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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선거구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선거구 면적은 서울 동대문구 면적의 527배에 이른다. 국회의원 1인당 담당 면적이 이렇게 차이 나는 데도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한 선거구 개편이 말이 되느냐.”(박노욱 전국농어촌지역 군수협의회 사무총장·경북 봉화군수) “무주·진안·장수·임실선거구 면적은 2550㎢다. 전북의 31.7%, 남한의 2.6% 면적이다. 그런데도 독립 선거구를 유지하지 못하고 인접 지역과 통합돼야 한다.”(이성원 전북일보 정치부장) 각각 우리농어촌지역지키기 운동본부 출범식과 선거구획정 토론회에서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한 선거구획정은 문제가 많다며 든 예다. 선거구별 인구편차 2대1의 헌재결정은 지켜져야 한다. 문제는 획일적, 기계적으로 적용할 경우 폐해가 너무 많다는 데에 있다. 농어촌 지역은 초토화될 수 밖에 없다. 강원도에서는 6개 시·군이 합쳐지는 기형적인 선거구, 1개 선거구가 강원지역 40% 이상의 면적을 차지하는 초대형 선거구가 탄생할 수 있다. 전북은 2개 선거구가 줄어들 수도 있다. 농어촌 선거구는 14대 총선(1992년) 때 73석에서 19대 때는 23석으로 무려 50곳이 줄었다. 비수도권 선거구는 14대 때 155곳에서 19대 때는 134곳으로 21곳이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농어촌은 지역 대표성과 정치력의 약화, 존재감마저 희박해질 것이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도시지역과 농어촌지역 간 정치력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은 더 노골화될 게 뻔하다. 반면 미국 같은 나라는 철저하게 지역대표성을 보장하고 있다. 인구가 적은 알래스카 주에도 다른 주와 똑같은 상원 의원 2명이 배정된다. 지역 대표성의 중요성 때문이다. 우리나라 공직선거법(제25조 1항)도 ‘선거구획정은 인구뿐만 아니라 행정구역, 지세, 교통여건, 기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작년 10월 헌재결정 이후 선거개혁에 대한 국민 기대가 컸다. 지역대표성과 투표가치의 평등, 소선거구제의 폐해에 따른 중선거구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검토 등이 그런 것들이다. 하지만 이런 가치에 대한 진정성 있는 논의는 내팽개쳐진 채 정치권은 정쟁과 이기적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지금 전국의 농어촌지역이 비상이다. 마감 시한에 쫓겨 결국 인구수만을 기준으로 선거구를 획정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 때문이다. 최악의 기형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5.09.15 23:02

무기력한 국회의원

지금같이 전북 정치권이 무기력하고 나약한 때가 없었다. 건국 초기부터 전북 출신 국회의원들이 한국정치의 중심에 서서 야당을 이끌어 왔다. 소석 이철승 선생을 굳이 들먹이지 않아도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온 야당 정객들이 많았다. 하지만 무슨 연유에서인지 지금 전북 정치권이 중앙정치 무대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도민들은 “존재감 없는 국회의원들을 이대로 놔 둘 수 없는 것 아니냐”며 물갈이론을 외친다. 선거 때마다 물갈이를 하다 보면 중견정치인을 키울 수가 없지만 그래도 싹수가 안보이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팽’시켜야 한다는 여론이다.지난 19대 총선때 전북 정치권을 환골탈태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7명을 새얼굴로 바꿨다. 그러나 한마디로 기대가 커서인지 실망스럽다. 중앙정치에서 초선이 존재감을 나타낸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3선 2명을 포함 11명 의원들이 야당의원으로서 제 역할을 못할 뿐더러 ‘전북 몫’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20대 총선이 7개월 앞으로 다가서면서 현역들을 바라 보는 도민의 평가는 낙제점 이하다. 2~3명 빼고는 뭘 하는지 조차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광주 전남에 비해 신당 바람이 약하지만 ‘전북 정치권을 이대로 놔둬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새정치민주연합을 그렇게 일방적으로 밀어줘봤자 지역으로 돌아 온 게 뭣이냐’고 비판하는 도민도 많다. 도민들이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실컷 밀어줬다. 하지만 문 대표의 행보를 보면 전북에 대한 진정성이 안 보인다. 전북 방문 때마다 늘어놓는 발언이 위기모면용 내지는 면피용 밖에 안된다. 지금 도민들이 문 대표 한테 실망하는 이유는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연패하고도 책임을 짓지 않으려는 태도 때문이다. 도민들은 새정연을 계파 싸움만 하는 수권능력 상실의 불임정당 정도로 보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총선은 물론 대선에서 질 수 밖에 없다고 본다.문제는 문 대표가 혁신안 통과를 위해 대표직까지 걸었지만 도민들은 ‘근본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며 실망스러워 한다. 그간 당내 갈등과 잇단 선거패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문 대표가 깨끗하게 물러 나는 길 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신당은 창당될 수 밖에 없다. 도민들은 내년 총선 때 제대로 된 반듯한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 야권통합을 해서 대선을 준비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차기 대선도 중요하지만 그래서 다음 총선이 중요하다는 것. 친노가 많은 전북 출신 의원들이 당내에서 제대로 비판을 못하는 걸 상당수 도민들이 잘 안다. 자칫 문 대표 눈밖에 났다가는 공천을 받지 못할까봐서 꿈쩍 안한다고 여긴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09.14 23:02

방직공장의 변신

일본의 창조도시 가나자와에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시민들의 창조성을 실현해내는 <시민예술촌>이다. 시민예술촌은 원래 방직공장이 모여 있던 공간이다. 가나자와는 한때 섬유산업으로 부흥했다. 그러나 가나자와의 경제력을 주도했던 섬유산업이 사향길에 접어들면서 방직공장도 하나둘 문을 닫게 됐다. 폐허가 된 공장지대가 공동화와 슬럼화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가나자와시가 나섰다. ‘공단부지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고민한 끝에 9만7천㎡에 이르는 대지를 매입하고 시민문화공간 조성 계획을 세웠다. 시민예술촌 조성작업이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공장 대부분은 해체됐으나 활용할만한 창고는 구조 변경을 거쳐 시민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만들었다. 시민예술촌은 개관 초기부터 시민들의 관심을 모았다. 시민예술촌이 내세운 ‘누구든, 언제든지 편안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적중했다. 드라마공방, 뮤직공방, 아트공방 그리고 다용도 시설까지 갖추고 있는 이곳에는 연극, 무용, 음악, 미술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들어서있다.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누릴 수 있는 취미활동으로 사용하지만 각 분야마다 특성에 맞는 첨단 시설을 갖추어 발표무대로도 손색이 없다. 쉬는 날 없이 24시간 개방하고 있는 것이나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는 저렴한 사용료도 특징이다. 시민예술촌에는 <직인대학>도 있다. 석공(石工), 와(瓦), 조원(造園), 판금(板金), 표구(表具) 등 9개 본과와 본과 3년 과정 수료자들이 다니는 수리전공과를 운영하는 가나자와 직인대학은 고도의 수준 높은 건축기법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기관으로 이미 이름이 높다. ‘전통 양식의 건축물에 대한 올바른 이해 없이는 전통을 지켜낼 수 없다’는 일본인들의 강한 집념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연수생들은 관련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갖고 있는 전문가들이 대부분인데 수리전공과에서는 국가나 현 또는 시 지정 문화재를 맡아 직접 수리할 수 있는 ‘문화재 건조물 기술’을 가르친다. 일본 전역에서 연수생들이 몰려오는 이유다. 시민예술촌으로, 전문가양성기관으로 변신한 옛 방직공장의 모습은 놀랍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전주시 효자동의 ‘대한방직’부지 매각이 이슈다. 수년 동안 묶어놓았던 땅의 용도가 궁금하던 차인데 어느새 매각 우선협상자를 선정했단다. 들여다보니 우선협상자나 차순위협상자 모두 아파트 건설업체다. 갈 길이 빤하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09.11 23:02

배드민턴 전용구장 유치 실패

대한배드민턴협회는 지난 8월21일 이사회를 열고 국가대표 배드민턴 전용구장 건립도시로 충남 당진시를 선정했다. 배드민턴전용구장 건립사업은 3만3000㎡(1만평) 부지에 국비와 체육기금 등 약 300억 원을 투입해 전국 최대 규모인 24면짜리 배드민턴전용구장과 숙소를 건립하는 사업이다. 국가대표 배드민턴 전용구장 유치에 성공한 당진시는 “뛰어난 접근성, 최적의 전용구장 입지 여건, 부대 인프라 구축 계획 등을 세워 체육인과 의회, 시민이 하나가 되어 전방위적 유치활동을 펼쳐 이뤄낸 결과”라고 자랑했다. 김홍장 당진시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24면 규모의 국제적인 전용구장 건립으로 각종 국내외 대회 개최는 물론 연간 243억원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당진을 국제적인 스포츠 중심도시로 만드는데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 배드민턴 전용구장은 2018년 준공 예정이다. 충남 당진시와 마지막까지 유치 경합을 벌인 도시는 전주시였다. 그동안 배드민턴 스타를 줄줄이 배출하며 배드민턴의 성지, 중심지, 메카, 요람 등 온갖 수사를 다 붙여도 모자랄 정도의 배드민턴 도시 전주가 무명의 당진에 넉다운, 패배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전주시의 배드민턴 전용구장 유치 실패는 사필귀정이다. 스포츠에 대한 투자는 도외시하면서 화려한 과실만 따먹겠다는 빗나간 욕심으로 가득찬 지역에 누가 손을 들어주겠는가. 민망한 일이다. 최근 전남 화순 출신 이용대가 유명하지만, 전주 출신 배드민턴 스타들은 그동안 올림픽에서 11개의 메달을 따냈다. 박주봉, 김문수, 정소영 선수가 1992년 바르셀로나에서 금메달을 딴 것을 시작으로 김동문 선수가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에서, 하태권 선수가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이들 다섯명의 금메달리스트에 이어 장혜옥, 정재성 선수까지 가세해 올림픽 메달을 따내며 대한민국 배드민턴을 전북이 낳은 스타들이 이끌어왔다. 최근에도 전주생명과학고 배드민턴이 전국대회 2연패를 하며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메달을 따면 환호만 했을 뿐 지역사회는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았다. 이용대가 금메달을 딴 뒤 전남 화순군이 200억 원을 들여 전용경기장을 지었지만, 전북은 익산에 김동문 배드민턴장이 있을 뿐이다. 이번 경합에서 전주시는 부지제공 의사를 밝혔지만, 당진시는 부지는 물론 건설 예산까지 확보했다. 게임이 되는가.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09.10 23:02

지자체 통제수단 된 주민세

지난달 부과된 주민세를 보고 일부 시·군 주민들은 깜짝 놀랐다. 지난해보다 개인 균등분 주민세가 터무니없이 인상됐기 때문이다. 임실군은 3000원이던 주민세가 1만원으로 무려 333%나 올랐고 남원시는 읍면 지역 2000원, 동 지역 3600원이었던 주민세가 7000원으로 대폭 인상됐다. 부안군 역시 2500원에서 5000원으로 배나 증액됐다. 내년부터는 전주시를 비롯 익산시 남원시 등이 1만원으로 인상되는 것을 비롯 도내 13개 자치단체가 줄줄이 주민세를 대폭 올린다. 정읍시는 이미 2012년에 9000원으로 올렸다.주민세는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3년부터 부과됐다. 마을 청소나 교량 설치, 도로 포장 등을 위해 주민들도 부담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주민세가 도입됐다. 당시 부과됐던 주민세는 인구 500만명 이상 대도시는 1세대당 400원, 50만명 이상 시 지역은 200원, 군 지역은 60원이었다. 이후 물가 상승에 따라 주민세도 인구 50만명 이상 시 지역의 경우 1977년과 1980년 1995년 각각 800원, 1500원, 1800원으로 세 차례 올렸다. 그러다 1999년 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가 1만원 이내에서 알아서 조례를 제정해 부과하도록 주민세 기준을 변경했고 그 결과 시·군·구마다 주민세가 1인당 2000원~1만원까지 다양하게 부과되고 있다. 문제는 중앙 정부가 주민세를 지방자치단체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는데 있다. 주민세를 올리지 않을 경우 중앙 정부에서 지원하는 교부세를 삭감하는 재정상 불이익을 주고 있기 때문. 현행 중앙 정부의 교부세 제도는 주민세가 최고 세액 1만원과 차액이 클수록 재정 페널티 규정을 두고 있다. 그동안 주민세 과세차액의 150%를 지방교부세 지원금에서 삭감했지만 올해부터는 200%를 삭감하게 된다. 때문에 주민세 인상에 소극적이었던 도내 14개 시·군의 교부세 지원금이 지난해 78억 원이 줄어들었고 올해는 105억 원이나 감소했다.사정이 이렇다보니 정부의 자율 인상 방침은 허울뿐이고 시·군마다 지역 주민의 의견수렴 절차도 없이 주민세를 대폭 인상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과 조세 저항에 따른 손익보다는 정부의 교부세 페널티가 자치단체장에게는 더 큰 파이이기 때문이다. 결국 재정여건이 열악한 자치단체를 상대로 중앙 정부가 교부세를 무기로 줄 세우고 경쟁시키고 통제하는 수단이 되고 만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올해 초 주민세 상한선 기준을 현행 1만원에서 2만원으로 올리려다 여론이 악화되자 슬그머니 철회했다. 증세없는 복지는 결국 빈 말에 불과하다는 반증이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09.09 23:02

백제역사 바로세우기

지난 7월4일 세계유산에 등재된 백제문화 역사유적지구는 1995년 등재된 석굴암과 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이후 우리나라에선 12번째다. 부여의 관북리유적과 부소산성·정림사지·능산리고분, 공주의 공산성과 송산리고분, 익산의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이 대상이다. 백제의 역사는 한·중·일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교류 중심이자 건축과 공예 등 찬란한 문화의 보고다.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세계에 알린다면 자긍심을 높이고 지역 이미지와 브랜드 가치, 지역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향후 과제는 ‘보존과 활용’이다. 전북도는 이미 인프라확충과 보존, 관광, 홍보 등 4개 분야에 700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역사유적의 훼손방지와 보존방안, 관광 인프라 구축, 지명도 향상 등이 마련될 것이다. 전북과 충남, 익산, 부여, 공주 등 관련 5개 자치단체가 통합 대응하고 있는 건 다행이다. 벌써 관광객이 두배로 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런데 ‘백제 역사유적 하면 부여와 공주’를 떠올리고, 초등학교 교과서엔 부여 공주만 언급돼 있다. 전북으로선는 상대적으로 낮은 인지도를 극복하는 것도 숙제다. 또 하나 극복해야 할 과제는 ‘백제 역사 바로세우기’다. 나당연합군에 패한 백제의 역사는 왜곡된 부분이 많다는 게 통설이다. 이를테면 있지도 않은 삼천궁녀, 사리사욕을 채우고 나라를 지킬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표현한 귀족, 정사를 돌보지 않고 방탕생활을 한 것으로 그려진 의자왕, 충성심으로 무장된 계백장군 평가 등이 그런 것들이다. 삼국시대를 기록한 역사서는 삼국사기와 삼국유사, 일본서기 등이다. 특히 삼국사기는 유학자이자 정치가였던 김부식이 1145년 왕명을 받아 관리들과 함께 만든 책이다. 국가의식 고취와 신라의 시각에서 편찬된 역사서다. 승자의 입장이 반영될 수 밖에 없다. 역사 왜곡은 사료 자체를 기록하는 쪽에 유리하게 만들거나, 기존의 사료를 자기 편한 대로 해석할 때 이뤄진다. 사료 자체가 왜곡되거나 해석이 그릇되면 진실도 왜곡될 수 밖에 없다. 백제 역사가 그런 경우다. 왜곡된 백제역사를 바로잡는 것이야말로 백제 역사유적 앞에 가장 떳떳한 일이 될 것이다. 왜곡 사례 연구는 학자들 사이엔 상당히 진척돼 있다. 전북 충남이 대규모 학술대회를 열어 ‘백제역사 바로세우기’에 나서면 어떨까 싶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5.09.08 23:02

놓친 물고기

정보산업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사회간접시설(SOC)은 공항이다. 분초를 다투는 기업인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시(時)테크를 할 줄 알아야 한다. 아침은 서울서 점심은 동경이나 북경 그리고 저녁 잠자리는 홍콩이나 상하이 싱가폴서 하는 세상이 왔기 때문에 그렇다. 공항이 없는 전북을 제외하고 전국 모든 도청 소재지에서 가능한 이야기다. 하지만 전북은 예외다. 군산공항이 있지만 미군 공항이라서 비싼 이용료를 부담, 가까스로 제주노선만 운행한다.도민들이 공항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하지만 정부에서 볼때는 가당치 않은 얘기다. 김제공항을 건설한다고 부지 매입까지 끝낸 것을 정치인과 주민들이 반대해 무산시켰기 때문이다. 입이 백개라도 할말이 없다. 돌이켜 보면 김제공항 건설문제를 어렵게 성사시켰기 때문에 설령 반대가 있어도 김완주 전지사가 밀어 부쳤어야 옳았다. 지금와서 송하진 지사가 공항건설을 추진하려고 하니까 힘이 든다. 송지사는 김제공항이 아닌 새만금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추진되니까 새만금에 공항을 건설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새만금이든 어디든 공항이 건설되야 전북이 산업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그간 민선자치를 하면서 지역이기주의의 높은 벽 때문에 지역발전의 기회를 놓친 사례가 있었다. 지금 이것을 들춰낸 것은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서다. 김 전지사 시절 익산 KTX역사를 김제 백구쪽이나 전주쪽으로 끌어 당기지 못한 게 대표적 실패 사례다. 백구쪽으로 익산 KTX역사를 이전했으면 새만금지구나 왕궁 국가식품클러스터 전주 혁신도시에서도 접근이 용이해 이용객이 지금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다. 특히 전주시의 광역도시건설도 모색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 당시 김 전지사가 익산 시민들의 반대 때문에 포기하자 외롭게 채수찬 전국회의원만 토론회를 여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호남선이 전주 유림들의 반대에 부딪쳐 전주 용머리 고갯길로 선형을 잡지 못한 게 두고 두고 후회스런 일이 된 것처럼 말이다.부안방폐장도 찬반으로 엇갈려 지금도 그 앙금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지만 대승적 차원에서 유치했어야 옳았다. 나중에 군산시가 유치하려고 시민 80% 이상이 찬성했지만 경주의 절대적인 지지로 결국 경주가 후보지로 되었다. 정부의 지원이 워낙 많아 심지어 경주에서는 개까지 십만원짜리 수표를 물고 다닌다는 말이 회자될 정도였다. 전주 완주 통합이 무산된 것도 지역 발전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전주와 여건이 비슷한 청주는 청원과 통합해서 인구 80만이 됐다. 청주는 통합지원금을 수두룩하게 받아 시너지 효과가 발생, 광역도시 기반을 다져 가고 있다.앞으로는 여론 주도층이 전북 발전에 관해 돌팔매를 맞을 각오로 적극 나서야 한다. 정치인들은 표 때문에 소지역주의나 이기주의의 덫을 넘지 못하므로 오피니언 리더들이 나서야 한다. 그래야 전북이 산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09.07 23:02

시민문화유산

서울 성북동의 한갓진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조금 높게 올라앉은 한옥을 만난다. 한국미술사에 큰 자취를 남긴 미술사학자 해곡 최순우 선생(1916~1984)의 옛집이다. 1930년대 서울 지역에서 유행했던 도시형 한옥의 전형적인 모습을 갖고 있는 이 집은 결코 화려하지 않으나 단아하고 정갈한 아름다움이 빼어나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들여놓은 자연과 한옥의 조화가 주는 감동은 그만큼 크다. ‘한국미의 발견에 평생을 바친’ 해곡은 1976년부터 작고할 때까지 이 집에서 살았다. 한국미술의 군더더기 없는 아름다움을 정리한 명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도 이 곳 사랑방에서 집필됐다. ‘최순우 옛집’은 내셔널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으로 지켜낸 ‘시민문화유산 1호’다. 2002년, 성북동 일대에 재개발 바람이 불어 닥치면서 이 집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 때 뜻있는 전문가와 시민들이 나섰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시민성금으로 가옥을 사들여 보수하고 복원해냈다. 덕분에 이곳은 시민에게 개방되어 지금은 수백 명이 찾아오는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 되었다. 보존가치가 높은 자연환경과 문화유산을 확보해 시민의 소유로 영구히 보전하고 관리하는 ‘내셔널트러스트’의 힘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내셔널트러스트는 시민들의 자발적 모금과 기부 증여를 통해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시민 주도로 영구히 보전·관리하는 시민운동이다. 운동의 뿌리는 1895년 내셔널트러스트를 처음 시작한 영국이다. 이 운동은 곧 세계 각국으로 확산돼 많은 나라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수많은 자연 문화유산을 보전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는 1990년대 후반부터 활동을 시작해 2000년 1월에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발족됐다. 길지 않은 역사지만 자료를 보니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 동강 제장마을, 최순우 옛집, 권진규 아틀리에 등 시민들의 힘으로 되찾은 시민문화유산이 꽤 많다. 내셔널트러스트의 가장 큰 과제는 역시 기금마련일터다. 사실 시민들의 성금으로 자산을 마련하는 일은 쉽지 않다. 다행히 이 운동을 주목해 동참하고 나서는 자치단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 내셔널트러스트를 지원하는 일은 반갑다. 우리 지역에도 자본과 개발의 목전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유산이 적지 않다. 그런데 대부분이 역사적 가치와 의미만을 내세워 지켜질 수 있는 유산이 아니다. 시민의 성금으로 만드는 시민문화유산, 내셔널트러스트를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09.04 23:02

고 강석규 박사

지난 8월31일 호서대 설립자 강석규 박사가 별세했다. 향년 103세다. 그의 인생은 100세를 넘겨 장수했다는 것 이상의 울림을 준다. 보도에 따르면 그는 1913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논산보통학교를 졸업한 뒤 농부로 살았지만, 독학으로 초등학교 교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24세 때다. 그는 충남 강경여중 등에서 교사로 근무했고, 34세에 서울대 전기공학과에 입학, 졸업했다. 그는 전북 군산여고에서도 교편을 잡았고, 충남대와 명지대 교수로도 재직했다. 그의 도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1970년에 서울 대성중고, 1978년 천원공업전문대, 호서전산학교,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를 설립했다. 호서대 총장과 서울벤처정보대학원대학교 총장을 지내다 65세 정년 퇴임한 그는 1989년 국민훈장 모란장을, 2009년 청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얼마 전 정년 퇴임을 몇 년 앞둔 지인이 카톡으로 고 강석규 박사에 관한 글을 한 편 보내왔다. ‘어느 95세 어른의 수기’라는 제목의 글은 강 박사가 95세 무렵에 쓴 자화상이었다.“나는 젊었을 때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 결과 나는 실력을 인정받았고,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 덕에 65세 때 당당한 은퇴를 할 수 있었죠. 그런 내가 30년 후인 95살 생일 때 얼마나 후회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릅니다.”누가 봐도 자랑스럽고 행복한 삶을 영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그가 95세 생일상을 받아놓고 ‘얼마나 후회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고 하니 영문 모를 일이다. 강 박사의 글은 계속된다. “내 65년의 생애는 자랑스럽고 떳떳했지만, 이후 30년의 삶은 부끄럽고 후회되고 비통한 삶이었습니다. 나는 퇴직 후 ‘이제 다 살았다. 남은 인생은 그냥 덤이다’라는 생각으로 살았습니다. 내 95세 인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기나긴 시간입니다. 만일 내가 퇴직할 때, 앞으로 30년을 더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난 정말 그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 때 스스로 늙었다고, 뭔가를 시작하기엔 늦었다고 생각했던 것이 큰 잘못이었습니다.”강 박사는 95세지만 정신이 또렷하고, 앞으로 20년을 더 살지 모른다며 “이제 나는 하고 싶었던 어학공부를 시작하려 합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10년 후 맞이할 105번 째 생일날, 95살 때 왜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정년은 인생의 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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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호
  • 2015.09.03 23:02

FTA의 비애

완주 구이에서 20년 넘게 시설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가는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예년 같으면 kg당 1만원선을 받았지만 지난해부터 포도 가격이 곤두박질치고 있는데다 올들어서는 주문마저 크게 줄어들어 울상이다. 포도 하우스 시설을 늘리면서 1억원이 넘는 투자비용이 들어갔는데 포도농사를 그만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손해를 보면서 계속 해야할 것인지 고심이 크다. 도내 복숭아 농가도 사정은 마찬가지. 체리·망고·자몽 같은 봄철 과일 수입이 늘면서 복숭아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데다 판매마저 부진해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고민은 비단 포도·복숭아 재배농가 뿐만 아니라 매실 감 자두 배 밤 체리 딸기 수박 참외 멜론 등 모든 과일 재배농가들이 떠안고 있는 공통적 과제다.빗장이 풀린 해외 농산물이 물밀 듯 수입되면서 국내 과수농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포도의 경우 2004년 한·칠레 FTA 체결이후 칠레산 포도에 이어 지난해부터 미국산과 페루산까지 국내시장 장악에 나서 포도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칠레산 포도 관세가 완전히 철폐됐고 내년부터는 미국·페루산마저 무관세로 수입된다. 우리 포도 농가의 미래가 암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전망 2015’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포도재배 면적은 지난 2000년 2만9000ha에서 2014년 1만6000ha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어린 묘목 재배면적은 6000㏊에서 2300㏊로 급감하면서 포도 농가들이 재배 의지를 상실한 것을 반증했다. 봄 여름 과일 뿐만 아니라 겨울철에는 오렌지와 바나나 수입이 크게 늘면서 사과 배 등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그동안 FTA 파고에서 비켜서있던 채소농가도 중국·베트남과의 FTA 체결로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내 시장의 절반을 잠식당한 고추 뿐만 아니라 마늘·양파 등이 저가 공세를 펼 경우 양념류 시장 역시 초토화될 것이 뻔하다.정부에선 올해 FTA 피해보전 직불금 신청 대상으로 대두와 감자 고구마 체리 멜론 노지·시설포도 닭고기 밤 등 9개 품목을 선정했다. 이 가운데 체리와 노지·시설포도 닭고기 밤 등 5개 품목은 폐업 지원금 대상이다. 애초 지난 8월말까지 마감했다가 이달 18일까지 연장 접수를 받고 있다. 수입 과일로 직격탄을 맞고 있는 포도 농가는 일부 시·군에선 30% 가까이 폐업 지원 신청을 했다.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를 넓히기 위해 추진한 FTA가 우리 농민들에게는 생존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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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15.09.02 23:02

이강국, 정홍원과 김황식

“퇴임 후 무료 법률상담을 하느라 2년 넘게 휴가를 못 갔다. 이제 여유가 생겼으니 전에 배우다 만 기타나 우리 전통악기인 대금을 배워볼까 한다.” 퇴임 후 2년 동안의 무료 법률상담 봉사활동을 마친 임실 출신의 이강국(70) 전 헌법재판소장의 최근 소회다. 법원과 헌재에 근무하는 동안 국가와 사회로부터 과분한 혜택을 받았으니 퇴직 후에는 법률 상담을 하며 봉사하겠다고 한 약속을 실천한 것이다. 자원봉사는 일주일에 두차례씩 모두 184회에 이른다. 지난 2월 퇴임한 정홍원 전 국무총리(71)도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고 6월부터 노숙자 무료 급식봉사를 하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언론 인터뷰에서 “전관 봐주기 등은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고 사회 갈등 요인이 된다.”며 “법원장, 검사장 같은 고위 공직자는 퇴직 후 변호사 등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명예를 얻은 사람이 돈까지 추구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정 전 총리는 광주지검장, 부산지검장, 법무연수원장 등을 역임하고 2004년 퇴직했다. 같은 법조 출신이지만 김황식(67) 전 국무총리의 행보는 다르다. 대법관 출신의 김 전 총리는 작년 11월 서울에서 사무실을 연 뒤 변호사 영업을 하고 있다. 광주지역 최다선 조합장인 배인수 서창농협 조합장의 상고심, 현삼식 경기 양주시장의 선거법 위반 상고심,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상고심을 맡았고 박경철 익산시장의 선거법 위반 상고심도 맡고 있다. 대법관과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역임한 김 전 총리의 변호인 선임은 전관예우 논란을 불러 일으킨다. 법조계 시선도 곱지 않다. 이강국 전 헌재 소장과 정홍원 전 총리의 퇴임 후 활동은 고위공직 퇴직자가 국민을 위해 어떤 모습으로 살아야 하는지 교훈을 주는 사례다. 고창 출신 오종남 전 유니세프 한국 사무총장도 그런 경우다. 대통령 비서관과 통계청장, IMF 상임이사를 지낸 그는 지난 3월 퇴직하면서 2년치 월급으로 단돈 1원을 받았다. “유니세프에서 공책·연필 등을 원조 받아 공부했던 세대로서 봉사 기회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규정상 보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1원만 받기로 한 것이다.” 고위 지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 정신’이다. 그런데 김황식 전 총리는 명예와 돈, 두가지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전직 총리의 변호사 영업, 영 개운치 않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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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경재
  • 2015.09.01 23:02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것은 남북통일 못지 않게 중요하다. 우리 역사상 지역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그 핵심이 영호남간의 갈등이나 차별은 아니었다. 지역감정은 7대 대선 때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대구 출신 이효상씨가 만들어냈다. “경상도 대통령을 뽑지 않으면 우리 영남인은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된다”며 당시 공화당 박정희 후보 지지를 유도한 게 지역감정의 효시가 됐다. 60년대만해도 선거결과는 여촌야도(與村野都)였다. 60년대부터 지역주의가 횡행, 남남 갈등이 생겼다. 국가 인재등용은 물론 국가예산배분 과정에서 차별이 심했다. 권력의 심장부에 영남 출신들이 대거 진출해 전북은 변방으로 내몰렸다. 전북 출신 고위 공직자 중에는 본적을 서울로 옮겨 놓기도 했다. 지역감정 뿌리가 워낙 깊게 박혀 선거 때마다 악순환이 반복됐다. 호남과 영남에서 지난 30년간 싹쓸이 선거만 이뤄졌다. 전북에서는 황색 깃발만 꽂으면 막대기라도 당선됐다. 그간 역량있는 후보들이 지역주의를 극복하려고 총선에 나섰으나 실패했다. 지난 19대 총선 때 전주 완산을서 한나라당으로 정운천 후보가 출마했으나 선거 막판에 야권후보로 표 결집이 이뤄져 36%를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지난 18대 대선때 전북에서 13.2%를 얻었다. MB가 얻은 9% 보다 많지만 그 정도는 선거운동을 안해도 얻을 수 있는 고정표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이 내년 총선 때 호남에서 당선자를 내야 지역감정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정서로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대구 수성갑에서 새정연으로 김부겸이 순천에서 새누리 이정연이 출마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전북에서도 새누리당이 특단의 카드를 마련해야 한다. 도민들 가운데는 그 대상자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본다. 선대가 500년간 임실에서 살았고 남원에서 출생해 전주북중을 졸업할 때까지 학창시절을 전주에서 보낸 김 실장을 가장 적임자로 꼽는다. 김 실장은 35사단장, 합참의장과 MB 때 국방장관을 역임하고 현 정권서도 국방장관을 거쳐 안보총사령탑인 국가안보실장을 맡는 등 실세로 알려져 더 가능성을 높게 본다. 준 전시상태로까지 간 남북대치상황을 43시간 동안 마라톤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마련한 김 실장이 국가안보책임자로서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역주의를 풀 수 있는 인물로도 적임자라는 것이다. 뜻 있는 도민들은 ‘김실장을 내년에 전주나 임순남지역서 출마시켜 당선시키면 전북의 어려운 상황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면서 ‘국가와 지역발전을 위해 일할 시간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말한다. 도민들은 ‘국가안보가 국익의 제일 중요한 부분이라서 김 실장 신상 문제를 말하기가 곤란하지만 이제는 그 경륜을 지역주의 해소하는데 썼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카리스마가 강한 김 실장이 과연 현실 카드가 될까.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08.31 23:02

위대한 유산의 힘

중세, 유럽의 수도원은 종교적 영역에서 뿐 아니라 학문과 지식의 거점이었다. 수도원들은 장서를 모으고 필사본 책을 만들면서 점점 소장하는 책들이 늘어나게 되었는데 이 때문에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도서관을 갖출 수 있게 되었다. 그 오랜 전통을 가진 도서관 중의 하나, 스위스의 북동부 도시인 장크트 갈렌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고 중요한 도서관이 있다. <장크트 갈렌 수도원 도서관>이다. 수도원은 612년 아일랜드에서 건너와 움막을 짓고 포교를 했던 성인 갈루스를 기리어 719년 건립됐다. 830년에는 좀 더 새롭게 재건되었는데 9세기에 이르러 종교적으로 뿐 아니라 문화적 경제적 중심지로 번성한 이 도시와 함께 수도원 또한 학문과 지식, 그리고 미술의 중요한 거점이 됐다. 이 도서관은 수도사들이 필사를 했던 필사실이 도서관으로 발전한 예다. 수도원은 17,18세기를 관통한 바로크 시대에 두 번째 전성기를 맞아 재건되었는데, 당시 이름난 건축가와 목수, 화가가 참여해 완성한 도서관 역시 예술적 완성도를 보여주는 천정 벽화와 아름다운 나무기둥과 조각 등이 어우러져 풍경만으로도 큰 감동을 준다.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서관’이라는 이름을 얻은 장크트 갈렌 수도원 도서관은 그 자체로 예술품이 됐다. 그리 넓지 않은 공간, 수많은 아름다운 책으로 가득찬 ‘지식의 창고’는 수도원의 장엄한 역사를 그대로 전한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책은 역시 수도사의 손끝에서 만들어졌을 필사본들이다. 실제 이 도서관의 보물은 천년이 넘은 중세의 성경들과 주석들이고, 다른 도서관들과 차별되는 특징도 손으로 쓴 필사본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장하고 있는 장서 16만권, 8세기부터 15세기 동안 만들어진 필사본 책이 2천100점에 이르고 1500년 이전에 인쇄된 책의 초기 단행본도 1650점이나 된다. 놀라운 것은 이 도서관이 오늘에 이르러 그저 단순히 옛책을 전시하고 보여주는 박물관으로서의 기능이 아니라 도서관으로서의 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도서관은 ‘영혼의 치유소(Soul Apothecary)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천년 세월을 건너 만나는 옛 책이 주는 감동이 주는 힘이 그만큼 크다. 깨닫게 되는 사실이 있다. 수없이 많은 날들을 책을 읽고 필사 했을 수도사들의 고행과 그 유산을 지키기 위한 고투가 없었다면 이 위대한 유산이 존재했을리 없다. 결국은 사람의 힘인 것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08.28 23:02

유감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연출된 최근 상황이 북측의 ‘유감’ 표현 한 마디에 눈 녹듯이 사라졌다. 남과 북은 물론 이목을 집중시켰던 중국과 미국 등도 다행스럽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가뜩이나 세계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이 위안화 평가 절하 조치를 취한 뒤 증국 증시가 폭락하고, 한국 증시도 큰 하락세를 보이던 참이었다. 북한의 목함지뢰와 2발의 포탄, 남한이 쏜 36발의 포탄은 한국 증시를 폭락시켰다. 다행히도 북한이 지뢰 도발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우리도 대북 확성기 심리전을 중단하기로 합의하면서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제 남은 리스크는 중국발 경제 불안인데, 중국이 보여 줄 글로벌 리더십이 관심거리다. 유감의 사전적 의미는 사과가 아니다. 사전적 의미는 ‘마음에 차지 아니하여 섭섭하거나 불만스럽게 남아 있는 느낌’이다. 이 때문에 북측이 남측에 진정어린 사과 표명을 했다고 믿기는 어렵고, 극한 대립 속에서 벌어진 협상을 어떻게 해서든 성공시키기 위해 양측이 내놓은 지혜 소산으로 보인다. 남북합의문 제2항은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돼 있다. 당국은 ‘북측’이라는 명백한 주체를 명시해 지뢰 폭발 사건에 대해 유감이라는 단어를 사용했고, 이를 공식 합의문에 명기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의미를 크게 부여한다. 또 유감이란 표현이 외교문서에서는 사과를 뜻한다고 부연하고 있다. 문제는 제2항 ‘북측은∼유감을 표명했다’가 애매모호하다는 사실, 유감은 사과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제2항에서 ‘북측은’ 이라는 주어가 있지만, 이는 주어 다음에 이어지는 사건의 실체가 아니다. 그저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에 부상 당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는 주체일 뿐이다. 그들이 도발했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다. 주어 ’북측’은’은 제3자일 뿐이다. 또 유감은 사과가 아니고, 지뢰 사건에 대한 국민 감정에 부합하지도 않는 완전히 다른 단어다. 몇 가지 ‘유감’스러운 부분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남북이 합의한 것들이 모두 지켜지기만 한다면, 8월25일 새벽 양측이 서명한 남북합의문은 대단히 성공적인 작품으로 기록될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평화와 통일이다. 당장 서운하다고 평화와 통일을 걷어 차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08.27 23:02

면 행사로 그친 웅치전투 추모제

임진왜란 당시 전라도는 왜구들에게 전략적 요충지였다. 군량미 조달을 위해선 곡창지대인 호남평야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데다 조선 7도를 장악하고도 전라도에는 발조차 붙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왜군의 위신과도 직결됐다. 여기에 조선 점령의 가장 큰 걸림돌인 이순신을 제거하기 위해선 근거지인 전라도를 장악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왜군은 이에 한성 이북까지 올라갔던 군사를 도로 불러들여 병력을 총집결하고 전주성 공략에 나선다. 1592년(선조 25년) 7월 왜군은 주력부대를 둘로 나눠 한 패는 금산을 점령한 후 이치(梨峙)를 거쳐 전주를 공략하고 다른 한 패는 안의와 장수 진안을 지나 웅치(熊峙·곰치재)를 넘어 전주성으로 진격한다.이에 맞서 조선군은 전라도절제사 권율이 이치에서 왜구를 막아냈고 김제군수 정담은 관군과 소양면과 부귀면 주민 등 3000명을 규합해 웅치에서 1만 여명의 왜군과 대치하게 된다. 제1·제2 방어선은 나주판관 이복남과 의병장 황박이 맡았고 정담과 해남현감 변응전은 가장 높은 곳에 제3 방어선을 구축했다. 음력 7월 7일 수천 명의 왜군 선봉부대가 공격해 오자 황박과 이복남이 맞서 적군을 무찔렀으나 이튿날 왜군의 전 병력이 총공격에 나서면서 제1·2 방어선이 무너지고 황박과 이복남도 전사했다. 제3선을 지키던 정담과 군사들도 항복요구를 거절한 채 화살이 다 떨어지자 창과 낫 등으로 백병전을 벌이다 모두 장렬하게 최후를 맞았다. 이후 왜군은 전주성까지 진격했으나 이정란 의병장이 성을 사수하고 있자 결국 공격을 포기한 채 퇴각하고 말았다. 당시 적장 안코쿠지 에케이는 후퇴 도중에 웅치전투에서 순국한 조선군의 시체를 길가에 모아 큰 무덤을 만들고 조조선국충간의담(弔朝鮮國忠肝義膽)이라는 비(碑)를 세우고 그들의 충절을 기렸다고 한다.지난 21일 완주 소양면 신촌리 웅치전적비에서 소양면 웅치전투기념사업추진위원회 주관으로 제423주기 웅치전투 추모행사가 거행됐다. 3년 전부터 지역주민들이 순국선열의 숭고한 희생을 기리고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 13일 진안 부귀면 세동리 신덕마을에서도 임란웅치전적지보존회 주관으로 추모제를 가졌다. 하지만 목숨 바쳐 나라를 지킨 3000여명의 순국선열을 기리는 추모제가 면지역 주민행사에 그치고 있는 것은 면목없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박성일 완주군수와 이항로 진안군수가 각각 추모제에 참석했지만 전북도나 정부 차원의 인사는 전혀 보이질 않았다. 1979년 12월 전북도에서 웅치전적비를 세웠지만 순국선열을 기리기 위한 후속대책은 아직까지 손을 놓고 있다. 하루빨리 웅치전투 추모제를 격상시키고 국가지정문화재 승격과 함께 역사박물관 건립 묘역조성 등 성역화사업을 서둘러야 한다. 역사를 망각하는 부끄러운 후손들이 돼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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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순택
  • 2015.08.26 23:02

지도층의 부패

감옥을 살더라도 10억 원을 벌 수 있다면 비리를 저지를 수 있을까. 어른도 아닌 청소년들 사이에 ‘예스’라는 응답이 나와 화젯거리가 된 적이 있다. 한국투명성기구가 몇해 전 전국 중·고생 1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반 부패인식조사’에서 청소년의 17.7%가 ‘감옥에서 10년을 살더라도 10억 원을 벌 수 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했다. 또 17.2%는 ‘내 가족이 부자가 될 수만 있다면 권력을 남용하거나 법을 위반하는 것’도 괜찮고, 20%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기꺼이 뇌물을 쓰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반면 ‘아무리 나를 더 잘 살게 해주어도 지도자들의 불법 행위는 절대 안된다’는 응답은 30.2%에 그쳤다. ‘나쁜 짓 하면 벌 받는다’ ‘남을 배려하면서 바르게 살아라’ ‘청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등등의 가르침을 받고 자라 온 세대들에겐 좀 어이 없는 결과다.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어른들의 거울 아닌가. 끊임 없이 터지는 공직자 부패, 공공기관의 모럴 해저드, 사회지도층의 비리, 돈이 전부인 세상. 인사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병역비리, 논문표절, 뇌물수수, 위장전입, 전관예우, 성희롱·성폭력, 땅 투기 사례가 판도라 상자처럼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전직 총리와 국회의원 10여명이 지금 수사를 받고 있거나 재판 중이다. 어제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수감되는 모습도 국민들에겐 좋지 않게 투영될 것이다. 그럼에도 비리가 터질 때마다 부패척결만 외칠뿐 그걸 엄격히 제도화하는 데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단죄하는 청렴 선진국들과는 대조적이다. 스웨덴의 부총리는 슈퍼마킷에서 공공카드로 생필품을 구입한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고, 핀란드의 교육부장관은 골프장 개발과정에서 회원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만으로도 사퇴했다. 싱가포르는 뇌물수수자는 형벌과 별도로 뇌물 전액을 반환하되 반환능력이 없으면 징역을 추가로 부과한다. 홍콩은 공직자가 재산형성 과정을 증명하지 못하면 뇌물로 간주해 몰수한다. 이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관대하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개혁과제들이 관심을 끌고 있다. 사회지도층의 비리 근절을 위한 고강도 처방의 제도적인 대책도 내놓길 바란다. 돈만 된다면 감옥도 가겠다는 비윤리성을 후세대에게 물려줘선 안된다. 그런 청소년들이 나라의 동량, 지도층이 되면 어찌 될지 끔찍하다. ·이경재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이경재
  • 2015.08.25 23:02

물갈이 타령

여야가 내년 총선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그 다음해 치러질 대선판을 유리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새정치민주연합에 정권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절치부심하고 있다. 그간 진보가 두차례 보수가 각각 두차례씩 정권을 잡았다. 박근혜 정권 이후 다음 정권이 어느 쪽에서 들어설 것인가가 내년 총선에서 거의 판가름 난다. 다수당을 차지하는 쪽이 정권 잡는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이 한치 양보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잇다.정당은 누가 공천권을 행사하느냐가 제일 중요하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의 영향력이 제일 커 박대통령이 주도적으로 공천권을 행사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정권 재창출을 위해 공천카드를 쓸 것이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은 개혁공천에 방점을 찍을 태세다. 원래 야당은 개혁을 빼고서는 별로 설득력 있는 구호가 없다. 그간 이길 수 있는 선거에서 번번이 패해 대표직 박탈 위기까지 몰렸던 문재인 대표가 혁신위원회로 하여금 현역 20%를 공천에서 원천 배제키로 확정했다. 129명 가운데 26명은 공천을 못 받는다. 지금 의원들 간에는 누가 대상자가 될 것인가를 놓고 설왕설래한다.여기서 경계해야 할 점은 호남권 현역의원들이 대거 ‘팽’당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에서 신당 창당에 대한 여론이 워낙 강해 당 지도부가 신당 창당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이 카드를 꺼내 쓸 수 있다는 것. 경쟁이 치열한 수도권 보다 호남권에서 물갈이 대상자를 채워 넣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돈다. 지난 19대 총선 때 물갈이 폭이 클 것으로만 알려졌지만 막상 공천 뚜껑을 여는 순간 11명 중 7명을 물갈이시킨 전례가 있어 현역들을 더 긴장시킨다. 지금 분위기로는 새정연 공천이 예전처럼 당선으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 만큼 새정연 의원에 대한 지지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일각에서는 새누리당과 무소속도 역량만 있으면 전략적으로 뽑아줄 필요가 있다는 여론이 조심스럽게 형성돼 가고 있다. 내년 20대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서는 새정연 김부겸이 지역감정을 극복해 당선되고 순천에서는 새누리당 이정연의원을 연거푸 당선시키는 것처럼 전북에서도 그런 사례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와달리 새정연의 혁신안에도 불구하고 신당이 만들어지면 예측 불허의 싸움이 전개될 전망이다.유권자들은 총선 때 경쟁력 있는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당선시킨 후 야당 통합을 가져오면 된다고 여기기 때문에 그렇다. 지금 유권자들은 경제사정 악화로 몹시 지쳐 있어 물갈이 욕구가 그 어느때보다 강하다. 백성일 상무이사 주필

  • 오피니언
  • 백성일
  • 2015.08.24 23:02

음서제 변종

고려시대에 공신 또는 고위관리의 자손이나 친척들은 과거시험을 거치지 않고도 관리가 될 수 있었다. 이른바 음서제(蔭敍制)라고 불리는 제도를 통해서였다. 그 이전에도 나라에 공이 있는 관리들의 자손에게 기회를 주는 일이 있었지만 제도로 확립되어 적극적으로 시행된 것은 고려시대에서다. 고려의 음서제는 그 적용 방식이 다양했다. 같은 음서제 안에서도 왕족의 후예와 공신의 후손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이 내외원손에까지 해당되었지만, 3품 이상의 관료인 경우는 자손과 수양자 사위 조카 사위 동생에게, 3품 이하 5품 이상의 관료들은 자손에게만 혜택이 주어졌다. 음서제로 얻은 관직을 음직(蔭職)이라 했는데, 음서제는 해마다 정기적으로 시행되어 나중에는 음직을 가진 관리가 과거급제자보다 많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능력에 따라 관리를 뽑지 않고 가문의 능력으로 관리를 뽑는 병폐는 컸다. 고려시대 문벌귀족의 정치적 기반을 제공한 것도 이 음서제도였다. 때문에 조선시대에 와서는 음서제도를 통해 기용된 관리를 높은 벼슬에 오르지 못하게 하는 불이익을 주기도 했다. 어느 시대에서건 인재 등용은 한 국가의 중요한 덕목이었다. 성군으로 꼽히는 세종과 정조도 인재등용에 큰 관심을 쏟았다. 사학자 김준태씨가 사료를 바탕으로 세종과 정조가 가상대화하는 형식을 구성해 펴낸 책 <왕의 경영>에는 인재를 주제로 한 이들 두 임금의 대화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 중 한 부분. 세종이 말한다. “옛 사람들이 말하길, ‘어느 시대인들 사람이 없으랴’고 했다. 인재는 언제나 반드시 있어 왔지만, 다만 몰라서 쓰지 못했을 뿐인 것이다. 인재를 선발할 때 한 가지 방법만 고집하다보면 놓치게 되는 인재가 많은 것 같다.” 덧붙여 말한다. “인재를 선발하는데 있어 정해진 방법이란 없는 것이지 않겠느냐. 다양한 선발 방법을 마련하여 선비들에게 자극을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지난 2010년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의 딸 특별채용 비리’로 등장했던 ‘현대판 음서제’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이번 논란의 불씨를 당긴 것은 국회의원이다. 여당과 야당 국회의원이 정부법무공단과 대기업의 변호사 채용을 둘러싸고 사이좋게 논란의 중심에 이름을 올렸다. 공정한 경쟁을 거치지 않고 부모의 능력으로 직업을 얻었으니 오갈 데 없이 ‘현대판 음서제’의 부활이다. 하기야 이 뿐인가. 둘러보면 여기저기서 명분 없는 인사 청탁이 횡행한다. 모두가 차단되어야 할 ‘음서제’변종이다.

  • 오피니언
  • 김은정
  • 2015.08.21 23:02

자전거

자전거는 일상 생활에서 매우 유용한 이동 수단이다. 유럽에서 1790년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자전거는 우리나라에 1890년 무렵 선보였다고 한다. 자전거는 이동 수단이면서 한편으로는 무거운 쌀가마, 막걸리통 등을 손쉽게 나르는 화물 운송 수단이었다. 요즘 자전거는 인기 있는 레저 스포츠로 자리잡았고, 자전거 매니아들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자전거를 구입하기 위해 주저없이 지갑을 연다. 최근 국립한글박물관에서 열린 ‘쓰고, 고쳐 쓰고, 다시 쓰다. - 소설 속 한글’ 전시회에는 소설가 김훈의 연필과 함께 자전거가 전시됐다. 김훈은 자전거 마니아로 유명하다. 1999∼2000년에 전국을 자전거로 여행하고 ‘자전거여행’이라는 책을 냈는데, 책이 많이 팔려 그가 자전거에 투자한 500만원은 간단히 회수됐다. 요즘 자전거를 ‘좀 탄다’는 사람들의 외양을 보면 장난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그들이 타는 자전거 가격은 500∼1000만 원 이상이라고 알려진다. 부상을 방지하기 위한 기본 용품인 장갑과 헬멧 뿐만 아니라 과거 TV화면 속에서나 보았음직 한 늘씬한 사이클 선수용 복장을 하고, 골프화처럼 바닥에 징이 박힌 자전거 전용 신발을 신고 어기적 어기적 거리며 식당에 들어선다. 주말 휴일이면 국·지방도에는 자전거 라이더들로 차고 넘친다. 훈련 나온 선수들이 아니다. 둘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는 것은 부부인 경우가 많다. 10여명 떼를 이룬 여성 동호인, 혼성 동호인 등이 길가를 줄지어 달리는 풍경은 아름답고, 살맛나는 인생의 여유가 느껴진다. 전주 주변의 화산이며 모악산에 가면 자전거를 타고 산악을 누비는 마니아들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자전거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날리고, 육체적 건강도 다진다. 세상은 자전거 라이더들의 천국이다. 그런데 광복 70년을 맞아 바라보는 자전거는 대한민국에게 씁쓸한 존재다. 국산 자전거의 자존심 삼천리가 1952년부터 자전거를 생산하고, 3000억 원 정도로 알려지는 국내 완성자전거 시장을 삼천리 등 3사가 과점하고 있지만, 세계 최고의 자전거 변속기 생산업체 시마노사의 변속기 등 대부분 수입부품을 조립생산하는 수준이라는 사실 탓이다. 한국이 조선업과 반도체 등 몇 몇 분야에서 일본을 넘어 세계 1위라고 큰소리치지만 자전거 변속기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것이 요즘 한국이라는 사실도 알아야 한다.

  • 오피니언
  • 김재호
  • 2015.08.20 23:02

폭침된 귀국선 우키시마마루호

70년 전, 일본이 항복을 선언한지 1주일 뒤인 1945년 8월 22일. 일본 북동부 아오모리현 오미나토항에서 조선인 강제징용 노동자와 가족 8500여명을 태운 일본 해군 특별수송선 우키시마마루호가 부산을 향해 출항한다. 귀국선 1호인 우키시마마루호는 이틀 뒤인 24일, 돌연 선수를 돌려 교토부 마이즈루항으로 기항하던 중 큰 폭발과 함께 침몰하고 만다. 당시 마을 축제를 준비하던 마이즈루 주민들이 이 광경을 목격하고 어선 등을 이용해 구조에 나선 결과 1500여명을 구조했다. 하지만 해방의 기쁨을 안고 귀국길에 올랐던 7000여명은 배와 함께 수장되고 말았다. 사건 발생 1주일 뒤, 오미나토 해군 사령부는 한국인 3725명과 일본 해군 승무원 255명이 우키시마마루호에 승선했으며 이 중 한국인 524명과 일본 해군 25명 등 549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선채 인양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도 승선자 명부도 공개하지 않은 채 사망자 숫자를 발표한 것은 엉터리 조작에 불과하다는게 생존자들의 증언이다. 더욱이 일본 정부는 정확한 폭발 원인에 대한 규명조차 하지 않아 의혹을 키웠다. 일본은 미군이 설치한 기뢰에 인한 폭침이라고 결론을 내렸지만 의문은 더 증폭됐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기뢰 폭침시 물기둥이 치솟아 올라야하지만 이 같은 현상이 전혀 없었던 데다 두동간난 선체가 안에서 밖으로 휘어져 있었고 배 밑바닥에 360톤에 달하는 돌더미가 쌓여 있었다는 것. 여기에 300여명에 달하는 일본 해군이 폭발 직전 보트로 탈출했다는 점도 고의적 격침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무엇보다 원인 규명과 희생자 수습을 위해선 선체 인양과 사체 발굴이 중요함에도 일본 정부는 유가족들의 줄기찬 요구를 무시한 채 우키시마마루호를 바다 속에 방치했다. 그러다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고철 회수를 위해 우키시마마루호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시켜 해체한 후 조각난 선체를 끌어올려 인양했다. 이 과정에서 배 안에 남아있던 많은 사체들이 유실되었으며 370구의 유골만 수습됐다. 더욱 가관인 것은 이들 희생자들의 위패를 일본 전범자들 위패가 보관된 야스쿠니신사에 함께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우키시마마루호 참사는 1912년 북대서양에서 발생한 타이타닉호의 희생자 1523명을 크게 웃도는 대사건임에도 세계 해난사고에 전혀 기록이 없다. 광복 70년을 맞았지만 우키시마마루호 폭침은 아직도 제대로 된 진상규명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완전한 광복은 우키시마마루호 희생자 7000명을 비롯 600만 명에 달하는 강제징용자와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선결돼야만 가능하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15.08.19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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