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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레임덕' 현상

뒤뚱거리는 오리가 걷는 모습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왠지 불안한 마음을 자아내기도 한다. 이른바 '레임 덕(lame duck)' 현상이다. 레임덕은 임기 만료를 앞둔 공직자를 절름발이 오리’에 비유한 말로서 미국 남북전쟁 때부터 사용되기 시작하였다.그런데, 우리 사회가 지금 레임 덕 현상에 빠져 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복지부동이네 아니면 복지와동이네 하면서 공무원들이 힘의 향방에 눈치를 보거나 힘있는 쪽에 줄대기를 하려는 조임마저 보이고 있다.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정치권력이라는 것은 마치 불과 같은 것이어서 가까이 하면 데고, 멀리하면 추워서 적절히 조절해야 하는 것이지만 그래도 주어진 기간 동안 중단되거나 누수 없이 그 힘을 발휘할 때에 나라의 안정과 국민의 번영을 꾀할 수 있는 것이다.물론,“절대적 권력은 절대로 부패한다”는 액턴 경(卿)의 말처럼 특정인이나 소수의 사람이 권력을 장악하여 그들이 공권력을 행사할 때에 정치권력이 국가와 국민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을 우리는 지켜봤고 또 몸으로 겪었던 것이다.하지만 이러한 정치권력이 힘을 잃어 최소한의 정치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로 본연의 생명력이 사라진다면 그것은 더 큰 문제인 것이다. 집권말기의 권력누수현상이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는 결코 정치 그 자체와 정치인들을 위해서가 아니다. 단지 이 국가와 국민들을 위해서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지난 6월 외교통상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방한 때 한 러 공동성명 관련 조사 보고라는 문건이 언론에 유출돼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 불거진 현직 경찰공무원의 정보문서 유출 사건은 내년에 있을 대통령 선거와 지방자치단체 선거를 앞두고 공직사회의 기강이 흐트러지면서 '줄서기와 줄대기'가 시작된 것은 아닌가 하는 성급한 판단마저 들게한다.뒤늦게 사정(司正)당국이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라는 양대 선거를 앞두고 일부 공무원들의 기밀유출과 정치권 줄대기 현상을 차단하기 위해 특별감찰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히고 나섰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10.27 23:02

[오목대] '나홀로 가구'

혼자 사는 ‘나홀로 가족’이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 5월과 최근 발표한 2000년 혼인·이혼 통계및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이 혼인율은 떨어진 반면 이혼율이 높아지고 또 평균수명이 늘어난데 따른‘나홀로 가구’가 크게 증가한 사실이다.작년 11월말 현재 우리나라 총 가구수는 1천4백39만 가구로 이 중 혼자사는 가구가 15.5%인 2백22만 가구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95년의 1백64만가구에 비해 5년사이 35%나 늘어난 것이다. 혼자사는 이유로는 미혼이 43%, 배우자 사별 35% 외에 이혼이 9.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혼 1인가구주가 95만명으로 5년사이 26%나 증가한 것은‘호라한 더블보다 화려한 싱글을 선호’하는 20∼30대 독신자층이 갈수록 두꺼워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같은 통계수치로 볼때 이제 우리사회도 싫든 좋든간에 독신자들을 사회의 한 그룹으로 인정해야 할 때가 되었다. 그동안 정부 당국등의 정책적인 배려가 없었음은 물론 여전히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정서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이런 정서가 사회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에 정부나 각 기업체, 심지어 민간단체에서조차 독신자들에게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혼자 사는 사람이 적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치부되던 이같은 현상들은 독신자수의 급증 추세를 맞아 앞으로는 당연히 변해야 한다. 비록 정부차원의 대책이 미흡하더라도 우리 사회의 많은 구성원이 독거상태에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이들에게 눈길을 돌리는 방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이와함께 우리 사회가 당연히 책임져야 할 대상이 독거노인들이다. 특히 평생을 남편과 자녀 뒷바라지등에 헌신하고도 우리 사회 특성상 경제력을 갖지 못한 여성노인들이 요즘들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자녀들이 부양을 기피하는 풍조가 만연해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국가와 사회단체가 이들의 부양책임을 분담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미 고령화사회에 진입한 선진국에서 노인문제를 사회복지차원에서 다루고 있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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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1.10.26 23:02

[오목대] 오만함의 대가

그리스 신화에는 오만함으로 인해 신의 벌을 받는 사람들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유한한 인간이 자기 주제를 모르고 감히 신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신을 능멸했다가 어김없이 가혹한 대가를 치르게 되는 이야기들이다.제우스의 총애를 받던 거부(巨富) 탄탈로스는 신들의 능력을 실험해보기 위해 자신을 살해하여 국을 끊여 신들을 대접했다가 영원한 굶주림과 갈증에 시달리는 벌을 받는다. 최고의 수금(竪琴)연주자인 마르시아스는 음악의 신 아폴로 앞에서 연주실력을 뽑내다가 산채로 살갗을 벗기우는 참혹한 고통을 당한다. 테베의 여인 니오베는 자식 자랑을 하며 여신 레토를 능멸했다는 죄로 열네 명의 자녀를 모두 한꺼번에 잃는 참변을 당한다.모두 자만심이 지나쳐 도(道)에서 벗어나는 어리석음을 범하는 일을 경계하기 위한 이야기라 할 수 있다. 이때 인간의 오만함을 벌하는 신들은 바로 자연의 질서, 혹은 우주 섭리의 대변자에 다름 아니다. 오만함은 으례 대가를 치르게 되어 있는 것이다.요즘 소리축제 주최측의 지나친 자부심이 빈축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엄청난 예산과 지역주민들의 맹목적이다 싶은 소리사랑, 그리고 지역언론의 헌신적인 홍보열기 등에 힘입어 겨우 체면유지를 한 처지에 방자함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소리축제를 아끼는 마음에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비판을 자체하며 오히려 여러 악조건을 이겨낸 것을 대견스러워 해주니 이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자기 잘났다고 으스대며 남들 비판을 코 등으로 흘리고 있는 것이다.아뿔싸! 벌써 예비대회의 교훈을 잊었단 말인가? 앞으로의 축제를 견실하게 준비해나 가기 위해 다른 사람의 객관적 평가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판에 자축의 분위기에 젖어 흥청거리고 있다니! 오냐오냐하니까 할아버지 수염을 뽑는다던가? 저러다가 탄탈로스나 니오베 꼴이 되는 것은 아닐지. 벌써부터 내년 축제가 염려스러워 진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10.25 23:02

[오목대] 全州 음식축제

“농경시대 이래 인류의‘먹거리’는 기근과 풍요의 반복이었다. 잉여분이 충분하면 잘 먹고, 부족하면 굶주렸다. 여유가 있으면 우아하게, 환경이 허락하지 않으면 허겁지겁 먹었다”이탈리아의 음식사가 몬타나리라는 사람이 ‘유럽의 음식문화’라는 책에서 쓴 말이다.굳이 유럽뿐만이 아니라 어느 시대, 어느 환경에서건 사람들은 먹을 수 있는 한 맛있게, 잘 먹으려 했던게 사실이다. 인류 역사의 발전도 결국 먹을 것을 찾고 생산해내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이런 욕구를 바탕으로 기후와 토양, 종교와 관습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다양한 음식문화가 자리잡게 된 것이다.삶이 윤택해지고 문화의 글로벌화가 촉진되면서 새롭게 진기한 음식을 맛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우아하고 멋있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맛보려는 식도락가들의 욕구가 새로운 관광상품화 하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의 달팽이 요리나 일본의 전국 도시락 투어, 암스텔담 공항의 다양한 육가공식품등을 이미 음식여행의 단골 코스이고 아프리카 야생동물 별식(別食)도 서구인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그 중 뭐니뭐니 해도 싱가포르의 음식축제는 그 자체로 문화상품이다. ‘지구상 어떤 음식도 모두 만날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하지 않게 온갖 산해진미를 만날 수 있고 동·서양 음식을 혼합한 퓨전요리 강좌는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이다.국내에서도 순천 음식 큰 잔치를 비롯해서 광주 김치, 부산 자갈치, 인천 (소)래포구, 강경 맛갈젓축제등이 전국적인 명성을 쌓아가고 있고 서울의 일류 호텔마다 세계 요리축제를 여는 것도 연례 행사가 된지 오래다.엊그제 소리축제를 성황리에 끝낸 전주에서 내년에는 음식축제도 함께 열 계획이라 한다. 사실 멋과 맛의 고장이라고 입 부르트게 선전해온 전주가 맛의 대명사를 이웃 광주에 빼앗겼다는 소리가 나온지 오래다. 왜 이번 소리축제에 그 기획을 못했을까 새삼 아쉬움이 남는다. 이미 전주비빔밥을 세계시장에 선보인 전주다. 내년 음식축제가 전주음식의 진가를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10.24 23:02

[오목대] 免責特權 논란

국회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조성된 ‘폭로정국’이 급기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여권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면책특권을 방패삼아 비열한 정치적 술수를 부리고 있다’고 공격하면서 이의 악용을 막기위해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야권은 ‘한마디로 면책특권의 기본정신조차 모르는 한심한 발상’이라며 반박 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이 ‘면책특권에도 한계가 있다’며 근거없는 주장이나 유언비어에 대해 강력 대처할것임을 시사해 정치권을 긴장시키고 있다.국회의원의 발언·표결의 자유라고도 하는 면책특권은 헌법 제45조가 보장하고 있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국회 밖에서 책임을 지지아니하는 특권’을 말한다. 이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로서 행정부를 견제하여 권력내의 비리나 부정등을 감시·감독할수 있도록 헌법이 보장해준 고유의 권한이라 할수 있다.그러나 아무리 그렇더라도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에도 분명 한계는 있어야 한다. 확인도 안된 시중여론이나 ‘카더라 통신’을 이용해 다른 사람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사생활 폭로, 명예훼손을 일삼는다면 그 폐해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단지 설(說)만 가지고 무차별적인 폭로정치를 일삼고 결과적으로 ‘아니면 말고’식, 치고 빠지기 발언이 ‘정치의 희화화’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않은 것이다.이번 국회 대정부 질문과정에서 국민들은 이런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똑바로 봤을 것이다. 여권 지지층이든 야권 지지층이든 마찬가지다. ‘아무리 국회의원이지만 어떻게 저런 소리를 함부로…’하는 개탄의 소리가 적지 않았다. 오죽하면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가 보충질의에 나선 한나라당의원에게 ‘선배 정치인으로서 한마디 충고하겠다’며 앞뒤 가리지 않는 험한 발언에 제동을 걸고 나섰겠는가.차제에 정쟁(政爭)만 일삼는 대정부 질문제도를 폐지하거나 개선하자는 움직임이 학계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모양이다. 환영할만한 일이다. ‘개구리에게 돌 던지는 식’의 무분별한 발언이 면책특권의 장막에 가려져 국민 인식에 혼란을 줘서는 안되겠기 때문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10.23 23:02

[오목대] 치사한 도둑

부끄러운 과거를 회개하고 독실한 신앙인으로 개과천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희세(稀世)의 대도(大盜) 조세형(趙世衡)이 병적도벽(kleptomanid)을 이기지 못하고 작년 11월 신앙간증차 건너간 일본에서 또 도둑질을 하다 경찰에 체포돼 세상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적이 있다.고위층 인사나 재벌 집만 골라 터는 도둑, 드라이버 하나로 첨단경비망을 뚫고 귀신같이 물건을 빼내는 도둑, 흉기를 쓰지 않는 도둑, 가난한 사람을 도와주는 도둑…· 지난 1982년 당시 내노라 하는 집만 골라 값비싼 보석과 거액의 현금을 훔치다 붙잡혀 항소심 재판을 받던중 탈주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대도 조세형을 이야기 할때 수사(修辭)이다. 그에게는 심지어 괴도(怪盜), 의적(義賊), 전설적인 대도라는 현란한 별칭이 붙여지기도 했다.상습절도범 조세형이 이처럼 과대포장되어 인구에 회자된 것은 그 시절 시대상이 군부독재와 부정부패로 국민들 원성이 하늘을 찌를 때여서 높은자와 가진자에 대한 서민들의 반감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특히 그가 훔친 보석과 현금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엄청나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서민들은 끓어오르는 분노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는데 그중에서도 한개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물방울 다이아몬드는 호사스런 부유층이 전유물처럼 여겨져 국민들로 부터 심한 거부반응을 일으키기도 했다. 권력과 부에 대한 사회분위기가 얼마나 부정적이었으면 일반시민들 사이에 탈주한 조세형이 잡히지 않기를 바라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까지 벌어졌겠는가.수확철을 맞은 요즘 농촌에 농산물 도둑이 설쳐 농민들이 밤잠을 못이루고 있다고 한다. 거친 풍우 맞아가며 자식처럼 키워낸 농산물을 제값받고 팔지 못해 어깨가 축 처진 농부들을 위로는 못할 망정 아예 ‘삶의 의욕’마저 꺾으려드는 몰염치한 인간들이 있다니 참으로 기가 찬다.옛날 어느 인정받은 도둑은 도둑질하러간 집 솥에 밥지은 흔적이 없자 다른 곳에서 훔친 쌀을 놓고 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또 속담에 ‘도둑의 집에도 되가 있다’는 말이 있다. 힘없고 외로운 사람 울리는 비겁하고 치사한 도둑부터 소탕을 해야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10.22 23:02

[오목대] 고인돌

예나 지금이나 세월은 변했지만 사람의 마음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요즈음은 큰 것이 좋은 세상이다. 마찬가지로 까마득한 선사(先史)시대에도 그랬던 것 같다. 그때에도 사람이 감히 범접할 수 없을 정도의 큰돌은 경외와 숭배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사람들은 큰 돌에는 시비로운 힘, 즉 정령이 깃들여 있다고 믿었으며, 이 같은 정령은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좌우할 수도 있는 대단한 존재로 인식되기에 충분하였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고인돌이나 선돌과 같은 거석을 만들어 섬기며, 그 앞에서 소를 비롯한 가축을 제물 삼아 희생물로 신에게 바치는 제례(祭禮)를 지내고 제례와 함께 제연(祭宴)을 베풀어, 이를 행한 주최자의 사회적 지위를 찬양하고 그의 이름을 후세까지 전하고 있다.고인돌은 우리나라 전지역에 고루 분포되어 있으며, 우리가 살고 있는 전북지역에도 도내 거의 전지역에 고인돌이 분포하고 있으나 밀집정도를 기준으로 할 때 서부 평야지대를 중심으로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 특히 전북의 다른 지역과 달리 고창군의 고인돌은 그 군집의 규모가 작게는 수십 기부터 많게는 수백 기에 이르고 있으며 전체적으로는 약 2천여기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된바 있다.역사성과 규모로 볼 때 고창의 고인돌은 세계문화유산으로서도 결코 손색이 없는 값진 것이다. 두말할 것도 없이 문화유산은 보존하고 전승되는 데에서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이 핏줄을 통하여 유전이 이루어지듯이 문화유산도 계승을 통하여 후세에 이어져 내려올 수 있기 때문에 그 중요성은 더욱 큰 것이다.그런데 이토록 중요한 문화유산의 전승이 자칫 부족한 예산문제로 난항을 겪을 처지가 되었다. 고창 고인돌공원 조성사업이 전시시설지구에 대한 사업비가 해결되지 않아 관련사업 추진이 좌초될 위기를 맞이한 것이다. 정작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할 문화재청은 전시시설지구에 대한 국비 투입에 난색을 표명하며 딴전을 피우고 있다.그러한 정부의 입장을 지켜보면서 무심히 흐르는 로렐라이 강변에 그저 뎅그러니 세워진 요정의 동상 하나를 가지고 별난 자부심과 자랑을 일삼는 독일인의 정신을 한번쯤 읽어봄직하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10.20 23:02

[오목대] 千人千字文

전통사회에서 학동들이 한문을 깨우치기 위해 가장 먼저 접했던 입문서가 천자문책이었다. 지금도 한문하면 첫 구절인‘하늘 천(天)’‘따 지(地)’를 떠올릴 정도로 천자문은 한문의 대명사격인 셈이다. 천자문은 중국 양(梁)나라때 주흥사(周興詞, 470∼521)라는 가난한 선비가 무제(武帝)의 명을 받아 지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언고시(四言古詩) 2백50구(句)모두 1천자로 구성되었기 때문에‘천자문(千字文)’이라 부른다. 주흥사가 2백50구의 운문을 하루만에 지으면서 얼마나 고심하였던지 머리가 하얗게 세었다고 하여 일명 백수문(白首文)이라는 별명도 있다. 천자문에는 단 한글자의 중복도 없고 깊은 뜻이 담겨 있었기에 한문 초학자를 위한 필수 교과서겸 습자교본으로 널리 이용되었다.천자문책이 한국에 전래된 때는 확실하지 않으나 백제때 왕인(王仁)이 논어 10권과 함께 이 책을 일본에 전했다는 기록이 있는 것에 비춰 볼때 이보다 전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옛날 양반집안에서는 천자문책을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직접 쓴 필사본으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했지만 자식을 위해서 극성스런 방법을 쓰기도 했다. 전국 각지의 진사나 생원등 1천명을 찾아 다니며 천자문중 한 글자씩 받아 한권의 책으로 엮어 내기도 했던 것이다.이와 비슷한 지극한 정성이 전주에서 열리고 있는‘세계서예비엔날레’에서 선보여 관람객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끌고 있다고 한다. 국선및 시·도 서예전 초대작가등 전국의 명필 1천명이 각자 1자씩 쓴‘천인(千人)천자문’이 바로 그것이다. 전국의 서예가 1천명에게 출품을 의뢰하고 글자를 받아 16폭짜리 대형병풍을 만들기 까지 준비 작업에만 무려 2년이 걸렸다니 이만저만한 정성이 아니고서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글자 크기나 낙관 위치등을 통일시키기 위해 한 사람이 최고 다섯번까지 썼다니 관계자들이 겪었을 고충을 짐작할만 하다.천인천색 다양한 서체를 갖고 있는 유명 서예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듯 싶다. 여기에 한국 서단의 하나 된 모습이 돋보이는 뜻있는 작품이라는데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10.19 23:02

[오목대] 햄버거와 된장

퓨전이란 뒤섞임, 즉 이질적인 문화가 하나로 섞여 용해된 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음악에서도 탄생배경이 다른 것들이 만나 새로운 음악적 질서로 녹아들었을 때 우리는 그것을 퓨전음악이라 부른다. 예를 들면 재즈는 아프리카음악과 유럽음악의 퓨전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퓨전 재즈는 이러한 재즈와 록음악이 다시 뒤섞인 것이다.지구촌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요즘 국경이나 문화적 경계선을 넘나드는 문화적 이합집산이 빈번하리라는 것은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창작의 산고(産苦)에 시달리는 예술가들이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해 다른 문화권을 기웃거리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를 통해 예술문화가 훨씬 다양해지고 풍성해질 수 있다.문제는 이러한 뒤섞임이 항상 바람직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햄버거와 된장의 뒤범벅은 햄버거 맛도 된장 맛도 살리지 못할 수 있다. 그냥 뒤섞는다 해서 되는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적어도 형식실험이라는 의미를 뛰어넘으려면 하나로 섞여 무르 익을 수 있어야 한다.이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소리축제에서 선보이고 있는 각종 퓨전음악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특히 ‘온누리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우리 전통 악기와 서양 관현악단의 뒤섞음은 해서는 안될 퓨전의 대표적인 예가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이다. 피리든 가야금이든 우리 전통악기가 서양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기에는 역부족이다는 점만 부각시켜준 꼴이 되고 말았다.더욱 심각한 것은 이들 곡이 모두 이미 발표된 것이라는 점이다. 말하자면 실험이라는 의미도 담보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된다. 기왕의 곡들 중에도 양호한 결합변종이 얼마나 많은데 이처럼 설익은 곡들을 골라 관람객들만 고문했을까. 우리 음악이 서양음악과 섞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시위라도 하고 싶었던 것일까?“이런 것 듣겠다고 돈 냈다냐?”라던 한 관람객의 야유를 음악에 무지한 사람의 퓨념정도로 치부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10.18 23:02

[오목대] 유소년축구 클럽

현재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세계 최강 프랑스의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00년 유로대회에서 정상에 오른데 이어 2002년 월드컵대회의 전초전으로 지난 6월 한국과 일본에서 공동 개최된 2001컨페더레이션스컵까지 차지함으로써 명실공히 축구 세계챔피언의 자리에 오른 프랑스의‘오늘’은 쉽게 얻어진게 아니다.월드컵 축구대회 창시자인 줄리메의 고국인 프랑스는 1930년 제1회 월드컵 때부터 출전했지만 98월드컵에서 감격적인 첫 우승을 달성할때까지 세계 정상에서는 한 발짝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20여년간 유소년 축구부터 착실히 기반을 다져온 끝에 마침내 월드컵에 이어 유로대회, 컨페더레이션스컵 까지 석권함으로써 프랑스의 독주태세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 95년을 기점으로 경기수준의‘탈(脫)아시아’에 성공한 일본 축구 역시 유소년축구 육성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보다 뒤늦게 프로리그를 출범시킨 일본은 각 프로팀마다 의무적으로 3단계 유소년축구띰을 운영하고 있다. 선수들은 유능한 지도자 밑에서 연령에 걸맞는 지도를 받고 잔디구장등 최고 수준의 시설과 과학적 훈련프로그램을 제공받는다. 이밖에 소질이 있는 선수들은 기술축구가 발전한 남미등지로 축구연수를 보낸다. 2002년 월드컵 본선진출을 최근 확정지은 중국의 경우도 유소년축구 육성에 기울이는 공력 역시 일본에 못지 않다. 현재 일본과 중국 대표팀의 주축을 이루고 있는 핵심선수들이 대부분 이처럼 집중적으로 육성된 유소년출신들 이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때마침 우리지역을 연고로 하고 있는 전북현대팀이 프로축구단 가운데 처음으로 유소년축구클럽을 발촉, 축구 꿈나무 육성에 본격 나선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전북현대는 일본의 운영실태를 파악하는등 2년여의 준비끝에‘한국형’유소년클럽 시스템 도입을 완료하고 오늘 완주군 경천면에 위치한 구장에서‘전북현대모터스 유소년클럽’을 정식 개장한다고 한다. 전북유소년클럽이 한국 유소년축구의 메카로 자리잡아 국가대표의 산실로 떠오르기를 기대해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1.10.17 23:02

[오목대] 비켜 간 태풍

태풍은 중심 최대 풍속이 초당 17m 이상의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열대성 저기압을 말한다. 북태평양 남서부 열대 해상에서 발생하며 그 진로는 계절에따라 다르다. 봄·겨울에 발생하는 태풍은 그대로 서진(西進)하고 여름과 가을에는 발생후 북진(北進)하다가 북위 20∼30도 부근에서 방향을 바꾸는것이 보통이다.태풍이 방향을 바꿔 서북진할 경우 중국 남해안에 상륙하고 북동진 하면 우리나라 쪽으로 오게 되는데 이 때 폭풍과 집중호우를 몰고와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 태풍은 매년 20여개 가량이 발생하여 그 중 2∼3개 정도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데 지금까지 우리나라를 휩쓴 태풍가운데 파괴력이 가장 컸던 것은 지난 59년 9월의‘사라’호다. 당시 8백49명이 사망 또는 실종됐고 37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등 엄청난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낸바 있다.최근 10년간에는 지난 91년 세차례의 태풍으로 3천2백여억원의 재산피해가 기록된바 있고 지난해에도 두 차례 1천4백여억원의 피해를 입혔지만 올해에는 다행히 태풍이 비켜 갔다는 기상청의 발표다. 당초 기상청은 9월중 또는 10월중에 한 두개의 태풍이 한반도에 영향을 끼칠것이라고 예보했다. 이 예보가 빗나간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가을이 되면 일사량이 적어져 태풍 발생수가 현저히 줄어든다’면서 사실상 올해 우리나라 태풍은 끝났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되면 지난 88년이후 13년만에 처음으로 올해가‘무(無)태풍의 해’로 기록되는 셈이다.문제는 비록 반갑지는 않지만 올 때 와야 하는것이 태풍이라는 점이다. 극심한 가뭄으로 저수량이 크게 줄어들어 먹는 물이나 생활용수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이럴 때 태풍이 한번쯤 비를 몰고와야 저수지에 물도 차고 녹조현상도 해소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태풍이 바닷물을 뒤집어 어류 서식환경개선이나 적조현상 해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여·야 대립으로 대풍전야처럼 긴장감이 감돌다 국회가 정상화 됐다. 이제는 진짜 태풍이 늦게라도 하나쯤 찾아와 기상의 정상화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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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16 23:02

[오목대] 표류하는 農村

“도대체 농촌을 어떻게 해버리겄다는 것이여.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농민들을 그렇게 하대(下待)허고도 잘먹고 잘살수 있게 되었단 말이여” 무능해선가(?) 순박해선가(?) 아직도 숙명처럼 농촌을 부둥켜 안고 고단한 삶을 이어가고 있는 농민들이 요즘 농촌 돌아가는 꼴에 하도 기가막혀 허공에다 쏟아내는 넋두리다.그렇다. 농민들은 지금 허탈하다. 정부가 느닷없이, 더구나 아무런 대책도 없이, 내년부터 쌀 증산정책을 포기하고 추곡수매가 또한 동결하겠다고 폭탄선언을 하고 나섰는데 쌀농사를 생명줄로 알고 살아온 농민들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이제와 고향을 등지고 떠날수도, 그렇다고 눌러앉아 살기도 어렵게 됐으니 진작 도시로 간 이웃따라 못떠난 것이 그렇게 후회스러울수가 없다.한없이 넓고 포근한 어머니 마음으로 농촌은 그들을 키우고 가르쳤지만 도시로 떠난 자식들은 우리나라가 10몇대 무역국가요, 비교우위론이 어떻고 시장경제원리가 어떻다며 도통 부모의 처지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어디 그뿐인가. 쌀이 남아돌아 주체를 못한다면서도 농지를 보존해야한다며 농지전용 조건을 되레 강화해 버렸고 도시 주변 개발이 좀 어지럽다 싶으면 난개발 때문에 국토가 망가진다며 어김없이 농촌도 함께 묶어 버린다. 또 농촌지역 풍광좋은 곳에 숙박시설이나 음식점이 들어서면 언론부터 앞장서 환경파괴가 심각하다느니, 미풍양속을 해친다느니 하면서 몰매를 두들겨 팬다.한번 생각해보자. 쌀이 천덕꾸러기 신세인데 농지보존만 하고 있으라면 농민들은 대체 어쩌란 말인가. 난개발도 개발가치가 높은 도시 주변이 문제지 농촌은 개발을 하고 싶어도 투자할 사람이 없어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농촌이라 해서 숙박시설이나 음식점 하나 못들어선다면 농촌은 영원히 도시 사람들의 정원으로 남아있으라는 강요에 다름아닌데 왜 도시는 타락해도 괜찮고 농촌은 순수해야만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이제 우리는 더이상 농촌의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된다. 농촌이 무너지는데 도시인들 온전하겠는가.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공멸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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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15 23:02

[오목대] 藥令市 제전

한방(漢方)에 쓰이는 약재들은 조선 초기만 해도 채약인(採藥人)이라 하여 약초를 전문으로 캐는 사람들에 의해 공급됐다. 이들은 약초를 구분하거나 건조·손질·관리하는 방법을 전수받아 가업으로 이어 갔으며 그 숫자가 전국적으로 상당수에 이르렀다. 동의보감을 쓴 명의(名醫) 허준(許浚)도 유지태 밑에서 처음 의술을 공부할때 약초를 캐는 일부터 시작한 것으로 미루어 이들의 역할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그러나 약초를 꼭 채취에만 의존한 것은 아니다. 조선조 세종때 이미 경상·전라·강원·황해 4도에서 약초를 재배했으며 그 종류도 77종이나 됐다한다. 약령시는 이런 약재들을 원활히 유통시키기 위해 지방 방백(方伯)들의 명으로 형성된 시장을 말하는데 효종때부터 이미 대구와 전주약령시가 전국에서 이름을 떨쳤다.지금 전주시 다가동, 소위 ‘개곡골’로 불리우는 일대가 약령시였는데 해방직전까지 장이 서는 날이면 전국에서 몰려든 약재상으로 큰 성황을 이뤘다는게 이 고장 원로들의 증언이다. 일제말기 전주 약령시는 폐장되고 말았지만 대구 약령시는 그런대로 명맥을 유지해 왔고 무엇보다 오늘날 약령시의 대명사처럼 불리우고 있는 곳은 서울의 명동 약령시장이다.작약·당귀·감초·두화·호로같은 갖가지 약초는 말할것도 없고 항암제로 쓰이는 굼벵이, 응혈된 피를 풀어주는데 특효라는 거머리, 피부병에 좋다는 메미 껍데기 등 동·식물을 망라한 온갖 진귀한 약재들이 이곳에 다 모여 든다. 국내 한 약재의 70%를 거래하는 경동 약령시가 현재 세계적인 관광명소로의 발돋움을 계획하고 있고 대구는 한의학박물관 건립을 서두르고 있을 정도로 근래들어 약령시에 대한 관심과 향수가 되살아 나고 있다.세계소리축제 개막에 맞춰 어제부터 전주에서도 전주약령시제전’이 열리고 있다. 경기전에서 벌어지는 각종 행사에는 ‘약초이름 맞추기’ ‘환약 만들기’등 한방상식을 일깨우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돼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정과 건강을 가져 가세요’라는 슬로건에 맞게 이 제전이 전주의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아 관광 길라잡이가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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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14 23:02

[오목대] 웃으며 뺨때리기

요즈음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하는 짓이 미심쩍고 수상하기만 하다. 이런 와중에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우리 나라에 온단다. 고이즈미는 다른 나라 이목의 집중을 받으면서도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를 한 인물이다. 또 일본 우익교과서를 인정하여 역사를 비틀고 뒤트는 역사왜곡을 마다하지 않은 그런 인물인 것이다.이 두 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기도 전에 이번에는 꽁치조업문제로 시끄러운 판국에도 불구하고 한일정상회담을 위해서 15일 내한한다는 것이다. 손님에게는 그지 후하고 따뜻한 것이 우리네 정서이지만 이번에는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으면서 떨떠름하고 기분이 나쁘기까지 하다.고이즈미방한(訪韓)은 명분상으로는 역사왜곡 교과서와 자신의 야스쿠니신사 참배 문제로 빚어진 양국의 마찰을 풀고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한 속내는 꼭 그것만은 아닌 것 같아 씁쓸하다. 고이즈미는 중국에서 중국인민 항일전쟁 기념관을 방문하였고, 침략전쟁에 대해 중국에 사죄와 애도를 표시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실제 그 속을 들여다보면 고이즈미에게는 진정한 화해노력이 부족하였다.마찬가지로 고이즈미는 이번 한일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가 과거사에 대해 이리저리 둘러대며 “말로만, 그저 말뿐인”과거사의 청산을 주장하겠지만 사실상 우리가 받은 것은 아무것도 없는 ‘빈 가방’임이 틀림없을 것이 불 보듯이 뻔하다. 그러기에 앞에서는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외치면서 말로는 딴전을 피우지만 정작 뒤에서는 한국의 남쿠릴열도 꽁치조업을 막기 위해 돈까지 동원하는 작태를 지켜보는 심정은 면전에서 웃으며 뺨때리는 일본의 태도에 야비함을 느끼면서도 언제나 뒤통수만 얻어맞는 우리의 처지가 한심스럽기도 하다.한편 남쿠릴 어장에서 잡히는 꽁치는 연간 평균 1만5천통 정도로, 우리 나라 전체 꽁치소비량 4만 5천톤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보도대로라면 우리 나라 전체 꽁치 수급량의 3분의1을 차지하는 남쿠릴 열도 어장이 당장 내년부터 꼼짝없이 날아갈 판이다. 우리 정부의 정보력 부재와 안이한 태도에 할 말을 잃을 뿐이다. 이제는 웃으면서 뺨을 치는 일본을 더욱 냉정하게 지켜보고 대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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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13 23:02

[오목대] 生化學 무기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발생한 탄저균 감염사건에 대해 미국 FBI가 테러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사실이 보도 되고, 또 10일에는 미국 정부의 심장부인 국무부내 우편물 사무실에서 테러로 의심되는 ‘백색 가루’가 발견되는 등 미국 전역에 생화학 테러 비상이 걸렸다.CNN방송은 플로리다에서 감염된 문제의 탄저균이 50년전 미국 아이오와극의 한 실험에서 연구 목적을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변형이라고 보도했다. 탄저병은 흙속에 있는 탄저균이 가축등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되는 병으로 치사율이 무려 80%에 이르는 무서운 병이다. 탄저균을 분말형태로 하여 무기로 사용할 경우 그 위력은 수소폭탄을 훨씬 능가할 수 있다고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 연구팀이 경고한바 있다. 설탕 한 봉지 만큼의 탄저균으로 미국 전역을 황폐화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이처럼 세계의 초강대국 미국을 긴장시키고 있는 생물무기는 1347년 제노아인들에게 포위된 몽골인들이 성벽너머로 페스트에 걸려 죽은 시체들을 내던진 것이 최초이다. 오염된 제노아 선박은 항구에 기항할 때마다 균을 퍼뜨러 유럽 전역을 흑사병으로 초토화시켰다.화학무기는 제1차 세계대전때 처음 등장한후 2차대전, 베트남전, 걸프전등에서도 사용돼 엄청난 후유증을 남겼다. 근래에는 지난 95년 일본 도쿄 지하철에서 사이비 종교집단인 ‘옴’ 진리교 신도들이 화학신경가스인 ‘사린’을 살포하여 12명이 숨지고 5천여명이 중독되는 참변을 빚기도 했다.생·화학무기는 이같이 무차별적으로 대량 살상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반인류적이고 비인도적이다. 또한 ‘빈자(貧者)의 핵폭탄’으로 불릴 정도로 값싸게 제조하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민간 항공기를 납치해 상상의 한계를 뛰어넘는 만행을 저지른 테러범들이 또 어떤 음모를 꾸밀지 모를 일이다. 대참사 이후 이미 세계보건기구(WHO)가 각국에 생화학무기를 이용한 테러공격에 대비하라는 경고를 내리고 있다. 미국의 테러 복수전을 돕기 위해 아프간 파병까지 준비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만약의 사태 대비에 한치의 허점도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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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12 23:02

[오목대] 敎師 성과급

요즘 교사들의 표정이 밝지 않다. 최근 시행된 성과급 때문이다. 돈의 다과가 문제가 아니다. 교사로서의 마지막 자존심 마저 짓밟히고 말았다는 자괴감을 주체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동안 열악한 처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학생들 교육에 헌신의 열정을 쏟아 부었는데 그 대접이 이런 것인가 하는 허탈감을 쉽게 떨쳐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성과급의 취지는 “열심히 하는 교사를 우대하기”위한 것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을 우대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 ‘열심히’의 기준을 객관적으로 마련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교수평가제에서 확인되었듯 몇몇 계량적 수치로 판단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닌 것이다.더 심각한 것은 그 결과를 하필 돈의 많고 적음으로 나타낸 것이다. 결국‘열심히 하는 교사’들 모두를 돈에 연연하는 사람정도로 내몰고 만 꼴이 되고 말았다.교총이나 전교조 등 교원단체서 한사코 이 제도를 반대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적어도 학생제자들 앞에 서 있는 동안은 돈을 생각하지 않는다. 전부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대부분의 교육자들은 그렇다. 열악한 근무 여건을 탓하지 않고 교육에 열심일 수 있었던 것도 교육자로서의 소명의식 때문이지 돈 때문은 아니다.문제는 이 제도가 계속 시행될 경우의 심각한 후유증이다. 단 한번의 시행으로 수많은 선생님들에게 이처럼 엄청난 수모를 주었는데 이런 일이 반복된다면 어떻게 될까? 이제 제자들을 위해 고민을 하고 열심히 뛰어다니는 교사들의 오히려 눈총을 받게 되었다. 돈 좀 더 받겠다고 발버둥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경쟁도 좋고 인센티브도 좋다. 그러나 적어도 교육현장에서만은 그 후유증에 대한 검토를 면밀하게 하고 난 다음에 도입해도 도입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엉킨 실타래처럼 착잡하기만 한 이 땅의 교육문제에 교사들의 사기저하까지 가세하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았는가? 교육부만 개혁하면 교육개혁이 완성될 수 있다던가? 탁상행정으로 일선교사들을 ‘돈벌레’로 내모는 일만은 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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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11 23:02

[오목대] 동반 자살

엊그제 전주에서 일가족 3명이 동반자살한데 이어 군산에서 또 40대 가장이 동반자살을 기도하여 자신은 미수에 그쳤지만 어린 두 아들이 귀중한 목숨을 잃었다. 한 가족은 악덕 고리사채 때문에 또 한 가족은 사업부진으로 인한 생활고가 자살을 선택하게 한 이유다.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어려운 경제사정과 왜곡된 사채시장의 비윤리성이 단란한 두 가정에 비극적 종말을 앞당기게 한 것 같아 비탄을 금할 수 없게 한다.사실 IMF는 극복했다지만 서민들의 가계에 주름살이 걷힌 것은 아니다. 수출부진에 내수경기 침체, 물가고, 실업사태로 경제위기를 걱정하는 소리가 높다. 이런 가운데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심화로 고액 수표 뒷장을 메모지로 쓰는 졸부의 아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도 점심을 굶는 어린이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절망과 고통, 갈등을 이겨내지 못한 가난한 서민들이 극닥적인 수단으로 자살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이다.그러나 자살은 결코 올바른 선택이 될 수 없다. 흔히 ‘자살만큼 용기있는 행위는 없다’고 한다. 자살할 만한 용기가 있다면 이 세상에서 결코 못할 일이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하면 자살만큼 비겁한 행위도 없다. 자살은 그 자체가 이미 모든 것을 포기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죄악으로 본다. 신에 주신 생명을 스스로 끊는 것은 신에 대한 모독으로 단정짓는 것이다. 그래서 19세기 초까지 영국에서는 자살한 사람은 교회묘지에 묻히지 못하게 했다고도 한다.생명을 외경스럽게 생각하는 사상은 동양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유교에서는 인의(仁義)를 지키기 위해 살신성인(殺身成仁)의 희생을 인정한다. 우리 선인들은 적이나 반대세력의 손아귀에 넘어가는 절막한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서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용기를 보였던 것이다.되풀이 강조하지만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은 삼가야 한다. 죽을만한 용기가 있다면 그것으로 어떤 역경인들 헤쳐나가지 못할 것인가. 버려야 할 것은 절망이지 결코 목숨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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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10 23:02

[오목대] 우리말 비틀기

‘안냐세여 방가방가 오백쉰오돌 한글나를 축하해여.’ 오늘 한글날을 맞아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올린 축하 글 가운데 한 대목이다. 컴맹이나 인터넷 용어에 익숙치 못한 사람들에겐 도대체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가겠지만 젊은 네티즌들에겐 버젓이 통용되는 우리글이다. 풀어 보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오백쉬흔다섯돌 한글날을 축하해요’가 된다. 요즘 네티즌들 사이에 유행하는 우리 말 비틀기, 소리나는대로 적기의 일종이니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어서와요’를 ‘어솨요’로 ‘그렇구나’를 ‘글쿠나’라고 쓰고 ‘놀자’를 ‘널자’, ‘맘 맞게’를 ‘맘 맞거’로 마음대로 뒤집어 쓰는 젊은이들의 맞춤법 대반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꼴이라고나 할까? 읽기 쉽고 쓰기 편해 세계 제일의 문자라는 한글이 이처럼 곤죽이 되는 일을 비단 인터넷상만의 일도 아니다. 일상 쓰는 언어에 외국어 남용은 보통이고 거리에 나서면 국적불명의 외래어 간판이 시야를 어지럽히는 현실이다. 연전에 서울대교육연구소가 조사한 결과 소위 지식인이라고 하는 대학교수들의 강의는 70% 이상이 외래어 투성이였다고 한다. 하긴 워크숍이니 캠페인이니 심포지엄이니 하는 용어는 이미 우리 말보다 더 잘 통용되고 있고 ‘쇼부(승부)를 친다’든지 ‘기소(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다’는 등의 일본어 잔재도 여전히 성행하는게 우리 사회다. 기업 이름이나 상호에 외국어 남발이 심하다 보니 요즘 ‘지앤지(G&G)’라는 기업합병 전문회사가 세상을 시끄럽게 하더라도 그 기업 이름의 희한함(?)엔 별 관심을 두지 않는 모양이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눌때 한두마디 외래어를 섞어 쓸줄 모르면 무식쟁이 취급받는 세상이니 그럴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한글’은 한(韓)나라의 글, 큰 글, 세상에서 첫째 가는 글이라는 뜻이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펴낼때만 해도 언문으로 하대받았던 우리 글이지만 오늘날 유네스코 문화유산 후보로 오를만큼 과학적이고 정교한 소리글자로 세계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는 것이 바로 한글이다. 우리 민족의 얼이 담긴 우리 말과 우리 글을 제대로 보존하고 다듬어 나가지 못하면서 문화민족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다. 말과 글을 바르게 쓰는 운동이 시급함을 일깨우는 한글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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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09 23:02

[오목대] 끼리끼리 해먹어?

지난 90년대 중반 우리나라에서 5년 반을 살았던 일본 사회학자 고하리스스무씨(38·시즈오카 현립대 조교수)가 본국으로 돌아가 한국 체류기간 동안의 체험과 관찰을 바탕으로‘한국 한국인’이라는 책을 냈다. 그는 한국인의 특질을 묘사하는 대목에서“한국인은 때로 친절하고 정이 깊고 개방적으로 느껴지다가도 어떤 경우에는 거칠고 독선적이고 폐쇄적인 모습을 보여 그 상반된 태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것인가 고민했다”고 토로하고 “그러나 나중에 이같은 양면적 태도의 저변에는 한국사회의 독특한 특징인‘끼리끼리 문화’가 저변에 깔려 있음을 알게 됐다”고 적고 있다.그는 또 한국의 끼리끼리 문화에 대해“한국인의 사회구조에는 자신을 중심으로 가족, 혈족, 친족, 지연, 학연으로 얽힌 사람에서부터 일상생활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 순으로 넓어지는 동심원(同心圓)상의‘우리’가 있는데‘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긍정적 사고(思考)가, 울타리 밖의‘남’에 대해서는 배타적 사고가 작용하는 특징이 있다”고 부연설명을 덧붙였다.사실 고하리 스스무교수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 끼리끼리 문화가 뿌리깊은 악습으로 남아있다는 점을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생면부지의 사람이라도 종친, 향우, 동문이라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 우리 한국사회다. 그들은‘우리’라는 이름으로 문제가 있어도 서로 눈감아주고 덮어주면서 수많은 부정을 저질러 왔다. 이때문에 국가적으로 계량하기 힘든 폐단이 생겨 아직도 우리사회가 공정성과 객관성이 보장되는‘열린 사회’로 가는 길을 봉쇄당하고 있지 않은가.근래 야당과 일부 언론이 이른바 이용호(李蓉湖)게이트를 놓고 호남사람들낄 다 해먹었다고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일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 없지는 않다. 그러나 그들이 누구인가. 30년이 넘는 세월을‘우리가 남인가’를 외치며 독식했던 세력이 과연 누구였단 말인가. 5년이라는 짧은 기간도 꼴못보는 그들이 무슨 할말이 그렇게도 많은지 모르겠다. 여기서 한가지 분명히 해둘 사항은 인구가 많은 그들이 진심으로 반성하지 않는 한 우리민족은 한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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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08 23:02

[오목대] 축제문화

우리사회도 이제는 조금씩 축제문화에 익숙해져 가고 있는 것 같다. 지자체실시 이후 각 자체단체에서는 그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한편 지역의 문화적 전통을 관광상품화하고 이를 통해 지역의 활성화를 도모하려는 노력을 활발히 전개해왔다.따라서 어느 지자체할 것 없이 앞다투어 지역축제를 문화행사로 키워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몇몇 축제를 제외하고는 기존의 것을 답습하거나 모방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뿐이 아니다.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도 프로그램의 내용이나 운영이 부실하여 지역 주민이나 관광객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기 일쑤이다. 그러다 보니 축제가 천덕꾸러기가 되거나 가뜩이나 부족한 지방재정의 적자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전락되기도 한다.외국의 경우 관광선진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 등에서는 문화자원을 활용한 관광개발이 지역개발전략의 수단으로 활용되어왔다. 이러한 나라에서는 축제나 이벤트를 통해 일년 내내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축제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실로 엄청난 것이다.영국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시는 축제전략으로 연간 1천2백만 명의 관광객을 유치하여 지역경제를 활성화키시고 있다. 또한 독일 뮌헨의 10월 맥주축제는 지난 98년도에 16일간의 축제 기간중 6백50만 명이 참석하여 약 14억 마르크, 즉 우리 돈으로 약 9천1백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왔으며 고용효과만 따져봐도 1만2천명에 이르렀다고 한다.하지만 우리가 꼭 알아두어야 할 사실이 있다면 그것은 축제의 개최는 단순히 경제적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축제를 통하여 그 지역을 대외적으로 홍보하고 그 지역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함과 동시에 축제를 통해 지역민의 결속력을 강화하고 자기가 몸담아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지역의 전통문화에 대한 긍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지역문화는 지역 주민의 삶에 뿌리를 두어야 한다. 따라서 지역축제는 지역 주민의 일상적이고 실제적인 삶의 현장에서 우러난 것이어야 한다. 이렇게 될 때 전통문화는 사라지지 않고 더욱 잘 보존되며 전승될 것이며, 지역 축제가 전통의 맥을 이어가는 ‘전통 지킴이’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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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1.10.0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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