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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사람의 경영은 풍부함에 이를 것이지만 조급한 사람은 궁핍함에 이를 따름이라는 성경 말씀이 있다. 평소 부지런한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좋은 결과물을 얻겠지만 조급하게 일처리를 하면 결국 실익을 얻지 못할 것이다. 중국이 1970년대 핑퐁외교 등을 거치며 개혁 개방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유명한 말이 도광양회(韜光養晦)다. 칼집에서 번득이는 빛을 숨기고 힘을 기른다는 뜻이다. 현대사회에서는 덩샤오핑의 대외정책을 가리키는 말인데, 애초 삼국지에 나오는 유비가 조조의 식객으로 몸을 의지하고 있으면서 재능을 숨기고 은밀하게 힘을 기르며 때를 기다렸다는 데서 유래한다. 덩샤오핑 시절 중국은 경제력이 형편 없었다. 여전히 잠자는 사자로 표현될 뿐이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세력과 중국, 소련 등 공산 세력과의 냉전은 화해 무드로 변했고, 데탕트 시기에 걸맞는 큰 변화가 필요했지만 경제력이 약해 대외적 위상은 초라했다.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을 통해 경제 부흥을 꾀했고, 결국 1990년대 이후 고도성장을 이뤄냈다.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의 위상으로 국제사회에서 포효하는 ‘잠에서 깬 사자’가 됐다. 중국의 성장세가 확연하자 국제사회가 경계심을 드러냈다. 2003년 10월 중국 하이난섬(海南島)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의 핵심 브레인인 정비젠(鄭必堅)은 ‘화평굴기(和平 起·평화롭게 우뚝 솟음)’를 주창했다. 이후 후진타오주석의 중국은 화평굴기 외교전략을 폈다. 화평굴기는 아직 미국 등 기존 서방 강대국과 온전히 어깨를 겨루기 힘든 상황을 고려, 군사적 위협없이 평화적으로 성장하겠다는 전략이다. 한창 뻗어나가는 경제성장세를 지키면서 국력을 신장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국제사회에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 위에서 성장을 계속해 온 중국은 지난해 위안화를 기축통화로 만드는데 성공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그 입지를 확실히 하고 있다. 북한이 6일 수소폭탄을 실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국제사회가 수소탄이냐, 증폭핵분열탄이냐 등 이번 폭탄 실험의 진상을 놓고 이런 저런 분석을 하느라 떠들썩하다. 박대통령은 강력한 제재를 하겠다고 나섰고, 유엔 제재도 예상된다. 북한은 강력한 폭탄 실험, 미사일 발사실험 등을 통해 군사적 강력함을 대외에 알리고 싶겠지만, 과연 어떤 이익을 취할 수 있을까.
20대 총선이 9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권은 선거구 획정 하나 못하고 민생은 내팽개친 채 세불리기에만 골몰하고 있다. 여권은 여권대로 총선 공천 룰을 둘러싸고 친박과 비박 진영이 사활을 걸고 있고 야권은 내분 사태로 쪼개지면서 이합집산만 거듭하고 있을 뿐이다. 청와대와 정부, 국회는 개혁 입법 처리를 놓고 파행을 빚으면서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는 사이에 민생 경제는 위기를 맞고 있다.경제전문가들은 우리 경제가 1997년 외환 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고 진단한다. 일시적인 경기침체가 아닌 구조적인 성장 둔화, 즉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제조업 중심의 경제성장이 한계상황에 도달했기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경제 환란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한다.때문에 이번 20대 총선의 최대 화두는 경제가 아닐 수 없다. 먼저 우리 경제의 최우선 과제는 청년 일자리 창출이다. 200만 명에 달하는 청년 실업해소가 최대 관건이다. 연애 결혼 출산포기 등 3포시대에 이어 내집 마련 인간관계 꿈 희망포기 등 7포시대, 헬조선, 이생망(이 생애는 망했다) 등은 우리 젊은이들이 지금 어떤 상황인가를 방증한다. 청년 일자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무조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대명제다.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저성장 해소도 시급하다. 대통령이나 경제전문가들 뿐만 아니라 소시민들도 무얼해야 먹고 살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 태산이다. FTA로 벼랑 끝에 선 농민이나 불황으로 폐업 처지에 놓인 자영업자로부터 우리 수출 주력업인 자동차 반도체 IT분야 등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지 못하면 중소 국가로 전락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해결도 필수적이다. 김낙년 동국대 교수의 2000∼2013년 국세청 상속세 자료 분석에 따르면 자산 상위 10% 계층이 우리 전체 부(富)의 66%를 소유하고 있으며 하위 50%가 가진 자산은 겨우 2%에 불과했다. 기업의 양극화도 심화돼 지난 2012년 10대 재벌기업의 자산이 GDP의 84%를 차지, 10년전 48.4%보다 배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10대 재벌의 고용비율은 전체 고용의 5%에 불과했다.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적 경제적 갈등과 낭비를 줄이도록 성장과 분배에 대한 적절한 정책이 요구된다. 여기에 통일에 대한 비전과 남북교류 및 협력강화도 필요하다. 남북 분단 70년이 넘었지만 평화적 통일을 향한 발걸음은 너무 더디기만 하다. 새해에는 새로운 정치, 새로운 국회를 통해 우리 사회에 디딤돌이 되길 소망한다.
새정치연합이 안철수 의원 탈당 뒤 더불어민주당으로 당명을 바꾸면서 당명을 놓고 여전히 뒷말이 많다. 부사와 명사의 결합이 맞는거냐는 문법적 시비부터 이름만 바꾼다고 본질이 달라지느냐, 약칭 더민주당이 경박하지 않느냐 등등 힐난과 조롱조의 부정적 시선을 담아서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기동전사 건담 더불오 시리즈의 ‘더불오’, 음주단속을 연상시키는 ‘더불어?’, 과자 광고의 ‘더부러’ 이름을 당 앞에 붙인, ‘도대체 무엇과 더불어냐’는 투의 부정적인 패러디도 양산되고 있다.긍정적 의미의 ‘더불어’가 정치와 만나면서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하고 있는 셈이다. 힘이 부쳐 여럿이 힘을 합하거나, 같은 목표를 향해 동행할 때 사용하는 ‘더불어 ‘가 마치 부적절한 야합의 의미로 변질될까 싶다. 그러나 정당 이름과 상관없이 ‘더불어’는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중요한 덕목이며 우리가 꼭 껴안고 가야 할 가치다. 오늘날 우리의 주변 어디를 둘러봐도 온통 경쟁뿐이다. 경쟁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불가피한 요소다. 문제는 해가 갈수록 경쟁의 범위가 넓어지고 그 강도가 세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들이다. 친구도, 이웃도 가리지 않고 질주하는 무한경쟁의 정글에서는 약육강식만이 존재한다. 더불어 사는 일이 더욱 절실한 시대다.우리 조상들에게 더불어 사는 것은 일상이었다. 조선시대의 향약이나 두레·품앗이·계 등은 상부상조의 전형이었다. 전남 구례 운조루에 남아 있는 ‘타인능해(他人能解)’가 적힌 뒤주는 오늘날에도 유효한 더불어 사는 사회의 귀감이다. 조선영조때 운조루를 지은 류이주 선생이 뒤주에 구멍을 내 그 뒤주에 담겨진 쌀을 누구라도 필요한 만큼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한 운조루 주인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다. 농촌 일부지역에 지금도 풍습으로 남아 있는 까치밥은 날짐승의 먹이까지 배려한 조상들의 더불어 사는 일상의 한 단면이다.고령화 시대, 취업난 시대, 다문화 시대 등 사회의 보살핌이 더욱 절실한 시대다. 함께 나누고 배려하는 사회가 건강하다. 사회적 약자들간에도 서로 돕고 의지하는 더불어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 많은 언론사들이 나눔과 배려를 강조하는 기획들로 새해 화두를 삼았다. 전북일보도 ‘나누면 행복합니다’를 올 캐치프레이즈로 삼았다. 오늘의 우리에게 특별한 단어가 되어버린 ‘더불어’가 다시 일상이 되는 세상을 꿈꾼다. ‘더불어’ 사는 것의 아름다움을 지면에서 자주 만났으면 좋겠다.
예상했던대로 더불어민주당 김한길 전대표가 3일 탈당했다. 지난달 13일 안철수 전 대표에 이어 김 전대표가 탈당하고 뒤이어 동교동계마저 탈당이 기정사실화 됨에 따라 도내 정치권도 탈당 사태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간 유성엽 도당위원장이 탈당한 이후 후속 도내 현역 탈당자가 없어 겉으로 보기에는 전북정치권이 문재인 대표를 지지하는 쪽으로 보였지만 김 전대표가 탈당하면서 도내 현역들도 자신의 거취를 결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지난 연말에 10명 현역들이 똘똘 뭉쳐 당을 사수할 것처럼 보였지만 새해들어 도민들이 창당도 하지 않은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고 나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군산 김관영의원은 김 전대표 비서실장을 지낸 만큼 김 전대표의 정치적 노선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전문성을 갖고 있고 의정활동을 잘했다는 평을 받고 있어 탈당해서 신당에 합류해도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지금 상당수 도내 현역들이 민심을 잘못 헤아리고 있다. 광주 전남 발 안풍이 도내를 거쳐 충청권으로 강하게 북상하는데도 이를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역들은 자신들이 구축해 놓은 조직들이 흔들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 보면 그렇지 않다. 전주만해도 오래전부터 현역들의 지지가 흔들렸다. 초선들로서 의정활동은 물론 정치력이 약해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를 얻었기 때문이다. 이상직 의원 말고는 전문성이 결여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의원은 투자전문가답게 상당한 역할을 해놓고도 PR 과정에서 유권자들에게 속속들이 파고 들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남겼다.지금 안철수 바람이 생각보다 거세다. 젊은층들은“그간 안철수 정치가 실망을 안겨준 면도 있지만 그래도 희망을 안겨 줄 수 있는 쪽은 안 신당 밖에 없다”고 말한다. 여기에 상당수 도민들도“그간 문 대표를 압도적으로 지지해줘봤자 전북으로 돌아온 게 뭣이냐”며 “결국 친노위주의 당권 강화만 이뤄낸 것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은 한발짝 뒤로 물러 서고 전문가 집단이 정치 전면에 나서야 할 때라고 지적한다.안 신당 바람 속에서 가장 경계하고 우려해야 할 대목은 한물 간 사람들이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전북정치가 중앙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이 없기 때문에 자신들이 나서서 전북이익을 대변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하지만 아전인수식 해석 밖에 안돼 도민들이 동의하지 않고 있다. 흘러간 물로 어떻게 물레방아를 돌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려 놓으려는 이치에 어긋나는 처사라는 것. 한마디로 도민들을 바지저고리로 보고 우습게 생각했기 때문에 이 같은 짓을 강행할려는 것 밖에 안된다고 힐난한다. 아버지 어머니나 찾는 감성정치인을 비롯 전직 도지사도 모두 아니라는 것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김용택 시인의 집은 임실군 덕치면 장산리에 있다. ‘진뫼’란 이름을 얻은 마을 앞에는 섬진강 물이 흐르는데, 나지막한 긴 산과 넓지도 좁지도 않은 강줄기가 서로 어우러져 아름다운 풍경이 된다. 이 마을 입구에 느티나무 한그루가 서있다. 어찌나 잘 자랐는지 얼핏 보기에는 수백 년 된 당산나무가 아닌가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런데 실상 이 나무의 수령은 50년이 채 안 된다. 나무는 시인이 스물일곱 살 되던 해 뒷산에서 캐다 심은 것이다. 그 후로 시인은 기회만 되면 온갖 거름을 다 가져가 나무에게 주었다. 나무는 잘 자라 마을을 지키는 아름드리 큰 나무가 되었다. 초등학교 교사로 은퇴한 시인은 이제 강연을 다닌다. 강연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나무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나무는 정면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름답죠. 우리 삶을 보세요. 우리는 정면만 보고 삽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며 살지 않죠. 그래서 아름다운 것, 소중한 것들을 놓치고 살고 있는 겁니다.’시인은 가르치던 아이들에게 비가 오면 비를 보여주고, 바람이 불면 운동장을 뒹구는 나뭇잎을 보여주었다. 어느 해인가는 자기 나무를 하나씩 정해주고, 1년 동안 그 나무를 바라보게 했다. 아이들이 글로 옮겨 쓴 나무 이야기는 놀라웠다. 나무의 변화만이 아니라 나무 밑에서 쉬고 있는 할아버지들 이야기, 그 앞으로 흐르는 시냇물과 건너편 들판의 모내기하는 사람들의 풍경이 아이들의 마음에 담겨있었다. 시인은 무엇인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고, 알게 되면 이해가 되고, 이해가 되어야 비로소 내 것이 된다’는 것을 아이들로부터 배웠다. 시인은 어느 순간이든 자기에게 오는 것들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나무 같이 살아보라고 권한다. ‘받아들이는 힘이 있을 때만, 자기의 새로운 모습을 세상에 그려낼 수 있다. 받아들일 때만 사람은 자기를 세상에 우뚝 세울 수 있다.’시인의 말을 빌리자면 인생을 잘산 사람들에게도 이런 특징이 있다. 남의 이야기를 잘 듣고 그 말이 옳으면 내 생각과 행동을 바꿔나가는 것이 하나고, 자기가 하는 일을 자세히 보는 것이 또 하나다. 둘러보니 스스로를 바꾼 힘으로 세상을 바꾸어 가는 사람들은 남의 말을 귀담아 듣는 사람들이란 말에도 고개 끄덕여진다. ‘세상을 자세히 보다보면 나도 보이고 이웃도 보이고 자연도 보인다’는 시인의 말. 새해 아침,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한 해의 끝과 시작은 천체 운행의 질서에서 비롯됐다. 태양을 중심으로 자전과 공전을 하는 지구 형편에 맞게 짜여진 시간은 하루, 일주일, 한달, 일년으로 구분되고, 사람들은 그 틀 속에서 삶을 영위해 나간다. 사람들은 무려 365일이 어느날 느닷없이, 그야말로 눈깜짝할 사이에 훌쩍 지나버리는 일을 수없이 겪으며 살아간다. 이런 시간의 흐름 속에서 형성된 연말연시가 되면 한번쯤 지난 날을 되돌아본다. 파스칼은 과거와 현재는 수단이며, 미래만이 우리의 목적이라고 했다. 처칠은 과거를 과거로만 처리하면 미래까지도 포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자는 맑은 거울은 형상을 살피게 하고, 지나간 옛일은 앞으로 되어질 일을 알게 한다고 했다. 톨스토이는 현재를 가장 중요하게 보았다. 사람이 자신을 제어하고, 관계하며 뭔가 이룰 수 있는 것이 현재이기 때문이다. 부처님도 지혜로운 사람은 지나간 과거를 슬퍼하지 않고, 오늘 당장 할 일을 중시한다고 했다. 에디슨은 미래만 보고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사실 이들 수많은 위인들의 명언은 과거, 현재, 미래 어느 곳에 방점을 두었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인생에서 과거, 현재, 미래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있겠는가. 과거는 거울처럼 들여다 볼 수 있지만 지나가 버린 결과이니 되돌릴 수 없다. 현재는 진행형이어서 변화무쌍하니 일희일비하기 어렵고, 미래는 암흑 속이니 다양한 예측이 있을 뿐이다. 2015년도 오늘 하루가 지나면 끝이다. 적어도 2015년을 제대로 읽어야 새해 윤곽선이라도 느낄 수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은 서민과 중소기업층의 어려움을 가중할 것이다. 지난 1년간 예견된 일이지만 가계대출 1200조원 시대의 한국사회에서 금리 인상 추세는 달갑잖다. 한국경제의 저성장 기조가 확실해진 상황에서 노동관계법, 임금피크제 등은 기업과 근로자 모두를 긴장시키고 있다. 산업기술과 시장의 격변은 2016년에 더욱 심해질 전망이다. 유연해진 노동법을 무기 삼아 기업은 구조조정을 상시화할 것이고, 능력 발휘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근로자는 해고 덫에 손쉽게 걸려들 것이다. 청년층, 노년층 가리지 않고 한층 치열해지는 노동시장은 그야말로 붉은 빛이 더 강렬해질 전망이다. 그 세밑이다. 어리석은 사람이 미래를 두려워 하며 오늘 당장 해야 할 일을 게을리 한다는 말이 있다.
어느 해보다 다사다난했던 2015년이 저물고 있다. 새로운 희망과 기대를 걸고 출발했던 을미년 한 해도 아쉬움과 회한만을 남긴 채 이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올 한해도 우리 사회는 협치와 상생은 실종된 채 권력과 계층 세대 이념간 갈등과 대립이 격화되면서 암울한 현실만 되풀이되고 있다.올 상반기에는 메르스 사태가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넣더니 하반기에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파문으로 온 나라가 들썩거렸다. 정부의 무능하고 무기력한 대응으로 확산된 메르스 사태는 결국 38명이 사망하고 7개월 만에 종식됐지만 국민과 국가경제에 끼친 손실은 실로 엄청났다. 국민 보건안전망이 뚫리고 경제성장률은 2%대로 추락해 내수 기업과 자영업자 등은 도탄에 빠졌지만 공무원 몇 명 경질했을 뿐 제대로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역시 시민사회와 학계 등에서 찬반 갈등이 심화되면서 국론 분열과 국력만 소모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나섰던 현직 총리는 비리 혐의로 취임 63일 만에 낙마하고 성완종 리스트에 거명된 유력 정치인 7명에 대한 검찰수사는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100년 만에 최악의 가뭄은 FTA로 시름에 빠진 농민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쌀값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에 참여했던 한 농민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40여 일째 사경을 헤매고 있지만 경찰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이런 와중에도 정치권은 민생은 내팽긴 채 당리당략에만 빠졌고 위헌 판결 난지 1년이 넘은 선거구 획정 하나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고 식물국회로 전락했다. 정치권이 이렇다보니 청와대에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노동개혁 5대 법안 등 쟁점법안의 직권상정을 의장에게 요구하는 초법적 상황을 자초하게 됐고 청와대와 국회의장이 충돌하는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졌다.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갑질 병폐도 다시 도졌다. 지난해 말 땅콩회항으로 대변되는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슈퍼 갑질에 이어 몽고식품 김만식 회장이 운전기사를 상습 폭행·폭언하는 사건이 불거지면서 우리 사회의 ‘을’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었다.올 한 해를 압축한 사자성어로 대학교수들은 ‘혼용무도(昏庸無道)’를 선정했다. 지성인들이 내놓은 신랄하고도 매우 적확한 표현이다는 평이다. 대한민국이 왜 이 지경에까지 왔는지 우리 모두 자성해야 할 때다. 먼저 국가와 사회의 지도층 인사들부터.
한 때 누리사업이 교육계의 최대 관심사였다. 참여정부시절 누리사업(New University for Regional Innovation)은 대학들이 사활을 걸고 유치경쟁에 나선 인기 프로젝트였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5년간 1조원 이상 투자된 누리사업을 통해 도내 여러 대학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냈다. 누리사업과 다른 어원이지만 같은 어감의 누리과정이 현 교육계의 핫이슈다. 대학들이 매달린 누리사업과 달리 누리과정은 정부와 지방교육청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며 내년 보육대란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누리과정은 만 3∼5세 영유아 무상보육·교육을 말한다. ‘누리’는 ‘세상’을 뜻하는 순 우리말로, 2011년 명칭공모를 통해 그 이름을 갖게 됐다. 97년부터 만 5세 유아에 대해서만 시행하던 무상교육을 2013년부터 3~4세까지로 넓히고, 유치원교육과정과 어린이집의 표준교육과정을 누리과정으로 통합했다. 유아교육·보육을 강화하는 선진국 추세와 유아 단계에서 교육·보육의 중요성, 공정한 출발선으로서 교육·보육 기회보장을 그 배경으로 설명했다.제도 도입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신년 국정연설에서 그 계획을 밝혔고, 이를 바탕으로 국무총리실과 4개 부처가 합동으로 도입계획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당시 계획을 보면 교육부가 주장하는 대로 2015년부터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부담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경제 호전으로 4년간(2011년~2014년) 내국세 세수 증가로 지방교육재정이 연평균 약 3조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 것을 바탕으로 해서다. 그러나 세수 증가가 예상대로 안 되면서 지방교육청의 재정에 문제가 생겼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당시 영유아의 보육과 육아는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누리과정이 꼬인 배경이다.누리과정 예산은 교육적 차원을 떠나 정치적 문제로 비화됐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발 누리과정 예산 줄다리기가 지금은 전국적인 문제로 확산됐다. 진·보 교육감과 여야 지방정권에 따라 내년도 예산편성이 갈라졌다. 만 3~5세 어린이라면 누구나 꿈과 희망을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교육시키겠다는 교육 본연의 취지는 뒷전이다. 교육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오죽하면 ‘을’ 지위의 지방교육청이 법과 예산을 무기로 압박하는 교육부에 대항할까. 교육부가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 책임을 역설한 박 대통령이 교육감들을 만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약자를 보듬는 게 정부와 정치가 할 일이다.김원용 논설위원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사태로 도내 정치권도 익산지진 마냥 흔들리고 있다. 도당위원장이었던 유성엽 의원이 탈당함에 따라 누가 뒤이어 탈당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한길 전 대표마저 탈당하면 새정연은 탈당 도미노현상이 발생, 당 붕괴마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당 중진들과 수도권의원들이 이를 막기 위해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요구해 놓고 있지만 친노의원들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낮아 새정연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을 수 밖에 없다.내년 공천권 행사로 촉발된 잇단 새정연의 탈당 사태가 야권 분열로 이어지면서 새누리당만 어부지리(漁夫之利)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낳지만 전체가 그렇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여야 경쟁이 뜨거운 수도권에서 새정연 분열로 새누리당 후보가 덕볼 공산은 있다. 수도권은 경쟁의 정치가 펼쳐지기 때문에 적은 표차로 당락이 갈린 사례가 많았다. 다른 지역은 지역정서에 의존하는 선거가 치러지기 때문에 설령 야야(野 野) 대결 구도로 가더라도 큰 문제는 없다.새정연 탈당자가 늘면서 도내 정치권도 혼란스럽다. 광주 전남만은 못해도 서서히 새정치를 갈망하는 안철수 신당쪽으로 관심을 갖는 수가 늘고 있다. 김한길 전대표가 탈당하면 군산 김관영의원은 뒤이어 탈당할 것이고 강진에 칩거하는 손학규 전대표가 움직이면 자연스레 익산 이춘석의원도 액션을 취할 것이다. 중앙당에서 이 의원한테 공석이 된 도당위원장 자리를 맡아 줄 것을 제의했으나 이의원이 거절한 것은 현재 정치상황이 유동적이어서 굳이 맡더라도 자신한테 도움될 것이 없어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구로 미묘한 관계에 있는 김제 최규성과 부안 김춘진이 공동으로 도당위원장을 맡은 것도 미봉책에 불과하다. 둘다 3선이지만 정치력이 약해 도민들로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있고 만약 김제 부안이 한 선거구로 되면 누군가는 탈당해야 할 사태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최근 문재인 대표가 순창에 와서 정동영 전의원을 만나고 간 것은 패착이다. 그 만큼 문 대표의 보좌진들이 수가 얕다는 것을 반증한다. 상황이 절박하다 보면 패착이 나올수 있게 마련이다. 지금 문 대표는 강성 친노에 에워싸여 상황판단을 잘못하는 것 같다. 지난 13일 안철수 전 대표가 탈당한데 이어 짐보다리를 싼 현역들이 한둘이 아니어서 야권분열은 막을 수 없는 대세다. 아무튼 중앙 정치무대에서 존재감 약한 도내정치권을 치유하려면 역량 있는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좀 괜찮다 싶으면 조직과 돈이 없고 깜냥도 안되는 사람은 돈으로 조직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도민들이 잘 판단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도민들이 과거와 다른 의식을 갖고서 유권자 혁명을 이룰 때 전북정치를 회생시킬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백범일지> 정본이 출간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지난 봄, 열화당 이기웅 발행인과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이 작업이 우리의 올바른 ‘말 뿌리’와 ‘글 뿌리’를 찾고자하는 열화당의 출판정신을 구현하는 일이라고 소개했다. 올 겨울, <정본(正本) 백범일지>가 출간됐다. <정본>이라는 의미 있는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온 이 책은 백범선생의 친필본을 그대로 활자화한 한문판과 친필본을 다시 오늘의 한글로 풀어쓴 한글판까지 두 권으로 만들어졌다. 3년 꼬박 걸려 이뤄낸 결실이다. 사실 <백범일지>는 이미 많은 출판사들이 출간에 나서 독자들 앞에 놓인 것만도 80여종에 이른다. 그럼에도 열화당은 왜 굳이 ‘정본’을 내세워 대대적인 출간작업에 나섰던 것일까. 열화당에 따르면 <백범일지> 초판이 발행된 것은 1947년, 백범 선생이 돌아가시기 2년 전이다. 그러나 <김구 자서전 백범일지>(국사원 본)라는 제목으로 나온 이 초판은 원문이 대폭 축소되면서 원본성이 훼손된 데다 윤문 과정에서도 내용이 윤색되거나 인명과 지명의 착오, 뒤바뀌어진 서술 등으로 외레 원본에서 가장 멀어진 판본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백범 선생의 아들이 저작권을 풀어놓으면서 누구나 <백범일지>를 자유롭게 출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를 계기로 여러 출판사들이 출간한 <백범일지>는 대부분 국사원 본을 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초판의 문제점을 그대로 안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정본 백범일지>의 간행 취지는 여기서 비롯됐다. 친필원본의 내용과 형식을 그대로 되살려내겠다는 뜻이다. 간행팀은 친필 원본을 저본으로 삼아 출간하였거나 충실한 번역본을 지향하여 출간한 여러 판본들을 면밀히 검토해 이 판본들이 범한 다수의 오류를 바로 잡고 보완해냈다. 발간사에 의미심장한 문구가 있다. ‘백범일지의 간행 역사를 보면 어떠한 기록이라도 환경과 여건에 따라 그 본의가 잘못 전달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9일 <정본 백범일지> 출간 기념회가 파주 출판도시 열화당 책박물관에서 열렸다. 작은 안내장에 쓰인 글귀가 눈에 띄었다. ‘이 책을 모셔가는 비용(책값)은 없습니다. 다만, 출간 이후 일정 금액을 「안중근기념 영혼도서관」 건립기금으로 기부하신 분에게 우선적으로 배포할 예정입니다.’ 값을 따질 수 없는 책과의 만남은 특별했다. 이래저래 우리의 정신을 세우게 하는 <정본 백범일지>의 탄생이 반갑다. 큰 선물이다.
세계 경제 성장세는 미지근해졌다. 미국이 지난 17일 새벽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자신감을 내보였지만 중국 성장률이 6%대로 내려 앉았고, 유럽경제도 안정 궤도를 벗어나 있다. 한국 경제 성장률도 이젠 3% 전후로 쳐졌다. 지구촌은 저성장 기조에서 새해를 맞게 됐다. 금리 인상이 현실화 됐으니, 서민은 허리띠를 더욱 조여야 한다.설상가상, 이상기후가 지구촌을 들썩이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에서는 한겨울 낮 기온이 22℃까지 오르면서 벚꽃이 피었다. 필리핀은 건조한 날씨 때문에 설탕 생산량이 감소, 내년에 17만톤의 원당을 수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2015년은 지구촌 평균기온이 역대 가장 높은 해로 기록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이는 지난 200년간 숨가빴던 산업 성장의 부산물이다. 산업 발전은 인간에게 문명의 이기를 선사했지만 이산화탄소, 폐수 등 성장의 찌꺼기들은 인간 생존을 계속 위협하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는 폐막일인 지난 12일 이번 세기말까지 지구 평균온도의 산업화 이전 대비 상승폭을 2℃보다 훨씬 작게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긴 ‘파리기후협정’을 타결했다. 2021년부터 적용되는 이번 파리협정은 선진국에게만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주어졌던 교토의정서(1997년)와 큰 차이가 있다. 195개 당사국 모두에게 감축 의무가 부여된 보편적 기후합의다. 2009년 코펜하겐 기후변화 회의에서 실패했던 합의가 이번 파리 회의에서 성사된 것은 세계 각국이 느끼는 기후 위협이 그 만큼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지구촌이 잔뜩 긴장하는 것은 지난 1997년부터 1998년에 지구촌을 강타했던 슈퍼 엘니뇨를 능가하는 제2슈퍼엘니뇨의 그림자 때문이다. 엘니뇨는 남극과 북극의 추운 공기가 적도 부근의 빈공기를 채우기 위해 이동하면서 생기는 바람(무역풍)이 약해지면서 생기는 현상이다. 무역풍이 약하면 해수면이 잘 식지 않고, 높은 수온이 계속되면 날씨가 변덕스러워진다. 한여름의 폭염, 한겨울의 고온 현상은 인간 생활을 저해하고, 생명까지 앗아간다. 1997년 무렵에 지구촌을 덮친 엘니뇨는 2만3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재산피해도 40조원을 넘었다. 그 온실가스 재앙이 지금 우리 곁에 서성댄다. 겨울철 고온 고습 때문에 곶감과 메주가 제대로 건조되지 않고 썩었다며 한바탕 난리였다. 메주를 맛깔나게 띄울 수 없는 겨울을 상상해 본다.
고향인 순창에 칩거중인 정동영 전 의원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07년 17대 대선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 후 동작을과 강남을 관악을 선거에서 잇따라 패착을 하면서 국민의 관심권에서 밀려났던 그에게 정치권의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 그것도 자신을 배척했던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가장 먼저 구애의 손길을 내밀었다. 안철수 신당과 천정배 신당측에서도 정동영 전 의원과의 연대를 모색중인 것으로 탐문된다. 그에게는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진보세력을 규합해 혈혈단신으로 ‘국민모임’을 결성할 때 누구 하나 거들떠보지도 않던 야권이 서로 추파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와신상담의 심정으로 낙향했던 정동영 전 의원은 바로 이 때를 기다려왔을 것이다. 전국 최고·최다 득표로 화려하게 정계에 입문했던 그는 제1야당의 최연소 최고위원, 열린우리당 초대 의장, 통일부장관 등 승승장구하면서 정치입문 12년만에 집권여당 대통령 후보로 대권까지 도전했다. 그랬던 그가 씨감자 농사로 전업하려고 나홀로 쓸쓸히 고향을 찾았던 것은 아니다. 절치부심 정치적 시운을 기다렸다. 다만 그동안 정치적 행보에 국민들의 실망감이 컸던터라 정 전 의원에게는 다소 긴 호흡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번 야권의 빅뱅으로 그에게 재기의 기회가 빨리 다가온 셈이다.그의 정계 복귀는 이미 정치권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 14일 자신이 고문으로 있는 연구소 ‘대륙으로 가는 길’ 송년모임에서 “2017년 정권교체를 위해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언제 나서느냐는 선택만 남아있다. 앞서 문재인 대표의 복당 요청에는 “다른 길에 서 있다”고 거절했던 만큼 안철수 의원 등과 야권 신당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7일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유성엽 의원이 정동영 전 의원을 만나 정치적 진로를 상의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정 전 의원이 이처럼 재기의 발판을 서둘러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DJ와 YS처럼 정치적 기반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는 여전히 전북의 아들이자 전북의 인물이다. 대권 도전 실패 후 민주당을 탈당, 무소속으로 전주 덕진 재보선에 나섰을 때도 도민들은 그를 품어주었다. “어머니! 아들이 돌아왔습니다”라는 말 한마디에.이제 그는 대권주자였던 만큼 큰 정치,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 당장 눈 앞에 총선 의석수 확보나 정치적 세불리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멀리 내다보고 허탈감에 빠진 도민과 찢겨진 국민의 아픔을 추스르는 것이 급선무다. 국민의 마음을 보듬고 국민만 바라보며 새로운 대한민국의 희망을 키워 갈 때 그가 바라는 정권교체의 꿈도 이뤄질 것이다.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에 전시될 홍성담의 대형 걸개그림 ‘세월오월’ 이 걸리지 못해 외압 논란과 동료 작가들의 작품 철회로 이어지면서 파문을 일으켰다. 1980년대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민중의식을 고취시켰던 ‘걸개그림’이 지금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시각매체임을 확인시킨 사건이었다. 80년대 후반 ‘민족 해방 운동사 걸개그림’과 관련해 홍성담 민미련 건준위 위원장 등 8명의 미술인들이 구속되는 사태도 있었다. 당시 이 사건은 전국 미술인들이 협업으로 단일한 주제의 작품을 완성했다는 점, 분단 45년만에 처음으로 남북간 미술 교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걸개그림사에 밑줄로 남아 있다.민주화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걸개그림이 요즘에는 일반 행사나 사업장의 개업 이벤트까지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선거철이면 걸개그림이 전국을 펄럭인다. 고층 건물마다 걸개그림으로 뒤덮여 걸개그림 공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걸개그림이 곳곳에 내걸리며 벌써 선거철에 들어섰음을 알리고 있다.걸개그림은 후보간 경쟁으로 사람들이 많이 볼 수 있는 목 좋은 곳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지만 그 설치에 따르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건물구조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당 평균 2만∼3만원대다. 가로·세로 각 10m 크기로 할 경우 1개당 300만원 정도. 선거법상 3개까지 내걸 수 있어 대략 1000만원대 비용이 들어간다. 건물을 뒤덮기 때문에 창문이 가려져 입주자들의 양해를 구해야 하고, 입주 업체의 간판도 별도로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따른다. 그럼에도 입지자들이 보다 크고 화려한 걸개그림을 거는데 비용과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는 것은 그만큼 효과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리라.정치인들이 자신을 더 널리 알리는 방법으로 걸개그림을 활용하는 일을 타박할 수는 없다. SNS나 다른 첨단매체의 활용,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 그러나 덩그러니 큰 얼굴과 이름으로 가득 채운 정치인의 걸개그림은 민주화과정의 단물만 빼먹는 것 같아 좋아 보이지 않는다. 정치를 통해 사회를 바꾸고 문화를 일으키겠다면 적어도 도시미관까지 생각했으면 한다. 얼굴만 분칠하지 말고 이 땅 시민들의 마음을 담아 공감을 끌어냈으면 좋겠다. 훗날 그 걸개그림만 모으면 당대의 삶과 문화를 읽을 수 있는 예술성 높은 전시회가 되는, 그런 정치인의 걸개그림을 기대한다면 무리일까. 김원용 논설위원
모처럼만에 전북에 경쟁의 정치가 만들어질 것 같다.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지난 13일 탈당했고 유성엽 전 도당위원장이 탈당함에 따라 ‘야야’대결구조가 만들어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와서 탈당이 누구 잘못인가는 내년 총선서 유권자가 표로 심판하면 그만이다. 그 만큼 유권자 책임이 커졌다. 종전에는 이 같은 정치구도를 만드는 것 조차 생각치 못했다. 세상사가 경쟁없이 발전할 수는 없다. 그간 전북에는 일당독식구조가 만들어져 유권자가 정치의 중심에 서지 못하고 항상 비껴 나 있었다. 지역주의에 묶여 있는 특정당 공천이 곧장 당선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선거가 예산만 축내고 형식적으로 치러진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 배지를 달려는 사람들이 공천권자에게 목숨걸고 매달리는 단순한 정치구조가 만들어졌다. 유권자는 안중에 없는 그야말로 전근대적인 후진 정치행태가 계속 이어졌다.30년 가까히 일당독식구조가 이어져 유권자들이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다. 정치하는 사람들에 대한 기대감이 낮고 정치혐오가 높아지면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졌다.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후보들이 선거사무실을 차리고 자신을 알리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지만 유권자들은 관심도 없다. 국회의원으로 뽑아줘 봤자 본인들만 호의호식하고 잘 사는 것 아니냐는 냉소주의가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간 깜냥도 안되는 사람이 국회의원 해먹을 수 있었던 것은 지지층만 적극적으로 결속시키면 가능했기 때문이다. 당원으로 꽁공 묶어서 진입장벽을 높게 쳐버리기 때문에 아무리 능력이 출중한 사람도 철옹성을 부숴 버릴 수가 없었다. 운동권 출신 후보들이 이 같은 선거전략으로 금배지를 달았다. 친노들은 철저히 노빠를 중심으로 선거를 치렀다.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경쟁구도가 만들어 졌기 때문에 단순히 운동권 경력만 갖고는 배지 달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전문성이 없는 사람은 ‘팽(烹)’시켜야 한다. 글로벌 경쟁시대에 운동권은 시대정신에 맞질 않는다. 친노들이 쉽게 국회의원 해먹던 시절은 청산해야 할 과제다. 유권자들이 깨어 있어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문성 없는 사람들이 국회의원 하다 보니까 우리 정치가 후진성을 면치 못했다. 전북이 다른 지역에 비해 되는 게 없는 것이 바로 전문성 없는 사람들이 국회의원 된 탓이 크다. 초선 야당의원이라면 거침없이 정부 여당의 실정을 들춰내서 존재감을 과시해야 한다. 도내 의원 중에는 이 같은 의원이 없다. 이제 공은 유권자에게 넘어 왔다. 선거판이 닥쳐 오니까 굽신거리는 현역들을 제대로 심판해야 전북이 살 수 있다. 선거 때마다 어머니 아버지 하면서 감성에 호소한 조급증 환자도 잘 봐야 한다. 유권자가 깨어 있어야 전북을 살릴 수 있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일본 시즈오카 현 서쪽에 있는 도시 하마마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오토바이와 자동차, 악기 생산 공장이 입주하면서 공업도시로 성장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이름들인 혼다나 스즈키가 이 도시에서 창업했고, 세계적인 악기 제조회사인 야마하와 카와이 역시 하마마쓰에 본사를 두고 있다. 전통적으로도 섬유와 직기, 악기가 발전했으나 산업화 과정에서 공업도시로 변화한 배경이 흥미롭다. 하마마쓰의 도시적 특성이 또 있다. 세계적 음악도시로서의 위상이다. 악기제조 산업의 전통으로부터 시작되었을 도시의 문화적 환경은 하마마쓰를 음악도시로 성장시켰다. 유형무형의 음악적 자산이 풍부한 하마마쓰는 피아노 콩쿠르로도 이름을 높였는데 1991년부터 시작된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배출해낸 권위 있는 무대로 꼽힌다. 세르게이 바바얀, 아레시오 박스, 라파우 블레하츠 등이 이 무대를 통해 발탁됐고, 우리나라에서는 임동혁과 조성진이 하마마쓰에서 우승하면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반열에 섰다. 유네스코도 하마마쓰의 음악적 환경을 주목해 2014년 음악창의도시로 선정했다. 아시아에서는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는 아홉 번째 음악창의도시다. 이 도시의 동력이 된 공업과 음악의 조합이란 사실 낯설다. 그런데 그 기반을 들여다보면 공통적으로 자리해온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이 도시가 지켜온 ‘모노즈쿠리(monozukuri, ものづくり)다. 모노즈쿠리는 물건을 뜻하는 ‘모노’와 만들기를 뜻하는 ‘즈쿠리’의 합성어다. ‘혼신의 힘을 쏟아 최고의 물건을 만든다’는 뜻을 가진 이 말은 ‘장인정신을 지켜가는 일본의 독특한 제조문화’를 일컫는 상징어가 되었다. 제조업에 강한 도시 하마마쓰는 이 ‘모노즈쿠리’의 정신을 지켜 오늘을 있게 했다. 통영이 이달 초,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로 음악창의도시가 됐다. 통영은 온갖 정치적(?) 갈등을 거치면서도 끝내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과 그의 예술세계를 품어내는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 장인정신과는 또 다른 품격의 예술 정신이 이 도시의 힘이 된 셈이다. 전주는 통영에 앞서 지난 2012년 음식으로 창의도시로 선정됐다. 도시의 성장 동력을 새롭게 얻은 셈이다. 유네스코의 창의도시 선정은 도시의 이미지를 높이고 경쟁력을 높이는데 중요한 계기가 된다. 세계의 많은 창의도시들이 이름을 높이고 있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우리나라의 창의도시는 6개. 그런데 지정 이후 동력의 활기는 그리 두드러보이지 않는다. 전주도 예외가 아니다.
씨름은 강한 힘을 바탕으로 한 갖가지 기술로 상대방을 눈깜짝할 사이에 쓰러뜨려 승부를 결정짓는 전통 운동경기다. 잡치기, 호미걸기, 배지기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씨름기술은 상대의 공격에 쓰러지던 수비선수가 절묘하게 반전의 기술을 성공시키며 역전승하는 짜릿함을 관중에게 보여준다. 본경기에서 승부가 나지 않으면 연장전을 치르는데 1회당 30초가 주어진 2회의 연장경기에서는 반드시 승부를 내야 한다. 이를 위해 연장전에서는 벌칙이 가벼운 선수에게 샅바 우선권을 준다. 물론 벌칙이 무거운 선수는 규정샅바를 덜 잡는 결정적 불이익을 받고 싸워야 한다. 씨름은 선수의 허리와 허벅다리를 단단하게 둘러 맨 샅바를 잡고 기량을 겨루는 경기다. 유도처럼 도복을 입고 겨루는 경기가 아니어서 샅바 외에는 씨름 기술을 확실하게 걸 수 있는 것이 없다. 씨름의 승부는 샅바 잡기에서 결정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동안 쌓인 경고가 많은 선수에게 최악의 벌칙을 줌으로써 씨름경기의 묘미를 보여 주는 것이다. 규정샅바를 잡을 수 없게 된 선수가 이길 확률은 거의 없다. 선수들의 기량이 비슷비슷해 제대로 된 승부가 나지 않는 미지근한 씨름경기 활성화를 위해 새롭게 적용한 규칙이 절반 이상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 제20대 총선을 넉달 앞둔 정치권에서 샅바 싸움이 치열하다. 연초만 해도 경쟁 당사자들인 국회의원들은 마음을 비우고 중앙선관위에 신설한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선거구 재획정을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애초 예상대로 국회의원들이 제 밥그릇이 걸린 선거구 획정을 제3자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건 넌센스였다. 갑론을박 싸움박질만 하더니 지난 15일 국회의원 예비후보 등록일을 넘기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 협상만 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현행 선거구가 무효되기 직전인 연말까지 결판내라고 여야에 주문하고 있지만 상대 책임만 말하고 있다. 여야는 현행 300석을 유지한 채 246석이던 지역구를 7석 늘려 농어촌선거구 불이익을 최소화하자는데까지는 합의했다. 문제는 줄어드는 비례대표 처리다. 야당은 정당득표율의 40%만큼 의석수를 보장하자며 소수당 입장을 챙기고 있다. 반면 여당은 자신의 비례의석수 축소가 뻔한 야당안을 받을 수 없다며 손사래치고 있다. 두 눈 부릅 뜬 채 멀쩡한 의석을 상대에게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협상에는 명분과 함께 당근도 필요하다.
안철수 의원이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하면서 야권이 다시 빅뱅을 시작했다. 먼저 안 의원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과 유성엽 전북도당위원장 황주홍 전남도당위원장 등 3명이 조만간 동반 탈당을 예고하고 있다. 안 의원 측은 연말 연초까지 국회의원 20여명이 합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새정연에선 당이 쪼개지는 것을 막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지만 비주류인 김한길 의원 박지원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김부겸 의원 손학규 전 대표 가운데 일부라도 야권 신당에 합류할 땐 빅뱅의 파괴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야권 신당을 추진중인 천정배 의원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그리고 정동영 전 장관 등 호남의 주축세력이 함께 가세하면 내년 총선에서 제1 야당의 간판이 바뀔 수도 있다.이 같은 야권의 분화는 내년 총선과 향후 대선구도에 지각변동을 예고한다. 가장 먼저 호남이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호남의 선택이 야당의 운명을 좌우하는 만큼 새정연이나 신당 추진세력 사이에 사활을 건 표심잡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호남 민심은 그대로 수도권 표심에 투영되어 왔지만 근래 들어 야당의 민심이반 공천으로 수도권 표 결집에 실패해왔다. 때문에 내년 총선에선 새정연이나 신당 세력 사이에 민심을 따르는 제대로 된 공천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호남 유권자의 선택 폭도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대 총선에서 황색바람이 호남을 휩쓴 이후 30년 가까이 일당 독주체제를 구축해오면서 각종 폐단과 부작용이 속출했었다. 특정 정당 공천만 끝나면 선거가 끝나는 형국이기에 함량미달 자질부족 능력없는 인물들이 국회나 단체장으로 무임승차해온 것이 사실이다. 지금도 이러한 인물들이 선거판에서 나대다 보니 제대로 된 인물을 키우는데 한계가 있었고 큰 인물을 배출하지 못해왔다.이번 야권의 분화는 위기이자 기회이다. 청와대와 여당에 너무 무기력한 야당, 선거때마다 필패하는 야당, 국민의 마음이 떠난 야당을 다시금 되살릴 수 있는 전기가 될 수 있다. 아니면 야권 분열과 지리멸렬로 독주 여당에 개헌저지선마저 내주는 위기가 될 수도 있다. 어떤 길을 선택할지는 안철수 의원이나 문재인 대표 박원순 시장 천정배 의원 손학규 전 대표 정동영 전 장관 등 새정연과 신당 추진세력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이들 모두 내년 총선 승리와 정권 재창출을 표방하고 있는 만큼 호남 민심과 국민의 마음을 얻는 길을 가야 한다. 이번 야권 빅뱅을 통해 호남에선 선의의 경쟁하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선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이것이 국민의 명령이다.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전주에서 왔다고 하면 전주 한옥마을이 곧잘 화젯거리로 등장한다. 전주 한옥마을은 전북관광의 대표 아이콘이 됐다. 도심 속 한옥지구가 잘 보존돼 있고, 경기전·전동성당 등 역사적 건물에다 인근 전통시장이 어우러져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상징하는 곳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한옥마을이 급속히 상업화 쪽으로 흐르면서 언제 관광객들이 등을 돌릴지 모른다는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기는 하지만, 전국에 각인시킨 전주 한옥마을 이미지는 그 자체로 큰 부가가치를 갖는다. 이제 한옥마을이라는 전주의 자산을 더 깊게, 더 널리 활용하는데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전북대가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 조성사업’을 들고 나온 것은 이 점에서 평가받을 만하다. 전북대에 따르면 2016년 정부 예산안에 신규 사업으로 246억 규모의 국제컨벤션센터와 정문 겸 학생시민교류센터 신축, 한옥타운 조성 예산 30억원 확보했다. 전북대는 이 건물들을 모두 한옥형으로 지어 가장 한국적인 캠퍼스조성사업의 랜드마크로 활용할 계획이란다. 국제컨벤션센터나 정문 겸 학생시민교류센터는 대학을 찾는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가장 한국적인 대학’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취지다.사실 우리의 대학 캠퍼스들이 나름대로 특색을 갖추고 있지만 세계적으로 내세울 만한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수백 년 된 대학 건물, 예술적으로 압도하는 조형물, 뛰어난 캠퍼스 경관 등을 가진 세계적인 대학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우리 대학들이 그 앞자리에 서기란 쉽지 않다. 전북대는 45만 평에 이르는 건지산 학술림과 그 안에 오송제 호수, 덕진공원 등 풍부한 생태·경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대학 측은 이런 자원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걷고 싶은 캠퍼스 둘레길’을 조성해 지역민과 공유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그간 고만고만한 건물들로 계속 채워져 ‘명품 캠퍼스’와는 거리가 있었다.전북대는 한옥 관련 노하우가 있는 곳이다. 고창캠퍼스에 목조건축 전문인력양성사업단을 두고 전문기술인력을 양성하고 있다. 대학 내 한옥형 정자 쉼터도 만들었다. 전북대의 이번 한옥형 건물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의 대표 브랜드가 더 빛을 발했으면 좋겠다. 전주 한옥마을의 콘텐츠 개발 등에도 대학의 역할이 필요하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의 콘셉트를 대학이 뒷받침하고, 거기서 대학도 차별화와 존재감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원용 논설위원
전북 출신 인재들이 중앙 무대에서 발탁되지 않고 있다. 큰 흐름상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가뭄에 콩 나듯 장 차관이 배출됐으나 전두환 군부독재정권 이후에는 숫자가 줄었다. 특히 MB·박근혜 정권으로 보수정권이 이어지면서는 씨가 말라가고 있다. 각 부처내에 장차관으로 커나갈 중간 간부들도 갈수록 줄어 이대로 가다가는 전북 출신 장관을 볼 수 없을 것 같다. 왜 전북 출신들이 발탁되지 않을까. 그 원인 가운데는 대선 때 표 많이 주지 않은 탓이 크다. 대선 때 MB는 9.04%로 한자리수 박근혜 대통령은 13.2%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MB보다 많은 표를 얻었지만 박 대통령이 지금껏 인재를 골라 쓰는 걸 보면 전북 출신은 감감무소식이다. 광주 전남은 득표율이 한자리수에 머물렀지만 장차관 등 주요 요직에 그런대로 박혀 있다. 전북이 호남서도 차별 받고 있다.절대 권력을 쥔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한 지역 사람 중에서 인재를 골라 쓴다. 검찰총장 등 ‘빅5’전부를 영남권 출신으로 발탁한 것만 봐도 그렇다. YS나 DJ정부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이 정권서는 인사탕평책을 말하면서 그 도가 지나칠 정도로 편향성을 보인다. ‘전북 무장관’이란 말이 너무 오래 가고 있다. 전북 출신이 역량이 떨어진 탓인지 아니면 충성심이 부족한 탓인지는 몰라도 역대 정권 중에서 가장 차별이 심하다. 김관진 국방부장관 이후 그 누구도 없다.풍수전문가들은 전북 출신이 중앙 인재로 발탁되지 않은 이유를 전주 인근에 있는 모악산 정상에 송신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일제가 우리 민족 정기를 끊어 인재가 배출되는 걸 막기 위해 명산에다가 쇠말뚝을 박은 것이나 다름 없다고 분석한다. 사람으로 치면 정수리 한 중앙에다가 쇠못을 박아 놓아 생명력을 잃어 버렸다는 것이다.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으면 인재가 나올 수 없다는 것. 풍수지리학적으로 모악산에 송신탑이 있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95년 YS 정부가 일제잔재를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되살리기 위해 범 국민적으로 쇠말뚝 뽑기를 한 만큼 이제라도 도민들이 뜻을 모아 송신탑을 이전시켜야 한다고 지적한다.송신탑 부지 소유주인 금산사도 모악산 정기 회복을 위해 송신탑 이전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 지난 77년 모악산에 송신탑이 설치되면서 전북 인재가 중앙 무대에서 발탁되지 않고 있다고 믿는 도민들이 많다. 과학적인 근거가 없어 미신으로 치부할 수도 있겠지만 모악산의 맑고 순수한 에너지 보전을 위해서라도 송신탑은 이전해야 한다. 예전에 비해 방송 송출 장비가 발달돼 굳이 산 정상에 송신탑을 설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대구 경북 사람들이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금오산에서 쇠말뚝을 빼낸 것과 광주 전남 사람들이 인재를 키우기 위해 무등산 정상을 되찾은 노력을 도민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큰오색딱따구리의 육아일기> 저자인 김성호 서남대 교수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이 책은 지리산에서 우연히 만난 오색딱따구리 부부가 새끼를 낳아 기르는 과정을 50일 동안 지켜본 기록이다. 그는 오색딱따구리의 일상을 관찰하기 위해 딱따구리가 둥지를 튼 고목나무 옆에 움막을 짓고 살았다. 새벽 4시에 들어가 밤 10시에 나오는 고된 일상이었다. 이후 김 교수는 다시 강원도에 서식하고 있는 까막딱따구리의 일상을 관찰하는데도 1년을 보냈다. 그 결실 역시 책으로 엮어졌다. 그런데 책을 펴내고 난 뒤 김 교수는 자신의 관찰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새끼를 길러 떠나보내고 나면 둥지를 모두 떠나는 것으로 알았지만 실제 아빠 새는 그 둥지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김 교수는 겨울에도 아빠 새가 둥지를 지키는 광경을 담아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눈이 내리면 둥지에 들어가 좀체 나오지 않는 까막딱따구리의 특성 때문이었다. 그해 겨울, 김 교수는 눈이 온다는 예보가 있으면 어김없이 강원도의 까막딱따구리 서식처를 찾아갔다. 그러나 번번이 허탕치기 일쑤였다. 주위 사람들은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어렵게 이어가는 김 교수에게 조언했다. ‘나무 밑동을 몇 번 치면 나올 텐데 왜 그리 바보스럽게 기다리고 있느냐’고. 김 교수가 딱따구리를 만나면서 스스로 만들었던 원칙이 있다. 그들의 삶에 스며들듯이 딱따구리의 일상을 존중하며 관찰하겠다는 것이었다. 밑동을 쳐서 딱따구리를 나오게 하는 일은 그 원칙을 버리는 일이었다. 카메라 렌즈를 고목나무 둥지를 향해 놓고 기다리기 여러 날. 함박눈이 내리는 아침이었다. 김 교수가 눈을 맞대고 있는 카메라 렌즈 안으로 까막딱따구리 수놈이 얼굴을 쑥 내밀었다. “아저씨 참 어지간하네요. 그래요. 내가 한번쯤은 내밀어 줄게요.” 김 교수는 그 순간 딱따구리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경이로웠던 그 풍경은 어김없이 김 교수의 렌즈에 잡혔다. 그의 섬세한 관찰력이 아니었으면 딱따구리의 특성을 바로 잡을 수 없었을 터다. 한편의 동화와도 같은 이 이야기는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자연과 생명을 향한 예의와 존중, 그 의미와 가치다. 둘러보니 자연과 생명을 훼손하는 인간의 욕심이 넘쳐난다. 개발로 훼손시키는 것도 모자라 자연과 생명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카메라에 담겠다며 산하를 뒤지고 다니는 무례한 자들의 행렬이 이어진다.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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