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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과 유연성

국회의원들에게 크고 작은 민원이 쏟아지기 마련이다. 지금은 은퇴한 같은 지역구의 두 국회의원은 민원에 대해 서로 다르게 대응했다. 한 분은 억지 민원이라며 원칙을 앞세워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또 다른 분은 민원인이 있는 자리에서 관련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호통을 쳤다. 전자의 민원인은 선거기간 모든 것을 다해줄 것 같았던 의원에게 배신감을 느꼈을 것이며, 후자의 민원인은 실제 장관과 통화를 한 것인지 상관 없이 만족스러웠을 것이다. 이런 이야기가 입소문을 타면서 두 후보에 대한 평가로 이어졌고, 두 후보가 맞붙었을 때 선거결과로 나타났다.원칙주의 이미지로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을 따라갈 정치인은 많지 않을 것 같다. “누리과정은 한국 사회의 현 상황을 아주 상징적으로 축약해놓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부터 원칙을 말하지만 원칙은 없는 나라. 법을 말하지만 법은 없고, 약속을 말하지만 약속은 없는 나라, 그런 것이 마치 슈퍼 바이러스처럼 전 국민의 의식, 삶 속에 그대로 퍼져나가는 그런 나라, 여기서 누군가는 ‘그래도 나는 원칙과 법과 약속을 말해야겠다’고 외치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는가, 그게 내 몫이라면 하겠습니다.”교육감 2기 취임 1주년을 맞아 지난해 본보와 인터뷰에서 김 교육감이 한 말이다.정치인에게 소신과 원칙은 아주 훌륭한 덕목이다. 특히 손해와 손실을 감수하면서 소신을 지키는 정치인이라면 더욱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그런 정치인이 많을수록 우리사회가 더 희망적일 것이다. 하지만 전북교육의 현실이 교육감의 원칙과 소신만으로 이끌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법과 제도의 불합리성을 떠나 교육감의 소신 때문에 각종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면 그 손실은 교육감 개인을 넘어 전북교육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도교육청이 마련한 전북지역 국회의원 당선자와의 간담회에서도 이런 우려들이 나왔다. 교육은 결국 투자인데 전북은 중앙과 연계문제에서 자꾸만 단절돼 걱정이라거나, 누리과정 예산의 경우 전북교육청이 외롭게 남아 저항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소신과 원칙을 지키면서 유연성도 갖춰야 한다는 게 논리적으로는 맞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개인의 소신 보다 공동체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 대의를 위해 소신을 굽히는 것도 정치인으로서 큰 덕목이다. 당장 발등의 불인 누리과정 예산이 김 교육감의 소신과 유연성의 시험대다.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5.03 23:02

삼각관계

4·13 총선 때 전북은 광주 전남처럼 국민의당 바람이 거세게 불지 않았다. 전북 사람들은 양반기질이 강해서인지 자신의 의사표시를 확실하게 안한다. 하지만 광주 전남 사람들은 성미가 급하면서 확실하다.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확실하게 표현할 줄 안다. 문재인 전 대표가 무릎 꿇고 읍소해도 꿈적도 안했다. 그간 일방적으로 밀어준 더민주당이 야당 역할을 제대로 못한데 대해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정부 여당이 국정 운영을 잘못하고 경제가 파탄지경에 빠져 아우성인데 비판 한번 제대로 못한 더민주당에 광주 전남 사람들은 확실하게 등을 돌렸다. 특히 문 전대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이 선거 결과로 그대로 나타났다. 문 전대표가 차기 야권 대통령감으로 1위를 달리지만 호남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전북에서 국민의당이 압승했지만 도민들은 절묘한 선택을 했다. 상생하고 협력할 수 있는 삼각관계를 만들어 놓았다. 전주을에서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야권분열에 의한 어부지리(漁夫之利)였지만 결과적으로 실리를 챙길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새누리당 불모지인 군산에서 강현욱 전 지사가 당선된 후 20년만에 일이었다. 지역주의가 어느 정도 퇴색돼 가고 있음을 일깨워 준 사건이었다. 7년 동안 지역에 살면서 성실성을 인정 받은 정 당선자의 뚝심도 한몫 했다. 111표차로 신승을 거뒀기 때문에 정 당선자는 초심을 잃지 않고 더 겸허하게 민생을 챙길 것이다. 정운천의 당선은 대구 수성갑에서 더민주당으로 김부겸이 전남 순천에서 새누리당으로 이정현이 당선된 것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이번 선거는 민심의 바다가 한번 성나면 배도 뒤집어 엎어 버린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당선자들도 민심이 얼마나 사납고 무서운가를 알았을 것이다. 존재감 없이 금배지나 달고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은 안된다는 것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목에다 힘이나 주고 단체장을 비롯 지방의원이나 줄세웠던 후보는 한방에 날려 버리지 않았던가.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20년만에 전북정치에 경쟁관계가 형성됐기 때문에 전북몫 찾기에 주력해야 한다. 전북 출신들이 자그만치 31명이나 당선됐다. 인구 187만인 전북이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각종 지표에서 2~3%를 차지한 전북이 국회의원 숫자는 10%가 넘었다. 지역과 당적이 다르더라도 31명이 힘을 합치면 못할 일이 없다. 송하진 지사가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면 전북은 무슨 일이든지 잘 되게 돼 있다. 당선자들도 선거 때 유권자에게 잘 하겠다고 다짐한 초심이 변하면 안된다. 그렇지 않고 거만하게 굴면 한방에 날라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전북에서는 국민의당이 다수당인 만큼 정동영 당선자가 특히 잘해야 한다. 더민주당 출신의 송지사가 삼각관계인 정치권의 도움을 잘 받으면 전북 파이도 커질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5.02 23:02

JIFF의 추억

전주국제영화제가 시작된 것은 2000년 봄이었다. 그때만 해도 낯선 문화에 시민들의 충격은 작지 않았다. 사실 전통과 보수적인 문화 환경이 여전히 드센(?) 전주에서 가장 현대적인 문화의 상징인 영화 축제의 성공을 확신하는 일은 어려웠다. 1회 전주영화제가 개막될 즈음 전주시 고사동 오거리 초입에 작은 비가 세워졌다. 전주영화사를 기억하게 하는 영화비였다. 전주는 1940-50년대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영화가 제작되었던 곳이다. 당시 제작되었던 영화는 대부분 흥행에도 성공한 주류 영화였다. 지방에서 주류영화가 제작되는 예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 전후의 황폐한 환경 속에서도 예술적 열정을 불태웠던 지역 영화인들의 소중한 삶의 기록. 영화비는 50년 단절된 문화사의 고리를 잇는 상징이었다. 전주영화제는 영화에 대한 그릇된 상식을 거스르는 ‘대안 영화제’와 디지털 시대를 한발 먼저 앞서 만나는 ‘디지털 영화제’를 내세웠다. 도발적인 주제였다. 시네필들은 환영했으나 시민들은 냉담했다. ‘어렵고 난해한 영화’ ‘그들만의 영화제’에 대한 편견이 냉담을 부추겼다. 그러나 첫 번째 전주영화제는 난산의 고통을 빛나는 가치로 되돌려놓았다. 개막작인 홍상수 감독의 ‘오,수정’으로 시작돼 23개국 170여 편의 창을 건너 아시아 인디영화포럼 수상작으로 끝을 맺은 전주영화제는 새로움 그 자체였다. 대안의 통로를 찾아가는 ‘시네마 스케이프’, 세계가 주목하는 디지털 영화의 미래를 펼치는 ‘N-비전’, 독립영화의 축제 ‘아시아 인디영화포럼’이 전주영화제의 중심에 서고, 새로움과 다름을 보여주는 한국영화 장편과 단편이 관객들을 만났다. 동화적 이야기가 기발한 상상력과 만나는 애니메이션과 그 한계와 가능성에 도전하는 애니메이션이 뒤를 잇고 경계를 넘어 과거의 전통과 현대의 맥을 잇는 거장들의 작품이 뒤를 이었다. 심야상영으로 즐기는 SF영화와 저예산으로 제작한 B급 영화들은 한밤중 영화매니아들을 또 얼마나 즐겁게 했던가. 많은 영화인들은 사회 참여적 영화와 예술영화, 그 경계의 영화들을 빼어나게 만들어나가는 존 조스트나 존 아캄프라 같은 감독들까지 껴안은 전주영화제의 가능성을 높이 샀다. 돌아보면 영화제가 걸어온 길은 험난하지만, 그 가능성의 힘으로 이 지켜온 전주영화제의 역사는 빛난다. 어제 17회 전주국제영화제가 개막됐다. 지금, 전주영화제의 철학을 담은 더 새로운 영화 성찬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4.29 23:02

공무원

김두관 당선인(경기 김포갑)은 남해군수와 경남도지사, 행자부장관 등을 역임한 ‘잘 나가는’ 정치인이다. 2003년 2월 취임한 노무현 대통령이 김 당선인을 행자부장관에 임명했을 때다. 한 고위직 공무원 A씨가 사표를 내고 정당의 수석전문위원 자리에 앉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주변에서 그에게 “왜 잘 나가는 공직을 박차고 나와 정치를 하려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공직에 들어선 이상 장관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살았는데 이장 출신이 장관에 임명되는 것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고 했다. 정부 부처 장관 대부분이 정치인 출신인 현실에서는 제아무리 실력있는 공무원일지라도 장관되기 어렵게 됐으니 다른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장관을 하고자 했지만 뜻을 이루지는 못했다. 공무원들 가운데 A씨 경우처럼 정계 진출을 꿈꾸거나, 도전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전북에서는 대표적 인물이 이번 총선에서 3선 고지에 오른 정읍·고창 유성엽 의원이다. 군산 김관영 의원도 공무원 이력을 갖고 있다. 전임 김완주 도지사와 현 송하진 도지사도 공무원 출신이고, 이환주 남원시장, 이항로 진안군수, 심민 임실군수, 정헌율 익산시장 등도 공무원을 했다. 문동신 군산시장은 공기업 사장을 역임했다. 1991년 지방의회 의원에 이어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까지 선거를 통해 뽑으면서 ‘출세’ 추세선에 변화가 생겼다. 실력 있다고, 손바닥 잘 비빈다고 시장·군수·장관하는 시대가 지난 것이다. 공무원, 특히 고시 출신 고위 공무원들의 선거직 진출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지방 및 중앙정부 운영과 관련한 제반 지식 수준에서 우위에 있는 고위공무원 집단이 지방 및 국가 조직의 상위에 폭넓게 진출할 기회가 커진 것이다. 정치활동은 사회적 네트워크와 자금이 뒷받침 돼야 성공 가능성이 크지만, 선거법 강화 등 정치자금의 투명도가 높아지면서 기본 실력을 갖춘 이들의 경쟁력이 월등해졌다. 한 때 운동권 출신들이 맹위를 떨쳤지만 경제와 복지문제가 정치 중심에 놓이면서 정당의 중도화가 급속히 진행됐고, 자연스럽게 그들의 위치도 위협받고 있다. 공무원은 복지 수준이 좋아졌고, 은퇴 후 생활도 보장되는데다, 꿈만 꾸면 정치적 출세 가능성도 높아졌다. 최근 마감된 전북도 8·9급 공무원 시험 원서접수 결과, 1만2,076명이 지원했다. 선발인원이 632명이니 경쟁률은 19대1이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4.28 23:02

기업 윤리와 책임

지난 2002년 일본 최대 유제품 회사인 유키지루시 유업이 갑자기 문을 닫았다. 1925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일본 햄·소시지 시장의 80%를 점유하며 연 매출 13조원에 달하는 식품 대기업이었다. 잘 나가던 유키지루시의 몰락은 기업의 안전불감증과 부도덕성 문제였다. 2000년 6월 유키지루시 오사카 공장에서 제조된 저지방 우유를 먹은 사람 1만4000여명이 집단 식중독에 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고가 발생하자 회사 경영진은 사건의 은폐 축소와 변명 등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급기야 소비자들의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일본 정부는 오사카 공장 폐쇄를 명령하는 한편 유통 중인 유키지루시유업 제품의 판매 중지 및 회수를 단행했다.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유키지루시는 2002년 호주산 소고기를 일본산으로 속여 팔다 적발됐다. 화가 난 소비자들은 등을 돌렸고 결국 유키지루시는 폐업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우리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보면 분통이 치밀지 않을 수 없다.지난 2011년 4월 서울의 한 병원에 급성 호흡부전 임산부 환자가 잇따라 입원하면서 이 사건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 수는 어린이와 임산부 등 사망자 228명을 포함해 1528명에 달한다. 그럼에도 옥시레킷벤키저(옥시)를 비롯 롯데마트 홈플러스 버터플라이이펙트 등 관련 기업들이 지난 5년동안 유족과 피해자들의 진상규명과 보상 요구를 묵살해왔다. 옥시의 경우 피해자들이 영국에 있는 본사까지 찾아갔지만 외면했고 한국 회사명을 바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냐는 의혹도 사고 있다. 올해 들어서야 검찰이 수사에 나서자 가습기 살균제 관련기업들이 허둥지둥 사과하면서 보상 운운하고 있다. 그것도 유족이나 피해자가 아닌 언론을 향해서. 더욱이 옥시는 피해자들의 폐손상 원인이 봄철 황사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서를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민들 사이에 공분이 일었다.당초 지난 1996년 카페트 항균용으로 승인된 문제의 살균제 성분이 가습기 용도로 바뀐 경위나, 서울대 연구팀의 유해성 연구용역이 왜곡된 경위 등도 의문투성이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모임과 시민단체들은 옥시제품 불매운동에 나섰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옥시제품의 매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게 언론보도다. 선진국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정부의 책임과 기업의 윤리의식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반문해 본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4.27 23:02

전북발 '화이부동'

‘사람을 대할 때 온통 마음을 열고 그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나를 아낌없이 그에게 주어야 한다. 온몸으로 받고 주어야 하며 그와 하나가 되어야 한다. 그의 결함이나 계략을 눈감아 주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그것을 능히 보면서 온몸으로 대하여 주고받으라는 말이다.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한다.’김대중 전 대통령이 1997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 후보 단일화를 꾀하며 ‘화이부동’을 내세우며 한 말이다. 색깔이 전혀 다른 자민련과의 연대를 꺼리는 내부 지지자들의 반발을 염두에 두고서다. 올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압승하며 3당 체제가 만들어지고,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 ‘화이부동’이 다시 인기 인용어로 등장했다. ‘화이부동’은 함께 하되 화합하지 못하는 동이불화(同而不和)의 반대말로, <논어>에 나온다. 공자는 다른 사람과 생각을 같이하지는 않지만 이들과 화목할 수 있는 게 군자며, 같은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화목하지 못하는 걸 소인으로 보았다. 화이부동을 정치 덕목으로 여기고 실천한 분으로, 2009년 작고한 김제 출신의 조세형 전 국민회의 총재대행이 있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을 좌우명으로 삼았던 고인은 DJ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96년부터 3년간 국민회의 총재 권한대행을 지내면서 야당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했고, 97년 대선 때는 DJP 공조를 이끌어내 사상 첫 평화적 정권교체의 토대를 닦은 숨은 주역이었다.송하진 현 전북도지사도 ‘화이부동’을 정치철학으로 삼고 있다. 도지사 출마 당시 출판한 책 제목이 <화이부동>이었다. 송 지사는 ‘화이부동’을 전주비빔밥에 비유하곤 한다. 서른 가지가 넘는 재료가 제 풍미를 잃지 않으면서도 하나의 맛을 이뤄내는 전주비빔밥처럼, 개성과 고유함을 지키면서도 모두가 조화를 이루는 ‘화이부동’ 정신이 연대와 배려, 나눔으로 대표되는 미래시대의 상징이 될 것이며, 바로 그 ‘화이부동’의 땅인 전주가 그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20대 총선에서 당선된 전북지역 국회의원들과 전북도간 엊그제 가진 정책간담회장에 큼지막하게 걸린 문구도 ‘화이부동’이었다. 전북지역 국회의원 당선자가 3당에서 나온 것을 의식한 슬로건으로 제격인 것 같다. 당선자들도 이날 각기 다른 당에 몸담지만 지역발전에 힘을 합치자고 다짐했다. 전북발 ‘화이부동’이 한국정치의 새 장을 열기를 기대한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4.26 23:02

교훈

20대 총선이 전국적으로 국민의당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그 막을 내렸다. 더민주당이 원내 제1당은 됐으나 전북에서는 참패했다. 30년간 차지했던 안방을 신생 국민의당에 내줬다. 그것도 완패에 가까울 정도로 여지없이 무너졌다.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 대표가 전북에 와서 읍소에 가까울 정도로 표 구걸에 나섰으나 도민들은 꿈쩍도 안했다. 문 전 대표가 선거 막판에 전북을 방문했던 것이 오히려 오만방자한 것으로 비춰지면서 역풍을 불게했다. 문 전 대표가 광주와 전남 순천 가서는 무릎을 꿇고 잘못을 뉘우친 듯한 사과를 했으나 전북에서는 꼿꼿한 자세로 유세해 전북인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더민주당이 전북에서 참패한 것은 일찍부터 예견됐었다. 이춘석, 안호영 당선자를 빼고는 대부분의 후보가 경쟁력이 약한데다 진정성이 결여돼 있었다.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 상품성이다. 당 지도부가 도내 10개 선거구 가운데 무려 4군데나 낙하산 공천을 한 게 잘못이었다. 3김시대나 가능했던 낙하산 전략공천을 한 게 패착이요 결국 유권자를 무시한 듯한 오만으로 비춰졌다. 그간 지역에서 더민주당을 지키며 열심히 해왔던 예비후보들에게 상실감을 줬다. 누가 이런 당에서 충성을 다하며 열심히 하려고 하겠는가.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대단히 기분 나쁜 것이다. 우리가 공천하면 찍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도민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전략공천을 받은 후보들이 그간 지역을 위해 한 일도 없는 사람들이었는데 갑자기 얼굴을 내민게 잘못이었다.그간 도내서는 더민주당 초선의원들의 이미지가 무척 안좋았다. 그 이유는 존재감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나 있었다. 다음으로 진정성이 결여됐다. 열심히 의정활동을 해도 점수를 얻을 수 있을까 의심했는데 목에다 힘이나 주고 지방의원 줄세우기에 바빴기 때문이다. 지역구 의정활동한 답시고 지방의원 앞세우며 국가예산 확보했다고 주민들한테 장광설을 늘어 놓은게 감점요인이었다. 일각에서는 수준이 도의원만도 못했던 사람들이 운좋게 친노쪽으로 줄서서 국회의원 된 게 문제였다고 지적한다. 금배지 달고 다니니까 보이는 게 없을 수 있다. 상당수 사람들이 자신들 앞에서 면전복배 하니까 본인들이 의정활동을 잘한 것으로 착각했을 수 있다. 하지만 뒤돌아서는 순간부터 욕하고 심지어 버르장머리까지 없다고 힐난했다. 낙선자들은 지금이라도 전주병에서 낙선한 김성주 후보처럼 본인이 부족했다고 낙선의 변을 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기회는 없다. 세상사 모든 일이 자업자득의 결과물이다. 본인이 만든 것이다. 남의 탓이 아니고 자기 탓이다. 낙선자들은 오래전부터 여론이 안좋았다. 아마 본인들만 모르고 있었을 것이다. 선거직이 아니라도 진정성이 없는 사람은 주위에 사람이 없어 외롭다. 다시한번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이란 말이 되새겨진다. 백성일 상무이사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4.25 23:02

'난공불락' 철옹성

공격하기 어려워 쉽사리 함락되지 아니한을 뜻하는 난공불락(難攻不落).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城)은 방어시설로부터 발전한 예가 대부분이니 전란에 놓인 시대에서야 난공불락 성을 축조하는 것이 최종 목표였을 것이다.일본에는 성이 많다. 근세, 지방의 영주인 다이묘(大名)나 소묘(小名)들이 세를 과시하기 위해 자신의 영지에 성을 구축하는 일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구마모토성은 난공불락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 성은 임진왜란과 정유왜란 때 조선 침략에 앞장섰던 왜장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쌓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가신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전투에서 공을 세우고 영주가 된 기요마사는 조선 침략 당시 잔인하고 악랄하게 조선인들을 죽이고 약탈해 악명이 높았다. 구마모토성 축조와 관련된 일화가 있다.정유재란 때 전라도 공격을 맡았던 기요마사는 북진을 위해 울산에 진을 치고 성을 쌓았다. 그러나 명나라와 조선 연합군과 전투가 벌어지면서 연합군에게 포위되었다. 진퇴양난, 성에 고립된 기요마사는 연합군의 화포공격과 추위, 굶주림과 물 부족의 극한 상황을 어떻게든 이겨내야 했다. 오줌을 받아먹거나 군마를 죽여 말의 피를 마시고 성벽의 흙까지 긁어먹으며 그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전쟁이 끝나고 귀국한 기요마사는 자신의 영지인 구마모토에 성을 쌓기 시작했다. 조선에서 끌고 간 조선 백성들이 동원됐다. 그는 울산성 전투를 교훈으로 삼았다. 견고한 성벽을 경사지게 쌓고 성안에는 우물을 120개나 팠으며, 굶주림으로 오줌과 말의 피를 마셔야했던 악몽(?)을 떠올려 건물 벽이며 다다미까지 고구마줄기를 넣었고, 성 안 곳곳에 은행나무를 심었다. 모두 식량으로 쓸 수 있도록 한 전략이었다. 축성술에 능했던 기요마사가 구마모토성을 완성한 것은 1607년. 7년에 걸친 대공사 끝이었다.1877년 일본의 마지막 내전인 세이난전쟁 때 구마모토성은 무장한 1만 4000여 명 반정부군의 공격을 받아 중요한 건물이 소실되었지만 성루 대부분과 높은 석벽은 거의 완전한 모습으로 남았다. 덕분에 무샤가에시(武者返し어떤 병사들도 절대 넘을 수 없다)는 난공불락 철옹성 별칭을 얻게 됐다.구마모토성 안의 국가지정문화재 13곳이 파손됐다. 지난 14일과 16일에 이어진 강진의 피해다. 돌담이 붕괴되고 벽에 금이 갔으며 천수각 지붕 장식물과 기와 대부분도 무너져 내렸다. 상심이 큰 만큼 자연의 위력이 전하는 교훈이 크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4.22 23:02

소나무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르고, 은행나무처럼 장수한다. 예로부터 십장생(해, 달, 산, 물, 거북, 사슴, 학, 소나무, 대나무, 불로초)으로 사랑받아 왔다. 천연기념물이 된 선운산 장사송처럼 수령 수백년 되는 소나무가 전북에서만 51주나 된다. 매난국죽을 능가하는 군자의 성품을 오롯이 간직한 대한민국 대표 수종인 것이다. 애국가 가사 남산 위의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 바람소리 불변함은 우리 기상일세처럼 한국인에게는 소나무처럼 변치않는 기상이 깃들어 있다.소나무는 나무 중의 나무, 나무 다이아몬드다. 그래서 금강송이란 이름도 생겼다. 쭉쭉 뻗은 최고의 목재다. 김제 이건식 시장이 고향 지킴이를 강조하며 사용한 등 굽은 소나무가 고향 지킨다는 말도 있는데, 소나무는 쭉쭉 뻗은대로, 혹은 굽은대로 그 모양이 수려하고 쓰임새도 많다.소나무는 옛 가옥의 주재료였다. 특히 궁궐과 한옥, 사찰 등 규모 있는 건축물에 금강송이 사용됐다. 소나무가 주요 목조 건축재가 된 것은 한반도 전역에 분포, 조달이 용이했던데다가 재질이 단단하면서도 탄력 있고 내습성까지 두루 갖췄기 때문이다. 나이테에 따라 목질의 강약이 심하고 접착성이 나쁘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생활 가구의 알판이나 널, 기둥 등으로 널리 쓰인다.조상들은 굽었으면 굽은대로 다듬어서 건물 서까래용으로 썼다. 활모양으로 크게 굽었더라도 대들보로 사용하는 등 구조학적 지혜를 발휘했다.소나무는 서화의 중심에 있다. 조선시대 김정희의 세한도, 김홍도의 송하취생도, 신라 솔거의 황룡사 노송도 등 인문화는 물론 민화에서도 소나무는 단골재료다. 조선시대 충신 성삼문은 낙락장송이 되어 백설이 온 천하에 휘날리더라도 독야청청하겠다고 했다.소나무에는 서민 애환도 담겨 있다. 보릿고개를 넘던 선조들은 솔가지 꺾어 껍질 안쪽에 있는 속살을 발라 내 주린 배를 달랬다.조금 있으면 송화가루가 뿌옇게 흩날리는 녹음의 계절이다.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이 고향인 송화백일주는 명주 중 하나다. 추석 명절의 꽃인 송편도 솔잎이 있어 가능했다. 대한민국은 소나무 문화권이라 불릴만 하다.그 소나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1988년 부산 동래 금정산에 상륙한 재선충병 방역에 실패, 올들어 군산시민의 허파 월명공원 등이 초토화 됐고, 김제 만경에서도 감염 소나무가 확인됐다. 소나무 문화가 위협받고 있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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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6.04.21 23:02

당선인의 책무

이번 4·13 총선에서 전북정치권의 지형과 위상이 확 달라졌다. 19대와 달리 20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주류세력이 교체된 가운데 여야 3당이 모두 원내에 진입했다. 또 구심점이 없어 무기력했던 19대와는 달리 중량감 있는 인물들이 많이 나왔다. 우선 전주병 정동영 익산을 조배숙 당선인이 4선 반열에, 정읍고창 유성엽 익산갑 이춘석 의원이 3선 고지에 올랐다. 군산 김관영 의원은 재선했고 새누리당에선 20년 만에 전북 정치 1번지인 전주을에서 정운천 당선인을 배출했다. 새 인물로는 김광수 이용호 김종회 안호영 당선인이 국회에 진출한다. 여기에 전북출신들이 이번 총선에서 대거 약진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당선인이 22명이나 나왔다. 이처럼 전북 정치권이 최강의 맨파워를 구성하면서 도민들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거론하기조차 싫은 소외와 차별, 낙후와 위기라는 말들은 더 이상 곱씹지 않도록 전북의 변화와 발전, 희망과 비전을 소망하고 있다.이 같은 도민들의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선 20대 당선인들은 과거의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된다. 그동안 지역정서에 기대어 안주해 온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도민들의 매서운 심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한다. 장관 한명 없는 정권의 홀대와 지역 현안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에 대해선 전북정치권이 이제부터 큰 목소리를 내야한다. 정권 눈치보기나 계파 줄서기, 정파간 이해관계를 떠나 당당하게 전북 몫을 요구하고 찾아와야 한다.그 첫 시험대가 새만금의 삼성 투자문제다. 지난 2011년 4월 27일 임채민 국무총리실장과 김순택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김재수 농림수산식품부1차관 김정관 지식경제부에너지자원실장 김완주 도지사 등 5명이 새만금사업 투자 및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던 장면을 전북도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 LH본사를 진주로 빼앗긴데 따른 민심달래기용 이벤트였다. 당시 20조원을 투자해 2040년까지 새만금 11.5㎢(350만평) 부지에 그린에너지 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5년이 지나도록 삼성 측에선 감감무소식이다. 200만 전북도민을 기망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웃 광주에선 이번 총선을 통해 제기된 삼성전자 자동차전장(電裝) 사업 유치를 위해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기대에 부풀어 있다. 3조원이 투자돼 5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대규모 사업이다.전북은 기금운용본부 이전과 새만금 국제공항 건설, 탄소산업육성법 제정 및 메가탄소밸리 조성, 수서발 KTX전라선 증편 등 시급한 현안들이 놓여있다.이제 200만 도민들의 눈과 귀가 국회의원 당선인 10명의 언행에 집중되고 있음을 명심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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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16.04.20 23:02

'꼬끼오' 당선자

‘앞집 장닭은 시도 때도 없이 울어서/ 날이 밝았겠거니 하고 일어나면/ 새벽 세 시도 되고/ 네 시가 되기도 했지요/ 유정란 먹겠다고 기르는 그 닭을/ 그러나 나는 모가지 비틀어/ 소주 안줏감으로나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요’복효근 시인이 시골 생활을 하며 수탉의 울음소리가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이런 시로 담았을지 싶다. 시인을 짜증나게 한 수탉의 울음소리가 정운천 전 농식품부 장관에게는 행운을 줬다. 그가 ‘꼬끼오’를 트레이드 마크 삼아 새누리당 간판으로 전주을 선거구에서 당당히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이다.정 당선자의 정치적 행위를 보면 기인에 가깝다. 2010년 도지사 후보에 출마하며 한국토지공사 전북유치를 공약했던 정 전 장관은 그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며 석고대죄에 들어간 것이 그 한 예다. 당시 그는 흰옷 차림으로 ‘함거’(죄인을 실어 나르던 수레)에서 지내며 1주일간 ‘석고대죄 이벤트’를 진행했다. 자신의 멘토인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며 좌우명인 ‘사즉생’ 정신으로 자신을 버림으로써 도민의 용서를 구하기 위함이었다고 했다. 그 때 함거가 이번 선거에도 동원됐다. ‘꼬끼오’구호도 거기에 담긴 함의와 별개로 우스꽝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장닭이 새벽을 깨우듯이, 지역장벽에 갇힌 전북의 새벽을 열겠다는 의미로 도지사 출마 때부터 ‘꼬끼오~’유세를 해왔다. 그는 2012년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합동연찬회에서 ‘타타닥 꼬끼오~’를 세 번 외쳐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참석자들을 웃게 만들기도 했다. 새누리당에 눈길을 주지 않는 유권자들을 향해 장관 출신의 정치인이 오죽하면 홰를 치는 모습까지 연출해야 했을까. 어찌 보면 유치하기까지 한 ‘꼬끼오’를 천연덕스럽게 외치는 정 전 장관에게 유권자들이 마음을 열었다. 닭과 관련해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유신 막바지였던 1979년 국회의원직에서 제명된 후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는 말이 유명하다. 정 전 장관이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는데 일조한 ‘꼬끼오’가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가 문제다. 전북 총선에서 20년 만에 배출된 새누리당 국회의원으로서 그에 거는 지역민들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그는 선거 구호로 ‘10명의 야당 의원 몫을 하겠다’고 내걸었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신지식 농업인으로 소개될 정도로 아이디어와 추진력을 인정받고 있는 그가 새로운 무대에서 전북의 새벽을 어떻게 깨울지 두고 볼 일이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4.19 23:02

자업자득

도민들은 훌륭했다. 침체의 늪에서 존재감 없이 허우적대던 전북 정치권을 말끔하게 새물로 물갈이시켜 놓았기 때문이다. 지난 19대 때도 11명 중 7명을 물갈이 시켰지만 이번에도 3명만 남겨 놓고 모두 물갈이했다. 이번에는 그간 전북정치권을 장악해온 더민주당을 쓸어내고 국민의당으로 임무교대했다. 민심의 바다가 이렇게 성나 있는 줄 미처 몰랐을 것이다. 더민주당호를 난파선으로 만들어 뒤집어 엎었다. 교만하고 배은망덕했던 그간의 더민주당에 경종을 울렸다.그간 도민들은 30년간 너무도 지쳐서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더민주당만 믿고 일방적으로 표찍어온 게 한편으로 부끄럽고 잘못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이제나 저제나 나아질까 싶어서 오직 일편단심으로 더민주당을 찍어왔는데 우리 앞에 펼쳐진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는데 우리만 둔감했던 것 같다. 세상 허투루 살았다. 더민주당이 교만에 떤 새누리당을 제치고 제일당으로 올랐지만 그 결과에 마냥 기뻐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 더민주당의 30년 안방을 호남에서 고스란히 국민의당에게 넘겨줬기 때문이다.더민주당 문재인 전대표가 광주에 와 ‘호남이 나를 지지하지 않으면 정계를 은퇴하고 대통령 후보도 나오지 않겠다’고 한 발언은 책임져야 한다. 광주 전·남북 총 28석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지 못했기 때문에 물러나야 옳다. 수도권 등 여타 지역서 성공했지만 호남에서 참패했기 때문에 책임지고 물러나야 한다. 문 전대표는 대선 후보를 지낸 명실상부한 더민주당 최대 주주이어서 그가 한 발언을 아니면 말고식으로 없었던 일로 그냥 넘길 수 없다. 그가 이끈 더민주당이 호남에서 이번에 몰락한 것도 연거푸 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지금 상황을 새누리당이 만들어낸 국정파탄으로 보고 야권이 정권교체를 이룩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20대 총선 결과에 그 뜻이 그대로 담겨져 있다. 이번에도 문 전대표가 구렁이 담 넘어가듯 본인의 발언을 책임지지 않고 어물쩍하게 넘기면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낙선자 중에는 억울해서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당락의 결과가 남의 탓이 아닌 다 자기 탓이다. 본인들이 당선됐던 4년전 그날 밤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유권자가 무서운줄 모르고 잔뜩 목에다 힘이나 주고 기고만장하지 않았던가. 겸손은 오간데 없고 교만과 이기심이 만들어낸 업보들이다. 세상에 영원한 게 없다. 기쁨과 슬픔도 똑같다. 생과 죽음이 하나로 붙어 있듯 당선의 기쁨과 낙선의 슬픔도 하나로 연결돼 있다. 낙선도 후보가 만들어 놓은 교만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험란한 세파를 이기고 나가려면 겸손 밖에 다른 대안이 없다. 조금만 잘난체하고 우쭐했다가는 도처에 적들이 가만 놔두지 않기 때문이다. 주역 15번째 괘가 육효가 길하다는 겸괘가 아니던가.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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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6.04.18 23:02

기억의 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만나게 된 한 장의 그림. 검은색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빨간 원을 붙잡고 손을 아래로 내밀어 노란색 구명조끼를 입은 아이들을 끌어올리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고 최윤미양의 언니 윤아씨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그림이다. 그림 위에는 투표라는 제목의 글이 함께 올려졌다.나에게 오는 16년 4월13일의 투표는 아직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을 꺼내주는 일이다. 나에게 오는 16년 4월13일의 투표는 아이들을 억울함에서 꺼내줄지도 모르는 기회다. 나에게 오는 16년 4월13일의 투표는 아무리 아파도 아이들과 잡은 손을 놓지 않으려는 간절함이다. 너무나 아프고 또 아픈 간절함그게 나의 투표다14일 아침, 20대 총선 투표 결과를 들여다보다가 이 글과 그림을 만났다. 최씨의 바람처럼 20대 총선은 세월호로 희생된 아이들을 억울함에서 꺼내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을까.의미있는 결과가 있다. 지난 2년 동안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가족의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했던, 그래서 세월호변호사란 별칭을 얻은 박주민 변호사의 당선이다. 박변호사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여러 제한과 한계 속에 묶어둔 세월호특별법을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위안과 희망의 메시지일 터다.전북도교육청 로비에서 세월호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의미 있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세월호로 희생된 단원고 빈 하용군과 박 예슬양의 그림 전시다. 하용이의 꿈은 화가였고, 예슬이의 꿈은 디자이너였다. 교육청 로비, 좁은 복도의 벽에 걸린 아이들의 그림은 재기발랄하다. 꽃, 동물과 물고기, 사람, 기학학적인 도형을 다룬 일러스트나 그림으로 기록한 일상의 풍경이 흥미롭다. 고등학교 2학년, 꿈 많던 아이들은 무엇을 상상하고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었을까. 소박하면서도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가득 담긴 그림들이 세상에 말을 걸고 있다. 그 중 하용이의 독특한 그림이 관객들과 눈을 맞춘다. 보라색 얼굴을 한 소년. 소년의 머리위에서는 풀과 나무와 꽃이 자라나고 있다. 하용이의 상상력이 거기, 함께 자라고 있다.돌아보니 세월호의 비극이 아이들의 서러운 죽음이 우리의 기억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었다. 내일(4월 16일)이면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는다. 기억해야할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사회는 불행하다. 다시 기억의 힘을 불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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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6.04.15 23:02

후보들에게

413 잔치는 끝났다. 분명 희비가 있지만, 10명의 당선자나 37명의 낙선자 모두 최선을 다한 13일간의 열전이었다. 첫 도전인 후보도 있었지만 번번이 낙선의 고배를 마시면서도 오뚜기처럼 일어나 도전한 후보도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방어전이었지만 신생 국민의당 후보들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전북에서는 낙선 리스크가 큰 데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출마한 새누리당과 정의당 후보도 있었다. 구겨진 자존심, 존재감을 찾겠다며 무소속으로 나선 후보도 있었고, 정치판에 새바람을 불어넣고 싶다는 순수한 열정으로 가득한 후보도 눈에 띄었다.후보들은 적어도 지난 120일 동안 피말리는 레이스를 펼쳤다. 결국 어젯밤 잔치는 끝났고, 환호와 탄성이 엇갈렸다. 승부는 났고, 후보는 물론 후보들을 도운 캠프 관계자들도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선자는 여의도에 입성할 준비를 해야 하고, 낙선자는 잠시 머리를 식히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입지자들은 한결같이 국회에 들어가 국가를 위해, 지역을 위해 뜻을 펼쳐보겠다며 총선전에 뛰어든다. 하지만 낙선자가 훨씬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인생에서 금배지는 전부가 아니다. 정치꾼이 아닌 다음에야 국회의원직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한 봉사의 수단일 뿐이다. 참된 봉사의 자세가 돼 있는 정치인이라면 낙선의 아픔을 딛고 꾸준히 지역을 위해,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봉사 일꾼이 되겠다는 순수한 열정을 주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그 때 입지자의 진심이 주민들에게 전달되고, 그가 원하는 봉사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역대 선거를 되짚어 보면, 선거에서 패한 대부분 후보들은 고향을 등지고 서울로 간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이 있듯이 그들의 경제활동을 위해 지역을 떠날 것이다. 이해 한다. 하지만 실종됐던 그들 대부분이 다음 선거가 닥치면 어디선가 나타나 판을 기웃거린다. 지역발전을 위해 봉사하겠다며 표를 요구한다. 고향은 정치 철새꾼이 된 그들을 기억이야 하겠지만 기본적인 전략조차 없는 선거꾼에게 큰 일을 맡길 리 없다.전북은 국내 경제규모의 23% 수준에 불과하다. 잘사는 고장이 아니다. 당선자는 물론이고 공직선거에 나서는 후보 모두가 365일 관심을 가져도 4% 경제가 난망한 곳이다. 고향은 상록수처럼 변치않는 지역사랑 열정과 능력을 두루 갖춘 인물을 원한다. 정치 철새 사절한다.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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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6.04.14 23:02

유권자의 책무

오늘은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일이다. 도내 10개 선거구를 비롯 전국에서 지역구 253명과 비례대표 47명 등 모두 300명의 국회의원을 새로 뽑는다.중앙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이번 총선 소요 경비는 총 3270억원으로 국회의원 1명을 뽑는데 11억원 가까이 들어간다. 이 비용은 모두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충당된다.또 국회의원이 되면 1인당 연간 1억4000만원 가까이 세비를 받는다. 여기에 보좌진 인건비 사무실운영비 입법 정책개발비 등으로 1인당 연간 5억6000여만원을 지원받는다. 4년 임기로 치면 국회의원 1인당 약 28억원을 국민세금으로 지급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은 매년 후원금 모금도 가능해 의원 한사람당 임기 중에 최소 40억원을 웃도는 국민의 돈을 쓰고 있는 셈이다.국회의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도 있다. 국회 내에서 직무와 관련한 발언은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면책특권이 있다. 또 회기 중에는 국회 동의없이 체포할 수 없는 불체포특권도 주어진다. 19대 국회 때 국회의원 연금법이 개정됐지만 소급적용을 할 수 없다보니 이전 국회의원들에게는 매달 120만원의 연금도 지급된다. 이 금액만도 매월 418명에게 54억7000여만원에 달한다.이 외에도 공항 VIP룸과 귀빈주차장, 국회 전용 출입구와 전용 엘리베이터, 국회 의무실 가족 무료진료, 강원도 휴양시설 이용 등 각종 혜택도 주어진다.이처럼 국회의원에게 막대한 국민세금을 지원하고 각종 특권을 부여하는 것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기관이기 때문이다. 국정과 국민을 위해 법을 만들고 법을 집행하는 행정부와 사법부를 견제해야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그에 걸맞는 예우를 해주는 것이다.따라서 이번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유권자 스스로 주권행사를 잘 해야한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막장 공천과 지리한 선거구 싸움, 여야 뿐만 아니라 야당과 야당 다툼으로 정치가 짜증나고 선거판이 식상해도 투표를 외면해선 안된다. 잘못된 정치를 바로 잡는 것은 투표뿐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는 아랑곳 없는 난장판 정치 행태에 대해선 투표를 통해 회초리를 들어야 한다.무엇보다 누가 진짜 일꾼인지, 후보 면면을 잘 살펴보고 잘 뽑아야 한다. 옷 색깔에 좌우되는 바람 선거나 학연 혈연 등 연고주의, 소지역주의 투표는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병폐다. 여기에 정책이나 비전 제시보다는 흑색선전과 비방을 일삼는 행태, 불법 탈법으로 혼탁 선거를 부추기는 행태도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이것이 유권자의 권리이자 책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4.13 23:02

살아 숨쉬는 박물관

박물관을 뜻하는 ‘뮤지엄(museum)’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예술과 학문의 여신인 뮤즈(Muse)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유럽에서 박물관이 오늘날과 같은 기능을 갖추고 일반에게 공개된 것은 19세기에 들어서다. 그 전까지는 왕족과 귀족들이 권위와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 미술품과 골동품 등을 저택에 소장하며 일부 특권층에게만 관람을 허용했다. 대영 박물관·바티칸 박물관과 함께 세계 3대 박물관으로 꼽히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의 경우 프랑스혁명 후 루브르 궁전에서 박물관으로 탈바꿈 한 것이다. 한국 최초의 박물관은 1908년 순종 때 창경궁 내에 설치한 ‘이왕가박물관(李王家博物館)’으로 알려져 있다. 고고유물과 고미술품 중심으로 꾸려졌으며, 이듬해 일반에 공개됐다. 이왕가박물관은 광복 후 덕수궁미술관으로 존속하다가 69년 국립중앙박물관에 통합됐다. 역사 속에 갇혔던 박물관이 오늘날에는 다양한 방식의 체험과 교육이 이뤄지는 지역의 중심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중소형의 전문 박물관도 매년 증가하고 있고, 주민들이 박물관의 능동적 주체로 나서는 에코뮤지엄까지 등장했다. 1990년 개관한 국립전주박물관이 2012년 기획전시실을 시작으로 4년에 걸쳐 전시실을 전면 개편한 뒤 새롭게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박물관 측은 새 단장과 함께 지역사회와 지역문화를 연결하는 고리역할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 일환으로 지난 7일 ‘황병근 선생 기증유물특별전’이 개막했다. 황병근 성균관유도회 전북회장은 지난 1999년부터 선친인 서예가 석전 황욱 선생(1989~ 1993)의 서예 작품과 소장품 5000여점을 국립전주박물관에 기증한 장본인이다. 당시 전주박물관장이었던 이영훈 현 국립중앙박물관박물관장은 곧바로 박물관에 독립적인 석전기념실을 개설했다. 국립박물관에 개인 이름의 전시실이 마련된 것만으로 석전의 명예일 수 있다. 그러나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개인 소유의 문화적 자산을 사회에 선뜻 내놓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박물관 측이 이번에 석전의 흉상을 만들고 기증자의 이름을 단 두 번째 특별전을 마련한 이유이기도 하다. 기증자인 황병근 회장의 선의는 상대적으로 선친의 명성에 가려졌다. 박물관의 이번 특별전은 석전이 남긴 예술적 성취를 지역민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 기증자의 뜻을 만날 수 있는 자리다. 박물관을 지역 속에서 살아 숨쉬게 하는 데는 이런 기증자의 뜻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4.12 23:02

막판 변수

이번 선거처럼 막판까지 피를 말리는 선거는 없었다. 그 만큼 각 선거구별로 한치 앞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뚜렷한 이슈없이 진행된 선거가 종반전에 접어들면서 돌발변수가 발생, 유권자 표심에 어떻게 반영됐을지가 관심사다. 지난 8·9일 이틀간 치러진 전북의 사전투표율이 전남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17.32%를 기록한 것도 결국 국민의당 바람을 불게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그간 광주 전남에서 불기 시작한 국민의당 바람이 선거 막바지에 다달으면서 전북 전역으로 확산, 애초 예상과 달리 더민주당을 앞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8일 발표한 본보 여론조사 결과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하지만 본보 여론조사가 지난 3·4·5일 실시해서 8일 발표했는데 그 이후 연이어 표심을 자극할만한 일들이 터져나왔기 때문에 이들 막판 돌발 변수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 같다. 현재까지 전주 3개 선거구와 완주 무진장,김제 부안 선거구가 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전주를 방문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전북 유권자를 향해 배알도 없느냐고 발언한 것이 초박빙세를 이루고 있는 전주을 선거구에 어떤 형태로든 나쁜 영향을 줬을 것으로 분석된다. 오차범위안에서 더민주당 최형재후보와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초박빙세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김무성 대표가 이같은 발언을 한 게 악재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대변인을 통해 사과성명을 냈지만 이미 중앙 언론에 보도된 후라서 사태수습이 제대로 안되었다. 하지만 박근혜대통령이 8일 오후 전격적으로 전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방문한 것이 어느 정도는 정운천 후보의 표심을 회복시켜 놓은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지난 8일 오전 김제시 죽산면 보건지소 앞에서 더민주당 김춘진 후보가 택시 기사한테 얻어 맞아 입원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막판 표심을 흔들었다. 이날 김 후보가 유권자에게 차량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되는 상황을 발견, 차량기사에게 유권자 한테 차량을 제공한 것이 선거법 위반임을 알려주자 ‘당신이 의원이면 다냐’면서 멱살을 잡고 팔을 비틀면서 휴대전화를 뺏기 위해 5m 정도 끌고 다녔다는 것. 이 사건이 유권자가 많은 김제에서 발생해 만약 국민의당 김종회 후보측과 연관성이 입증되면 김 후보의 타격이 예상된다. 그간 김후보는 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도 TV토론에 불참하는 등 자질론까지 의심 받아왔다.지난 9일 문재인 전 대표의 전북방문이 전북 전역에 반문 전선이 형성된 상황에서 찾아온 것이라서 오히려 독이 됐을 것이란 반응도 있다. 벌써부터 국민의당 압승이란 장밋빛 전망과 절묘하게 더민주당과 5대5로 끝날 것이란 관측이 엇갈린다. 일부 택시기사들 사이에는 신의 한수 마냥 새누리도 한석은 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4.11 23:02

말의 화(禍)

일제 강점기, 대중들을 말로 웃기고 울렸던 만담가가 있다. 만담이 독자적인 영역을 갖게 된 것도 그의 영향이 큰데, 그만큼 그의 만담은 풍자와 해학이 넘쳤다.본명은 신흥식. 우리에게 신불출로 더 잘 알려진 그는 극작으로도 이름을 날렸고, 유행가를 부르는 성악가로도 활동했으며 극단 배우로 활동했던 다재다능한 예술인이었다. 그는 일제의 철저한 감시를 받으면서도 연극 공연 무대에서 대본에만 따르지 않고 자기 식으로 바꾸어 연기하곤 했는데, 한 작품의 마지막 대사가 독립정신을 고취했다는 이유로 연행되어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다시는 서울 무대에 서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서야 석방되었지만 뜻을 굽히지 않고 서울이 아닌 변방의 무대에서 세태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연극 공연을 지속적으로 펼쳤다.1905년 개성에서 태어난 그의 성장과정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스무 살 무렵 상경해 극단 연구생으로 예술 활동을 시작하면서 다재다능한 재능을 보였으며 그중에서도 만담에 탁월했다고 한다. 1947년 즈음 월북한 그는 만담가로는 이례적으로 문학예술총동맹 중앙위원으로 활동했지만 1962년, 북한의 통제적인 문화정책을 비판했다며 모든 공직을 빼앗긴 뒤 생사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1930년대, 그의 만담은 유성기 음반으로 제작될 정도로 대중들의 인기를 끌었다. 곰보타령 엿줘라타령 망둥이 세 마리 등이 대표작으로 남아 있는데 세태를 신랄하게 풍자하며 해학으로 승화시켜낸 그의 만담이 민중들에게 얼마나 큰 위안이 되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그런데 만담에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었던 그도 설화(舌禍)로 고초를 겪었다. 이른바 신불출 설화사건이다. 말로 살아온 그가 말로 화를 불렀으니 말의 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 같다.선거철이 되니 어김없이 여기저기서 설화가 작동한다.며칠 전 전주를 찾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발언이 논란에 휩싸였다. 보도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원 유세 도중 유권자들을 향해 여러분들(전북도민) 배알도 없습니까 전북도민 여러분 정신 차리십시오라고 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전북도민들을 비하하는 훈계이고 호통이 아닌가. 논란이 뜨거워지자 새누리당이 해명에 나섰지만 그 해명이 더 화를 불러올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탈무드에 말은 한번 밖으로 나오면 당신의 상전이 된다는 격언이 있다. 말이 부른 화는 말의 주인에게 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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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6.04.08 23:02

막장 드라마

TV 연속극의 단골 주제는 삼각관계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를 가운데 두고 벌이는 두 동성의 전쟁은 뭇 사람들의 정신을 빼앗는 마법의 힘을 가졌다. 연속극을 내보내는 국내 방송사들은 이런 힘을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다. 사전에 제작 완결한 드라마를 내보내는 시스템이 아닌 탓에, 시청자들의 반응을 관찰해 가면서 드라마를 전개하는 경우가 많다. 선정적인 부분을 부각시키고 분량을 늘려 시청자들을 자극한다. 그러다보니 50회 분량 드라마가 40회에 일찍 막을 내리는 경우도 있고,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늘어져 100회에 종영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든 게 시청률 경쟁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인기를 이끌어 낸 ‘태양의 후예’가 사전 제작된 작품이라는 점이 높게 평가됐는데, 엿가락처럼 늘어뜨려 시청자들을 혼들어대는 국내 상업 방송드라마 제작자들의 자존심이 상당히 구겨졌을 법 하다. 베스트셀러 소설 작품을 생산한 작가의 실력이 대단해 보이는 것은 그 때 그 때 독자의 반응을 봐가며 글을 써 내려간 가벼움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위대한 소설작품에는 인간사회의 진실이 펜을 통해 찍히는 점 하나, 그리고 단어와 행간의 곳곳에 아롱거리고, 혹은 그들 뒤에 숨어 진실의 버팀목이 되어 준다. 그들의 문장은 간결하면서도 우주를 함축하고, 선정적이면서도 순결하다. 언제 다시 읽어도 마음에 울림을 준다. 세대를 뛰어넘어도 독자의 사랑을 이끌어 내는 힘이 있다. 국회의원 총선거는 제헌국회 이래 이번이 20회 째다. 국가와 국민의 행복한 삶을 이끌어 갈 일꾼, 선량을 국민의 손으로 직접 선출하는 위대한 행사가 곧 총선이다. 당연히 그에 걸맞는 걸출하고 재능 있는 인물이 선출돼야 한다. 돌이켜보면, 20회의 총선이 모두 막장드라마의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유권자의 표를 둘러싸고 후보와 정당들이 벌이는 치정 드라마다. 고무신, 막걸리, 돈봉투, 투표함 바꿔치기, 회유, 협박, 거짓말, 전화선, 여론조작 등이 판치는 선거가 되풀이됐다. 찌질한 짓들이다. 후보의 도덕적 결함, 정치적 흠결이 지적돼도 선거기간에는 확인할 길이 거의 불가능하다. 후보의 정치 능력을 가늠해 볼 기회가 거의 없는 선거가 매번 되풀이 되고 있다. 선거운동기간 13일간 유권자가 후보 검증만 하고 있을 수 없는 노릇 아닌가. 결국 인물 투표가 아닌 선정적 정당투표가 됐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4.07 23:02

문재인의 호남행

413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 지원 유세를 놓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김종인 대표와 문 전 대표가 대립각을 세우는 것처럼 비쳐지면서 선거 종반 판세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커지자 당 차원에서도 긴급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행은 총선 판도와 향후 당권과 대권 구도와도 연관되어 있는 만큼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우선 호남에서 반(反) 문재인 정서가 강하기 때문에 호남 지원유세가 득보다 오히려 독이 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김종인 대표는 문 전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 과연 요청할 사람이 있겠느냐 하는 것에 회의적이다며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실제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삼성전자 상무출신인 광주 서구을 양향자 후보의 경우 유세차량 화면에 문재인 후보가 나오자 지나가는 사람이 저거 꺼야 된다고 하자 곧바로 화면을 껐다는 것.심지어 광주 북구갑에 출마한 더민주당의 한 후보는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 선언을 요구하며 삼배일보에 나섰고 지난 3일 광주지역 더민주 소속 시구의원들은 합동 기자회견을 통해 문재인 전 대표의 방문은 스스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후보들의 요청이 없는데도 굳이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사실상 지원 유세를 거부했다.이 같은 반문 기류에 편승, 전주에서도 지난 3일 국민의당 전주지역 후보들이 전주 객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노 패권정치 청산과 호남주권 회복을 내세우며 더민주당의 전주권 후보들을 통박했다.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호남=반문이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호남 민심이 자신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반대하는 정치인들이 호남에 많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즉 국민의당으로 간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생명력을 유지하기 위해 호남민심을 자극하려고 만들어 낸 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호남 유권자들을 포함한 대권 후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선두를 유지하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고 제시한다.문재인 전 대표의 호남행은 호남 선거판세 뿐만 아니라 수도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자당 후보들에 대한 지원 유세가 되레 호남민심을 자극하면서 역풍을 초래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렇다고 제1 야당 대권 유력주자인 문 전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호남을 포기할 수도 없을 것이다. 호남 없는 야당의 대권후보는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호남 지원 유세를 놓고 문재인 전 대표의 딜레마가 깊어지는 이유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4.0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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