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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고창신

전북은 예향으로 불린다. 예술의 고장이란 소리다. 도민들이 예로부터 예술을 사랑하고 즐겼고, 그 기질이 지금까지 지역사회에 배어 있기에 나오는 말이다. 물론 다른 지역민들도 예술을 좋아하고, 훌륭한 예술가를 많이 배출해 왔지만, 유독 전북이 ‘예향 전북’이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것은 예술에 대한 특별한 감성 때문이다. 하지만 전북은 예술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자를 4명 배출했을 뿐이다. 2013년 서양화가 박남재가 전북 출신 화가로는 처음으로 예술원상을 수상했고, 이전에 남원 출신의 극작가 노경식, 고창 출신의 시인 서정주, 군산 출신의 시인 고은 등이 예술원상을 받았다. 1955년 이 상이 제정된 후 지금까지 203명이 수상한 것을 놓고 보면, 전북 출신 수상자는 1.97%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 전북이 예향임을 우기는 것은 전통, 기질 덕분이다. 전북도는 송흥록 권삼득 김소희 안숙선 등 수많은 판소리 명창을 배출했다. 조선 명필 이삼만에 이어 송성용과 황욱 등을 배출한 묵향의 고장이고, 시인 서정주와 소설가 최명희, 극작가 노경식, 화가 송수남, 김병종, 배우 박근형, 가수 최진희 등 수두룩하다. 전북도는 2000년 전주 건지산 기슭에 한국소리문화의 전당을 세워 전주세계소리축제를 14년째 치렀다. 전북도가 소리문화의 전당을 만들어 세계소리판을 벌이는 이면엔 판소리가 있다. 판소리 다섯바탕 중 춘향가 흥보가 심청가 등은 전북이 무대다. 고창의 동리 신재효는 판소리 명창을 키우고, 사설을 집대성했다. 전북의 음식점과 찻집에는 서예작품과 한국화가 벽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지금도 할매곰탕 등 상당수 음식점이 옛 멋을 간직하고 있다. 지난 10월 서예비엔날레 개막 뒤풀이에서 지역 여성 명창의 판소리 공연이 있었다. 중국, 일본, 동남아, 유럽 등지에서 모인 200여명의 서예가들이 판소리에 흠뻑 취했을 때 공연이 아쉽게 끝났다. 이에 한 인사가 무대로 올라가 ‘사철가’를 구성지게 부르자 서예가 한 사람이 이어받아 사철가를 끝까지 마무리했다. 이런 분위기가 “역시 전북은 예향이여”소리를 자아내게 한다. 전북지역 무형문화재 장인 34명을 초대한 법고창신전(法古創新展)이 8일부터 12일까지 전주대에서 열리고 있다. 백동연죽장, 한지장, 소목장, 선자장 등 전북을 대표하는 장인들의 작품이 예향 전북을 말하고 있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12.10 23:02

세계 부호들의 '기빙 플레지'

지난 1947년 편찬된 우리나라 최초의 국어대사전인 ‘조선말 큰사전’은 정말 우여곡절 끝에 빛을 보았다.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정책에 맞서 1929년 결성된 조선어사전 편찬위원회가 우리말과 나라사랑 정신을 일깨우기 위해 ‘조선어대사전’ 제작을 추진했지만 1942년 10월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국어학자 12명이 옥고를 치르면서 원고를 분실했다. 다행히 1945년 9월 경성역 조선통운 창고에서 원고를 찾아내 1947년 10월 9일 한글날에 맞춰 ‘조선말 큰사전’ 1권을 펴냈다. 하지만 물자부족과 6·25전쟁 발발로 사전 편찬을 못하다 미군정 장교의 주선으로 록펠러재단으로부터 당시 3만6400달러 어치의 종이와 책표지·인쇄잉크 등을 지원받아 1957년 모두 6권까지 완간했다. 우리 한글대사전이 기부왕 록펠러가의 도움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 록펠러재단의 수장인 데이비드 록펠러는 석유왕 존슨 D 록펠러의 손자로 세계 부호들의 기부단체인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재단의 최고령 멤버다.기빙 플레지는 지난 2010년 세계 1위 부호인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주도해 만든 자선단체다. 출범 첫해 52명으로 시작해 현재 15개국 138명의 슈퍼 리치들이 회원으로 참여했다. 기빙 플레지에 참여하고 있는 부호들은 페이스북 공동창업자이자 소프트웨어회사 아사나(Asana)를 세운 더스틴 모스코비치가 31세로 가장 나이가 어리고 데이비드 록펠러가 101세로 가장 많다.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 주식 99%, 450억달러(52조1100억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마크 저커버그도 지난 2012년 기빙 플레지 멤버가 됐다. 당시에 페이스북 주식 1800만주, 시가로 4억9800만 달러를 실리콘밸리 커뮤니티 파운데이션에 기부했다. 기빙 플레지를 만든 빌 게이츠는 암 투병중인 어머니 메리의 조언이 큰 역할을 했다. “많은 것을 받은 사람에게는 더 많은 의무가 요구된다”는 충고를 그는 성경처럼 받아들였다고 하버드대 연설에서 밝혔었다.지난 7일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밝힌 ‘세계IT 100대 부자’에 한국인은 5명 포함됐다. 삼성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권혁빈 스마일게이트대표 김정주 NXC회장 김범수 다음카카오의장 등. 하지만 기빙 플레지 회원은 우리나라 재벌들 가운데 아직 한명도 없다. 지난 2006년 비자금 조성혐의로 법정에 섰던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이 8400억원을 내겠다고 약속했고 이건희 삼성회장이 경영권 편법 승계논란이 일자 8000억원을 기부했을 뿐이다.혼자서 많이 가지는 것보다 많은 사람을 부요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슈퍼 리치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12.09 23:02

다시 돌아온 교보문고

교보문고가 다시 전주로 돌아왔다. 2012년 철수한 후 3년 만에 ‘교보문고 전주 바로드림센터’라는 이름으로 지난 10월 말 전주 객사길 옛 자리에 재개장했다. 이번에는 음반·문구·팬시·가방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계열사 ‘핫트렉스’와 함께 왔다. 2006년 전주점 개점 당시 지역 서점들의 필사적인 반대가 있었던 상황을 떠올리면 소리 소문 없이 다시 문을 연 게 신기하다. 교보문고가 갖고 있는 브랜드파워에다 훨씬 진화된 모습으로 다가섰기 때문에 지역 서점들에게 더 치명적일 수 있을 텐데도 말이다. 지역 서점계의 체념이라면 참 슬픈 현실이다. 10년 전 처음 교보가 전주로 들어올 당시 지역 서점들이 강하게 반대했던 것과 달리 일반 시민들은 호의적이었다. 대형 서점에서 맘껏 책을 골라보고, 질 높은 서비스와 다양한 문화적 혜택을 누릴 것으로 기대해서다. 전북지역 서점들의 경쟁력 향상에도 자극이 될 것으로 여겨서다. 실제 교보의 전주 입점 후 시민들의 호응이 상당했다. 개점 얼마 안 돼 3만명에 육박하는 회원을 확보했으며, 젊은 층의 약속장소가 될 만큼 명소가 됐다. 그러나 교보 입점 후 인근 민중서관과 대한문고 등 지역의 대표 서점들이 문을 닫았다. 온라인 서점의 영향 등 다른 요인이 함께 작용했지만 토박이 서점을 잃게 된 것은 지역 문화자산의 큰 손실이었다.그런 태풍을 몰고 왔던 교보문고가 7년 만에 철수한 것을 보면 그 스스로도 별 재미를 본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교보문고에서 왜 하필 전주를 지역의 주 공략 대상으로 삼고 있을까. 교보문고는 수도권을 제외하고 전주를 포함해 전국에 5개점을 갖고 있으며, 전북대를 포함해 전국 7개 대학에서 구내 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전국적인 도시 규모로 볼 때 결코 매력적인 곳이라고 할 수 없는 전주에 2개 점포나 갖는 배경이 궁금해진다. 지역의 대표서점이 없어 만만한 공략 대상으로 삼았다면 이 또한 지역사회가 슬퍼해야 할 일이다.전주의 대표서점인 홍지서림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1963년 문을 연 홍지서림은 81년 설립된 교보보다 20년 가까이 더 오래된 연륜을 자랑한다. 교보의 전주 진출 후 홍지는 서신·송천·아중·효자점을 잇따라 개설하며 생존을 위해 몸부림을 하고 있다. 교보의 전주 재입점을 계기로 토박이 서점에 대한 지역민들의 응원이 더 필요할 때다. 교보 또한 지역문화의 자산이지만, 토박이 서점과 비할 바가 아니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5.12.08 23:02

야권 경쟁 구도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파악하기가 여간 쉽지 않다. 유권자들이 쉽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기 때문이다. 투표하고 난 이후 즉각 실시하는 출구조사도 안 맞는 이유는 유권자가 제대로 응답을 안해 주기 때문에 그렇다. 과학이란 이름을 빌어 실시하는 여론조사를 신뢰할 수 없는 것도 응답자가 엉뚱한 답변을 늘어 놓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여당을 지지하지 않았다고 하면 행여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해서 심리적으로 엇갈린 응답을 한다. 여론조사 기법이 발달돼 모바일로 옮겨 갔지만 그래도 결과를 곧이 곧대로 믿지 않는다. 여론의 추이만을 살필 뿐이다.그간 도민들이 많은 선거를 하다보니까 선거에 이골 나 있다.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어떤 형태로든 대세가 만들어진다. 그 결과는 거의 지역감정으로 끝났다. 지역정서에 의존하는 투표경향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사람이나 투표할 때 보면 대세에 휩쓸린다. 밴드웨건 효과다. 평상시에 그렇게 비판적이던 사람들 조차 막상 기표소에 가면 특정 정당 후보를 찍는다. 그간의 선거 패턴이었다. 묻지마라 갑자생처럼 십중팔구는 다 묻지마라 투표를 했다. 정치와 후보를 몰라서 그랬던 게 아니다. 지역감정과 연고주의가 밑바탕에 깔려 있어 그렇게 일방통행식 투표를 했던 것이다.선거가 4개월 앞으로 다가섰지만 역설적으로 선거가 멀었다. 선거가 하룻밤 사이에도 급변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여론이란 게 가변적이어서 언제든지 지지 후보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지난 30여년 동안 전북이 지역정서상 호남으로 묶이면서 항상 경상도와 정치적으로 대척점에 서 왔다. 요즘 신당설이 나오지만 경상도에는 신당 이야기가 없다. 광주와 전남을 중심으로 새정연을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움직임만 나타날 뿐이다. 전북은 초선들이 친노를 에워싸고 있어서인지 광주 전남과 기류가 다르다. 아직도 새정연이 주류다. 예전과 달리 이대로는 안된다는 일당독식구조 타파가 여론의 흐름을 타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정확히 말해 신당 보다는 새정연을 탈당해서 만들기 때문에 분당이란 말이 더 적합하다.신당 출현이 불가피한 이유는 문재인 대표의 수권능력에 대한 회의감이 커지는데서 비롯된다. 문 대표가 혁신을 강조해도 수사에 불과하다고 느낀다. 지금 도민들의 속내가 정확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뭔가 변화를 바라는 쪽으로 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원래부터 도민들이 곧잘 속내를 드러내지 않지만 20대 총선을 야권끼리라도 경쟁을 붙이고 싶어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지역감정의 폐해를 알면서도 새누리를 지지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새정연 대 신당 싸움으로 끝날 공산이 짙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12.07 23:02

진짜 부자

‘세계 최고 부자’의 반열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가 본격적인 기부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0년이다. 그는 빌앤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을 설립하고 각종 자선사업에 뛰어들었다. 그의 나이 마흔 다섯. 사업가로서 절정을 맞았을 때였다. 그는 이후 공공 도서관 고속통신망 개선, 대학생 장학금과 저소득층 장학 사업, 중국의 결핵 퇴치와 소아마비 퇴치, 결핵 백신과 말라리아 백신 개발 연구, 빈민 지역 교육환경 개선 등에 기부를 이어갔다. 2008년까지만 그가 기부한 액수는 360억 달러.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수십조에 이른다. ‘세계 최고 부자’에서 ‘세계 최대 기부자’로 별칭을 얻게 된 이유다. 게이츠를 잇는 또 한사람이 있다. 워렌 버핏이다. 버핏은 게이츠가 본격적으로 자선사업을 할 수 있도록 바탕을 만들어주었다. 그 역시 2006년 재산의 85%인 374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 중 310억 달러를 빌게이츠가 설립한 재단에 신탁했다. 지금 게이츠와 버핏은 ‘세계에서 기부를 가장 많이 하는 인물’로 꼽힌다. 네트워크 서비스 ‘페이스북’으로 지구촌에 새로운 왕국을 만든 창업자 마크 저크버그와 그의 아내인 프리실 챈이 최근 기부를 선언했다. 기부액은 446억 달러(한화 약 52조원)에 이르는 페이스북 주식의 99%. 며칠 전 얻은 딸 맥스를 위해 마련한 특별한 선물이다. 저커버그는 자신이 소유한 페이스북 주식 1%만 남기고 모두 사회에 내놓겠다고 공개약속을 하면서 기부 이유를 페이스북에 ‘딸에게 보내는 편지’로 올렸다. ‘우리는 모든 부모가 그런 것처럼 네가 지금보다 나은 세상에서 자라나기를 바란다. 그것은 너뿐 아니라 다음세대 모든 아이들을 위한 도덕적 의무이기 때문이다.’ 질병을 치료하고 가난을 퇴치하기 위해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이들 부부가 길게 써내려간 편지는 이렇게 마무리한다. ‘맥스, 우리는 너와 어린이들 모두에게 더 좋은 세상을 물려 줘야 할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 네가 우리에게 사랑과 희망과 기쁨을 주듯이 너의 삶도 사랑과 희망과 기쁨이 가득하기를 바란다. 네가 이 세상에 무엇을 가져 올지 무척 궁금하구나.’ 딸에 대한 사랑을 사회공헌으로 이어내는 서른한 살 최연소 억만장자의 신념이 존경스럽다. 스스로 쌓아올린 부와 명성만을 좇지 않고 사회공헌을 실천하는 사람들, 이들이 진짜 부자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12.04 23:02

농촌 활력의 조건

남원시 산내면은 남원 목기의 본고장이다. 이 곳에 평생 목공예를 업으로 삼은 김을생 명인이 있다. 그가 산골에서 목기업을 영위한 덕분에 전북무형문화재 제13호 옻칠장의 영예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바리때(발우)를 스님들에게 공급, 생활의 안정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바리때는 김을생 명인의 금호공예사 코 앞에 있는 천년 고찰 실상사를 오고 가는 스님들의 필수품이다. 전국의 스님들이 모두 사용하는 공양도구다. 불가의 스님들은 예나 지금이나 공양 때 발우만을 사용한다. 군에서 장교 생활을 하던 그가 1972년 산골 고향마을에 돌아와 목가구업을 시작했을 때나, 산수를 맞은 지금이나 불가에는 발우가 있다. 김을생 명인은 수요가 확실한 제품을 선택, 평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달라진 것도 몇가지 있다. 1951년부터 18년간 운영된 전라목기기술중학교가 1968년 폐교된 후 목기 학교는 산내에서 다시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그는 목기중학교 1회 졸업생이다. 또 바리때에 반드시 사용해야 하는 옻 채취에도 변화가 생겼다. 옻은 방수성, 방습성, 항균성, 내화성이 뛰어나고 칠을 해 놓으면 미려한 효과를 내는 명품 칠 원료다. 하지만 독성이 강해 채취하기 힘다. 요즘은 옻을 채취하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요즘 국내산 채취량이 부족하니 귀한 몸의 값이 더욱 뛰어 있다. 목기는 목선반을 활용해 통나무의 안팎을 둥글게 깎아 만든다. 목선반에 올려진 통나무 재료가 빠르게 회전한다. 장인은 균일한 두께, 균일한 크기로 깎아 발우를 만든다. 대여섯개의 크고 작은 발우를 겹쳐 쉽게 보관하도록 정밀가공 한다. 장인의 기술은 옻칠로 완성되고, 품격이 높아진다. 이런 것들은 목기의 고장 남원의 경쟁력으로 주목된다. 지리산 산골 산내면에는 최근 몇 년 사이 귀농 귀촌 인구도 늘고 있다고 한다. 지리산 둘레길 덕분에 펜션이며 찻집도 늘었고 지역 자원을 활용한 6차산업화 시도도 눈에 띈다.농촌지역의 활력 몸부림은 어느 곳을 막론하고 치열하다. 하지만 고전이다. 이유는 지난 10년간 보조금을 지급하며 진행된 마을만들기 사업 성과에서 엿볼 수 있다. 마을만들기 보조금이 지원된 도내 324개 마을 중 체험과 숙박 등 마을공동체 사업이 상시 운영되는 마을이 103개(31.8%)에 불과한 것이다. 농가인구 10명 중 4명이 노인인 농촌마을사업성공을 위해 전문 상근자 배치가 시급하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12.03 23:02

조문 정치

민선 초기 도내 단체장을 3차례 연임했던 한 인사는 상가 조문을 통해 탄탄한 지지기반을 구축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지역주민이 상(喪)을 당하면 3차례 문상을 간다. 상을 당한 당일 저녁,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시간대에 상가를 찾아 상주와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둘째 날과 발인 때도 또 상가를 찾는다. 이렇게 조문에 공을 들인 결과, 콘크리트처럼 견고한 지지기반을 쌓아 가볍게 3선 군수를 역임했다.상황은 다르지만 최근 정치권에서 조문 정치가 화두가 됐다. 지난달 22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여야를 망라한 정치인들이 대거 조문에 나서면서 이들의 행보가 회자됐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저는 YS의 정치적 아들이다”라고 선언하며 매일 빈소를 지키면서 상주노릇을 자처했다. 이에 친박 좌장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YS는 나의 정치적 대부”라고 공언하고 나섰다. 이 같은 ‘YS 적자’ 논쟁에 야당에선 “정치적 불효” “정치적 치매”라고 깎아 내렸고 일부 네티즌들은 김현철씨가 2년전 트위터에 올렸던 “김무성 의원은 친박 비박사이에서 줄타기나 하지 말고 1년 이상 입원중인 아버님 병문안부터 하는 것이 도리”라는 내용을 상기시키기도 했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강진에 칩거중인 손학규 전 새정연 상임고문도 매일 YS 빈소를 지켜 정치 재개 움직임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앞서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부친상 때는 대통령 조화 논란과 친박 핵심들 입에서 TK 물갈이설이 제기되면서 애도와 추모의 장이 정쟁의 장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현역의원 113명을 포함, 3000여명이 문상을 다녀갔지만 박근혜 대통령 조화나 청와대 인사의 문상은 전혀 없었기에 추측이 무성했다. 반면 하루 먼저 모친상을 당한 새누리당 문대성 의원 상가에는 박 대통령 조화가 놓여져 있어 대조를 보였다.정치권의 관심은 덜했지만 지난달 25일 전주의 한 장례식장서 치른 무소속 박주선 의원 장인 상가도 눈길을 끌었다. 야권 신당세력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는 박주선 의원이기에 조문 참석인사 면면에 관심이 쏠렸다. 신당을 추진중인 천정배 의원과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은 물론 순창에 칩거중인 정동영 전 의원, 김민석 전 의원을 비롯 야권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지면서 신당 통합과 내년 총선 등 향후 정국 구상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새정연 전북도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성엽 의원을 비롯 다수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박 의원 상가를 찾아 그 배경에 궁금증을 불러 일으켰다. 최근 잇달은 조문 정국이 내년 총선과 야권 신당, 향후 대권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12.02 23:02

존 F. 케네디

존 F. 케네디(1917~1963년)는 미국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 뉴프런티어 정신으로 대표되는 젊고 도전적인 이미지. 대중을 휘어잡는 연설 등으로 지금까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지금도 많은 미국 정치인들이 케네디 대통령을 모델로 삼으려 하고 있다. 클린턴 대통령은 92년 대선에서 케네디와 악수하는 포스터를 활용했고, 오바마는 ‘블랙케네디’라는 표어에 기댔다.2년 10개월의 짧은 대통령 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를 크게 기억하는 데는 그가 꿈꾼 미래가 오늘에도 여전히 미완성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우아함과 아름다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미국, 환경의 아름다움을 보호하는 미국, 예술적 성취 수준을 꾸준히 높여가고, 국민 모두를 위하여 문화적 기회를 꾸준히 확대하는 미국을 바라봅니다. 비단 힘 때문만이 아니라 그 문명 때문에 세계로부터 존경 받는 미국을 바라봅니다.” 암살되기 한 달 전에 사망한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를 추모하는 연설에서 케네디가 꿈꾼 미국의 미래다. “조국이 여러분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묻지 마시고 여러분이 조국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십시오.”라는 취임 연설은 전 세계 리더들이 금과옥조로 삼고 있다.케네디 전 대통령은 우리의 역대 대통령들과도 직간접적 연결고리를 많이 갖고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는 같은 나이며, 연대를 달리해 암살로 생을 마감한 점도 같다. 박 전 대통령은 5·16후 미국을 방문해 케네디를 만났으며, 1963년 대선에 당선된 후 케네디 장례식에 참석하기도 했다. 71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김대중·김영삼·이철승 후보의 ‘40대 기수론’이 나올 수 있었던 것도 40대 대통령이 된 케네디의 영향이 없지 않았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케네디 대통령에게 <용기 있는 사람들>의 저서가 있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는 <행동하는 양심>이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11월22일 서거일은 반세기를 넘어 케네디 전 대통령의 암살일과 같다. 최연소 국회의원 타이틀을 갖고 있는 김 전 대통령은 평소 케네디 전 대통령을 존경했으며, 다른 가계임에도 케네디 이름의 뉴질랜드 대사를 환대했다는 일화가 전해질 정도다. 서거 50년 넘게 매년 서거일을 기념할 정도로 케네디 전 대통령을 미국인들이 지금도 사랑하는 것은 그가 미래의 희망과 비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큰 정치인들이 떠나면서 고단한 현실을 덮을 그런 꿈과 리더십이 그립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5.12.01 23:02

새로운 농촌병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발전해 가는 정치제도다. 하지만 선거문화가 민주적으로 정립되지 않으면 오히려 그 해악이 크다. 지난 91년 중단됐던 지방자치제가 부활하면서 주민자치를 이끌어 갈 대표를 선출했다. 95년에는 도지사 시장 군수 등 단체장까지도 직접 주민들이 뽑았다. 대선 총선 단체장 지방의원 농수축협장 선거에 이르기까지 해마다 선거가 없는 해가 없을 정도로 선거가 일반화 돼버렸다. 유권자들이 가장 이성적으로 판단해서 치러야 할 선거를 감성으로 치르는 경향이 팽배하다. 지연 혈연 학연 관계로 판단 기준을 삼기 때문이다. 배운 사람이나 못 배운 사람이나 이 같은 잣대를 갖고 대표를 선출하므로 때로는 함량미달의 후보가 대표로 뽑힌 적이 있었다.인구가 3만명을 턱걸이 하는 임실 순창 무주 진안 장수 등은 연고주의 투표행태가 심하다. 후보자들도 지지자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연고주의를 십분 활용한다. 정책과 공약 대결은 미사여구에 불과할 뿐이다. 선거공보 장식용으로 그친다. 사돈네 팔촌의 혈연관계로 묶여야 표를 주는 심리가 있다. 초·중등 학연관계는 빼 놓을 수 없는 주요한 연결고리다. 군청 소재지에서 태어난 후보가 인구가 적은 면에서 출생하는 후보보다 훨씬 유리하다. 소지역주의가 발동하기 때문이다. 장수군은 선거 때마다 남북 대결이 이뤄진다. 사람은 원래 경제 활동을 할 때가 가장 이성적이지 투표할 때는 거의가 감성적으로 흐른다. 요즘에는 후보 외모가 표 모으는데 큰 작용을 한다. 잘 생긴 후보한테 표를 던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남자 성형도 보편화 됐다.문제는 선거를 너무 자주 치르다 보니까 농촌지역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부작용이 많다. 지역별로 편가르기가 계속돼 유권자들이 우군 적군으로 나뉘어 있다. 서로 같은 편이 아니면 말도 안하고 등 돌리고 살 정도다. 선거에서 이긴 편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승자독식주의가 횡행하는 바람에 자칫 낙선자를 지지한 사람은 살기가 고단하고 불편하다. 농촌지역은 군청이 정보와 돈을 쥐고 있어 이긴편이 아닌 사람들은 보이지 않게 차별을 받는다. 읍면별로 유권자가 적다 보니까 누가 누굴 지지했는지 쉽게 안다. 지금 경상도와 전라도의 지역주의도 치유해야 할 과제지만 농촌지역에서의 편가르기가 더 심각하다. 시골 인심이 좋다는 말은 잦은 선거로 옛말이 됐다. 여론조사로 피아를 구분할 정도까지 됐다. 지지 정당이 같은 농촌지역에서는 정당 보다는 연고주의로 결말나기 때문에 민심이 갈기갈기 찢겨 있다. 선거감정을 해결할 방책이 안 나오면 농촌서 살기가 버겁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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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5.11.30 23:02

예술의 섬을 만든 기업

나오시마(直島)는 일본 서부의 바다 세토내해(瀨戶內海) 동쪽에 있는 섬이다. 세토내해의 섬들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아름다운 풍광과 유산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인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섬이 나오시마다. 인구는 3000명이 조금 넘고, 금속제련과 어업 및 관광이 주산업이다. 섬은 1917년 미쓰비시광업이 금속제련소를 설립하면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동양 최대 금 생산지로 꼽혔을 정도였으니 산업 규모나 이 섬의 경제활동 면면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제련산업 공장이 늘어나면서 여기저기 버려진 산업폐기물이 쌓이고 환경폐해가 심각해지자 주민들은 떠나고 섬은 황폐화되었다. 철저하게 고립된 이 섬의 폐허가 된 제련소 부지를 사들인 기업이 있었다. 교육관련 도서 출판그룹인 베네세홀딩스다. 아버지 대에 서점으로 창업해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베네세를 키워낸 후쿠다케 소이치로 고문은 1980년대 중반부터 산업폐기물로 뒤덮인 이 섬을 사들여 예술의 옷을 입혔다. 실험적인 도전이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작가들을 불러들여 진행한 나오시마아트프로젝트는 놀라운 성과를 가져왔다. 자연과 함께 숨 쉬는 아름다운 미술관이 들어서고, 섬 곳곳에 현대미술작가들의 작품이 놓이면서 흉물스러웠던 공간들은 예술 공간으로 변신하고 섬은 생명을 다시 얻었다. 오늘의 나오시마는 그렇게 세계적인 예술의 섬이 되었다. 덕분에 나오시마는 관광의 섬으로 뿐 아니라 재생 모범사례가 되어 도시 문화 정책담당자들의 벤치마킹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얼마 전 예술의 섬 나오시마를 만들어낸 후쿠다케 고문이 서울을 다녀갔다. 책이나 강연을 통해 전해진 그의 기업정신은 이미 정평이 나있지만 그의 인터뷰는 다시 새롭다. “기업의 이윤은 문화에 쓰여야 하고 경제는 문화에 종속되어야 한다. 돈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면 행복해질 수 없다.” 이런 기업정신을 실천하는 베네세가 나오시마를 비롯해 세토내해의 섬을 살려내는데 투자한 예산은 자그마치 6500억 원이나 된다. 후쿠다케 회장이 강조한 것이 또 있다. 섬에 가면 일상에 예술을 들여온 주민들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마침 늦가을의 나오시마를 만났다. 우노항에서 나오시마를 왕복하는 페리호에는 유난히 외국인과 젊은이들이 많았다. 섬 곳곳에서 만나게 되는 젊은이들의 행렬이 부러웠다. 이윤을 사회에 되돌리는 기업과 섬의 오래된 것들에 생명을 불어넣은 예술가와 주민들이 함께 이루어낸 빛나는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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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5.11.27 23:02

수저 계급

10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화두는 단연 복지와 양극화 해소다. 광복 후 1980년대까지 성장 드라이브 속에서 숨가쁘게 살아온 한국인들이 삶의 질에 눈을 떴다. 무역규모 1조 달러, 세계 11위 경제 강국, OECD 회원국 등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서 국민들의 눈높이가 부쩍 높아졌다. 해외 관광을 많이 하고, 경제력이 약한 국가를 얕보고 어깨에 힘을 주고 으스댄다. 해방 후 미군이 던져주는 초콜릿을 받아먹기 위해 아이들이 미군용차를 쫓아다니던 시절,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오는 소시지 받아다 부대찌개 끓여 먹던 시절은 잊어버린 듯 하다.어쨌든 지난 60여년 동안 한국은 세계경제 성장 흐름을 타고 수출을 많이 해 크게 성장했다. 한국인의 열정과 지혜, 용기와 도전이 이룬 자랑스러운 결과다. 하지만 한강의 기적이 한국인에게 준 또 하나의 결과는 빈익빈 부익부 갈등이다.대기업과 중소기업, 부자와 빈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갑과 을 등 수많은 양극화가 나라 전체를 멍들이고 있다.경제 정의, 경제 민주화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다투고 있다. 과거엔 상상 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많아졌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에서 노인들에게 기초노령연금을 주겠다고 공약, 큰 이익을 본 것으로 분석됐다. 야권에서 학생들에 대한 무상급식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정치권에서는 포퓰리즘 논란이 벌어졌고, 급기야 무상급식 주민 찬반투표를 강행하고 나선 오세훈 서울시장이 시장직에서 물러나는 일도 있었다. 오 전 시장은 지금도 무상급식 반대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충북대 명사초청 강연에서 복지의 본질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가르쳐주는 것이다. 돈이 많아 다 나눠주면 좋겠지만 그건 복지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의 재정 형편으로 부자 급식을 하는 건 정치이지 복지가 아니다고도 했다.과거 가난한 개발도상국에 불과했던 대한민국에서는 경제성장과 민주화가 화두였다. 형설지공, 개천에서 용 난 수많은 사례들은 국민 모두에게 깊은 감동과 큰 용기를 북돋워 주었다. 요즘 수저 계급론이 회자된다. 부의 대물림을 뜻하는 이 신조어는 더 이상 개천에서 용 날 일 없다는 선포처럼 들린다. 머릿 속이 온통 욕심과 아집, 권위와 정복 욕구에 가득찬 대다수 갑들의 사회가 우려스럽다. 돈을 세상의 모든 것으로 아는 사회 개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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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5.11.26 23:02

도시 재생의 딜레마

낙후된 옛 도심지역을 살리기 위한 도시재생이 정부와 자치단체 차원에서 적극 추진되면서 다시 활기를 찾고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 구도심이 새롭게 개발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고 상권이 형성됨에 따라 다시 땅값이 오르고 임대료가 급등해 원주민들과 기존 자영업자들이 지역 밖으로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이 같은 현상을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도시 재활성화)이라 하는데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일찍이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겪어왔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영국의 신사 계급을 뜻하는 젠트리(Gentry)에서 유래된 말로 1964년 영국 사회학자 루스 글라스가 노동자 거주지역에 중산층이 이주 해오면서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우리의 경우 전주 한옥마을이 대표적 사례다. 전주시에서 그동안 천억원대 이상 쏟아 부은 한옥마을에 사람들이 몰려오고 상권이 되살아나면서 도시재생의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하지만 치솟는 임대료 때문에 초기에 정착했던 문화예술인들과 기존 자영업자들이 설 땅을 잃고 밀려나고 말았다. 이 같은 실상은 비단 전주 한옥마을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뒤늦은 감은 있지만 자치단체마다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서울 성동구는 지난 9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조례를 제정했다. 특정 지역을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하고 건물주와 임차인 사회적 기업가 문화예술인 등 지역활동가들이 참여하는 주민협의체를 결성했다. 또 건물주와 임차인이 자율상생협약을 맺도록 유도하고 불이행시 벌금을 부과하는 반면 이행시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서울시도 지난주 젠트리피케이션 대책으로 2025 서울시 도시재생 전략계획을 마련했다. 도시재생 활성화 계획 수립 때 영세 임차상인을 보호 지원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미국 뉴욕에서는 Upper West Side(UWS)지역에 소매점 거리를 위한 특별 상업지구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센트럴파크 서쪽 UWS 지역에 문을 여는 가게들은 업종별로 도로와 인접한 건물 전면 폭을 제한해 대형 매장이나 대자본의 입점을 막고 있다.전주에서도 지난 19일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처음 도시재생포럼 창립대회 및 세미나가 열렸다. 전주 한옥마을의 젠트리피케이션 방지대책으로 전주시와 상인 시민단체 등이 협의체를 구성하고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과 문화지구 지정을 통한 전통관련 상점 활성화방안 등을 제안했다. 도시재생의 목적은 공동체 회복과 사람 사는 곳을 만들기 위한 것이다. 지나친 상업화와 투기 자본에 휘둘려선 안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11.25 23:02

'대도무문(大道無門)'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지킨 유일한 마지막 인물’(이명박 전 대통령), ‘대한민국사(史)의 큰 별이자 민주화의 주축’(정의화 국회의장), ‘대통령 재임 중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한 위대한 개혁 업적을 만드신 불세출의 영웅’(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 땅에 민주화의 역사를 만드신 아주 큰 별’(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 ‘민주화 운동의 큰 지도자’(박원순 서울시장), ‘국민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신념의 지도자’(김종필 전 국무총리).22일 서거한 김영삼 전 대통령을 두고 각계 인사들은 ‘거목’ ‘큰 별’ ‘영웅’ 등으로 평가하며 애도의 뜻을 표했다. 김 전 대통령의 민주화 업적을 한목소리로 치켜세우고 있기는 하지만 평가자에 따라 그 어감에는 차이가 난다. 김무성 대표는 ‘불세출의 영웅’으로까지 높인 반면, 박원순 시장은 ‘큰 지도자’ 로 담담하게 묘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가 열렸던 말레이시아에서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는 의례적 메시지에 그쳤다. 어제 빈소를 찾아서도 달리 수사를 붙이지 않았다.정치인의 말 한마디에 이렇게 다양한 함의가 있다. 못 믿을 말이 정치인의 말이라고 하지만, 그만큼 정치인의 말이 던지는 무게나 파장이 크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거의 모든 언론들은 김영삼 전 대통령이 생전에 남겼던 말들을 어록으로 소개했다. 특히 ‘대도무문(大道無門)’은 김 전 대통령이 즐겨 쓰는 말이자 좌우명으로 삼았던 말이다. 김 전 대통령은 정치적 고비 때마다 ‘대도무문’이란 사자성어를 즐겨 쓰며 자신의 트레이드마크로 삼았다. 대통령 재임시절 청와대 기념품인 대통령 시계에도 ‘대도무문’의 문구가 들어갈 정도였다. 실제 정치사의 큰 흐름에서 보더라도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큰 도리에는 거칠 것이 없다’는 좌우명을 실천한 지도자로 기억될 것 같다.김 전 대통령의 정치적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여야 정치권이 이제 스스로 ‘대도무문’의 정치를 하고 있는지 겸허히 돌아볼 때다. 김 전 대통령은 막바지 생전에 평소 쓰지 않던 ‘통합’(統合)과 ‘화합’(和合)을 필담으로 남겼다 한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은 현재 꼬여있는 민생법안·역사교과서·노동문제 등을 두고도 김 전 대통령과 연결시켜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아전인수식 해석을 마다하지 않는 것 같다. 내가 하는 일만 ‘대도’라고 우긴다면 ‘문’도 없다. 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5.11.24 23:02

인물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야권이나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는 사람은 넘치는 대신 여권은 인물난을 겪고 있다. 지역정서상 야권으로 출마해야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지금 출마예상자 가운데는 국회의원 깜냥이 안되는 함량미달인 사람도 끼어 있다. 이같이 자질이 떨어진 사람들 조차 총선에 나오려는 이유는 현역들 보다 자신들이 더 잘 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11명의 전북 출신의원들이 중앙정치 무대에서 의정활동을 전반적으로 잘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여권이든 야권이든 간에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들은 안 나올려고 하기 때문에 인재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정치적으로 존재감이 약한 사람들 갖고서는 전북 발전을 기대할 수 없어 새 인물로 과감하게 바꿔 줘야 하느데 현재로서는 마땅한 인물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선거구가 획정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지역에서 인재들을 키워 놓지 않아 쓸만한 재목감이 부족한 실정이다. 오피니언 리더들은 상당수 현역들을 과감하게 교체해야 전북정치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한다.이 같은 여론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물 갔다는 평을 얻는 사람들까지도 재기를 노리고 있다. 하지만 지금보다 여건이 좋았던 자신들의 현역시절에 잘할 일이지 이제와서 슬그머니 숟가락이나 챙기려는 것은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현재 도민들은 먹고 사는 문제가 어려워서인지 정치에 별반 관심을 두지 않는 냉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예전과 달리 지역구 의원들의 이름 조차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 만큼 정치 혐오가 늘면서 무관심층이 많아졌기 때문이다.새정연이 지배해온 전북정치가 영남권 새누리당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이번에도 싹쓸이 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새정연의 일당독주에 신물난 도민들이 전략적 선택을 할 경우 한석 정도는 새누리 한테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물이 누구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개혁적 성향을 지니고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사람을 국회의원 깜냥으로 본다. 이 기준에 부합하는 새로운 인물이 지역에 있지만 정작 본인들이 정치판에 끼어드는 것을 원치 않아 인물난을 겪고 있다. 신당도 명분이 약한데다 깃발을 내세우는 사람들 면면이 출중하지 않아 자칫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공산이 짙다. 상당수 도민들이 전북정치판을 확 뜯어 고치고 싶어도 지역별로 역량있는 인물이 나타나지 않아 속앓이를 한다. 전북이 고질병인 무력증에서 벗어 나려면 제대로 된 국회의원 깜냥을 찾아 나서야 한다.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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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15.11.23 23:02

거리의 그림

우리나라의 지하철이 외국 그래피티(graffiti, 건물의 벽 등에 낙서처럼 긁거나 페인트를 이용해 그리는 그림) 작가들의 표적이 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2013년 즈음, 서울과 인천 등 수도권 지하철에서 시작된 그래피티 작가들의 습격은 우리에게 낯설고 이질적인 사건(?)이었다. 지하철이나 열차에 그리는 그래피티를 ‘트레인 바밍(Train bombing)’이라고 부른다. 그래피티의 속성상 작가들에게 ‘움직이는 벽’으로 상징되는 ‘트레인 바밍’은 매력적인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지하철 그래피티는 외국작가들의 침입을 막지 못한 보안망 문제가 더 이슈가 되었지만 외국의 지하철이나 열차의 그래피티는 이미 일반화된 문화다. 우리에게 그래피티를 알린 사건이 또 있다. 2011년 G20 정상회의 홍보 포스터에 쥐그림을 그려 넣었던 사건이다. 그때 쥐를 그린 작가에 의해 세계적 그래피티 작가의 이름이 일반인들에게 알려졌다. 영국 출신으로 영화감독이기도 한 뱅크시(Banksy)다. 영국 대영박물관에 ‘카트를 미는 원시인 그림’을 도둑 전시해 이름을 널리 알린 그는 프랑스 미국 등의 이름난 미술관을 급습해 도둑 전시하거나 각 나라를 돌아다니며 자신만의 언어로 그래피티를 남겨놓는 작업으로 화제를 모았다. 의뢰를 받거나 허락을 받고 그리는 작업이 아니라면 모든 그래피티는 위법이다. 뱅크시의 작업 역시 위법으로 이루어지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Out of Gallery(거리의 갤러리)’는 자유롭고 도발적인 그만의 언어로 사람들을 만나고 설득시키며 감동시킨다. 권력과 제도에 저항하며 시의성 있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그의 작품은 예술가들에게도 존경의 대상이다. 덕분에 ‘아트 테러리스트’란 별칭이 붙은 그는 이미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작가가 되었다. 도둑전시를 한 미술관조차 그의 작품을 영구소장하기로 결정할 정도이고 런던에서는 뱅크시가 그린 그래피티를 돌아보는 투어가 인기다. 낙서쯤으로 취급받아온 그래피티를 예술로 승화시킨 한 작가의 치열한 정신이 가져온 결실이다. 우리 주위에도 그래피티나 형식을 달리하는 벽화들이 적지 않다. 알게 모르게 어느 사이 우리 일상에 들어 와있는 거리의 그림들이다. 그 그림들은 도시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만큼 중요한 요소다. 우리의 벽화들은 어떤가. 아쉽게도 예술가들의 손이 닿지 않은 거리의 그림이 너무 많다.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한 거리의 그림들이 오히려 도시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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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15.11.20 23:02

그림자 투혼

지난 2일 정읍에서 치러진 전국민속소싸움대회를 끝으로 2015년 전북지역 축제가 모두 막을 내렸다. 전국에 걸쳐 축제가 우후죽순처럼 많지만 문화체육관광부에 등록 관리되는 축제는 일정 기준이 있다. 지역주민이나 단체, 지방정부가 개최하되 3일 이상 계속돼야 한다. 불특정 다수인이 참여하는 문화관광예술축제여야 한다. 특정계층만 참여하는 경연대회나 가요제 등은 축제로 보지 않는다. 이 기준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에서 열리는 정부 등록 축제는 도합 664개다. 서울 119개, 강원 69개, 경기 60개, 부산 39개, 전남 86개, 전북 37개 등이다. 세종시에도 벌써 2개의 축제가 등록돼 있다. 전북의 축제는 전국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전북의 축제 수는 전국 축제의 5.57%인 37개 이지만 정부가 그 경쟁력을 공식 인정하는 문화관광축제 상위 그룹에 매년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5 대표 문화관광축제에 전북의 김제지평선축제와 강원의 화천산천어축제가 지정돼 5억 원씩의 정부 지원금을 받았다. 최우수축제에는 무주반딧불축제를 비롯해 강진청자축제 등 9개 축제가 선정돼 2억5000만 원씩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1억50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우수축제에는 순창장류축제와 평창효석문화제 등 10개 축제가, 9900만 원씩 주어지는 유망 축제에는 완주와일드푸드축제와 대구약령시한방축제 등 23개 축제가 선정됐다. 전국에서 664개에 달하는 축제가 열리지만 전북의 지평선축제, 반딧불축제, 장류축제, 와일드푸드축제가 최상위 축제 명단에 든 것은 대단한 성과다. 지평선축제의 경우 3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 8년 연속 우수축제의 주인공이다. 반딧불축제는 3년 연속 최우수축제, 8년 연속 우수축제 성과를 올렸다. 완주 와일드푸드축제는 출범 5년 만에 성장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전북의 축제 중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것은 춘향제(85회)와 소충사선문화제(52회)다. 춘향과 사선녀, 그리고 국난에 살신성인한 의병을 주제로 한 전통 축제다. 이런 결과물들은 그냥 도출되는 것이 아니다. 지자체의 관심과 주민참여, 그리고 30년간 임실사선문화제를 이끌고 있는 양영두 소충사선문화제전위원장이나 축제를 준비하다 과로로 쓰러져 링거 투혼을 벌인 김제시청 오형주 주사보같은 인물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11.19 23:02

잊혀져가는 순국선열 기념일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지난 7월말 개봉한 영화 ‘암살’이 흥행몰이에 나서면서 일제 치하의 독립운동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8·15 광복절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데 이어 누적 관객수 1270만명을 기록하며 역대 흥행작 7위에 랭크됐다. 오는 20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리는 제52회 대종상영화제에 영화 ‘암살’이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최동훈) 남우주연상(하정우) 여우주연상(전지현) 남우조연상(오달수) 등 모두 14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영화 ‘암살’은 역사적으로 실재했던 항일 무력 독립운동단체인 의열단의 활동을 모티브로 해서 가상의 인물들이 펼쳐나가는 허구의 암살 사건이지만 우리의 아픈 역사인 친일문제까지 드러내면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의열단장 김원봉과 여주인공 저격수 안옥윤의 실제 인물로 알려진 여성독립운동가 남자현 지사의 애국활동이 재조명되면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여자 안중근’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렸던 남 지사는 을미의병에 투신한 남편이 전사하자 남편의 유지를 받들어 만주로 건너가 신앙운동과 독립운동에 앞장섰다. 1933년 일제 만주국 전권대사 무토 노부요시를 처단하려다 실패하고 체포된 후 혹독한 고문 속에 단식투쟁을 벌이다 그 해 61세의 나이로 순국했고 후일 건국공로 훈장을 추서받은 인물이다.이 같은 순국선열들을 기리기 위해 193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을사늑약(1905년)이 체결된 날인 11월 17일을 순국선열의 날로 제정, 매년 기념행사를 개최했다. 이후 민간단체에서 행사를 주도하다 지난 1997년부터 정부기념일로 공식 지정돼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하지만 어제 순국선열의 날을 맞아 도내 자치단체나 보훈단체 차원에서 마련한 기념행사는 전무했다. 다만 민간차원에서 완주 비봉면 고흥 유씨 문중인 일문구의사선양사업회에서 주관한 ‘일문 구의사’ 추모행사가 열렸다. 해마다 광복회 전북지부에서 개최했던 순국선열의 날 합동추모제는 지난달 22일 전주 덕진동에 마련된 충혼각 개관식과 함께 치러졌기에 이날 공식 행사는 없었다.도내에서 적지 않은 순국선열과 애국지사들이 있지만 이 분들을 기리는 추모행사는 초라하기 짝이 없다. 표가 되는 마을단위 행사나 각종 단체 모임 등에는 단체장이나 국회의원들이 뻔질나게 얼굴을 내밀지만 민족대표 33인 가운데 한분인 박준승 선생 제례행사나 호남의병장 전해산 추모제례, 애국지사 이인식 선생 추념식 등에는 관심조차 없다.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하고 목숨까지 저버린 수많은 순국선열과 애국 혼을 우리는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그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11.18 23:02

꽃상여

지난 주말 서울에서 진행된 ‘민중총궐기대회’에도 어김없이 꽃상여가 등장했다. 상여가 현실의 상례(喪禮)문화에서 자취를 감추고 집회 현장의 꽃이 된 지 오래다. 집회에서의 상여는 망자의 마지막을 집회자가 바라는 상황과 연계시켜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 위함이리라. 갈등과 혼란의 한가운데에 상여가 자리하면서 전통 상례문화가 훼손될 것을 염려하는 사람도 있다. 다른 한편으로 현실 장례문화에서 사실상 사라진 전통상례를 지키는 파수꾼이 집회 현장이라는 점이 아이러니다.70년대까지만 해도 상여가 그리 낯선 모습이 아니었다. 마을공동체가 주도했던 전통상례를 위해 마을마다 상여소리꾼이 있었고, 상엿집도 있었다. 이 상례의 상징인 상여는 편리함과 빠름을 좇는 생활문화의 변화에 밀렸다. 시신이 입는 옷이 수의라면 상여는 관이 입는 옷이며, 상엿집은 상여가 입는 옷이라 할 수 있다. 관이 입는 옷인 상여를 대신하는 게 자동차가 된 것이다. 문화재청은 생활문화 속에 거의 소멸된 전통상례를 지키기 위해 2010년도 경북 경산의 상엿집을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했다. 경북 영천의 한 동네에 방치됐던 상엿집을 옮겨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기까지 문화재 애호가의 노력이 컸다고 문화재청은 밝혔다. 그 주인공인 나라얼연구소 황영례 소장이 경산에서 100회가 넘는 로컬인문학 특강을 열고, 장례 관련 국제학술 세미나를 개최하며 전통상례 지킴이 역할을 해오고 있다.그런 황 소장보다 훨씬 앞서 전통상례 보존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축제로 이어온 이가 신정일 우리땅걷기 이사장이다. 신 이사장은 지난 86년 섬진강 방수리에서 상여놀이를 시작해 30년째 축제로 끌어오고 있다. 옛 사람들에게 전통상례가 한 판 축제였다는 데서 출발했다. 그가 지난 주말에도 전주한옥마을에서 전통 상여놀이를 펼쳤다. 길문화축제의 이벤트로 기획된 상여놀이가 진행되는 동안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의 큰 볼거리가 됐다. 청연교(옛 남천교)에서 경기전까지 20여개의 만장과 상여소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최근 몇 년간 한옥마을 상인들의 반대로 전주천변에서 열렸던 상여놀이가 도심 속, 시민 속으로 들어온 것도 전통문화를 새롭게 받아들이려는 변화다. 상여놀이를 한국의 대표적인 민속축제로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해야 한다는 최근의 분위기도 한몫했다. 집회와 축제 현장에 서로 다른 의미로 등장한 꽃상여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김원용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원용
  • 2015.11.17 23:02

전북 몫 챙기기

그간 전북은 이웃한테 좋은 일 많이 했다. 30년간 호남이란 이름으로 전북이 광주 전남과 묶여짐으로해서 득 보다는 실이 많았다. 정치인들은 곧장 지역정서에 의존하는 정치를 좋아한다. 그 이유는 선거 때 돈 많이 안들이고 쉽게 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공천권자에게만 잘 보이면 그만이었다. 요즘와서야 유권자 한테 잘 보이려고 노력하지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 만큼 우리 정치가 후진성을 면치 못했다. 영남에서 맹주 역할을 해온 새누리당도 똑같았다. 영남이 똘똘 뭉친 탓에 상대적으로 호남도 하나로 뭉쳤다.지난 30년간 전북은 집권세력으로부터 거의 찬밥 수준이었다. DJ와 노무현 정권 때 좋은 기회가 주어졌지만 그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호남몫만 키워 광주 전남한테 갖다 주는 식이었다. 예산국회 때마다 도내 의원들은 새만금예산 안깎일려고 남들 한테 좋은 일 많이 했다. 타 지역 의원들은 항상 새만금 관련 예산을 낭떠러지에 올려 놓고 흔들어 대는 바람에 전북 의원들은 행여 삭감될까봐 다른 지역 의원들 예산은 손도 못댔다. 새만금사업 때문에 이런 나쁜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도 거의 같은 방식으로 움직인다. 새만금은 국가사업인 만큼 이제부터는 다른 방식으로 예산 확보에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북은 새만금 예산 때문에 다른 국가예산 확보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전북을 호남이란 이름으로 묶어 놓을려는 것은 광주 전남 정치인들이다. 전북을 하나로 묶어 놓아야 세를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전북 출신의 정치적 리더가 없을 때는 더 그렇다. 광주 전남 국회의원들은 호남몫으로 파이를 키운 후 자신들 몫으로 대부분을 차지해 버린다. 전북은 자기 몫도 못 챙기고 넘어간다. 새정연 당직 배분 때도 똑같은 상황이다. 영향력 있는 자리는 광주 전남 출신들이 차지하고 전북 의원들은 별로 영향가 없는 것이나 맡는다. 잇단 선거 패배에 따른 문재인 대표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는 약간 상황이 달라졌지만 그래도 근본은 같다. 어찌보면 광주 전남 출신 의원들이 영민하게 논다.이 같은 상황에서 20대 총선도 예전처럼 똑같이 전북이 광주 전남을 따라가야 하는가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신당도 마찬가지다.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여론의 진앙지가 광주 전남이다. 천정배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되고 박주선의원이 지난 9월 새정연을 탈당하면서 신당 바람이 불지만 전북도 그렇게 함께 따라 가야 하느냐는 것. 도민들은 내년 총선을 다음해 치러질 대선에 초점을 맞춰야 그 해답을 구할 수 있다. 선거구가 획정 되지 않아 선수들 윤곽이 확실하게 드러 나지 않지만 정치적으로 전북이 계속해서 호남이란 이름으로 묶여 나가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하다. 이번 기회에 전북 몫을 제대로 챙길 수 있는 사람을 국회로 보내면 모든 게 해결된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11.16 23:02

미얀마의 '강인한 공작새'

미얀마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은 뜨거웠다. 25년 만에 치러진 미얀마 첫 자유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이 압승을 거두면서 미얀마의 53년 군부독재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다. 1990년, NLD가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군부가 선거에 정권을 넘겨주지 않은 선례가 있는데다 군부가 기득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여러 가지 견고한 장치들을 보면 미얀마의 민주화 길은 여전히 멀게 보이지만, 평화적인 정권교체의 물꼬가 트였다니 미얀마가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미얀마는 60년대 초반만 해도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살았던 나라다. 땅도 넓고 자원도 많다. 그러나 53년 전 네윈과 군부세력이 쿠데타로 국가를 장악하면서 미얀마는 길을 잃었다. 종교분쟁으로 종족 간 갈등은 심화되었으며 군부의 극단적인 폐쇄정책으로 국가경제가 파탄나면서 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었다. 돌아보면 미얀마의 민주화 역정은 험난했다. 1988년 3월 불처럼 타오른 학생들의 시위 ‘양곤의 봄’이 민주화의 불을 당겼지만 군부의 무자비한 유혈진압으로 수천 명이 희생됐다. 아웅산 수치가 민주화 투쟁의 길로 들어선 것도 이 참상을 마주하고부터였다. 미얀마 군부는 1989년 아웅산 수치를 가택연금하고 15년 동안 자유를 앗아갔다. 그러나 그를 따르는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은 더 강해졌다. 민족지도자의 상징이었던 수치가 연금된 상태에서 치러진 총선, NLD가 압승했던 1990년의 선거혁명이 그것을 증명한다. 이후 군부의 독재는 더 극렬해졌지만 미얀마 국민들은 두 번째 선거혁명으로 민주주의를 얻어냈다.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NLD의 상징이 있다. ‘Strong Peacock-강인한 공작새’다. ‘강인한 공작새’는 아웅산 수치를 상징하기도 한다. 선거에서 야당의 압승이 예상되자 민주화를 열망했던 지지자들이 양곤의 NLD 당사 앞에 모였다. 집중호우로 폭우가 쏟아지는 거리에서 이들은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불렀다. ‘강인한 공작새’란 제목의 노래다. “수치는 전 세계가 다 아는 미얀마인의 지도자라네. 이제 독재가 물러갈 수 있도록 우리 미래를 위한 당신의 역사를 써 주오.” 당사 앞에 모인 지지자들에게 수치가 밝게 웃으며 당부했다. “승자든 패자든 결과를 인정하고 상대를 자극하지 말라.” 미얀마가 민주주의를 완성시켜가는 길은 평평하게만 보이지 않지만 미얀마의 봄은 희망으로 빛난다. 훌륭한 지도자를 향한 신뢰와 존경의 힘일 터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11.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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