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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가족법 시행

내년부터 호적법을 대신할 가족관계 등록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다. 가족법 개정 운동은 지난 1956년 여성법률 상담소의 주도로 시작돼 50년이 흐른 지난 2005년 ‘ 자녀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라야한다는 ’ 민법조항에 헌법 불일치 결정이 내려진뒤 호주제가 폐지됨으로써 비롯됐다. 대체법으로 ‘가족관계 등록에 관한 법률’이 지난달 공포됨으로써 시행케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자기 호적등본을 보면 자기 부모로부터 조부 조모 그리고 형제 자매까지도 알수있게 되어있다.그래서 호적등본은 가족 족보 또는 가족 약식 역사라고 까지 할수 있었으나 이제 호족등본의 신세는 먼지묻은 하잖은 고문서로 전락될 운명이다. 이제는 자기의 형제 자매에 대해서 알려면 별도로 부모의 가족관계 증명서를 발급 받아야 하고 자기의 조부 조모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자기 부모의 가족관계 증명서를 별도로 발급받아야 한다. 그러나 부모가 사망하고 안계실 때 자기 조부모를 알려면 어떤 절차를 따로 밟아야 할지가 궁금하다. 그리고 이제는 새로 태어난 아기의 성(姓)도 어머니의 협의서만 제출되면 어머니의 성(姓)을 따를수있게 되었다. 이렇게 개정된 가족법은 오로지 여권신장 이라는 일방적 입장에서만 개정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결혼한 여자가 으레히 남편의 성을 따르고 있는데도 여권 운동가들이 데모했다는 이야기를 듣지못했다. 법은 그나라의 전통과 문화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민법은 유교적 질서와 전통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소위 촌수(寸數)라는 개념을 도입했으며 유교 전통아래 가족개념을 중요시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가족 구성원들이 원자화(元子化)됨으로써 가족간의 유대는 사라지기 쉽게되었다.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역사 교과서에는 단군은 신화적 존재로만 기록되어 있으며 기독교 인구 1600만명 불교도 인구 1100만명으로 나누어져 있어 일본인의 65%가 신도(神道)로 결합된 것 것과는 대조적이다. 가뜩이나 가족 그리고 사회 공동체 의식이 상실되어가는 오늘의 세태에 남녀평등 에만 맞춰진 혼(魂)이없는 새 가족법은 가족 분열마저 더욱 가속화 시킬 위험이 많은 것은 어쩔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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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7.06.11 23:02

[오목대] 쩐(錢)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이 세계를 향해 방송을 하려고 웨스트엔드에서 택시를 불러 세우고 BBC(영국방송협회)까지 가자고 했다. “미안하지만 다른 차를 이용해 주십시오. 저는 그렇게 멀리까지 갈 수가 없습니다.” “아니, 어째서?” “보통 때면 좋습니다만, 아저씨, 한 시간 후면 윈스턴 처칠 경의 방송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꼭 들으려고 그럽니다.” 처칠은 그 말에 기분이 좋아서 1파운드의 돈을 집어 주었다. 운전수는 그 지폐를 보더니, “타세요, 아저씨! 처칠인지 개떡인지 돈부터 벌고 봐야겠소”하고 차를 몰았다. 우스개 소리겠지만 그만큼 돈이 좋다는 얘기일 것이다.우리의 판소리 흥보가에도 돈타령이 나온다. 중중모리 장단의 이 돈타령은 흥보가 매품을 팔기로 하고 미리 돈 닷냥을 받아 부인에게 자랑하며 부르는 대목이다.“못난 사람은 잘난 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 맹상군의 수레바퀴처럼 둥글둥글 생긴 돈, 생살지권을 가진 돈, 부귀공명이 붙은 돈. 이 놈의 돈아! 아나, 돈아 아아! 어디를 갔다가 이제야 오느냐? 얼씨구나 절씨구”이같은 예뿐 아니라 동서양을 막론하고 돈에 관한 얘기는 너무도 많다. 우선 긍정적인 시각. ‘돈만 있으면 개도 멍첨지라’ ‘돈만 있으면 처녀 불알도 산다’ ‘돈만 있으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 ‘돈이 제갈 양’(한국). ‘돈은 유일한 제왕’(영국). 有錢者生無錢者死(중국 漢書·돈이 사람의 운명을 좌우함) 등이 그것이다.반면 부정적 시각도 만만치 않다. ‘돈이란 지상의 모든 악의 근원’ ‘친구에게 돈을 꾸어주는 사람은 친구와 금전 양쪽을 다 잃는다’ ‘돈이 말을 하면 진실이 침묵한다’(로마) ‘돈은 영혼의 파괴자’(유고슬라비아) ‘錢本糞土(중국 晉書·돈은 원래 똥이나 흙같이 천한 것’ 등이 그러하다.요즘 TV에서 사채업을 다룬 ‘쩐의 전쟁’이 인기를 끌고 있다. 돈에 대한 이중심리를 파헤쳐 공감을 얻고 있다. ‘쩐’은 원래 ‘동전’을 줄인 말로, 돈을 뜻한다. 한자로 전(錢)은 금(金)변에 잔(잔)을 덧붙였다. 금속(金)으로 창이나 칼(刀錢)같이 깎아(잔) 만들었던 옛날 돈을 뜻하여 된 것이다.사람들은 돈 때문에 울고 웃는다. 요즘 세상은 법보다 주먹, 주먹보다 쩐이 앞서는 느낌이다. 참 돈은 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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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6.08 23:02

[오목대] 중국의 미래

6.4 천안문 사태 18주년을 전후하여 중국 각지에서 집단 시위가 빈발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흔히 중국 장래를 부러운 눈빛으로만 내다보고 있는 것 같다.그러나 산이 높으면 그림자도 길 듯, 중국의 장래 역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은 마치 사상적 곡예라도 하듯, 정치제도는 공산주의 일당 체제요 경제구조는 서구적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다.이는 마치 그리스 신화속의 괴물인 사자 ,양, 뱀의 모습을 가진 키메라(chimera)를 연상케 하여 이분법적 사고에만 익숙해진 우리로서는 상상키 어려운 그들의 조화술에 놀라움을 금할수 없다. 그것은 아마도 그들 다양한 처세에서도 그 밑바탕을 찾을수 있을 것이다. 중국 속담에 이런말이 있다. “젊어서는 유교적으로 살고 늙어서는 도교적인 삶을 살어야한다”. 유교적인 삶이란 현실에 바탕을 두고 관직을 가지고 이름을 날리는 것이며 노년기에는 시인 도연명 처럼 귀거래사를 읆으면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생을 이상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런 다양한 처세속에 중국인 특유의 삶의 지혜가 녹아있는 것 같다. 연평균 9%대에 육박하는 중국 경제 성장률은 미국과 더불어 주변국들을 긴장시키고 있지만 높은 경제 성장률은 한편으로는 사회제도에 대한 불만을 분출케 하여 사회불안을 가속화 시킨다는 점도 빼놓을수 없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80년대에 접어들어 일인당 국민소득이 5000불대로 진입하면서 거리 데모가 가열화 되기 시작하였다. 5000불대가 민주화 의식의 분기점은 아니겠지만 경제발전으로 개인 소득이 많아지면 엄청난 의식변화가 뒤따른다는 것이 사회법칙이다.앞으로 중국인은 더많은 자유와 자치를 요구할것이며 공산당 일당 독재에대한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여기에 독립성이 강한 신강성 (新彊省)의 위그르족 과 서장성(西臧省)의 티베트족은 중국정부를 압박할것이다 . 51개의 소수민족을 거느리고 있는 중국에게 이들의 끝없는 자치요구는 1천만명의 장족과 2백만명의 조선족에게도 어떤 영향을 줄는지 예측 불능이다.우리는 중국 경제발전에 너무 위축될 필요가 없으며 중국의 장래는 그만큼 많은 시련을 안고 있음을 주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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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6.07 23:02

[오목대] 지리적표시제

누구나 흔히 쓰는 ‘샴페인’이란 이름을 앞으로는 사용할 수 없을는지도 모른다. 지난 2002년 한국을 방문한 프랑스의 통상장관이 기자회견 자리에서 "국내에서 일반명사처럼 사용되는 샴페인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제동을 걸었다. 자국의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된 브랜드를 한국 업체들이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에서 생산된 백포도주에만 쓸 수 있는 고유상표다. 때문에 한국의 포도주 업체가 이 이름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지리적 표시제’(Geographical Indication)는 농특산물이나 그 가공품의 명성· 품질이 해당 지역의 기후· 풍토 등 지리적 특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 때 그 지리적 명칭을 사용한 브랜드를 등록해 보호해 주는 제도다. 이를테면 순창에서 나는 고추장을 '순창(지역명)+고추장(품목명)=순창 고추장'으로 표기, 등록하는 식이다.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지난 2002년 보성녹차가 처음 지리적 표시제에 등록된 뒤 지금은 38개에 이른다. 전북의 경우 고창 복분자주와 순창 전통고추장 2개 품목에 불과하지만 전북도는 오는 2010년까지 18개로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전주 탁주 △군산 흰찰쌀 보리, 울외짱아찌 △익산 고구마 △김제 총체보리 한우 △남원 목공예품 △완주 곶감, 생강 △무주 천마, 머루(주) △진안 홍삼 △장수 한우, 오미자 △임실 치즈 △부안 뽕(오디) 등이 대상 품목이다. 그런데 정작 생산자단체나 가공업체들이 지리적 표시제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유럽이나 일본은 상표법상의 권리까지 부여하지만 우리는 특허청의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에 별도로 등록해야 상표로서 독점적 권리를 보장받는다. 등록비용도 2000만원이나 추가로 들여야 하는 실정이니 얼마나 번거롭고 낭비적인가. 인증마크도 추상적이고, 소비자 인지도마저 낮아 기피하고 있다. 한-EU간 FTA 협상이 시작되면서 지리적 표시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EU 협상에서는 상호 브랜드에 대한 법적 보호장치 강화에 촛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하니 ‘샴페인’이란 이름을 쓸 수 없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EU 처럼 브랜드를 확실하게 보호해 줄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그게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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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6.06 23:02

[오목대] 파킨슨 법칙

영국의 경제학자 C.N 파킨슨은 1955년 영국 해군을 상대로 케이스스터디해 공무원 조직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공무원의 수는 해야 할 일의 경중(輕重), 때로는 일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상급 공무원 출세수단으로 부하 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일정한 비율로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업무와는 관계없이 시간이 지날 수록 공무원 수는 증가한다’는 이른바 ‘파킨슨 법칙’이다. 파킨슨 법칙은 21세기들어 전북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지난 2002년 195만3846명이던 도내 인구는 매년 지속적으로 줄어 지난해에는 186만8356명으로 집계됐다. 5년동안 4.37% 9만명 가까이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도내 공무원 수는 2002년 1만4601명에서 지난해1만5893명으로 8.12% 1292명이 증가했다. 물론 이 기간 도내의 공무원 수만 늘어난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 들어서 지난 4년 동안 전국적으로 4만8000여명 늘었다.이에 대해 정부는 사회복지등 새로운 환경변화에 맞춰 행정 서비스를 확대하는 것이 본연의 역할이라는 주장이다. 이같은 배경에도 불구하고 공무원 수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것에 대해 국민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지 못하다. 공무원 수 증가는 행정의 비대화로 이어져 주민과 지역경제에 부담을 안겨준다는 인식이 공통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도내의 경우 공무원 1인당 주민 수는 118명으로 전국 16개 시도중 5번째로 적다. 경기도 257명, 대구시 228명, 부산·광주시의 220명 보다 많게는 100명 이상 적게 나타났다. 이들 지역 보다 그만큼 행정수요가 많은지 묻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공무원은 공공서비스 공여자라기 보다는 규제자라는 뿌리 깊은 불신의식도 공무원 수 증가에 대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으로 보인다. 또한 행정전산화등으로 공무원 수가 당연히 줄어들었을 것으로 주민들은 믿고 있다. 주민 수는 감소하는데 파킨슨 법칙만 예외없이 적용돼서는 곤란하다. 적재적소에 적정한 수의 공무원을 배치해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는게 행정의 경쟁력을 높이고 주민에 대한 도리이기도 하다. 공무원 조직 특성상 한번 늘어난 조직과 인원을 줄이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도 충당하지 못하는 도내 자치단체들이 공무원 수만 늘리는 것은 주민부담만 가중시키는 처사라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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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6.05 23:02

[오목대] 표현의 기회

“①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②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③통신·방송의 시설기준과 신문의 기능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④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 언론·출판이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한 때에는 피해자는 이에 대한 피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21조 내용이다.요즈음 국정홍보처가 ‘취재지원 선진화방안’을 마련한 것을 두고 의견들이 팽팽하다. 국정홍보처의 의견은 정부의 취재지원 방법이 유일하지 않고 다양하므로 언론사들에서 특정 방법으로 취재지원을 해 달라고 청구할 권리까지는 포함되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기자실을 통폐합하는 등의 방법으로 취재지원을 할 것이고 이러한 방법이 기존의 방식보다 개선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정부의 개선안에 대해서 대다수 언론은 반대 의견을 나타낸다. 기자실 통폐합이 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를 가로막아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정부에 대한 언론의 감시 기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대한민국 헌법의 정신에 비추어 국정홍보처의 기자실 통폐합이 위헌인지 여부는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이러한 다툼은 어떻게든 언론의 한 꼭지를 차지해서 자신의 생각을 펼쳐 보려고 안간힘을 쓰는 이들에게 사치스러운 일이다. 대나무 회초리와 미꾸라지 그리고 곰 인형 등 소위 ‘튀는 행동’으로 언론의 관심을 끄는 활빈단은 그래도 나은 편이다. 억울한 일 등을 호소하고 싶어도 다수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없는 이들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반전 엄마로 불리던 ‘신디 시핸’이 최근 미국 반전운동의 ‘얼굴마담’으로서의 사직 의사를 밝혔다. 그는 순수해야할 반전운동마저도 당파적인 관점에서 달면 삼키고 쓰는 뱉는 식으로 처신하는 이들에게서 희망을 찾을 수 없었다는 사퇴의 변을 밝혔다. 그가 반전활동을 한 기간은 2년이 채 못 된다. 이런 활동기간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수요집회는 1992년 1월 8일 수요일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작했으니 비교가 되지 못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넘어 대중의 관심 그리고 종국에는 문제의 해결이 아닌가 싶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6.04 23:02

[오목대] 낙화(落火)놀이

중국에서는 섣달 그믐날 저녁 12시가 되면 1시간 가량 여기 저기서 폭죽터지는 소리가 진동한다. 모두 집 밖으로 나와 직접 폭죽을 터뜨리거나 폭죽 터지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리는 중국 최대의 명절인 1주일간의 설연휴를 알리는 축포인 셈이다. 하지만 이 놀이는 위험성이 커 해마다 부상자만 1천명 안팎이 나와 정부당국이 골치를 앓는다고 한다. 폭죽놀이는 당초 악귀를 쫒는데서 유래했다. 그래서 ‘폭죽소리에 묵은 해가 걷힌다(爆竹一聲除舊)’는 말이 생겨났다.일본에서는 16세기 말부터 폭죽이 유락물(遊樂物)로 발달하여 전국적인 경진대회가 열린다. 유명한 불꽃축제가 한둘이 아니고, 대(代)를 잇는 폭죽제조의 명문이 생겨나 오늘날 일본의 폭죽은 세계적인 상품이 되었다.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중국에서 발달한 폭죽은 화약의 발명과 함께 비약적으로 발전, 13세기말에는 이탈리아 피렌체로 전해졌다. 15세기경에는 유럽 전역에 퍼졌다.우리나라에서도 요즘 화려하게 밤을 수놓는 폭죽놀이를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어지간한 축제에는 약방의 감초격으로 낀다.그러면 조선시대에도 이런 불꽃놀이가 있었을까? 경북 안동 화회(河回)마을에서 행해지는 선유줄불놀이가 이에 해당하지 않을까 한다. 낙동강이 ㄹ자 모양으로 감싸고 흐르는 이 마을에서는 음력 7월 보름께 강가에서 줄불놀이 뱃놀이 달걀놀이 낙화놀이가 벌어진다. 이어 선상시회(船上詩會)도 열린다. 줄불은 뽕나무 숯을 갈아서 만든 탄가루에 소금을 섞어 만들고, 달걀불은 달걀껍질의 일부를 잘라내고 그 속에 피마자 기름을 담아 심지를 달고 불을 켠다. 줄불놀이는 소금이 타오를 때마다 폭죽이 터지는 소리를 내고 달걀불은 강위를 떠다니면서 다양한 문양을 아로 새긴다. 이 놀이는 낙화놀이로 절정을 이루는데 젊은이 3-4명이 부용대(芙蓉臺) 절벽 위에 올라 솔가지 다발에 불을 붙여서 ‘낙화야’하는 소리와 함께 강으로 내던진다. 또 경남 함안군의 ‘이수정 낙화놀이’, 강원도 화천군 머슴명절놀이, 경기도 여주 ‘가남 낙화놀이’ 등도 재현되고 있다.도내에서도 이러한 낙화놀이가 31일 복원되었다. (사)민족문화연구소가 무주군 안성면 두문마을에서 일제 강점기때 끊어진 이 놀이를 재현한 것이다. 학술세미나와 함께 열려 의미를 더할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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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6.01 23:02

[오목대] 바다의 날

우리나라는 지난 1988년 부터 주변 3개 해역을 페기물 투기지역으로 지정해 육지의 쓰레기를 바다에 버려오고 있다. 지정된 해역은 군산 서쪽 200㎞의 서해병 해역을 비롯 포항 동쪽과 울산 남동쪽의 3개소이다. 육지 쓰레기는 당연히 육상에 매립장이나 소각장을 설치해 처리해 해양환경을 보호해야 하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이처럼 손쉬운 방법을 택한 것이다. 게다가 해양 투기비용이 육상 처리비용의 7∼ 25% 정도로 싼 것도 해양투기를 부채질한 요인으로 볼 수 있다. 투기가 용이하다 보니 투기량은 매년 늘어 지난 2005년의 경우 무려 1000만톤에 달하는 기록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해양투기로 버릴 수 있는 폐기물은 오수· 분뇨 ·축산폐수및 정화시설에서 발생한 오니, 음식물 처리시설에서 나오는 액체상태의 쓰레기, 준설및 건설공사 오니 등이다. 중금속등 14종의 허용 함량을 지켜야 한다고 규정해 놓았지만 지난해 해양수산부가 투기지역 오염실태를 조사한 결과 일부지역 퇴적층의 오염정도가 기준치를 넘어선 것으로 확인됨으로써 이 규정이 얼마나 허술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이미 자정눙력을 잃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 곳에서 잡힌 수산물이 우리 식탁에 올라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전북도와 접한 서해의 경우 이같은 폐기물 해양투기뿐 아니라 최근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중국으로 부터 유입되는 오염물질이 계속 증가하고있다. 실제 서해안 끝자락 발해만은 세계에서 두번째, 이스라엘의 죽은 바다인 사해(死海) 다음으로 오염된 바다가 됐다. 새만금과 연결된 고군산열도를 국제해양관광지로 개발하려는 전북으로서는 서해의 이같은 오염이 ‘강 건너 불’일 수가 없다. 오염이 이대로 계속돼 서해가 문자 그대로 ‘누런 황(黃)해’가 될 경우 사업의 앞날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오늘(31일)은 제 12회 바다의 날이다. 바다의 넓이는 지구 표면적의 71%를 차지할 정도로 넓다. 그렇지만 육상의 모든 오염물질을 받아들여 거뜬히 처리해낼 수 있을 정도로 무한정한 자정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다. 자정능력의 한계점을 넘으면 바다도 썩기 마련이다. 깨끗한 서해 바다를 가꾸기 위해서는 우선 폐기물 해양투기의 대안부터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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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7.05.31 23:02

[오목대] 보복폭행사건 이야기

홍영기 서울경찰청장의 옷을 벗기고, 이택순 경찰청장의 사퇴논란을 불러온 김승연 한화그룹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은 하마터면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은폐될 뻔 했다.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뒤에야 비로소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가 구조적인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다. 만일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더라면 김회장의 구속과 서울경찰청장의 사퇴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조폭동원- 늑장수사- 청탁 및 외압 등은 묻혔을 것이다. 이 사건은 3월8일 발생했다. 다음날 서울청 광역수사대가 첩보를 최초 입수해 내사단계에 들어갔다. 하지만 일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전직 경찰청장인 최기문 한화그룹 고문이 “사건이 접수되면 잘 처리해 달라”며 청탁을 했고 홍영기 서울경찰청장과 모 경찰서장 등이 일식집에서 회동한 사실도 드러났다. 수사관계자들은 김승연 회장의 폭행사실을 파악하고도 수사보고서 작성을 누락시켰고, 내사 착수 보고서에 김 회장 대신 차남의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피해자 조사도 하지 않았다. 한술 더 떠 폭력배와 만나 식사하고 술자리를 갖기도 했다. 수사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이 사건 소식을 맨 처음 들은 언론사는 한국일보였다. 한국일보 기자는 상가에서 북창동의 술집 주인한테 얘기를 들었지만 확인할 길이 없어 기사화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뒤 경찰청 출입기자실 등에 소문이 나돌았다. 기자들이취재에 들어갔지만 경찰과 한화그룹이 사실을 확인해 주지 않아 역시 기사화하지 못했다. 언론에 처음 보도된 건 사건 발생 한달 보름이나 지난 4월24일이었다. 연합뉴스 기자가 경찰의 첩보를 입수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문건화된 첩보는 기사화할 수 있는 증거였던 것이다. 보복폭행 사건 처럼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들이 국민에게 거짓말하고 권력과 재력, 피의자 쪽에 서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언론의 환경감시 기능이 중요한 까닭이다. 한줄의 기사가 엄청난 파장을 낳기도 한다. 한줄의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기자는 몇날을 허비하기도 한다. 사명감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들이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 담합이나 한다고 비아냥대지만 그런 기자는 없다. 명예훼손 감이다. 기자실 없애는데 치중할 게 아니라 거짓말 하는 조직 단죄하는데 열중할 노릇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5.30 23:02

[오목대] 몽골 여행의 묘미

매년 7월 11일에 시작되는 나담 축제(Nadam Festival)는 13일까지 이어진다. 우리를 솔롱고스 즉 무지개 나라라고 부르는 몽골에서 가장 크고 국제적인 행사라는 것은 이제 잘 알려져 있다. 7월 11일은 몽골 혁명기념일이기도 해서 국가적으로도 의미가 있는 날이다. 다른 나라의 축제와 마찬가지로 나담 축제 역시 몽골의 볼거리를 대표하는 씨름대회, 말달리기, 활쏘기 등이 유명하다. 지혜로운 자의 마음은 초상집에 있고 어리석은 자의 마음은 잔치집에 있다는 격언처럼 몽골의 진면목이 축제기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몽골은 한반도의 7배 크기로 세계 200여 국가 중 17번째로 큰 땅을 가진 나라지만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지금의 두 배 크기였다. 몽골의 수도인 윤란바타르에서 북쪽으로 곧장 올라 가면 바이칼 호수를 만날 수 있다. 이 호수 역시 본래 몽골 땅이었고 중국의 자치국으로 존재하는 내몽골은 당연히 몽골 땅이었다. 몽골의 지형은 서부의 알타이와 항가이-헨티 산악지대, 동부 초원지대, 남부의 고비 반사막지대 등 세 부분으로 크게 나눈다. 그리고 오르흥, 헤르렝, 셀렝게, 오농, 토올 등을 포함한 3800여 개의 강줄기는 대부분 북부 산악지대에서 동쪽과 남쪽 방향의 초원과 사막지대로 흘러간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2,620㎢ 면적의 흡스굴롸 옵스, 햐르가스 등을 포함하여 120여개의 호수가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분포되어 있다.몽골에서 유럽이나 미국의 문명시절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인 문제로 몽골의 문화를 업수이 봐서는 안 된다. 적어도 이들 몽골 사람들이 금기시하는 몇 가지 정도는 지킬 줄 알아야 방문객도 존대를 받을 수 있다. 물건은 오른손으로 건네야 하고 술은 서서 마시지 않는데 이는 오른손과 술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의 생각이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어글리 코리안’으로 표현되는 우리의 잘못된 행동들은 상대방을 깔보는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는 데서 시작된다. 여름이 되면 휴가차 외국을 다녀올 계획을 세우는 이들이 많다. 외국 여행 계획을 세우면서, 이미 다녀온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유명한 광광지를 여행의 기준으로 삼는 것도 쉬운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의 내면을 살피고 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도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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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29 23:02

[오목대] 보리

보리고개 한가운데서 배고픈 설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보리는 곡식이 아니라 풍경이요 낭만이다. 먹을 것이 없어서 굶었다고 하면 두 눈 크게 뜨고 쳐다보는 그들에게 보리는 생명줄이 아니라 한 폭의 수채화요 추억이다. 그들은 앉은뱅이도 일어서고 곱사등이도 펴진다는 보리누름의 풍요로움을 모른다. 그들에게 보리는 오직 놀이의 대상이다. 어서 빨리 여물어 풋바심이나 해먹을 날을 기다리던 농부들의 청보리밭이 도회지에서 찾아와 낭만과 추억을 담아가는 축제의 놀이마당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올해로 4회째를 맞는 고창 청보리밭 축제에 물경 52만명이나 다녀갔다고 한다. 이들이 떨어뜨리고 간 돈도 무려 62억원이나 됐다니 축제는 가히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한데 한 쪽 옆구리가 허전한 건 웬 일일까. 꼭 학교 선생님이 장사를 해서 돈을 번 것 같기도 하고, 농부가 오락실에서 돈을 따온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축제가 잘못됐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곡식이 곡식 대접을 받지 못하고 엉뚱한 방법으로 돈을 벌기에 하는 말이다.보리가 곡식 취급을 받지 못하니 청보리밭 축제라도 하지 않으면 영 보리 구경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르겟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 않아도 보리농사 짓기가 가뜩이나 어려운 판국에 59년 보리 수매사상 처음으로 보리 수매가격을 전년 대비 4%나 깎아버렸으니, 무슨 재미로 보리농사를 짓겠는가. 더군다나 정부가 보리 수매가격을 올 해부터 점차 낮추기 시작하여 오는 2012년부터 보리 수매제도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예고를 하고 나섰으니, 정말 청보리밭 축제에나 가야 보리 꼴좀 구경하게 생겼다.지질이도 가난하고 고단했던 시절 우리 민족의 생명의 끈을 이어주던 보리가 우리 곁을 떠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웬지 마음이 허전해진다. 반만년 동안 우리네 어버이들의 애환을 묻어온 보리밭에서 도종환 시인의 ‘보리 팰 무렵’의 시가 들려온다. 장다리꽃밭에 서서 재 너머를 바라봅니다/자갈밭에 앉아서 강 건너 빈 배를 바라봅니다/올 해도 그리운 이 아니오는 보리 팰 무렵/어쩌면 영영 못 만날 사람을 그리다가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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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28 23:02

[오목대] 아까시 나무

요즘 도시 근교 야산에 나가보면 아까시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린 꽃을 쉽게 만날 수 있다. 하얀 색깔에 향기가 진하기 이를데 없다. 키가 낮은 찔레꽃과 함께 오솔길을 하얗게 뒤덮기도 한다.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까시나무는 일반적으로 아카시아로 잘못 알려져 있다. 같은 콩과 식물이지만 그 속(屬)이 완전히 다르다. 아카시아는 아열대성 상록수로 우리나라에서는 밖에서 살 수 없다고 한다. 굳이 키우려면 온실에서 가꿔야 한다. 이것이 잘못 표기된 것은 아마 우리가 자주 부르는 ‘과수원길’이라는 동요 탓도 있지 않을까 싶다. “동구밖 과수원길 아카시아꽃이 활짝 폈네…”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이 아까시나무는 한때 수난을 톡톡히 당했다. 6·25 등으로 헐벗은 황폐지 복구에 공헌했으나 푸대접을 받은 것이다. 1890년대 일본인들이 들여 온 외래수종으로 가시가 많은데다 산림을 황폐화시킨다고 해서 무차별하게 베어졌다. 심지어 나무줄기에 제초제를 주입하거나 껍질을 벗겨내 죽였다.여기에는 몇가지 오해가 있지 않았나 싶다. 하나는 아까시나무가 번식력이 좋아 다른 식물을 못살게 만든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목재로서 가치가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묘지 주변에 자라는 아까시나무는 관을 뚫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아까시나무는 햇빛이 많이 들어야 살 수 있는 양수(陽樹)로 녹비효과가 뛰어나다. 20-30년의 수령동안 열심히 황무지를 옥토로 만든후 다른 나무에 보금자리를 내주고 사라지는 것이다. 또 제대로 가꾸면 습기에 강하고 단단해 건축재나 포도주 통 등으로 그만이다. 아까시나무는 뿌리가 얕게 옆으로 뻗는 특성이 있어 관을 뚫는다는 것은 잘못 알려진 것이다. 또 아까시나무는 세계적으로 귀중한 밀원식물로 꼽힌다. 우리나라 꿀의 70%가 아까시꽃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2002년부터 잎이 시드는 황화현상과 아까시잎혹파리로 활력을 잃으면서 꿀생산이 크게 줄었다.최근 국립산림과학원이 아까시나무의 개화시기를 조사한 결과 서울과 전남 해남의 땅끝마을이 일치한다고 밝혔다. 도심의 열섬현상 때문인데 아까시나무가 전국적으로 분포돼 있는데다 유전자 변이가 적어 기후변화를 측정하는 자료로 쓰인 것이다.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고 있지만 고마운 존재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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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25 23:02

[오목대] 꿀벌 폐사

미국의 생물학자이며 작가인 레이첼 카슨은 1962년 ‘풀들이 시들어가고, 새들의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당시 생태계의 모습을 자신의 저서 ‘침묵의 봄’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 주었다. 1950∼60년대 미국 전역에서 보고된 수 많은 환경피해 사례들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에 의해서 수집 체계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그녀의 노력으로 DDT 같은 유기염소제 농약의 독성이 밝혀지고, 후에 규제되는 근거가 되었다. 지난해 미국에 이어 최근 유럽에서 까지 꿀벌의 개체수 감소로 떠들썩하다. ‘벌떼 폐사 장애(CCD)’로 불리는 이같은 현상은 25% 정도 꿀벌들이 벌집 밖에 나가 죽어버리는 비슷한 현상이 다발로 나타나고 있다. 벌집에 사체가 없다보니 원인 규명도 어려운 모양이다. 기생충이나 바이러스, 유전자 변형 농산물 때문이라는등 갖가지 설이 난무하고 있다. 일부 학자는 휴대폰 전자파 탓이라는 주장도 있다. ‘침묵의 봄’ 처럼 원인은 어떻게든 밝혀지겠지만 인간이 만든 재앙이 아닐런지 우려된다.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만약 세상에 꿀벌이 사라진다면 인류는 4년내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꿀벌은 꿀만 만들지 않는다. 사과, 딸기등 대부분의 과일과 채소가 꿀벌의 수분(受粉)작용에 의해 결실을 맺는다. 인류가 먹는 식품 가운데 3분의1이 곤충의 수분으로 생산되는데 이중 80%를 꿀벌들이 해낸다. 가축의 사료인 알파파도 꿀벌의 수분으로 생산된다. 꿀벌이 없으면 육류생산도 곤란해진다는 얘기다. 국내의 경우 아직 집단폐사 현상이 보고되고 있지는 않지만 올 봄 꿀생산이 흉작을 거듭하면서 양봉농가들이 철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무분별한 농약사용과 함께 꿀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밀원(蜜源)인 아카시아나무의 황화(黃化)현상으로 꿀 생산이 현격히 감소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생물 다양성의 훼손은 먹이사슬등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다.인류도 예외일 수 없다. 생태계가 균형을 잃게되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류가 지식사회와 정보사회를 이루고 첨단 과학기술로 우주를 누벼도 미물인 꿀벌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없다. 지속 가능한 생물 종(種)의 군(群) 유지와 회복을 통한 생물 다양성 보전에 보다 더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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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24 23:02

[오목대] 2단계 균형발전

비교적 짧은 기간에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시기별로 다양한 사회적 과제를 떠안기도 하고, 때로는 풀기도 하면서 성장했다. 해방 이후 1950년대에는 국가건설이 최대 과제였고 60년대에는 절대 빈곤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국민적 과제였다. 70년대에는 경제성장을, 80년대엔 민주화 쟁취가 사회적 과제로 대두되는 등 한국사회는 급변하는 과정을 밟으면서도 커다란 물줄기를 따라 올바른 방향을 좇았다. 90년대에는 글로벌시대의 적응이 화두였고 2000년대엔 지식기반경제 심화 속에 국가경쟁력 강화에 비중이 두어졌다. 그러나 한국사회가 넘어야 할 중요한 장애물은 지역격차의 문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격차는 고질병이다. 지난해 말 현재 국토면적의 11.8%인 수도권에 전국 인구의 48.5%가 집중해 사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2011년부터는 수도권 인구가 전체의 50%를 초과하고 2020년에는 52.3%에 달하는 등 심각한 수준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부산 같은 곳도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인구유출 때문에 고민이라고 하니 전북의 경우는 새삼 스러울 것도 없을 것이다. 지방은 지금 정체와 저발전의 위기에 직면해 있고,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국토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국가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임은 필연이다. 이런 사회적 과제를 방치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 될 것이다. 이젠 '기업과 사람이 모이는 지방'을 만드는 게 과제다. 정부가 지난 2월 내놓은 ‘2단계 균형발전정책 구상’이 그것이다. △법인세 대폭 경감 △인력난 해소 △산업용지 공급 확대 △경제자유구역· 무역자유지역 추가 지정 △지방 이전기업에 도시개발권 부여 △대기업의 지방투자에 대한 출자총액제한제도 예외 인정이 핵심이다. 기업하기 좋은 투자환경을 조성하고 지방투자를 촉진하는 내용이 주류다. 그런데 이게 잘 안되는 모양이다. 세원확보, 공정거래법 및 세법 개정 문제 등에 대해 관련부처에서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입법을 추진해야 할 정치권도 관심 밖이다. 마침내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판에 국회에 내놓고 밀어 붙여보자"고 하소연했다. 왜 진작 하지 않고 힘 떨어질 때 이런 정책을 추진하는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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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23 23:02

[오목대] 성년의 날

어제가 성년의 날이었다. 잡코리아에서 운영하는 아르바이트 전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이 대학생 567명에서 어른이 되기 위해서 갖추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그 결과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나 직업을 갖고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 스스로를 성인으로 인정한다는 응답이 각각 1, 2위를 차지하였다. 특히 언제 어른이 됐다고 느끼느냐는 질문에는 내 힘으로 번 월급봉투를 받을 때 (26.1%)라는 응답이 1위여서 경제적인 문제가 성인이 되는 우선적인 조건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부모님께서 집안의 큰일을 상의해 올 때 역시 어른이 됐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뒤를 이어 술집을 드나들거나 ‘어린 것들이’라고 말하는 자신을 발견했을 때 그리고 눈 오는 날이 오히려 부담스러울 때 등에도 자신이 어른처럼 느껴진다는 응답이었다. 반대로 부모님께 용돈을 받을 때, 잘못을 회피하러 할 때, 부모님께 일일이 허락 받을 때 아직 어리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성인(成人)’에 해당하는 우리말 ‘어른’은 『석보상절』등이 옛 문헌에 ‘얼운’으로 나타난다. ‘결혼하다’라는 뜻의 어간 ‘얼-’에 ‘-우-’와 ‘-ㄴ’이 결합된 ‘얼운’은 연음으로 ‘어룬’으로 쓰였다가 오늘날 ‘어른’의 표기 모습이 바뀌었다. 아이에서 어른이 되는 시기라는 의미의 ‘성년(成年)’은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20세를 기준으로 한다.사례(四禮)로 꼽는 관혼상제(冠婚喪祭)의 첫 예(禮)가 바로 관례(冠禮)인 성년식이다. 관례의 순서는 택일(擇日), 준비, 시가례(始加禮), 재가례(再加禮), 삼가례(三加禮), 초례(醮禮), 자관자례(刺冠者禮) 등으로 진행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로는 혼례(婚禮)를 치를 때에 상투를 틀고 갓을 쓰는 정도의 간략한 순서로 진행되곤 했다.‘통과의례’라는 인류 보편적인 개념을 정립하고 그 중 하나로 성인식을 주목한 사람은 프랑스의 인류학자 반 헤네프였다. 굳이 헤네프의 의견을 빌지 않더라도 어느 사회에서든 성인이 된다는 것은 독립된 인격체로서 사회적인 책임과 의무 그리고 권리를 자율적으로 행사할 수 구성원으로 공인 받는 절차로 인식된다. 하지만 요즈음에는 어른이라는 자각이 예전같지 않다. 나이로만 이기려 드는 어른과 반말하는 어른 그리고 패션감각을 상실한 어른 등이 꼴불견이라고 한다. 이 기회에 어른들도 새로이 성년식을 하는 마음가짐을 가져보면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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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22 23:02

[오목대] 새옹지마(塞翁之馬)

옛날 중국 북방의 요새(要塞) 근처에 한 노옹(老翁)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노옹의 말(馬)이 호(胡)나라 땅으로 도망을 갔다.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이 위로를 하자 노옹은 “누가 아오? 이 일이 복이 될지”라며 조금도 애석해 하지 않았다. 몇 달이 지난 후 그 말이 준마(駿馬)한 필을 데리고 돌아왔다. 그러자 마을 사람들은 정말 잘된 일이라며 노옹을 축하했다. 그러나 노옹은 별로 기쁘지 않다는 듯 “누가 아오? 이 일이 화가 될지” 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그런데 어느 날 말 타기를 좋아하던 노옹의 아들이 그 준마를 타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다. 마을 사람들이 또 위로를 하자 노옹은 전혀 슬픈 기색이 없이 “누가 아오? 이 일이 복이 될지”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어느 날, 호나라가 대거 침공을 해왔다. 이에 맞서 마을 청년들이 장렬하게 싸웠으나 역부족으로 모두 전사하고 말았다. 그러나 노옹의 아들은 절름발이라서 전쟁에 참여하지 않고 무사했다. 새옹지마(塞翁之馬), 회남자(淮南子 ) 인간훈(人間訓)의 고사에서 유래된 말로 세상만사 변화무쌍하여 인생의 길흉화복을 예측할 수 없다는 뜻으로 흔히 쓰인다. 여권 대통합 논의과정에서 여러 당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민주당 박상천 대표가 ‘좌편향 진보인사’와 ‘국정 실패에 책임’이 있는 인사는 절대 신당에 참여시킬 수 없다는 전제조건을 달아 ‘세상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을 실감케 하고 있다. 그는 4년전 열린우리당 창당 당시 ‘역적 중의 역적’으로 몰려 집권여당으로 부터 ‘배척 1호’로 천대를 받았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뒤바뀌어 “열린당 핵심인사들과는 한 배에 탈 수 없다”고 몽니를 내고 있으니, 과연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가 헛소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데 박 대표의 이 같은 주장에 열린우리당 핵심인사들이 일제히 반격에 나서 여권 대통합 상황은 더욱 복잡하게 꼬여가고 있다. 정세균 의장과 장영달 원내대표, 그리고 재선의원들의 모임인 ‘처음처럼’이 “박 대표가 소통합을 시도하면 박 대표를 빼고 대통합을 추진할 수 밖에 없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어 여권 대통합 정국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혼미해지고 있는 것이다. 4년전 상황이 재연될 것인가, 아니면 뒤집기를 할 것인가 세상만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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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21 23:02

[오목대] 지리산ㆍ섬진강권

“웅장한 모습으로 호남·영남 두 길의 동서에 걸터타고 있어 한 나라의 거대한 진정(鎭定)하는 산이 되었다.” 조선 중기 호남의 거유(巨儒) 김인후의 하서집(河西集)에서 지리산을 이르는 귀절이다.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출발해 한반도의 등줄기를 이루며 남단으로 뻗어 내리다 우뚝 솟은 지리산에서 발길을 멈춘다. 그래서 두류산(頭流山) 또는 삼신산인 방장산(方丈山)이라 불렀다.영남의 거유 조식 역시 지리산을 ‘하늘이 울어도 아니 우는 산(萬古天王峰 天鳴猶不鳴)’이라 했다. 지리산을 10번 이상 답파한 그는 또 남명집(南冥集)에서 “두류산 같이 큰 산이 없는데 가까이는 우리 시야 안에 있으면서 여러 사람이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아도 아직 보지 못하는 산”이라고 장엄함을 묘사했다. 말하자면 동시대를 살았던 호남과 영남의 두 거유가 하나같이 지리산을 칭송한 것이다. 또 ‘지리산 포수’라는 속담이 있다. 한번 들어간 후 돌아오지 않거나 매우 늦을 때 쓰는 말이다. 울울창창한 지리산 속에 들어가 쉽게 나올수 있었겠는가. 지리산은 주봉인 천왕봉을 중심으로 동서 100여리에, 1500m 이상 봉우리만 18개를 거느리는 거대한 산악군이다. 둘레만 800리요, 800여종의 식물과 400여종의 동물을 품은 식생의 보고다. 대학자인 최치원과 한국 풍수의 비조 도선이 편력했고 정유재란과 일제, 6·25 등 민족의 수난을 민중과 함께 했다. 그 아픔이 ‘토지’ ‘지리산’ ‘남부군’ ‘태백산맥’ ‘혼불’ 등의 문학으로 승화되었다.한편 지리산은 진안군 백운면 데미샘에서 발원해 광양만으로 빠져 나가는 섬진강을 끼고 있어 풍요로움을 더해 준다. 섬진강은 성급히 휘둘지도, 바삐 여울져 흐르지도 않고 한 굽이 돌 때마다 정갈한 모래톱을 속살로 드러낸다. 그래서 이원규 시인은 안치환이 부른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에서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처럼 겸허하게 오고…”라고 노래했을 것이다.최근 지리산과 섬진강권인 전북 남원·순창·장수, 전남 곡성·구례, 경남 하동·산청·함양군 등 8개 자치단체장들이 모여 이곳을 공동 관광개발키로 했다. 지역협력의 좋은 모델이 되길 바라지만 난개발로 청정한 자연을 훼손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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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18 23:02

[오목대] '슈퍼 태풍'

지난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영향으로 130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뉴올리온즈의 참사는 미국 역사상 최악의 재난으로 기록되고 있다. 연례행사 처럼 치르는 이같은 재난에 맞서기 위해 미국정부는 항공우주국(NASA)등 관련기관이 총동원돼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허리케인의 눈에 구름씨를 뿌려 비를 내리게 한다든지, 마이크로파를 쬐어 에너지를 공급하는 수증기를 미리 제거하게 한다든지, 대기권 바깥에 거대한 거울을 설치하는 방법등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어느 방법으로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태풍은 저위도지방에서 발생하는 열대성 저기압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중심부근의 최대 풍속이 초속 17m 이상일 경우 태풍이라 부르며, 강한 바람과 많은 비를 동반한다. 적도 부근에서 발생한 태풍은 바다를 따라 고위도 지역으로 움직이는데 이때 바다로 부터 수증기를 에너지원으로 계속 공급받아 위력을 키우는게 보통이다. 지구상에서 연간 발생하는 태풍은 평균 80개 정도다. 태풍은 발생 지역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아시아권에서는 태풍(Typhoon), 북대서양 지역에서는 허리케인(Hurricane), 인도양쪽에서는 사이클론(Cyclone), 호주연안에서는 윌리윌리(Willy willy)라고 부른다. 태풍의 강도는 최대 중심풍속에 따라 ‘약한 태풍’, ‘중간 태풍’, ‘강한 태풍’, ‘매우 강한 태풍’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현재 기상청은 초속 17∼25m 정도를 ‘약한 태풍’, 44m 이상을 ‘매우 강한 태풍’으로 부르고 있다. 미국에서는 초속 65m 이상을 ‘슈퍼 태풍’으로 정의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매미’(2003년)와 ‘루사’(2002년)가 슈퍼 태풍에 근접한 것으로 측정됐다. 엊그제 태풍 전문가와 기상청 관계자들이 참석한 전문가회의에서 “슈퍼 태풍이 한반도를 덮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태풍의 에너지원인 동아시아의 해수온도가 급상승하고 있는 것을 가능성의 근거로 제시했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회의(IPCC) 역시 최근 간행한 기후변화보고서를 통해 아시아국가들이 지구 온난화로 인한 최대 피해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 여름에도 몇차례 태풍이 한반도를 찾아올 것이다. 전문기관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사전에 체계적인 재난관리 계획수립과 대처능력 향상에 힘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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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5.17 23:02

[오목대] 이완용 공덕비

기분 나쁜 일이긴 하지만 대표적인 친일파 이완용(1858∼1926)은 전북과 인연이 깊다. 경기도 광주 출신인 이완용은 구한말인 1898년 전라북도 관찰사(지금의 도지사)를 지냈고, 인생 끝까지 일제에 기생하다 죽어서 묻힌 곳 또한 익산이었다. 이완용이 전라북도에 내려와 관찰사를 지낸 것은 친러파로 몰려 외곽을 전전하던 때였다. 1896년 고종을 러시아공사관으로 파천시킨 공로로 박정양 내각의 외부대신 겸 학부대신에 취임하는 등 승승장구했으나 이듬해 고종이 러시아공사관에서 돌아와 대한제국이 수립되자, 친러파로 몰려 좌천인사를 당한 것이다. 이완용의 공덕비가 한때 부안군 줄포면 면사무소 후정에 세워져 있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그 연유는 이렇다. 1898년 가을 밤, 갑자기 큰 해일이 들이닥쳐 줄포지역 주민들은 가재도구를 잃고 피신하는 일이 벌어졌다. 줄포항의 배들은 지금의 십리동 마을과 장동리 원동 마을의 똥섬으로까지 밀렸다. 이완용이 전라북도 관찰사가 되어 부안 변산구경을 나섰을 때의 일이었다. 이완용은 줄포에 와서 이같은 참상을 살피고 부안군수 유진철에게 난민구호와 언뚝거리 제방을 중수토록 지시했다. 제방은 견고하게 수리됐고 오늘의 대포가 생겼다. 이후 일제때 서반들 매립공사가 이뤄져 오늘의 줄포시가지가 형성되었다고 한다. 이 일이 있고 난 이듬해 부안군수와 주민들은 이완용의 구호사업을 기리는 비를 장승백이(지금의 장성동)에 세웠다. 이른바 공덕비다. 하지만 광복과 함께 매국노를 칭송하는 이 비는 수난을 맞았다. 이 비석은 개인에 의해 보관돼 오다 1973년 당시 줄포면장 김병기씨가 3,000원에 구입, 줄포면 면사무소 후정에 세워 놓았지만 1994년 ‘일제 잔재 없애기 운동’이 벌어지면서 철거됐다. 지금은 줄포면사무소 지하 창고에 반파된 채로 보관돼 있다. 친일의 댓가로 당시엔 화려한 삶을 살았을지언정 역사는 비석까지도 가만두지 않고 있다. 지하 창고에서 쪼개진 채 나뒹글고 있는 공덕비가 역사의 준엄한 심판임을 말해준다. 얼마전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친일파 9명의 재산(36억)에 대해 국가 귀속 결정을 내렸다. 이완용의 토지는 1만4912㎡로 0.09% 밖에 안된다. 친일에 대한 추적과 심판은 계속돼야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5.16 23:02

[오목대] 스승의 날

스승의 날은 애초 1958년 5월 8일 세계적십자의 날에 시작되어 퇴직한 은사와 투병중인 은사를 찾아 위로하고 격려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이 일은 청소년 적십자 단체가 주체가 되었는데 1963년 10월 서울에서 1차 회의 그리고 1964년 4월 우리 고장 전주에서 2차 회의를 열어 5월 15일은 스승의 날로 정했다. 5월 15일로 제정된 이유는 세종대왕의 탄신일이기 때문이었는데 우리 민족의 큰 스승이라는 취지를 담고 있었다. 이후 1973년 국민교육헌장 선포일인 12월 5일로 통합되었다가 1982년에 다시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삼아 지금에 이르렀다.처음에는 스승의 날이 은퇴하신 선생님들을 돌본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을 알 수 있다. 굳이 옛말을 들추자면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 해서 임금과 스승과 부모의 은혜를 동일시했었다. 권위는 ‘어떤 분야에서 능히 남이 신뢰할 만한 뛰어난 지식이나 기술, 또는 실력’을 의미한다. 뛰어난 지식이나 기술 또는 실력을 겸비해야 하는지 하는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스승에게는 권위가 있었다. 그리고 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는다는 말처럼 스승에 대한 존경의 마음이 있었다.그런 스승의 권위와 존경하는 마음이 세월의 무게를 못 이기는 모양이다. 촌지 자진 신고 제도가 있지를 않나, 스승의 날을 없애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들리지를 않나, 언제부터인지 스승의 날이 여러 모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학부모에게는 촌지와 선물에 대한 부담을 주는 날이며 교사에게는 교육부와 언론, 정권이 한 목소리로 교사들의 사기를 꺾는 날인데다가 학생들에게는 그지 일 년에 한 번 있는 그렇고 그런 날로 치부되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어제 포털 사이트 한 곳에서 회원들에게 스승의 날 폐지 의견 등을 조사한 결과를 내 놓았다. 10명 중 8명은 스승의 날 폐지에 부정적인 답변을 하였다. 반면 폐지하자는 의견은 15%로 많지 않았다. 이런 조사가 통계적으로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사회 전반의 분위기를 반영한다고 해석해도 크게 문제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어떤 일에나 부정적인 목소리는 실제보다 유난히 크게 들리는 법이다. 일부 교사들의 부적절한 행동이 있다 해서 이를 교사 모두에게 투영시키는 분위기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제일 우려할 일은 교사들의 자조(自嘲)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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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7.05.1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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