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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지사의 3선 가도

어떤 선거든 처음 당선되기가 가장 힘들고 어렵다. 한번 되면 경험이 축적돼 재선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대개 1 3 5처럼 홀수 때 되기가 힘들지만 어느때든 유권자의 맘을 얻어야 하기 때문에 선거는 어렵다. 혹자는 전생에 죄 많이 지은 사람이 그 업보 때문에 출마한다고 한다. 어떤 사람은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 나서인지 운좋게 첫 출마때 당선되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얼핏 보기에 억세게 운 좋아 당선된 것처럼 보여도 후보는 밤잠 못자고 수없이 고민하기 마련이다. 고스톱 칠 때도 운칠기삼(運七技三)이란 말이 있듯 운 앞에서는 기술도 그 무엇도 필요 없다. 하지만 그 운도 따지고 보면 연기(緣起)에서 비롯된다. 세상살면서 좋은 일 많이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나오는 법이다. 대부분 그 결과만 놓고 봐서 그렇지 전 과정을 살펴보면 고비마다 말 못할 고민과 번뇌가 서려 있다. 선거가 일상화 되었지만 아무나 출마해서 당선되는 게 아니다. 선거는 자신이 살아온 내력을 담보로 해서 출마하므로 고시공부해서 합격하거나 사업해서 성공한 것보다 더 어렵다. 어느정도 결과를 예상 했지만 민주당 싹쓸이로 끝났다. 지난 선거 때 국민의당 한테 내준 안방을 되찾았다. 코로나19가 블랙홀로 작용해 모든 것을 삼켜버린 게 이같은 결과를 가져왔지만 통합당이 사사건건 문재인정부를 발목 잡은 게 도민들을 민주당 쪽으로 결집시켰다. 문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의 발언이 결국 싹쓸이를 가져왔다. 그 결과 전북 중진의원들이 민주당 강풍에 설산(雪山)같이 힘 없이 무너져 내렸다. 이번 선거로 민주당 1당독주체제가 또 만들어졌다. 대부분이 초 재선이어서 정치력 부족으로 군산조선소 가동문제를 비롯 전북 현안을 제대로 풀어낼지 걱정이다. 송하진 지사와 협조가 잘이뤄질 수 있는 당정관계지만 수도권 당선자에 비해 쉽게 당선되어 상임위 배정을 제대로 받을지도 의문이다. 그간 전주 제3금융지 지정이 안된 것도 해당 상임위에 한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20대 전북정치권은 다당제로 각개약진해 송하진 도지사가 국가예산 확보나 현안을 추진할 때 고민이 많았다. 모두가 지역개발에 한 목소리를 낸 것 같지만 협치는 고사하고 오히려 도정을 발목 잡았다. 결국 그게 후보한테 부메랑 되어 낙선의 쓴잔을 마시게 됐다. 사실 다선 중진의원이 되면 올챙이적 초심은 오간데 없고 자기도 모른채 목이 뻣뻣해지면서 겸손하지 못해진다. 선출직은 목에 힘들어 가는 순간부터 표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 송하진 도지사가 민주당 싹쓸이로 탄력을 받았다. 이번 선거로 다선 중진들이 낙선해 송지사로서는 대항마가 사라졌다. 본인이 3선 출마의지를 밝힌적은 없지만 지금은 마땅한 경쟁자가 없어 보인다. 2년후 정치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송지사의 3선 도전은 확실해졌다. 송지사 한테 적선지가 필유경(積善之家 必有慶)이란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0.04.19 16:15

노란 리본의 약속

4년 전 20대 총선은 4월 13일이었다. 그해 선거일을 앞두고 소셜네트워크에 그림 한 장이 올라왔다. 빨간 원을 붙잡고 손을 아래로 내밀어 노란색 구명조끼를 입은 아이들을 끌어올리고 있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그려진 그림. 세월호 참사로 동생 윤미양을 잃은 언니 최윤아씨가 그린 그림이었다. 투표라는 제목과 함께 올려진 글이 있었다. 나에게 오는 16년 4월13일의 투표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꺼내주는 일이다. 나에게 오는 16년 4월13일의 투표는 아이들을 억울함에서 꺼내줄지도 모르는 기회다. 나에게 오는 16년 4월13일의 투표는 아무리 아파도 아이들과 잡은 손을 놓지 않으려는 간절함이다. 너무나 아프고 또 아픈 간절함그게 나의 투표다 윤아씨의 아픈 간절함은 치유되었을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은 제자리이고,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멀리 있다. 그뿐인가. 언제부터인가 세월호는 정쟁의 소재가 되어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고통 속에 몰아넣는다. 세월호의 진실을 왜곡하고 기억을 지우려는 자들의 준동 때문이다. 2020년 4월 15일. 21대 총선은 여당 승리다. 그것도 그냥 승리가 아니라 압도적 승리다. 지역구에서만 163석에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비례대표 17석을 합하면 과반을 뛰어넘는 180석이나 되는 총선 결과는 예사롭지(?) 않다. 압승의 무게가 그만큼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국정운영을 주도해나갈 힘이 생겼으나 그래서 외레 해결해가야 할 과제가 더 크고 절실해 보인다. 304명 고귀한 생명이 바닷속으로 사그라졌던 그날이 다시 찾아왔다. 세월호 참사 6주기다. 코로나 19 창궐과 총선 열기로 그 어느 때보다 조용히(?) 찾아온 세월호가 멀어져가고 있던 기억을 소환한다. 때마침 세월호 유가족들의 합창단인 <4.16합창단>이 자신들의 이야기와 노래를 담은 책 <노래를 불러서 네가 온다면>을 펴냈다. 2014년 12월부터 세월호 아이들을 기억하는 현장은 물론이고, 이 땅에서 상처받고 소외되고 위로받아야 할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노래를 불러온 합창단이 세상에 전하는 선물이다. 소설가 김훈은 이들의 노래는 사람의 목소리로 사람의 슬픔을 감싸서 슬픔을 데리고 슬픔이 없는 나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거리를 지나다 누군가의 티셔츠에 피어난 노란 리본을 보았다. 우리 함께 잊지 말자고 다시 피어난 노란 꽃.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04.16 18:08

세계보건안전지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국가별 전염병 대응 체계를 처음 평가한 세계보건안전지수가 주목받고 있다. 세계보건안전지수(Global Health Security Index)는 지난 2014년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된 것을 계기로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보건안전센터와 미국 비영리기관 핵위협방지구상(NTI)이 영국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과 함께 개발했다. 전 세계 195개 국가를 대상으로 전반적인 전염병 대응 체계를 예방, 감지와 보고, 신속대응, 보건체계, 국제기준 준수, 위험환경 등 6개 분야로 나눠 평가했다. 2019년 말 처음 발표한 세계보건안전지수를 보면 미국이 100점 만점에 83.5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평균 70.2점으로 9위에 랭크됐다. 한국은 전염병 감지와 보고(92.1점), 신속대응(71.5점)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은 미국보다 평균 점수가 크게 뒤졌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는 미국보다 뛰어난 대응 체계를 보이고 있다. 2위에는 영국, 3위 네덜란드, 4위 오스트레일리아, 5위 캐나다 순이었다. 코로나19 검사 회피 논란을 빚고 있는 일본은 21위, 코로나19 진원지로 알려진 중국은 51위, 북한은 193위에 그쳤다. 아시아 국가 중에는 태국이 6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동남아시아에서 최대 에이즈 감염국가이지만 보건체계와 예방, 신속대응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태국은 영리병원 시스템을 도입해 1인1실 병원이 대부분이다. 또한 방콕은 페이스북 계정 활성화 도시 세계 1위로서 SNS가 활성화돼 정보의 공유와 확산이 매우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세계보건안전지수 평가 결과를 보면 전 세계 평균은 40.2점으로, 각 국가들이 전염병과 감염증 대응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과 북미, 한국과 호주 등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전염병 대응 능력이 떨어지며 아프리카 지역은 특히 낮았다. 문제는 감염증 대응 능력이 부족한 국가에서 전염병이 발생해 확산하면 전 세계 모든 나라의 보건 안전이 위협받게 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증 확산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마지막도 아닐 것이라고 경고한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를 우리나라가 일찍 겪었지만 신속하고 빠른 진단과 대처, 자가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 안전 수칙 준수로 모범 대응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지역 봉쇄나 이동 금지 등 통제 수단이 아닌 국민 스스로 방역의 주체가 된 결과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04.15 18:33

보도자료의 함정

요즘 도내 일부 신문에 나란히 시군 체육회장의 인터뷰 기사가 실리고 있다. 민선체제 출범 3개월을 맞아 새로 취임한 그들을 통해 그동안의 소회와 지역 현안, 향후 계획 등을 들어보는 기획 시리즈다. 시의적절하고 민선시대에 걸맞은 기획 자체가 괜찮아 보였다. 문제는 도체육회에서 이런 기사를 보도자료를 빙자해 일괄적으로 신문에 게재했다는 점이다. 자로 잰듯한 신문의 획일화평균화를 초래하는 이런 결과를 예상했는지 궁금하다. 예상했다면 보도자료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예상치 못했다면 더 큰 문제다.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낡고 구태의연한 민선 도체육회의 사고방식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유야 어찌됐든 신문에 그대로 보도된 경위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어지간한 내용 같으면 체육회 자료대로 쉽게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상식밖의 궤도 이탈이다. 신문사에서도 나름 공을 들여 기획시리즈를 취재, 제작하는 과정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릴레이 인터뷰 기사를 보도자료 통해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신문에 게재한다는 발상 자체에 말문이 막힌다. 그 것도 다름아닌 민선 시군 체육회장 14명을 연속 보도하는 시리즈다. 언뜻 독재정권의 언론 보도지침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충격적이다. 체육회 입장은 소식지를 만들기 위해 미리 해놓은 인터뷰 기사를 코로나19 사태에 특별한 기사거리가 없어 자료를 만들었다는 것. 그런 충정을 백번 이해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신문마다 제각기 추구하는 언론 본연의 독자성과 색깔을 아예 무시해 버렸다는 것이다. 단언컨대, 신문사마다 이같은 시군 체육회장 인터뷰를 기획하면 사전에 그 지역특색갖가지 현안 등을 검토한 후 질문지를 만든다. 동시에 게재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경우라도 서로 차별화를 시도하려고 무진 애를 쓴다. 그런 까닭에 회사 내부에서 조차 다른 매체와 똑같거나 비슷한 기사만 내보내도 기자들이 징계대상에 오르고 죄인취급 받기 일쑤다. 그만큼 언론보도의 획일화는 기자 누구나 늘 경계하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다양성과 융복합을 추구하는 민선 도체육회의 언론에 대한 시각이 천편일률적이라 유감이다. 보도자료를 내더라도 기사가치 판단은 기자가 한다. 물론 처음 의도와 다르게 확대해석한다고 서운해할 지 모르지만, 단순 내용이 아닌 기획시리즈까지 일괄 게재를 시도한 건 분명 잘못된 일이다. 새삼스럽지만 보도자료의 쓰임새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미처 알지 못하는 내용이나 꼭 알아야 하는 경우 유용하게 활용하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보도자료 형식을 빌어 언론 고유영역까지 침범하는 건 절대 아니될 말이다. 어쨌거나 단호히 뿌리치지 못한 언론도 잘못이다. 전북일보도 뒤늦게 깨닫고 질문지를 직접 만들어 취재, 보도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0.04.14 17:38

출구조사

주요 선거일 마다 오후6시 정각이 되면 국민들의 시선은 TV화면에 쏠린다. 방송사가 당일 시행한 출구조사 결과를 보기 위해서다. 선거 판세를 알리는 자막이 뜨는 순간 승자로 예측된 측에서는와하는 함성이 터지고, 패자로 예측된 쪽에서는 침통한 분위기에 빠진다. 우리나라에서 본격 출구조사가 시행된 것은 2000년대 부터이다. 이전인 1996년 제 15대 총선에서 출구조사가 실시됐지만 전화를 통한 조사였고, 일부 지역에 그쳤다. 2000년 4월 실시된 제 16대 총선에 방송 3사가 참여해 사실상 첫 출구조사가 이뤄졌다. 이후 대선을 비롯 총선, 지방선거 때 마다 출구조사가 시행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출구조사는 선거 예측조사의 핵심으로 예측력이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투표를 마치고 나온 유권자에게 어느 후보를 선택했는지 직접 묻는 방식이기 때문에 여론조사 기법인 자동응답조사(ARS)나 전화 면접조사 보다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많은 인원과 비용이 소요되지만 신속한 보도를 내세우는 방송매체로서는 놓칠 수 없는 이벤트다. 우리나라의 출구조사는 시행 이후 단일 선거구에 표본집단이 다양한 대통령 선거와 비교적 선거구가 적은 광역 단체장 선거에서는 상당한 적중률을 보였다. 제 15대 부터 제 19대 까지의 대선에서 방송 3사의 출구조사는 세부 지지율에서는 실제와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당선자를 성공적으로 예측했다. 제 18대 대선에서는 박근혜후보 50.1%, 문재인후보 48.9%를 예측해 실제 선거 결과(박후보 51.55%, 문후보 48.1%)에 0.8% 이내 오차로 근접하는 정확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전국이 200개 이상의 선거구로 나뉘어진 역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적중률과 신뢰도에 한계를 보였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른 예측치가 크게 벗어나는 경우에 대비해서 이른바보험성 예측으로 최소최대 의석 수 범위를 나타낸 예측치를 표시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지만 정확도 면에서 여전히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제 21대 총선을 앞두고 지난 1011일 실시한 사전선거의 투표율이 26.69%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출구조사 정확도가 또 도마위에 올랐다. 이미 투표를 마친 유권자들은 조사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전체 투표율이 75%에 달한다면 유권자의 3분의 1이 대상에서 빠지는 셈이다 여러 기법을 동원해 이같은 문제점을 보정하겠지만 조사자 입장에서는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닐 것이다. 박빙 승부가 펼쳐지는 선거구가 많은 국회의원 선거 특성상 사전 투표율이 높은 이번 총선에서의 출구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20.04.13 17:11

동학의 후예답게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집어 삼켜 깜깜이 선거가 됐지만 그래도 투표장에 가서 뽑아야 한다. 선거는 예수나 공자 같은 성인 군자를 뽑는 게 아니고 후보자 중에서 뽑아야 하기 때문에 감성으로 접근하면 안된다. 선거를 잘 해야 하는 이유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났다. 최순실로 하여금 국정을 농단케 해 온 나라가 절단났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나 대표를 선출할 때는 그래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선거 끝나고 나서 잘못 뽑았다고 손가락 끊고 싶다는 등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국회의원은 국민의 안녕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법 만드는 일이 가장 우선이며 나라살림살이가 정상적으로 잘 운영되는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좁게는 지역발전을 위해 국가예산을 많이 확보하는 일이다. 올 전북국가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7조6000억이 될 수 있었던 것도 4+1 패스트 트랙 정국하에서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지금 전북은 그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게 급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주창한 지역균형발전논리를 근간 삼아 지역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 해가 떴을 때 풀 말리는 것처럼 진보세력이 정권을 잡은 이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 국회의원이 300명이지만 개인의 정치적 역량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난다. 전북은 인구 감소로 국회의원이 줄어 21대때는 분대급 10명 밖에 안된다. 국회의원은 상임위원회를 중심으로 의정활동을 하지만 10명 갖고는 중과부적(衆寡不敵)이다. 20대 때는 그나마 정파가 나눠져 노른자 상임위라는 건설교통위원회에 3명이 들어가 어려움이 많았다. 여기에 지역구 관리를 위해 농해수위에 2명이 함께 들어가다 보니까 상임위 절반 이상에 전북 출신이 없었다. 이 때문에 전북도가 예산철만 닥치면 다른 지역 국회의원들을 찾아 다니며 읍소하기에 바빴다. 도민들의 소망이 거창한게 아니다. 떠나가는 전북이 아니라 다시 찾아 돌아올 수 있는 전북이 되길 바란다. 2세들만이라도 고향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져 외지로 떠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맘 같이 안되고 있다. 후보들마다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장및빛 공약을 제시했지만 지금까지 빌공(空)자 공약으로 그쳤다. 표만 얻으려고 사탕발림한 것으로 끝났다. 이번에도 자신을 밀어주면 잘할 것 처럼 사자후를 토하지만 유권자의 속내는 그 말에 속지 않겠다고 벼른다. 이제는 내 한표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여겨야 한다. 나의 한표로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빗방울이 대하를 이뤄 바다로 흘러가듯 대의(大義)를 생각해야 한다. 언제까지 전북이 발전하지 못했다고 한숨만 푹푹 쉬고 푸념만 늘어 놓을 때가 아니다. 행동하는 양심으로 유권자혁명을 이뤄내야 한다. 동학의 후예답게 촛불혁명을 통해 정권을 바꿨듯 세상을 바꿔야 산다. 주권행사 잘해서 사람 중심의 세상을 만들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0.04.12 19:37

전주향교의 장판각

전주향교는 전국에서도 유일하게 인쇄 원문구조의 목판본을 보유하여 서적을 발간해 공부하는 유생들에게 배포하여 공부 시킨 곳이다. 전주의 오랜 출판문화 역사가 향교를 통해서도 이어졌던 셈이다. 전라감영이 출판했던 책판, 완영본 목판이 보관되었던 곳도 이곳 전주향교다. 다른 도시의 향교보다도 전주향교의 역사성이 더 특별한 이유다. 사실 전주향교가 자체적으로 발간했던 책이 어느 정도였고, 그 목판본이 어떤 규모로 얼마나 오랫동안 보존되어 왔는가를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자세한 기록은 없다. 당초 전주향교의 목판본과 함께 전라감영이 보유하고 있던 완영판 판본을 보관하고 있던 판고도 없어졌으니 향교 뒤편 명륜당 옆쪽으로 지어진 장판각 만이 이러한 역사를 기억하게 하는 공간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전라감영 소유였던 완판본은 1866년 고종 3년에 전라관찰사 조한국이 향교의 판고에 옮겨 보관하게 했으나 그 후 판고가 없어지면서 판본만 남아 있었다. 1920년대에 책고를 다시 지어 관리해왔으나 이 또한 도로가 나면서 없어지고 목판본의 보관을 위해 지어진 것이 장판각이다. 1987년 새로 지은 장판각은 이후 완판본 책판을 비롯한 5천여 판의 목판을 보관하는 수장고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장판각의 기능은 오래가지 못했다. 목판 보존을 위해 필요한 방습 방충 시설이 갖추어 있지 않은데다 지나치게 좁아 목판들이 치명적인 훼손위기에 처하게 됐기 때문이다. 장판각의 목판들이 전북대 박물관으로 옮겨지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수천여개 목판본을 품고 있던 장판각의 쓰임은 고단(?)했다. 목판들이 전북대 박물관으로 옮겨간 이후에는 전시 공간으로 새로운 기능을 얻었지만 그마저도 관리가 제대로 안된 탓에 기능을 포기했으니 그 처지가 딱하게 됐다. 장판각은 전주향교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풍경이 이끄는 대로 향교를 돌다보면 자연스럽게 발길이 닿는 곳이다. 모처럼 전주향교를 산책하다 장판각을 만났다. 건물은 건재하나 문이 굳게 닫혀 있는 것을 보니 그 쓰임을 다한 지 오래인 듯싶다. 장판각 앞 표지판도 훼손되어 그 역할을 잃었다. 기억의 공간은 그 자체로 역사가 된다. 장판각은 건축물로서의 역사는 길지 않지만 그 쓰임만으로도 역사가 된 기억의 공간이다. 이런 공간들이 기억을 제대로 안고 있어야 전주는 전주다운 도시가 될 수 있다. 품고 있던 완판본 목판을 내어준 이후 다시 어둡고 습기에 찬 음습한 공간이 되어 빗장을 채운 장판각의 오늘이 안타깝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04.09 20:13

언택트 사회

요즘 엘리베이터를 타면 층수 버튼 누르기가 부담스럽다. 손에 다른 도구가 있으면 이용하거나 어쩔 수 없이 손으로 누를 땐 꼭 손 소독제를 쓰거나 손 씻기를 한다. 일부 아파트에선 아예 엘리베이터 안에 이쑤시개나 비닐장갑을 구비해 놓기도 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 일상생활 전반에 큰 변화가 일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비대면, 비접촉(Untact)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오늘부터 학교에선 온라인 개학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우선 중3, 고3 학생부터 인터넷을 통해 수업에 들어간다. 코로나19 여파로 학교 현장에서 사상 초유의 비대면 교육이 시행되는 것이다. 관공서에서도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정부 청사를 비롯해 산하기관에선 일정 인원씩 돌아가며 집에서 업무를 처리한다. 코로나19 방지뿐만 아니라 만일의 국가행정 비상사태를 대비한 사전 적응훈련 차원이기도 하다. 소비문화 트랜드도 크게 바뀌고 있다. 직접 시장이나 마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일이 크게 줄어들었다. 대신 인터넷 쇼핑과 배달, 택배 등이 큰 호황을 누리고 있다. 자동차 메이커의 신차 출시 등 마케팅 분야도 온라인으로 이뤄지고 있다. 상품 구매 유통뿐만 아니라 운동이나 영화 감상 등 취미생활도 집 안에서 해결한다. 헬스를 위한 홈트레이닝 서비스와 영화 감상을 위한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가 코로나19 사태로 많이 증가했다. 국제 사이클 경기도 집 안에서 선수들끼리 인터넷 장비를 연결해 경주를 벌이기도 한다. 예배와 미사, 법회 등 종교예식 역시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가정에서 드리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 같으면 유튜브나 방송을 통해 종교예식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신앙공동체로서 부정적 인식이 있었지만 요즘은 불가피한 현상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된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일상생활과 소비 교육 업무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언택트 문화가 정착되면서 경제와 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반면 언택트 사회는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 드론 등 4차 산업혁명을 촉진하면서 새로운 소통과 환경을 만들어내는 촉매제가 될 것은 분명하다. /권순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04.08 17:43

노이즈 마케팅

며칠 전 5선 고지에 나란히 도전하는 김부겸 후보와 주호영 후보가 때아닌 대권경쟁에 휘말렸다. 대구 수성 갑에서 맞붙은 두 후보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번 총선에서 이기면 대권후보 반열에 오른다며 속내를 내비치면서다. 물론 맞불작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지만 총선 방정식 대로라면 박빙 승부에서 승기를 잡겠다는 계산된 노이즈 마케팅 이다. 흔히 광고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노이즈 마케팅. 의도적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켜 주목을 끈 뒤 단시간에 판매를 늘리는 전략이다. 정치권에서도 종종 쓰인다. 선거 흐름이 본인 의도대로 되지 않을 때 이 카드를 빼들어 유권자의 관심을 확 끌어 올린다. 양날의 검 인 지라 자칫 잘못하면 부정적 이미지만 심어주는 역효과도 발생한다. 총선 공식 선거운동이 지난 2일 시작되면서 난데없이 전주시 청사 이전을 놓고 찬반논란이 불붙었다. 먼저 정동영 후보가 본인 지역구에 있는 전주생명과학고 부지로 시청을 옮기겠다며 포문을 열었다. 그러자마자 이 학교 운영위와 비대위가 회견을 갖고 선거를 앞두고 일방적으로 발표된 공약이다. 교육을 정치에 이용하지 말고 사과하라며 몰아세웠다. 일부 주민들은 침체된 지역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다 며 찬성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의도했든 안했든 결과만 놓고 보면 정 후보의 노이즈 마케팅이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선거공약은 유권자들이 수긍할 수 있는 보편성의 가치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다소 생뚱맞고 졸속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것은 그런 이유다. 판세가 불리한 데다 소속정당에 대한 이미지도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 문제가 불거져 오해받기 십상이다. 이를 두고 시청에선 총선 국면이라 논란을 피하려고 애써 말은 아끼지만 표정은 떨떠름하다. 노른 자위 대한방직 개발을 둘러싼 공약논쟁도 뜨겁다. 관할 지역구인 전주 을에 출마한 후보마다 제각각 상생융합 도시청사와 최첨단 도심산단을 만들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서울 코엑스 같은 복합 문화공간 공약도 눈에 띈다. 그들은 한결같이 전주의 랜드마크 후보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를 개발하면 시민들 삶의 질 뿐 아니라 전주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실성 여부는 뒷전인 채 아니면 말고식의 다분히 득표만 의식한 공약을 발표함으로써 유권자의 혼란만 부채질한다. 대한방직 터는 엄연히 사유지인 데다 구체적 개발계획이 이미 인허가 단계에서 심의 중이다. 뻔히 알면서도 그들은 폭발성이 큰 이슈인 만큼 거론할수록 존재감이 커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한술 더 뜬다. 그렇지만 나중에 뒷감당도 못하면서 뜬구름 잡는 선심성 공약(空約)을 남발하면 후보의 이미지만 깎아내린다는 점이 노이즈 마케팅의 치명적인 덫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0.04.07 19:47

코로나 발(發) 식량위기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침이 없다. 전 세계 감염자가 5일 현재 12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 수도 6만6400여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말 중국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지 약 석달 만에 전 세계를 집어 삼키고 있다. 바이러스의 충격으로 전 세계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다. 각국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봉쇄하고, 인적 물적 교류를 중단시키면서 지구촌이라는 단어가 무색해지고 있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됐던 글로벌 경제시스템은 붕괴 일보 직전이다. 전 세계 유통망에 균열이 생기면서 그 파장으로 식량위기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물자 이동의 어려움과 자국의 식량 안보를 내세우면서 식량 무기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국제 식량 공급망을 유지하면서 식량 시스템에 미칠 코로나19 대유행의 영향을 완화하는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지 않을 경우 4월과 5월에 식량 공급망의 붕괴가 예상되는 식량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기관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식량위기를 공식 경고 한 것은 FAO가 처음이다. 실제 쌀 주요 생산국을 비롯 농업 비중이 큰 국가들이 최근 잇따라 곡물 수출중단 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쌀 세계 3위 수출국인 베트남이 지난달 24일부터 쌀 수출을 중단했으며, 캄보디아도 5일부터 금지를 시작했다. 수출 금지 여파로 국제 쌀 가격은 7년만에 최고로 폭등했다. 태국은 달걀을, 카자흐스탄에서도 밀가루, 야채 등 농산물 수출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러시아도 지난달 쌀, 보리, 밀 등 모든 종류 곡물의 수출을 10일간 정지시켰다. 식량 장벽이 더욱 강고해 질 경우 우리처럼 곡물 자급률이 낮은 나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다. 세계 3대 신용평가기관의 하나인 피치그룹 산하의 컨설팅업체 피치 솔루션스는 식량가격 급등에 가장 크게 노출될 나라로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 중국과 중동 국가 등을 꼽고 있다.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률은 1985년 48.4%에서 2018년 21.75%로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에 있다. 수년째 20%대에 그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 중 최하위권이다. 주곡인 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주로 가축 사료용으로 쓰이는 옥수수의 경우 자급률은 1%도 되지 않는다. 옥수수 수입이 차질을 빚을 경우 육류 가격파동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코로나19 기세가 언제쯤 수그러들지 기약도 할 수 없다. 세계적 식량 생산과 유통에서 쇼크가 발생하면 우리에게는 생존 차원의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다.국내 식량상황을 총체적으로 점검하고, 장기적으로는 국내 식량 자급률을 제고시킬 수 있는 방안 마련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20.04.06 16:52

따뜻한 가슴

세상살이가 나아지길 바랐지만 뜻하지 않게 코로나19 때문에 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꽃 피는 봄이 오면 열매 맺어 결실을 거두는 가을이 오는 것처럼 어려움을 극복하면 기쁜 날이 올 것이다. 인간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던가. 달이 차면 기울듯 부귀영화도 영원할 수 없다. 권력도 똑같다. 한번 국회의원 하면 영원히 할 것 같지만 그게 어찌 맘 같이 되는가. 착각하며 산다. 금배지 달았을 때 국회의원이지 계급장 떼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가진 것 없으면 땅바닥에 나뒹구는 목련 꽃처럼 초라하고 천박해진다. 스스로가 잘할 걸 하는 말이 선거가 임박할수록 간절하게 생각날 것이다. 초선 때는 4년동안 뭘 했는지 기억나질 않을 정도로 금세 지나간다. 물당번 하기도 가쁘다. 지역구 관리하랴 의정활동 하기가 호락호락하지 않다. 바쁘게 지역구와 의사당을 오가도 박수치고 격려하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지금 국회의원은 낭만은 사라지고 샐러리맨처럼 됐다. 대정부 질의와 상임위원회 활동을 잘했다고 생각해도 언론은 자기 생각대로 써주지 않는다. 언론의 생리상 이슈 중심으로 쫓아 가기 때문에 웬만한 초선한테는 관심도 없다. 영향력이 없는 의원은 지역구 관리 한답시고 지방의원들이나 줄세우기 하기 바쁘다. 인간은 불완전해 빈틈이 많다. 그래서 절차탁마(切磋琢摩)하듯 항상 갈고 닦아야 한다. 남이 보는 곳에서만 군자행세를 할 게 아니라 혼자 있을 때나 안보이는 곳에서도 똑같이 행동해야 한다. 그게 바로 신독(愼獨)이다. 후보도 신독하는 게 쉽지가 않다. 꽃 피는 춘삼월 호시절이 왔는데도 모두가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한다. 코로나19가 모든 걸 멈춰서게 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기 때문에 소통이 안된다. 이런 가운데 선거운동이 시작됐다. 여론조사 결과 낮은 지지율을 끌어 올리려고 길거리유세를 하고 싶어도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블랙홀로 집어 삼켜 뜻대로 안된다. 처음 출마해 인지도가 낮은 후보는 겨우 SNS를 통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알리는 게 전부다. 인지도가 높은 현역은 그나마 낫다. 국회의원이 화려해 보여도 전생에서 죄 많이 지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동냥벼슬하려면 사람 마음을 훔쳐야하므로 그렇다는 것. 맘을 주고 받는다는 게 어찌 쉬운 일인가.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는 말이 딱 맞는 말이다. 후보한테 표 줄 때는 다 이유가 있다. 서로가 이야기를 안해서 그렇지 뭔가 개인적 연관 관계 없이는 한표도 못 얻는다. 그래서 정치를 할려면 평소 덕을 쌓아야 한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란 공자님 말씀이 되새겨진다. 평소 소 닭보듯 한 사람이 선거때만 되면 표 달라고 구걸한 모습이 처량하다. 표는 후보의 인간됨됨이에서 나온다. 유권자는 머리는 차갑고 가슴이 따뜻하고 진정성이 느껴지는 후보를 좋아한다. 정치는 말로 하는 게 아니라 따뜻한 가슴으로 하는 것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0.04.05 16:08

가난한 나라 쿠바의 힘

코로나 19의 여파가 거세다. 국가에 따라서는 확산세가 정점을 맞아 곧 감소추세를 맞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지만 연일 오르내리는 확산 추이를 보면 어느 것도 아직 확신할 수 없게 된다. 유럽 에 이어 미국도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고, 그동안 비교적 안전한 듯 보였던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아프리카의 국가들까지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는 때. 서로가 서로에게 감염 통로가 되는 길을 막기 위해 입국 금지 국가를 늘려야할 차단의 시대를 맞았지만 그래서 더 확실해지는 것이 있다. 물리적으로는 차단하되 그 어느 때보다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국가적 연대가 더욱 절실해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코로나 19로 위기에 처해있는 이탈리아를 지원하기 위해 쿠바 의료진이 파견됐다는 소식에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에도 훨씬 못 미치는 가난한 나라 쿠바가 3만 5천 달러에 이르는 세계 24위 부자국가 이탈리아 지원에 나섰다는 것은 확실히 이례적인 일이었다. 쿠바의 의료체계가 다시 주목받게 된 것도 그때문이었다. 1950년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첨예한 대립 구도에서 사회주의를 택한 쿠바는 전 국민에게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의료체계를 갖추는데 온 힘을 쏟았다. 1980년대부터 시작된 사회주의 체제 붕괴로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안게 되었을 때에도 평등과 보편 의료의 철학과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던 쿠바는 덕분에 선진국들이 이루지 못한 의료 성과와 함께 보편적 의료시스템을 정착시키는데 성공했다. 국민들의 모든 의료행위가 무료인 쿠바는 세계 최초로 소아마비 바이러스를 근절시켰으며 에이즈 백신 개발에도 가장 앞서 있다. 자신들보다 더 가난한 국가에 안과 의사를 보내 수십만 명이 무료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등 국제사회의 인도적 지원 활동도 돋보인다. 2010년 아이티에 콜레라가 유행했을 때도, 2014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프리카를 강타했을 때도 가장 먼저 의사를 파견한 나라도 쿠바였다. 쿠바의 활약상에 영국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들이 감사의 뜻을 보내고 세계 언론들은 진정한 국제 연대를 보여 준다고 평가한다. 그런데 미국 국무부의 공식 트위터에 쿠바의 의료진 파견을 돈벌이 수단이라고 비판하는 글이 올라왔다. 트윗은 의료지원의 손을 내민 나라들을 향해 합의내용을 면밀히 살펴 (쿠바정부의)노동착취를 끝내야 한다고 부르대기까지 한다. 연대의 가치를 훼손하는 미국의 저열함을 마주하니 가난한 나라 쿠바의 힘이 더 빛나 보인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04.02 18:57

호남 대통령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 28석 석권을 목표로 내걸고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을 내세워 호남 표밭 다지기에 나선 가운데 호남 대통령 논란이 선거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는 이낙연 상임선대위원장이 지난달 29일 후보지원 첫 방문지로 최대 접전지역인 군산과 남원 순천 등을 찾아 민주당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이 호남 석권을 위해 이낙연 마케팅에 나서자 텃밭 쟁탈전을 벌이는 민생당에선 호남 대통령론을 들고나왔다.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이낙연 효과를 자당 선거에 활용하려는 맞불 전략인 셈이다. 민생당 김동철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현수막에 넣는가 하면 천정배 장병완 박지원 의원 등은 호남 대통령을 만들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민생당의 이러한 이낙연 마케팅전략에 민주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민주당 팔이, 민주당의 기생정당 등 원색적인 표현을 동원하며 민생당을 맹비난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전남의 호남 대통령 공방을 지켜보는 전북으로선 입맛이 개운치 않다. 아직 전북에는 대권주자급으로 두드러진 인물이 없기에 이낙연 마케팅 논쟁이 왠지 씁쓸하게 느껴진다. 사실 전북도 지난 17대 대선 때 첫 집권여당의 대권주자를 배출했었다. 그렇지만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게 531만여 표 차로 패배하면서 전북도민들은 큰 허탈감에 빠졌다. 전북에서 8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보냈지만 역대 대선 최다 표차로 떨어지면서 전북의 한계를 절감했기 때문이다. 호남 출신 대통령은 이미 우리 손으로 뽑아봤다. 지난 15대 대선 때 김대중 대통령이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39만여 표 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전북에선 92.3%라는 절대적 지지를 보냈다. 그러나 전북의 염원인 새만금방조제 공사가 2차례나 중단되었고 국가예산 역차별 논란만 증폭되면서 전북도민에게 실망감만 안겨주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이낙연 마케팅이나 호남 대통령 논쟁만 부추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지역과 나라의 일꾼을 뽑는 선거인 만큼 인물과 정책, 공약 등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해야 후회하지 않는다. /권순택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04.01 17:16

‘여의도 차르’

지난 2016년 3월 20일 더불어민주당 20대 총선 비례대표 명단이 발표됐다. 당시 개혁공천 칼날을 휘두르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2번에 배치되면서 셀프 공천 논란으로 여론은 들끓었다. 패권 청산을 앞세워 친노친문 현역의원을 가차없이 잘라내면서 여의도 차르라는 별명을 그때 얻었다. 모질게 잘려 나간 후보의 피눈물은 아랑곳하지 않고 본인 스스로 당선권에 들어가겠느냐며 반신반의하던 터다. 그런 고초를 겪고 마침내 그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비례대표로만 5선 국회의원이 됐다. 전무후무한 이 기록이야말로 그의 인생을 함축적으로 대변한다. 올해 여든 그가 4년 만에 다시 선거판에 얼굴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진기록 행진이 하나 추가됐다. 이번엔 미래통합당 총선사령탑으로 영입되면서 19대 총선 새누리당, 20대 총선 민주당, 21대 총선 통합당 선거 수뇌부를 잇달아 맡는 보기 드문 이력을 남겼다. 좌우를 넘나드는 그의 갈지자 행보 탓에 철새이미지로 비춰지면서 유권자의 선택이 주목된다. 굳이 그에게 관심을 갖는 까닭도 전북과는 뗄래야 뗄 수 없는 인연 때문이다. 순창출신 초대 대법원장 김병로 선생의 손자라는 점이다. 예상과 달리 집안내력 말고는 전북과 이렇다 할 인연이 없어 다소 의외다. 그에 대한 세간의 평가도 예전만 못하다. 최근 10년간 진보와 보수를 오가며 두 차례 토사구팽 당하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한때는 전두환의 신군부시절 국보위 참여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갑작스런 그의 선거판 등장에 시선이 곱지 않다. 평소 잘난 척하며 우쭐대던 국회의원은 다 어디가고 선거 때만 되면 김종인 이름이 거론되는지 못마땅한 표정이다. 선거를 앞두고 그가 공천권을 무기로 카리스마를 발휘해 왔는데 이미 후보등록이 끝난 시점이라 얼굴마담용이라는 비아냥거림도 있다. 어쨌거나 긴급 수혈된 그가 등 돌린 중도성향 유권자를 어떻게 공략할 지, 과거 선거처럼 유권자들이 그의 뜻대로 움직여 줄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선거의 달인그도 이해찬 민주당대표와의 악연은 널리 회자된다. 승승장구하던 그가 1988년 서울 관악을 총선에서 이 대표에게 쓰라린 패배를 맛봤다. 운명의 장난일까. 2016년 총선 민주당 공천권을 거머쥔 김종인 대표가 이 대표를 공천배제 시킴으로써 26년 만에 패배를 앙갚음한 셈이 됐다. 두 사람의 질긴 인연은 계속 된다. 이번에 여야 총선사령탑으로 리턴매치가 성사됨에 따라 누가 최후승자가 될지 관전 포인트다. 김종인 위원장이 지난 26일 총선사령탑으로 복귀하던 날. 개인적으로 정치욕심이 없다고 공언해 온 손학규서청원 전대표가 각당 비례대표 공천 2번에 이름을 올리면서 해도 너무한다. 젊은이들 앞길 가로 막는다 며 세 사람의 끝없는 노욕(老慾)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결국 손 대표는 후보등록 하던 날 14번으로 추락했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0.03.31 19:57

천덕꾸러기 된 경유차

최근 경유차가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으로 꼽히면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되고 있다. 경유차의 엔진인 디젤엔진은 1890년대 독일 기술자 루돌프 디젤(Rudolf Diesel)에 의해 개발됐다. 경유의 영어 단어인 디젤도 그의 성에서 따왔다. 디젤엔진은 냄새와 소음에도 불구하고 연비와 힘이 좋은 장점으로 트럭이나 건설기계등 출력이 높아야 하는 대형차종에 주로 이용됐다. 1970년대 들어 유럽에서는 승용차에도 디젤엔진을 장착해 타기 시작했다. 자동차 회사들은 가솔린을 연료로 쓰는 가솔린엔진 보다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이 적다는 점을 들어 클린 디젤이라고 내세웠다. 당시만해도 최근들어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나 매연등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때였다. 우리나라도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경유차를 친환경차로 분류해 주차료와 혼잡통행료 감면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며 경유차를 권장했다. 값도 휘발유에 비해 싼데다 연비까지 높기 때문에 경유차 이용이 늘면서 점유율이 2012년 42.8%까지 기록했다. 전체 등록 차량의 절반 정도가 경유차였던 셈이다. 경유차는 운행중 질소산화물(NOx)과 미세먼지등을 배출한다. 경유 자체에는 질소(N) 성분이 없지만 고온고압상태에서 연소하는 방식으로 공기중의 질소와 산소(O)가 반응해 질소산화물이 생성된다. 반면 휘발유차는 이러한 질소산화물 생성 기회가 적어 질소산화물 배출이 적은 편이다. 질소산화물은 골치 아픈 대기오염 물질 가운데 하나이다. 산성비를 유발하고, 미세먼지와 연관된 스모그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디젤엔진의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한 유럽에서 배출가스 기준인 유로1제 등을 적용하는 한편 자동차 제조사들은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개발 장착해 문제를 해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2015년 폴크스바겐이 이를 조작한 사실이 밝혀져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임을 확인 시켜준 꼴이 됐다. 우리나라도 환경부가 클린디젤 정책을 폐기하고 각종 인센티브를 폐지하면서 노후 경유차에 대해서 일정기간에는 운행을 제한하는등 경유차에 대한 규제 강화에 나섰다. 전북도가 내일(4월1일)부터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시 도내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단속을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한때 연료 소비 효율로 국가적인 장려까지 받았던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미운털이 박힌 것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중소형 경유차는 서민들이 생계용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차종이다. 오염물질 배출 덩어리로 몰아 급하게 퇴출시키기 보다는 보다 효율적인 저감기술 개발 및 친환경 차 보급과 균형을 맞춰가며 점진적인 시행이 바람직할 성 싶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20.03.30 16:30

감놔라 배놔라는 잘못

수도권 등 밖에서 보면 아직도 전북은 변방이다. 전주시의 전통문화도시와 맛고을을 빼면 농도 이미지가 진하다. 대단위 산업단지가 확충된 것도 아니고 관광권이 제대로 조성된 것이 아니어서 전북을 찾는 관광객이 늘지 않고 있다. 외부인들과 이해관계가 별로 없어 왕래도 그저 그렇다. 새만금사업이 성공하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지금까지는 고요한 아침 바다 마냥 동트기 직전 같다. 수원 성남 용인 고양 부천 등 수도권은 웬만하면 100만이 넘는다. IT산업 유통 물류 등이 발달해 전국 각지에서 일자리를 찾아 속속 모여든다. 가히 상전벽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가는 것을 느낀다. 고인 물이 없다. 밖에서 새물이 계속 유입되므로 도시가 역동적이다. 이들 주민들은 익명성이 보장되기 때문에 시시콜콜하게 남의 이야기 할 시간도 없고 끼어들지도 않는다. 기업가는 비지니스 경쟁을 통해 기업을 발전시키고 개인은 부를 모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일에만 몰두한다. 모두가 기계적으로 움직여 사람사는 냄새가 풍기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생업으로 바삐 움직이고 IT를 바탕으로 물류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도시 자체가 활기차다. 그에 반해 전주는 어떤가. 전통문화도시요 교육도시로 그 명성을 쌓아온 전주시가 산업화에 뒤쳐지면서 발전의 속도가 더디다. 시내에서 10분만 벗어나면 청정한 산으로 둘러싸여 특히 맞벌이 공직자가 살기 좋다. 각종 생활물가도 비싸지 않아 돈을 마디게 쓸 수 있다. 하루벌어 하루 사는 일당직 노동자들은 일감이 없어 무척 살기가 팍팍하다. 요즘같이 코로나19가 발병할 때는 더 힘들다. 원래 인간은 환경의 지배를 받으면서 산다. 물론 어려운 여건을 극복해서 새로운 역사도 만들지만 거의가 환경의 지배를 받는다. 전주는 인구 65만의 도청소재지지만 농촌지역이 많아 구매력이 떨어진다. 가맥집이 많은 건 전주경제의 취약성을 반증한다. 오래동안 한곳에 머물러 살면서 형 동생 문화가 만연해 익명성 보장이 안된다. 가맥집에서 한잔 한 사사로운 일도 그 다음날이면 퍼진다. 외지인 한테 배타적이다. 생활이 어렵다 보니까 밤놔라 감놔라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머리가 좋고 시간이 많다보니까 공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다. 한마디로 종합경기장 개발과 대한방직개발문제에 관심이 많지만 분명 본질이 다르다. 종합경기장은 토지소유주가 시청이어서 얼마든지 공론화 할 수 있다. 하지만 대한방직은 사유재산이어서 김승수 전주시장이 다뤄야 할 행정행위다. 김 시장이 검토중이라고 한 목소리는 제대로 안들리고 사공들의 목소리만 크게 들린다. 행정행위를 놓고 정치논리가 끼어들어 감놔라 배놔라 한 것은 잘못이다. 전주발전의 단초가 될 대한방직 개발문제를 시에서 원칙대로 법대로 처리하면 그만이다. 그걸 공론화 위원회를 통해 검토한 것은 시장의 권한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전주시도 산토끼를 잡으러 다닐 일이 아니라 (주)자광이 2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것부터 처리하는 게 순리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0.03.29 16:05

관광도시 베네치아의 운하

해마다 2천만 명이 찾아오는 관광 도시 베네치아의 운하가 맑아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보도된 영상과 사진을 보니 예전의 탁했던 운하에 깨끗한 물이 흐르고 물속을 오가는 물고기들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강물이 투명해졌다. 베네치아 운하에 맑은 물이 흐르는 것은 60년 만이라거나 믿기 어려운 일이라는 주민들의 인터뷰가 더해진다. 현지 주민이 아니라도 깨끗한 물을 안고 흐르는 베네치아 풍경이 놀랍고 반갑다. 물이 맑아진 비결은 코로나 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도시를 일주일동안 봉쇄한 결과다. 물이 맑게 보이는 현상이 근본적으로 수질 개선이 됐기 때문이 아니라 도시 봉쇄로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운하를 드나드는 곤돌라와 모터보트 등 수상교통 수단이 줄어들어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진단이 있지만 변화된 운하의 풍경이 전하는 울림이 작지 않다. 사실 베네치아는 과잉관광(오버투어리즘)으로 환경 폐해를 겪고 있는 대표적 관광도시로 꼽혀왔다. 어디 환경 폐해뿐이던가. 관광자본을 끌어들여 상업적 관광을 부추기고 밀려드는 관광객들이 도시를 점령하면서 일상적인 삶을 침범당한 오래된 상점이나 주민들은 결국 쫓겨나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을 맞은 지도 꽤 오래다. 한때 인구 30만 명에 이르렀던 베네치아가 5만 명 도시로 전락한 것이 그 증거다. 오죽했으면 주민들이 입항하려는 크루즈를 향해 피켓과 깃발을 흔들며 관광객을 막아서는 시위에 나섰을까. 어찌됐던 코로나 19로 일상이 무너진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도 베네치아 운하의 역설적인 결과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된 모양이다. 맑아진 운하 소식에 백조가 돌아왔다는 트윗이 화제를 모으더니 백조가 떠다니고 돌고래가 헤엄치는 사진까지 등장했다. 아쉽게도 이 사진들은 베네치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찍은 가짜뉴스라는 것이 밝혀졌지만 자연의 회복을 갈망하는 사람들이 상상하는 풍경이 바로 그것일 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거리가 한산해진지 여러 날이다. 전주 시내를 걷다보니 봄 햇살이 쏟아지는 거리에서 자주 눈에 띄는 걸개들이 있다. 국가관광거점도시 선정을 축하하고 기대하는 현란한 문구들의 행진이다. 잠시 멈춤이 된 상황을 벗어나면 관광거점도시를 향한 수많은 정책이 기획되고 실행될 것이다. 그만큼 기대가 크지만 과잉관광 폐해로 되돌릴 수 없는 환경을 안게 된 세계적 관광도시들을 보면 우려가 적지 않다. 몰려오는 관광객들로 화려했던 이탈리아가 겪고 있는 오늘의 위기를 마주하니 더욱 그렇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0.03.26 17:28

n번방 추적단 불꽃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디지털 성범죄 n번방 사건. 초등생을 포함한 미성년자와 여성을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유인, 성착취 영상물을 찍도록 협박해서 텔레그램을 통해 공유한 n번방 사건은 너무나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말초적 욕구 충족과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어린 여아와 여성들의 인격과 삶을 짓밟고 파괴하는 잔인한 행태는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중대 범죄이다. 텔레그램 n번방 용의자 신상공개 및 포토라인 세워주세요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등록 6일 만에 256만 명이 동의했다. 이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생긴 이래 최다 기록이다. n번방 사건 관련자 모두에게 엄벌을 요구하는 국민청원 5건에는 무려 560만여 명이 동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경찰에 철저한 조사와 대응을 지시했고 법무부와 대검찰청도 n번방 가담자 전원에 대한 엄정 수사를 시달했다. 대법원에선 n번방 사건과 관련해 아동 성착취 영상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 경찰은 n번방의 박사방 운영자인 조주빈을 검거하고 성폭력범죄 특례법에 따라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고 n번방 최초 운영자와 가담자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n번방 사건의 실체를 처음 밝혀낸 것은 검경 등 수사기관이나 언론이 아니었다. 정의감과 모험심이 강한 두 명의 대학생이 스스로를 추적단 불꽃이라고 칭하며 잠입 취재를 통해 n번방 실상을 세상에 알렸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이들은 지난해 7월 뉴스통신진흥회가 주최한 제1회 탐사심층르포취재물 공모에 참여하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취재에 나섰다. 아동 청소년 대상 불법 음란물을 공유하는 텔레그램 단체 채팅방의 존재를 경찰에 미리 알리고 직접 채팅방 회원으로 가입했다. 이들은 박사방을 비롯해 8개의 파생방에서 5000~6000명의 이용자가 미성년자를 협박해 제작한 음란물과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돈을 주고 공유유통하는 실태를 파악하고 채증했다. 추적단 불꽃의 n번방을 고발하는 미성년자 음란물 파나요?텔레그램 불법 활개 르포기사는 지난해 9월 뉴스통신진흥회를 통해 처음 보도됐고 공모전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그렇지만 추적단 불꽃의 n번방 고발기사는 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올 1월 국회 청원사이트에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 성범죄를 해결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면서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용기 있는 두 대학생의 펜 끝을 통해 알려진 악질적인 디지털 성범죄가 더는 발붙일 곳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 책무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0.03.25 17:13

통합당 ‘아 옛날이여’

국회의원 재활용 이란 신조어가 요즘 시중에선 화제다.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의 돌려막기 공천을 빗대서 나온 말이다. 아무리 인물이 없다 하더라도 경쟁력이 없다고 컷오프 한 후보를 다른 지역에 공천하는 것. 유권자를 무시해도 유만부동이지 해도 너무한다고 쓴소리를 쏟아낸다. 통합당과 위성정당이 연출한 공천 막장드라마는 볼썽사나웠다. 금배지쟁탈을 향한 진흙탕싸움의 연속이었다. 거기에는 아예 국민은 안중에도 없었다. 명분과 체면은 고사하고 본인이 컷오프 됐는데도 그리고 아무 연고없는 곳에 차출명령 받고도 당당한 척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했다. 심지어는 극단적인 선택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23일 보수텃밭 강남병에서 컷오프된 이은재 의원이 감옥 간 전광훈 목사가 만든 당에서 비례대표로 출마한다고 탈당했다. 황교안 대표는 비례대표 명단이 내키지 않는 듯 심사위원장을 갈아치우고 새판짜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선거결과가 자못 궁금해진다. 이런 모습들이 덧셈정치 일까. 뺄셈정치 일까. 총선 후보등록이 2627일로 다가왔다. 전북 미래통합당은 중앙당의 뜨거운 선거열기와는 달리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총선을 코앞에 둔 정당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존재감이 없다. 출마예상자로 도내 10개 선거구에서 전주을 이수진 후보와 익산갑 김경안 후보가 그나마 체면치레할 것 같다. 이달 초까지 단 한명의 예비후보도 내지 못해 애간장을 태웠으나 이후 잇따른 출마선언으로 한시름 놓았다.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이라고는 하나 명색이 113석을 거머쥔 제1야당이란 타이틀이 무색할 지경이다. 여당 프리미엄 덕인지 지난 2016년 총선때는 정읍고창을 제외한 10개 선거구중 9곳서 출사표를 던졌다. 2008년 18대는 11군데 모두 후보자를 낸데 이어 2012년 19대도 7명을 공천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름 여당 몫을 톡톡히 해냈다. 끝 모를 추락의 변곡점은 박근혜 탄핵이었다. 야당으로 전락한 데다 공동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워낙 지지기반이 약세이다 보니 선뜻 나서기가 두려운 게 사실이다. 호남에서 만큼은 유별난 민주당 강세를 부인할 순 없다. 그래도 총선을 앞두고 어느 정도 고전은 예상했지만 전투력이 상실될 만큼은 아니었다. 야당 위치에서도 설자리가 점차 좁아보이는 미래가 더 불안하다. 경쟁과 균형을 통해 정치는 발전하고, 비온 뒤 땅이 굳어지기도 한다. 일방통행 독주는 자칫 독선과 아집을 낳을 수 있다. 잔치는 시끌벅적해야 제격이다. 총선을 앞둔 전북은 너무 조용해서 인지, 밥그릇 싸움으로 시끄러운 중앙당 쪽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뭘까.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0.03.24 17:00

물리적 거리두기

우리는 일상적인 인간관계에서 사이가 좋다라는 말을 흔히 쓴다. 서로 간의 관계가 좋다는 뜻이다. 여기서 사이라는 것은 한자로 간(間)이다. 사이(거리)는 서로 간의 관계를 이어주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다. 사이가 좋다라는 말은 공간적으로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서로가 틈도 없이 딱 붙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니다. 아름다운 풍경 등의 대상도 일정거리를 두고 볼 때 제대로 그 가치를 느끼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그의 저서 숨겨진 차원에서 인간관계의 공간적 거리를 4가지 영역 별로 분류했다. 첫 번째가 45㎝ 이내의 밀접 거리이다 부모와 자식 간이나 연인 사이처럼 서로 사랑하고 밀착된 거리이다. 두 번째는 개인 거리이다. 45120㎝ 정도로 손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거리다. 가까운 친구나 지인등이 전통적으로 유지하는 소위 사적인 공간의 범주다. 세 번째는 120360㎝ 정도의 사교 거리이다. 인터뷰등 공식적인 상호작용을 할 때 필요한 간격인 사회적인 영역이다. 네 번째는 360㎝ 가 넘는 공중(公衆) 거리다. 무대위 공연자와 관객들 처럼 떨어져 앉아 있는 그래서 서로 알지 못하는 거리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좀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더욱 강조되고 있다. 병원체인 바이러스의 경우 비말(飛沫)이 튀는 거리가 2m 정도로 접촉에 의한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가장 효과적이고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거리두기는 선택 사항이 아니라 필수적이고 불가피한 방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면서 대부분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꺼리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거나, 직장만을 오가는 패턴이 일상화되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이웃에 확진자 발생을 알리는 재난문자가 울려대고, 아직도 그 끝을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보니 긴장과 두려움 속에 우울감이 높아진다는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현 상황에서 최선의 방역대책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결코 사회적으로 단절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며칠 전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표현 대신 물리적 거리두기로 바꾸고, 이 단어의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구촌 모든 사람들이 여전히 사회적으로 연결돼 있고, 단지 감염예방을 위해 물리적으로만 거리를 두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른 사람과 계속 소통하고 연결해 심리적 안정을 유지하는 정신건강 또한 신체건강 못지 않게 중요하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20.03.2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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