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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을 의지한 후보들

17일부터 총선예비후보자 등록이 실시되면서 총선판이 만들어지고 있다. 현역 국회의원 10명은 너나 할 것 없이 의정활동을 잘 한줄 알고 다시 출마 준비를 서두른다. 후보 등록을 마치자 유권자들은 그 밥에 그 나물 마냥 참신함과 역량있는 후보가 안보인다며 실망하는 눈치다. 도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촛불로 탄핵시킨 경험을 갖고 있어선지 예전과 달리 정치권을 바라다보는 눈길이 매섭다. 지난 장미대선 때 민주당 문재인 후보한테 64.8%라는 기록적인 지지를 해준 탓에 현 정부에 대한 지지가 계속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검찰개혁을 외치는 서초동 촛불집회때도 도내에서 상당수 진보세력들이 참가할 정도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가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최근 자유한국당이 국가예산 국회 통과를 반대하는 등 계속해서 장외투쟁을 일삼은 것이 오히려 문대통령과 민주당 지지를 더 오르게 한다. 여기에 국회의장을 지낸 6선 출신 정세균 의원을 총리로 지명하자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지가 높다. 이처럼 민주당 한테 유리한 선거국면이 만들어졌지만 도내 민주당쪽 후보들을 보면 참신성이 떨어지고 경쟁력이 약해 보인다는 것. 이미 낙선한 후보들마저 다시 얼굴을 내밀어 식상함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렇다고 지난 4년간 절치부심한 흔적도 안보여 실망이 크다는 것. 이들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와 당 지지도에 엎혀 갈려는 것 밖에 안돼 일찍부터 자질을 의심받고 있다. 지난 총선때 안방을 내준 민주당은 야권한테 빼앗긴 8석을 되찾으려고 안간힘을 쏟지만 각 후보의 역량이 들쭉날쭉해 본선경쟁력을 의심받고 있다. 상당수 도민들은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워낙 높아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을 떼논 당상쯤으로 여겼다가는 큰코 다칠 수 있다면서 물갈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래야 본선에서 야권현역과 한판승부를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주 완산을은 정운천의원이 바른미래당을 탈당해서 무소속 출마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지난 선거때처럼 자신과 민주당 후보 민평당 박주현의원이 3파전으로 갈 경우 승산이 높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이 각 후보들을 예의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공천을 받았다고 무작정 유리할 것 같지는 않다. 야권현역의원은 민주당 당내경선 때 약한 후보가 공천 받도록 역선택 할 가능성이 높아 경선을 통과해도 안심할 수 없다. 설령 당내 경선을 통과해 본선에 올랐어도 깜냥이 안되면 가차없이 낙선시켜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촛불집회를 통해 정치개혁의 주체로 떠오른 젊은 유권자들이 썩어 문드러진 정치권을 그냥 놔두지 않을 태세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도내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가 높아 전반적인 선거 분위기가 민주당쪽으로 기운 것처럼 보이지만 최근 불거진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익산)의 울산시장 후보 매수 의혹이나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군산) 동생 부동산 취득 의혹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으면 역풍도 불 수 있다. 아직 선거는 멀었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2.22 16:24

아베 정권과 ‘편집증’

해군 측은 예작부 합계 150명 증가를 희망하고 있으며 육군은 병사 70명당 작부 1명이 필요하다. 일본의 중국 침략이 본격화되었던 1938년, 주중 일본영사관이 일본 본토의 외무성에게 보낸 기밀문서의 한 부분이다. 일본군이 위안부 모집에 직접 관여했음을 뒷받침하는 귀한(?) 증거다. 최근 교토 통신의 보도로 알려진 이 기밀 외교문서의 존재를 일본 정부가 결국 시인했다. 일본 공산당 소속 가미 도모코 참의원 의원실이 2017년과 2018년에 위안부 관련 문서를 입수한 내각관방 부장관보실은 그 경위와 행정문서 파일명 등을 밝히라는 내용의 질의서를 정부에 제출한데 따른 답변에서다. 아베 총리 이름으로 작성된 이 답변서는 위안부 관련 문서가 외무성과 국립 국회도서관이 종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자료로 내각관방에 제출한 문서라며 현재 내각관방에 보관돼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문서가 포함된 문건 이름이 종군 위안부 관련 조사14(2017년)와 종군 위안부 관련 조사15(2018년)라며 그 출처까지 덧붙여 명시해놓았으니 문서의 의미가 더 크다. 이쯤 되니 그동안 그 실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던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입장을 바꿀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궁금해진다. 지난 6일 보도를 통해 이 기밀문서의 존재를 세상에 알린 교도통신은 중국 주재 일본 영사관이 일본 외무성과 위안부 문제를 협의했었다는 사실을 주목한 듯하다. 보고서에 담긴 또 다른 내용이 있다. 일본군이 현지에 진출하면서 풍속업 종사 여성이 늘었다라든가 일본인 예기 101명 및 작부 110명, 조선인 작부 228명이라는 매우 구체적인 기록들이다. 여기에 작부와 특수부녀는 창기(매춘 여성)와 같다거나 추업(매춘)을 강요하다는 설명까지 덧붙여 있다니 이 문서의 역할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여기서 작부는 물론 위안부를 뜻한다. 우리나라의 청와대 비서실에 해당하는 내각관방은 1991년부터 각 부처에 남아있는 위안부 관련 공문서를 수집해 오고 있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수집된 관련 문서가 이것뿐이었을까 싶다. 자신들이 작성한 기록조차 철저히 숨기며 역사적 실체를 부정해온 아베 정권의 행태를 보니 편집증이 따로 없다. 하기야 1993년 일본군이 위안부 강제동원에 관여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죄했던 일본 정부의고노담화까지 재검증에 나섰던 형국이니 이런 행태가 특별히 새삼스러울 일도 없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12.19 17:32

동학농민 유족 수당

지난 12일 전주에서 열린 농정 틀 전환을 위한 보고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민족의 정신과 뿌리는 농어촌에 있다면서 전라북도에서 시작한 동학농민혁명은 농민 스스로 일어나 나라를 개혁하고자 했고 그 정신이 의병활동과 3.1독립운동으로 이어져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과 민주공화국의 근간이 되었다고 역설했다. 즉 농학농민혁명 정신이 항일 의병투쟁과 독립운동으로 계승되었고 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을 세우는 초석이 되었다는 대통령의 확언이다. 때마침 정읍시에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유족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조례를 제정하고 내년부터 월 10만 원씩 유족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읍시의 유족 수당 지급은 자치단체로서는 전국 최초이며 동학농민혁명 발상지로서 의미가 크다. 지급 대상은 정읍시에 주민 등록이 돼 있고 1년 이상 거주한 동학운동 참여자의 자녀손자녀증손 자녀로 현재 90여 명 정도다. 정읍시는 동학농민혁명 유족 발굴작업을 노무현 정부 때인 지난 2004년부터 시작해왔다. 당시 동학농민혁명 참여자 등의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됨에 따라 동학 유족 발굴에 힘써왔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을 통해 유족 신청이 들어오면 심의위원회에서 동학운동 참여 일시와 직업, 참여 지역과 구체적 활동 등을 심사해서 최종 확정된 유족에게 통지서를 보낸다. 이렇게 해서 현재까지 전국에 1만1222명이 등재됐다. 정읍시에는 현재 고손자녀까지 포함하면 156명이 거주 중이지만 고손자녀들이 아직 어린 점을 감안해 증손자녀 93명에게만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부 야당과 보수매체에서 유족 수당 지급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임진왜란 피해자도 보상해야 하는 것 아니냐, 좌파 운동권이 지역 정치인과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비판한다. 한 자유한국당 의원은 SNS를 통해 문재인 정권 조금만 더 있으면 빙하기 시대 맘모스 기습 사건 피해자 유족 수당도 지급할 기세다라고 비꼬기도 했다. 역사의식의 부재가 아닐 수 없다. 보국안민(輔國安民)을 기치로 반봉건반외세를 부르짖으며 폭정에 항거한 수십만의 농민혁명군을 폄훼하는 행태는 용납될 수 없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동학농민군이 제시한 폐정개혁과 집강소는 오늘날 민생자치, 민주화운동의 뿌리가 되었다. 죽음으로써 시대의 변혁을 이끈 수십만 명에 달하는 동학농민군과 그 후손들을 더는 욕되게 해선 안 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12.18 18:17

김관영의 뚝심

김관영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이 지난 9일 같은 당 개혁보수를 자처한 의원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신당을 창당하기 위해 새로운보수당 이란 당명까지 확정한 마당에 이제 당적을 정리하라 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최소한의 정치 도의를 지켜달라고 거듭 날을 세웠다. 유승민 전대표, 오신환 원내대표, 이혜훈 정보위원장 등이 당원으로서 누리는 직책을 다 내려놓으라는 것이다. 말 그대로 탈당계를 제출하라는 뜻이다. 그의 비판수위는 한층 거칠어진다. 구차스럽게 당적을 유지하면서 신당을 만들겠다고, 그것도 신당의 정신이 변화와 혁신 이라는데, 당적하나 제대로 정리 못하면서 어떻게 혁신을 부르짖느냐 며 가시 돋친 말을 쏟아냈다. 김 최고위원하면 패스트트랙 이 떠오를 정도로 올해 정치권의 뉴스메이커였다. 지난 4월 선거제와 공수처 개혁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둘러싼 대치정국에서 이를 관철시키는 뚝심을 보여줬다. 이후 거센 후폭풍에 시달리다 얼마 전 최고위원직을 수락하며 다시 난파선 위기에 빠진 당의 해결사로 나섰다. 연말국회가 패스트트랙 법안처리로 진통이 계속되는 가운데 그는 4+1 협의체에 참여, 예산안 깜짝처리에 이어 선거제 합의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지역구인 군산 민심도 냉랭하긴 매한가지다. GM공장 폐쇄와 현대조선소 가동중단에 따른 경제사정이 최악이라 맘이 편할 리 없다. 어쨌거나 그간 공 들인 전기차 클러스터를 통한 군산형 일자리가 협약을 맺어 그나마 한숨 돌렸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발걸음은 여전히 무겁다. 누가 뭐래도 올 한해 그의 존재감은 그 어느해 보다 빛났다. 비교적 젊게 보이는데 원내대표, 사무총장, 최고위원을 거친 50대 재선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한 지붕아래 의원들이 제 살길 찾아 뿔뿔이 흩어지는 요즘이다. 다른 곳도 아닌 지역구가 있는 호남發 정계개편 시나리오인 까닭에 자꾸 신경이 쓰인다. 거대양당 틈바구니에서 제3지대 공간을 못 만들면 정치 미래는 없다는 강한 신념을 갖고 있다. 얽힌 실타래처럼 주변이 복잡하게 돌아가지만 종착역은 같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일까. 그는 12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내년 총선에 당적을 갖고 나설지, 무소속으로 나설지 군산 시민들의 의견을 듣고 결정할 생각 이라고 밝혔다. 그런 와중에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최근 민주당에 복당신청을 하며 군산출마가 점쳐지자 그의 선택에 유권자들의 눈과 귀가 쏠린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19.12.17 17:05

곤충 종자보급소

50대 이상의 장년층이라면 어린시절 논이나 들에서 메뚜기를 잡아 구워먹던 추억이 있을 것이다. 바삭바삭한 맛이 꽤 고소했던 메뚜기는 먹을거리가 충분하지 못했던 당시 별미의 간식거리였다. 누에 애벌레인 번데기도 길거리 군것질거리이자 막걸리를 팔던 주점에서는 빠지지 않고 내놓는 안주였다. 식용곤충의 역사는 깊다. 성경에도 메뚜기, 귀뚜라미 등은 먹을 수 있는 곤충이라고 적혀 있다. 우리나라의 의서(醫書)인 동의보감에서도 95종의 약용곤충을 소개하고 있고, 본초강목에는 106종 곤충의 약효가 기록돼 있다. 요즘에도 굼벵이나 지네가루 등은 약재로 사용되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는 식용곤충을 미래 식량자원으로 전망했다. 지속가능한 먹거리로서의 장점 때문이다. 먼저 영양학적으로 육류 못지않은 높은 단백질 함유량을 보유하고 있고, 무기질 함량도 높다. 환경학적으로도 배설물로 인한 토양오염 우려가 없고, 소나 돼지등이 내뿜는 메탄등 온실가스 배출량도 최대 100분의1 정도로 미미하다. 사육과정에서의 물 소비량도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다. 사료 양이나 사육공간 역시 상대적으로 적은데다, 사육기간이 단축되며, 감염병에 걸릴 위험도 적다. 지구상 곤충은 알려진 것만 약 100만종(種)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식용으로 쓰이는 곤충은 1900여종에 이른다. 우리나라도 2014년 메뚜기등 7종을 식용으로 정식 허가한데 이어 올해 7월 장수풍뎅이 유충등 4종을 식용가축으로 지정했다. 4종의 식용 이외 약용 사료용 곤충등 모두 14종을 축산법에 따른 가축으로 인정했다. 국내 곤충시장 규모는 2011년 1680억원에서 2015년 3039억원으로 2배 정도 커진데 이어 2020년에는 5236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농촌진흥원은 예상하고 있다. 곤충 사육농가도 전국적으로 2015년 724가구에서 지난해 2318가구로 4년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도내의 사육농가는 2014년 12농가에 그쳤으나 지난해 189농가로 4년 사이에 15배 이상 늘었다. 도내 곤충 사육농가에 무병 우량 종충(種蟲)을 안정적으로 보급하기위한 곤충 종자보급소가 지난주 장수에서 개소식을 가졌다. 장수 곤충 종자보급소는 첨단 ICT 기술적용을 통한 생산 이력관리체제와 질병관리 시스템등을 구축해 우량 종충의 연중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곤충의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때에 종자보급소 개소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농가 소득 증대는 물론 익산의 식품클러스터와 연계해 전북이 우리나라 곤충산업의 메카가 되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19.12.16 17:29

국가예산을 확보한 공신들

유권자는 국회의원들을 형편 없는 사람들로 치고 퇴출대상으로 보지만 정작 본인들은 권한이 막강하고 책임질 일은 없어 이보다 더 좋은 자리가 없다고 여기면서 한번 더 하려고 난리법석이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발을 놓고 오죽했으면 목불인견(目不忍見)이라 했을까. 가장 이성적인 집단이어야 할 국회는 난장판 요지경 속이요, 그 속에 몸담은 국회의원의 탐욕과 권력욕은 끝이 안 보인다. 이렇게 기이하게 통과된 국가예산을 놓고 전북 정치권의 공치사가 한창이다. 해마다 재정이 빈약한 전북은 국가예산 확보에 목을 맨다. 국회의원의 역량을 말할 때 얼마나 국가예산을 잘 확보했는가가 평가기준이 된다. 올 국가예산을 확보할 때 전북은 여러 번 롤러코스터를 탔다. 50명의 예결위에 들어갔어도 막판 15명 소위에 들어가지 못 하면 크게 힘을 못 쓴다. 사실 안호영, 정운천, 김광수, 이용호 4명은 막판 소위에 들어가려고 노력했지만 무산됐다. 자신들의 총선과 직결되는 문제라서 막판까지 힘을 썼으나 한명도 끼지 못했다.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은 그간 3차례 들어가 성과를 거둔 경험을 갖고 있어 최선을 다했으나 명분에 밀려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했다. 전북도는 소위에 전북 출신이 한명도 들어가지 못한 상태에서 자유한국당이나 야권에서 공식적으로 전북관련 예산을 삭감하려고 달려들자 한동안 난감했다. 본격 심의에 들어가면서 송하진 지사가 당정을 오가며 서번전번(서울에서 번쩍 전주에서 번쩍)할 정도로 민첩하게 대응했지만 수가 보이지 않았다. 국회 본회의 통과가 불투명해지자 송 지사는 예산안을 짠 기획재정부에다가 전력투구한 것이 결국 운좋게 신의 한 수가 됐다. 자유한국당이 필리버스터하며 예산안 통과를 반대한 사이 민주당이 야권과 공조한 4+1 협의체가 전북한테는 행운이었다. 예결위 소위에 한 명도 없다고 낙담할 때 4+1에 유성엽, 김관영, 조배숙, 박주현 의원이 들어간 게 결정적 힘이 됐다. 올 국가예산 확보 때 엎치락 뒤치락했지만 결과적으로 지난해보다 8.1%가 증액된 7조6058억을 확보했다. 가장 성공적으로 체면이 선 사람은 송하진 지사요, 다음으로 기재부 출신으로 법사위 소위에서 탄소진흥법이 계류될 당시만 해도 찬밥이었던 우범기 정무부지사가 되살아났다. 홍남기 부총리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가자 우 부지사가 친정과의 유대를 공고히 하면서 숨은 진가를 나타냈다. 여기에 4+1에 포함된 유성엽, 김관영 의원의 막판 정치력이 결합돼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다. 민평당 정동영 대표도 막판에 30억 지역구 예산을 나눠 먹는 데 성공했다. 총선이 딱 4개월 남았다. 몇몇 현역들은 존재감이 두드러질 정도로 국가예산 확보나 의정활동을 잘 하고 있다. 더 일할 기회를 줘야 한다. 유권자는 선거가 있을 때만 대접 받지 선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돌아간다. 잘 보고 잘 뽑으면 그런 일도 없고 전북도 산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2.15 16:49

셴펑 서점

중국 장쑤성의 성도인 난징(南京)에는 중국인들이 자랑하는 민영 서점이 있다. 셴펑(先鋒) 서점. 앞자리를 지킨다는 뜻을 가진 이 서점의 역사는 의외로 그리 길지 않다. 셴펑이 문을 연 것은 1996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상점과 유적지가 밀집되어 있는 타이핑난루에 다섯 평 남짓한 작은 책방으로 문을 연 것이 그 시작이다. 게다가 셴펑의 이름을 알린 것은 2004년 9월에 문을 연 우타이산의 본점이니 역사는 더욱 짧아진다. 그럼에도 셴펑은 우타이산 본점을 연지 5년 만에 중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CNN)이 되었으며 개관 10년째 되던 2010년에는 BBC가 셴펑을 세계의 아름다운 10대 서점으로 선정했다. 셴펑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출판인 김언호씨가 펴낸 <세계서점기행>을 통해서다. 그리고 두 번째. TV의 다큐프로그램으로 셴펑을 다시 만났다. 인문예술학술도서를 주로 취급하는 이 서점의 운영방식은 놀라웠다. 독자들이 편하게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중심 공간을 마치 공공도서관 형식으로 바꾼 공간의 특성도 그렇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독자들을 끌어들이는 열정은 더 흥미로웠다. 사실 셴펑은 낡은 공간을 다시 활용한 대표적인 예다. 오래된 공간을 새롭게 바꾸어 도시를 일으키는 통로가 되었으니 성공적인 재생의 사례로 꼽을만하다. 3700㎡의 우타이산 본점이 들어선 곳은 당초 군용벙커였다. 한 시절 체육관 주차장으로 활용되기도 했던 이 공간은 지금 책의 보고가 되었지만 과거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게 하는 흔적들이 서점 곳곳에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서점을 일으켜 세운 사람은 첸샤오화씨. 그는 칠판 글씨를 볼 수 없어 중학교를 중퇴했을 정도로 근시였지만 책을 좋아해 끝내는 인문정신을 파는 서점 셴펑을 만들고 확장시켜 이 도시의 랜드마크로 성장시켰다. 흥미로운 일은 또 있다. 해발 900미터, 불과 인구 100명 남짓한 산골오지마을에 셴펑 분점을 연 것이다. 마을사람들이 실어 나른 책 2만권으로 낡은 공간을 아름답게 채운 이곳 셴펑 분점은 1년 만에 세계 곳곳에서 독자들이 찾아오는 책마을이 되었다. 이 작은 마을의 변신이 놀랍기도 하거니와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책의 가치가 반갑다. 난징에는 1000여개의 서점이 있다. 그중에서도 셴펑은 고도 난징의 12대 문화명소 의 하나로 꼽힌다. 그만큼 난징 시민들의 자긍심이 되었다는 증거다. 도시의 문화와 정신을 상징하는 서점의 존재가 더욱 새삼스러워진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12.12 17:36

이카루스의 역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다이달로스는 왕의 노여움을 사 아들 이카루스와 함께 자신이 만든 크레테 섬의 미로 속에 갇힌다. 최고의 명장인 그는 새의 깃털과 밀랍으로 두 쌍의 날개를 만들어 아들과 함께 섬을 탈출하게 된다. 그는 아들에게 날개를 달아 주면서 너무 낮게 날거나 높게 날지 말라고 당부한다. 너무 낮으면 바다의 습기 때문에 날개가 무거워지고 너무 높으면 태양의 열기에 밀랍이 녹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다 위를 날던 이카루스는 너무 의기양양해진 나머지 아버지의 주의를 무시한 채 하늘 높이 날아오르다 그만 밀랍이 녹아내려 바다에 떨어져 죽게 된다. 캐나다의 경영전략 학자인 대니 밀러(Danny Miller) 교수는 개인이나 기업, 또는 국가가 초기의 성과나 성공요인에 집착하다가 결국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를 이카루스의 역설(Icarus Paradox)이라고 제시했다. 즉 크게 성공한 사람일수록 자신의 자만심에 빠져서 예전의 성공 방식만을 고집하다가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된다는 이론이다. 재계의 성공신화로 불리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9일 83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무역회사 직원에서 시작해 재계 2위 그룹의 총수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지만 41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부도를 내고 해외도피 생활을 하는 등 영욕의 삶을 살았다. 김 전 회장의 성공신화는 지난 1967년 무역업체인 대우실업을 창업하면서부터다. 트리코트 원단과 제품 수출을 통해 크게 성공한 그는 1973년 토건회사를 인수해 대우실업과 합쳐 모기업인 ㈜대우를 출범시켰다. 이후 대우중공업과 대우전자를 세워 그룹 주력사로 성장시켰고 41개 계열사와 590개에 달하는 해외 법인을 거느린 재계 2위 그룹으로 도약했다. 그 초고속 성장 배경에는 박정희 정권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김 전 회장의 선친이 박정희 대통령의 대구사범 은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김 전 회장의 세계경영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몰락하게 된다. 전경련 회장을 맡은 그는 500억 달러를 빌려 외채를 갚고 수출 흑자를 통해 갚는다며 수출론을 내세웠지만 유동성 위기에 빠진 그에게 돈을 빌려줄 곳은 없었다. 결국 대우그룹은 해체됐고 17조 원이 넘는 추징금과 세금은 미납한 채 생을 마감했다. 성공이 오히려 실패의 아버지란 이카루스의 역설이 새삼스레 느껴진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12.11 17:43

측근 챙기기

2014년 8월 5일 취임 한달 만에 첫 휴가를 떠난 송하진 도지사가 백제문화 탐방중 안희정 충남지사와 오찬 자리에 최측근 김용무 교수가 동석해 논란을 빚었다. 김 교수는 그해 6.4지방선거에서 송 지사 선거캠프를 총괄한 절친이자 실세였다. 뒷말이 무성했던 휴가 동행 이야말로 둘 사이의 관계를 짐작케 한다. 그 이후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으로 변신한 김씨가 4번 연임 문제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도청 주변에서는 김 이사장의 거취문제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2014년 임용된 김 이사장은 2016년 2년 임기로 연임했으며 지난해 12월 1년 임기로 세 번 연임했다. 그런데 다시 1년 연임을 둘러싸고 도의회와 언론에서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의회는 지나치게 도지사 측근을 챙기는 게 아니냐 는 질타와 함께 인사청문회를 회피하려는 꼼수라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부실채권 책임에 따른 업무능력도 도마에 오른 건 물론이다.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연임 쪽에 무게가 실린다. 이미 도청 법무팀이 1년 더 연임할 경우 인사청문 절차 법률검토를 끝냈고, 청문회 절차도 밟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인지 의회는 절차상 하자라고 딴지를 건다. 설령 연임이 결정됐더라도 이를 확정하기 위한 이사회가 임기만료 60일 전까지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전북신보는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었으나 7명의 이사 중 4명만 참석해 이사장 선임 건은 입도 떼지 못했다. 추후 이사회 일정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때는 송 지사와 김 이사장 간의 관계가 원만치 못하다는 풍문 속에 작년 도지사 선거를 염두에 두고 돌출 악재 발언을 우려한 나머지, 어쩔 수 없이 통산 2년 임기를 1년으로 쪼개서 딜 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송 지사의 자기사람 심기 논란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최악의 경제난속에 6개월 넘게 공석상태인 전주상의 사무처장에 도청 국장출신 내정설로 홍역을 치렀는 데도 그냥 밀어붙일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전북민간체육회장 선거도 본인이 수차례 중립의지를 밝혔음에도 특정 인사를 밀고 있다는 소문이 가라앉질 않고 있다. 어쨌거나 말 많고 탈 많은 측근관리가 엉뚱하게 3선 출마로까지 비화된다. 아직까지는 시간도 변수도 많아 별다른 제스처야 없지만, 경우에 따라 해볼 만한 대진표가 짜여지면 떠밀려서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불출마 한다고 해도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 오피니언
  • 김영곤
  • 2019.12.10 19:27

전북은행 창립 50주년

전북은행이 10일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반세기 동안 전북 유일 향토은행으로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수행해 왔다. 몇차례 닥쳤던 금융위기에서도 내실을 다지고 정도경영을 내세워 자력으로 극복 성장해온 것은 박수받을 일이다. 1969년 12월10일 전북은행이 고고성을 울리며 영업을 시작한 곳은 전주 전동의 3층 건물(현 새보건약국)이었다. 당시 납입 자본금은 2억원, 도내 기업인들과 함께 도민 1인 1주(株) 갖기운동을 추동력 삼아 첫발을 내딛었다. 개점후 정기예금 제 1호 통장을 1967년 연두교서를 통해 지방은행 설립을 강조했던 당시 박정희대통령(10만원)에게 발급한 것이 이채롭다. 전북은행에 대한 도민들의 기대와 애정은 출범초 실적으로 이어졌다. 창립 100여일만에 총 예금규모가 10억원을 넘어섰고, 총 대출금은 5억7400만원을 기록했다. 지점을 유치하려는 각 지역의 열망으로 1972년 영업점수는 10곳으로 늘었고, 같은해 3월에는 지방은행 가운데 최초로 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영예를 누리기도 했다. 1973년 도내 일반은행 예수금 가운데 점유율이 30.7%였으니 당시 도민들의 향토은행 사랑을 짐작할만 하다. 하지만 시련도 없지 않았다. 1970년대 3개 기업에 대한 대규모 여신 부실사태가 잇달아 빚어지면서 은행장이 바뀌는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무엇보다 최대 고비는 IMF 금융위기 당시 혹독했던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릴 때이다. 몸집을 줄이는등 각고의 자구노력으로 공적자금을 받지않고 퇴출이나 합병 위기를 극복하는 뚝심을 발휘한 것은 50년 역사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 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한 전북은행는 행보의 폭을 더욱 넓혔다. 2011년 자산 10조원시대 개막과 함께 2013년 JB금융지주 설립을 통해 JB우리캐피탈과 JB자산운용에 이어 광주은행을 인수했다. 특히 광주은행 인수는 항상 광주 전남에 밀리기만 했던 전북도민들에게 박탈감을 해소하고 자긍심을 안겨주는 쾌거였다. 2016년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PPCBank)를 인수함으로써 지방은행으로서는 최초로 해외 진출에 성공, 글로벌 금융기업으로서의 토대를 다졌다. 창립 50주년을 맞는 전북은행 앞에 놓여진 과제는 결코 녹록치 않다. 최근 시중은행과 지방은행간의 수익성 건전성등 주요 지표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지역경제 침체와 디지털 금융 경쟁 심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오픈뱅킹 확산에도 대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현안인 제3금융지 지정 및 금융타운 조성에도 적극적인 참여와 역할이 필요하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내건 슬로건처럼 도민과 함께 새로운 100년의 비상(飛翔)을 기대한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19.12.09 17:30

국회의원 깜냥

중국 당나라 시대 때부터 인재를 골라쓸 때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기준으로 삼았다. 중국의 정치제도나 문물을 들여다 쓴 우리도 똑같았다. 인재제일주의를 표방한 삼성그룹 창업주 호암 이병철도 면접 때 이 기준을 놓고 인재를 골랐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을 골라 쓸 때 보는 관점은 비슷하다. 선출직은 외모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더 높다. 조사결과 잘 생긴 후보쪽으로 붓뚜껑이 간다는 것. 영상매체 발달로 외모지상주의가 판쳐 이같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오는 17일부터 내년 총선에 나갈 입지자들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후보들은 유권자들이 너무 부정적이고 야박스럽게 후보를 본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갈수록 정치개혁에 대한 욕구가 늘면서 나라 장래와 정치발전을 위해서는 더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그간 유권자들은 중앙 내지는 서울공화국 관점에서 후보를 평가해왔다. 대학은 SKY 출신인가 고시를 합격했는가 그리고 주요경력은 뭣인가로 깜냥이 되는지를 봤다. 흔히들 중앙집권적 사고에 물들어선지 우선 중앙 무대에서 활동했던 인물에 후한 점수를 매긴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평가가 그리 간단치 않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을 알기가 쉽지 않다는 말처럼 그 사람이 살아온 내력을 알기가 버겁다. 고관대작을 지냈다고 다 유능하고 훌륭한 국회의원 깜냥이 아니다. 어려움을 극복해서 성공했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높히 올라갔어도 노출만 안됐지 얼마든지 아킬레스건은 있게 마련이다. 일찍 고향을 떠난 사람은 가려진 부분이 많아 더 그렇다. 고등학교 졸업 후 몇십년간 공직생활을 마친 후 출마하려고 고향을 찾아온 사람들의 면면이 다가온다. 평소에는 고향 발걸음도 않던 사람이 고향이랍시고 찾아와 혀 짧은 소리하는 걸 보면 기가 찬다. 그간 도민들은 보수정권한테 홀대받아 찬밥신세였지만 인동초처럼 살아왔다. 경제적으로 힘들지만 굳굳하게 고향 산천을 사랑하며 지켜온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때로는 불의에 항거하며 촛불을 들고 민주주의를 지켜왔다. 21대 총선은 너무 중요하다. 지금 정치판에는 어중이떠중이까지 나와 있어 깜냥이 되는지를 살펴야 한다. 현역들 한테는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서 임기동안 지역발전을 위해 한일이 뭣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간혹 지방대학을 나와 줄곧 지역에서 활동한 사람을 역량이 떨어진 것처럼 보는 시각이 있다. 그건 왜곡된 생각으로 잘못이다. 지금까지는 그밥에 그 나물마냥 새로운 인물이 없어 보인다. 무작정 중앙에서 고관대작을 지냈다고 후한 점수를 줄 게 아니라 인물됨됨이를 잘 살펴야 한다. 공직자 때 나라발전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는지도 봐야 한다. 지역에서 활동한 사람은 벌거숭이 임금님 마냥 모든 게 알려져 중앙에서 활동한 사람보다 불리할 수 있다. 지방에서 활동한 것이 결코 약점으로 작용해선 안된다. 얼마나 뜨거운 가슴을 갖고 행동하는 양심으로 부끄럽지 않게 살아왔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2.08 16:23

명창의 후예

이날치는 1800년대 활동했던 판소리 명창이다. 경숙이란 본명이 있지만 젊은 시절, 날치같이 가볍고 날쌔게 줄타기를 타 날치란 이름을 따로 얻었다. 담양 출신인 그는 대부분 예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세습 예인이었다. 당초 줄타기로 재능을 발휘했던 그는 판소리에 마음을 두어 명창 박만순의 수행고수로 들어갔지만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박만순이 자신을 하인 다루듯 하자 박차고 나와 서편제 대가인 박유전 명창의 수제자가 되었다. 서편제 소리 계보를 잇는 이날치는 수리성 성음에 큰 성량을 갖고 있는데다 탁월한 기량과 빼어난 발림으로 청중들을 압도 했다. 특히 슬프고 한 서린 대목을 잘 표현했는데, 그가 <새타령>을 부르면 실제 새가 날아들었을 정도였다고 전한다. 그의 소리를 이어받은 이는 손자 이기중이다. 할아버지만큼 이름을 얻진 못했지만 이기중 역시 신영채임방울김연수 등 당대의 명창들과 교류하며 일가를 이루었다. 특히 <흥보가> 의 박타는 대목이나 <춘향가>의 이별 대목, <심청가>의 밥 빌러가는 대목은 청중들을 감동시켰던 대목으로 꼽힌다. 그의 딸이 명창 이일주다. 이기중은 자신의 딸을 일찌감치 소리꾼으로 대성할 재목으로 눈여겨 엄하게 가르쳤다. 7남매 자식들의 앞길을 걱정해 소리까지 작파했던 그가 왜 큰딸을 소리꾼으로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소리 배우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딸을 바로 세워 무섭게 가르쳤던 덕분에 이일주는 오늘을 대표하는 명창이 될 수 있었다. 이일주의 높고 단단하고 제대로 쉰 치열한 소리를 이어받은 사람은 조카 장문희 명창이다. 스물아홉 살, 대회 사상 가장 어린나이로 전주대사습 명창의 반열에 올라 주목을 모았던 그는 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천부적인 재능을 이모이자 스승인 이일주 명창의 혹독하리만치 엄한 가르침으로 더욱 잘 다듬어 오늘날 가장 주목 받는 소리꾼이 됐다. 판소리 연구가 최동현 교수는 이일주 명창을 판소리에서 최고로 치는 자질, 다시 말하자면 구성 있는 목과 서슬을 갖춘 명창으로 꼽는데, 장문희 역시 이 목을 그대로 물려받았으니 왕대밭에 왕대 난다는 옛 말이 틀리지 않다고 말한다. 오늘날에는 가업으로 판소리를 잇는 소리꾼이 거의 없다. 40대 젊은 명창 장문희의 존재는 그래서 더욱 특별하다. 한 눈 팔지 않고 전통 판소리 전승에만 전념해온 장문희가 다섯 시간이 넘는 심청가를 음반으로 내놓았다. 명창의 후예다운 묵직한 걸음을 마주하니 반갑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12.05 17:21

공원일몰제

자치단체가 공공의 복리증진을 위해 도로와 공원 학교 주차장 운동장 유원지 하천 등 기반시설을 도시계획시설로 묶어 관리하고 있다. 도시계획시설 부지로 지정되면 건축과 공작물 설치 등 각종 개발행위가 제한된다. 때문에 도시공원을 지정만 해놓고 장기간 방치하다 보니 토지소유주들이 재산권 침해로 불이익을 감수해야만 했다. 이에 지난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이 같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에 대해 사유재산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 결정에 따라 2000년 7월 이후 도시계획시설로 지정해놓고 20년 이상 시설을 만들지 않으면 그 효력이 상실되도록 법 개정이 이뤄졌다. 이것이 공원일몰제다. 공원일몰제 도입으로 내년 7월부터 공원 부지의 효력이 상실되는 면적이 전국적으로 1만9600곳, 340㎢에 달한다. 축구장 5만 개에 해당하는 면적이다. 전북은 공원일몰제 대상 부지가 691곳, 24.51㎢에 이른다. 문제는 20년간 개발하지 않고 방치해 온 공원 부지를 해제하지 않으려면 자치단체에서 매입해야 하는데 천문학적인 매입비용이 소요된다. 전주시는 덕진공원과 기린공원 황방산공원 산성공원 등 도시공원 15곳, 1447만㎡를 해제하지 않고 매입하기로 했다. 공원 부지 매입비용만 3500억원, 공원시설 조성비로 8000억원 등 총 1조1500억원이 들어간다. 전주시는 우선 지방채를 발행해 매입비용을 충당할 계획이지만 재정여건상 막대한 공원조성비를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실정이다. 군산시는 일몰제 대상 공원 27곳 가운데 중점관리 공원 5곳에 대해 자체 예산 750억원을 투입해 사들이고 나머지는 추후 매입할 계획이다. 부지매입과 공원시설비로 대략 4000억원 정도 필요하다. 익산시는 일몰제 대상 공원 19곳 중 마동모인수도산팔봉공원 등 도심권 5곳을 민간개발방식으로 추진한다. 약 3000억원 정도 매입비용은 절감되지만 민간개발 사업자에 대한 특혜시비 소지도 낳고 있다. 정부는 자치단체가 공원 조성 목적으로 지방채를 발행할 경우 이자비용을 최대 70%까지 지원하고 토지은행을 활용해 공원 조성비용을 조달하게 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하지만 재정자립 여건이 열악한 도내 자치단체로서는 공원일몰제가 큰 재정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와 국회차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과 지원방안 마련이 요구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12.04 18:28

'암 마을' 막전막후

제가 처음 익산 장점마을을 찾은 게 불과 석달 전이다. 지난 9월 추석을 전후해 두 차례 전북일보 리더스 아카데미 원우들과 함께 격려금을 전달하고 주민을 위로하기 위해서다.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 마을과 관련된 소식은 집단 암 마을이라는 게 고작이다. 왠지 모를 선입감 때문인지 발길이 무거웠지만 막상 마을로 들어서면서 생각보단 훨씬 정겹고 푸근한 느낌을 받았다. 여느 동네처럼 잘 가꿔진 진입로 너머로 둥지를 튼 깔끔한 집들이 인상적이었다. 첫 방문 때와 달리 두 번째 우리 일행을 맞는 주민들의 표정은 썩 밝지 못했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웃이 암으로 세상을 떠나 문상 갔다 오는 길이란다. 18년 동안 이어진 죽음의 터널에서 아직도 고통과 아픔은 이들 곁에서 떠나지 않았다. 살아있는 주민들도 불안하긴 매한가지. 혹시나 나도 걸리지 않을까 하는 섬뜩함과 피부병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당시 최재철 주민대책위원장은 2016년 전북일보가 관심을 갖고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사회문제화 됐다. 앞으로도 암 원인이 밝혀질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 면서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면서도 울분을 토해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암으로 고통 받고 죽는데도 익산시는 물론 도청, 환경부, 정치인까지 나몰라라 한다.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수십 차례 하소연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며 절망의 눈빛이 역력했다. 마침내 지난달 14일 환경부가 인근 비료공장 원료인 원초박 을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사태해결의 포문이 열렸다. 이후 언론에서 관련 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이슈화 되고 있다. 행정기관자치단체도 앞다퉈 각종 예방대책과 지원약속을 쏟아내고 있다. 현재 마을상황이 궁금해 어제 최 위원장과 통화했다. 그는 대뜸 환경부 등 중앙부처는 익산시에만 책임을 떠넘긴다. 관리 감독기관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익산시도 선제적으로 나서지 않아 답답하다 며 닥터헬기로 유명한 이국종교수 얘기를 꺼낸다. 언론에서 요란하게 떠들고 현장에서 건의해도, 행정의 중간관리자 때문에 안 바뀐다 고 응급의료체계 허점을 격정 토로한 이 교수의 말을 인용한다. 그런 가운데 익산시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 소식을 접했다. 떠들썩한 언론보도용 사과나 대책발표 보다는 당장 절실한 문제해결에 나선 후, 제도장치 마련을 통해 이들의 고통과 아픔을 구체적으로 풀어야 한다. 지금은 고기 잡는 방법보다 물고기를 줘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19.12.03 19:50

순창군의 스포츠 마케팅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스포츠 산업도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더불어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한 기법으로 스포츠 마케팅 개념이 도입됐다. 스포츠와 관련된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 유통시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경영방식이다. 스포츠 의류 및 용품 제조업체에서는 매출증대를 위한 홍보활동으로, 팀이나 경기연맹등 스포츠 단체에서는 보다 많은 재원 확보를 위한 방법으로, 일반기업들은 기존 광고활동을 보조해주는 강력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자치제가 도입된 이후 지역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스포츠 마케팅 개념을 원용 도입하고 있는 지자체가 점차 늘고 있다. 각종 대회나 전지훈련등을 유치함으로써 지역에 미치는 효과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선수와 임원진을 비롯 응원단 등이 대회나 훈련기간 동안 지역에 상주함으로써 지역내 숙박업소와 음식점등 관련업소가 특수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경제적 효과 못지 않게 지역의 이미지 제고 및 홍보등 간접적 성과도 적지 않다. 지역내 명소와 유명 관광지를 방문하고, 특산품등을 구입함으로써 지역을 전국적으로 알리는데 기여한다. 지역축제나 경관농업 관광객이 한철만 찾는것에 비하면 스포츠 마케팅과 연계된 방문객 유치는 계절과 상관없이 연중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효율성도 높다. 도내서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을 두고 적극 나서고 있는 지자체로 순창군을 비롯 고창군, 전주시, 군산시, 진안군 등이 꼽히고 있다. 군(郡)단위 지자체의 경우 경기장이나 숙박시설 등의 미비로 국제대회 유치등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름대로 갖춘 인프라와 무엇보다 쾌적한 환경과 기후를 강점으로 내세우면 얼마든지 국내 이벤트 유치는 가능하다. 스포츠 마케팅에 선도적인 순창군이 지난주 데일리스포츠한국이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제1회 대한민국 생활스포츠대상 스포츠 마케팅 부문에서 영예의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들어 40여개 스포츠 대회를 유치해 거둔 성과등이 스포츠 저변 확대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순창군은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스포츠 마케팅에 관심을 갖고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실내 돔구장과 야구축구 경기가 가능한 다용도 보조구장을 건설해 대회는 물론 4계절 전지 훈련장으로 제공하고 있다. 내년에도 이미 2월말 까지 각종 대회 및 전지훈련 일정이 꽉차 있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역발전의 한 전략으로 스포츠 마케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19.12.02 17:11

세밑단상

세밑에 바라본 정치권과 전북의 현실은 암울하다. 안보상황이 크게 위협 받지만 정치권은 연일 당리당략에 따라 싸움만 일삼는다. 망국병인 사색당파 싸움이 그대로 이어진다. 민생이 도탄에 빠져 못살겠다고 아우성인 판에 국회는 세금만 먹는 하마가 된지 오래다. 패스트트랙 정국에 묶여 국회가 한발짝도 못 떼고 있다. 국회가 제대로 열려야 민식이법 등 민생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그렇게 안되고 있다. 전북도 답답하기는 매 한가지다. 국가예산 확보가 걱정이다. 지난해는 예결특위 소위에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이 들어가 큰 성과를 올렸다. 올해는 예결위에 4명이 들어가 나름 큰 기대를 걸었으나 단 한명도 없어 발만 동동 구른다. 설령 정부예산안에 반영됐다고해도 마지막 소위에서 칼질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전북은 자체 경제력이 약하므로 중앙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해마다 그래서 국가예산을 한푼이라도 더 확보하려고 노력했던 것. 국가예산 확보는 총성 없는 전쟁이나 다름 없을 정도로 각 시도가 온갖 연줄을 총동원,사생결단식으로 총력을 경주한다. 최근 부결된 탄소소재법만해도 전북도나 정치권이 너무 안일하게 대응한 게 잘못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효성에 와서 약속한 사항을 너무 믿었던 게 문제였다. 법사위 민주당 송기헌간사와 전북 출신 기재부 담당관이 반대논리를 펴서 부결되었다. 정운천의원이 대표발의한 안건이라 정의원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원을 설득했지만 사단은 오히려 믿었던 정부 여당쪽에서 벌어졌다. 기재부 출신 우범기 정무부지사 책임논란이 그래서 빚어진 것. 서남대 퇴출로 제기됐던 남원공공의료대학원 설립도 기대감이 컸지만 결국 자유한국당 반대로 무산됐다. 우리 정치는 청와대와 국회 여야 원내대표 등 소수가 이끌어 간다. 민주당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몇몇이 좌지우지 한다. 5개정파로 나눠진 전북 출신의원들은 그 권역에 못 들어가 변두리에서 들러리만 선다.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했을때 민주평화당 정동영대표가 들어갔지만 기념사진 정도 찍고 돌아온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4선의 정대표가 한때 여권 대선 주자로 잘 나갔으나 지금은 지지도 2%대의 군소정당 대표로 전락 격세지감을 느꼈을 것이다. 패스트트랙 정국에서 민주당에 협조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지만 정치적 영향력은 기대할 게 없다. 180만 인구 붕괴가 초 읽기에 들어간 전북은 이 정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을 친구라고 지칭해서 기대감을 갖지만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별 것 아니다. 이 정권 실세들과 자유롭게 통섭할 구조를 갖고 있지 않아 더 그렇다. 인적네트워크가 약한게 흠이다.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 한테 지지한 64.8%가 현실정치로 연결이 안되다보니까 전북이 힘들다. 그렇다고 도민들이 자존심 상하게 울 수도 없어 더 어렵다. 이제는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바로 호남에서 탈피해 전북홀로서기 말이다. 총선 때 선거판을 크게 흔들어대면 가능하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2.01 16:33

장점마을과 연초박

2001년, 100여명 주민들이 살고 있는 작은 시골 마을 가까운 곳에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는 공장이 들어섰다. 얼마가지 않아 마을 사람들은 역한 냄새와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에 시달려야 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마을에 불행이 시작됐다. 주민들이 하나둘 병을 얻어 투병생활을 하다 사망하기 시작한 것이다. 공장이 들어선지 18년. 병을 얻은 주민은 22명이나 됐다. 이들 중 14명이 세상을 떴다. 10년 전쯤에는 공장에서 배출된 폐수로 인해 마을 방죽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익산 장점마을 이야기다. 주민들은 수년 동안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대책을 얻지 못하자 직접 조사에 나섰다. 주민들이 지목한 곳은 비료공장. 오랫동안의 조사 끝에 이 공장이 담뱃잎 찌꺼기를 가공해 비료를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다. 담뱃잎 찌꺼기인 연초박은 담배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부산 폐기물이다. 문제가 있었다. 연초박이 연소 과정에서 암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을 발생시키는 물질이었던 것이다. 최근 환경부가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이 이곳 비료공장에서 배출된 발암물질 때문이라는 주민건강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 공장은 퇴비로 사용해야 할 연초박을 꽤 오랫동안 비료의 원료로 들여와 사용했다. 비싼 유기질 비료를 만들기 위해 연초박을 들여온 곳은 KT&G 신탄진 공장. 2009년부터 2016년까지 들여온 양만도 2242톤이나 됐다. 퇴비로나 사용할 수 있는 폐기물이니 아마도 값싸게 구했거나 외레 처리비용을 받고 얻어와 비료를 만드는 원료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 이 문제는 이미 오래전에 피해를 호소해온 주민들에 의해 수차례 제기됐다. 그러나 그때마다 돌아온 것은 공장에 대한 행정처분이 전부. 그동안 10여 차례의 행정처분을 받았던 공장은 지난 2017년 폐업했으나 마을의 비극은 이미 막을 수 없는 상태에 이른 후였다. 연초박이 주목을 끌고 있다. 이 공장처럼 연초박을 퇴비로 쓰기 위해 반입한 공장이 전국적으로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알려지기로는 도내에도 익산의 또 다른 업체와 완주의 업체에서 연초박을 위탁해 처리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비료공장인 이 업체들이 퇴비로 쓸 연초박을 비료를 만드는 원료로 쓰지 않았기를 바라지만 아무래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돌아보면 연초박과 같은 유해물질은 우리 주위에 얼마든지 많다. 장점마을의 교훈이 새삼 커진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11.28 19:40

실효성 없는 인구정책

지난 2012년 출산장려금 제도를 전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해남군은 지난해 출산율이 1.89로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전북의 출산율 1.04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해남군은 첫째 자녀를 낳으면 300만원, 둘째 350만원, 셋째 600만원, 넷째 이상은 720만원을 지급하면서 한때 출산율이 2.47명까지 올라가도 했다. 그렇지만 해남군의 인구는 2009년 8만1000여 명에서 지난해 7만1900여 명으로 계속 감소 추세다. 해남군이 출산율은 높지만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출산장려금만 받은 뒤 다른 지역으로 전출 가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해남군의 출산장려금 제도를 좋지 않은 사례로 꼽았다. 일시적인 출산지원금으로는 인구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 낳기 보다는 아이 키우기에 좋은 환경을 만들지 않고는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없다. 전라북도가 엊그제 인구 유입정책으로 모든 체류자에게 도민증을 발급해서 거주자와 동일한 혜택을 제공하고 청년들에게 정착지원금 지급과 출향인의 고향 회귀 유도정책을 펼치기로 했다. 인구 180만명 붕괴를 앞둔 절박한 상황에서 인구 늘리기를 위한 묘책을 찾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실효성을 못 거두고 있는 출산장려금 제도처럼 이러한 인구 유입정책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 도민증 소지자에게 박물관이나 체육관 등 공공시설 이용료를 할인해주고 청년 취업자에게 1년간 월 30만원씩 지원하는 인구 유인책은 그야말로 미봉책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인구 늘리기는 자치단체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국가 차원에서 나서야 할 문제다. 유럽의 고출산국가들을 보면 정부 차원의 지원정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때 출산율 세계 최하위권을 기록했던 프랑스가 출산 강국이 된 데는 결혼과 보육 양육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한 결과다. 프랑스는 총 GDP의 2.94%를 저출산 해결에 쓰고 있고 2017년 합계출산율이 2.07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높다. 우리나라는 GDP의 1.19%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여기에 국가균형발전을 통한 지역 일자리 창출과 교육 여건을 조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지방에도 좋은 일자리와 교육 환경이 만들어지면 젊은층이 지역을 떠날 이유가 없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11.27 18:29

정동영의 길

얼마 전 50대기수 임종석 전 청와대비서실장이 총선 불출마선언을 통해 세대교체론을 쏘아 올렸다. 이때 정치권에선 서울 종로에서 정세균 의원 대항마로 점찍은 임 전실장의 폭탄선언으로 뒷 얘기가 무성했다. 정 의원의 출마의지가 확고해 뜻을 접었다는 설이 파다하다. 어찌됐든 정 의원의 정치적 무게감을 새삼 실감하는 불출마였다. 물론 지금의 존재가치가 돋보인 건 본인의 자기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2011년 12월 1일 정 의원이 서울 종로출마를 선언했다. 내리 4선을 기록하며 쉽게 당선될 수 있는 무주진안장수 지역구를 마다하고, 격전지인 정치 1번지에서 내년 총선승리정권교체 밀알이 되겠다 며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당시 거물 홍사덕 후보를 꺾은 데 이어 20대 총선에서도 대권주자 오세훈 후보를 제치면서 일약 6선 의원으로 대권반열에 올랐다. 그때까지 그의 정치적 역량에 의문부호를 가졌던 사람들도 연거푸 거물급을 제압하는 뚝심을 보며 꼬리를 내렸다고 한다. 총선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야권 변혁 대안신당 이어 무소속 이언주, 이정현 의원이 신당창당의 기치를 내걸었다. 승리 방정식을 위한 정치권의 이합집산 움직임과는 달리 여야 3선이상 중진에 대한 물갈이 요구도 거침이 없다. 여야 대표급 이해찬, 김무성 의원이 불출마를 공식화했고, 나름 존재감을 뽐냈던 초선 의원들도 기득권을 내려놓으면서 불출마대열에 동참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전북 정치권의 물갈이 요구도 예외일 수 없다. 텃밭이란 기울어진 운동장 에서 영광을 누렸던 3선 이상 금배지들의 거취에 주목한다. 지역구 어느 곳 하나 안심할 수 없는 박빙 승부가 예상되는데 그중에서도 4선 정동영 의원의 최종 선택지가 궁금하다. 호남과 수도권출신 의원 중심으로 제3지대 창당이 암중모색되는 가운데 현재 당대표 프리미엄에 전국적 지명도를 감안할 때 총선용 간판역할이 불가피한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그에게는 화려한 순간도, 고난의 연속도 결코 짧지 않았다. 2007년 대선패배, 2008년 동작패배, 2012년 강남패배, 2015년 관악을 보선패배로 만신창이 칩거할 때 고향의 전주 유권자들이 당선시켜줌으로써 다시한번 명예회복의 길을 터줬다. 그렇다면 이젠 고향이 아닌 수도권에서 전북의 자존감을 곧추세우는 일에 나서라고 조언한다. 그의 결단이 기다려진다. 개인 명예뿐 아니라 당을 살리고 전북도 살리는 길을 찾으라

  • 오피니언
  • 김영곤
  • 2019.11.26 17:37

국경 넘는 오염물질

환경문제는 비단 한 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땅과 바다로 지구가 붙어 있는 한 환경오염은 어떤 형태로든 이웃 국가에게 피해를 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환경문제를 둘러싸고 각 국가간에 오염원(汚染源)을 비롯 처리비용 부담문제등을 놓고 분쟁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한 국가에서 배출한 오염물질이 인접 국가의 환경을 악화시킨 사례는 적지 않다. 대표적으로 19세기 중엽부터 1세기 동안 영국에서 날아온 오염물질로 피해를 입은 북구(北歐)의 스웨덴이 꼽힌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연료로 사용한 석탄에서 배출된 매연은 바람을 타고 스칸디나비아 반도 전역으로 퍼졌다. 수많은 숲이 파괴되고 호수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스웨덴은 토질과 수질 분석 결과 오염물질중에 포함된 이산화황(SO₂)성분이 대기중 수증기와 결합해 산성(酸性)비를 내렸기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문제는 국제 이슈화 되면서 197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스웨덴의 주장을 인정했고, 1979년에는 스웨덴의 연구 결과를 부인하던 영국을 포함한 유럽 31개 국가가 서명한 월경(越境)성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에 관한 협약(CLRTAP)을 이끌어냈다. 국경을 넘어온 오염물질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축적해 국제적 연대를 통해 끈질기게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지난 20일 겨울이면 사회적 재난으로 부를 정도로 심각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와 관련 주목을 끈 보고서가 발표됐다. 동북아 세 나라 한국과 중국 일본은 지난 2000년부터 동북아 장거리 이동 대기 오염물질(TLP) 국제공동연구라는 협력사업을 수행해 왔다. 각국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이 상대국가로 어떻게 또 얼마나 흘러가는지 등을 공동으로 연구해온 것인데 이 결과를 합의해 처음으로 공개한 것이다. 연구에 착수한지 무려 19년 만의 결실이었다. 이 보고서는 우리나라 미세먼지(PM2.5)의 32%가 중국에서 유입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한반도 미세먼지에 대한 자국의 영향을 줄곧 부인만 해왔던 중국이 처음으로 일정 부분 책임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세먼지 저감문제는 이제 시작단계라 할 수 있다. 일단 어렵게 상호협력의 토대를 마련한 만큼 앞으로 미세먼지 감축을 위한 3개국간 지속적 협력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월경성 대기오염 물질협약같은 구속력을 갖는 국제협약을 이끌어내는 것도 필요하다. 아울러 우리의 자체적인 미세먼지 감축 노력도 간과해선 안될 것이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19.11.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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