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 라인
연간 무역 규모 1조 달러, 세계 경제 10위권, OECD 회원국 등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상이다. 휴대전화와 가전, 자동차, 조선, 철강, 중화학 등이 주력이다. 망국과 동족간 전쟁을 거친 비극의 땅 한국에서 ‘한강의 기적’이 일어난 것은 그야말로 ‘기적’일까. 박정희 정권 세력은 박정희 공적이라고 내세운다. 그의 군사독재에 진절머리 내는 민주화 세력 등은 우리 민족이 저력을 보여준 것이라며 콧방귀를 뀐다. 하여튼 대한민국이 광복 70년만에 연간 무역규모 1조 달러를 넘어선 경제 대국의 반열에 올라섰고, 1인당 국민소득 2만5000달러니, 3만달러니 운운하는 세상을 만든 것은 대단한 성과다. 전라북도는 지난 70년간 상대적 역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은 권력의 중앙집권 정책으로 비대해졌다. 경제규모와 인구 모두 대한민국 전체의 50%를 차지할 만큼 거대 공룡으로 성장했다. 부산, 대구, 울산, 마진창 등을 중심으로 하는 경상도 지역은 정부의 집중 지원으로 크게 성장했다. 경상도 인구는 1300만 명으로 전라도 520만 명의 세 배 가깝게 많다. 전북 인구는 186만 명, 경제 규모는 전국 대비 2∼3% 수준이다. 지난 5일 전북도청에서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의원들은 새만금 개발, 국제공항, 신항, 지덕권산림치유원, 삼성의 새만금투자 등 수많은 지역 현안들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전북의 미래가 걸린 사안들인 만큼 감사에 나선 의원들의 질의, 지적, 질책이 어려움에 빠진 현안 해결에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문제는 정부와 권력의 태도다. 최근 정부는 대구순환도로 건설사업 예산을 세 배 증액한 3377억원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정부는 전북도가 내년도 새만금사업비로 정부에 요청한 1447억 원은 싹둑 잘라 684억원으로 줄였다. 동학농민혁명 120주년이 넘었지만, 정부가 국가예산을 주지 않아 기념공원 조성사업이 표류하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운영비 조차 잘렸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킨 것에 버금가는 전북의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 전북은 이것을 꿈꿀 것이다. 하지만 최근 30년 정치상황에서는 난망한 일이다. 한국은 1965년 침략자로부터 종잣돈을 받아 굴기했지만, 전북은 특정 세력의 이익만 좇을 뿐 전체 이익은 외면하고 있다. 전북에 오는 파이프 라인은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