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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영 정읍조합장(64).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6선의 정통 농협맨이다. 4월 총선후보 보다 유독 그에게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있다. 오는 31일 치러지는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전북출신으론 민선 첫 출사표를 던졌다. 중앙회장 권한과 역할이 막강하기에 조합원 235만여 명의 농민 대통령 으로 불린다. 자산 400조, 31개 계열사 그리고 1천118개 농축협조합, 8800여 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공룡 조직의 수장이다. 계열사 대표 인사권과 예산권, 감사권까지 거머쥐고 있다. 유 후보 포함 10명이 지난 17일 후보등록을 마치고 대의원조합장 292명의 선택을 기다린다. 초반 판세에서 일단 유 후보가 승기를 잡았다는 평이다. 지난달 퇴임한 김병원 회장과의 역학관계에서 승패를 점치고 있다. 전남 나주출신 호남 첫 민선 회장이었던 김 전회장과는 막역한 사이로 핵심 동지다. 그가 두 번의 농협회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을 때 끝까지 함께 한 이가 유 후보였다. 두 사람이 공유하는 경영철학과 가치는 오랫동안 교감을 통해 이뤄졌다. 실제 유 후보가 중앙회 이사를 오래 하다 2016년 김 전회장 취임과 함께 농협금융지주 이사를 맡아 든든한 후원자역할을 해왔다. 그런 관계 때문에 호남회장 승계론 이 대의원 사이에서 회자된다. 상당수 대의원은 선거를 앞두고 걱정이 태산이다. 지난 4년동안 농협경영의 탄탄한 기반을 닦아놓은 김 전회장의 경영철학이 과거로 회귀할까 전전긍긍이다. 이들이 유 후보에게 기대를 걸고 힘을 싣는 이유가 김 전회장과 노선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유 후보와 함께 2강 으로 불리는 상대후보를 경북출신 전임 회장 측근들이 밀고 있다는 설이다. 한마디로 전임 회장과 직전 회장간의 대리전인 셈이다. 유 후보는 1990년대 중반 정읍시의원을 거쳐 농협조합장에 당선됐다. 당시 도산위기 농협을 탁월한 경영수완으로 구해내면서 동시에 새 변화를 이끌어 신뢰를 쌓았다. 특히 하나로마트 성공이 대표적이다. 초창기 온갖 어려움을 딛고 전국 농협들이 앞다퉈 벤치마킹하는 명소로 탈바꿈시켰다. 재작년 정읍시장 선거때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으나 농협회장 출마를 위해 뜻을 접었다는 후문이다. 그는 중앙과 지방을 오가며 경영자적인 거시 안목과 현장의 치열한 감각을 익혔다고 한다. 누구보다 농협의 미래 먹거리와 비전을 꿰뚫고 있다고 자부한다.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을 잘 살게 하는 농협을 만들어야 한다 는 캐치프레이즈에 그의 마음을 담았다. 표밭갈이에 여념이 없는 그가 선거에서 이겨야 하는 이유다.
시험을 치를 때 미리 준비해 간 쪽지나 남의 답안지를 몰래 보고 쓰거나 베끼는 행위로 커닝(Cunning)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커닝은 일본식 영어 발음 간닝구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 본래는 교활한이라는 뜻이다. 영어로 시험에서의 부정 행위는 Cheating인데 여기에는 커닝 뿐 아니라 도박이나 게임 등의 속임수 의미까지 포함하고 있다. 시험이 치러지는 곳이면 빠지지 않는게 커닝이다. 시험 결과에 대한 급부가 큰 시험일 수록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예전에도 과거시험 급제는 곧 신분상승이라는 인생역전을 가져 오는 만큼 커닝 수법이 상상을 초월했다. 답안지 바꿔치기나 대리시험은 예사였다. 붓통과 도포자락, 버선 등에 커닝페이퍼를 넣어가기도 하고, 심지어는 콧구멍에 숨겨 가기도 했다. 조선조 숙종실록에는 밖에서 과장(科場)까지 대나무 통이 묻혀 있는 것이 적발됐다는 기록도 있다. 응시자가 끈에 매단 문제를 내보내면 밖에서 답안을 작성해 들여보내려 했던 것이다. 중국 청나라 때 만든 가로 4.5㎝, 세로 3.8㎝, 두께 0.5㎝ 에 불과한 책 9권에 10만자를 담은 커닝페이퍼가 남아 있다고 한다.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인 미국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에서도 대규모 시험 부정이 적발되기도 했다. 시험 앞에서는 동서고금이 따로 없는 모양이다. 커닝 방법도 시대 변화에 따라 진화되고 있다. 과학기술 발달로 첨단 수법이 동원된다. 지난 2004년 시행된 수능에서는 광주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정답을 문자 메시지로 집단 전송한 부정행위가 적발돼 큰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이 사건을 포함 그 해 부정행위로 성적 무효처리된 학생이 무려 314명에 달했다니 그 파장을 미루어 짐작할 만하다. 지난주 프로기사 자격시험인 한국기원 주관 입단대회에서 인공지능(AI)로부터 몰래 훈수를 받아 대국을 한 영화 같은 일이 벌어졌다. 부정 행위자가 붕대를 감은 귀안에 이어폰을 꽂고, 외투 단추에 부착한 소형 카메라를 통해 바둑판을 비추면 외부에서 대기중인 브로커가 이를 보고 AI의 훈수를 전달받아 착점하는 방식이었다. 몇 년전 개봉됐던 영화 신의 한 수에 나오는 장면이 그대로 재연된 것이다. 영화에서는 바둑신동이 외부 고수였지만, 이번에는 AI가 고수 역할을 한 것이 달랐다. 현재 AI의 바둑실력은 프로기사 고수들도 따라잡기에 역부족이다. 최근 은퇴한 이세돌 9단도 AI 프로그램 알파고와 대국에서 3대1로 패했고, 은퇴직전 국산 AI 프로그램 한돌과의 대국에서도 2대1로 졌다. 커닝은 원칙을 지키는 정직한 사람들에게 불이익과 박탈감을 준다는 점에서 공정사회를 해치는 해악이다. 일벌백계로 부정행위의 유혹을 막아야 한다.
진보나 보수정당 지지도가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나타나 총선결과도 그렇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 20대 총선은 안철수가 이끄는 국민의당 녹색돌풍이 강하게 불어 호남을 장악했다. 전북에서 10석 중 7석을 석권하면서 19대때 민주통합당이 차지해온 안방을 꿰찼다. 그 때 국민의당이 전북에서 석권할 수 있었던 것은 워낙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현실에 안주한 탓이 결정타였다. 유권자의 변해가는 눈높이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공천만 받으면 찍어줄 것 아니겠냐는 후보자들의 안일한 현실 인식이 결과적으로 선거를 망쳤다. 21대 총선이 80여일 앞으로 성큼 다가서면서 전북에서는 종전과 다른 양상이 보인다. 20대때는 국민의당이 석권했지만 서서히 지역주의가 강하게 불붙어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에서 강세를 보인다. 그 이유는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면서 사사건건 자유한국당이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사건을 앙갚음하려고 국회나 행정부를 상대로 깊은 태클을 걸면서 국민들한테 정치권을 실망시켰기 때문이다. 야당은 국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주임무지만 자유한국당이 그 한계를 벗어나 국민들을 분노케하면서 실망시켜 지지도가 추락하고 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박 이명박 두 전직대통령이 구속기소 됐기 때문에 국민한테 석고대죄하는 측면에서 당을 해산하고 새롭게 창당해서 국민의 지지를 받는게 순리였다. 하지만 그런 과정 없이 무작정 문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정개혁과제를 추진하지 못하도록 국회에서 태클을 건 게 결국 부메랑이 되었다. 조국사태 검찰개혁 등 사사건건 태클을 걸어 국회를 동물국회로 만들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었다. 그 결과가 서울 경기 호남 부산 경상남도 등에서 민주당 지지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총선은 선거구도가 중요하다. 프레임이 어떻게 짜여 가는가가 판세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론의 흐름도 전북에서는 서서히 민주당 쪽으로 기울어 간다. 그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선거 때 얻은 표보다 더 높은 70% 가까이 나타나고 당 지지도가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증적 사례로는 예비후보들이 개최한 출판기념회에 구름처럼 지지인파가 몰려든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처럼 예전같지 않게 민주당 지지가 높아 벌써부터 당 경선열기가 본선처럼 후끈거린다. 각 예비후보들도 공천권을 확보하려고 당심과 민심을 잡으려고 꼭두 새벽부터 부산하게 움직인다. 민주당이 지지도를 더 결집하려면 호남에서 여성예비후보를 전략공천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전북은 군산 정읍 고창 2개 선거구를 제외하고는 민주당이 전반적으로 강세다. 경선이 끝나면 예전같이 싹쓸이현상도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후보들의 인물 됨됨이가 출중해서라기 보다는 야권과 1대1 대결구도가 만들어지지 않는 한 이번 선거는 민주당 선거로 끝날 전망이다. 워낙 자유한국당의 반사이익이 선거판에 크게 미치기 때문이다.
잘츠캄머구트는 오스트리아의 대표적인 휴양지다. 빈과 잘츠부르크 사이에 있는 이곳은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무대가 되었던 곳으로 그 이름이 친숙하다. 알프스 산자락에 자리한 잘츠캄머구트는 70여개의 호수를 품고 있다. 이들 호수의 풍경은 서로를 빼어 닮은 아름다움으로 세계의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통로가 됐으니 장크트 길겐, 장크트 볼프강, 볼프강, 할슈타트 등 이미 이름을 널리 알린 호수가 그들이다. 그중에서도 잘츠캄머구트의 진주로 꼽히는 호수가 할슈타트다. 소금광산으로도 이름을 알린 할슈타트는 알프스 빙하가 녹아 골짜기로 흘러 들어가는 아름다운 호수마을. 1997년 마을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관광도시가 된 할슈타트가 지금은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 수입으로 재정적 독립까지 이뤄낸 할슈타트가 비명을 지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할슈타트는 인구 778명이 살고 있는 작은 마을이다. 관광도시로 부상한지 오래지만 그동안 찾아온 관광객은 하루 100명 정도였다. 그런데 디즈니랜드의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도시 <아렌델>이 이 마을로부터 구상되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관광객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언론에 따르면 이 작은 마을에 찾아오는 하루 관광객 수는 많게는 1 만 명. 관광객이 급증하다보니 마을은 쓰레기가 넘쳐나고 온갖 소음과 무질서한 행태에 물가가 급등해 그 폐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단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유럽의 유명매체들은 관광객들이 마을을 영화세트장처럼 다룬다거나 주민들이 생필품을 사는 슈퍼마켓은 기념품 판매점이 되어버렸다는 주민들의 아우성에 할슈타트 관광객 대부분이 중국과 일본 한국인들이라는 내용까지 친절하게(?) 알려준다. 관광산업이 마을 경제의 뗄 수 없는 부분이 된 것이 사실이지만 관광객 수를 적어도 3분의 1은 줄여야만 한다는 할슈타트 슈츠 시장의 인터뷰를 보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2015년의 세계 관광인구는 11억 8300만 명. 관광으로 경제력을 얻은 도시들은 환호했으나 그 때문에 돌려받게 된 폐해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바르셀로나, 베니스, 베를린, 동경, 몰디브 등이 그 대표적인 도시들이다. 여러해 전, 세계적인 관광도시 베니스 주민들이 몰려오는 크루즈 관광객들을 막기 위해 배위에 올라 시위를 벌이며 흔들었던 피켓의 메시지가 있다. 우리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 과잉관광의 폐해, 그 울림이 크다.
세계 1위 부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56)가 호주 산불 피해를 돕기 위해 기부를 했다가 되레 구설에 올랐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우리의 마음은 파괴적인 산불에 대처하고 있는 모든 호주인에게 향한다며 100만 호주달러(약 7억9700만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연일 비판의 글을 올리고 있다. 그의 자산 규모에 비해 기부액이 너무 적다는 이유에서다. 베이조스의 순자산은 1167억 달러(약 134조8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6월 25년간 결혼생활을 했던 매켄지 베이조스와 이혼하면서 위자료로 383억 달러(약 44조2058억원)어치의 아마존 주식을 넘겼지만 여전히 세계 부자 1위를 고수하고 있다. 그의 수입은 시간당 900만 달러(약 104억원), 하루에 2억1500만달러(약 248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이용자들은 베이조스의 기부액은 그가 4.6분 동안 번 돈이라거나 그의 자산의 0.00059%에 불과하다며 비꼬기도 했다. 반면 호주 국적의 할리우드 스타 니콜 키드먼 부부는 호주 산불로 피해를 본 모든 이들을 위해 응원과 염려, 기도를 전한다며 50만 달러(약 5억 8000만원)를 기부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응원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도 환경보호재단을 통해 300만 달러(약 34억7000만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전남 구례 토지면에 가면 중요민속자료 8호로 지정된 고택 운조루가 있다. 1776년(영조 51년)에 삼수부사를 지낸 유이주(柳爾胄)가 세운 저택이다.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행랑채에 있는 큰 원통형 쌀 뒤주 때문이다. 쌀이 나오는 뒤주 아래쪽 입구에 타인능해(他人能解)라고 씌어 있다. 누구나 문을 열 수 있다는 의미로 배고픈 사람은 쌀을 가져가라고 배려한 것이다. 이곳 주인들은 매년 수확되는 200여 석의 쌀 가운데 30여 석을 이 뒤주를 통해 나눔을 실천해왔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란 속에서도 운조루가 오롯이 원형 그대로 유지되어 온 것은 유씨 가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 덕분이었다. 연말 연초를 맞아 폐지와 고물을 모아 판 돈으로 기부행렬에 동참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스토리가 소개됐다.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선뜻 내놓는 손길에서 진한 감동이 전해졌다. 기부와 나눔은 진정성이 있을 때 그 빛을 발한다.
지난 주말 뉴스의 초점은 민선 첫 전북체육회장 당선자 정강선씨가 화제였다. 그가 지역사회에선 거의 무명에 가까울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던 터라 깜짝 당선 에 크게 놀라는 눈치였다. 하지만 2000년 초부터 출판디자인 업계에서는 꽤 알려진 인물이었다. 서울까지 사업을 확장해 성공한 사업가로 통했다. 체육부 신문기자 출신이지만 당시에는 체육과 관련해서는 어떤 인연도 찾기 어려웠다. 한참 뒤 들리는 얘기로는 체전 등 전국대회 참가 전북대표단에 격려금을 빼놓지 않고 보낸다는 게 고작이다. 그랬던 그가 작년 하반기 돌연 민선 체육회장 선거 출마설이 나돌았다. 체육회 임원 등 경력이 없어 체육인들조차 갸우뚱거렸다. 마찬가지로 지인들도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대학에서 체육전공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받고 체육부기자 경력을 감안하더라도 무모한 도전이라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그래서인지 선거 초반 입지자 8명중 하위권으로 분류된 건 물론이다. 명함 돌리며 인지도를 높이려는 속셈이라고 출사표를 폄훼할 뿐 아니라 후보등록 시점에 사퇴할 거란 관측이 우세했다. 한데 얼마 지나지 않아 사퇴는커녕 완주(完走)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설마 당선권에 근접하리라곤 엄두조차 못냈다. 그런데 한술 더 떠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선두를 위협한다는 얘기마저 흘러 나왔다. 쉽게 믿기지 않아 주변 체육인들에게 넌지시 판세를 탐문해봤다. 이구동성으로 유력후보 당선은 떼논 당상 이라 대세를 뒤집지는 못할 거란 평가속에 2위와 표차가 어느 정도냐에 관심이 쏠려 있었다. 투표 하루 전 일이다. 선거 당일 투표장 분위기도 유력후보 당선은 기정사실화돼 있었다. 유력후보 주위엔 체육계 유명 인사들이 몰려 눈도장을 찍고 있었던 데 반해 다른 후보들은 몇몇 지인들만 모여 대조적이었다. 그런 가운데 정 당선자는 다른 후보와 달리 투표하는 대의원들에게 일일이 깍듯하게 인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투표가 끝나고 개표가 진행되면서 일순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그 순간에도 누구 한 사람 투표결과를 의심하지 않았다. 드디어 개표결과가 발표됐다. 오후 5시 44분께 선관위원장이 기호 2번 정강선 후보 129표 를 말하자 장내는 술렁거렸다. 조직과 명성보다는 체육에 대한 개인 열정과 비전을 제시한 진정성이 빛을 발한 것이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낡고 잘못된 관행을 뜯어 고치라는 체육인들의 표심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김영곤 논설위원
예전 같으면 소한과 대한 절기가 들어있는 요즘 무렵이 일년중 가장 추운 날씨였다. 천지가 꽁꽁 얼어 붙고, 처마밑에는 고드름이 즐비했으며, 문고리를 잡으면 손이 쩍쩍 들어붙을 정도였다. 혹한(酷寒)이 몰아쳐야 할 1월 초순인데도 강물은 얼지 않고, 눈(雪)도 전혀 오지 않는다. 소한 다음날인 지난주 7일에는 전국에 눈 대신 적지 않은 겨울비가 내렸다. 한겨울인데도 지난 7일 제주의 낮 최고기온이 23.6도 까지 올라 192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1월 기온을 기록했다. 도내 고창도 이날 낮 가온이 최고 17.8도 까지 올랐다. 세계적 겨울축제로 자리잡은 산천어축제로 유명해진 강원도 화천군은 당초 지난 4일 축제를 개막할 예정이었으나 얼음이 얼지 않아 11일로 연기한데 이어 또 다시 27일로 미루었다. 도내 경우도 1월초 시작한 남원 바래봉 눈꽃 ㅤㅊㅜㅈ제가 비로 인해 잠시 운영을 중지하기도 했으며, 무주 남대천 얼음축제는 행사를 치를 만큼 충분한 얼음이 얼지 않아 축제를 취소했다. 이번 겨울들어 전주에는 눈도 한번 오지 않았다. 12월 평균 적설량은 13.4㎝에 달하지만 올 겨울에는 한 차례 진눈깨비만 흩날렸을 뿐 적설량은 전혀 없다. 한반도 전체가 이처럼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있는 원인으로는 겨울 날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베리아 고기압 세력이 올해 특히 약한데다, 고도 5㎞ 이상 대기 상공에 위치해 북극과 한반도 사이를 가로지르며 일종의 에어 커튼 역할을 하는 제트기류가 동서로 강하게 형성되어 있어 북극 찬 공기가 내려오는 것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 답지 않은 겨울은 비단 우리나라 만의 현상이 아니다. 노르웨이러시아등 유럽과 북미에서도 우리와 비슷하게 이상고온 현상을 겪고 있다. 반면 호주는 기록적인 혹서(酷暑)와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겨울 시작한 산불이 남한 전역의 절반 이상 면적을 태우고 해를 넘겼지만 꺼질 기미가 없이 호주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다. 24명이 숨지고 야생동물 5억 마리가 죽는 재앙이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산불 원인으로 호주를 둘러싸고 있는 인도양 서쪽과 동쪽 바다의 온도가 서로 다른 양극화 현상이 호주 전역을 건조하게 만들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과학자들은 전세계적인 이같은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지구 온난화를 꼽고 있다. 인간에 엄청난 고통을 가져다 주고, 끝내는 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기후변화가 이미 터닝 포인트를 지났을 수도 있다는 일부 학자들의 경고도 있다. 이대로라면 몇 년뒤 한반도에서 겨울이 사라질지도 모를 일이다. 청소년들까지 나서 기후위기 대책을 요구하는 외침을 깊이 새겨야 할 시점이다.
군산과 정읍 고창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민주당이 우세해 보인다. 민주당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여파가 그대로 남아서 약발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선거는 의미가 다양하다. 선거에서 이긴 쪽이 지방권력을 장악하고 대선판도까지 가늠해 볼 수 있는 풍향계 역할을 한다. DJ,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으로 연결되는 진보쪽은 이번 총선에 정권의 명운을 걸다시피 총력을 다한다. 권력을 잡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 그 권력의 위력이 어떠한가를 알기 때문에 청와대 출신 70여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아직도 농경문화에 젖어 있는 도민들은 말로만 변화와 혁신을 이야기하지 실제는 다르다. 청년층은 진보적인 색채가 강하지만 중장년층은 보수적이다. 이 같은 성향은 조선 선조 때 정여립난을 겪으면서 이 지역 엘리트 1000여 명 이상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고 동학혁명을 겪으면서 수십만의 민초들이 귀중한 목숨을 잃었기 때문에 강한 저항의식을 가지면서도 쉽게 자기 속내를 들어내지 않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한번 옳다고 여기면 누가 뭐라고 할 것 없이 함께 들불처럼 동시에 타오르는 성향이 있다. 지난 대선 때 문재인 정권을 탄생시킨 도민들은 다음에도 정권을 창출해야 한다는 생각때문에 민주당 지지가 높다. 민주당 당내 경선이 그래서 본선처럼 치열하게 치러질 수밖에 없다. 전북에서 유일하게 여성 예비후보로 등록한 전주 갑 김금옥 전 청와대비서관과 광주 서구을 양향자 전최고위원을 전략공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 이유는 민주당이 전주 3개 선거구에서 현역이 한명도 없어 여성 몫으로 전략공천하는 게 승산을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김 전비서관은 학생운동과 여성운동을 통해 여권신장에 앞장서 왔고 참신성이 시대정신과 크게 부합되기 때문이라는 것.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전북의 권력지도가 바뀔 수 있다. 전주가 대표적이다. 어느 당에서 3석을 차지하느냐에 따라 향후 시장과 지방의원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총선과 지방선거는 성격이 다르지만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쥐고 있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지금 정치적인 꿈을 갖는 사람들이 대거 국회의원 예비후보들을 직간접으로 돕고 있다.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어야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공천을 받는 데 유리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안철수 녹색돌풍으로 지난 20대 총선 때 국민의당이 7석을 확보해서 전북의 맹주가 되었지만 지금은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무소속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야권단일화를 통해 민주당과 1대 1 대결구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낙관할 수 없다. 민주당 예비후보들이 경선을 거쳐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을 하면 문재인 대통령과 당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높아 승산이 있다. 각 예비후보들이 출판기념회나 여론조사를 통해 세 불리기에 나서지만 설이 지나야 민심의 향배가 정해질 것 같다. 지금 너나 할 것 없이 자체여론조사한 것을 유포하지만 값싼 여론조사가 많아 신뢰도가 떨어진다. 과학으로 포장된 여론조사가 아전인수식 해석밖에 안 되고 있다.
이상문학상은 소설가 이상의 문학과 작가 정신을 기려 문학사상사가 제정한 상이다. 1977년부터 시행됐으니 올해로 44년, 역사도 짧지 않다. 그사이 적지 않은 문학상이 제정되었으나 이상문학상은 동인문학상 황순원문학상과 함께 우리나라의 3대 문학상으로 꼽힐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는다. 전년도 1월부터 12월까지 발표된 중편과 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하는 이상문학상 수상작품과 최종심에 오른 작품들은 이듬해 1월 수상 작품집으로 묶여 출간되는데 문학 지망생들의 필독서가 된 것은 물론이고 일반 독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아 베스트셀러 대열에 놓인 지 오래다. 1회 수상자 김승옥부터 이청준 오정희 유재용 박완서 최인호 서영은 한승원 최일남 이문열 양귀자 윤후명 윤대녕 은희경 신경숙 김훈 한강 김영하 등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소설가들이 이상문학상을 거쳤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나 돌이켜보면 문학상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작품과 작가를 가려 대중들에게 알리는 통로였으니 비로소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던 문학상은 작가들에게 각별한 대상이었다. 올해도 문학사상자는 이상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했다. 알려지기로는 대상 수상자 1명과 다섯 명의 우수상 수상자들이다. 지난해 발표된 수많은 작품 중 선정된 수상작이니 주목받는 작가들의 작품일터다. 그런데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자는 예정되어 있던 날짜에 공식 발표되지 못했다. 우수상으로 선정된 작가들 중 세 명이 수상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것은 수상자들이 동의해야 하는 저작권 양도 조항이다. 이 조항은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 동안 출판사 측에 양도하도록 되어 있다. 작가 자신의 단편집에 싣더라도 표제작으로는 쓸 수 없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니 이상한 계약이 아닐 수 없다. 많지 않은 상금 대신 저작권을 3년 동안 묶어두는 출판사측의 조건에 반기를 든 작가들과 문학인들은 이 조항이 작가의 권리와 노고를 존중하지 않는 일종의 노예계약이라고 지적한다. 사실 이상문학상의 수상작 저작권 양도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으로 1987년 수상자가 된 이문열은 이 조항을 보고 상을 받고 싶지 않았지만 문학상의 전통을 깨트릴 수 없어 받아들였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에는 한국문예저작권협회가 이 출판사를 상대로 작가의 저작권을 부당하게 침해했다는 소송을 제기, 제작, 배포금지 판결을 얻어 내기도 했다. 낡은 관행을 아직도 벗지 못하는 출판사의 얍삽한 행태가 가져온 이 상황이 안타깝다.
한국의 조선업 수주량이 2년 연속 세계 1위를 달성하면서 다시 호황기를 맞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가별 선박 수주실적 집계 결과, 한국이 세계 선박 발주량 2529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 중 37.3%인 943만CGT를 수주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우리와 선두 경쟁을 벌였던 중국은 855만CGT로 2위로 밀려났고 3위는 일본(328만CGT), 4위는 이탈리아(114만CGT)가 각각 차지했다. 한국은 2018년에도 세계 선박 발주량의 42%인 1090만CGT, 237척을 수주해 중국(874만CGT)을 제치고 7년 만에 세계 1위를 탈환했다. 한국은 지난해 대형 LNG운반선 발주물량 51척 중 48척을 싹쓸이했고 초대형 유조선 31척 중 18척, 초대형 컨테이너선 36척 중 22척을 수주하면서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우위를 점했다. 올해도 국내 조선업은 장밋빛이다. 글로벌 선박 발주물량 증가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통한 수주 경쟁력 제고 등으로 국내 조선업 수주물량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수주 목표치를 159억 달러로 지난해 달성액 122억 달러보다 30% 높게 설정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지난해 달성액보다 20% 정도 늘려 목표치를 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조선업이 활황을 띠면서 조선소가 밀집한 울산 동구의 조선업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2018년 4만6915명에서 지난해 11월 4만8077명으로 1162명이 증가했다. 울산지역 아파트매매가격지수도 지난해 3분기에 30개월만에 상승세로 반전했고 개별공시지가도 오르고 주택재개발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재가동을 약속했던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는 2년 7개월째 도크는 텅 비었고 골리앗크레인은 멈춰 서 있다. 전북도와 군산시가 수없이 재가동을 촉구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지난 연말에야 재가동을 위해 함께 노력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다. 대통령과 총리까지 나서서 군산조선소 재가동을 약속했지만 현대중공업 측은 아직 요지부동이다. 군산의 조선산업 생태계가 무너짐에 따라 협력업체들은 정부의 조선기자재 업종전환 지원사업을 통해 실낱같은 기대를 걸고 있다. 다시 호황을 누리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전북도민의 염원을 져버리지 말고 하루속히 군산의 눈물을 닦아줘야 마땅하다.
지난 연말 전북도청 2급 정무특보에 40대 초반 이중선씨 발탁을 둘러싸고 뒷얘기가 무성했다. 지역출신으로 계속 활동했음에도 크게 알려지지 않은 데다 파격인사라고 할 만큼 중책을 맡아 관심을 모았다. 노사모 초기 멤버로 전주시 6급에서 청와대를 거쳐 2년여 만에 도청 2급으로 수직상승한 배경에 대해서도 궁금했다. 물론 여야를 넘나드는 유대관계를 갖춘 적임자라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그렇다고 정무분야 오랜 전문가가 아니기에 썩 믿기지 않았다. 바로 위 정무부지사 역할과 크게 다르지 않아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인지 2018년 7월 특보신설 당시에도 선거공신 보은(報恩)차원의 위인설관(爲人設官)논란이 일었다. 이 같은 자리 논란은 정무특보에 이어 작년 11월에도 불거졌다. 역시 40대 송창대 대도약정책보좌관이 3급 자리에 전격 임명되면서다. 그는 손꼽히는 송 지사의 핵심측근이다. 우선 낯선 직함부터 헷갈린다. 기획조정실 산하 대도약기획단과 뉘앙스만 같지 업무는 별개다. 이 자리 또한 정무특보와 함께 휘하 공조직도 직원도 거의 없는 개방형직이다. 이 때문인지 송 보좌관도 비서실장, 대외협력국장 업무와 부딪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어떤 일을 할지 고민 이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알려진 대로 두 사람의 발탁과정은, 이 특보는 정무부지사출신 청와대 행정관선배가 추천한 걸로 전해졌으며, 송 보좌관도 그간 청와대와 도청 국장급을 놓고 의견만 분분했는데 국장급으로 교통정리 되면서 청와대행도 머지 않았다는 소문이다. 이처럼 세 사람이 공교롭게 청와대 행정관자리를 연결고리로 일자리 품앗이 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비껴갈 수 없다. 일단 40대 젊은 피 등장만으로 공직사회는 술렁인다. 더구나 2, 3급은 선망의 자리다. 그 때문인지 호사가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혹시 경력관리 코스를 밟는 것 아니냐 는 나름 촉이 발동한 것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앞에 언급한 청와대 행정관선배가 정무부지사에 임명된 지 불과 7개월 만에 총선 출사표를 던지며 스펙쌓기 논란에 휩싸인 적이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공직자 사퇴시한인 오는 16일까지 입지자들의 줄사퇴가 예상된다. 청와대출신 총선 후보만 60명이 넘는다고 한다. 청와대와 국회, 정부부처까지 인적 개편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총선 전후 정치적 전환기에 이들 쌍두마차의 보이지 않는 역할이 기대되는 까닭이다. 더불어 송 지사의 용병술도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전주 모주는 전주를 대표하는 음식인 콩나물국밥과 곁들여 마시면 제격이다. 전날 과음하였을 때는 속풀이로 마시는 해장술이었다. 전주 모주는 예전에는 청주를 걸러내고 난 술지게미에 한약재 등을 넣고 끓여 만들었다. 하지만 그같은 절차가 번거롭자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막걸리에 생강, 대추, 감초, 인삼, 계피, 칡 등 한약재와 흑설탕을 넣어 만들었다. 3시간 정도 은은한 불로 끓이면 걸쭉한 갈색의 모주가 얻어진다. 넣는 재료에 따라 각 음식점 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맛이나 향기는 비슷하다. 향기가 좋고, 단맛이 나 술을 잘 마시지 못하는 여성들도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6% 정도인 막걸리의 알코올 성분이 섭씨 78도면 대부분 증발해 모주에는 알코올 성분이 1∽2%정도 밖에 남지 않기 때문이다. 모주(母酒)라는 이름이 붙은데에는 몇 가지 설(說)이 있다. 조선조 광해군때 인목대비의 모친인 노씨(盧氏)부인이 제주도에 귀양가서 빚었던 술인 대비모주(大妃母酒)가 모주로 굳어졌다는 설이 있고, 예전 어느 고을에 술을 많이 마시는 아들의 건강을 염려한 어머니가 막걸리에 갖은 약재를 넣고 끓여서 아들에게 주어 모주가 되었다는 설 등이 있다. 애주가들의 사랑을 받은 전주 모주는 제조법이 업소마다 약간씩 다른데다 보관 기간도 짧아 산업화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지난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의 향토산업육성사업 지원 대상에 전주 모주가 선정되면서 한국식품개발원과 공동으로 본격적인 제품 개발과 제조법 표준화에 착수해 이같은 고민이 해결됐다. 맛과 향, 색깔 등을 기존의 모주와 비슷하게 했으며, 자동화 시스템으로 생산해 제품 신뢰도를 높여 대량생산 산업화의 길을 찾은 것이다. 여기에 지난 2018년 전주 모주가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에 등록되면서 전주 이외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독자적 재산권을 인정받게 됐다. 이후 전주 모주는 한옥마을등 전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유명 관광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부터 모주의 영양학적 가치 연구를 수행해온 전북 보건환경연구원이 엊그제 모주에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노화방지와 항암 항염증 항산화 작용 등을 돕는다고 알려진 폴리페놀과 플라보노이드, 그리고 미백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코지신, 뇌의 신경전달 물질 중 하나로서 생리기능이 있는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등의 성분이 함유돼 있는 것을 확인 발표해 전주 모주가 다시 한번 주목을 받게 됐다. 2010년대 초 항암효과등 기능성에 힘입어 상당한 인기를 누리던 막걸리가 와인맥주등 타 주류의 공세로 주춤해진 상황에서 모주를 앞세워 다시 인기를 되찾기를 기대한다.
해가 바뀌면 삶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먹고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사람이 많다. 진보다 보수다 하면서 갈수록 이념논쟁이 치열해 걱정스럽다. 네편이 아니면 무작정 적으로 간주하는 험악한 세상이 만들어졌다. 마치 얼굴에 바코더를 찍고 다닌 것처럼 피아구분이 될 정도다. 머리가 좋은 식자층은 상황논리에 따라 자기변신을 잘 하지만 민초들은 그런 짓도 못한다. 선거 때마다 이긴쪽으로 붙어서 뒷돈 댄 사람들만 잘 먹고 잘 산다. 전북은 피 같은 돈이 서울로 계속해서 빠져 나가면서 더 경제가 어려워졌다. 보험 금융 유통 등을 통해 연간 헤아리기 조차 힘들 정도의 큰 돈이 역외로 유출된다. 돈맥경화 현상이 심화됐다. 피 흐름이 원활치 못해 지역이 활력이 떨어져 시래기처럼 말라간다. 각 자치단체들이 청년인구 유출을 막으려고 몸부림 치지만 백약이 무효다. 안심하고 다닐 일자리가 없다. 누가 부모 형제 떠나 타관 땅에서 살려고 하겠는가. 이런 상황이 만들어졌지만 정치권은 노력한다는 말만 할뿐 개선을 못한다. 후보자 면면이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희망을 걸 수도 없다. 자신을 뽑아주면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자신감을 내비치지만 그 속내는 빈수레 같다. 도민들이 지역주의 프레임에 갇혀 옴짝달싹 못한다. 서서히 지역주의 선거를 또 할 수 밖에 없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대선 때 얻은 지지율 보다 더 높은 70% 가까이 나온 게 이를 반증한다. 지금 민주당 진입장벽이 너무 높게 쳐져 인재들이 못들어간다. 웬만한 인물은 당원 확보를 못해 끼어들 공간이 없다. 오랫동안 자기들끼리 성을 높게 쌓아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조직체가 만들어졌다. 능력이 출중해도 전북에서는 진입하기가 쉽지 않아 정치하기가 어렵다. 집권당이 됐다고 우쭐대고 자만하면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었다. 이름도 없었던 졸부들이 에워싸면서 유지인양 호가호위한다. 자기 편 아니면 국물도 없다는 식이다. 알게 모르게 자기편끼리만 짝짜꿍해 먹어 치우는 바람에 썩어 문드러지고 있다. 선거로 권력을 잡은 사람들이 승자독식주의라는 미명하에 끼리끼리 다 해먹어 지역사회가 건강성을 잃어간다. 집행부 독주를 견제해야 할 지방의회도 한통속이어서 믿을 게 없다. 뭣이 정의인지 구분이 안된다. 숫자만 많으면 정의라고 우긴다.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민주당이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그들만의 성을 쌓은 게 잘못이다. 확보된 당원이 많아 몇사람이 거대한 전북을 요리하며 권력을 휘두른다. 문재인 대통령의 집권이 전북발전의 기회였지만 그것을 못 살리고 있다. 매너리즘에 빠진 관료출신들의 무능함이 크다. 무작정 인기영합주의에 빠지거나 정치력이 없는 자치단체장들이 제왕적 권한만 누리기 때문이다. 선거 때 도와준 사람들이 불나비마냥 권력자 주변에 빌붙어서 공생관계를 형성한 게 악의 씨앗이다. 10년전이나 20년 전이나 그 때 그 사람들이 전북에서 유지랍시고 행세한다. 가관이다.
올림픽처럼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무대는 아니었으나 새로운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개막식으로 주목을 모았던 국제행사가 있다. 2010년 가을, 서울에서 열렸던 유네스코 세계문화예술교육대회다. 행사 조직위원장은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1988 서울 올림픽 개폐회식으로 문화의 창조력과 가능성을 확인시켜주었던 그의 아이디어는 이 행사에서도 여지없이 발휘됐다.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신명난 가락에 흩날리기 시작한 벚꽃이 다시 그 소리를 타고 흩어져 객석으로 날아들었던 개막식. 소리의 신명과 첨단 디지털과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환상적인 풍경은 객석을 압도했다. 서울 무지개란 주제의 개막식 공연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과 4D기술이 접목된 세계 최초의 4D 디지로그 아트공연이었다. 용어도 생소했던 디지로그 아트 공연은 당시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것이어서 실제 퍼포먼스를 위해 딱 하루 연습했다는 후문이 있다. 행사의 백미는 또 있었다. 코엑스 본회의장에 내걸렸던 2010장의 면 티셔츠 퍼레이드다. 배너 문화에 익숙한 우리에게 티셔츠 물결은 생각을 뒤집는 또 하나의 창조였다. 티셔츠 네트워크라 이름 붙인 이 퍼포먼스 역시 이 위원장의 아이디어였는데, 그 취지와 배경을 인터뷰로 들은 적이 있다. 아이디어의 뿌리는 2002년 월드컵 때 대한민국을 물들였던 붉은 악마의 붉은색 티셔츠. 1천만 명의 가슴과 가슴으로 이어졌던 티셔츠 파워를 주목했던 이 위원장은 이 파워를 다시 문화적으로 해석해 티셔츠 네트워크를 만들어냈다. 덧붙인 설명이 있다. 사람들은 인터넷으로만 네트워크를 맺을 뿐 생명을 가진 몸의 네트워크에 대해서는 소홀합니다. 티셔츠 네트워크는 아날로그의 새로운 반역이자 반동의 표현이에요. 티셔츠 네트워크의 기발한 창조성은 퍼포먼스로만 끝나지 않았다. 2010장의 티셔츠는 기념품으로 판매되고, 그 수익 전액은 아이티 난민에게 보내졌다. 연말, 문화부가 문화도시를 선정해 발표했다. 선정된 도시들이 내세운 주제를 보니 거개가 지역의 전통적 환경과 정체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티셔츠 네트워크를 떠올린 것은 그 때문이다. 인터넷 힘이 대단하다해도 창조적인 문화의 힘을 넘어 설 수 없다는 이 위원장의 말을 빌리자면 이들 문화도시들이야말로 주민들의 창조적 재능을 끌어내는 일이 필요할 것 같다. 우리 지역에서는 완주가 문화도시 지정 전에 거쳐야 하는 예비도시로 선정되었다.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문화도시로 가는 완주가 창조적 힘을 더했으면 좋겠다.
지난해 12월 국제 정치무대에서 핀란드의 산나 마린 신임 여성 총리가 큰 주목을 받았다. 핀란드의 역대 최연소 총리이자 세계 현역 지도자 중 최연소로 연일 화제를 낳았다. 1985년생, 만 34세에 총리에 오는 그녀는 첫 내각 인선도 파격이었다. 장관 19명 중 12명을 여성으로 임명했고 경제부 교육부 내무부 등 주요 부처에는 30대 장관을 앉혔다. 마린 총리는 어린 시절 부모가 이혼한 뒤 엄마가 동성과 결혼하면서 엄마가 둘인 가정에서 자랐다. 가정 형편상 15살 때부터 빵 공장에서 일했고 대학을 다니면서도 영업사원으로 뛰었다. 27살 때 시의원에 당선되면서 정치에 입문했고 지난해 6월부터 교통부 장관을 맡았다. 신세대답게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면서 핀란드의 정치 스타로 떠올랐다. 지난 2017년 10월 뉴질랜드의 최연소 총리에 취임한 저신다 아던(39)도 워킹맘 정치인으로 화제를 뿌렸다. 취임 8개월 만에 6주간 출산휴가를 가고 지난해 9월 유엔회의장에 생후 3개월 된 딸을 안고 참석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세계 정치무대에서 30대가 뉴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 마린 총리와 아던 총리를 비롯해 알렉세이 곤차룩 우크라이나 총리(35) 카를로스 알바라도 코스타리카 대통령(39)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38) 오스트리아 총리 재선을 앞 둔 제바스티안 쿠르츠 국민당 대표(35) 등이 새로운 정치 리더로 부상했다. 기성 정치권의 정체와 폐단에 대한 염증이 새로운 정치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뉴 리더들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터그램 등 소셜미디어 등을 활용해 유권자와 소통하고 탈권위적인 행보로 국민들과 공감하면서 지지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유스퀘이크(youthquake)로 대변한다. 젊음(youth)과 지진(earthquake)의 합성어로 젊은이들의 행동과 영향력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의미한다. 우리 국회의원 300명 중 20~30대는 단 3명으로 1%에 불과하다. 평균 나이는 만 55.5세다. 20~30대가 전체 인구의 27%를 넘지만 정치권의 진입 장벽은 너무 높은 게 현실이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젊은 층 끌어안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이 40살 여성 장애인과 27살 청년을 영입 12호로 발표했다. 정치 리더십의 새로운 변혁을 위해선 정치권이 젊은 층에게 문을 더 활짝 열어야 한다.
기해(己亥)년 마지막 날을 맞았다. 우리 선조들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을 제일(除日)이라 했으며, 섣달 그믐날 밤을 제야(除夜) 또는 제석(除夕)이라 했다. 제(除)는 옛 것을 없애고, 새 것을 내는 것을 의미했다. 이날이면 집 안팎을 깨끗이 청소했다. 가는 해를 먼지 털 듯이 털어내고 묵은 것을 다 쓸어버려야 액(厄)이 모두 물러나고 새해에는 복이 깃든다고 믿었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제야의 풍습은 세계 각 나라 마다 특색을 갖고 있다. 서양에서는 대도시 마다 불꽃놀이등 요란한 행사를 벌인다. 그 중에서도 마국 뉴욕의 타임스퀘어 광장 제야행사가 특히 유명하다. 11시59분 카운트다운과 동시에 대형 크리스탈 공인 제야의 공(New Years Eve Ball)이 옥상에서 낙하함과 동시에 형형색색 불꽃이 하늘을 수놓고 엄청난 색종이가 휘날리면서 절정을 이룬다. 화려하고 요란스러운 서양의 제야행사와 달리 동양의 행사는 비교적 차분하다. 우리도 과거 사찰에서는 중생의 백팔번뇌를 없애기 위해 108번 타종했다고 한다. 이 풍습을 이어받아 서울 보신각을 비롯 전주 풍남문 등 전국 곳곳에서 그믐날 자정에 33번의 타종으로 새해 첫날이 왔음을 알린다. 33번의 타종은 불교의 수호신 제석천이 이끄는 하늘의 삼십삼천(天)에게 나라의 태평과 국민의 평안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있다. . 이제 기해년도 저물어 간다. 어느 한해 다사다난하지 않은 해가 있을까마는 특히 2019년은 어쩌면 우리가 앞으로 두고두고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 한 해가 될 것 같다. 언제 올해 만큼 혼동의 시기가 있었던가 싶을 정도로 정치 사회등 모든 분야에서 온 나라가 대립과 갈등으로 소란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동안 매년 한국 사회의 변화 궤적을 비교적 적확하게 짚어온 교수신문이 선정한 사자성어가 올해처럼 가슴속에 와닿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교수들이 추천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이다. 공명조는 불교 경전에 나오는 상상 속의 새로 몸 하나에 머리가 둘인 새인데, 두 머리가 서로 질투를 하면서 상대를 죽이려고 독이 든 열매를 먹이지만 함께 죽는다는 얘기다. 상대를 죽이고 나만 살고자 한다면 결국 공멸하게 되는 공동 운명체라는 의미다. 조국 사태로 표출된 정치 이념의 양극화는 해가 바뀌어도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내년 4월 총선을 맞아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극단으로 갈린 진영논리가 언제까지 사회적 합의와 국민통합을 저해하며 민주주의를 위협할지 모를 일이다. 뚜렷한 해법이 보이지 않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정치권과 미디어 그리고 유권자들 개개인의 자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국회의원이 막강한 행정부를 견제하려면 도덕성을 확보하면서 박학다식해야 한다. 국회의원은 주임무가 입법활동이어서 시대정신과 인권신장 그리고 서민들이 겪는 고충이 뭣인지를 잘 헤아려야 한다. 예전처럼 3김 아날로그 시대에는 학식이 떨어져도 돈과 정치적 수완만 있으면 국회의원을 해먹었지만 지금은 디지털 전문가시대라서 전문성이 떨어지면 의정활동 하기가 버겁다. 잘 훈련되고 학식이 풍부한 행정부 관리들을 상대로 부처업무를 따져보기가 쉽지 않다. 주로 국회의원들은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의정활동을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의 역량을 해당 부처에서 더 훤히 꿰뚫고 있다. 의정활동의 하이라이트인 국정감사 때 부처 관련공무원들이 긴장하지만 어떤 의원은 자료요구만 잔뜩 해놓고 정작 감사 때는 질의도 안하고 넘어간다. 평소 송곳질문으로 문제점을 잘 파악한 의원이 국정감사장에 나타나면 장관부터 긴장하며 답변하느라 진땀을 뺀다. 이처럼 전문성이 있고 대안까지 제시하는 의원 한테는 부처에서 실력있는 의원으로 인정해 그 영향력도 막강하다. 그런 의원이 지역구 관련예산을 세워달라고 요구하면 문제될 게 없다. 하지만 목소리만 크고 허세만 부리는 의원이 예산을 요구하면 액수도 줄고 나중에 기재부에 가서 깎일 수도 있다. 세워준 예산안을 제대로 관리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쎈 의원은 바쁜 일정 때문에 지역구에 내려올 시간이 빠듯하지만 국가예산은 잘 확보한다. 주로 국회에서 큰 일을 하기 때문에 지역구에 내려와 한가롭게 사람 만날 시간이 없다. 반대로 중앙정치무대에서 영향력이 미미한 의원은 시간이 남아 돌아 지역구 관리 한답시고 지역에서 거의 산다. 이 같은 의원은 지역에 내려와 지방의원들 줄세워서 골목대장 하기 바쁘다. 국회의원 한테는 짬밥인 선수(選數)가 중요하지만 초선이라고해서 결코 물당번만 하는 게 아니다. 잘나고 똑똑하면 군계일학처럼 존재감이 드러난다. 통상 3선 정도 하고 나면 그 사람의 앞날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여야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대권까지 넘볼 수 있는 큰 인물인가 아니면 의장단이나 상임위원장 정도에서 끝날 사람인가를 알 수 있다. 먼저 여권대권주자가 되려면 당내기반을 바탕으로 한번 정도 장관을 하면서 전국적인 지명도를 높여야 한다. 그래야 국무위원으로 국정전반을 살피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나갈 수가 있다. 내년 총선 때 현역이나 입지자들 가운데 누굴 뽑아야 전북에 도움이 될지도 고려대상이다. 도내서는 정당지지도가 민주당이 45%대로 가장 앞서고 다음으로 정의당이 10%대다. 나머지는 개긴도긴으로 존재감이 없다. 정동영 4선 유성엽 조배숙 이춘석이 3선 중진이라서 이제는 냉정하게 정치적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정치는 생물이라 예측이 어렵지만 이 사람들이 대권으로 가지 않는다면 한번 더 하는 게 본인 호구지책용 밖에 안돼 큰 의미가 없다. 차라리 그럴바에는 신예를 뽑아 키우는 게 낫다.
지난해 우연히 보게 된 유튜브 영상이 있다. 다운증후군 아이들과 엄마 50쌍이 함께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다. 평범한 50명의 엄마, 단지 한 개의 염색체가 더 있는 평범한 50명 아이로 소개된 이 영상은 미국의 다운증후군 아이를 가진 부모들의 모임 designer gene이 3월 21일 세계 다운증후군의 날을 알리고 관심을 높이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미국의 팝가수 크리스티나 페리가 부르는 A Thousand Years를 엄마와 아이가 수화와 립싱크로 따라 부르는 각각의 모습을 담았는데 엄마와 아이가 주고받는 따뜻한 눈길과 행복한 웃음이 더없이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노랫말 난 당신을 천년동안 사랑해왔으니 천년이 지나도 당신을 사랑할거예요 는 엄마와 가족이 아이에게 전하는 마음이겠으나 영상을 보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다운증후군은 염색체 이상으로 발달 장애나 심장질환, 청력 장애 등을 갖게 되는 질환이지만 증상은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사람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르니 다운증후군 환자 중 일반인처럼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겠다. 페루의 국회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내민 다운증후군 청년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올해 스물일곱 살 된 브라이언 러셀이 그다. 러셀은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났다. 의사는 아이가 걷지 못할 수도 있다고 진단했지만 러셀의 부모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걷고 뛰고 스스로 먹을 수 있도록 돌봤으며 읽고 쓰는 것을 가르쳐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사랑을 쏟고 지지했다. 기자가 되고 싶었던 러셀은 꿈을 이루기 위해 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지만 정치인이 되기로 길을 바꾸었다. 자신과 같은 사람들을 돕고 그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라며 나선 도전이다. 정치 도전의 이유를 편견을 깨고 싶었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을 깨끗하고 정직하고 투명하며 순수하고 순진한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정치부패가 심각한 페루 정치상황을 돌아본다면 뼈있는 메시지다. 러셀은 자신의 부정확한 발음을 바로 잡기 위해 펜이나 병마개를 입에 물고 발음 연습을 한단다. 일반인들보다 몇 배 더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을 거쳐야 하는 고단한 과정이 안겨져 있다. 사회적 편견에 맞서 싸우는 그의 도전이 더 빛나는 이유다. 돌아보면 사회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편견의 그늘은 여전히 짙다. 러셀의 당선 가능성을 알 수 없으나 그가 도전 이상의 결실을 얻었으면 좋겠다.
영국 옥스퍼드 사전이 2019년 올해의 단어로 기후 비상사태(climate emergency)를 선정했다. 옥스퍼드 사전 측은 기후 비상사태가 올해 가장 눈에 띄고 중요하게 토론된 용어 중 하나였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옥스퍼드 사전의 자체 데이터 분석 결과, 올해 기후 비상사태 단어 검색량이 100배가량 늘어났다. 실제 지난 4월 스코틀랜드를 시작으로 캐나다와 프랑스 호주 등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호주는 지난 19일 전국 평균 기온이 섭씨 41.9도로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주 동부 일부 지역에선 기온이 45도를 넘어서는 폭염이 계속되고 대형 산불이 확산됨에 따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청정 하늘을 자랑하는 세계적 관광도시 호주 시드니는 산불로 인해 대기 오염이 심각한 상태다. 반면 인도양 서쪽인 동아프리카는 계속되는 폭우와 홍수로 물난리 피해를 겪는 등 기상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이 같은 기상 재난은 인도양 동서 양단의 해수면 온도 차가 벌어지는 인도양 다이폴(Indian Ocean Dipole)현상 때문이라고 기상과학자들은 진단한다. 기상이변은 전 세계가 마찬가지다. 영국과 북유럽에선 겨울 폭염이 계속되고 알래스카에선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 나이아가라 폭포가 103년 만에 얼어붙고 사하라 사막에는 갑자기 눈이 내리는 등 세계 곳곳에서 기상이변이 빈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때아닌 가을 태풍이 잇따르면서 수확을 앞둔 벼와 과일 등 농작물이 큰 피해를 입었다. 유엔 세계기상기구(WMO)는 지난해 기상이변으로 6200만 명이 피해를 보았다고 밝혔다. 홍수 피해가 3500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가뭄 피해가 900만 명에 달했다. 올 상반기에만 기상재해로 700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연말까지 220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국제난민감시센터가 예측했다. 세계경제포럼(WEE)은 가장 위협적인 리스크로 극심한 기상 이변을 꼽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2030년까지 기상 이변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3000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지난 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지구 온난화 방지를 위한 탄소 배출 감축 등 주요 안건에 대해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폐막했다. 미국과 중국 등 대규모 탄소 배출 국가들의 몽니 때문이었다.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멸종 위기 시그널을 절대 간과해선 안 된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이라면 대부분 전역후 몇년 아니 평생 자신의 군번(軍番)을 기억한다. 그도 그럴것이 2~3년여의 복무기간 동안 자신의 또 다른 이름이나 마찬가지로 주야장천 외운 번호라서 잊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군번의 자릿수는 장교, 부사관, 사병 등 신분 및 각 군(軍)에 따라 달라진다. 군번과 함께 본인 뜻과 관계없이 국가로 부터 부여받는 고유번호가 주민등록번호다. 주민등록제도는 1962년 주민등록법이 제정되면서 시행됐다. 당시 증명은 시도민증 형태였다. 1968년 북한 특수요원들의 청와대 인근 침투사건 이후 반공대책의 일환으로 주민등록법을 개정하면서 주민등록증이 발급되고 개인별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됐다. 주민번호는 처음에는 단순한 12자리였다. 그뒤 1975년부터 주민등록번호는 13자리로 바뀌었다. 앞 부분의 6자리는 생년월일을 나타내고, 뒷부분 7자리의 첫 번째 숫자는 성별을 나타낸다. 1과 3은 남자, 2와 4는 여자를 의미한다. 두 번째부터 다섯 번째 까지의 4자리는 출생 등록지의 고유번호로 지방자치단체 고유번호 2 자리와 읍면동 주민자치센터의 고유번호 2자리의 조합으로 구성된다. 나머지 2자리는 당일 주민자치센터에서 출생신고를 한 순서에 따른 일련번호와 검증번호가 쓰여진다. 주민등록번호는 개인을 식별하는 유일한 번호다. 주민번호만 알면 나이와 성별은 물론 출생지 등 개인정보 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한번 발급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변경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평생을 따라 다니게 된다.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는 우리나라만의 특징인 주민등록번호가 개인정보의 만능 키로써 기능하다 보니 개인정보가 유출되고, 이를 악용한 사고가 빈발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특히 2014년 금융기관에서 전례없는 수준의 주민등록번호 유출사고가 일어나면서 크게 사회문제화되기도 했다. 2018년에는 경기도 부천의 한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생 채용공고를 내면서 주민번호중 8~9번째 숫자가 48~66사이 해당되는 분은 채용않겠다는 내용을 발표해 공분을 산 일이 빚어지기도 했다. 48~66은 전북과 전남 출신임을 나타내는 번호로 특정지역에 대한 배제 수단으로 주민번호가 악용된 사례다. 주민등록번호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행정안전부가 내년 10월부터 새로운 주민등록번호 체계를 적용한다고 지난주 공식 발표했다. 주민등록번호 13자리중 생년월일과 성별 번호는 그대로 두고, 나머지 6자리는 무작위로 번호를 부여한다는 방식이다. 45년만의 주민등록번호 개편이 부작용등의 시행착오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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