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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역사맹(盲) - 장세균

고등학교 교과에 국사를 선택과목으로 지정한 교과부 방침에 비난 여론이 많다. 우리는 단순히 경제 선진국만을 꿈꾸고 문화 선진국은 외면하는 것 같다. 이런 조치는 자기 나라 역사도 모르는 역사맹(盲), 또는 기억 집단상실증 환자로 만드는 꼴이다.고대 로마의 키케로는 '역사를 모르는 사람은 언제나 어린아이 수준으로 머무를 수밖에는 없다'고 했다. 역사 지식은 삶의 지혜와 경험의 폭을 넓힌다. 독도 문제도 우리 역사와 깊은 관계가 있다. 우리 역사를 모르면 독도는 일본과의 역사전쟁에서 어떤 수모를 당할지 모른다. 점유권만을 내세워 독도는 끝난 문제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독도 문제는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미국·영국을 비롯한 연합국이 만든 합의서가 중요하다. 미국은 연합국을 대표하여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초안을 작성하게 되었는데 제 1차 초안에서 제 5차 초안까지는 독도가 한국영토로 분명히 기재되었으나 6차 초안에서는 놀랍게도 독도가 갑자기 일본 영토로 변경 기재되었다고 한다.이를 위해서 영토 욕심이 많은 일본 수상 '요시다 시게루'는 일본 정부 관리를 시켜 미국측에 엄청난 로비를 했다고 한다. 여기에다 일본에 우호적인 일본주재 미국 정치고문관 '제이 시볼트'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그러다가 다시 나온 7차 초안에는 독도가 한국 영토로 다시 기재되었다. 그러자 다시 일본 주재 미국 정치 고문관 시볼트의 로비로 제 8차, 9차 초안에는 독도가 일본 영토로 변경 기재되었다고 한다.그 후 1950년 8월 7일에 나온 제 10차 초안, 1950년 9월 11일에 나온 '최종 초안'에는 독도가 유엔 총회의 결의에 따라 한국 영토로 다시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다시 1951년 5월 3일 이후 만들어진 제 1차 '영미 합동 초안'과 제 3차 '영미 합동 초안'에는 독도는 한국·일본 어디에도 귀속된 것으로 기재하지 않았다.이러는 과정에서 미국 국무성은 그 당시 주미 한국 대사관에게 독도에 대해 문의를 했는데 한국 대사관 직원이 '독도는 다케시마 가까이 있는 섬이라고 생각한다'고 엉터리 답변을 했다는 것이다. '다케시마'라는 일본말이 독도를 가르키는 줄을 몰랐던 것이다. 역사맹(盲)이었던 것이다./ 장세균 논설위원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11.01.27 23:02

[오목대] 설 선물 - 백성일

구제역 때문에 나중에 고향에 오라고 하지만 자식들로서는 머리가 아프다. 돈은 없고 선물해야 할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무 것이나 할 수도 없고 이래저래 머리가 지끈거린다. 선물도 시대적 환경과 소득 수준 그리고 생활양식에 따라 많이 달라졌다. 먹고 살기가 힘들 때는 생활필수품이 주를 이뤘다. 그러나 요즘은 그렇지가 않다. 바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구입할 수 있는 백화점 상품권을 최고로 친다.1950~60년대만해도 설탕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만큼 설탕이 귀한 대접을 받았다. 주는 사람도 정겹고 받는 사람도 고마움을 느끼는 물건이었다. 1970년대는 종합선물세트나 치약이, 80년대는 넥타이·지갑·양말, 90년대는 참치세트·조미료세트, 2000년대는 홍삼·와인·쇠고기등 웰빙상품이 많아졌다. 한 때 군산에서 나오는 백화수복은 없어서 못팔 정도로 인기 짱이었다.요즘에는 특산품이나 건강식품 그리고 과일 등을 선물로 많이 한다. 눈 많이 오고 워낙 날씨가 추워 선물 값도 많이 올랐다. 양식이 잘 안돼 비쌌던 전복도 요즘에는 물량공급이 원활해 선물로 많이 나가고 꽃게장도 여전히 인기상품이다. 홍삼제품이 날개 돋힌 듯이 잘 팔려 한의원과 한약방에서 보약 판매가 안될 정도다. 무주에서 생산되는 천마제품도 꾸준히 팔린다.아직도 쇠고기 갈비세트나 굴비세트는 품격 있는 선물로 여긴다. 구제역으로 육류소비가 줄었지만 그래도 한우 갈비세트는 고가라서 인기다. 영광굴비는 제사상에 오르는 제수용품이면서 그 맛 때문에 선물로 많이 찾는다. 해풍으로 말린 영광굴비는 크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마리당 10만원 넘는 것도 있다. 자린고비 마냥 집 안팎에 굴비를 매달아 두는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설 때 선물 말고 뇌물을 보내는 사람이 있다. 선물과 뇌물의 차이는 대가성 여부다. 기쁜 마음으로 받으면 선물이고 받고 나서 고민하면 뇌물이다. 자랑스럽게 주는 것은 선물이고 비밀스럽게 주는 것은 뇌물이다. 문제는 대가성을 바라는 돈 봉투다. 5만원권 고액권이 나와서 뇌물액수도 커졌고 전달하기도 간편해졌다. 예전에는 설 돈봉투가 관행이란 이름으로 그냥 넘어 갔지만 지금은 잘못 받으면 큰 코 다친다. 받았을 때 '어머~'하는 감사의 소리가 나는 물건만 받으면 탈은 안난다./ 백성일 주필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11.01.26 23:02

[오목대] "지사님 지시대로" - 이경재

'대통령과 방귀'라는 유모어 한토막. 이승만이 방귀를 뀌었다. 장관이 말하기를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 박정희가 방귀를 뀌었다. 박정희는 "그래, 내가 뀌었다. 어쩔래? 했다. 전두환이 방귀를 뀌었다. 장세동이 나서서 "각하, 제가 뀐 것으로 하겠습니다." 했다. 노태우가 방귀를 뀌었다. 노태우는 "네가 뀌었지?" 했다. 김영삼이 방귀를 뀌었다. 비서실장이 이르기를 "김대중이 뀌었대요."오래된 버전이지만 대통령의 퍼스낼리티와 '예스맨' 부하의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예스 맨'의 행태는 상관이나 오너가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거나 용인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 유모어는 소통과 책임이 강조되고 수평적 사고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시되는 오늘날에는 감히 상상하기 어려운 상징적 비유다. .그런데 김완주 도지사가 주관한 전북도청 확대간부회의에서 '예스 맨'들이 많아 눈총을 산 모양이다. 계장 이상 300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회의에서 주요 업무를 설명하던 서기관중 한 두명을 빼고는 모두가 마치 김완주 지사의 비위를 맞추려는 듯 아부성 발언으로 일관했다고 한다."지사님이 지시하신 대로…"가 판치는 조직은 죽은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예스 맨'이 많거나, 상관이 자기 비위 맞추는 걸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면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부정적인 폐해가 훨씬 크다. 창의성을 찾기 어렵고 일을 그르칠 때 조직 전체가 화를 입는다. 책임도 최고 책임자한테 직접 전가되고, 조직도 겉 다르고 속 다를 수밖에 없다.이른바 막스 베버 식의 '영혼 없는 공무원'들인 셈인데, 전북도를 움직이는 서기관급들이 이런 마인드로 무장돼 있다면 기대난망이다. 적어도 서기관급이라면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 지사를 능가하려는 열정, 지사의 견해를 비판할 수 있는 능력, 시책을 피동적으로 수용하기 보다는 주민 눈높이에서 판단하고 지역실정에 맞게 적용하려는 의욕을 보였어야 했다. 일본만 해도 서기관급이면 자기 업무에 대해 책 한권 정도는 쓰는 열정을 갖고 있다.권력기관이나 개인회사도 아닌 자치단체에서 조차 옛날 버전의 '대통령과 방귀' 문화가 연상될 정도라면 불행한 조직이다. 전북도가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경재 논설위원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11.01.25 23:02

[오목대] 간접체벌 - 장세균

체벌문제가 교육현장에서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체벌 긍정론과 부정론이 대립하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도 확실한 입장을 취하지는 못했다. 과거 역사를 보면 영미계통의 학교에서는 체벌실(體罰室)을 따로 두어 그 곳에서 체벌을 하였다고 한다.영국의 시인 바이런은 대영제국의 번영과 영광은 퍼블릭 스쿨의 회초리끝에서 시작했다고까지 말했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의 교육도 체벌을 이용했다.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고대 철학자까지도 그의 저서 '정치학'에서 "고분고분하지 않은 아이는 수치스럽게 매를 맞아야 한다"고 까지 했다. 고대 로마도 체벌을 당연한 교육 수단으로 여겼다고 한다. "매를 아끼면 아이를 망친다"라는 속담도 그때 나온것이다.영어로 말하면 'Spare rod, Spoil children'이다. 심지어 종교개혁을 부르짖은 마르틴 루터라는 신학자까지도 "매는 좋은 아이를 만든다"고 했다. 체벌은 우리 역시도 서양 못지않은 중요한 교육 수단이었다. 단원 김홍도의 풍속도에도 어린 아이들이 서당에서 종아리를 걷고 회초리를 맞는 재미있는 장면이 있다.그해 정월 초하루에는 회초리를 구하여 서당 선생에게 가져다 주기까지 한 것이다. 그러나 체벌을 가하는 신체부위는 그나라 문화에 따라 다르다. 영미계통에서는 엉덩이이며 프랑스나 이탈리아같은 라틴계통은 귀나 코, 아프리카 계통의 나라에서는 등짝, 힌두계통에서는 이마, 일본은 손바닥이다. 우리 기성세대들은 일본식으로 학교에서 손바닥 체벌을 받은 것을 기억할 것이다.그러나 진작 조선의 전통적 체벌 부위는 종아리다. 과거에는 한 학급의 정원이 거의 70명까지 있었을 때 대화로써 일대일 교육이 물리적으로 어려웠다. 그래서 체벌을 '사랑의 매로' 미화시켜 허용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 '사랑의 매'가 '감정의 매'로 탈선되어 문제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교과부가 직접체벌을 금지하고 간법체벌을 도입하기로 했다고 한다. 학교 교실에서 면학 분위기에 훼방을 놓는 학생에게 어떤 형식의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는 것은 망나니 학생을 키우는 꼴이다. 간접체벌이란 교실 뒤에 서있기·팔굽혀 펴기 등을 의미한다. 이는 현실적·절충적 방법이라고 본다./ 장세균 논설위원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11.01.24 23:02

[오목대] 이삼만 재평가 - 조상진

"무릇 글씨를 씀에 있어서는 첫째는 모름지기 인품이 높아야 하며(人品高), 그 다음으로는 옛날의 법도를 스승으로 삼아야 하되(師法古), 다만 온 힘을 다 바쳐 공부를 하지(極工) 아니하면, 신령한 경지에 통할(通靈) 수가 없다"창암(蒼岩) 이삼만(1770-1847)이 60세 되던 해, 남긴 말이다.창암은 조선 후기 서울의 추사(秋史) 김정희, 평양의 눌인(訥人) 조광진과 함께 당대'삼필(三筆)'로 불렸던 인물이다. 전주 정읍 등에서 평생 붓 하나로 서예 외길인생을 살며 물처럼 바람처럼 흐르는 유수체(流水體)로 이름을 떨쳤다. 그의 글씨 산광수색(山光水色·산의 빛과 물의 색, 즉 경치가 좋음) 임지관월(臨池觀月·연못에서 달을 바라보다) 등은 유수체의 정수다.그의 글씨에는 유장한 판소리 가락과 흐르는 물소리가 배어있다. 판소리는 정인(情人)이었던 심녀(沈女)와의 사랑이, 물소리는 한벽당을 휘감아 돌던 전주천과 닮았다. 어찌 보면 산과 바람, 물 등 자연 그 자체인지도 모르겠다.전주 인근에는 창암과 관련된 일화들이 많다. 붓으로 한약재 이름을 써주었는데 어찌 어찌하여 중국 북경의 한약방 주인이 그것을 보게 되었다. 깜짝 놀라 "대체 어느 명필이 썼느냐?"며 "약을 얼마든지 줄테니 그 종이를 달라"고 했다는 얘기도 그 중 하나다.또 부친이 뱀에 물려 죽자 뱀을 보는 족족 죽였다는 얘기도 전한다. 이는 서정주의 시집 '질마재 신화'속에서 '이삼만 이라는 신(神)'으로 승화된다. 징그러운 뱀을 쫓아내기 위해 李三晩이라는 석 자(字)를 기둥에 붙이면 뱀들이 기어 오르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축사(逐蛇)의 신화로 그의 신필(神筆)이 호남 민중 사이에 깊숙히 뿌리 내렸음을 뜻한다.하지만 창암은 그동안 추사라는 걸출한 인물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중앙 정계에서 머리 좋고 잘 나가는 추사와 시골에 묻혀 글씨나 쓰며 연명하는 창암과는 비교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 차이만큼 대접도 소홀했던 것이다.그러나 최근 들어 재평가의 바람이 거세다. 이삼만선생서예술문화진흥회(이사장 조인숙)가 중심이 돼 작품을 발굴하는 등 재조명의 깃발을 높이 든 것이다.그 결실로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창암 탄생 240돌 특별전'이 열리고 있고, 22일에는 학술대회도 갖는다. 창암이 제대로 평가되는 기회였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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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21 23:02

[오목대] 니하오 - 장세균

중국과의 무역량이 늘어나자 중국어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서울에서는 2~3년 전부터 유치원에도 중국어 붐이 일기 시작했다. 유치원생들에게 영어 외에 중국어까지도 공부시킨다. 모국어를 제대로 배우기도 전에 이렇듯 외국어부터 입력시키면 자칫 언어혼란을 자초하여 외국어 기피증까지도 가져온다고 한다.'니하오'는 우리말로 '안녕하세요'라는 중국어이다. 대륙과 섬 사이에 위치한 우리는 생태적으로 외국문화에 예민하지만 중국은 '중국'이라는 글자 그대로 지구의 중심이라는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19세기말 중국에서 선교사로 활동했던 '아더 스미스'라는 선교사는 '중국인 성정론(中國人性情論)'이라는 책을 썼는데 거기에는 다음의 글귀도 보인다.'중국인은 외국인이 영어로 말을 걸어오면 마치 오랑캐나 짐승처럼 경멸의 눈치를 던지고 한마디라도 중국말을 하면 그때서야 사람취급을 한다. 비록 짐꾼일지라도 외국인이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면 화를 내곤한다.' 중국인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내용이다.그래서 그들은 외래어를 일단은 중국식으로 의역을 하여 언어 세탁을 한다. 예를 든다면 '펜'은 철로 만든 연필이라고 해서 '강필(鋼筆)', '가솔린'은 기체로 된 석유라고 해서 '기유(氣油)', 라디오는 음파를 받는 기계라고 해서 '수음기(收音機)', '추잉검'은 입에 향기를 주는 당분이라고 해서 '구향당(口香糖)', '라이터'는 부딪쳐서 불을 내는 기계라고 해서 '타화기(打火機)', 컴퓨터는 '전뇌(電腦)'라 한다.그러나 반드시 모든 외래어를 중국식으로 의역만 하는 것은 아니고 때에 따라서는 외래어의 뜻과 음을 동시에 살리는 절충식도 있다. 예를 든다면 영국의 유명 그룹가수였던 '비틀즈'를 '피두사(披頭四)'라 쓰고는 '피두우스'라 읽는다. 그 뜻은 네 명의 가수가 머리를 풀어헤쳤다는 것이다. '스트립쇼'를 '사탈무(四脫舞)'라 쓰고 읽기는 '스투우우'라고 하는데, 뜻은 사지를 벗고 춤을 춘다는 것이다.진짜 재미있는 단어는 '미니스커트'이다. '미칭군(迷稱裙)'이라 쓰고 읽기는 '미디츄엔'인데 뜻은 곧 너를 홀리는 치마라는 것이다. 우리는 '축구'라고 하지만 그들은 발로 차는 운동이라 하여 '족구(足球)'라고 한다. 배드민턴을 '우모구(羽毛球)'라 한다./ 장세균 논설위원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11.01.20 23:02

[오목대] 부(副)단체장 - 백성일

원래 부(副)자는 힘이 없다. 정(正)을 보좌하고 없을 때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자리기 때문이다. 요즘 관가가 인사로 술렁인다. 예전에는 고시 합격하면 시장 군수하려고 내무부(현 행정안전부)를 선호했다. 요즘과는 상황이 달랐다. 젊은 나이에 시장 군수하는 것이 출세의 상징이요 선망이었다. 고시 패스 한 고건 전 총리가 37살 때 전남지사로 발탁된 것은 지금까지도 인구에 널리 회자된다.행시 합격해서 행정안전부로 떨어지면 본부와 시·도를 오가면서 공직생활을 한다. 본부와 광역자치단체를 왔다갔다 하면서 승진하거나 퇴직해 나간다. 관리관인 행정부지사까지 한 사람은 공직자로 성공한 사람이다. 예전과 달라 행정부지사로 발탁되기가 힘들다. 선거직인 지사가 요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행정부지사를 발령내지만 실제로는 지사의 요청이 있어야 가능하기 때문에 지사의 명을 받들 수밖에 없다.광역이나 기초단체장은 가히 소통령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무소불위의 힘을 갖는다. 정무부지사도 자기 사람으로 임기중에 얼마든지 바꿔가며 쓸 수 있다. 정치하기 위해 정무부지사 하려고 줄 선 사람이 그래서 많다. 기초단체장도 부단체장 임명권을 쥐고 있다. 말로는 부단체장을 실력 있는 사람으로 쓴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충성심부터 따진다. 얼마나 자기한테 업무를 잘 챙겨주고 헌신할 사람인가부터 살핀다.부시장이나 부군수는 선호하는 자리다. 도에서 실국장하는 것보다 3시 부시장 가는 것을 더 선호한다. 또한 도 과장자리 지키는 것보다 부군수 나가기를 더 원한다. 부단체장한테는 비서 딸린 차량과 함께 상당한 권한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부단체장으로 공직을 마감하려는 사람이 많다. 명예와 권한이 한꺼번에 주어지는 자리라서 그렇다. 시쳇말로 캡틴만 잘 모시면 그 다음은 자기 아닌가.부단체장은 임명권자인 단체장의 맘에 쏙 들어야 한다. 첫째로 고향이 달라야 한다. 자칫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무색무취한 사람을 좋아한다. 심지어 대신해서 감옥갈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는 말 한마디에 부단체장으로 발탁된 사람도 있었다. 그 만큼 충성심을 높이 샀다. 부단체장은 무작정 예스맨 역할만 해서는 안된다.아니면 아니다고 말할 정도로 어느 정도 소신은 갖춰야 밥값하는 것이다./ 백성일 주필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11.01.19 23:02

[오목대] 창극(唱劇) 수궁가 - 이경재

토끼전 또는 별주부전으로 불리는 판소리 수궁가는 신라 때부터 전해오는 구토지설(龜兎之說)의 이야기가 바탕이다. 수궁과 육지를 오가며 벌어지는 별주부-토끼-용왕의 속이고 속는 엇물림을 통해 인간사를 표현하고 있다. 우화적이면서 해학과 풍자가 압권이다.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 하나인 수궁가가 지난해 '창극(唱劇) 수궁가'로 태어나 찬사를 받았다. 서양식으로 치면 오페라 수궁가다. 전북도립국악원이 1억2000만원을 들여 제작했다. 2010전주세계소리축제 때 공식 초청작으로, 지난 연말에는 송년 국악작품으로 앙콜 공연돼 역시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이 작품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김익두 전북대교수(국어국문학과)는 말한다. 가령 '수궁(水宮)의 이야기'란 관점에 촛점을 맞추면 수궁은 위정자들의 세계이고 그 중심은 용왕이며 자라는 용왕의 하수인, 토끼는 용왕의 욕망을 위해 희생되는 희생양이다. '토끼의 이야기'란 관점에서는 토끼로 대변되는 피지배계층의 세계, 곧 생명과 고통을 감내하면서 지혜를 최대한 발휘해 살아야만 하는 민중들의 세계상을 그리고 있다.또 '자라의 이야기'란 측면에서는 신하(자라)는 지배자(용왕)와 피지배자(토끼) 사이에서 두 계층을 조화롭게 매개해야 하는 역할이 드러나고, '토끼와 자라의 이야기'란 관점에서는 무한권력을 가진 용왕의 지배하에서 어쩔 수 없이 견디며 함께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민중과 신하의 접점이 부각된다. 이렇듯 다촛점의 작품이고 시대가 달라진 오늘날에도 시사점이 많은 민족담론이요 위대한 예술작품이라고 김 교수는 평가한다.'창극 수궁가'는 창극단· 무용단· 관현악단· 스텝 등 120여명이 열정을 쏟았다. 지방 단위에서는 전북도립국악원이 아니면 공연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국악인들은 말한다. 도립국악원의 인적 역량과 노하우를 따를 곳이 없기 때문이다. 국립국악원 단원들도 이 공연을 보고 찬사를 보냈다지 않은가.이런 역작이 토끼의 해인 올해 공연됐더라면 좋았을 법 했다. 원작에 너무 집착하면 식상할 수 있다. 좀 더 강도 높은 해학과 현실 상황을 가미해 중앙무대에 올려보자. 중앙무대에서 떵떵거리며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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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11.01.18 23:02

[오목대] 한일 군사협정 - 장세균

한·일 국방장관이 지난 10일 국방부에서 회담을 갖고 양국간 군사비밀 보호협정 체결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아울러 양국간에 물자·식량·연료 등을 상호 지원할 수 있도록 상호 군수지원 협정에도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다. 언뜻 보기에 한·일간의 관계가 상당히 두터워진다는 느낌을 준다.그러나 과연 일본과 군사문제를 놓고 서로 이마를 맞대고 상의할 단계인가는 의문이다. 한국·미국·일본과의 군사적 협조관계는 상대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긴장시킬 것이며 한반도를 놓고 새로운 블록을 형성할 수도 있다. 일본과 우리는 지금도 불편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일본은 의도적으로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주장하는 이유에 대한 여려 추측이 있다. 독도 심해에 매장된 천연가스를 욕심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과 일본이 언젠가 한국 문제에 개입 할 수 있는 구실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어떤 나라든지 남의 나라를 침략 할 때는 선전포고 라는 것을 하고 침략하는 것이지 무조건 공격하지는 않는다.과거 임진왜란때에도 일본을 통일한 풍신수길은 중국을 침략하려고 하니 조선은 길을 안내하든지 길을 빌려달라고 했다. 이것이 소위 '정명향도(征明嚮導)', 그리고 '가도입명(假道入明)'이다. 어떻게 남의 나라 침범을 위해 자기나라 영토를 빌려주겠는가. 상대 국가가 반대 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말도 안되는 구실을 붙이는 것이 침략국가였다.일본이 한반도에 개입하여 조선을 난처하게 만든 것이 '청일전쟁'이다. 동학혁명이 일어나자 조선은 급기야 청나라에 청병파견을 요청했다. 그것을 안 일본이 '거류민 보호' 등을 내세워 한반도에 일본군을 파견하게 되었다.이미 한반도에 군대를 파견 할 때부터 일본은 청나라와 한판 전쟁을 내심 계획했었다. 일본의 그 당시 수상이었던 야마카타는 '주권선(主權線)'과 '이익선(利益線)'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주권선'은 일본 영토를 말하는 것이고 ' 이익선'이란 주권선을 방위해주는 조선땅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 조선땅은 그들에게 있어 러시아 세력에 대한 일종의 방파제였다. 일본과 군사협정은 일본에 대한 감정을 생각할 때 그리 썩 마음이 내키지는 않는 주제이다./ 장세균 논설위원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11.01.17 23:02

[오목대] 공동선(共同善) - 조상진

새해를 전후해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와 장하준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를 읽었다. 그리고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를 봤다. 한결같이 재미있고 유익했다. 특히 영화는 감동 그 자체였다.이들의 밑바탕에는 공동선(共同善) 즉'더불어 살기'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어찌 보면 메마르고, 개인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세태에 울리는 경종과도 같았다.두 권의 책은 지난해 사회과학 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베스트 셀러 1·2위를 차지했다. 그럴만 했다. 익히 알려진 친근한 사례를 들어 쉽고 친절하게 설명하기 때문이다.우선 '정의란 무엇인가'는 매년 1000여 명의 하바드대 학생들이 연속 수강할만큼 명강의다웠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벤덤과 밀, 이마뉴엘 칸트, 존 롤스를 자유자재로 오간다. 그러면서 가격폭리, 상이군인훈장, 구제금융, 아프가니스탄 사태, 징병제, 대리출산, 매춘, 소수집단 우대정책 등을 예로 들며 행복과 자유, 미덕을 설명한다.결국 샌델은 "정의란 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민하는 것"이라고 말한다.다음'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는 주류경제학이 내거는 통념에 일대 반격을 가한다. 첫장부터'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없다'며 시작하는 것이다. 1980년 대부터 세계를 지배해 온 자유시장 이데올로기와 신자유주의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한다. 기업은 소유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해선 안되며, 강대국이 주장하는 자유시장 정책의 허구성,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 미국의 경영자들을 통쾌하게 무너뜨린다. 이어 제조업의 중요성과 정부의 역할, 덜 효율적일 필요가 있는 금융시장 등을 주장한다.선진국과 후진국, 부자와 가난한 자가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며 "이제 불편할 때가 왔다"며 끝맺는다.그리고 '울지마 톤즈'는 슈바이처 못지않은 삶을 살다간 이태석 신부의 얘기다. 그는 의대를 졸업하고 다시 신부가 되어 아프리카 수단의 작은 마을 톤즈에서 내전과 가난에 지친 원주민을 위해 8년간 헌신하다 48세의 젊은 나이에 대장암으로 삶을 마감한다. 그곳에서 그는 의사였고 선생님이었고 건축가였고 브라스 밴드를 만든 지휘자였다."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을 대하는 것이 바로 나를 대하는 것"이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실천한 것이다.새해에는 '나누는 삶'이 더 많았으면 한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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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14 23:02

[오목대] 교수 사회 - 장세균

항간에 교수직은 '철밥통'으로 여겨져 왔다. 학문적 경쟁도 별로 없는 무풍지대가 교수사회이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다지만 과거에는 일단 전임강사로 발탁되면 큰 이변이 없는 한, 정교수 까지는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전문지식의 소유자라 하여 사회로부터 전문 지식인으로 대접을 받았다.여기에는 일본과 달리 무(武)보다는 문(文)을 중요시했던 조선사회의 전통도 한 몫 해왔다고 볼 수 있다. 독서와 학문을 좋아하는 사람이 교수를 하기 보다, 세속적 영달에 더 집착하는 사람들이 박사학위 취득하고 교수직에 목을 매는 사람도 많았다. 어려워서 그렇지 대부분의 시간강사들의 속마음도 교수직에 있을 것이다.원래 경쟁이 없는 사회는 무사안일주의에 빠지기 쉽고 외부의 변화에 둔감하기 쉽다. 과거에는 어떤 교수가 한국 교수사회의 문제점이라도 지적했다면 그는 틀림없이 교수사회에서 왕따라도 당했을 것이다. 이번에 서울대 전공학부 초빙 석좌 교수로 있었던 미국 뉴욕 주립대 역사학과 김성복 교수가 신문 인터뷰에서 한 지적은 서울대에 대한 지적이면서 동시에 한국 대학 전체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우리나라 대학의 학과가 너무 세분화되어 있고 학과간에 교수들의 학문적 소통이 없다는 것은 대학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다 느끼는 사실이다. 이런 점을 김성복 교수도 지적했다. 서울대의 경우도 역사학과가 국사,동양사,서양사학과로 나뉘어져있는데 학과간에 그리고 교수간에 벽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학과가 이렇게 세분화되었던 것은 학과를 많이 만들어야 학생 정원을 그만큼 많이 배정받을 수 있었던 과거 누습의 결과라고 본다. 김성복 교수의 지적 중, 실감이 가는 부분은 서울대 교수들 중에 정치권, 고위 관료, 언론인과 어울려 인맥관리에 몰두하는 교수가 많다는 것이다.수업은 특정 요일에 몰아치고 정부나 공공기관의 자문위원, 대기업 사외이사, 고문직에 더 신경을 쓰는 교수들도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지적이 어찌 서울대에만 해당되겠는가이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되어도 다시 대학에 복직이 가능한 곳이 한국 대학이다. 그래서 '정치교수'가 많이 생기는 것이다./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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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13 23:02

[오목대] 인간의 탐욕 - 백성일

온 나라가 구제역과 AI로 난리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으로 나라가 뒤숭숭한 판에 가축질병까지 창궐해 세상이 시끄럽다. 예전에는 살처분해야 할 정도의 가축질병은 거의 없었다. 뉴 캐슬 정도의 닭병이나 나돌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2년 주기로 AI가 발병하고 구제역으로 140만 마리 이상을 살처분했다. 심지어 살처분 할 때 사용하는 약까지 동나 생매장하는 일이 벌어졌다.영국에서 발병한 광우병도 소에 동물성 사료를 먹여서 생겨났다. 소는 태생적으로 풀 먹여 키우도록 돼 있다. 동물성 사료를 먹인 것은 창조주의 뜻을 거역한 것이다. 인간의 탐욕이 비극을 부른 것이다.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달해도 창조주의 뜻을 거스르면 큰 재앙이 온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이상기후도 결국은 인간의 자만심이 빚어낸 산물이다. 인간이 편리성만을 추구하기 위해 마구 화석 연료를 사용한 탓이 크다. 앞으로 더 혹독한 시련을 당할 수 있다.요즘 사람들이 너무 기름진 음식만 먹고 운동을 안해 암과 성인병에 시달리고 있다. 보릿고개 때는 얼마나 배고팠으면 쌀밥에 고깃국이나 실컷 먹어 봤으면 했겠는가. 60~70년대는 먹고 사는 게 형편 없었다. 시골서는 생일날이나 누가 군대나 간다고 해야 씨암탉 잡아 온 가족이 고기꼴을 봤다. 결혼식이나 회갑잔치가 열려야 모처럼만에 허리 띠 풀고 배부르게 먹었다. 그 시절에는 워낙 못 먹어서 배 나온 사람도 없어 당뇨병 등 성인병에 걸리지 않았다.지금 농산물이 공산품처럼 넘쳐난다. 닭 오리 돼지 소 등이 규격품처럼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다. 대량 생산과 소비시대가 열린 것이다. 바야흐로 소비가 미덕인 시대다. 물론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량 생산을 하지만 그 역기능이 만만치 않다. 닭이나 돼지를 공산품처럼 생산하는 방식이 문제다. 비좁은 공간에서 운동도 못한 채 생산되다 보니까 면역력이 떨어져 구제역 같은 질병이 발생하는 것이다.루소의 말처럼 자연으로 돌아가야할 때가 왔다. 인간의 이기심과 잘난 체 하는 모습이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그 피해를 보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인간들이 겸손함을 잃지 않고 창조주의 의지대로 살아 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먹고 사는 것도 배 고팠던 시절처럼 채식 위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제 명대로 살다 갈 수 있을 것이다./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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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12 23:02

[오목대] 신문 열독률(閱讀率) - 이경재

가구구독률(購讀率)은 전체 가구 중 일정 기간 특정 일간신문을 유료로 구독하는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광고주협회나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업체 등이 신문의 수용자(독자) 조사를 할 때 이 가구구독률을 기준으로 한다.그러나 이 방식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가정에서 구독하지 않더라도 신문을 읽는 독자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사무실 등 직장과 영업장 구독자도 상당수에 이른다. 특히 인터넷신문 독자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열독률을 반영하지 않고 가구를 대상으로 구독률만 조사한다면 커다란 오차가 생길 수 밖에 없다.열독률(閱讀率)은 신문을 읽는 비율이다. 구독 여부와는 상관 없이 최근 일정 기간 동안 신문을 읽은 사람을 대상으로 어떤 신문을 가장 많이 읽었는 지의 비율이다. 특정 신문을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읽었는 지를 분석하는 지표인데 신문의 매체력을 평가하는 주요 잣대가 된다.한국광고주협회가 발표한 2010년 미디어 리서치 조사결과(지역별 인구비례 할당 추출 1만명 대상)는 신문 구독률이 29.5%였다. 하지만 열독률을 기준으로 한 조사 결과는 이와 크게 다르다. 통계청이 2009년 7월6~20일 전국 15세 이상 3만7000 세대를 방문, 조사한 결과는 열독률이 66.4%였다. 이 조사만 봐도 구독률과 열독률의 차이는 현격하다.전국 16개 시도별 '열독률 톱 10'(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중앙지가 13개 지역에서 모두 1위였지만 부산· 강원· 제주에서는 해당 지역신문이 각각 1위를 차지한 것이 눈에 띈다. 또 전북· 전남· 광주 등 호남에서만 한겨레가 1위로 나타난 것이 이채롭다.호남의 '열독률 톱 10'에서는 한겨레(13.2%)에 이어 전북일보가 10.1%로 2위를 기록했다. 지역신문이 2위를 차지한 것은 전북일보가 유일하다. 이런 열독률 조사결과가 매체 영향력과 광고주협회 판단에 반영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자치단체도 마찬가지다.때마침 한국신문협회가 최근 현행 신문독자 조사 방식에 문제가 많다며 13개 관련기관 · 단체에 개선을 요구했으니 결과를 지켜볼 일이다. 이 기회에 열독률 위주로 전환하고 조사대상 연령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야말로 시대변화를 반영하는 것일 것이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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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11 23:02

[오목대] 마이스터 정신 - 장세균

우리 사회가 1인당 개인소득 2만불대에서 마냥 턱걸이만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기업이 늘고 대량 고용이 창출되고 수출만 늘어나면 선진국으로 가는 것인가. 3만불대의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우리의 직업관을 바꿔야 한다. 기술분야의 직업을 천시하는 풍토를 바꿔야 한다.공과계통 대학원의 신입생은 미달인 반면, 우수 인재들이 의대 진학이나 소위 '사(士)'자 붙는 직업에 매달리는 현상은 조선시대 하찮은 일을 천시하던 잘못된 직업관의 유산이다. 그러나 우리의 대학들이 사회 현실과는 동떨어진 교육을 함으로써 실업자, 즉 백수(白手) 양산의 전당으로 변질되어가는 현실에서도 장인(匠人)교육에 맞춘 '마이스터고'의 약진은 우리의 잘못된 직업관에 변화를 주는 새로운 바람이다.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83%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학사 자격증이 제2의 시민권이 되었다. 독일은 대학 진학률이 불과 35%에 불과하고 직업학교에 입학하여 마이스터 자격증을 취득하면 대졸 이상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우리처럼 엄청난 사교육비를 투자하면서까지 대학에 진학할 필요가 없다.가까운 일본만 해도 대학 진학률은 우리같이 높지 않다. 일본에는 일찌기 '마이스터 정신' 즉 '장인(匠人) 정신'이 있었다. 일본에서 정인(町人)이란, 기술자나 장사를 하는 사람을 통틀어 지칭하는 말이다. 그들은 우리 조선시대에 해당하는 '에도시대'부터 신분은 낮았지만 우리의 양반같은 사무라이를 내심으로는 멸시할 정도의 부(富)를 지니고 있었다.에도시대가 우리 조선과는 달리 그들의 활동 자유를 인정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미 일본은 기술 중시의 풍토가 조성되었던 것이다. 16세기 포르투갈의 핀트라는 여행자가 일본에 조총(鳥銃)을 전해주었는데 일본은 즉시 그것을 모방하여 무기를 만든 반면, 조선의 선비들은 처음본 조총을 점잖치 못한 흉물로 여겨버렸다.일본의 '장인정신'은 일인일기(一人一技)를 낳았고 결국, 100년 이상된 기업이 3500개가 넘는 사회를 만든 것이다. 우리처럼 학벌주의가 팽배하고 사(士)자 직업에 몰리는 한은, 선진국 진입은 요원하겠으나 마이스터 정신의 특수학교 약진은 우리에게 희망적인 변화라 하겠다./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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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10 23:02

[오목대] 롄윈강(連雲港) - 조상진

롄윈강(連雲港)은 중국 장쑤성(江蘇省) 북부에 위치한 지방급 도시다. 이곳은 몇 가지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우선 중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新)아시아유럽 랜드브릿지(Land Bridge)의 출발지라는 점이다.중국은 고대 실크로드를 통해 아시아와 유럽 대륙을 연결했다. 중국의 수도였던 장안(현재의 西安)에서 출발해 중앙아시아를 거쳐 서아시아와 지중해, 그리고 로마를 종점으로 하는 총 길이 6440㎞나 되는 대장정의 길을 열었다. 이 길을 통해 비단 유리 등의 물품 교역 뿐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대륙간 외교 경제 문화 사회교류가 이뤄졌다.이를 부활시키고자 하는 것이 신아시아유럽 랜드브릿지다. 이 계획은 장쑤성 롄윈강을 시발점으로 하여 롱해-난신 철도를 통해 러시아 유럽 철도로 연결,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10870㎞에 이르며, 상당부분 진전되고 있다. 2008년 신아시아유럽 랜드브릿지가 롄윈강 항구에서 보낸 수출 컨테이너 수송량은 6만4000개에 이르며 이중 80%가 한국 물량이었다.또 하나, 롄윈강은 서유기(西遊記)에 나오는 주인공 손오공의 고향인 화과산(花果山)이 있는 곳이다. 중국 4개 명작중 하나로 꼽히는 서유기는 삼장법사가 당나라 황제의 칙명으로 불경을 구하러 인도에 다녀오는 이야기다. 명나라 작가 오승은이 화과산에 올랐다가 이곳의 야생원숭이와 지형에서 영감을 얻어 집필했다고 전해진다. '사계절 꽃과 과일이 줄지은' 곳으로 묘사된 화과산은 지금도 야생원숭이 무리가 살고 있다. 손오공이 탄생했다는 바위, 부처님 손바닥을 닮은 바위, 폭포 커튼을 통과해야 하는 수렴동굴, 도교와 불교가 공존하는 사찰 등이 유명하다.이같은 롄윈강이 새롭게 부상하는 전북의 새만금과 인연을 맺게될지 기대된다. 김완주 전북지사가 지난 4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 장쑤성 롄윈강과 한국 새만금지역에 한·중 공동특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새만금지역을 중국특구로 조성해 중국과 화교자본을 유치하고 롄윈강에 한국특구를 만들어 한국기업이 중국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트윈시티'개념이다. 현재 롄윈강은 전남 목포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고 인천항및 평택항에 정기여객선이 다니고 있다.일방의 짝사랑이 아닌 상생의 길이 열렸으면 좋겠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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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07 23:02

[오목대] OECD와 우리 - 장세균

경제협력개발기구인 OECD가 우리를 평가한 여러 조사를 보면 우리의 자화상이 잘 나타나 있다. 그들의 평가가 절대적이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헛짚은 대목을 지적해 줄 수도 있다. 우리의 1인당 GNP가 2만불인데도 우리는 이미 3만불대의 선진국에 진입한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88 서울 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라는 큰 국제대회를 무난히 치러본 경험과 올림픽에서의 금메달 다보유국이 된 것도 선진국 진입 환상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정작 OECD가 지적한 내용을 들여다 보면 모든 생활면에서 개혁과 반성을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OECD가 지적한 세계 최고의 자살 국가는 한국이다.자살 이유야 어떻든 이는 국가적 수치이다. 가난한 나라 국민이라고 자살률이 높은 것만은 아니다. 더구나 우리나라 중·고교생 6O%가 우울감과 자살 충동을 느꼈다는 조사도 있다. 특히 서울에 사는 학생들의 자살 충동이 더 높았다고 한다. 히말라야 산자락에 있는 부탄이라는 나라는 인구 65만명에 일인당 국민소득이 불과 1200달러에 불과한데도 각 나라의 행복지수에서는 상위 랭킹에 올라 있다.가난과 자살률이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어린 소년·소녀들이 느끼는 행복감 역시도 OECD 26개국 중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흡연율 역시도 OECD 국가 중에서 최고다. 금연을 못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다.음주 습관도 일정 부분은 스트레스와 관계가 있다. 그러나 어쨌든 한국은 세계 최고 흡연국가에다 세계 최고 음주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경제력과 행복은 반드시 정비례 하지는 않는다.우리사회의 불행은 사람들이 남에게 보여지는 자기에 너무 집착해 있다는 사실이다. 항상 남과 자기를 저울대에 올려놓고 비교해본다. 남보다 조금 못하면 금방 자기 실망에 빠진다. 행복은 자기 수련과 마음에 있다고 본다./ 장세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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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06 23:02

[오목대] 긍정적 사고 - 백성일

새해 기운은 보통 동지부터 든다. 누구나 새해가 오면 묵은 과거를 떨치고 새 기분으로 새해를 맞는다. 영하의 차가운 날씨에도 아랑곳 않고 새해 소망을 빌기 위해 첫 해맞이에 나선다. 동해안의 정동진이나 여수 향일암·서천의 마량항 등이 해맞이 명소로 알려져 도민들도 즐겨 찾는다. 바다에서의 해맞이도 황홀경이지만 산에서의 해맞이는 보통 정성이 아니고서는 맞을 수 없다. 지리산 천왕봉이나 덕유산 향적봉 그리고 가까운 모악산은 일출 명소로 붐빈다.새해에는 누구나 건강 장수 부 승진 혼인 출산 주택마련 등 나름대로 소망을 간절히 빈다. 기복신앙적 요소가 우리 핏속을 흐르고 있어 대자연에 대해 경외심을 갖는다. 그러나 복(福)도 결국은 자신이 만든다. 신앙심이 두터운 사람들은 보통 절대자가 준다고 믿는다. 맞는 말이다. 일반인들은 이보다는 항심(恒心)을 가져야 한다. 흔들리지 않은 올바른 마음 자세를 말한다. 긍정적 사고를 갖고서 착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누운 풀처럼 자신을 낮출 줄도 알아야 한다.하늘이 주는 복도 노력 여하에 따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평소 보이지 않게 착한 일 하면서 살면 선순환구조를 이뤄 덕이 쌓이면서 복 받는다. 그러나 복은 누가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다는 이치를 깨달아야 한다. 이 삶의 원리를 체득하면서 살아야 편하고 즐거울 수 있다. 뒷전에서 남의 흠집이나 잡아 뜯거나 대안 없이 비판이나 쏟아낸들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도민들이 그간 정권에서 소외된 탓으로 보이지 않게 부정적 기류가 많이 형성됐다. 지역 정서를 공유한 관계로 큰소리도 못치고 비판도 못하는 묘한 풍토가 만들어졌다. 어느덧 특정 정당을 중심으로 한 끼리끼리 문화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이 눈치 저 눈치 살피랴 소신없는 사람들만 많아졌다. 민주당 중심의 지방권력이 아성처럼 형성됐다. 개인과 지역이 발전하려면 지금부터라도 지역감정을 바탕으로 한 정치지형은 바꿔 놓아야 한다.올 한해도 벌써 치열한 삶이 시작됐다. 국가나 지방이나 총성 없는 경쟁이 불 붙었다. LH 본사유치는 어떻게 결말 날지 현재로선 안갯속이다. 전국 대비 '3% 경제' 밖에 안되는 전북의 파이를 키우려면 우선 도민들의 의식이 진취적이고 적극적이어야 한다./ 백성일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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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05 23:02

[오목대] 신묘년의 전북 - 이경재

미래는 'RT(Relation Technology)'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RT는 관계기술이다. 상호 관계를 이해하는 이른바 관계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으로, 이어령 이화여대 석좌 교수가 만들어 낸 신조어다. 과학과 기술이 괄목할 만하게 변하고 발달하면서 미래사회를 지배하게 될 기술이라는 것이다. RT시대에서는 '맺어주고 조정하고 뒷받침해 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할 일은 많은데 비비댈 언덕이 없는 전북이야 말로 RT를 증진시켜야 할 때다.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신년연설에서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해 국책과제들을 빨리 진행시키겠다' '과학비즈니스 벨트 입지선정, 공기업 이전 등 핵심 과제 등에 속도를 내겠다' '동해안을 에너지 관광벨트로, 서해안을 지식 첨단 융복합 벨트로, 남해안을 물류 관광벨트로 특화하는 총 75조원 예산의 동.서.남해안권 발전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역특화정책이 관심있게 추진될 것임을 예고하는 언급이다.전북은 정치적으로는 고립무원의 처지이고 경제적으로는 '전국 3% 경제'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구는 175만명으로 급전직하했다. 예산· 인사· 사업에서는 인프라가 취약하다. 인적자원과 인맥, 경제적 부(富)가 열악한 상황이라면 전북은 어떤 처신을 해야 할 지 숙제다.신묘년의 전북은 토끼의 양면성과 닮아 있다. 토끼는 지혜와 다산의 상징이지만 '토끼 제 방귀에 놀란다'는 속담처럼 겁 많고 경망스런 걸 상징하기도 한다. 지역의 리더들이 용왕을 속일 만큼의 영특함을 보인다면 과실을 성취할 것이고, 겁 먹고 움츠러든다면 건질 것 없는 한해가 될 것이다. 정치적·경제적 리더들이 씨줄과 날줄이 되고, RT기능을 발휘할 때 지역이 발전하고 에너지도 극대화될 것이다.오늘은 전북 인사들의, 7일엔 재경 인사들의 신년하례회가 잇따라 열린다. 전북의 고민을 풀어가고 지역발전을 모색해야 할 지역 리더와 중앙인사들의 새해 첫 만남이다. 그러나 여느 해처럼 손 한번 맞잡고 헤어지는 하례회라면 시간만 허비할 뿐이다. 구태의연한 하례사나 관행적인 건배사 따위는 하지 말자. 진정성이 담긴 말 한마디, 건전한 비판과 지적, 처방과 대안들이 쏟아질 때 비로소 생산적인 하례회가 될 것이다./ 이경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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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01.04 23:02

[오목대] 영어 - 장세균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온 탈북자들의 남한 사회 적응의 어려움 중 하나가 남한의 언어라고 한다. 우리말과 영어가 혼합된 국적 불명의 언어들이 남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TV나 방송에 출연한 사람들도 스스럼없이 토막영어를 구사하고 있다.요즈음 많이 사용되는 영어 단어가 '컨셉'이 아닌가 한다. '컨셉'이란 'Concept'으로써 '개념'이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꼭 '개념'의 뜻으로만 사용되는 것 같지도 않다. 흔히 사용되는 '핸드폰'은 순전히 한국식 영어이다. '아내'나 '부인'이라는 단어는 이미 고대어가 돤 것 같고 '와이프'라는 영어가 일반화 되어 버렸다.외래어도 충분히 우리말로 바꿔 쓸 수가 있다. 예를 든다면 '트럭'을 '화물차'로 '레코드'를 '음반'으로 '아이스'를 '얼음'으로 '밀크'를 '우유'로 충분히 바꾸어 쓸 수 있다. 여자들 이름도 영어발음을 연상케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든다면 '박미리' '김메아리' '최예니' '박유리' '맹나리' '김새로미' '우스미' '윤새라' '이세나' 등이다.이와 반면에 자기 나라 언어에 자긍심이 높은 나라는 단연 프랑스인 일 것이다. 18세기에 러시아 귀족들은 러시아어를 사용치않고 프랑스어를 사용할 정도로 한 때 프랑스어는 유럽 귀족 언어였다는 사실에서 비롯되었는지도 모른다. 자기 언어에 대한 자부심은 중국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그들은 대부분의 외래어를 중국식으로 의역(意譯)하여 사용하고 있다는데 '램프'를 서양에서 왔다는 뜻에서 '양등(洋登)'으로, '에스컬레이트'는 전기로 움직이다고 해서 '전동부제(電動扶梯)', '헬리콥터'는 곧바로 수직으로 공중에 오른다고 해서 '직승비궤(直乘飛机)', '텔레비전'은 전기를 사용해서 보는 물건이라는 뜻에서 '전시(電視)', '콘크리트'는 모래와 시멘트를 혼합해서 응고시켰다고 해서 '혼응토(混凝土)', '포크댄스'는 여려사람이 단체로 추는 춤이라고 해서 '단체무(團體舞)', '스키'는 눈위에서 미끄러지는 것이라고 해서 '활설(滑雪)'이라고 의역한다.외래 고유명사를 중국식 발음으로도 쓴다. '링컨'을 '임금(林肯)'이라 쓰고 '안데르센'을 '안주생(安徒生)'아라고 쓴다. 우리 말이 영어에 밀리고 중국어에까지 치인다면 우리 언어는 그 사이에서 숨이 막힐 것이다./ 장세균 논설위원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11.01.03 23:02

[오목대] 토끼 - 조상진

"두 귀는 쫑긋, 두 눈 도리도리, 허리는 늘씬, 꽁지는 묘똑(뭉뚝)"판소리 수궁가(水宮歌)에 나오는 토끼의 형상이다.올해는 신묘년(辛卯年), 토끼의 해다. 토끼를 뜻하는 묘(卯)는 음력으로 2월, 시간으로 오전 5시부터 7시 사이를 가리킨다. 음력 2월은 농사가 시작되는 달이고 묘시는 농부들이 논밭으로 일하러 나가는 시간이다. 즉 성장과 풍요의 상징인 셈이다.토끼는 인간과 가까운 동물이라 동요나 민속화, 속담 등에 자주 등장한다.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 이야기에서 부터 절구질하는 '달 속의 토끼'까지. 대부분 꾀가 많고 눈치가 빠른 동물로 그려진다.그 중 토끼를 의인화해 코믹하게 그린 수궁가는 토끼 이야기의 압권이 아닐까 한다. 삼국사기에 나오는 귀토(龜兎)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토끼와 자라의 행동을 통해 인간의 부족한 면을 풍자한 것이다.수궁가에서 토끼는 세번의 죽을 고비를 재치로 넘긴다. 첫번째는 남해 용왕이 병을 얻어 별주부로 하여금 토끼를 꾀어 오게 한 후 배를 갈라 간을 꺼내려 하는 대목이다. 여기서 토끼는 용왕 앞에 배를 내밀며 "자, 내 배 째보시오. 간이 있나 없나"하며 간이 없다고 둘러댄다.중모리 장단에 맞춰 "소퇴의 간인즉 달빛같고, 조수같아 망전(보름 전)에는 배에 넣고 망후(보름 후)되면 밖에 두어 진퇴영허(들락날락)하는 고로"라며 피해 가는 것이다.두번째는 간신히 살아난 토끼가 육지로 나와 방정을 떨다 덫에 걸리고 만다. 그러자 토끼는 쉬파리들에게 쉬를 슬어 달라고 부탁한다. 초동목수(풀 베는 아이들)들이 토끼를 구워 먹으려고 불을 피우는데, 들어 보니 쉬가 슬어 있겠다. 마침 도토리 방귀까지 뀌어 썩어 못먹겠다고 버리는 바람에 살아난다.세번째는 기지로 살아난 토끼가 잘난체하다 독수리에게 붙잡히는 대목이다. 토끼는 또 꾀를 내어 용왕한테 의사(意思)줌치(마음먹은데로 이루어지는 주머니)를 받았는데 무주공산에 던져두었다고 말한다. 이를 구실로, 바위 틈에 들어가 독수리를 따돌리고 살아난다.수궁가에서 별주부는 토끼의 관상을 보며 팔난살기(八難殺氣·여덟번의 어려운 지경을 당하게 될 모질고 독한 기운)가 있다고 한다. 즉 배고픔 목마름 추위 더위 물 불 칼 병란이 그것이다.신묘년 한해, 어려움을 토끼처럼 슬기롭게 극복했으면 싶다./ 조상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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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11.01.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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