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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신선한 '내 탓' - 이경재

'군자 구제기, 소인 구제인'(君子 求諸己, 小人 求諸人) "군자는 자기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 논어 '위령공' 편에 나오는 말이다. 훌륭한 사람은 잘못의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지만 소인배는 항상 남한테 미루고 자기한테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네 탓, 내 탓 하는 사람의 도량 차이를 적시한 말이겠다.천주교 고백송에는 네 탓이 없다고 한다. 오직 내 탓만 있다. '모든 것이 마음 먹기에 달려있다'는 불가의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 사상도 따지고 보면 내 탓을 강조한 말이다. 2년 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 지난해 입적한 법정 스님 등이 일반 대중들의 내 탓 인식을 일깨운 분들이다.내 탓으로 돌리면 잘못의 원인도 잘 보이고 다시 잘못하는 일도 드물게 되지만 잘못을 남한테 돌리면 원인이 잘 보이질 않고 잘못도 반복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내 탓을 인정할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용렬한 사람은 네 탓만 일삼는다.토지주택공사(LH)를 경남에 통째로 넘긴 정부는 스스로 약속한 원칙을 파기했다.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전북은 LH 유치 무산 같은 치욕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제는 원칙과 상식의 나라를 꿈꿨던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주기였다. 이 시기가 그의 시대였다면 'LH 사태' 같은 황당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정책이 힘의 논리로 결정되는 세상은 '사람 사는 세상'이 아니다. 원칙과 상식을 깨고도 이 정부는 사과 한마디 없다. 내 탓이 없으니 소인배 정부 아닌가.그런데 작년 도지사 선거때 'LH 전주 일괄배치' 공약을 내건 정운천 전 장관이 죄인 퍼포먼스를 펼쳤다. 약속을 지키지 못한 걸 죄인 심정으로 도민한테 사죄하고 나섰다. 지난 19일부터 호남제일문, 전북대, 객사, 한옥마을, 도청사, 롯데백화점 등에서 하얀색 한복을 입고 함거(檻車=죄수를 이송하기 위해 수레 위에 만든 감옥)에 갇혀 석고대죄해왔다. 오늘은 '도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다.네 탓만 하는 세상에 내 탓을 인정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나선 그가 신선하게 느겨진다. '쇼!'라고 폄훼하는 정치인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는 그에게 묻는다. "함거 속의 죄인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단 한 번이라도 그런 모습 보여 주었느냐"고. / 이경재 논설위원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11.05.24 23:02

[오목대] 강남(江南) 좌파(左派) - 장세균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새로운 단어가 하나 생겨났다. 소위 '강남 좌파'라는 단어다. 서울 강남은 한강의 기적과 함께 생겨난 신흥도시다. 한 때의 논밭이 빌딩숲으로 바뀌면서 주로 고소득자들이 모여사는 부자촌이 된 것이다. 한국의 '비버리 힐'이 되었다.미국의 부촌인 '비버리 힐'은 한국 교포가 많이 거주하는 로스엔젤레스 서쪽 태평양 연안 가까운 곳 주택지구에 미국 거부들이 숲속의 대저택을 짓고 사는 지역이다. 얼마전에 죽은 엘리자베스 테일러 등, 특히 할리우드의 유명 배우들이 주로 모여사는 지역이기도 하다.서울 강남의 고등학교 졸업생들이 서울대 합격자의 약 30%를 차지하고 사법연수원 졸업생 중에 판검사로 임용된 사람의 30%가 강남지역 고등학교 출신이라는 통계도 있다. 서울 강남은 부촌(富村)일뿐만 아니라 교육특구이기도 하다.'강남 좌파'는 잘 살면서도 사회복지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공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강남 좌파'는 긍정적 면보다는 부정적 면을 띠고 있기도 하다. 미국에서는 잘 살면서도 복지나 하류층에 애정을 가진 사람을 빗대어 '리무진 좌파'라고 한다. 리무진 자동차는 미국 부호들의 상징이기도 하다.영국에서는 잘 사는 좌파를 빗대어 '샤르도네이(chardonnay) 사회주의자'라고 하는데 '샤르도네이'란 쓴맛을 내는 백포도주를 말한다. 백포도주가 보기는 좋지만 맛이 쓰면 별 의미는 없을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잘 사는 좌파를 '캐비어 (caviar) 좌파'라고 말한다. '캐비어'는 철갑상어 알을 소금에 절인 것을 말하는데 철갑상어는 비싸기로 유명하지만 소금에 절였으니 먹기가 곤란할 것이다. 네덜란드에서는 '살롱 좌파'라고 한다.한국의 강남 좌파는 공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자기 자녀들은 유명 사립학교에 보내기도 하며 자본주의 제도를 비판하면서도 자본주의 장점을 즐기는 생활을 한다. 반미(反美)를 외치면서도 자기 자녀들은 미국에 유학을 보내고 미국 대학 학위증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들의 슬로건이 가난한 자들의 고통과 굶주림을 진정으로 이해 못하기에 그들의 정책은 공허할 뿐이다. 현실과 접목된 강남 좌파를 기대한다./ 장세균 논설위원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11.05.23 23:02

[오목대] 죽음 준비 - 조상진

'관촌수필'로 유명한 소설가 이문구는 2003년 위암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의료진으로 부터 "말기여서 가망이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자 "마무리할 게 있다"면서 허락을 얻어 이틀간 집에 다녀왔다. 3년 전 100만 원에 계약한 동시집 원고를 마무리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보름 후 62세로 세상을 떴다.임종에 앞서 그는 가족들에게 이렇게 유언했다. "혼수상태가 되거든 이틀을 넘기지 마라. 소생하지 않으면 엄마, 동생 손 잡고 산소호흡기를 떼라. 문학상 같은 것은 만들지 마라. 기일에는 제사 대신 가족이 모여 식사나 해라. 여한 없이 살다 간다." 그는 고향인 충남 보령의 관촌 소나무 숲에 한 줌의 재로 돌아갔다.평생 '무소유'를 실천한 법정 스님은 한 술 더 떴다. 지난 해 3월 입적하면서 장례식을 못하게 했다. 여기에 더해 유언장에서 "그 동안 풀어 놓은 말 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 가지 않으려 하니, 부디 내 이름으로 출판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주십시오."라고 밝혔다.이에 따라 영혼을 맑게하던 책 30여 권이 서점가에서 사라졌다. 이같은 죽음은 요즘 식으로 말하면 '스마트'하다. 깔끔하게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결정한 것이다.깔끔하기는 혼불의 작가 최명희도 마찬가지다. 그는 1998년 임종 자리에서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참 잘 살다 갑니다"라는 필담을 남기고 떠났다. 17년간 오직 '혼불'에 매달려 10권의 문화유산을 남긴지 2년 뒤였다. 당시 51세였다.불모상태의 한국고고학을 이끌었던 김원룡 서울대교수는 "수의를 입히지 마라. 평소에 입던 옷 가운데 한벌 입혀, 화장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1993년의 일로, 당시만 해도 그리 하기가 쉽지 않던 시절이었다.얼마 전 신부전증으로 세상을 뜬 환자가 1주일 병원 입원비로 6000만 원이 들었다고 한다.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고통스럽게 목숨만 유지하다 간 것이다.흔히 말기암 등으로 임종을 앞둔 환자는 본인보다 가족들의 만족감을 위해 끝까지 항암치료를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남아있는 사람들이 할만큼 했다는 위안감 때문이다./ 조상진 논설위원요즘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환자의 심폐소생술 및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사전의료의향서 쓰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잘 죽는 것(well dying)이 중요해지고 있다.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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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20 23:02

[오목대] 한자교육 - 장세균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한국어문회관에서 열린'올바른 어문생활과 한자교육'주제 발표회에서 우석대 총장을 지냈던 라종일 박사가"한자를 모르는 젊은 세대들은 한자사용을 기피할뿐만 아니라 한자를 혐오한다"고 말하면서 우리문화의 근저에는 한자로 된 동양의 고전작품들이 자리하고 있고 한자를 제대로 구사할수록 아시아 문화를 선도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내용의 강의를 했다.우리말의 70%가 한자로 된 단어이고 과학용어의 90%가 한자에서 비롯됐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어 있다. 그래서 한자를 모르는 것은 우리말도 제대로 모른다는 것도 된다. 한자를 모르는데서 일어나는 부작용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서울대학생의 60%가 전공과목에 나오는 기본 단어의 뜻도 잘 모른다는 조사도 있다. 학문에 쓰여지는 단어는 더욱 한자에서 비롯된다.'부창부수(夫唱婦隨)'를 학생들에게 읽으라고 하니까 '아버지가 창을 부순다'고 답변을 하는 등 웃지 못할 일화도 많다. 흔히 사용되는 '배수진(背水陣)'을 '부수차'로 읽는 학생들도 엄청나게 많다. 한자에 얽힌 일화는 한이 없다.여기에다 설상가상으로 관공서까지도 한글마저 무시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동사무소'라고 해야 할것을'동 주민센터'라고 표시해 어쭙잖게 영어를 사용한다. 'Buy 전북상품'이라는 말은 전북도가 내걸은 표어이다. 이것 역시도 어쭙잖은 영어표기이다. 영어단어 몇자가 들어가야 단어의 품격이 올라가는 줄로 착각하고 있다.2002년부터 역대 교육부 장관을 지낸 13명이 대통령에게 초등학교 때부터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건의했으나 묵묵부답이라고 한다. 1970년부터 한자가 교과서에서 사라졌다. 박정희 대통령의'한국식 민주주의'가 한자를 학교 현장에서 추방했다고 본다. 북한은 초등학교때부터 3000자의 한자를 가르치고 있다. 일본 역시도 2000자의 한자가 기본이다.국어학자 진태하 교수는 한자도 우리민족인 동이(東夷)족이 만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라는 신문에 나와 중국 네티즌들의 분노를 산 일도 있다. 이미 서울 강남의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한문공부를 시키고 있다. 우리의 언어정책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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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19 23:02

[오목대] 지역주의 파고 - 백성일

20년만에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가 내년 동시 치러진다. 집권당인 한나라당은 4.27 재 보선에서 민심이반이 드러나 완패했지만 또 지지층을 결집해 정권 잡으려고 절치부심한다. 민주당 등 야권은 정권교체를 위해 절호의 기회라고 여기고 집권당의 실정을 최대로 부각시켜 중도와 진보층을 결집해 나갈 것이다. 이미 여야의 선거운동은 시작됐다. 대통령 임기중 실시되는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한 것은 국정운영의 실패와 집권세력의 오만과 독주의 반사이득을 톡톡히 봐 왔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정책이 좋고 옳아서 지지를 받은 것이 아니다. 상대의 실수 탓이다.여태껏 대통령과 국회의원 선거는 지역주의를 바탕으로 치러졌다. 정치인들 만큼 지역주의를 표 모으는데 교묘하게 이용하는 사람도 없다. 앞에서는 지역주의를 철폐해 나가겠다는 사람이 막상 후보가 되면 생각을 확 바꾼다. 지역감정을 자극하면 훨씬 표 모으기가 쉽기 때문이다. 특별한 전술과 전략도 필요 없다. 지역감정만 적절하게 이용하면 돈 많이 안들이고 당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LH문제로 지역감정만 또다시 깊어졌다. LH가 경남 진주로 일괄 이전해 갔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가 어떻게 설득해도 도민들은 수긍하지 않는다. 반발만 살 뿐이다.철썩같이 믿었던 분산배치안이 수포로 돌아 갔기 때문이다. 정부의 결정은 고도의 정치적 발상에 의해서 결말 났다.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로 영남권이 들썩이는 판에 이를 달래기 위해 진주혁신도시에다 통째로 당근을 안겨준 것이다.전북은 결국 닭 쫓던 개 지붕쳐다 보는 꼴이 됐다. 또다시 정치적 고도(孤島)로 전락했다.처음부터 전북으로 줄 의사가 없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들자니 무겁고 놓자니 깨질 것 같은 LH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끝매듭지어야 할지 고민스럽다. 지역주의만 더 고착화 시킨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설령 석패율이 도입되어도 지금 같아서는 한나라당 후보는 어림 없다. 민주당은 오히려 전북에서 더 결집되는 계기를 만들었다.전국 정당화를 표방한 민주당이 LH문제를 당론으로까지 채택한 터라 자칫 지역당 이미지가 덧칠해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 선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이번 일로 내년 선거가 더 지역감정을 받는 선거로 끝날 수 있다. 그래서 호남에서 민주당 물갈이 공천은 필요하다./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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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18 23:02

[오목대] 말로만 사즉생? - 이경재

어제 전북일보 1면에 실린 정종환 국토부장관의 사진 한장. 지난 13일 국회 국토해양위에 '토지주택공사(LH) 경남 진주 일괄이전' 방침을 보고하러 왔다가 최규성 장세환 의원한테 호통 당하는 모습이다.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으면 일국의 장관이 말 한마디 못하고 눈을 내리 깐 채 입을 굳게 다물고 험한 소리를 듣고 있어야 했을까. 일을 잘못 처리하면 정부가 국민한테 혼쭐나는 상징적인 사진이다. 얼마전 자신 임기중에 LH 문제를 마무리하겠다던 소신은 온데간데 없이 꼭 죄인의 모습이다.하긴 이명박 대통령(MB)의 뜻이지 장관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하는 동정론도 있다. 그렇긴 해도 LH 통합후 지난 18개월간 전북과 경남을 줄타기하며 이중성을 보여온 건 비겁하다. 6급 주사 쯤이라면 모르되 한 나라의 정승이란 분이 원칙도 줏대도 없이 처신했다면 이런 나라에 사는 국민들이 오히려 쪽팔릴 일이다. 에라잇, 퉤퉤퉤!각설하고, 지방이 들끓고 있다. 동남권신공항 무산, 과학벨트 입지 혼란, LH 몰아주기 탓이다. 영남권에선 정권퇴진, 'MB 심판' 혈서가 등장했다. 'MB는 지구를 떠나라'라는 모형 로켓포까지 쏘아올려졌다. 전국 곳곳에서 농성과 삭발, 단식이 이어지고 있다. 역대 이런 정권도 없다.LH를 통째로 경남에 뺏긴 전북 역시 '사기정권' '깡패정권'이라며 격렬히 항의하고 있다. 김완주 지사와 장세환 의원, 도의원에 이어 어제 최규성 의원이 또 삭발했다. 삭발 유행?'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의 조선시대 같으면 그 의미가 각별하겠지만 혈서, 단식, 할복을 경험한 지금 삭발이 무슨 반향을 불러올 수 있을까. 자신을 향한 정치적 입지 강화 차원이라면 모르되 그냥 이벤트에 불과할 뿐이다. 정치인들이여, 삭발은 이제 그만 하시라. 식상하다.춘추전국시대 무패의 장군 오기(吳起 또는 吳子)는 '필사즉생, 행생즉사'(必死卽生, 幸生卽死)라 했고 이순신 장군은 이걸 인용해 '생즉사 사즉생'이라 했다. 사즉생은 배수진을 친 각오다. 그렇다면 직(職)을 던져야 마땅하다. 이것이 사즉생의 각오다. 김완주 지사나 국회의원, 도의원 어느 누구 하나 직을 던지고 배수진을 친 사람이 없으니 진정성이 의심받는 것이다. 지금이 직을 던질 때다. 그것이 부활하는 길이다. / 이경재 논설위원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11.05.17 23:02

[오목대] 베트남과 고려 - 장세균

저출산 고령화의 영향으로 청소년 인구가 해마다 감소하는 가운데 다문화 가정의 학생 수는 큰폭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베트남 처녀와 한국 농촌총각과의 결혼은 이제 새삼스러운 뉴스가 아니다.특히, 베트남 여성이 신붓감으로 선호되는 이유는 베트남이 한국처럼 유교적 전통속에 부모를 공경하는 효심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머릿속의 베트남은 과거에 우리 군대가 파병되어 참전했던 전쟁시절의 그 베트남이다. 그러나 베트남과 우리의 인연은 멀리 고려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베트남인들의 한국 이주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는 것이다.고려시대인 13세기 초에 베트남의 왕족이 한국에 와서 화산(花山) 이씨(李氏)를 창건했다는 것이며 화산 이씨의 창건자는 이용상(李龍詳)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정선(旌善) 이씨(李氏)도 고려시대인 12세기 초에 한반도로 이주해 온 이양혼(李陽混) 이라는 베트남 왕자에 의해 세워진 집안이라는 학설이 새로 등장했다고 한다. 또한 막씨(莫氏)도 14세기 초에 고려를 방문한 베트남인이 그 선조라는 주장이 학계에 제출되기도 했다.베트남 왕족에 의한 화산 이씨의 창건에 관해 흥미를 가졌던 사람은 '조선개화비담(朝鮮改化秘譚)'을 쓴 김영건(金永鍵)과 '13세기경 안남왕자의 고려 귀화'라는 논문을 쓴 최창수라는 민속학자이다.1992년 한국과 베트남의 국교가 재개된 후 베트남의 신문 '라오동 (Lao Dong)'지는 1994년 11월 24일자 지면에 13세기 초에 베트남 왕자 '리롱뜨엉'이 고려에 정착하여 화산 이씨를 창건했다는 것과 한국에 사는 '리롱뜨엉'의 32대 후손인 이창근씨가 화산 이씨 족보를 베트남 하노이 국립대학교 국제문화교류센터에 전달했다는것을 보도했다고 한다.'리롱뜨엉'이 한국말로 바꾸어 고려 때의 이용상(李龍詳)이 된 것 같다. 막씨(莫氏)의 조상도 '막딘(Mac Ding)'이라는 이름의 베트남 사람이라는 것을 베트남의 국립역사연구원 원장이었던 '반따오'가 논문을 통해서 주장한 바도 있다고 한다. 고려는 조선과 달리 대외관계와 대외무역의 범위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넓었던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더이상 베트남 신부를 낯설게만 보아서는 안될 것 같다./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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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16 23:02

[오목대] 성년의 날 - 조상진

"대체 어른의 세계란 어떤 것일까? 비단상자를 여는 때처럼 황홀한 것일까? 아버지가 들려 준 마술사의 이야기처럼 신비한 것일까? 술만 먹고 산다는 독사처럼 징그럽고 무서운 것일까?"최정희가 1953년 쓴 장편소설 '녹색의 문'에 나오는 대목이다. 지금과 트렌드가 달라 비유가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성인이 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황홀하고 신비스럽고 무서운 것일 수 있다. 아니면 그럭저럭 하다 어느새 성인이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16일은 성년의 날이다. 정부가 젊은이들에게 성인으로서의 자각과 긍지, 사회인으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일깨워 주기 위해 제정한 기념일이다.성년관련 의식은 옛부터 있어 왔다. "마한에서는 소년들의 등에다 상처를 내어 줄을 꿰고 통나무를 끌면서 그들이 훈련받을 집을 지었다"는 기록 등이 그것이다. 이후 고려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중류 이상에서는 보편화되었다. 그러다 조선 말기의 조혼 경향과 개화기 단발령 이후 서서히 사라졌다.성년의 날이 제정된 것은 1973년이지만 전통적인 성년식에 해당하는 관례(冠禮)는 조선의 4대 전통생활 의식인 관혼상제 가운데 첫번째 의식이었다.남자는 땋아 내렸던 머리를 올려 상투를 틀고 관을 씌운다는 뜻으로 관례라 했고 여자는 머리를 올려 쪽을 찌고 비녀를 꽂는다는 뜻으로 계례라 했다.지금처럼 20세로 고정된 것도 아니었다. 관례는 15-20세 사이, 계례는 15세 되는 해 정월에 날을 정해 치렀다. 본받을 만한 어른을 모시고 3일 전에 조상의 위패를 모신 사당에 아뢴 후 행사를 진행했다. 남자는 행사가 끝나면 아명(兒名)을 버리고 자(字)를, 여자는 당호(堂號)를 지어줬다. 이 때부터는 낮춤말인 '해라'에서 보통말인 '하게'로 높여 불렀다. 또 전에는 절을 하면 어른이 앉아서 받았지만 답배를 해야했다.이웃 일본은 성년의 날인 1월 8일을 국경일로 기념하고 있다. 18세가 된 젊은이들이 기모노를 입고 사진관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선물로 아들에겐 지갑, 딸에겐 핸드백을 선물한다. 이때 재물운이 따르기를 기원하는 뜻에서 1만엔을 넣어준다.이같은 성년의 날이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선 성인식으로 둔갑해 대학가 주변 모텔이 만원이라고 한다. 금기를 뛰어 넘음으로써 어른이 됐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이날이 어른될 준비를 하는 날이었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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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13 23:02

[오목대] 관타나모 - 장세균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는 데는 쿠바에 있는 관타나모 해군기지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테러리스트들의 정보가 결정적 단서를 제공했다고 한다. 관타나모는 쿠바 남동부에 있는 관타나모주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이 도시에 미국 해군이 주둔하고 있다고 한다.관타나모의 역사는 다음과 같다. 1498년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관타나모만(灣)'에 유럽인으로서는 최초로 상륙했고 그후 스페인이 관할하였다가 1898년 미국과 스페인의 전쟁에서 미국이 승리하자 미국령(領)이 되었다. 그후 1902년 쿠바가 독립하자 미국은 쿠바 정부에게 매년 금화(金貨) 2천개를 지급한다는 조건으로 영구 임대조약을 맺었다.1959년 공산주의자인 카스트로가 정권을 장악하자 관타나모 미 해군기지 주변에는 철조망과 지뢰가 설치되었고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다. 쿠바의 카스트로는 관타나모의 반환을 미국측에 요구했으나 미국은 전 정권과 맺어진 영구임대 조약을 근거로 반환하지 않고 지금도 금화 2천개를 쿠바에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쿠바는 그럴 때마다 금화 수취를 거부하며 항의도 했다고 한다.2001년 미국의 조지 부시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2002년 1월부터 미국이 아프카니스탄 등지에서 체포한 테러조직 관련 인물들이 이곳에 수감되었다. 미군은 이곳이 미국 헌법에서 치외법권이라는 점을 이용하여 비인간적 고문을 했다는것이 공개된 비밀이었다고 한다. 이 곳에서는 강압적 수단 즉, 고문으로 얻은 진술도 증거로 채택되는 특별한 곳이다.유엔 등은 제네바 조약 위반이라며 미국에 항의했으나 부시 대통령은 이들이 군인도 민간인도 아닌 테러리스트라고 했다고 한다. 수감자들 중에는 무고한 사람들도 많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년안에 이 기지를 폐쇄하라고 지시했으나 미국 의회의 동의가 없어 실행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여러 인권단체로부터 이 곳이 인권 사각지대라고 비판을 받고 있으며 수감자들은 가족과도 연락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며, 설사 수감자들이 가족에게 편지를 보낸다 하더라도 이 곳 생활에 관한 내용의 글은 모두 삭제된 채 전달되기 때문에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는다고 한다./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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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12 23:02

[오목대] 정치논리 - 백성일

우리나라는 3권분립을 채택하지만 대통령 권한이 막강하다. 국회가 견제하지만 대통령이 맘만 먹으면 무소불위의 힘을 쓸 수 있다. 지금처럼 여대야소 국회하에서는 대통령의 의지대로 국정운영을 할 수 있다. 4·27 재·보선에서 민심이반으로 한나라당이 완패했지만 책임지는 모습은 안보인다. 회전문 인사라는 비난을 받고서도 5개 부처 장관을 자기 사람으로 지명한 것만 봐도 대통령의 힘을 느낄 수 있다.MB정권은 철처하게 승자독식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고소영 내각이란 원성도 샀지만 개각 때마다 그네들의 잔치로 끝났다. 국민과의 소통이 한낱 사치품처럼 보인다. 워낙 인맥이 마당발이라 아직도 선거 때 자신을 도왔던 사람들 챙겨주기도 바빠 보인다. 이런 상황하에서 호남 사람들 아니 전북 사람들을 챙겨 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가 무리일 것이다. 그간 호남사람 한테는 구색맞추기식 정도로 그쳤다.급물살을 탄 LH본사 이전지 결정도 그렇다. 당·정이 경남 이전설을 흘리고 있지 않은가. 각본에 따라 치고 빠지는 교활한 수법을 쓰고 있다. 떳떳치 못한 행동이다. 그간 상황논리에 따라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이 말 바꾸기를 해 전북 사람들을 힘들게 했다. 김완주지사나 장세환 국회의원이 삭발 투쟁에 나선 걸 보면 그 강도를 알 수 있다. 잠자는 사자 코 털 건드리는 식이 돼 버렸다. 분산배치를 들먹이다 나중에 일괄배치를 밝혀온 정장관이 일을 망친 장본인이다.동남권신공항 백지화와 과학비즈니스벨트, LH본사 이전 문제가 패키지로 묶여져 갈등을 키웠다. 정부로서도 이 문제를 잘못 풀었다가는 큰 저항에 직면할 수 있다. 이 문제들의 저변에 지역정서가 강하게 깔려 승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LH문제를 당론으로 채택하면서 정부를 압박하는 것도 결코 모양새는 안좋다. 지역감정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정권들이 지방공항을 건설할 때마다 정치논리를 명분 삼았다. 경제성을 따지면 필요 없는 공항을 지역이기주의 내지는 정권 실세들의 놀음에 따라 하나씩 챙겨갔다. 전북은 민주당 지역정서에 함몰돼 대선이나 총선 때마다 한나라당에 표를 안줬다. 표 안준 걸 정치적 잣대로 삼아 LH를 결정하면 전북 사람들은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왜 정부가 혁신도시를 건설했는가를 따지면 그 답은 명백하다./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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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11 23:02

[오목대] 부처님 오신 날 - 이경재

석가모니(釋迦牟尼). 석가는 민족의 명칭이고 모니는 성자란 뜻이다. 인도 히말라야 산기슭의 작은 나라 왕자로 태어난 싯타르타는 아홉살 때 왕궁 성벽 너머의 현실을 보고 삶의 전향점을 맞게 된다. 왕궁 안에는 마치 헐리우드의 영화셋트장처럼 병자· 빈민· 노인들은 모두 치워져 있었지만 바깥 세상에는 생노병사의 고통스런 현실이 적나라했다.세상의 새로운 모습을 본 싯타르타는 29세에 고(苦)의 본질을 찾아 처자와 왕자의 지위를 버리고 출가한다. 서른 다섯살에 정각(正覺)의 경지에 도달해 부처님이 되었고 45년동안 설법과 교화에 힘썼다.그가 깨달은 건 삶의 고통의 원인이 욕망과 집착에서 비롯된다는 것이었다. 욕망과 집착은 마시면 마실수록 갈증을 느끼는 바닷물과 같은 것이다. 그래서 원하는 것과 실제 사이에는 항상 불일치가 생긴다. 그렇지만 집착에서 벗어나면 불만과 욕망, 고통과 위선도 제거할 수 있다고 믿었다.이게 어디 쉬운 일인가. 일반 대중은 평생을 욕망과 집착 속에 산다. 명예·돈· 승진· 아파트· 부동산· 감투 등 머리 속이 욕망과 집착으로 가득차 있으니 삶 자체가 고통의 연속이다. 그래서 누군가 '인생은 고'(苦)라고 했다.'추한 노인을 보고 혐오감을 느끼지만 어느 누구도 노인이 되는 걸 피할 수 없고, 병에 걸리는 것 역시 피할 수 없으며,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 하며 죽기를 바라지 않지만 죽음은 누구한테나 반드시 닥쳐온다'는 걸 머리속에 두고 사는 것만 해도 깨친 인간이 될 것이다.법정 스님은 버리고 비우는 일은 지혜로운 삶이라고 했다. "무엇을 차지하고 채우려만 하면 사람은 거칠어지고 무디어진다. 맑은 바람이 지나갈 여백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함께 사는 이웃을 생각하지 않고 저마다 자기 몫을 더 차지하고 채우려고만 하기 때문에 갈등과 모순과 비리로 얽혀있다."('버리고 떠나기'에서)철학자 칸트는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향해 치닫는 존재'라고 했다. 그런데 유한자(有限者)라는 걸 모르고 사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러니 욕망과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소통도, 화합도 하지 못하는 것 아니겠는가. 오늘은 부처님 오신 날이다. 집착에서 벗어나 자비심이 온누리에 가득하길 기원한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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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10 23:02

[오목대] C세대 - 장세균

C세대란 컴퓨터가 발명된 때에, 그리고 컴퓨터의 보급이 일반화된 때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그리고 C세대란 반도체 칩(chip)과 카드(card), 케이블(cable) 속에 사는 사이버(cyber)세대를 말하기도 한다.사이버 공간을 통해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접촉하고 성장해가는 C세대는 현실보다 컴퓨터 모니터에 나타나는 가상의 세계가 더 현실적이고 가상의 공간에서 오히려 더 자유를 느낀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질서를 변화시키려는 세대이기도 하다.C세대는 사이버 공간에서 모든 일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사이버 공간에서 학점을 따기도 하고 회의도 하고 상품거래도 한다. 여기에는 장점도 있다. 그 장점 중의 최고는 순발력이다. 수험생이나 취업 지망생들이 직접 학교나 회사에 가지 않고도 원서를 접할 수가 있고 은행에 가지 않고도 모니터 앞에서 입금이나 출금을 할 수있으며 온갖 예약도 할 수가 있다.이렇게 해서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만 과연 C세대들이 진정으로 여유를 갖는지는 의문이 간다. 컴퓨터의 순발력이 경쟁사회에서 경쟁의 끈을 느슨하게 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사이버 공간에서 더 치밀하게 더 조직적으로 통제당할 운명에 처할 수도 있다. 사실 사이버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행위의 핵은 무엇보다도 시공(時空)을 초월한 '만남' 일것이다. C세대는 몸을 보고 느끼지 않고도 사귄다.특수한 장비만 있으면 사이버 공간에서 몸의 접촉 없이 섹스를 즐길 수도 있다. 표면상으로는 사이버 공간을 통해 우리의 욕망을 실현해 가지만 실제로는 사이버 공간이 새로운 욕망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정보사회에서 욕망의 실현과 생산은 극에 달한다. 정보사회에서 욕망이라는 화두는 신체의 속성이라기 보다는 소비를 조장하는 사회의 속성이 되고 만다.사실상 소비를 주체적으로 결정한다기 보다는 기업에 생산의 여러 조건을 확보해주는 꼴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정보사회에서 가장 잘 나가는 C세대도 내일의 그림은 불안할 뿐이다. C세대의 사고방식이 기성세대와 다른 것은 이런 사회적 조건 때문이기도 하다./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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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09 23:02

[오목대] 건강가정 - 조상진

5월에는 가정과 관련된 기념일이 유난히 많다. 5일이 어린이날, 8일이 어버이날이다. 11일은 입양의 날, 15일은 스승의 날이자 가정의 날, 16일은 성년의 날이다. 또 21일은 부부의 날, 22일은 가정위탁의 날, 25일은 실종아동의 날이다.이처럼 기념일이 많아서인지 정부는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2004년에 제정된 '건강가정기본법'에 의해서다. 가정의 중요성을 고취하고 개인·가정·사회의 적극적인 참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여기서 건강가정은 가족 구성원의 욕구가 충족되고 인간다운 삶이 보장되는 가정을 말한다. 이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정문제의 해결방안과 지원정책을 강화할 책임이 있다. 출산과 육아는 물론 가족 구성원의 건강과 소득보장 등 경제의 안정, 주거생활, 양성평등한 가족관계 증진 등에 힘써야 한다.하지만 갈수록 건강가정이 줄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산업화 도시화로 가족개념도 급격히 변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독거노인 등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25%에 육박하고 미혼모와 한 부모 가정 등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난과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이혼율이 증가하고 다문화 가정도 꾸준히 늘고 있다. 또한 멀쩡해 보이는 가정도 가족간 대화부재, 아동학대, 약물중독, 가정폭력, 자살, 황혼이혼 등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그러나 가정은 개인 행복의 원천이요, 국가의 뿌리다. 어떤 이유에서도 지켜져야 할 공동체다. 제 아무리 큰 성공을 거두었다 해도 가정의 울타리가 무너지면 행복은 물거품이다.그런 의미에서 여성가족부가 슬로건으로 내건 '변하지 않는 가치, 바로 가족입니다!'는 적절하다.가정의 달을 맞아 1954년 김수영이 쓴 '나의 가족'을 되새겨 본다."제각각 자기 생각에 빠져 있으면서/ 그래도 조금이나 부자연한 것이 없는/ 이 가족의 조화와 통일을 / 나는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냐// 차라리 위대한 것을 바라지 말았으면/ 유순한 가족들이 모여서/ 죄없는 말을 주고받는/ 좁아도 좋고 넓어도 좋은 방안에서/ 나의 위대의 소재를 생각하고 더듬어 보고 짚어보지 않았으면// 거칠기 짝이 없는 우리 집안의/ 한없이 순하고 아득한 바람과 물결/ 이것이 사랑이냐/ 낡아도 좋은 것은 사랑뿐이냐"/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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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06 23:02

[오목대] 신 모계사회 - 장세균

인류역사는 반복적 형태 속에서 발전하는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급진적 경제 성장은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사회현상을 빚어내고 있다. 경제성장의 과실은 여성의 인권신장과 여성의 사회적 지위향상, 그리고 가정내에서의 위상에도 많은 변화를 주었다. 한국에서도 여성 고학력자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전국의 대학교 대학원에서 여성의 석사학위 취득률이 남성과 거의 비슷한 49% 정도라고 한다. 그리고 올해 사법연수원 과정을 마치고 검사로 임명된 여성 검사가 남자 검사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사회에서 검사나 판사의 사회적 지위는 상당하다.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요즈음 젊은층의 가족 개념에도 많은 변화가 있음이 감지되었다.가족이라는 개념 속에는 아버지쪽 친가(親家)보다는 어머니쪽 외가의 외할아버지·외삼촌 등이 가족으로 더 강하게 의식된다고 하였다. 사회적 중심축이 여성에게로 그리고 가정에서도 어머니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가 생각된다.중국의 운남성(雲南省)은 소수민족이 많다고 한다. 중국의 56개 소수민족 중 25개 소수민족이 운남성에 살고 있다. 그 중에 모쒸족은 아이가 태어나면 어머니 성(姓)을 따르고 재산은 어머니에게서 맏딸에게로 대물림된다고 한다. 딸이 없을 경우 재산은 맏며느리에게 대물림된다.역사속의 원시 공동체 사회는 모계사회로 알려져 있다. 신석기 수렵채취 시대에 남자는 사냥을 나갔으며 사냥 중 맹수에게 당해 집에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위험한 일에 노출되지 않았던 여자는 가정을 지키다보니 여성중심 사회가 되었던 것 같다.청동기 시대가 되면서 농기구의 발달로 대단위 농경이 가능해졌다. 농사는 단연 육체적 힘이 필요했기에 남성의 역할이 절대적이 되면서 생산수단이 남성 전유물이 되었다. 농경사회는 남성위주의 사회였고 가정에서는 가부장이 되었다.21세기는 지식의 사대라고 한다. 지식을 터득함에 성(姓)이 필요없게 되었다. 한국사회 여성의 힘이 늘어나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모계사회로의 이행이 아닌가 한다./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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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05 23:02

[오목대] 먹자판 축제 - 백성일

요즘 날씨가 유혹한다. 5월이 불청객인 황사를 몰고 왔지만 봄은 봄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아 좋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봄이 실종된 듯 보이지만 그래도 꽃 피는 봄이 좋다. 지난 겨울이 너무 추워서인지 올 봄을 기다렸다. 하지만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벚꽃이 다른 때보다 일찍 졌다. 꽃 중에는 벚꽃 만한 꽃이 없다. 화사하기가 그지 없기 때문이다. 벚꽃 원산지는 일본이 아니라 제주도다.5월은 계절의 여왕답게 좋은 날이 많다. 가정의 달이라서 사랑과 평화가 넘쳐난다. 아무래도 5월에는 바깥 나들이가 잦다. 산 들 바다가 아름답기 그지 없어 그 쪽으로 달려간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사람한테는 휴식이 필요하다. 삶이 긴장의 연속이라서 더 그렇다. 예로부터 우리 민족은 굿을 즐겨왔다. 삼국지 위지 동이전에 보면 부여의 영고(迎鼓) 고구려의 동맹(東盟) 예의 무천(舞天)이 굿의 어원이다. 굿은 축제다.전국 시·군·구에서 치러지는 지역 축제는 자그만치 1178개나 된다. 1995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기 전만해도 지역 축제는 280개 정도에 불과했다. 그 후 800개 이상이 새로 만들어졌다. 이쯤되니 아예 '축제공화국'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물론 여유가 있어 주민들에게 놀거리·볼거리·먹을거리를 제공한다면 그다지 문제 될 게 없다. 게다가 지역경제에 도움되는 축제라면 금상첨화다.그러나 축제 중에는 과연 축제로 이름 붙일 만한 것인지 고개가 갸웃거려지는 것들도 있다. 추레한 먹거리 장터 수준을 넘지 못하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 비슷비슷한 자기복제식 프로그램으로 축제 명칭만 가리면 도대체 무슨 축제인지 모를 행사도 있다. 풍성한 이야기도 문화적 향취도 따스한 정서도 없는 축제들이 난무한다. 돈은 돈대로 들어가면서 특색 없는 축제들이 많다.각 지역별로 축제를 많이 하는 이유는 단체장이 지역 주민들에게 선심 쓸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지역문화를 창달하고 주민들에게 휴식기회를 준다는 명분도 있지만 그 보다는 유권자들에게 향응을 베풀어 사실상 선거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적은 농촌군은 군수가 축제 기간 중에 거의 유권자를 만날 수 있다. 자기 돈 안들이고 선거운동을 하기에 재·삼선이 그래서 가능하다. 앞으로는 먹자판 보다는 경제성을 따져서 축제를 열었으면 한다./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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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04 23:02

[오목대] 기간제 교사 - 이경재

기간제 교사는 엄연히 교사지만 '정식 교사' 가 아니다. 계약직 교사 또는 임시 교사에 불과하다. 학교와 기간제 교사는 '갑'과 '을'의 관계다. 기간제 교사는 약자다. 목줄을 교장이나 이사장이 쥐고 있다.일부 학교들이 정년 퇴직 등으로 빈 교사 자리를 정규 교사로 채우지 않고 신분이 불안정한 기간제 교사로 때우고 있다. 진이 빠지도록 오랜 기간 기간제 교사 신분으로 놔두는 학교도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현행 사립학교법상 정규 교사를 채용할 때는 서류전형으로 응시자격을 제한할 수 없지만, 기간제 교사는 이런 규정이 없어 입맛에 맞는 사람을 뽑아 쓸 수 있다. 특정인을 기간제 교사로 뽑은 뒤 기득권을 인정해 주면서 나중에 정식 교사로 채용하는 숫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문제는 이 과정에서 커넥션이 오간다는 것이다.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사립학교 교사 채용 단가가 억 단위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몇년 전 까지만 해도 몇천만원 하던 단가가 이제는 억 단위로 뛰어 올랐다고 한다. 기간제 교사 제도가 정규 교사 채용의 징검다리로, 또 채용 비리의 안전판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도내 어느 중학교는 2009년 1명이던 기간제 교사를 올해는 5명으로 늘렸다. 전체 교사의 38.5%가 기간제 교사다. 또 어느 고등학교는 2009년 2명에서 작년엔 4명, 올해는 8명으로 늘려 전체의 16.7%를 기간제 교사로 채웠다고 한다. 도내 117개 사립학교 중 기간제 교사 비율이 10%가 넘는 학교가 16개에 이른다.교육과정 다양화, 교과교실제 추진, 육아휴직제 활성화 등에 따른 기간제 교사 수요가 있지만 검은 돈의 유혹 때문에 기간제 교사를 늘리거나 장기간 방치하는 건 분명 문제다. 해당 학교 교사들은 "무슨 꿍꿍잇속인 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라고 빈정대지만 사립학교 이사장(교장)만 귀를 닫고 있다.대전시교육청이 전국 최초로 공개시험을 통한 '기간제 교사 인력풀제'를 시행키로 했다. 희망자를 대상으로 교과별 전공과 수업지도안 작성 등의 공개시험을 치러 선발한 뒤 이 인력풀에서 임용토록 한다는 것이다. 기간제 교사채용 비리, 무책임한 교수지도 등을 제어하기 위한 조치이다.오죽했으면 이런 방안이 나왔을까. 전북교육청이 벤치마킹 해도 괜찮을 것 같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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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03 23:02

[오목대] 마이클 샌델 - 장세균

마이클 샌델은 하버드 대학의 철학 교수다. 그는 하버드 대학의 수많은 교수 중 한 사람이지만 한국에 많이 알려져 있는 유명 교수다. 그가 근간에 낸 '정의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도덕인가?'라는 저서는 어렵다는 철학의 한 분야인 도덕철학을 알기 쉽게 쓴 명저(名著)이다.한국 EBS 방송에서도 그가 하버드 학생들을 대강당에 모아놓고 도덕 철학을 가르치는 모습을 방송해주고 있다. 철학을 전공하지 않는 일반 학생들을 위한 교양 강좌이지만 내용면에서도 전문성을 벗어나지 않고 일반 학생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명료한 강의를 하고 있다.그가 얼마나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였으면 불과 27세에 하버드 대학의 교수가 되었겠는가. 학창시절, 뜬 구름 잡는 식의 애매모호한 강의를 많이 접했던 필자로서는 현실적인 예를 들어가면서 풀어가는 그의 강의에 매료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도덕 철학 강의를 들었던 학생수가 무려 5만명을 넘어섰다는 기록은 강의의 인기도를 말해준다.인기 강의가 결코 바람직한 강의가 아닐 수도 있다는 반대 논리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인문대학 강단에서 인기 강의가 전체 강의의 몇 %나 될 지 긍금하다. 한국 대학에서의 인문학은 인문학자들의 위기일 뿐, 인문학 그 자체의 위기는 아니다. 한국의 인문학자들은 대부분 현실에 대한 깊은 고뇌가 없기에 살아있는 강의를 하기가 어렵다.마이클 샌델이 쓴 '왜 도덕인가?'라는 저서에 나타난 그의 예를 들어보자. 그는 경제적 도덕문제에 있어서 복권에 대해서 질문을 다음과 같이 던진다. 복권은 미국에서도 국가에서 관장하고 있는데 이것이 도덕에 합당한 것이라면 왜 민간인이 복권을 관장해서는 안되는가이다. 그는 교육현장의 상업주의에 대해서도 메스를 가한다.미국의 기업들이 한창 자라나는 학생들을 예비 소비자로 간주하고 기업 브랜드를 좋아하도록 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무료로, 비디오 또는 포스터나 학습자료들을 제공하는데 학교를 상대로 한 상업주의는 학생들에게 잘못된 선입견과 왜곡된 시각을 갖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이렇듯 도덕 철학을 고원한 이론의 선반위에서 거리의 문제로 끌고 온사람이 마이클 샌델이기도 하다./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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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5.02 23:02

[오목대] 삼성과 전북 - 조상진

전북의 삼성에 대한 본격적 구애는 2000년대 초부터다. 당시 김완주 전주시장은 잘 나가던 정동영 의원을 앞세워 그룹 고위관계자를 만났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투자유치를 부탁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전북출신이 정권을 잡지 않는 한 어렵다"는 것이었다.그때 지역언론에서는 삼성의 전북투자가 인색하다는 얘기가 오르내렸다. 삼성의 제조업분야 23개 대단위 공장 중 수도권 7개, 영남권 8개, 충청권 6개가 있으나 전북에는 1개도 없다는 것이었다. 반면 보험 증권 유통 건설분야에서 해마다 수조 원이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간다는 비난이 일었다.이어 2006년 3월 강현욱 지사는 전북도청에 삼성유치 T/F팀을 만들었다. 그리고 삼성그룹 본사를 방문해 "삼성의 장기투자계획 대상에 전북을 포함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에에 대해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앞으로 그룹 차원에서 신중히 검토해 볼 사안"이라고 답했다. 원론적인 대꾸였다. 때 맞춰 완주군에서는 '완주군 삼성기업유치운동본부'발대식을 가졌다.당시 삼성그룹은 어려운 처지였다. 불법 대선자금 제공과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안기부 X파일 파문 등으로 국민들로 부터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삼성그룹은 사과문을 발표하는 등 고개를 숙였다. 이건희 회장 일가의 사채 8000억 원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뜻도 밝혔다.이후에도 삼성에 대한 짝사랑은 계속되었다. 김완주 지사는 당선과 함께 삼성그룹 상무출신인 김재명씨를 정무부지사로 발탁했다. 2006월 취임한 김 부지사는 짧은 기간 재직했지만 이학수 부회장과 면담을 주선했다. 그리고 김 지사는 지난 해 10월 김순택 부회장을 만나 신뢰를 키워왔다.이러한 과정을 거쳐 삼성은 27일 새만금에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11.5㎢(350만평)에 2021년부터 20년간 20조 원을 들여 풍력 태양전지 연료전지를 포함한 '그린에너지종합산업단지'를 구축하겠다는 내용이다.하지만 여기에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LH 이전과 관련해서다. 공교롭게 LH의 경남 일괄이전 얘기가 나오면서 삼성의 투자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더우기 투자시기도 10년 후여서 더욱 그러하다.어쨌든 삼성의 투자가 현실화돼 새만금 개발의 밑거름이 되었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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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4.29 23:02

[오목대] 유목민 근성 - 장세균

사람의 생각과 사상은 그들의 자연환경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농경민족은 자연의 기후와 계절의 변화에 민감하다. 그러나 자연이 주는 혜택속에 살다보니 성격 자체가 투쟁적이기 보다 순응적이다.옛날에, 아프가니스탄의 오지(奧地) 사람들은 외지로부터 온 사람을 만나면 그들이 무사의 아들인가 농민의 아들인가를 먼저 묻는다고 한다. 농민의 아들이라고 하면 별로 관심을 주지 않았다고 한다. 유목민은 어떠한 불행이 닥쳐도 절망하지 않는다.농경민족인 한국 민족은 실제 상황보다 악화시켜 보고 먼저 절망부터 한다. 세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에서 자살률이 제일 높은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살자가 무려 1만 2174명이었다고 한다. 한해 교통사고로 죽는 숫자보다 더 많은 것이다. 그것도 20대 남자와 10대·20대 여자의 사망률이 훨씬 높다. 이중에 학업성적을 비관해 죽는 청소년도 많다.이런 현상을 유목민족은 잘 이해를 못한다고 한다. 농경민족에 있어서 논밭을 빼앗긴다는 것은 그 모든 것을 박탈당하는 것이 되지만, 유목민족에 있어서는 목초지를 빼앗긴다는 것은 비록 그로인해 가축을 잃기도 하지만 그보다 못한 장소로 이동해서 복수의 날을 기다릴 수가 있다. 그러기에 유목민족인 아프카니스탄, 이란 사람들이나 터키 사람들은 어떤 학교나 회사 입사에 실패하더라도 자신을 인생의 낙오자요, 실패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또 남녀간 사랑에 있어서도 한 쪽이 실연을 당할 경우 복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또 다른 이성을 찾아가면 된다는 식으로 받아들여 깨끗이 잊어버린다고 한다. 또 직장을 잃는 일을 한끼 굶는 정도로 생각해 버린다는 것이다.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추운 극심한 일교차를 극복하면서 사는 유목민들은 어려운 난관이나 장애물을 인생의 당연지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요즈음 젊은층들의 높은 자살률은 어려움에 대한 극복의지나 도전의식이 결여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자살자들 대부분이 우울증과 연관되었다고 하는데 우울증 역시도 인생을 바라보는 잘못된 관점에서도 생길 수 있다고 본다. 유목민족 사고가 필요하다./ 장세균 논설위원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11.04.28 23:02

[오목대] 풍연심(風憐心) - 백성일

요즘 결혼식장에 가보면 신랑 신부들이 참으로 멋지다. 연예인을 능가할 정도로 예쁘고 아름답다. 꽃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이들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할 정도다. 샹들리에 조명발이 식장 분위기를 우아하게 꾸민 탓도 있지만 요즘 신랑 신부들이 개성있게 잘 생겼다. 훤칠한 키에 날씬한 몸매가 돋보인다. 눈빛에서 풍겨 나오는 강한 열정은 자신감 그 자체다. 권위적이고 민주화가 덜 된 지난날에는 무조건 사자(의사 판·검사 등)가 최고의 신랑 신부감이었지만 지금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정보화 내지는 지식산업사회로 접어들면서 각 분야의 전문가가 각광받고 있다. 배우자 직업이 그렇다. 사회가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각 부문에서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 엘리트라야 그만한 대접을 받는다. 자본주의가 성숙해지면 돈의 가치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통상적으로 돈 많이 버는 사람을 능력자로 친다. 돈의 위력이 커지면서 그 부작용도 속출하지만 그래도 돈에 가치를 둔다.여기서 장자 추수편에 나오는 '바람은 마음을 부러워 한다'는 말을 떠 올려 생각해 볼 수 있다. 세상에 발 하나를 가진 기는 발이 100개나 되는 지네를 부러워 했고(夔憐玹), 지네는 거추장스런 발이 없는 뱀을 부러워했고(玹憐蛇), 뱀은 자신이 움직이지 않아도 멀리 갈 수 있는 바람을 부러워했고(蛇憐風), 바람은 가만히 있어도 어디든 가는 눈을 부러워했고(風憐目), 눈은 보지 않고도 무엇이든 상상하는 마음을 부러워했고(目憐心), 그런데 마음은 상상해도 상상이 되지 않는 전설상의 기를 부러워했다.(心憐夔)일상을 살다보면 부러움의 연속일 수 있다. 예식장에 가면 잘생기고 능력있는 사람들의 결혼을 부러워 할 수 있고 호텔에 가면 비싼 외제차를 타고 와서 환대받는 능력자가 부러울 수 있고 골프장에 가면 골프 잘치고 돈 많은 부자를 부러워 할 수 있다. 부자는 권력자를 부러워하고 권력자는 건강하고 화목한 사람을 부러워 할 수 있다. 그러나 다 외양만 보고 판단한 결과다. 세상살이가 힘든 것은 부러움 때문이다. 상대방의 지위와 부·권력을 부러워하면서 늘 자신을 자책하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다. 이 꽃 피는 화사한 계절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바로 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을까./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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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4.27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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