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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화가 관건

지금 같은 정치구도가 계속되면 내년 총선 결과를 점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민주당 등 5개정파로 나눠져서 경쟁하기 때문이다. 전북은 정파가 많지만 도민들의 정서가 엇비슷해 인물본위로 갈 공산이 짙다. 국민의당으로 당선된 이용호의원이 현재는 무소속이지만 친 여권이고 유성엽의원이 민주평화당에서 대안신당으로 떨어져 나왔지만 달라진게 없다. 연말이 지나면 합종연횡이 이뤄지겠지만 선거구도가 민주당 대 야권단일화로 가야만 경쟁정치가 펼쳐질 것이다. 선거판이 만들어졌으나 아직까지 눈에 띈 후보가 안 보인다. 3선을 넘은 다선의원은 큰 정치인이 되려면 대권을 넘봐야 한다. 그게 안되면 더 이상 선수(選數)를 늘리는 게 무의미하다. 중앙정치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면 결국 후배들의 진로를 가로 막는 사람으로 자칫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수 있다. 결국 한번 더 하는 게 의미없이 본인의 호구지책용 밖에 안된다. 그래서 다선은 수도권 등 험지로 나가야 한다. 여야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수도권에서 살아남아야만 정치력을 제대로 인정 받을 수 있다. 내년 선거 결과가 향후 전북정치권의 진로를 좌우하기 때문에 그 어느때 선거보다 중요하다.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전북경제를 견인하려면 정치권부터 새롭게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도민들의 바람이다. 전북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을 정도로 모든 면에서 절박하다. 그간 문재인 정부에 나름대로 큰 기대와 희망을 걸었으나 기대했던 것 만큼 성과를 못거뒀다. 그래서 전북몫을 스스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호남권에서 탈피해 전북 홀로서기를 해야만 한다. 그렇게 가려면 명망가도 중요하지만 국가예산을 잘 확보할 사람이 필요하다. 그간 지역정서에 의존하는 바람선거를 많이 하다 보니까 제대로 된 사람을 뽑지 못했다. 대통령 선거나 각종 선거때마다 묻지마 투표를 한 게 지역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때로는 역량이 부족한 사람이 운좋게 뽑혀 임기동안 그들만의 잔치판만 펼쳤다. 이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깜냥이 되는지 여부를 정확하게 검증해야 한다. 일정한 직업없이 정치 한답시고 철새마냥 왔다 갔다 한 사람은 예선서 탈락시켜야 한다. 요즘 국가예산 확보철을 맞아 송하진 지사가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영향력을 강하게 행사하는 인물이 없다보니까 예산철만 닥치면 송 지사 옆에 원군이 없어 안절부절한다.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이어지는 한 전북발전은 요원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북을 친구라고 말했지만 문 대통령의 친구는 전국민이다. 특별히 전북만 챙길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안된다.경쟁의 정치가 살아나야 지방정치도 발전한다. 국회의원을 잘 뽑으면 지사 시장 군수등을 유능한 사람으로 뽑을 수 있다. 지역구가 줄 수 있어 일당백 할 사람이 필요하다. 지금 전북이 꼴찌를 탈피하려면 모든 면에서 혁신을 가져와야 한다. 내년 총선때 기회를 못살리면 전북은 더 이상 희망을 걸 수 없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1.24 16:26

경기전의 태조어진

전주의 귀한 공간 경기전의 가을이 깊어졌다. 전주의 가을은 이곳, 경기전 은행나무가 제 잎을 노랗게 물들이고 마침내 옷 벗을 채비를 하면 끝을 맞는다. 경기전은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을 안고 있지만 은행나무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밤 경기전 풍경은 그 자체로도 귀한 선물이다. 유교를 국교로 택해 예를 중시했던 조선왕조는 그 실천을 위한 건물을 건립했다. 왕과 왕비의 영정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기 위한 진전(眞殿)도 그들 중 하나다. 경기전은 조선왕조 개창자인 태조어진을 모신 진전이다. 태조 어진을 모신 진전은 전주와 태조가 태어난 영흥, 태조가 성장한 개성, 고구려 수도였던 평양,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 세워졌으나 모두 불에 타고 경기전의 태조어진만 살아남았다. 진전은 몇 분의 어진을 모셨느냐에 따라 건축물의 형식이 달라졌다. 경기전처럼 한 분의 어진을 모시는 곳과 선원전처럼 여러 왕의 어진을 모신 곳이 그것이다. 경기전은 당초 태조 어진 만을 모신 공간이었으니 다른 진전들과 구별되거나 특별한 의미를 갖는 공간이다. 그러나 이후 경기전에는 태조 어진과 함께 세종 정조 고종 영조 철종 순종의 어진이 함께 봉안됐다. 경기전 정전(正殿)에 다른 어진들을 함께 모신 것을 두고 경기전이 갖고 있는 특별한 의미를 왜곡시키는 것이라는 비판이 더해졌던 것은 그 때문이다. 어진의 의미도 다르다. 태조어진을 제외하고는 모두 현대의 경기전을 위해 새로 제작된 것들이다. 초상화의 왕국이었던 조선시대 왕들이니 초상이 얼마나 활발하게 제작되었을지 짐작할 수 있지만 아쉽게도 전란을 견디고 화재를 피하여 살아남은 어진은 태조와 영조 어진뿐이다. 오늘에 남아 있는 다른 왕들의 초상은 모두가 추정으로 그려진, 이른바 상상도나 다름없는 셈이다. 살아남은 어진 중 태조어진은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그린 전신상으로는 유일한데다 조선시대 초상화의 최고봉으로 꼽힐 정도로 그 의미와 가치가 특별하다. 회화사를 전공한 사람들에게 경기전이 성지 같은 곳이었던 이유도 여기 있다. 경기전 안 뒤편 뜰에 어진 박물관이 건립된 이후 정전에 있던 왕의 초상들은 박물관 안으로 옮겨졌다. 전시실은 공간의 역사성을 담지 못했으나 왕의 초상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로 분주해졌다. 사실 1년 중 대부분 전시실에서 만나는 태조의 초상은 모사본이다. 진본 보존을 위해 1년에 한번, 20여 일 동안만 공개되기 때문이다. 태조어진 진본이 지금 공개되어 있다. 27일까지 어진박물관을 찾는 관객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시간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11.21 19:32

살찐 고양이법

살찐 고양이라는 말은 미국의 저널리스트 프랭크 켄트(Frank R. Kent)가 1928년에 출간한 정치적 행태(Political Behavior)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다. 당시 정치자금을 많이 내는 부자나 특혜를 입은 부자들을 살찐 고양이로 비유했다. 1960년 미국 대선 민주당 예비선거에서 부유층으로부터 많은 선거자금을 지원받는 존 F. 케네디 후보에 맞선 휴버트 험프리 후보가 나는 살찐 고양이(fat cat)의 지원을 받는 후보가 아니다라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도 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살찐 고양이는 탐욕스러운 자본가를 상징하는 표현이 됐다. 당시 리먼브라더스 메릴린치 베어스턴스 등 대형 투자은행들이 파산하면서 금융업계 구조조정과 임금 삭감으로 어려움 겪는 상황 속에서도 미국 월가의 은행가들은 거액 연봉과 보너스에 세제 혜택까지 누리자 이들의 행태를 비꼬아 살찐 고양이라는 용어가 유행했다. 살찐 고양이법은 공공기관 임원의 급여를 제한하는 법령이나 조례를 일컫는다. 프랑스는 지난 2012년 공기업의 연봉 최고액이 사내 최저 연봉의 20배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을 제정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최고경영자의 연봉이 직원 중간값의 몇 배인지 공개하도록 규정해놓았다. 스위스는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가 결정하도록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16년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민간기업 최고경영자와 공공기관 임원 연봉을 각각 최저 임금의 30배, 10배를 넘지 못하도록 규정하는 최고임금법을 발의했다. 그러나 4년째 법안 심의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국내 자치단체에선 지난 5월 부산시에서 처음 살찐 고양이법 조례가 제정, 공포됐다. 시의회에서 조례가 통과됐지만, 행정안전부의 반대와 부산시장의 공포 거부 등 2차례나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시행됐다. 이후 7월에 경기도가 2번째로 도입했고 울산시 경남도 대전시 등도 잇따라 제정했다. 전라북도는 정의당 최영심 도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른바 살찐 고양이 조례가 지난 19일 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를 통과했다. 앞서 두 차례나 보류됐지만 도내 공공기관장과 임원의 연봉을 최저임금의 각각 7배와 6배 이내로 제한하는 원안대로 가결돼 본회의 의결을 남겨 놓고 있다. 살찐 고양이법이 우리 사회의 소득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를 해소해 나가는 실마리가 되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11.20 17:54

향우회도 ‘탈 호남’

우리나라에 삼불패(三不敗)가 있다. 웬만해선 깨지지 않는 3개의 조직, 이를테면 고대동문회, 해병전우회, 호남향우회를 일컫는다.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는 끈끈한 유대관계를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한때 프로야구 해태타이거즈의 전성기시절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며 전국을 누볐다. 목청껏 응원하면서 호남인의 결속력을 과시하며 똘똘 뭉쳤다. 6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호남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외로움과 설움을 참고 견뎌냈다. 아무리 터놓고 지낸 사이일지라도 밝히기를 꺼려한 이런 아픔이 있었기에 서로 의지할 울타리가 절박했다. 호남향우회가 그런 배경 속에서 사랑을 받으며 급속하게 성장해왔다. 전북이 그런 슬픈 역사의 호남향우회에서 분가, 독립을 선언했다. 전북사람으로 살아가며 스스로 제몫을 찾기 위해 홀로서기를 선택한 셈이다. 이들은 그간 호남향우회에 몸담고 활동하면서 광주전남에 비해 나름 소외감을 겪었다고 술회한다. 지난 10일, 13일 각각 성남과 인천에서 열린 전북도민회 출범에는 1000여명이 넘는 고향 사람들로 붐벼 행사장이 비좁을 정도였단다. 여세를 몰아 경기도 31개 시군에서 총회를 통해 전북사람들의 애향심과 자긍심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타향살이 전북사람은 340만명 정도인데 이중 300만명이 수도권에 몰려 살고 있다. 김홍국회장 취임이후 재경도민회는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탈 호남의 기치를 드높이고 있다. 수도권 지역 전북도민회 창립이 잇따르면서 이같은 기류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대체적인 흐름은 송하진 지사가 민선 7기 시작과 함께 전북 몫 찾기 운동을 공식화한 것과 맥이 닿아 있다. 호남으로 묶인 전북은 여태까지 광주전남에 비해 공공기관은 물론 국가예산, 국책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겪어야 했다. 최근 논란이 된 국회 예결소위 전북배제가 대표적이다. 예상한대로 민주당 호남몫 1명에 포함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다. 정부 산하단체, 금융권, 기업에 이어 신문까지도 호남본부로 통폐합, 광주전남으로 이전한 지 꽤 오래다. 전북이 호남 범주에 엮이면 하등 좋을 게 없다. 광주전남과 동등한 지위는커녕 오히려 들러리 역할만 한다. 그럴 바에야 지금이라도 단단한 껍질을 깨고 세상과 부딪치며 싸워야 제몫을 차지할 수 있다며 전북도민회 출범을 격려한 출향인사의 조언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19.11.19 17:44

지역화폐 명암

전국 지방 자치단체들 사이에 지역화폐(지역사랑 상품권) 도입 열풍이 불고 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역화폐를 발행한 지자체는 지난해 66곳에서 올해 10월말 현재 177곳으로 1년 사이 2.6배나 늘었다. 광역시 포함 전국 243개 지자체 가운데 72.8%에 달한다. 전북 역시 정읍시가 연내, 익산시가 내년초 도내 최초로 충전식 카드형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14개 지자체중 전주시를 뺀 모든 시군이 지역화폐를 발행하게 된다. 전주시도 올 상반기에 전주형 공동체 화폐 시범사업을 마쳤다. 지역화폐 발행에 속도가 붙으면서 규모도 올해 조 단위를 넘었다. 전국적으로 올해 8월 까지 1조6044억원 규모의 지역화폐가 발행돼 2016년(1168억원)에 비해 3년사이 13.7배나 증가했다. 올해 말까지는 2조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도의 규모는 4335억원으로 인천시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도내에서 발행규모가 가장 큰 지자체는 군산시다. 현대조선소 가동중단에 이어 지난해 한국GM공장이 폐쇄되면서 지역경제가 침체에 빠지자 군산사랑상품권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발행을 시작해 4개월만에 910억원 상당을 판매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는 3000억원을 발행 판매했다. 종이 상품권에 이어 최근 발행한 모바일 상품권도 40일만에 판매액 100억원을 돌파했다. 이같은 지역화폐의 양적확대는 결제액의 최고 10%에 달하는 캐시백(할인지원) 매력이 주민들의 적극 참여를 유도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캐시백으로 주어지는 결제액의 4%는 국비로 지원되고, 나머지는 지자체 부담이다. 문제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평가에도 불구하고 지역화폐 판매가 늘면서 지자체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데 있다. 누적 시비 부담이 468억원에 달한 인천시는 최근 결제 기준액을 월 3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고, 캐시백 요율을 종전 결제액의 6%에서 3%로 낮추는 출구전략을 채택했다. 지역화폐 발행 모범사례로 꼽히는 군산시 사정도 비슷하다. 올해 군산시는 캐시백으로 258억원(할인율 10%)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국비 4%를 뺀 155억원(6%)이 지자체 재정에서 지출됐다. 재정자립도 21.6%에 불과한 군산시 형편으로 결코 가볍다고 볼 수 없는 재정부담이다. 지역화폐의 활성화는 캐시백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언제까지 국비지원이 되고, 자립도가 취약한 지자체가 무한정 재정부담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성공한 정책이라는 평가를 받는 지금이야 말로 지속가능한 지역화폐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이다. 재정투입 규모를 고려해 캐시백 요율을 조정하고, 지역화폐의 또 다른 기능인 지역 공동체 복원등의 본래 가치를 살리기 위한 대안등을 마련해야 한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19.11.18 18:06

차가운 민심

총선 입지자들은 본인이 가장 적임자라고 말하지만 유권자들은 별로 신통치 않게 여긴다. 현역이나 도전자나 모두가 참신성과 역량이 떨어져 개긴도긴으로 본다. 그간 박근혜 전대통령 탄핵과 이명박 전대통령 구속을 지켜봤고 촛불집회 등을 통해 직접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표출시킨 경험을 갖고 있어서인지 정치권을 대하는 유권자의 시각이 예전과 달리 차갑고 냉정하다. 유권자들은 여의도 정치권을 비생산적인 공해집단 정도로 인식한다. 그 때문에 누가 총선에 출마해도 그 밥에 그 반찬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를 보낸들 썩어 문드러진 정치권이 나아지겠냐는 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도내 정치권에 대한 실망도 크다. 20대 총선 때 안철수 개혁바람이 거세게 불어 뭔가 새롭게 정치를 잘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갖고서 국민의당 한테 7석을 안겨줬지만 서로가 갈라져 10명 국회의원이 5개 정파로 나눠진 것에 무척 실망하고 있다. 도민들은 예산국회 막판에 구성된 계수조정 소위 15명에 도당위원장인 안호영 민주당의원이 끼지 못한 것을 안타깝게 여긴다. 민주평화당 김광수, 바른미래당 정운천, 무소속 이용호의원이 예결위원이 돼 나름대로 기대를 걸었으나 막판 소위에 한명도 끼지 못함으로써 전북도 국가예산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새만금~전주간 고속도로건설사업비가 1500억 이상 껑충 뛰었던 것도 정운천의원이 소위에 들어가서 맹활약한 탓이 결정적이었다. 국가예산 확보는 막판 소위에서 판가름 난다. 넣고 빼는 것이 15명 손에서 이뤄지므로 각 시도가 죽기살기식으로 올인한다. 하지만 송하진 지사는 소위에 전북 출신의원이 빠지자 내심 허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당초 7조원대 예산을 지키려고 인맥을 총가동해서 여야 구분 않고 소위 위원들 한테 전북 관련예산을 삭감하거나 삭제하지 않도록 읍소 아닌 읍소를 하고 있다. 중앙정치 무대에서 전북정치의 존재감이 약화될수록 송 지사의 어깨만 무거워진다. 사실 정치인들이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거창하게 포부를 밝히면서 출사표를 던지지만 그 속내를 보면 입신양명하려고 그 길을 선택한다. 최근 자영업자들과 중기대표들이 계속된 불경기로 신음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연간 1억8천만원의 세비와 각종 혜택을 톡톡히 누리며 잘 산다. 대한민국에서 책임감 없이 그 만큼 떵떵거리면서 특권을 누리는 자리도 없다. 그렇게 손가락질 받으면서도 기어코 한번 해볼려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어떻게 지역구가 재편될지 모르고 후보들이 확정되지 않아 아직은 선거에 관심이 덜하다. 신인이라고해서 쿨하다고 예쁘게 봐준 것도 없지만 현역 한테는 불만이 많다. 리턴매치니 올드보이 귀환이니 하는 용어가 난무하지만 먹고 살기가 팍팍해서 누굴 지지하겠다는 것 보다는 디스하는 경향이 크다. 전북은 다른 지역과 달리 물갈이를 통한 세대교체 요구가 별로 없어 무풍지대처럼 보인다. 후보가 깜냥이 되느냐 안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1.17 16:46

수도사들의 필사본과 완판본 목판

노트커 라베오(Labeo Notker). 950년경에 태어나 1022년에 작고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의 수도사다. 노트커는 소년 시절, 지금은 스위스 영역이 된 장크르 갈렌 수도원에 들어가 일생을 보냈다. 당시 활동했던 수많은 수도사 중 그의 이름이 역사에 남겨진 것은 후세에 끼친 영향 때문이다. 수도원 교사로 있었던 그는 제자들을 가르치기 위해 신학에 관한 라틴어 고전을 독일어로 번역하고 주석을 달아 교재로 활용했다. 그의 번역 실력은 빼어나 고고 독일어를 훌륭하게 구사했으며 본래의 구절을 단순히 해석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덕분에 그의 번역은 독일의 학문적 용어를 만들고 고대 독일어를 발전시키는데 기여했다. 특히 그는 중요한 고전을 필사본으로 제작했는데 대부분이 소실되고 말았으나 그중 몇 권 필사본은 살아남아 세계적인 문화유산이 되었으니 장크트 갈렌 수도원 도서관이 그 소중한 유산을 품고 있는 곳이다. 당시 유럽의 규모가 큰 수도원들은 별도의 필사실을 두고 중요한 고전이나 성경 악보를 필사했다. 그들 중 하나였던 장크트갈렌 수도원은 16세기 이후 더욱 번성해 17세기 중반에는 최고의 필사 및 인쇄센터를 만들어 전통을 이어왔다. 10세기부터 지속된 수도사들의 귀중한 필사본을 보유 하게 된 이유다. 이 도서관은 장서만도 15만권. <그레고리오 성가> 필사본을 비롯해 스위스의 국보급 문서와 책도 한둘이 아니다. 3년 전 장크트 갈렌 수도원 도서관을 찾은 적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이 도서관은 들어서는 현관 문 입구에 고대 그리스어로 <영혼의 치유소>라 쓰인 문패를 붙였다. 바로크 양식의 도서관 내부는 다양한 빛깔의 조형물과 조각품을 안고 있는 온갖 구조물, 하늘과 인간이 대화하는 모습을 그림으로 펼쳐놓은 환상적인 천정화, 빛나는 장서들이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중에서도 가슴 뛰게 했던 공간이 있다. 깨알 같은 펜글씨 필사본이 꽉 차 있던 지하 공간이다. 어두운 서고에서 시간을 다투며 필사에 몰두했을 수도사들의 고투가 온몸으로 전해졌던 그때, 문득 십여 년전 전주향교의 뒷마당 장판각에서 습기와 해충과 어둠속에 무방비 상태로 놓여 썩어 들어가던 수천 장 전주 완판본 목판(그 뒤 전북대 박물관 수장고로 옮겨져 보관 중)이 떠올랐다. 여전히 박물관 수장고에 갇혀 있는 목판본의 오늘을 본다. 어느 도시도 갖지 못한 귀한 문화유산의 가치에 우리는 왜 눈뜨지 않는 것일까.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11.14 18:42

돈 주고 상(賞) 받기

스웨덴 출신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16)가 지난 10월 말 올해의 환경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 수상을 거부해 화제를 모았다. 북유럽 5개국 협의기구인 북유럽이사회(Nordic Council)는 역사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환경과 기후에 관한 논의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 넣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툰베리는 시상식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툰베리는 환경상 수상자로 선정해 준 노르딕 카운슬에 감사를 표했지만 기후 변화 운동엔 상이 필요하지 않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약 6000만원(35만 크로네)에 달하는 상금도 거절했다. 대신 툰베리는 정치인과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상이 아니라 기후변화를 해결할 과학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전했다. 10대 소녀의 당찬 발언이 어른들을 부끄럽게 하는 대목이다. 지난 주 전국 자치단체들이 홍보비를 주고 상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전국 자치단체에 정보공개 청구를 한 결과, 지난 2014년부터 118개 지자체가 263차례에 걸쳐 서울지역 5개 언론사로부터 각종 상을 받고 홍보비로 49억여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상에 따른 홍보비 지급이 가장 많은 곳은 고창군이다. 지난 2014년 이후 총 3억3375만원을 지출했다. 이로 인해 고창군은 지난 2010년부터 황토배기 수박으로 10년 연속, 복분자는 2011년부터 9년째 OO브랜드 대상을 탔다. 돈 주고 상 받기 병폐는 고창군뿐만 아니라 다른 자치단체도 비슷하다. 부안군도 이 기간동안 1억 2375만원을 지출했고 타 시군도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다를 바 없다. 이러한 수상 실적은 고스란히 자치단체장의 치적으로 내세운다. 언론 보도자료와 각종 홍보매체를 통해 알리고 연말이면 따로 수상 실적만 묶어서 대대적으로 지역주민들에게 홍보한다. 국회의원과 도의원 시군의원 등 선출직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을 빛낸 자랑스런 한국인 CEO리더십 등등 정체도 모호한 상을 받고서 언론과 현수막 등을 통해 이를 알리는데 열을 올린다. 낯부끄러운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상(賞)의 가치를 모르는 어른들이 10대 소녀 툰베리에게 배워야 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11.13 17:07

총선 물갈이 ‘무풍지대’

여야가 내년 총선을 겨냥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해 승기를 잡겠다는 속셈이다. 총선시계가 빨라지면서 예전보다 일찍 기획단 인선을 마무리 하는 등 총선모드 에 돌입했다. 대대적 물갈이공천은 총선승리로 직결된다는 통계에서 보듯 여야는 참신한 인재영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초선 이철희표창원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중진들을 압박하는 형국이다. 조국 정국이 끝나자마자 당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면서 인적 쇄신론이 힘을 실고 있다. 때마침 한국당도 1차 영입인사 논란이 불거진 후 텃밭 중진의원 물갈이론에 휩싸였다. 지난 7일 초선들이 인적쇄신을 부르짖었지만 민주당 초선과 달리 자기희생 없는 이들의 외침이 공허하기만 하다. 전북정치권은 중앙의 열띤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무풍지대다. 불출마선언 사퇴의원도, 거물급 인재영입도 없는 안전구역인 셈이다. 뿌리깊은 민주당 정서와 야권중심 정치구도가 엇박자로 맞물리면서 중앙당의 거센 물갈이론이 다소 비껴가는 모양새다. 지난 총선때 국민의당 돌풍으로 현역 8명인 야권에 대한 물갈이 요구가 당초 거셀 것으로 예상됐으나 각자도생도 힘겨운 데다 인물난까지 겹쳐 현역에 맞설 대항마 부재로 고심하고 있다. 민주당은 현역 이춘석(3선)안호영(초선) 의원 2명이어서 상대적으로 덜한 분위기이나 총선이 문재인정부 중간평가로 인식된 만큼 승패여부에 정권의 운명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기조속에 대대적인 물갈이 요구는 전북이라고 예외일 수 없는 상황이다. 전북에서 출사표를 던진 여야주자 상당수는 4년전 그들만의 리그 에서 리턴매치하거나 몇몇 눈에 띄는 정치신인들이 등장함으로써 경선을 통한 물갈이도 초미 관심사다. 김금옥 전 청와대비서관(전주갑) 이덕춘 변호사(전주을) 김수홍 전 국회사무처장(익산갑) 윤준병 전 서울시행정부시장(정읍고창) 이원택 전 정무부지사(김제부안) 등이 결전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민주당은 현역이 없는 전주 3곳에서 누가 여의도행 티켓을 따내느냐가 최대 관전포인트다. 전주갑과 전주을은 본선보다 치열한 박빙경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총성없는 전쟁 이 진행되고 있다. 단체장의 조직까지 가세해서 차기 전북정치권의 맹주자리를 둘러싼 물밑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이에 반해 제3지대에서 생존을 저울질하는 야권의 풍향계는 3선급이상 중진들 거취에 주목한다. 정동영(4선)조배숙(4선)유성엽(3선) 의원이 숱한 난관을 뚫고 금배지를 지키느냐에 눈과 귀가 쏠려 있다. 국민 눈높이에 걸맞는 인적쇄신을 통해 심판 받아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유권자가 선거를 통해 물갈이할 수밖에 없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19.11.12 18:03

전주 ‘바람길 숲’

전주시의 대표적인 지정학적 특성은 분지형 도시라는 사실이다. 전주시가 그동안 매년 여름철이면 대구시와 함께 최고기온을 기록하면서 무더위 도시 대명사가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게다가 전주시의 경우 1990년대부터 도심을 가로지르는 전주천과 삼천 주변에 들어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바람길을 막아 버렸다. 도시 지역내 아스팔트와 차량 에어컨등에서 내뿜는 열기가 도시 외곽으로 빠지지 않으면서 도심 온도가 외곽지역 보다 25℃ 높아지는 열섬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삶의 질 향상과 물질적 풍요를 바라는 도시민들의 수요에 따라 도시 지역의 개발과 대량 소비는 제어하기 쉽지 않은게 현실이다. 환경 및 도시 전문가들은 악화되어 가는 도시환경을 지키기 위한 가장 실효성 있는 대안으로 도시 숲 조성을 꼽고 있다. 도시 숲이 지닌 환경보존 및 순화기능은 도시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도시 숲은 거대한 산소공장 역할을 한다. 나무는 자라면서 공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방출하는 대기 정화기능을 한다. 특히 최근 핵심적인 사회문제로 대두된 미세먼지 저감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보고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나무는 광합성을 하면서 기공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도 함께 들이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숲 1ha에서 연간 168㎏의 미세먼지등 대기 오염물질을 흡수한다. 미쳐 빨아들이지 못한 미세먼지는 잎에 흡착시켜 바람에 날리는 것을 막기도 한다. 이밖에도 도시 숲은 도시민들에게 심신의 안정과 휴식및 산책공간을 제공하고, 도시 소음을 감소시키는 효과도 중요한 역할이다 그동안 전주시가 꾸준히 펼쳐온 나무심기 사업에 이어 최근 천만그루 정원도시 프로젝트 의 일환으로 바람길 숲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 지난 7일 국립산림과학원과 산림청 관계자를 비롯 전문가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 착수 보고회를 열었다. 바람길 숲 사업은 지난해 기획재정부와 산림청이 주관한 지역 밀착형 생활 SOC사업에 선정돼 국비 100억원을 지원 받는다. 국비를 포함 사업비 200억원으로 2021년 까지 도시 외곽의 산림공원과 도심의 숲을 연결해 신선하고 깨끗한 공기를 유입시키고, 미세먼지등 대기 오염물질과 열기는 도시 밖으로 배출시킨다는 구상이다. 도시 숲 한평, 나무 한 그루는 다음 세대에는 희망의 싹이 된다. 전주시는 도시 숲이 생명의 숲 이라는 인식아래 바람길 숲 조성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돼 시민들이 맑고 신선한 공기를 흡입할 수 있도록 힘써주기 바란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19.11.11 16:57

아전같은 사람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어른 아이가 따로 없다. 예전에는 그 지역마다 나름대로 위계질서가 존중되었다. 선후배 개념이 철저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쟁이 치열하고 개인이기주의가 만연한 탓에 미풍양속이었던 좋은 규범이 무너져 내린다. 이 같은 현상은 잦은 선거로 생겨났다. 선거 때 많은 표를 모아준 사람이 가장 영향력을 발휘한다. 생업에 바쁜 서민들은 아예 생각조차 안하지만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려는 사람들은 표 모으는 것에 목숨을 건다. 모든 선거가 승자독식주의로 흘러 가다 보니까 이기는 게 목표다. 예전과 달리 선거꾼들이 설치는 세상이 됐다. 각종 선거가 많다보니까 선거브로커가 하나의 직업처럼 돼버렸다. 경험없는 후보는 이들의 세치혀끝에 놀아난다. 결과가 좋으면 모든 게 좋게 끝나지만 그렇지 않으면 돈 잃고 사람까지 잃는다. 선거판의 실세는 돈을 쥐고 후보를 움직이는 사람이다. 여왕벌을 만드는 사람이다. 돈 만들고 표를 결집시키기 때문에 목소리가 커질 수 밖에 없다. 각 지역별로 오피니언 그룹이 있지만 그 중 학경력이 일천한 사람이 큰 소리치며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있다. 어찌보면 뒤에서 손가락질 하는 줄도 모르고 빈수레가 요란한 것처럼 시끄럽다. 자신이 선거때 기여한 공로가 크다고 뻐기며 참모진을 휘어잡고 설쳐댄다. 양식있는 사람이 보면 한편의 코미디다. 이게 현실이다. 인구가 적은 농촌군에서는 이긴쪽에 못끼면 기를 피고 살기가 힘들다. 군수가 모든 정보와 재정을 틀어쥐고 있어 같은 편이 아니면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고 속앓이하다 끝난다. 중요한 군정도 자기편끼리만 모여 폐쇄적 구조로 운영된다. 설령 반대자들이 끼어도 무늬만 갖춰줄 뿐이다. 건설업자나 자영업자들이 선거때 귀신처럼 될 사람 쪽에 서서 뒷돈대며 열나게 선거운동을 하는 이유가 다 여기에 있다. 도시도 똑같다. 혈연 지연 학연으로 묶어서 당원으로 가입시켜 공동운명체를 만든다. 그렇게 조직을 만들어 하나의 성을 쌓는다. 누구나 장단점이 있지만 호가호위하는 사람은 먹고 사는 문제와 직결돼 있어 죽기 살기로 선거운동을 한다. 이들은 주로 꿀단지를 갖고 있는 도지사나 시장 군수쪽에 달싹 붙어 용비어천가를 읊조리고 반대편을 디스하거나 편가르기를 한다. 지역을 통합시키는 게 아니라 적대세력한테는 국물도 없게 만든다. 단체장이 모든 일을 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호가호위하는 세력들이 보이지 않는 손 역할을 한다. 이들은 지방의원들과 짝짜꿍해 공생관계를 형성, 장학생 역할을 한다. 시장 군수들은 이들이 선거 때 실탄을 조달해주고 표를 모아준 동지적 관계라서 완장을 채워주고 수의계약 등으로 경제적 이득을 안겨준다. 흥선 대원군 시절 전주아전들의 횡포 때문에 지역사회가 망가진 것처럼 지금 전주시가 발전하지 못한 것은 김승수시장의 리더십도 문제지만 예전의 아전마냥 이들이 설친 탓이 크다. 이들이 시장 뒤에 서서 감놔라 배놓아라 하며 호가호위하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1.10 16:55

학성강당 훈장님

김제 성덕면 대석마을의 학성강당을 처음 찾았던 것은 오래전이다. 학성강당 훈장 화석(和石) 김수연 선생(1926~2019)과의 인터뷰를 위해서였다. 평생 상투를 틀고 지내며 학문 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유학정신을 철저하게 실천했던 선생의 길을 들여다보는 일은 특별했다. 2005년의 일이니 햇수로 15년이나 지났지만 그때의 감회가 새롭다. 조선시대 실학자 이기의 학문적 영향을 받은 화석은 기호학파의 맥을 잇는 서암 김희진 문하에서 공부했다. 스물아홉 살 때 문을 연 강당은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는 것이 운영방식이었으니 누구에게나 열려있었지만 정작 선생을 인터뷰로 만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여러 번 인터뷰를 물리쳤던 선생으로부터 얻은 시간은 짧았으나 주옥같은 가르침은 시간의 양이 무렴할(?) 정도로 차고 넘쳤다. 그중에서도 선생이 내내 강조했던 것이 있다. 본분과 지행이다. 본분은 사람이 걸어갈 길을 이르는 것. 선생은 세상의 모든 만물이 다 제 갈 길이 있다. 그런데 유독 사람들만 그 길을 잘 모른다. 그 길이 바로 제 안에 있는데 그것을 보려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지행은 뜻을 세웠으면 실행해야한다는 것. 아무리 학문을 깊게 했다고 해도 실천하지 않으면 헛된 일, 조선이 망한 것도 수많은 선비들이 학식을 실천하지 않은 채 시문이나 지으면서 세월을 보냈기 때문이라고 선생은 안타까워했다. 덧붙인 말씀이 있다. 요즈음이라 해서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앞만 보고 내달리는 것이나, 물질만을 내세우는 가치관도 마뜩치 않다. 지금 행하는 학문 방법을 바꾸어야 해결될 일이다. 지금 같이는 인간의 본성을 찾을 수 없다. 그러니 교육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사람의 본분, 도리를 찾게 해주는 것을 학문의 첫째로 꼽았던 선생은 환갑 이후 제자들을 가르치는 일에 전념했지만 젊은 시절에는 농사일에도 최선을 다했다. 진정한 선비는 놀고먹지 않는다는 이른바 주경야독을 철저히 실천했던 것이다. 수업 방식도 독특했다. 언제나 1대 1, 스승과 제자가 마주 앉아 이루어지는 독대 형식에 수업시간의 끝은 정해지지 않았다. 사람에 따라 공부하는 내용에 따라 수업 시간이 달라지는 것이 당연한 일이고 그것이 가장 평등한 방식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화석 선생이 지난 10월 16일 세상을 떠났다. 학성강당 훈장님이 주신 본분과 지행을 다시 생각한다. 혼탁한 시대, 더 절실한 교훈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9.11.07 17:35

지방교부세 페널티

중앙 정부가 지방재원 확보와 지역경제 활성화, 지방 분권 등을 위해 매년 자치단체에 교부세를 지원하고 있다. 주로 소득세법인세주세영업세 등 국가가 거둔 국세 중 일부를 자치단체에 나눠 준다. 지난해 지방교부세는 내국세 227조5629억 원의 19.24%인 43조7831억 원이다. 올해는 52조4600억 원 수준이며 내년 정부의 지방교부세 예산편성액은 52조3053억 원으로 올해보다 1547억 원 정도 줄어든다. 지방교부세는 자치단체 운영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 2018년 기준 지방재정 수입 중 40.76%가 지방교부세다. 지방교부세는 보통교부세와 특별교부세 분권교부세 부동산교부세가 있으며 분권교부세는 지난 2015년부터 보통교부세로 편입됐다. 하지만 자치단체가 법령을 위반해 재정 집행을 잘못하거나 징수 태만으로 인한 세수 결손 시에는 정부에서 교부세 감액심의위원회를 통해 교부세 지원금을 삭감하는 페널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대로 재정운영을 잘하거나 징수실적이 좋은 자치단체에는 삭감된 교부세를 재원으로 인센티브를 준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의 교부세 감액 규모는 1107억원에 달했다. 도내 14개 시군의 5년간 감액 규모는 총 115억5400만원에 이르렀다. 도내에서 감액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은 완주군으로 31억6500만원이었다. 이것은 양구군과 평택시에 이어 전국에서 3번째로 많은 규모다. 다음으로 전주시 29억100만원 군산시 11억4500만원 남원시 6억6600만원 무주군 5억8500만원 익산시 5억6700만원 진안군 5억6100만원 임실군 4억9800만원 김제시 3억8400만원 순이었다. 반면 교부세 인센티브는 남원시 13억 9500만원 정읍시 7억원 전주시 5억4000만원 완주군 1억원 부안군 5000만원 진안군 2000만원 등 총 28억500만원에 불과했다. 중앙 정부의 지방교부세 감액제도는 지방재정 운영의 건전성 확보라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열악한 지방재정 여건에서 주민을 위한 자치행정 구현에 걸림돌로도 작용한다. 더욱이 보통교부세가 여전히 중앙 정부의 보조사업에 대부분 충당되는 마당에 지방의 자율적인 시책사업 추진은 요원한 실정이다. 민선자치 취지에 맞게 지방의 재정 독립과 재원 확대를 위한 공론화가 필요할 때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9.11.06 17:10

되살아난 '미투 망령'

적지 않은 시간이 흘러 잠시 잊혀졌던미투(# ME TOO)운동의 트라우마가 되살아나고 있다. 작년 초 들불처럼 번졌던 성관련 피해자들의 애끊는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맴돈다. 거센 후폭풍이 휘몰아 친지 불과 1년 만에 가해자들이 현장에 복귀하면서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유야 어찌됐든 먹고살기 위해 문화현장 한켠에서 인고(忍苦)의 세월을 버텨온 피해자들은 해코지나 당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문화권력으로 인식된 그들은수퍼파워명성 그대로 영향력은 막강하다. 자신에게 반기를 든 어느 누구도 현장에 발을 못 붙이게 할 정도다. 절대적인 위치에 있었던 만큼 피해자들은 수치를 겪고도벙어리 냉가슴 앓듯참고 견뎌야 했다. 오히려 가해자들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현장으로 돌아와 피해자와껄끄러운 동거를 시작한 셈이다. 미투운동을 통해 가해자로 알려진 대부분은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겠다" 며 활동을 중단하거나 칩거중이다. 일부는 법정다툼이 끝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길지 않은 숙려기간 이들의 복귀에 놀라울 따름이다. 주위 사람들이 침묵으로 방관하면 그 곳에 다시는제2의 미투는 피어나지 못할 것이다. 지난 28일 전북연극협회는 임시 이사회를 열고미투로 영구 제명된 인물과 접촉한 회원을 대상으로 징계절차를 밟고 있다고 밝혔다. 징계를 통해 제명자들이 도내 어떠한 기관과도 협업할 수 없도록 조치할 뿐 아니라 운신의 폭을 줄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전북도에서도 지난해 종합대책을 통해 성폭력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개인과 단체는 3년간 보조금 지원을 중단키로 했었다. 제명과 자격박탈 그리고 행정기관의 보조금 중단에도 다시 활동을 재개한다면 그들이야 말로 가슴에주홍글씨낙인을 찍고 2차 가해자라는 오명에 두려워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무료 법률서비스를 통해 마음 놓고미투를 폭로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절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개인의 신상노출을 무릅쓰고미투에 나선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에 고통을 나눠 가질 수 있는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까닭이다. 동료한테도 괜히 부끄럽다고 따돌림 당하고 어떤 순간에는이러다 사회에서 매장당하지 않을까마음을 졸이기도 했다. 오롯이 피해자가 그동안 감내해야만 했던 몫이었다. 세상은 이제 많이 달라졌다. 앞으로는 이렇게 지울 수 없는 고통은 가해자의 몫으로 기억돼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김영곤
  • 2019.11.05 17:26

고창 ‘식초문화도시’

식초(食醋)는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발효식품이자 천연 조미료이다. 곡물과일 등을 발효시켜 알코올로 변환시킨뒤 여기에 아세토박터균을 넣어주면 아세트산(초산, CH₃COOH)성분이 35% 정도 함유된 특유의 신맛을 내는 식초가 얻어진다. 막걸리등 저알콜 술이 공기중에 노출되면 자연스럽게 시어지는 것이 그 이유다. 식초는 비교적 쉽게 제조가 가능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문화권 사람들이 쉽게 접했던 조미료이다. 역사적으로 서양에서는 기원전 5000년경에 바빌로니아에서 술을 발효시켜 식초를 만들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양조법이 삼국시대 이전부터 있었으므로 식초도 비슷한 시기에 만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조선조때 편찬된 해동역사(海東繹史)에 따르면 고려시대에 식초가 식품의 조리에 쓰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식초는 제조방법과 성분에 따라 천연발효식초, 합성식초, 양조식초로 나눌 수 있다. 합성식초는 석유에서 뽑는 순도 99% 이상의 아세트산을 말한다. 순수한 것은 16℃ 이하에서 얼음처럼 결정상태가 되므로 빙초산(氷醋酸)이라 부른다. 원액 그대로 마시면 인체에 심각한 손상이 일어나며 자칫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양조식초는 속성발효를 위해 알코올에 초산균을 넣어 23일만에 숙성시킨 식초다. 비타민이나 미네랄등 생리활성 물질이 충분하지 않다. 반면 천연발효식초는 곡류나 과일 100%로 만들기 때문에 원료가 가지고 있는 성분을 모두 지니고 있어 인체 건강에 도움을 준다. 천연발효 식초 관련 연구에 3번이나 노벨 생리학상을 수상한 것만 보아도 식초의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현재 세계적인 명품식초로는 이탈리아 북부 모데나지방의 발사믹식초, 일본 가고시마현의 흑초(黑醋), 프랑스 오를레앙의 포도식초, 중국 산시성의 노진초(老陳醋)와 강수성의 진강향초(鎭江香醋)등이 꼽힌다. 모두 천연발효 식초로 최소 1년이상 장기 숙성시킨 제품들로 맛도 뛰어나다. 복분자로 대표되는 농생명식품 수도 고창군이 빼어난 자연환경과 먹거리를 활용해 국내 식초산업을 선도적으로 이끌기 위한 야심찬 계획으로 지난 1일 식초문화도시 선포식을 가졌다. 국내에는 이제껏 식초도시가 없어 고창군이 첫 번째 식초도시인 셈이다. 고창군은 식초 원료가 되는 쌀과 보리등 곡류와 배리류(복분자 아로니아)등의 국내 최대 산지로 유명하다. 복분자주 덕분에 발효분야 전문 인력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게르마늄(Ge) 함량이 높은 온천수를 발효수로 활용할 수 있다. 웰빙시대를 맞아 고창식초가 세계적인 명품식초로 탄생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19.11.04 16:47

총선과 전북 발전

21대 총선이 5개월 정도 남았지만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아 입지자들간 우열을 점치기가 어렵다. 선거는 선거구도가 어떻게 잡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지난 총선때 989표차로 막판까지 접전을 펼쳤던 전주병선거구(덕진)는 이번에도 정동영과 김성주간의 전주고 서울대 선후배간 재대결이 확실시 돼 일찍부터 관심을 끌고 있다. 집권당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정동영이 5선 성공으로 전주의 정치적 자산으로 계속 남을 것인지와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을 톡톡히 받아온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부활해 성공하느냐를 놓고 건곤일척의 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두 사람은 외나무다리에서 다시 만나 물러설 수 없는 한판싸움을 펼쳐야 하기 때문에 정치의 비정함을 느끼게 한다. 그간 전주는 외부 정치력에 의해 묘한 정치적 구조가 만들어졌다. 13대때 DJ가 이철승을 꺾으려고 손주항을 출마시켰고 14대때 손주항을 꺾기위해 장영달을 출마시켰다. DJ에 의해서 벌어진 선후배간 싸움의 결과가 결과적으로 전주의 위상을 추락시켰다는 것. 문제는 전주시민이 선거때마다 별다른 생각없이 분위기에 휩싸여 당락을 갈라 놓은 게 패착이었다. 전주시민들이 인물을 키우지 않는다는 말이 그때부터 회자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그런 묘한 분위기가 남아있어 전주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DJ가 7선의 정치거목 이철승을 꺾어 대통령까지 되었지만 전북은 그 이후 광주 전남 패권주의의 들러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 같은 묘한 기류가 있기 때문에 이번에는 소아병적인 개인이기주의를 극복하고 큰틀에서 전북발전을 모색해야 한다. 통상 유권자들은 누가 되어야 자신한테 이로운가를 먼저 따지는 관성이 있다. 거창한 구호나 정책 공약등을 살펴보고 그걸 참고삼아 투표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유권자가 무엇을 몰라서가 아니고 이해득실을 따지다보니까 연고주의선거가 판치게 돼 있다. 민주당 공천자 등 입후보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아 여론형성도 안됐다. 각 후보진영마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자체여론조사결과를 갖고 우열을 들먹이지만 모두가 아전인수식 해석 밖에 안된다. 요즘같은 단풍철에는 입지자들이 지방의원들과 함께 아침 일찍 관광버스 앞에서 절하기 바쁘다. 스킨십이 먹혀들기 때문에 그렇게 허리를 굽히며 표동냥을 나선다. 누가 더 진정성을 갖고 스킨십을 하느냐에 표심이 갈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년에는 지난날의 선거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자나깨나 도민들은 전북이 낙후돼 살기가 힘들다고 개탄한다. 이 문제는 결국 국회의원 등 선출직을 잘못 뽑은 결과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선거를 단순한 흥미위주의 게임으로 바라다만볼 것이 아니라 누구를 뽑아야 진정으로 일할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중앙정치무대에서 전북몫을 확실하게 찾아올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그래야 전북정치가 바로 서면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 내년 총선에서 명망가 보다는 일꾼을 뽑아야 하는 이유는 더 많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9.11.03 16:41

영주와 무주

경상북도 영주는 인구 10만 명이 조금 넘는 작은 도시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목조 건축인 무량수전을 안고 있는 부석사와 소수서원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영주 역시 한국의 많은 중소도시들이 그렇듯이 소멸위험도시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인구가 줄면서 도시권의 중심이 쇠퇴하고 빈공간이 늘어가는 환경도 여느 도시들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영주가 얼마 전부터 다른 자치단체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구도심의 근저에 들어서는 공공건축물이 그 시작이다. 이 작은 도시를 공공건축의 성지로 부상시킨 영주의 공공건축물은 대부분 본새나 기능이 예사롭지 않다. 해마다 다른 자치단체 공무원들이 뒤를 이어 찾아 오고 도시재생과 건축학도들의 답사지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니 영주는 도시 자체로 명물이 된 셈이다. 영주의 변화는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됐다. 오래된 도시의 재생이 부상한 시기다. 당시 국책연구기관인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전국 소도시의 도심재생을 과제로 삼고 있었다. 연구소는 도심재생 마스터플랜을 함께 실행할 도시를 모집했으나 가능성이 있는 10개 도시 중 단 한곳, 영주만 이 작업에 참여했다. 영주시는 2009년 공공건축가제도를 도입한데 이어 이듬해에는 시장 직속으로 디자인관리단을 만들었다. 전국 최초로 지역건축 디자인 기준을 마련하고 영주시 경관 및 디자인 조례를 제정했으며 공공건축의 관리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업무를 확충해갔다. 시스템의 변화가 가져온 결과는 놀라웠다. 그중에서도 공공건축가 제도 도입은 가히 성공적이었다. 올해 초 이낙연 국무총리가 방문한 자리에서 영주가 성공적으로 도입한 공공건축가 제도를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내세웠을 정도다. 시민활동을 매개하는 노인종합복지관, 공간성이 돋보이는 장애인종합복지관, 영주실내수영장과 대한복싱전용훈련장, 148 아트스퀘어 등 도심 곳곳에 자리 잡은 공공건축물과 공간들은 영주의 오늘을 빛낸다. 전북에도 이런 도시가 있다. 1996년부터 10년여 동안 건축가 고 정기용의 프로젝트로 태어난 30여개 공공건축물을 가진 무주다. 무주의 건축물들도 한때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었지만 지금은 공공건축물의 쓰임과 가치가 예전만 못하다. 문득 10여년이나 지난 영주가 아직도 공공건축물의 성지로 건재한 바탕이 궁금해진다. 들여다보니 분명한 이유가 있었다. 자치단체장이 바뀌어도 일관되게 유지되고 있는 정책의 지속성이다. 무주의 공공건축물이 잊힌 이유 또한 분명해진다. 새삼 안타깝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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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9.10.31 17:45

종교개혁일과 한국교회

오늘은 기독교계에서 기념하는 종교개혁일(Reformation)이다. 1517년 10월 31일 마르틴 루터가 로마 가톨릭의 부패와 타락상을 비판하는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독일 비텐베르크성 교회 정문에 내건 것을 계기로 시작된 교회 개혁운동이다. 당시 교황청과 가톨릭 교회는 성직 매매와 부패한 생활 등으로 타락상이 심각한 데다 교황 레오 10세는 산피에트로 대성당(성베드로 대성당)을 건축하기 위해 면죄부를 팔았다. 누구든지 회개하고 기부금을 내면 죄를 용서받는다면서 제후나 귀족, 상인 등 신분에 따라 면죄부 가격을 책정했다. 심지어 지옥에 간 자나 성모마리아를 범한 죄라도 용서받을 수 있다며 면죄부를 강매했다. 마르틴 루터는 오직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이신칭의(以信稱義)를 내세우고 교회 의식이나 선한 행위로 구원을 얻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한 직접 하나님 말씀을 들어야 한다며 히브리어와 희랍어로 쓰인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했다. 이것은 가톨릭 교회에 대한 전면 부정이었다. 루터가 처음 내건 95개 조항의 의견서는 일종의 대자보 수준에 불과했다. 그렇지만 이 내용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독일뿐만 아니라 유럽 전체로 확산되면서 세계사의 분수령을 이룬 종교개혁의 횃불이 됐다. 결국 로마 가톨릭에서 개신교가 분리되었고 약 1000년간의 중세시대를 마감하고 근대 유럽국가를 형성하는 결정적 역할을 하게 됐다. 한국 기독교계가 종교개혁 502주년을 맞아 대각성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오직 성경으로 오직 은혜로 오직 믿음으로라는 루터의 정신으로 돌아가 나부터 개혁하자는 자성론이 일고 있다. 하지만 한국 교회의 현실은 암울하다. 장로회 교단의 장자(長子)교회로 불리는 서울 명성교회는 부자세습 문제로 세상으로부터 손가락질을 당하고 교계는 옹호와 반대 세력으로 나뉘어 만신창이가 되었다. 수퍼 메가 처치인 서울 사랑의 교회는 편법탈법으로 초대형 건물을 세웠다가 대법원으로부터 원상복구 판결을 받았다.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해야 할 한국 교회가 오히려 세상의 걱정과 조롱거리가 되고 말았다.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살았다 하는 이름은 가졌으나 죽은 자로다. 네 행위의 온전한 것을 찾지 못하였노니... 회개하라(요한계시록 3장) 사데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질책을 지금 한국 교회가 되새겨야 할 때다. /권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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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19.10.30 17:48

‘돈의 굴레’ 체육회장 선거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전북 도체육회장 선거를 향한 입지자들의 물밑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단 겉으론 정중동(靜中動)양상이다. 그렇지만 수면아래서는 유리한 고지 선점을 위해 보이지 않는 두뇌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고영호 교수, 김광호 회장, 나혁일 전처장과 박승한 전회장, 이대원 전차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올라 지지세를 넓혀가는 형국이다. 나 전차장은 지난달 출판기념회를 열어 사실상 출사표를 던지는가 하면 유력후보로 점쳐지는 진영에선 상대동향 파악과 거취 여부에 촉각을 집중하고 있다. 이들 외에 명망 있는 3-4명이 거론되기도 한다. 초반 탐색전이 펼쳐지는 가운데 선거판도는 두 갈래인데, 한쪽은 자치단체 예산권을 앞세워 단체장의 의중 운운하며 특정인의 추대 분위기를 띄우려고 안간힘을 쓰는 반면 초대 민간회장 선거인 만큼 대의원 경선을 통해 뽑혀야 힘이 실린다는 원칙론이 팽팽히 맞선 모양새다. 긴장감이 더해지는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괴소문까지 나돌아 체육인들의 빈축을 샀다. 재정부족 우려 때문에 단체장의 예산집행권은 물론 학연까지 들먹이며 단체장이 일찌감치 점찍은 인물이다체육계 막후 실세가 밀고 있다는 등 그럴싸한 시나리오가 횡행하고 있다. 체육계가 선거판에 휩쓸리는 것을 막기 위해정치와체육을 분리하면서까지 민간 체육회장 시대를 눈앞에 두게 됐는데 이를 역행하는 처사라고 일침을 가한다. 체육인들은 한결같이 자치단체의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체육인들의 선거축제가 또다시 정치인들의 잔치로 전락한다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을 법으로 막았겠는가. 일부선 그간 정치인 단체장이 체육회장을 맡으면서 숱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젠 정치색이 없는 체육인이나 체육진흥에 공로가 있는 인물 중에서 회장이 선출됐으면 한다며 단체장과의 연결고리를 끊겠다는 속내를 내비친다. 선거판을 흐리게 하는 소문과 억측의 이면에는 킹메이커를 자처하며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막후 실세들의 입김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선거 입지자들이 출마 여부를 이들에게 상의할 정도란다. 유종근지사 시절 막강 2인자였던 김대열 체육회상임부회장을 롤모델 삼아 황태자를 꿈꾸는 핵심들이다. 체육계 전반을 아우르며 보폭을 넓히는 이들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간 체육회장은 내년 1월 15일까지 선출해야 한다. 전북체육을 새롭게 이끌어 갈 초대 민간체육회장 선거에서 누가 최후 승자가 될지 체육인과 도민들의 시선이 쏠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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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19.10.29 20:53

공유(共有) 도시

공유(共有)경제란 물건이나 재능, 시간, 정보, 공간등을 소유하는 개념이 아닌 서로 나눠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경제활동이라는 의미로 2008년 미국 하버드대학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c)교수가 처음 사용했다. 자신이 소유한 재화나 자원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합리적 효율적 소비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정보통신이 급속하게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공유경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공유경제를 널리 알린 것은 대표적으로 미국의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Uber)와 숙박 공유 서비스인 에어비앤비(Airbnb)등이 대표적이다. 공유경제의 개념을 지자체 행정에 도입해 응용한 것이 공유도시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 공공시설은 인구 규모를 기준으로 배치된다.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재정은 넉넉하지 않은 현실에서 주민 편익과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제공해야 하는 각종 인프라를 어떻게 마련하고 배치하는 과제가 지자체마다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인접한 지자체들이 서로 협의하여 각종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면 문제는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을 것이다. 공유경제의 의미인 공유와 협업을 실천하는 것이다. 최근 충북 진천, 음성, 괴산, 증평군등 행정구역을 달리 하는 4개 자치단체가 하나의 시각으로 모두의 처지를 안고가는 공유와 협력의 공유도시 업무협약을 맺어 관심을 끌고 있다. 4개 군이 역할과 기능을 분담해 지역에 필요한 인프라를 공동으로 건립 운영하기로 목표를 정한 뒤 주민생활과 밀접하고, 실천 가능한 사업부터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이들 지자체는 지난해 소방 복합치유센터 공동 유치에 성공해 공유와 협업의 가치와 성과를 이미 확인하기도 했다. 전북의 경우 지난 2015년 서남권 추모공원(광역 공설화장장) 건립을 둘러싸고 지자체간 극심한 갈등을 겪은바 있다. 정읍시와 고창, 부안군이 공동 협력사업으로 추진한 화장장이 김제시와 인접해 피해가 우려된다며 김제 주민들은 물론 단체장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김제시가 참여하면 김제 주민들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사업인데도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던 것이다. 결국 김제시의 참여로 문제는 해결됐지만 지자체간 공유와 협업의 중요성을 새삼 일깨워준 값진 경험이었다. 도내 지자체들도 이번 충북 4개 지자체의 공유도시 협약을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늘어나는 주민들의 행정수요에 슬기롭게 대처하는 새로운 모델로 삼을만 하다.

  • 오피니언
  • 박인환
  • 2019.10.2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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