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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버리

스카우트는 영국에서 시작됐다. 기병대 장교였던 베이든 포웰이 전쟁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책임감·모험심·연대의식을 기르는데 소년시절의 훈련이 필요함을 절감하고 퇴역 후 소년단을 결성했다. 1907년의 일이다. 이후 국가별로 문화적·역사적 배경과 환경에 따라 유능하고 건전한 시민을 육성하는 국가적 운동, 국가와 민족을 초월한 동지애와 형제애로 뭉친 세계적 운동, 인종 ·계급·종교에 차별을 두지 않는 보편적 운동으로 확산됐다. 한국에서는 1922년 조선소년군과 조선소년척후대를 전신으로, 1924년 이상재 선생이 두 단체를 통합해 소년 척후단 조선 총연맹을 결성한 것을 기원으로 삼고 있다. 2002년 한국보이스카우트에서 한국스카우트로 이름을 바꿨다. 세계연맹 본부는 스위스 제네바에 있으며, 현재 북한 등 몇몇 나라를 제외하고 모든 나라에서 스카우트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스카우트 활동이 그 자체로 의미가 있지만 일반에게 알려진 것은 잼버리를 통해서다. 스카우트운동의 창시자인 포웰이 1920년 영국의 런던 올림피아에서 개최된 제1회 국제야영대회가 잼버리의 효시다. 잼버리(jamboree)는 인디언의 ‘시바아리(Shivaree)’가 유럽으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전음된 것으로, ‘즐거운 놀이’라는 뜻을 담고 있단다. 우리나라에서는 1991년 강원도 고성에서 제17회 세계잼버리를 치렀다. ‘세계는 하나(Many Lands, One World)’를 주제로 당시 8박9일간 열린 이 행사에는 133개국 2만명이 참가했다.잼버리는 현재 올림픽 못지않은 국제행사로 자리를 굳히며 국가간 유치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전북도가 오는 2023년 세계잼버리대회 유치에 발벗고 나섰다. 지난해 국내 경선에서 강원도(고성)를 누르고 전북(새만금)이 한국 대표로 뽑혔다. 경쟁 대상은 폴란드다. 노조운동가 출신으로 대통령을 지낸 국제적 지명도가 있는 바웬사가 대회 유치의 중심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아직 정부 차원의 지원 이야기가 나오지 않고 있다. 세계 잼버리는 청소년들의 단순한 야영대회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각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대거 참석하기 때문에 세계적 관심을 모을 수 있다. 100주년 의미도 크다. 한국 유치는 곧 새만금의 부상을 의미한다. 새만금 관련 SOC시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끌어낼 수 있도록 도민들이 힘을 모을 때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3.08 23:02

전북병 치유책

전북이 산업화 과정에서 밀려 소외를 거듭하고 있다. 농업이 산업의 중심에 서 있던 60·7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전북 경제력이 다른 시·도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의 산업화 전략이 경부축 위주로 구축되는 바람에 전북에는 대규모 공장 유치가 안돼 낙후를 거듭하고 있다. 전북에서 대학을 나와도 지역에 일할 자리가 없어 젊은층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야 하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이농인구 증가로 농촌에는 생산력이 떨어지는 노인인구만 늘었다. 187만 인구 붕괴도 초 읽기에 들어갔다.경제상황이 전반적으로 어렵게 돌아가다 보니까 언제부턴가 전북에는 묘한 지역병이 생겨났다. 다름아닌 무기력증이 돋았다. 패배감 같은 잘 낫지도 않은 병에 걸린 것. 왜 이런 병이 생겼을까. 먼저 그 원인을 내부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정권 탓도 크지만 내탓이 상당하다. 지난 87년 이후부터 특정 정당 한곳에 몰표를 안긴 게 주 원인이었다. DJ와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줬어도 전북에 돌아온 게 거의 없었다. 곁불 쬐던 일부 정치인들만 등 다습고 배불렀다. DJ와 노무현 대통령 때 광주 전남은 호남이란 이름으로 포장시켜 특별대우를 받았다. 전남의 웬만한 섬들은 거의 연륙교로 연결됐다. 91년에 착공한 새만금사업과 너무 비교가 된다.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는 인사는 물론 국가예산 배분에서도 홀대 그 이상이다.장관이 없어도 그 누구 하나 목에 방울을 달고 전북 몫을 달라고 외치는 사람도 없다. 11명의 국회의원들이 뭣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인지 모를 지경이다. 야당의원이라면 정부 여당의 실정을 과감하게 비판하면서 야무지게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어야 했다. 모두가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전북이 이 정권서 이렇게 냉대를 받고 있어도 말 한마디 못하고 있다. 이런 무능한 국회의원을 갖고 있다는 게 부끄럽고 수치스럽다. 결국 KTX 공짜로 타고 다니면서 본인들만 잘 먹고 잘 살게 만들어 줬다. 지역이 고질병에 걸려 신음하고 있는데도 그 누구 하나 나서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하루 아침에 벼락 출세한 국회의원들은 연봉 개념으로 세비를 환산해도 억대가 훨씬 넘는다. 여기에 후원금도 억대를 모금해서 썼고 이들이 4년간 누리는 호사는 강남권 부자들이나 다름 없었다.어떻게 해서라도 전북병은 고쳐야 한다. 우리가 남들 보다 머리가 나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살 수는 없다. 2세들이 고향을 떠나지 않고 살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치인들부터 갈아 치워야 한다. 이렇게 무능한 사람들을 국회의원으로 나두면 전북병을 치유할 수 없다. 이번 총선에서 쥐 못잡는 고양이를 도태시키듯이 제 역할을 못한 현역들을 낙선시켜야 한다. 나중에 잘못 뽑았다고 후회하지 말고 제대로 된 반듯한 인물을 뽑아야 전북병을 빨리 낫게 할 수 있다. 똑똑하고 야무진 국회의원을 뽑아야 정부 여당도 전북을 얕잡아 보지 못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3.07 23:02

탄약창고의 변신, 그 성공 비결

독일의 서남부에 있는 도시 칼스루에에는 세계적인 미디어 예술센터인 ZKM(Zentrum fur Kunst und Medientechnologie)이 있다. 1997년 10월에 문을 연 이 공간은 지금, 세계 미디어아트의 역사와 흐름을 주도하는 중심이 됐다. 전 세계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ZKM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ZKM의 역할과 기능이다. ZKM은 새로운 미디어 아트 창작물을 모아내는 전시관으로서의 기능 뿐 아니라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정보기술과 변화하는 사회구조에 대응하기 위한 생산과 조사연구, 상호교류 활동에 주력해왔다. 미디어 아트의 집산지로서 뿐 아니라 최신미디어 기술의 전시와 생산의 중요한 거점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된 바탕이다.ZKM은 미술가 조각가 음악가가 실제로 작품을 제작하고 전시하는 공간 뿐 아니라 후진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 미디어와 관련된 모든 영역을 통합하는 시설을 완벽하게 갖추어 놓은 종합적인 공간으로 꼽힌다. 시설의 콘셉트 역시 소통과 교류. 시간적으로 소통하고 공간적으로 교류하는 기능을 추구하는 ZKM은 시설도 놀랍지만 진보적인 콘셉트를 지향하는 방식의 체계는 감동적이다. 사실 ZKM의 성공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ZKM은 구상부터 개관까지 20년 가깝게 준비과정을 거쳤다. 처음 구상이 시작된 것은 1980년. 전문가들과 학자, 정치인들은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 있는 길을 고민하고 토론하며 정책을 만들었고, 이를 주 정부가 받아들여 센터 건립으로 이어졌다. 흥미로운 것은 센터로 변신한 ZKM 건물이다. 애초 시는 철도가 동서남북으로 관통하는 교통의 중심지였던 칼스루에의 지리적 장점을 고려해 칼스루에 중앙역 옆 빈터에 센터를 건립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 문제에 부딪쳤다. 그때 제안된 곳이 예술가들의 작업장으로 활용되고 있던 탄약공장이었다. 방치되어 있던 탄약공장은 리모델링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기능과 세계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예술적 건축으로 탄생했다. 새로운 시대로 변화하는 시점에서 전쟁의 기억과 흔적을 지우지 않고 예술로 승화시키는 선택은 주민들에게도 자긍심이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된 건물을 활용한 도시재생 작업이 활발하다. 반가운 일이지만 들여다보면 대부분 그 목적과 내용이 천편일률적이다. 자치단체마다 비슷한 콘셉트로 채워지고 있는 오래된 공간들의 무차별적(?) 변신. 그 미래가 걱정스럽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3.04 23:02

야권통합

더민주당 비상대책위 김종인 대표가 2일 회의석상에서 야권통합을 제안했다. 이유는 특별할 것이 없다. 국민이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려 하는데, 정권을 심판하려면 야권이 통합해 4·13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야권이 분열된 현재 상황에 대한 견해도 내놓았다. 더민주당을 탈당한 사람 대다수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지도부의 문제를 걸고 탈당했는데 지금은 문재인 대표 지도체제가 아니다. 이제 탈당 명분도 사라졌으니 합쳐야 한다는 것이다.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을 막기위해 벌인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종결 결정과 관련, 김 대표는 이번 국회에서 테러방지법 수정을 관철시키지 못하지만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테러방지법의 문제점을 알게 된 것은 큰 성과라고 자찬했다. 4·13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해야 테러방지법 독소조항을 수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의 말은 합리적인 듯 보인다. 지금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으로 찢어진 야당은 총선 대부분 선거구에서 후보를 내어 표를 나눠먹을 것이 뻔하다. 그 결과는 새누리당의 압승이다. 이같은 4·13총선의 답이 나와 있으니 야권이 바보같은 짓을 계속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의 야권통합 제안은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야권이 통합해야 총선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을 손에 쥘 것이란 지적은 한국정치판에서는 상식적인 포석이다. 야권이 뭉친다고 항상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2년 전 안철수당과 민주당이 통합해 새정치민주연합을 만들었지만 결국 실패했다. 이번에 새정치, 혁신 등을 기치로 내걸고 새정연을 탈당한 안철수 세력이 국민의당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출범 후에도 계속 해서 잠재한 화두는 야권 통합이었다. 시기와 방법, 절차만 남은 문제라는 분위기가 깔려 있었다. 더민주당을 탈당한 인사들이 더민주에 분개하고 얼굴붉혔지만 결국은 ‘뭉쳐야 새누리당에 대항할 수 있다’는 현실을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유효한 상황이다. 하지만 대의보다는 소소한 암투 때문에 당을 깨뜨리고, 결국 뻔한 이합집산을 되풀이하는 가벼운 정치는 안된다. 국민의 신뢰를 잃는 행동이다. 불신언행무신결(不愼言行無信結·언행이 신중하지 않으면 결과도 믿을 수 없다)이란 말이 있다. 야권이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양치기 소년처럼 행동해서는 안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3.03 23:02

필리버스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주도하는 필리버스터가 국내외에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지난달 23일 테러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의결을 막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이 첫 토론자로 나선 이후 1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진기록 행진을 이어왔다. 우선 8일 동안의 필리버스터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최장기록이다. 여기에 국내 기록 갱신 행진도 계속됐다. 첫 주자였던 김광진 의원은 총 5시간 32분간 의사진행 발언을 하면서 1964년 김대중 의원이 김준연 의원의 구속동의안 통과를 막기 위해 연설했던 5시간 19분 기록을 넘어섰다. 24일에는 세 번째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10시간 18분간 연설을 하면서 역대 필리버스터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동안 1969년 박한상 신민당 의원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3선 개헌안 저지를 위해 10시간 15분 동안 무제한 토론을 진행한 기록이 최고였다. 이로 인해 은수미 의원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일약 ‘필리버스터 스타’로 등극했다. 학생운동과 노동운동으로 6년간의 복역과 고문 후유증으로 인한 장기 절제수술 등 그의 인생 역정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하지만 사흘만에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이 기록을 새로 썼다. 17번째 주자로 나선 정청래 의원은 지난달 27일 총 11시간 39분간 발언을 하면서 최고 기록을 다시 세웠다. 필리버스터의 세계 최장 기록 수립에는 여성 의원들이 큰 몫을 했다. 은수미 의원부터 더민주당을 탈당하고도 1일 29번째로 주자로 나선 전정희 의원과 30번째 임수경 의원 등 절반 가까이가 여성 의원이다.세계 최장기간 필리버스터에 외신들도 큰 관심을 보였고 케이블TV 국회방송 시청률이 8%를 넘는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필리버스터 논쟁은 온라인과 SNS도 뜨겁게 달구면서 총선 정국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적지 않은 수혜를 보기도 했다. 이슈 파이팅에서 국민의당을 압도하는 존재감을 과시했고 지지율 유지를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자신들이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제정하면서 도입한 필리버스터로 인해 한동안 곤혹감을 떨치지 못했다. 더민주당 신경민 의원이 필리버스터 발언 중에 새누리당이 치적으로 내세운 필리버스터 공약집을 공개하자 이를 확인하려는 네티즌 때문에 새누리당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박정희 정권시절인 1973년 의원 발언시간 제한 조항이 만들어지면서 무제한 토론이 중단되었다가 새누리당에 의해 47년만에 부활된 필리버스터는 대한민국 국회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남기게 됐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3.02 23:02

소석 이철승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을 두고 ‘거목(巨木)’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 대통령 당선과 함께 쓰임새를 다했기 때문이다. 이들 두 전직 대통령과 70년대 야당을 이끌었던 소석(素石)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에게는 평생 ‘정치적 거목’이라는 별칭이 따랐다. 30년 전 현실 정치에서 떠났지만 한국현대정치에 남긴 긴 소석의 그림자는 그만큼 짙고 길었다. 평생의 동지이자 라이벌이었던 두 전직 대통령에 이어 타계한 소석을 보내는 전북인들의 감회는 남다를 것 같다. 가장 애석하게 생각하는 게 두 전직 대통령과 어깨를 걸고 굴곡의 한국 현대정치사를 해쳐온 소석이 중도에 현실정치에서 물러난 점일 게다. 당시의 시대상황과 민심을 잘 읽지 못한 소석의 책임이 클 테지만, 그리 쉽게 큰 정치인을 끌어내린 데 대해 도민으로서 자괴감을 말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다. 소석은 88년도 민주화바람과 함께 DJ가 이끈 평민당의 황색바람 앞에 맥없이 무너졌으며, 그 후 현실 정치에서 완전히 떠났다. 7선 관록과 제1야당 당수를 지낸 정치인이 고향에서 10% 득표도 얻지 못한 상심이 말할 수 없이 컸으리라.소석의 정치적 행보에 대해서는 여러 가치 판단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소석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밖으로 드러내서 표의 심판을 받았다. 그를 따라다녔던 가장 아픈 대목으로, ‘사꾸라’라는 비판을 받았던 ‘중도통합론’역시 YS와 신민당 당권 경쟁을 벌일 때 그의 정치적 캐치프레이즈였다. 그는 당시 경선에서 이 캐치프레이즈로 당원들의 지지를 받아 YS를 누르고 당권을 잡았다. 그가 제창했던 ‘중도통합론’은 YS나 DJ에 의해 제대로 활용됐다. 오히려 선명한 야당을 내걸었던 YS와 DJ는 공히 보수당과의 결합 및 연대를 통해 대통령 당선이라는 목적을 이뤘다. 30년 전 소석이 내세웠던 중도통합론은 요즘 여러 주요 정당들의 방향이기도 하다. ‘사꾸라’가 한국 정당의 중심 가치로 자리 잡은 정치의 아이러니다. 소석의 현실 정치에서의 퇴장과 함께 가장 가슴 아픈 사실은 호남의 정치가 광주·전남의 정치로 굳어졌다는 사실이다.“내가 욕을 먹을지 모르겠지만, 전라북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어. 전라북도는 뭐하는지, 낮잠자는지, 죽었는지 모르겠어. 과거의 전라도 지도자들은 왜정 때부터 이 나라를 만든 사람들이여. 선배들 뜻 생각해서 정신차려야 혀.” 생전에 전북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소석의 안타까움에 이제 후배 전북 정치인들이 답해야 할 때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3.01 23:02

국민의당이 안 뜨는 이유

최근 들어 국민의당 지지율이 기대했던 만큼 올라 가지 않고 빠지고 있다. 그 이유는 새정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고 정동영 전 의원이 입당해서 선거판을 누비지만 그 효과가 엇갈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반면 더민주당은 뭔가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를 실시하는 등 야당 본가로서 그 명맥을 유지해 가고 있다. 문제는 더민주당도 친문재인계를 얼마나 공천에서 배제할 수 있느냐는 것이지 힘 빠진 중진들 50% 탈락시키는 것 갖고는 안된다. 그간 도민들이 안철수 의원의 새정치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기대해 부응 못해 지지율이 올라 가지 않고 있다. 지금 같아서는 국민의당이 호남에서 의석을 확보하는 데 그칠 것 같다. 수도권은 물론 다른 지역에서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참신한 인물보다는 그 나물에 그 반찬마냥 깜냥도 안되는 어중이떠중이까지 참여시켜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일각에서는 정동영 전 의원의 입당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다. 안 전대표가 호남에서 지지율이 뜨지 않아 결국 정 전의원을 영입했지만,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아 지지율이 올라가지 않고 있다. 한편에서는 정 전의원의 입당으로 국민의당이 호남 지역당 정도로 전락했다고 비판하는 사람도 있다. 이 때문에 수도권에서는 정 전의원의 입당으로 지지율이 떨어졌다. 그 이유는 대권 후보였던 그가 너무 좌클릭해 정체성이 오락가락했고 강남 동작 관악에서 잇달아 패배한 탓이 크다는 것. 정 전의원이 이번 총선서 그의 정치생명을 걸고 전주 덕진서 국민의당으로 출마했지만,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전주시민들이 정 전의원 덕진 출마로 고민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정 전의원을 다시 국회로 보내야 하느냐 마느냐를 놓고 신경이 쓰인다는 것이다. 다시 금배지를 달아 줘야 한다는 쪽은 “대권 후보까지 지낸 그의 정치적 자산을 굳이 썩힐 필요가 없지 않으냐”면서 “그에게 반드시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전북정치가 중앙 정치 무대에서 실종돼 가는 상황에서 그래도 전북 정치를 복원시킬 사람이 정 전의원 밖에 없다”면서 “정 전의원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반해 반대론자들은“이번 총선에 나선 것은 호구지책용 밖에 안된다”며 “굳이 출마한다면 수도권에서 큰 싸움을 펼쳤어야 했다”고 말한다.“특히 국민의당이 새정치를 제대로 구현하지 못해 결국 야권이 100석 정도를 얻지 못하면 그에 대한 야권분열 책임에서 정 전의원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기 때문에 그를 아끼는 맘에서 출마를 안 했으면 한다”는 입장도 있다. 최근 중앙일보에서 실시한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김성주 의원 40.3% 정동영 전 의원 31.4%를 놓고도 해석이 분분하다. 아무튼 출향인사들과 외지인들은 전주시민들이 이번 총선서 정 전의원에 대한 어떤 선택을 하는지 그 결과에 관심이 많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2.29 23:02

다시 '장미의 이름'으로

이탈리아 북부, 인적이 드문 곳에 세워진 베네딕트파의 한 수도원. 어느 날 이 수도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수사의 시체가 발견된다. 수도원 원장은 수도원을 찾아온 프란시스코회 소속인 윌리엄 수사와 수련제자에게 사건의 조사를 맡긴다. 그러나 이들이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살인이 이어진다. 비밀의 열쇠는 수도원 안 도서관에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비밀스러운 수도원과 수도사들의 풍경. 중세의 음울한 시대상을 담아낸 이 영화는 1989년에 제작된 ‘장미의 이름’이다. 숀 코넬리의 열연으로 화제를 모았던 ‘장미의 이름’은 우리나라에도 수입되어 많은 관객들을 끌어들였다. 영화는 문학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던 원작 소설 ‘장미의 이름’에도 영향을 미쳤다.우리나라에서는 소설 ‘장미의 이름’이 영화보다 먼저 독자들을 만났다. 추리소설 ‘장미의 이름’이 세상에 나온 것은 1980년. 세계적 작가이자 기호학자인 움베르토 에코의 첫 소설이다. 사실 ‘장미의 이름’은 쉽게 읽힐 수 있는 소설은 아니다. 현학적인 내용에 방대한 지식, 역사와 허구를 결합한 독특한 전개방식 때문이다. 그럼에도 ‘장미의 이름’은 40여개 언어로 번역되었고 아마존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5000만부 이상이 팔려나갔다. 우리나라에는 1986년 소설가이자 번역자인 고 이윤기 선생이 영문판을 중역해 소개됐다. 그의 두 번째 추리소설 ‘푸코의 추’ 역시 로마 교황청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독자들의 흥미를 끌어들이는데 성공, 기호학의 정수를 담아낸 작품으로 평가 받았다. 에코는 기호학, 역사와 철학, 미학, 문화비평 등 다양한 부문을 아우르며 주목받는 활동을 펼치며 시대를 대표했던 학자다. 이탈리아 출신으로 영어는 물론, 프랑스와 라틴어 등 8개 언어를 구사했던 그는 언어천재이자 기호학을 발전시킨 세계적인 석학이었다. 현실참여에도 적극적이었던 그는 대중들에게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추’의 작가로 친숙하지만 사실은 기호학자로서의 학문적 궤적이 훨씬 더 굵고 깊다. 우리 시대 최고의 지성으로 꼽혔던 움베르토 에코가 지난 19일(현지시간) 별세했다. 올해 84세. 그의 타계소식에 전 세계가 애도하고 있다. 한때 ‘에코바람’을 몰고 왔던 ‘장미의 이름’을 비롯, 그의 수십 종 저서들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고전과 위대한 작가를 기억하려는 노력일터다. 책을 읽지 않는 시대, 그나마 반가운 일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2.26 23:02

현역 컷오프

정치판에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있다면 증권시장에는 ‘골이 있으면 산이 있다’는 증시격언이 있다. 사자성어 ‘새옹지마’도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새해 들어 중국발 악재가 터지면서 세계 증시가 급락세를 보이더니 요즘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 북한의 미사일 발사 등이 모두 악재지만 시장이란 게 언제까지 폭락을 방치할 만큼 수준 이하는 아닌 것이다. 국제유가 하락세는 글로벌 경제에 부정적이다. 가격 하락은 수요 부족 때문에 발생하는 데 설상가상으로 OPEC 회원국들이 감산에 합의하지 못한 채 출혈경쟁 하고 있다. 어쨌든 자동차 천국의 운전자 입장에서는 기름값이 떨어지니 긍정적이다. 전북지역에서도 경유값을 1000원 밑으로 내건 주유소가 등장했다. 정치인들은 번쩍거리는 배지를 가슴에 달고 다닐 때 그 몸값이 최고에 달한다. 그들은 세상을 온통 손아귀에 쥐고 흔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고, 그 열정은 무쇠라도 녹일 수 있다. 하지만 임기가 4년에 불과하고, 권력을 이어가려면 선거를 치러야 한다. 화무십일홍이다. 평민당 부총재를 지낸 손주항 의원은 13대 총선에서 당 공천장을 쥐고 정계 거목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와 맞붙었다. 11대와 12대를 거르고 나선 3선 도전이었지만 전국 최다득표로 이철승 후보를 눌렀다. 하지만 김대중과 등을 돌린 뒤 그는 금배지를 달지 못했다. 전주에서 13·14대 금배지를 달았던 오탄 전 의원도 판사를 하다 수혈된 인재였다. 강단있는 정치를 했지만 15대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이 뿌린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정동영에게 공천권을 뺐기고 말았다. 정동영은 재선에 성공해 입성한 16대 국회 때 정풍운동을 주도하며 대선 주자로 급부상했다. 그는 몽골기병처럼 정치판을 휘저었지만 잇따른 대선과 총선 패배의 충격을 지금도 안고 있다. 과거는 화려했지만, 그의 앞날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4·13총선이 48일 앞으로 닥친 상황에서 전북지역 현역의원들도 긴장하고 있다. 국민의당 유성엽 김관영 의원의 공천은 확실해 보이지만, 더민주당 소속 9명 중 전정희 의원이 물갈이 대상이 됐고, 남은 현역은 혹독한 공천경쟁을 치러야 한다. 새누리당, 더민주당, 국민의당 3당 경쟁이 현실화 되면서 모처럼 본선다운 본선도 예고돼 있다. 전북은 이번 선거구 재획정에서 1석을 잃었다. 그 공백을 제대로 된 인물로 채워야 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2.25 23:02

착한 사마리아인의 기적

지난 주 외신에 보도된 한 싱글맘의 이야기가 지구촌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리머스 카운티의 웨어햄(Wareham) 지역에 살고 있는 세 아이의 엄마인 소피아 안드레이드는 편의점에서 구입한 즉석 복권 가운데 한 장이 200달러(24만5000원)에 당첨되는 행운을 안았다. 당첨 복권을 손에 쥐고 좋아하던 그녀는 차를 몰고 가다 우연히 길모퉁이에 앉아있는 노숙자를 발견했다. 노숙자 글렌 윌리엄스는 영하의 추위 속에서 얇은 옷만 걸친 채 사람들의 도움을 구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안드레이드는 그를 인근 커피숍으로 데리고 가 따뜻한 커피 한 잔을 권했다. 하지만 윌리엄스는 커피를 입에 대지도 못한 채 울음을 터뜨렸다. 3년간 노숙 생활을 하면서 이 같은 따뜻한 배려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윌리엄스와의 대화를 통해 지역 노숙인 쉼터가 노숙자를 수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과 많은 노숙인들이 한 겨울에도 잠잘 곳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순간 안드레이드는 복권 당첨금을 윌리엄스를 위한 숙박비로 쓰기로 결심하고 당첨금을 찾아 그를 인근 로즈우드 모텔로 데려가 3일치 숙박 비용을 지불해줬다.안드레이드는 그리고 나서 윌리엄스와 만나 나눴던 얘기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고 온라인 모금 웹사이트인 ‘고펀드미(GoFundMe)’에 그를 위한 후원 요청을 게재했다. 이 스토리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순식간에 전파됐고 소식을 들은 지역 주민들이 노숙자 돕기 캠페인에 적극 나섰다. 웨어햄의 한 이발사는 윌리엄스에게 이발을 해주기 위해 모텔로 달려왔고 많은 사람들이 겨울용 방한 의류를 챙겨왔으며 한 어린 아이는 윌리엄스에게 밸런타인데이 카드를 건네기도 했다. 안드레이드가 제안한 모금 목표액이 5000달러(약 612만원)였으나 시작한 지 이틀 만에 530여명이 참여하면서 지난 17일 현재 1만4000달러(1700만원)를 넘어섰다. 노숙인 윌리엄스는 “세상에는 정말 좋은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며 눈물을 흘렸다. 혼자 아이 셋을 키우며 빠듯한 살림살이에도 어려운 이웃에 대한 아름다운 마음을 가졌던 한 여성의 선한 의지가 작은 기적을 만들어 낸 것이다.성경에 강도를 만나 죽게 된 사람을 돌 본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나온다. 안드레이드처럼 선한 이웃들이 많아 질 때 세상은 사람의 향기로 가득 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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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16.02.24 23:02

'동주'의 고향

시인에게 고향은 시의 샘이다. 고창 출신의 미당 서정주는 시 ‘자화상’에서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었다’고 했다. ‘바람’은 곧 고향으로 환치할 수 있어 고향 고창이 시의 샘물이었음을 고백한 셈이다. 어린 시절의 정서가 감수성을 풍부하게 만들어 작품으로 투영되는 것은 비단 미당에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이름을 떨친 시인이 고향의 자긍심이 되고, 문화적 자산으로 활발하게 기려지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 같다.영화 ‘동주’로 새롭게 대중적 관심을 높이고 있는 윤동주 시인(1917-1945)의 고향은 중국 연변주에 있는 용정시 명동이다. 암울한 식민지 상황에서 일본 유학 중 독립운동 혐의로 체포돼 후쿠오카 감옥에서 스물 여덟으로 짧은 생애를 마친 윤동주 시인에게도 고향은 각별했다. 윤동주가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명동촌은 일찍부터 신학문과 기독교를 받아들였으며, 민족교육의 거점이 됐던 곳이다. 특히 윤동주의 외삼촌 김약연 목사가 설립한 명동학교는 영화 ‘동주’에서도 비중 있게 그려진 절친의 청년 문사 송몽규, 평생을 통일운동에 바친 문익환 목사, 한국영화의 개척자 나운규 등을 배출한 곳으로, 북간도 독립운동의 요람이었다. 윤동주의 삶과 시가 이런 고향의 환경에서 나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연변 조선족자치주에서도 요즘 윤동주 시인을 민족문화의 큰 자산으로 크게 기억하고 있다. 사실상 방치되다시피 했던 시인의 생가를 20여년 전 용정시에서 복원하고, 생가 옆에 별도 기념관까지 마련했다. 생가 정문에서부터 곳곳에 100여편의 시를 크고작은 돌과 기둥에 새기고, 시인의 삶을 형상화한 돌그림을 생가에서 만날 수 있게 했다. 어린시절 유학을 떠난 데다 요절한 삶, 불에 탄 후 뒤늦게 복원한 관계로 재봉틀과 솥, 맷돌 등 몇몇 생활도구들만 덩그러니 놓인 생가에서 시인의 채취를 찾을 수 없었던 게 안타까웠다. 시 ‘자화상’의 배경이 됐을 법한 우물이 시적 상상력을 갖게 해줘 그나마 위안이 됐다. 전북일보와 연변일보간 교류협약차 지난 연말 찾았던 윤동주 시인의 생가를 본 소회다.일본 후쿠오카 형무소, 윤동주의 하숙집 등 영화 ‘동주’에 등장하는 영화 속 풍경의 상당 부분이 전주·남원·익산 등지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먼 이국땅에서 고향을 그리며 제대로 눈이나 감을 수 있었을까 싶은 시인이 더 애틋하면서 가깝게 느껴진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던 시대를 산 시인의 삶은 현 젊은 세대의 자화상인 것 같아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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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원용
  • 2016.02.23 23:02

경제전문가

모처럼만에 유권자가 중심이 되는 총선이 될 것 같다. 그 이유는 경쟁관계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간 선거는 선거가 아닐 정도로 형식에 그쳤다. 지역에 따라 특정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이 보장 되는 선거라서 그랬다. 유권자의 권리가 철저히 무시됐던 셈이다. 유권자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도 있다. 민주주의 정치 체제가 뭣인가. 경쟁관계를 통해 발전해 가는 정치제도 아닌가. 이번에 전북에서 경쟁체제가 만들어진 것은 현역들에게는 불만이겠지만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 이유는 헤게모니를 장악하고자 하는 정치인들이 철저한 계산 속에서 경쟁구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치 국민을 위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권력욕을 충족시키려고 이 같은 경쟁구도를 만든 것이다. 비주류들이 문재인 전 대표체제하에서는 더 이상 버티기가 어렵고 당권은 커녕 공천도 못 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에 국민의당을 만든 것이다.큰 틀에서 보면 새누리당도 있지만 그간 전북을 지배해온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싸움으로 날 공산이 짙다. 한 콩깍지에 들어 있는 콩들이 가마솥에서 형제의난을 치를 수 밖에 없게 됐다. 지금껏 더 민주당 현역들이 진입 장벽을 높게 쳐놓아 예비후보들이 대거 국민의당 쪽으로 몰렸다. 마치 국민의당이 주류가 된 것처럼 착각을 불러 일으키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안철수대표가 국민의당을 만들때에는 전북에서 지지율이 더민주당을 상회했지만 지금은 거품이 많이 빠져 지지율이 낮아졌다. 그 이유는 예비후보 면면이 그 나물에 그 반찬마냥 참신성이 떨어지고 철새들이 많이 들어가 식상함을 줬기 때문이다. 심지어 깜냥도 안되는 어중이떠중이까지 끼어 실망감을 주고 있다.이번 총선은 내년 대선과 다음번 지방선거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있어 그 어느때 선거보다도 중요하다. 특히 경제난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이번에 역량 있는 사람들을 국회로 보내지 않으면 국가적 재앙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더 그렇다. 이번 총선은 명망가나 운동권 출신 보다는 경제적 식견이 높은 경제전문가를 선택해야 한다. 지금 시대정신은 경제문제 해결이다. 청년실업 해소와 가계 부채 문제 양극화 등 경제문제가 산적해 있어 경제난을 해결할 수 있는 전문가가 필요하다. 무작정 목소리만 크거나 대안 없이 비판만 하는 사람은 안된다. 도덕성 흠결 여부는 기본이다. 입법할 사람들이 전과사실이 있으면 어떻게 되겠는가. 도민들이 광주 전남 사람들처럼 대접 받으려면 말따로 행동따로 놀아선 안된다. 도민들이 머리가 좋아서인지 항상 감성에 약하다. 가슴은 따뜻하고 머리가 차가워야 역량 있는 인물을 뽑을 수 있다. 제발 뽑아 놓고 손가락 끊는 일 없었으면 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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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6.02.22 23:02

'백제 물길, 천음야화'

2003년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무대. 소리스펙타클이라는 조금은 낯선 형식을 덧댄 ‘백제물길 천음야화’란 서사음악이 올려졌다. ‘백제 금동대향로’의 아름답고 빼어난 조각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판소리와 한국전통음악을 바탕으로 10여개 국가의 소리와 춤, 풍물이 어우러져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무대. 새로운 음악적 시도에 대한 평가는 엇갈렸으나 ‘음악사를 다시 쓰게 하는 새로운 실험’인 것은 분명했다. 작품의 의미는 또 있었다. 한국 고대 백제인들이 개척한 해상물길, 황해에서 동남아에 이르는 문명교류사의 자취를 찾아가는 길고 긴 여정을 담고 있는 음악의 서사성이다. 1993년 12월. 충남 부여의 고분군 발굴작업 현장 서쪽 골짜기 구덩이에서 향로가 발굴됐다. 진흙 속에서 억겁의 세월을 안고 묻혀있던 이 신비로운 유물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원래의 모양을 온전히 갖고 있었다. 흐트러짐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선과 우아하고 세련된 정교한 조각의 아름다움으로 고대 동아시아 향로 중에서도 최고의 조형미를 평가받게 된 향로는 길고 긴 세월을 건너 그렇게 우리에게 왔다. 이 작품의 대본을 쓰고 작곡한 이종구교수는 신비롭고 아름다운 금동대향로 윗부분에 새겨진 다섯 명 악사를 주목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발견된 이후 15일 만에 국보 지정을 받을 정도로 가치를 평가받은 금동대향로 위의 악사와 악기에 대한 고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악기의 비밀을 추적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문물교류의 육로와 바닷길에 숨 쉬고 있는 문화교류사로부터 다섯 명 악사와 악기의 비밀을 읽어낸 작곡가는 ‘백제금동대향로’에 담긴 소리의 역사와 비밀을 우리 앞에 펼쳐 놓았다. 다섯 명 악사의 악기를 고증으로 복원해 연주하게 하면서 잊혀진 악기와 오늘의 악기가 만나 이루어내는 음악 ‘천음야화’는 그렇게 탄생됐다.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전북과 충남의 백제역사유적지구 확장이 논의되고 있다. 서울시가 송파구 일대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등 한성백제 유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 등재 방법으로 기존 등재 구역의 추가 확장을 인정하고 있으니 가치만 인정된다면 얼마든지 가능성 있는 일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쉬움이 있다. 백제유적의 의미를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확장시키는 작업에는 여전히 소홀한 환경이어서다. ‘천음야화’처럼 역사를 주목하는 예술작품의 단명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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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6.02.19 23:02

구제역 해제

전북은 전남, 제주와 함께 구제역 청정지역이었지만 새해 벽두에 결국 무너졌다. 지난 1월 11일 김제 용지의 한 돼지농장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데 이어 사흘만인 14일 고창군 무장면의 돼지농장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구제역은 더 이상 확산되지 않았다. 당국은 지난 2월 4일 김제 용지면 지역에 대한 가축이동제한조치를 해제한 데 이어 지난 12일 자로 고창군 무장면에 대해서도 이동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구제역이 추가로 발생하지 않자 일단 전북지역에 내린 구제역 비상 사태를 해제한 것이다. 구제역은 바이러스 질병이다. 바이러스 질병은 전염성이 강하고, 모든 생명체를 괴롭힌다. 가축에서 바이러스 질병이 발생하면 치료 과정을 거치지 않고 대상 가축 모두를 살처분해 버린다. 이번 김제와 고창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해당 농가에서 사육하던 돼지 1만 842마리의 돼지가 살처분됐다. 피해액이 63억 원으로 추정되지만, 가축이동제한 조치와 수출 제한 등에 따른 피해도 심각했다. 구제역 청정지역이라는 전북 이미지가 실추된 것도 뼈아픈 것이다. 구제역과 AI, 부르셀라 등 가축전염병이 빈발하면서 제기되는 대량 살처분, 매몰, 침출수로 인한 환경오염 등 시비 해소는 방역 못지않게 중요한 문제다. 전북지역의 가축 매몰지는 모두 169개에 달한다. 전북도 김일재 행정부지사는 지난 15일 고창 현지를 점검한 후 “발빠른 살처분과 방역으로 조기 종식할 수 있었다. 살처분에 따른 침출수를 우려하지만 향상된 과학 기술 덕분에 침출수 피해도 없고, 오히려 거름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구제역이 김제 발생 이후 30일 이상 침묵하고 있지만 안심할 일이 아니다. 바이러스 잠복기는 2∼5일로 알려진다. 그러나 세계동물보건기구는 최대 14일까지 잠복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난해 설 연휴 직후 구제역이 충남과 경기, 강원 등에서 잇따라 발생한 것도 잠복기를 짧게 예상, 방역을 소홀히 한 탓이었다. 구제역 바이러스 생존 기간은 온도에 따라 다르다. 30℃가 넘으면 10주 정도 생존하지만 4℃에서는 4개월, 영하 5℃에서는 1년 이상 생존 가능하다. 요즘 추위라면 바이러스가 생존해 있을 수 있다고 봐야 한다. 방역을 열심히 해도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이동제한 해제일로부터 30일 이후 실시하는 입식시험에서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2.18 23:02

참 목자 지정환 신부

지난 4일 법무부로부터 한국 국적 증서를 받은 지정환 신부(85·본명 세스테벤스 디디에). 이날 법무부의 국적 증서 전달식에는 건강 악화로 인해 지 신부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한국에 온지 57년 만에 진짜 한국인이 됐다. 지난 2012년부터 시행된 국적법에 의해 대한민국에 특별한 공로가 있는 외국인에게는 특별 귀화를 허가함에 따라 지 신부는 그동안 임실 치즈 개발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장애인 복지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한국 국적을 부여받았다. 이 규정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외국인은 지 신부를 포함해 현재 9명이다.벨기에 귀족 가문출신인 지 신부는 지난 1958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1959년 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 희망을 심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1961년 부안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지 신부는 부안군청으로부터 간척사업 허가를 받아 3년에 걸쳐 여의도 면적의 두 배가 넘는 100만㎡(30만평)에 달하는 농지를 개간해 이를 가난한 농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줬다.1964년 임실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한 지 신부는 당시 문필병 임실군수로부터 “임실군민을 위해 뭔가 하나 남겨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지인으로부터 산양 2마리를 선물 받은 지 신부는 농민들의 자활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산양 젖을 이용한 치즈가공에 나섰다. 3년 동안 실패를 거듭한 끝에 이탈리아에 가서 치즈생산 기술을 배워 와 마침내 한국 최초로 치즈 개발에 성공했다. 이것이 임실 치즈의 시작이었다. 벨기에 부모님으로부터 2000달러를 지원 받아 1967년 치즈공장을 세우고 서울의 특급호텔과 명동 유네스코회관에 국내 최초로 들어선 피자가게에 치즈를 공급하면서 임실 치즈는 날개를 달았다. 현재 임실치즈피자 프랜차이즈업체만 20여개에 임실치즈를 사용하는 음식 브랜드가 70여개에 달하면서 지역 경제파급 효과가 1000억원을 넘고 있다.지 신부는 1970년대 말 발병한 다리 마비증세로 인해 1981년 귀국해 3년간 요양을 한 뒤 1984년 다시 한국을 찾아 전주시 인후동에 아파트를 전세 내 장애인을 위한 집을 열었다. 이후 천주교 재단의 지원으로 완주에 중증장애인 재활센터인 ‘무지개 집’을 설립했다. 또 2002년 호암상 사회봉사상으로 받은 상금 1억원과 사재를 털어서 ‘무지개 장학재단’을 만들고 2007년부터 매년 장애인 학생 20~30명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 현재는 완주 소양면 해월리 ‘별 아래’ 집에서 생활하고 있다.평생을 가난한 자, 소외된 자들과 함께 한 지정환 신부. 그는 작은 예수로서의 삶을 실천하는 성직자의 표상이자 이 시대의 참 목자(牧者)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6.02.17 23:02

졸업생 격려

매년 이색 졸업식이 화제가 되곤 한다. 올해는 전주 신동초와 군산 회현중이 졸업식장에 레드카펫을 깔아 졸업생 각자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임을 부각시켰고, 정읍 소성 초등학교가 교정에 텐트를 세워 1박2일의 ‘정든 교정에서의 하룻밤’으로 눈길을 끌었다. 굳이 이런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교육과정을 마치고 새 출발을 앞둔 학생들에게 졸업식은 그 자체로 가슴 뭉클한 자리다. 졸업식 풍경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지만, 새로운 길에 접어드는 졸업생들의 앞날을 축복하고 걱정하는 마음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마지막 수업’으로 불리는 졸업식 축사에 이런 마음들이 담긴다. 미국의 대학 졸업식에서 저명인사들의 졸업식 축사(Commencement Speech)가 때로 사회에 큰 울림을 주는 명연설로 회자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의 명연설로 꼽히는“늘 배고프게, 늘 우직하게”(Stay hungry, Stay foolish)도 작고하기 전 2005년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 축사에서 나왔다. 미국 타임지는 스티브잡스의 축사를 포함해 ‘역대 졸업식 명연설 10’을 발표하기도 했다. “만약 ‘돈’과 ‘삶’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여러분은 ‘삶’을 선택해야 한다”(소설가 바버라 킹솔버, 2008년 듀크대). “행동하라. 여러분과 지금껏 연결된 모든 일들, 여러분이 존경해오던 모든 리더들, 여러분이 이룩한 소소한 모든 일들은 실천의 결과다.”(영화배우 브래들리 휘트퍼드, 2006년 위스콘신대).“좋은 것만큼 나쁘다. 실패하고 어지럽고 가끔 부서져라. 그리고 삶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해라.”(코메디언 코난 오브라이언,2000년 하버드대). “절대 포기하지 말라. 대단한 일이건 아니건 명예로움과 분별에 확신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절대로 ‘포기’를 받아들이지 말라.”(윈스턴 처칠, 1941년 해로스쿨)명연설과 상관없이 열정·패기·도전·희망·용기·혁신·비전·이성 등의 단어가 시대를 넘어 졸업생들에게 향하는 헌사들이다. 그러나 축복의 장이 되어야 할 대학 졸업식이 언제부턴가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다. 대학 졸업과 함께 학생 신분에서 실업자로 바뀌고, 대출금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암울한 현실이 기다리면서다. 졸업 대상자들이 학위수여식에 참석하는 것조차 꺼리는 경우도 많다. 졸업식장에서 명사들의 명연설도 좋지만 축 늘어진 졸업생의 어깨를 감싸주는 주변의 따뜻함이 당사자에게 더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6.02.16 23:02

유권자 책임

“국회의원을 잘못 뽑았다고 찍었던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고 말한 사람이 있다. “출마 당시에는 하늘에 있는 별도 따다 줄 것처럼 말했던 후보가 당선 후에 의정활동 하는 것을 보면 역겨움이 난다”며 강한 어조로 반대의사를 밝힌다. 통상 선거 때가 닥치면 현역들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가 인색하다. 초선이든 재·삼선이든 바꿔 보고 싶은 욕구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당사자들은 한번만 더 하면 지역과 나라를 위해 큰일을 할 것처럼 말하지만 유권자는 그렇게 보지 않고 자기들 욕심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본다. “4년간 잘못한 사람이 한번 더 한다고 잘 할 수 있겠느냐”는 식이다.선거를 두달 남겨 놓으면서 선거판이 요동친다. 설을 넘긴 이후 유권자들이 예비후보들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여론이 형성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북 출신 현역 11명 가운데 재선을 제외한 초·삼선에 대한 평가가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는 여론이다. 초선들은 문재인 전대표와 친노들의 눈치를 살피느라 의정활동을 잘못했고 중진인 최규성·김춘진 의원은 삼선에 걸맞는 정치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의원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다. 자신의 지역구를 지키려고 뒤에서 전주 완주 통합을 반대한 것이 잘못이라는 것이다. 특히 공항문제만 거론되면 최의원을 원망하고 꾸짖는 사람들이 많다. 김제공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을 최의원이 반대해서 무산시켰다고 믿고 있다. 지금껏 전북에 공항이 없어 얼마나 불이익을 당했던가. 다행히도 지난해 예산안 조정 소위원회에서 이상직의원이 새만금 국제공항 사전 타당성 용역비로 8억을 반영했다. 여기서 눈여겨 볼 것은 예산과 함께 포함된 부대의견으로 국토교통부는 제5차 공항개발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함에 있어 전북지역의 국제공항 건설의 타당성을 적극 검토한다는 내용이 명시돼 있다. 사실상 전북의 하늘길을 열게 한 단초가 마련됐다.4년간 지역과 여의도를 왔다갔다 하다보면 시간에 쫓겨 일하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정치력만 있으면 초선도 얼마든지 큰 일을 해낼 수 있다. 19대 때 7명이나 큰 폭으로 물갈이시켜 의정활동을 잘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과적으로 정치력이 약해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유권자들은 현역들의 평가를 의정활동에 의존한다. 그게 잘못이었다면 갈아 치우면 된다. 도민들이 국회의원들 때문에 더 이상 고민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지역구와 의정활동 잘한 사람은 다시 뽑아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팽(烹)시키면 되기 때문이다. 나중에 손가락 끊겠다는 말을 안해도 된다. 공이 이제는 유권자에게 넘어왔다. 이번 선거는 한판 큰 싸움이 본선에서 남겨져 과거처럼 지역정서에 의존하는 선거 보다는 인물 본위로 가야 할 것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6.02.15 23:02

개성공단

2000년 6월 15일 남북 정상이 분단 55년 만에 처음 만났다.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맞잡은 손. 통일이 곧 눈앞에 온 듯 보였다. 6·15공동선언 이후 우리에게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가 열렸다. 개성공단의 설립이다. 6·15공동선언문으로 이어진 ‘개성공업지구건설운영에 관한 합의서’ 채택이 가져온 결실이었다. 북한이 2002년 11월 27일 개성공업지구법을 공포함으로써 공단 설립은 현실이 되었다. 2004년, 시범단지 부지 조성이 마무리 되면서 그해 10월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첫해 입주업체는 18개. 그해 말, 첫 제품이 생산됐다.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토지와 인력이 결합한 개성공단 조성은 남북교류 협력의 새로운 장이었다. 남북관계가 얽힐 때마다 부침은 있었으나 개성공단은 날로 성장했다. 자료를 보니 2010년 9월, 입주기업 생산액이 10억 달러를 돌파했고, 2012년 1월에는 북한 근로자 5만 명이 개성공단에서 일하게 되었다. 2013년 1월에는 누적 생산액 2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2016년 현재 124개 기업이 입주해있고 협력업체만도 5000여 곳이나 된다. 이들 기업의 생산액은 월 5000만 달러. 작년에만 생산액 전년대비 20%가 상승했다는 분석도 있다. 엄청난 성장이다. 패션과 섬유관련 기업이 전체 입주기업의 58%, 73개나 되는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보니 새삼 놀랍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은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 폐쇄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정부가 10일 비군사적이면서도 가장 효율적이고 강력한 제재방법으로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카드를 꺼내들었다. 북한이 지난 한 해 동안 개성공단으로부터 벌어들인 현금만도 북한 근로자 임금 등 1억2000만 달러에 이른다니 전면가동이 가져올 타격을 충분히 짐작할만하다. 사실 개성공단의 가동 전면 중단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3년에는 북측이 공단출입을 일방적으로 막으면서 가동이 중단됐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 정부가 먼저 전면중단을 내렸다. 정부는 전면가동 중단에 이어 공단 폐쇄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북한도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에 맞서 개성공단 남측 인원 추방과 자산동결을 결정했단다. 개성공단의 운명이 심상치 않다. 통일의 지렛대 역할처럼 여겨졌던 개성공단이 남북대결의 볼모가 되어 있는 형국이 안타깝기만 하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2.12 23:02

균형감각

요즘 야당은 진정한 야당 지위를 선점하겠다며 각개약진하고 있다. 그 긴장이 극에 달해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결단하지 못하면서 빚어진 야권 분열이다. 안철수 등 개혁세력의 탈당 사태 후 당명을 바꾼 더민주당은 문재인 사퇴, 김종인 비대위원장 선임, 인재 영입 등 총선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과거 전두환 체제에서 일했고,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일하는 등 전형적 여당 성향 인사다. 그의 경제민주화 카드가 지푸라기도 아쉬웠던 더민주에게 먹혀들었고, 그는 총선 권력까지 거머쥐었다. 전북을 외면하며 살아온 그가 전주에서 기자회견 하며 지역민심 추스르기에 나섰다. 아이러니다.국민의당은 지난 2일 대전에서 공식 창당대회를 열었다. 안철수의원은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낡은 정치와 구 정치체제의 종식’을 선언했다.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낡은 체제를 깨부숴 안철수표 새정치를 확실히 열겠다는 것이다. 국민의 당이 말하는 새정치는 새누리의 수구보수, 더민주의 낡은 진보를 털어낸 중도개혁을 말한다. 낡은 진보를 청산하지 않겠다는 새정치연합 문재인 세력과 결별한 안철수 대표의 중도개혁은 합리적 보수와 진보의 융합이다. 국민의당은 낡은 정치판을 바꿔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고 한다. 더민주당은 경제민주화 카드를 계속 전면 배치하는 양상이다. 이들의 중심에는 호남이 있다. 호남에서 세몰이에 성공해야 수도권 표심도 모을 수 있기 때문에 공을 많이 들인다. 갈수록 치열하게 경쟁하는 두 야당에 대한 호남 민심이 어떻게 기울 것인지는 이번 총선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가 됐다. 호남에서 야당은 조금 잘 못해도, 분열해도 손해볼 것은 없다. 전통적으로 독점이었으니 또 독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요즘 분열한 야당이 경쟁하느라 시끌벅적하지만 새누리당이 그 수혜를 얼마나 입을지는 판단 유보다. 야당끼리 대립하면서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국민의당 3자대결 공산이 커졌고, 새누리당이 어부지리할 곳도 많을 것이지만 전북에서 새누리당 존재감은 여전히 미약하다. 전남 이정현 의원이 호남에서 유일하게 금배지를 달았지만 전북에서 새누리당 바람은 미미하다. 현실적으로 전북에서 새누리당은 꼭 필요하다. 기금운용본부 공사화 위협도 전북에 새누리당 기반이 전무하기에 생긴 일이다. 새누리당에 빗장 건 전북, 소통없이 뭘 얻고 지키겠는가.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6.02.11 23:02

폐교의 추억

지금은 폐교된 고창군 공음면 신왕초등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을 취재한 적이 있다. 2006년이었으니 꼭 10년 전의 일이다. 신왕초등학교는 전교생 10명인 ‘미니’학교이었다. 6학년생 여섯 명 아이들이 졸업하고 나면 네 명 아이들만 남는 이 학교는 그해 개교 30년의 역사를 거두었다. 그해 전라북도에서는 세 개 초등학교가 문을 닫았다. 신왕초는 80년대 초반부터 학생 수가 줄어들면서 통폐합 대상으로 꼽혀왔다. 주민들이 ‘학교지키기’에 나서 간신히 명맥을 이어왔지만, 입학생의 맥이 끊기자 학교는 결국 폐교를 받아들이는 의견서를 교육청에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학교를 지켜주지 못한 것에 마음 빚을 안게 된’ 교사들은 아이들과 주민들에게 남겨줄 것을 준비했다. 마지막 졸업식을 앞두고 발간된 ‘여시뫼봉의 얼이 담긴 신왕교육 30년’이었다. 학교가 개교한 70년대 중반, 아이들이 먼 거리를 걸어 다니지 않아도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돼 행복해하던 마을 주민들과 30~40대 중년이 된 졸업생들의 어린 시절을 그대로 담은 빛바랜 흑백사진부터 그동안의 632명 졸업생 명단까지 학교와 마을의 크고 작은 역사를 촘촘하게 엮어낸 책. 아이들이 성장해서도 어릴 적 꿈을 가꾸었던 초등학교 역사를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랐던 교사들의 선물이었다. 아이들은 두개 교실로 나뉘어 수업을 받았다. 학생 수가 줄어든 이후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수업 환경이었지만, 같은 학년이 없어 6학년 누나 형들과 함께 공부해야했던 4학년 득주나, 같은 교실에서 공부한 2·3학년생 아이들은 서로 사랑하고 위하는 법을 배웠다. 그해 개교 30년 역사를 접는 농촌 초등학교의 마지막 졸업식장은 눈물바다였다. 교장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비록 신왕은 없어지지만 초등학교 시절 아름다웠던 추억들을 간직하고, 늘 세상을 도와가면서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시골의 초등학교는 단순히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의 역할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신왕초등학교 역시 인근 6~7개 마을의 공동체 문화를 이끌어가는 공간이자 마을 사람들의 연대감을 이어주는 끈이었다. 농촌의 아름다웠던 초등학교가 이름을 잃은 지 10년, 농촌의 위기는 학교의 위기와 여전히 맞닿아 있다. 전북교육청에 따르면 올해도 여섯 개 초등학교의 신입생이 없다. 다행히 이전과 달리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하지 않으니 학교가 문 닫게 될 위험은 없지만 학생 수가 줄어가는 농촌 현실을 지켜보는 일은 안타깝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6.02.0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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