 하다. 하지만 풍자가 갖는 특성상 그동안 법의 차원에서 다뤄진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 이런 풍자적인 성격의 노래가 서민들 모두는 아니겠지만 그래도 일부 서민의 애환을 위로해 준다는 순기능적인 차원을 고려해서라도 한나라당은 좀더 너구러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이것은/천년의 꿈 고려 청자기(靑磁器)!/빛깔 오호!빛깔/살포시 음영을 던진 갸륵한 빛깔아/조촐하고 깨끗한 비취(翡翠)여/가을 소나기 마악 지나간/구멍 뚫린 가을 하늘 한 조각/물방울 뚝뚝 서리어/곧 흰 구름장 이는 듯하다.박종화(朴鍾和)의 시 청자부(靑磁賦)는 고려청자의 은은하고 신비한 빛깔을 이렇게 찬탄했다. 우리민족의 대표적 문화유산의 하나인 고려청자는 9세기 중엽 중국에서 기법을 들여와 만들었지만 중국을 능가하는 독창적 기술개발로 11∼12세기 절정을 이루었다. 예술성이나 아름다움에서 중국 자기는 비교가 되지못해 당시 중국인들도 스스로 그점을 인정했다.송(宋)나라 휘종의 사신으로 고려 인종원년(1123년) 개경에 왔던 서긍은 그의 저서‘고려도경’에서‘고려청자의 아름다움은 세상의 어느 것과도 비교될 수 없다’고 극찬했다. 또 북송말엽 태평노인(太平老人)은‘수중금(袖中錦)’이란 책에서 당대 중국 상류사회의 천하제일 열가지를 뽑는 가운데 중국청자를 제쳐놓고‘고려비색’이라 하여 고려청자를 꼽았다.이런저런 경로로 세계 각국에 흩어져 있다가 소더비등 세계적 경매장에 등장하는 고려청자기 한 점에 수천만원에서 억대를 호가하는 것도 뛰어난 예술성과 희귀성 때문일것이다.하지만 그 뛰어난 청자 예술도 고려가 멸망하면서 비법이 전수되지 않아 맥이 끊기고 말았다. 아무리 엄밀한 고증과 발달된 현대 과학기술을 동원해도 고려청자를 1백% 완벽하게 재현하기는 불가능하다니 그 신비스러움에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엊그제 군산시 옥도면 비안도 인근 해저에서 고기잡이 하던 어민에 의해 처음 발견된 고려청자가 무려 4백54점이나 인양됐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인양된 청자의 종류도 다양하여 학계는 지난 75년의 신안 해저유물 발굴에 버금가는 중요한 발견으로 보고 있다니 흥분할만 하다.이 유물들은 고려청자 전성기때 생산중심지의 하나였던 부안(扶安) 유천도요지에서 제작된 것을 개경등지로 운송하던중 배의 침몰로 가라앉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배의 침몰이 확실하다면 부근엔 더 많은 유물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인양해역에 대한 보호구역 지정등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독선적 행정의 표본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는 황톳재 동학농민혁명기념관이 또 다시 구설수에 시달리고 있다. 올 8월에 완공될 예정이지만 이곳에 진열할 전시물을 한 점도 확보하지 못해 빈껍데기 기념관으로 전락할 염려가 높기 때문이다.동학농민혁명 관련 전문가나 기념사업단체들의 의견을 무시한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을 추진할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국비 2백53억, 교부세 1백억, 도비 40억 등 총 공사비 3백93억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이 소요되는 대규모 사업이 그 구체적 운영계획 하나 없이 진척될 수 있다는 것이 의아스러울 뿐이다.철지난 이야기지만, 애초부터 전문가들과 관련 단체들은 이 사업의 무모성을 지적한바 있다. 기왕에 상당한 규모의 전적지기념관이 있는 곳에 대규모 예산을 다시 쏟아 붓는 것은 기념사업의 효율성 차원에서도 심각한 낭비, 혹은 반복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혁명의 역사적 복권을 위한 것이라면 방치된 전국 곳곳의 유적지 정비가 마땅히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를 주관해온 전라북도는 마이동풍,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사업을 강행하다 현재의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이제 새삼 옛이야기를 들 출 여유가 없다. 이미 저질러진 일이고 준공이 되고 나면 운영비만 해도 매년 수십억원이 당장 소요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이를 추스를수 있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우선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그 구체적 운영계획을 세워나갈 위원회 구성을 권하고 싶다. 산재해 있는 기념사업단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새로운 전국 규모 단체의 구성도 검토할 만한 일이다. 요약하자면 탁상공론식 추진만은 과감하게 벗어 던지라는 말이다.또 하나 몇몇 국회의원들이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동학농민혁명 특별법과 연계하는 것도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하나의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밀실행정으로 또 다시 동학농민군을 욕보이는 일만은 없어야겠다.
권력기관이나 사회 각분야의 비리고발방법으로 흔히 양심선언이란게 있다. 사직당국이 인지하여 수사에 착수하지 않은 부정이나 비리를 양심선언을 통해 만천하에 공개하는 형식이다. 군사독재 시절에 이런 일이 특히 흔했다. 이문옥 감사관이나 이지문 육군중위의 양심선언은 당시 큰 파문을 불러 일으켰지만 훗날 모두 사실로 밝혀졌고 그들은 민주화이후 보상도 받았다. 그러나 재작년 권력핵심의 압력으로 부당대출을 해줬다고 폭로한 모은행 지점장의 양심선언은 그 대상자가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확정 판결을 받음으로써 진실성에 의문이 제기된바 있다.이와 달리 지금은 내부고발자의 인터넷 공개가 일상화하고 있다. 공직사회의 치부가 여과없이 인터넷에 올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일이 잦다. 요즘 한창 정치권을 달구고 있는 최규선비리 커넥션도 그 중 하나다. 대통령의 아들이 최씨를 통해 각종 이권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의 공방이 가열되고 있다.이런 와중에 이번에는 민주당 설 훈의원이 ‘한나라당 이회창 전총재가 윤여준의원을 통해 최씨로부터 2억5천만원을 받았다’는 메가톤급 의혹을 폭로해 불에 기름을 붓는 사태로 발전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설의원을 즉각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지만 설의원은 확보하고 있다던 녹음테이프를 아직 공개하기 못하고 있다. 되레 ‘조작’이라는 역공을 받고있다. 당사자들끼리의 사활을 건 싸움은 정작 이제부터다. 설의원이나 윤의원 둘 중 한명은 어떤 형태로든 정치생명에 치명적 상처를 입을게 분명하다. 아니면 지금까지 그래왔던것처럼 ‘정치공세’수준에서 슬그머니 마무리될지도 모르지만.중요한 것은 정치인의 면책특권이다. 우리나라 헌법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에 대해 국회밖에서 책임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설의원은 이번 폭로를 ‘국회밖에서’했다. 따라서 면책특권에 해당되지 않는다. 그것을 모르고 설의원이 발언했으리고 보기는 힘들다. 설의원의 폭로가 설혹 명예훼손이 된다 할지라도 ‘명예훼손에 대한 가장 큰 징벌은 법에 의한 처벌이 아니라 당사자의 신뢰상실’이라는 정치 경구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양심선언(?)도 아닌데 야당이 왜 이렇게 펄펄 뛰는것인지 오히려 그것이 궁금하다.
도박이나 마약을‘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는 경구(警句)에도 불구하고 한번 빠져들면 좀처럼 헤어나기 힘든 속성이 있다. 심한 중독증세 때문이다. 특히 도박의 경우‘한번 시작하면 밤을 세워가며 한다’거나‘안하면 초조하고 불안하다’‘잃은 돈을 되찾기 위해 한다’는 정도에 이르면 이미 중증(重症)이라고 봐도 틀림이없다.정신과의사들이 만든 자기진단 방식에는 앞의 예(例)말고도‘이번 꼭 한번만’이라고 다짐하는 것이나‘이혼 또는 공금에 손 댄 경험’까지 도박과 마약의 폐해는 공통점이 많다. 통계에 따르면 도박을 하다가 적발돼 형사처벌받은‘꾼’중 70%는 풀려나자마자 다시 도박판에 끼어 들더라고 한다. 그런 사실들은 최근 사회문제화 하고 있는 강원도경선카지노에서도 쉽게 목격되고 있다. 헛된 대박꿈에 빠져 수천, 수억원대의 가산을 탕진한채 노숙자 신세로 전락한 갬블러들의 처량한 몰골은 연민의 정을 넘어 분노를 치미게 할 정도다.정신의학적으로 보면 도박을 개인의 의지로 고칠수있는 습관이 아니라 뇌의 충동조절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일종의 장애현상이라고 한다. 노름중독증을 쉽게 고치지못하는 이유도 자기제어능력을 상실한 정신질환자의 치료가 어려운것과 같은 이치라는 것이다.요즘 회사원이나 주부·중고등학생에이르기까지 인터넷 도박게임에 빠져 심각한 중독현상을 보이는 일이 적지 않다고 한다. 이미 인터넷에는 고스톱·포커·카지노·마작등 각종 도박게임을 제공하는 사이트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 네티즌들을 유혹하고 있다. 일종의 오락게임으로 제공되고있긴하지만 종래에는 전문도박으로 발전돼 가상과 현실을 착각한 네티즌들의 도박중독 현상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경계의 대상이 아닐수 없다.실제로 한 인터넷 사이트가 고스톱 게임을 유료화하면서 상금을 내걸고 대회를 열었다가 도박개장죄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이 확정됐다. 회사측은 순수한 홍보행사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돈을 건만큼 도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판결이 인터넷 도박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우리사회 이곳저곳에는 이밖의 도박증후군도 얼마든지 널려 있다. 이를 차단하는 일도 여전히 시급하다.
수백년이 흐른 오늘날까지 청백리(淸白吏)의 표상으로 존경받고 있는 조선 초기 명재상(名宰相) 황희(黃喜)정승(1363∼1452)이 얼마나 청렴결백했는가를 엿보게 하는 일화 한 토막이다. 어느날 세종(世宗)임금이 황정승댁 앞을 지나가다가 처마 밑에‘박씨 기증’이라고 써붙인 비단 한 필과‘최씨 기증’이라고 써붙인 통닭 한 마리를 보게 됐다. 그런데 그 비단과 통닭은 하도 오랫동안 비에 젖고 햇볕에 쪼들리고 먼지가 타서 언뜻 보아서는 무엇을 매달아 놓았는지 형태를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집수리를 못해 비가 새는 집에 산다는 이 댁에 어인연유인가 싶어 세종이 황정승을 불러 까닭을 물었다. 그러자 황정승은“사사로운 일을 도모하기 위해 뇌물을 들고 찾아오는 자들을 경계하기 위함이옵니다”라고 대답했다. 황정승의 대답을 들은 세종은 그의 청백함에 감탄하면서 그를 귀감으로 삼아 자신은 물론 문무백관을 잘 다스려 선정(善政)을 베풀었다고 한다.한데 요즘 정치권이 이신범(李信範) 전 의원과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金弘傑)씨간에 벌어진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소송극을 놓고 또 온갖 수사(修辭)를 동원하여 상대방 흠집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차차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사건 개요를 보면 나라의 장래를 걱정해야 할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일을 벌일수 있는 것인지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물론 이 전 의원이 폭로한대로 유학생 신분의 홍걸씨가 60만달러짜리 호화 저택에서 살았다면 분명 일반 국민정서와 큰 거리감이 있다. 그러나 한때 민주투사를 자임하고 공당의 국회의원을 지냈다는 사람이 대통령 아들의 약점을 미끼로 돈을 챙기려 했다는 것은 백번 양보해도 파렴치한 짓이다.이렇게 돈을 탐하는 정치인이 하나둘이 아니고 또 그들이 국정을 농단한다면 이 나라가 온전히 지탱할 수 있겠는가? 국가의 체제와 제도는 시대에 따라 변천하지만 위정자들의 의무와 사명감은 고금(古今)이 다를바없다. 이 시대, 황 희정승과 같은 도량 넓고 청렴결백한 위정자는 없는 것인지 애타게 기다려진다.
우리는 참 정이 많은 민족이다. 이웃과 살갑게 지내는 모습을 보게 되는 외국인들은 참 친절하다는 표현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생면부지 처음 만나는 사람들을 대하는 우리네의 태도는 딴판이다. 굳은 얼굴표정과 당장 한바탕 싸움이라도 벌일듯한 태도는 다분히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이런 이중적인 모습은 이웃이라고 말할수 있는 공동체의 크기를 가늠해 볼수있는 좋은 기준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공동체의 크기뿐 아니라 그런 공동체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우리’들의 생각이다. 특히 그들이 사회적 약자이거나 소수일 때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곰곰 생각해 볼 일이다. 만약 우리 사회가 단지 다수만을 위하여 존재한다면 약육강식의 논리만이 통하는 동물의 왕국보다 나을 것이 없다.오늘이 장애인의 날이다. 사회적 소수인 장애인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활동할 수 있는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은 경제적인 논리에 앞서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의식에 더 큰 문제가 있지는 않은지 묻고 싶다.과연 비장애인인 우리가 장애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이웃일 수 있는가? 만약 그럴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정신질환자임에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예 기억하지도 못하는 사람들보다는 나은 편이지만 남에게 보이기 위해서 장애인 등 소외된 사람을 찾는 사람들도 장애인의 이웃이라고 말할 수 없다. 이들은 주위 사람들이 자신을 착한 사람이라고 불러 주기를 원한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이 받을 상을 이미 다 받은 사람들이다. 하기는 장애인이 이웃이 아니라거나 딴 마음을 품은 사람들에게서 뭘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일이기는 하다.문제는 장애인이 우리의 이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있다.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이웃을 잘 알고 이해하는 것이 선결조건인데 우리는 장애인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는가? 소파에 앉아서 TV를 보다가 때로는 사치스러운 눈물을 흘리며 700번 전화번호를 돌리는 것으로 이들의 이웃이라고 자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일이다.
얼씨구나 내 제비/ 어찌하여 누추한 이 내집을 허유허유 찾아 오느냐/ 인심은 간사하여 한번 가면 잊건마는/ 너는 어이 신의 있어 옛 주인을 찾아오니/ 반갑고도 반갑구나.남원 운봉에 살았던 흥보가 봄에 찾아오는 제비를 반기며 부른‘홍보가’의 한 구절이다. 부러진 다리를 치료해준 흥보에게 박씨를 물어다줘 보은(報恩)했다는 제비는 우리 민족의 정서에 어울리는 친근한 새이다.대표적 여름철새인 제비는 해마다 음력 9월9일 중양절에 강남(지금의 중국 양쯔강 남쪽)으로 갔다가 3월3일 삼짇날에 돌아온다고 했다. 귀소성이 강한데다 감각과 신경이 예민하고 총명한 영물로 인식되어 길조(吉鳥)로 여겼다. 지붕 아래 안쪽으로 들어와 둥지를 지을수록 좋은 일의 조짐으로 보았으며, 배설물등이 떨어지는 불편을 막기 위해 둥지밑에 받침대를 달면서도 둥지는 극진히 보살피는 정성을 쏟기도 했다.봄이면 어김없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제비는 봄의‘전령사’로 불리기에 충분했다. 그런 제비들이 돌아온다는 삼짇날이 며칠 지났지만 도심은 물론 농촌지역에서도 좀처럼 제비가 보이지 않는다.제비 첫 발견시기를 관측하고 있는 전주기상대의 자료에서도 이같은 사실이 확인된다. 예년 평균 처음 제비가 관측되는 시기가 4월11일인데도 지난해의 경우에는 이보다 20일 늦은 4월30일경에 처음 관측됐다고 한다. 지구의 온난화로 봄이 갈수록 빨리 오는 현상까지 감안하면 우리나라를 찾는 제비의 수자체가 크게 줄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전북산림환경연구소의 도내 야생동물 실태조사에서도 지난해 제비의 개체수는 ㏊당 0.31마리로 96년의 3.94마리에 비해 엄청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이처럼 제비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논밭 면적이 줄고 농약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제비의 먹이가 되는 곤충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제비가 둥지를 짓기쉬운 재래식 가옥이 사라져가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이러다가는 흔하디 흔하던 제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 보호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올성 싶다. 사라져가는 제비가 보내는 경고의 의미를 깊이 새겨봐야 할 때이다.
지방대학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물론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위기 담론이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는데 있다. 오히려 위기론이 확산될수록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현재 지방대학의 어려움을 단순한 재정난으로 해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거기에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총체적 모순이 복합적으로, 구조적으로 얽혀있다. 사회·문화적 수도권집중현상이 교육부분으로 표출되고 있는 형태라 할 수 있는 것이다.그 구체적 모습은 크게 세 가지 현상으로 집약된다. 우선 정원미달 사태를 들 수 있다. 삼류대학으로 낙인찍힐까 두려워 쉬쉬하고 있지만 입학정원을 제대로 채운 지방대학은 거의 없다. 있다 하더라도 한바탕 학생유치‘전쟁’을 치르고서야 가능한 일이다. 그나마 확보한 인원마저 편입학으로 빼앗기고 나면 지방대학의 몰골은 말 그대로 스산하기 짝이 없다.또 하나 심각한 것은 교수들의 이탈이다. 지방의 대학들이 소위 잘 나가는 서울 소재대학의 교수를 조달하는 창구 내지는‘교육징검다리’역할을 울며 겨자 먹기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한 잔류 교수들의 상대적 박탈감도 심각한 일이지만 교육과 연구 질의 급격한 저하는 악순환을 가중시키는 것으로 대학 존립 자체에 치명적 영향을 줄 수 있다.위기를 더욱 부채질하는 것은 연구기반의 부실화이다. 교수는 물론이요 박사나 석사과정 연구인력을 확보할 수 없이 연구‘무풍지대’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두뇌한국21’등 국가적 차원의 연구프로젝트는 지방대학의 모습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뿐이다.‘지방대 육성 특별법’제정 운동은 이러한 위기의식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특단의 혁명적 조치가 없으면 지방대학은 몰락할 수밖에 없으며 그것은 결국 전체 대학의 공멸로 이어질 것이다.더욱 유의해야 할 점은 지방대학의 위기가 한국사회의 심각한 징후, 곧 지방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우리가‘지방대 육성 특별법’이나 코앞으로 다가온 우리 지역 대학들의 총장 선거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사회가 다변화하고 정보통신기술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직업의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노동부 산하중앙고용정보관리소가 펴낸 한국직업사전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업의 종류는 대략 1만2천여개에 이른다.이들중 일부는 직업 분류방식의 변화에 따른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시대변화에 따라 새로 생겨난 직업들이다. 가령 서비스업에서 행사도우미나 이벤트 전문가, 애완견미용사 같은 직업은 이미 보편화 되다시피 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생겨난 직업도 환경생리연구원·폐기물이용기술원·폐기물재생설비원 같은 생소한 명함이 새로 생겨 나기도 했다. 그러나 말이 연구원이지 이런 직업은 사실 고물수집상이나 고철덩어리를 분리 재생하는 기술자들을 점잖은 표현으로 높여 부른다고 보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구두닦이나 목욕탕에서 떼를 벗겨주는 일, 모험모집, 외판원등에게도 격상된 용어로 위생원이나 설계사 같은 호칭을 붙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재미있는것은 유립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노래 특종사진을 찍는 파파라치(직업 사진사)들이 우리나라에서 변형된 전문 신고꾼으로 바뀐 점이다. 이들의 활동영역은 쓰레기나 담배꽁초 불법투기, 교통법규위반 현장촬영등 다양하다. 포상금을 노려 거리 곳곳에서‘목’을 지키는 이들의 극성은 단순 포상차원을 떠나 이미 직업화 한것이 사실이다. 지방자치단체나 경찰이 지급하는 포상금이 수십억원대에 이르고 파파라치 한 사람이 회고 수천만원의 포상금을 받는 경우도 있다니 요즘같은 취직난에 이만한 직업이 또어디 있겠는가.그러나 이들의 형태가 도를 넘어 몰래 카메라 수준의 개인 약점잡기로 흐르는것은 우려할만한 현상이다. 도처에서 이들의 신고가 시비의 대상이 되는것도 그때문이다.경우는 다르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요즘 전국 곳곳에서 불법선거운동‘전문신고꾼’이 눈에 불을 켜고 있다한다. 선관위가 신고포상금제를 실시하고 있기때문이다. 도내에서도 이미 1백20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그중 69건이 포상대상으로 분류했다한다. 이런 경우는 한시적(?)‘신고직업’으로 불류가 가능한지 모르겠다. 기왕의 파파라치들과는 달리 이런 고발자들은 일정부분 증명선거의 파수꾼이라는 자부심을 가질만도 하니 그 효과가 기대된다고 할수있을것 같다.
다산(茶山)정약용(丁若鏞)이 쓴 목민심서(牧民心書)는 벼슬아치들이 지켜야 할 도리를 밝힌 얼론의 공직 지침서라할수 있다. 율기(律己)봉공(奉公)애민(愛民)등 여러 사례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율기’가 엄중하다.‘목민관은 청렴해야 하며 집안을 잘 다스리고 외부로부터의 청탁을 물리쳐야 한다. 또한 씀씀이를 아끼고 베풀기를 좋아해야 한다’는 가르침이 그것이다.새겨 보면 어느것 하나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것들이다. 하지만 백성들로부터 나온 녹(綠)을 받는 목민관일진대 이만한 몸가짐은 당연하다. 그래야 정사(政事)를 바로 보고 백성들로부터 존경과 신망을 받을수 있다.왕조시대의 목민관이란 오늘의 공무원을 말한다. 넓은 의미로는 사회지도층도 여기에 포함된다. 당시에는 목민관이 백성을 다스렸지만(牧民) 지금은 공무원이 국민의 머슴(公 )이란 개념이 일반적임으로 청렴이나 제가(齊家), 절용(節用)은 의무사항이랄수 있다. 사회지도층에게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것도 같은 맥락이다.그런데 그런 가치기준이 지금 사회에서 제대로 지켜지고 있다고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쉼없이 터지는 우리 사회의 온갖 비리와 부정, 뇌물관련 스캔들 뒷편에는 반드시 공직자나 사회지도층인사가 자리잡고 있다. 이들에게‘청렴’이나 ‘청탁배제’‘절용’을 아무리 강조해본들 소귀에 경읽기가 아니고 무엇인가.벤처사업가로 주목받던 젊은이들이 줄줄이 금융스캔들로 쇠고랑을 찬게 엊그제다. 정현준·진승현의 허상이 무너진데 이어 작년 여름부터 세상을 시끄럽게 해온 이용호게이트가 잠잠해 지기도전에 이번에는 최규선비리라는것이 또 터져 나왔다. 이번에도‘권력실세’나‘고위공직자 비호’같은 의혹이 어김없이 뒤따르고 있다.안타까운것은 그동안 보일듯말듯 하던 대통령 아들들의 연루설이 점차 실체를 드러내는것은 아니냐는 점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만으로는 어느것 하나 단정지을만한 확증은 없다. 막연히‘그랬을 것’이라는 예단만으로 공인의 명예를 훼손시켜서는 곤란하다. 검찰이 엄정한 수사를 다짐하고 있으므로 지금은 지켜봐야 할 때다. 참으로 공직자나 사회지도층의 수기치심(修己恥心)이 절실한 시점이다.
경기가 오랜 침체의 터널을 빠저나와 본격적인 회복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하나 그 혜택이 일부 업종과 계층에만 쏠리고 있어 일반 국민들은 정말 경기가 회복되고 있는 것인지 전혀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내수 부양조치에 힘입어 건설과 자동차·시멘트 등의 업종은 초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면 신발과 섬유·의복 등 영세 중소기업의 업종은 여전히 죽을 쑤고 있고,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목등으로 부유층의 소비심리는 호전되고 있는 한편 소득원이 한정된 영세서민들의 체감경기는 물가불안 요인까지 겹쳐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산업자원부가 발표한‘3월중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의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7%와 8.1%가 증가했고, 소비성향도 고가품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TV의 경우 30∼40인치형 디지털TV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으며 냉장고도 600ℓ이상 대형이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자동차 판매 또한 전년 대비 14%나 늘어났다.특히 경마와 경륜 같은 사행산업은 연일 대박을 터뜨리고 있고 부동산 중개업과 골프장 등도 서비스업 평균치 보다 3∼6배 가량 신장했다고 하니 가진자들의 경기회복에 따른 수혜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그러나 일반 서민의 체감경기를 가늠케 하는 구멍가게와 슈퍼마켓의 경기는 되레 2.7%가 감소했고 상당수 중소기업이 아직도 60%를 밑도는 가동률을 보이면서 불황에서 허덕이고 있다. 영세 소매업자들은 경기회복이 어느 나라 이야기냐며 차라리 외환위기 때가 더 나았던것 같다고 하소연하고, 중소기업 사장들은 국가신용 A등급 회복이니, 주식시장 1천포인트시대가 임박했으니 하면서 들떠있지만 우리는 월급 줄돈이 없어 만부득이 직원을 해고해야 할 형편이라고 장탄식하고 있다. 그러니 경기가 풀렸다고 골프가방 짊어지고 해외로 나가는 상류층을 보면 경기회복의 수혜를 누가 먼저 받아야 하는지 야속한 생각이 든다.속담에 아랫목이 따뜻해져야 윗목이 따뜻해진다고 하지만 이러다가 윗목에 온기가 오기도 전에 아궁이 불이 꺼져버리지 않나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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