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29 18:38 (Mo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오목대

[오목대] 노인수발 보험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이 있다. 가족 중 치매나 뇌졸증 노인을 한분이라도 모셔본 사람은 그것을 실감할 것이다. 그런 경우 대개 집안이 엉망이 되어 버린다. 경제적으로 뿐 아니라 육체적·정신적으로 피폐해 질 수 밖에 없다. 우선 배우자가 큰 고생이다. 그리고 자식들도 처음에는 성의를 다 하지만 나중에는 지치게 마련이다. 종국에는 서로 부양을 떠넘기는 가족 해체 현상까지 나타난다. 이것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고령사회에 급속히 접어드는 우리의 일이요, 나의 일이다.치매 등은 아니더라도 노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유병률이 높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움직이는 종합질병센터’가 되어가는 것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노인들이 가장 많이 앓는 질병은 관절염으로, 57.6%로 나타났다. 이어 고혈압 41.3%, 요통 37.3%, 신경통 31.3%, 골다공증 21.9%, 변비 21.5%, 백내장 19.5% 순이었다. 또 우리 주변에 홀로사는 노인이 의외로 많다. 농촌으로 갈수록 더욱 심하다. 이들 혼자사는 노인들은 부부, 또는 자녀와 함께 사는 경우보다 우울증, 불면증, 환각·환청 등이 2배 이상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이들 노인의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된지 오래다. 일본에서는 이미 2000년부터 개호(介護)보험제도를 도입했다. ‘개호’는 ‘신체 장애나 질병 등으로 인해 다른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 생활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우리 말로는 ‘수발’ ‘간병’과 유사한 개념이다. 이 제도는 소득 수준에 따라 매월 일정액의 보험료를 낼 경우 본인이 치매나 뇌졸증 같은 중병에 걸렸을 때 적은 부담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공적 보험이다.우리나라는 2008년 7월부터 수발보험제도가 도입될 예정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지난 9일 가진 여야 영수회담에서 이 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단 명칭은 노인요양보험으로 바뀐다. 이 보험이 시행되면 전국의 65세 이상 노인이나 65세 미만중 치매 등 노인성 질병을 가진 사람은 지방자치단체나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노인 수발을 신청할 수 있다. 수급자로 판정받게 되면 재가수발(간호·목욕·수발 등), 시설수발(노인요양시설), 특별현금급여 등을 받을 수 있다. 준비에 차질이 없었으면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16 23:02

[오목대] 드라마 세트장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유치했던 드라마 세트장이 대부분 해당 드라마 종영과 더불어 애물단지가 돼가고 있다.관광객 유치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거액을 투자한 세트장이 ‘잊혀진 장소’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가건물 형태로 지은 시설물들이 제대로 관리조차 되지 않고, 소품 몇점 이외에는 볼거리가 없으니 누가 찾겠는가.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 예산이 투입돼 건립된 세트장만도 전국에 30여곳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도내에도 부안 격포항과 궁항에 KBS 역사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이. 익산시 신흥동과 여산면에 SBS 드라마 ‘서동요’ 1,2 세트장이 세워져 있다. 도내 세트장의 상황도 다른 지자체 사정과 비슷하다.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다 보니 시설물 곳곳이 파손되고, 쓰레기가 나뒹굴면서 흉물스러운 모습으로 방치돼 있다고 한다. 도내 세트장도 드라마 방영 기간과 종영후 몇개월간은 많은 관광객들이 몰리는 ‘반짝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해당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뇌리에서 사라지면서 천덕꾸러기가 돼버린 것이다. 물론 드라마 종영후에도 꾸준히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세트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모래시계’의 강릉 정동진이나 ‘겨울연가’의 춘천 남이섬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 두 곳은 제작진들이 주변 경관이나 접근성등을 고려해 장소를 물색해 촬영한 뒤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인위적인 장소 띄우기가 아니었다. 지자체들이 이같은 점을 간과하고 따라하는 식으로 세트장 유치에 나선 것 부터 잘못이었다.여기에 단체장의 치적홍보 유혹도 한 몫 거든 요인이다.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혈세를 낭비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불멸의 이순신’ 세트장에는 전북도와 부안군이 50억원을, ‘서동요’ 세트장에는 익산시가 14억원을 지원했다. 지자체의 드라마 마케팅은 세트장을 관광자원화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한 좋은 취지에서 출발하지만 성공율이 낮은 것은 여러 지자체의 사례가 입증해주고 있다. 사업 타당성 평가를 자체적으로 할 능력을 갖춘 전문인력이 없다는 점에서 무리인 것이다. 세트장은 더 이상 대박을 터뜨리는 상품이 아니다. 단체장이 미처 깨닫지 못한다면 지방의회가 견제기능을 충실히 해야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15 23:02

[오목대] 지역혁신위원

‘혁신’(innovation)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국가발전의 키워드가 되고 있다. 선진국의 여러 나라들은 '지역'을 단위로 대학· 기업· 자치단체· 연구소· 시민단체 등 혁신주체들이 긴밀히 협의하면서 ‘지역혁신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혁신클러스터, 혁신도시, 지역전략산업 등이 그런 것들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스웨덴의 시스타, 핀란드의 울루, 중국의 중관춘, 이탈리아의 밀라노,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폴리스, 캐나다의 몬트리올 멀티미디어시티, 영국의 케임브리지 테크노폴 등이 대표적 혁신클러스터다. 모두 지역간 근접성과 특성화를 통해 새로운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낸 지역들이다. 파리에서 800km나 떨어진 중소도시 소피아 앙티폴리스는 농업과 관광이 유일한 산업이고 연구소나 대학도 없는 지적 자원의 황무지이다. 그러나 지역혁신을 꾀한지 30년만에 세계 10대 지식기반 선도지역의 하나로 선정될 정도로 급성장했다. 텅빈 공간에서 이같은 결실을 맺기까지에는 오랜 지역혁신 활동이 뒷받침이 됐다. 이제는 지식기반시대다. 경제활동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수도권 중심이 아닌, 모든 지역의 잠재력을 극대화해야만 비로소 지속적 국가발전이 가능한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지방 역시 스스로의 힘으로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고 잠재력을 복원해 나가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를 맞고 있다. 세계화, 정보화, 지방화라는 시대적 변화의 필연적 결과다. 우리나라가 뒤늦게나마 균형발전을 국가목표로 설정한 것은 다행이다. 이런 정책기조에서는 지역마다 각각의 특성과 비교우위를 바탕으로 특성화 발전전략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이른바 자립형 지방화이다. 이제 첫걸음 하는 입장에서는 지역혁신체계 구축과 지역혁신협의회 위원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혁신도시, 산학연클러스터, 전략산업 등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치열하게 그림을 그려야 한다. 전문성과 노하우가 반영돼야 하고, 조정역할 등도 필요한 사안들이다. 그런데 혁신위원 상당수가 ‘느끼한’ 지역유지나 기관장들로 채워져 있으니 옛날의 행정자문위라는 비아냥을 사고 있다. 더구나 혁신 대상 인물이 혁신위원이라면 이 얼마나 황당한가. 전북도가 지역혁신협의회 위원 171명을 대거 판갈이 한다니 주시할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14 23:02

[오목대] 역지사지(易地思之)

지난 11월 여수 출입국관리소에 불이 나 외국인 10여 명이 죽고 20여 명이 다치는 참변이 일어났다. 이들 희생자는 대부분 불을 피하려는 노력을 했지만 외국인 수용시설이라는 특수한 환경이어서 화재규모에 비해서 희생자가 많았다. 이들 불법체류자들을 감금했던 쇠창살은 화재라는 긴박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열릴 줄 몰랐던 것이다.데자뷰. 이런 불법체류자들의 죽을 보면서 낯선 느낌 대신 동일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일들을 반복적으로 경험하는 느낌이 든다. 이번 사건은 우리나라에 불법 체류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수용하는 시설이라는 특정한 장소가 배경일 뿐 결국은 우리나라 불법 체류자들이 겪는 일로 귀속된다. 이들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해 갖는 희망을 ‘코리안드림’이라고 하지만 그 단어도 이제 장밋빛만은 아니다. 많은 동남아인들이 잘사는 나라 한국에 왔다가 생각지도 않았던 어려움들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역지사지(易地思之). 우리 역시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무모하리만큼 미국행 비행기를 오르기를 고대했던 때가 있었다. 미국이민의 역사에서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불법체류자의 신분으로 기술될 수밖에 없었떤 때 겪어야 했던 부당한 처우에 우리는 공분하곤 했다. 이런 배경의 최인호 소설 ‘깊고 푸른 밤’은 이후 영화감독 배창호씨가 같은 이름의 영화로 만들어 화제가 되었떤 기억이 생생하다.하루 빨리 영주권을 취득해서 한국에 남아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불러들이는 것이 꿈인 백호빈(안성기)은 영주권을 얻기 위해 교포 여인 제인(장미희)과 결혼을 한다. 처음에는 당연히 위장결혼이었지만 같은 집에 살다보니 정이 든 제인 때문에 호빈은 갈등한다. 화장실에서 연습했던 미국의 국가(國歌) ‘성조기여 영원하라’를 불러 이민국 직원을 감동시킨 호빈은 영주권을 얻는데 성공한다. 그리고 이혼에 앞서 제인이 제안한 마지막 여행 중 그랜드 캐년 절벽 위에서 총성이 울리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한 시대를 상징했던 영화 ‘깊고 푸른 밤’은 이제 우리 기억에서 아슴푸레하다. 대신 우리땅에 와 있는 불법체류자들이 눈앞에 생생하다. 개구리가 올챙잇적 생각 못한다는 말이 떠오른다. 입장이 바뀌면 생각도 따라 바뀌어야 하는 일들도 있겠지만 멀리서 온 손님을 귀하게 대접했던 우리네 풍습을 기억해 볼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13 23:02

[오목대] 조폭

"나 김태촌인데, 내가 이름을 밝혔는데도 전화로 해야겠어? 어떤 불상사가 일어나도 괜찮다 이거지! 권상우 집이 OO빌라 OO호 맞지? 그럼 내일부터 피바다가 돼도 상관없다 이거지!"1970년대 조양은 이동재씨와 함께 전국 폭력조직을 평정했던 김태촌씨(59)가 한류스타로 인기 상종가를 치고 있는 영화배우 권상우씨(31)에게 소름끼치는 협박전화를 했다고 해서 언론이 떠들썩하다. 한때 '이름만으로도 흉기'라 할 정도로 악명 높던 그가 어쩌다 연예인에게 직접 협박전화나 하는 인생으로 전락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요즘 조폭들 먹고사는 방법도 흐르는 세월만큼이나 빠르게 변하고 있는 모양이다. 최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조직폭력배의 소득원에 관한 연구'라는 흥미로운 보고서를 만들어 언론에 공개했다. 전국 6개 교도소에 수감된 조폭 109명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물이다. 한데 보고서에 나타난 조폭의 모습이 일반인의 상상을 여지없이 깨는 것이어서 역으로 충격적(?)이다. 의리에 죽고 살고, 돈 되는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는 줄 알았던 그들이 실상은 그와 동떨어진 행태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조폭은 매우 경제적이고 영악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위 아래 따지지 않고, 돈 앞에서는 의리고 나발이고 헌신짝처럼 내팽개친다. 등 돌린 조직원을 보복한다는 것도 옛말이다. 그만큼 조직원의 입출(入出)이 자유스러워졌다. 그러나 마약거래와 같은 위험한 사업은 절대 손을 대지 않는다. 또 조직간에 이권싸움도 극도로 자제한다. 잘못되는 날이면 이익을 얻기는 커녕 조직이 와해되는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 재미있는 것은, 조폭이라는 인상을 풍기지 않으려고 룸살롱보다 일반식당을 선호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이쯤되면 조폭들도 엄청 머리를 굴린다고 봐야 한다.엊그제 도내 모 판사가 조폭 출신 사업가로부터 골프접대를 받았다가 옷을 벗었다. 판사가 조폭을 심판해야 할 텐데 거꾸로 조폭이 판사를 잡아버린 꼴이 되고 말았다. 그 어려운 고시 패스 하느라 세상공부 제대로 못한 것이 큰 죄가 된 것 같다. 사법처리 할 정도로 사안이 중한 것은 아니라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12 23:02

[오목대] 쌍릉

익산시내를 벗어나 호남고속도로 진입로 방향으로 가다 보면 왼편에 서동왕자와 선화공주의 러브 스토리가 살아 숨쉬는 쌍릉이 나타난다. 행정구역상 익산시 석왕동 산 55, 56번지인 이곳은 1963년 국가사적 87호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1만3884㎡다. 남북으로 약 150m를 사이에 두고 2개의 봉분이 놓여 있어 쌍릉이라 부른다. 그 가운데 북쪽에 있는 능은 지름 30m, 높이 5m로 조금 더 큰데 ‘말통대왕릉’ ‘대왕묘’로, 남쪽에 있는 규모가 약간 작은 능은 지름 24m, 높이 3.5m로 ‘소왕릉’ ‘소왕묘’로 불려 왔다. 여기서 ‘말통’은 서동의 이름인 ‘마동’이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한다.이 능은 모두 원형의 봉토무덤으로 흙을 높이 쌓아 만든 것이다. 충남 부여의 능산리 왕릉과 같은 백제 후기(7세기 전반)의 굴식 돌발무덤(황혈식 석실분) 형식이다. 내부 구조는 넓은 판석으로 석실과 연도를 만들었다. 봉분 이외에 별다른 장식이 없이 내려왔으나 몇 년전 석상과 장명등 석수 등을 봉토 왼쪽에 설치했다. 고려사를 비롯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문헌에는 이 쌍릉이 서동왕자인 백제 제30대 무왕(武王)과 부인이었던 선화비의 무덤이라고 적고 있다.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고분은 고려 충숙왕 13년 왜구에 의해 도굴 당했다. 이후 1917년 일본인 학자 야쓰이(谷井濟一)에 의해 내부가 조사되었으며 일부 남아있던 사발형 토기 1점과 나무 관(棺)은 복원되어 국립전주박물관에 전시되었다. 나무 관은 바닥 면보다 위쪽 면이 약간 넓고, 뚜껑의 윗면이 둥근 모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관 고리에는 8쪽의 꽃잎을 가진 연꽃 무늬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근처에 선화공주의 요청으로 세웠다는 미륵사 등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무왕과 선화공주의 무덤일 것으로 짐작되고 있으나 뚜렷한 증거는 없는 상태다. 익산시는 2004년 36억 원을 들여 인근 토지를 매입하고 이 일대에 ‘사랑의 공원’을 조성했다. 최근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가 주축이 돼 미륵사지와 쌍릉, 왕궁리 등 유적이 산재한 익산시 역사지구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키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익산시는 ‘고도보존특별법’에 따라 경주와 부여, 공주와 함께 ‘고도(古都)’로 지정된 바 있다. 1400년전 백제의 꿈이 재현되었으면 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09 23:02

[오목대] 재래시장 특성화

열흘만 지나면 민족 최대 명절의 하나인 설이다. 설이나 추석을 앞두고 신문에는 명절 스케치 사진이 실린다. 으례 대형마트와 재래시장 사진을 나란히 실어 대비한다. 대형마트는 붐비는 반면 재래시장은 썰렁하다. 재래시장의 쇠퇴를 사진 한 컷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다. 요즘처럼 대형마트가 유통업계의 공룡으로 자리잡기 이전만해도 우리나라의 도·소매 거래는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도시지역은 상설시장이, 농촌지역은 5일시장이 그 기능을 담당했다. 게다가 시장에는 사람사는 냄새와 정(情)이 있었다. 흥정이 있고, 에누리는 당연했으며, 흥정이 끝나면 조금 더 얹어주는 덤이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부터 밀어닥친 대형마트라는 거대자본의 위력앞에 재래시장은 도저히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한 장소에서 일괄구매를 할 수 있는 편리함에 익숙해지면서 재래시장을 찾는 발길이 갈수록 줄어든 것이다. 말품을 팔아야 얻을 수 있는 에누리나 덤 따위는 관심권 밖의 일이 돼버렸다. 재래시장 상인들은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행정당국도 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장옥등 건물을 리모델링 하고, 주차장·소방시설 확충등 시설 현대화에 많은 예산을 투입했다. 재래시장 상품권을 발행해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힘썼다. 하지만 이같은 하드웨어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소비자를 유인할 요인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엊그제 전북 소상공인 지원센터가 도내 재래시장에 관광개념을 도입하자는 의견이 관심을 끈다. 한때 호남지역 최대 시장이였던 전주 남부시장을 인접한 교동 한옥마을과 연계시켜 서울의 인사동 처럼 전통문화거리로 조성해 관광상품화 하자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주중앙시장은 의류·신발등을 판매하는 시장으로 특성화시키는 한편 패션쇼와 같은 행사를 정기적으로 개최해 볼거리를 제공하자는 제안도 했다. 엊그제는 순창읍 5일시장에 전통순대촌을 조성해 관광상품화 하기로 했다는 현지 소식도 있었다. 소비자가 시장을 찾지 않고서는 활성화는 공염불에 그칠 따름이다. 특정한 살거리를 비롯 볼거리, 먹을거리를 갖춰 소비자를 끌어모아야 한다. 그 시장에 가야만 어떤 물건을 살 수 있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특성화될 때 재래시장도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08 23:02

[오목대] 수도권 과밀

일본 프랑스 영국 등은 인구의 수도권 집중이 세계적으로 가장 심한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나라의 전체 인구 대비 수도권 지역의 인구비율은 각각 32.6%, 18.7%, 12.2%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그것과 비교하면 새발의 피다. 그런데도 수도권 집중이 심화돼 삶의 질이 떨어지고 국가 경쟁력이 약화된다며 아우성이다. 우리나라의 수도권 인구비율은 무려 48%에 이른다. 지금처럼 인구유입이 가속화될 경우 2010년이면 50%를 상회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더 심각한 것은 인재의 수도권 유출이다. 지방의 미래를 짊어질 젊은 인재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구조적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인구 뿐만이 아니다. 총량경제력에서도 수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50%를 넘어 계속 증가하고 있다. 금융거래와 조세수입의 70%가 수도권에서 발생했고 100대 대기업 본사의 91%, 공공기관의 84%, 10대 명문대학의 80%, 벤처기업의 77%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젠 환자들까지 서울로 옮겨가고 있다. 한해에 6만여명이 수도권 병원을 찾고 있으니 의료보건 분야도 불균형이 심각한 양상이다. 수도권 과밀화는 주택 및 땅값 상승, 교통문제, 환경오염 등 각종 사회적 비용 증대를 초래한다. 성경륭 균발위원장의 지적대로 수도권 집중은 집적의 효과보다는 더 많은 과밀의 비용이 초래돼 국가 전체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이런 마당에 김문수 경기지사가 ‘대수도론’을 들고 나와 수도권과 지방간 갈등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 경기· 인천을 한 권역으로 묶어 공동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수도권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상하이· 동경과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글쎄, 그럴까? 공룡처럼 비대해진 수도권이 아직도 배가 고픈 모양이다. 형해화된 지방을 얼마나 더 먹여 삼켜야 만족한단 말인가. 그러다간 괴물이 되고 말 것이다. 수도권 규제를 푼다면 중·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을 약화시켜 나라 전체를 불황의 늪으로 밀어넣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지방은 지금 생존이냐 해체냐의 기로에 있다. 규제완화를 얘기할 게 아니라 성장동력의 기반을 구축하는 게 순서다. 수도권은 질적인 성장, 지방은 양적인 성장에 비중을 두는 게 상생하는 길이 아닐까.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07 23:02

[오목대] 사랑의 조건

지난 달 20일부터 적십자 회비 모금이 시작되었다. ‘모금’이라 함은 자발적인 성격이기 때문일 것이다. 적십자 회비의 납부는 본래부터 자발성에 기초하였지만 굳이 자발적인 성격임을 밝히는 연유는 보이지 않은 힘이 작용했던 과거를 염두해 둔 까닭이다. 그래서 적십자 회비의 납부가 다분히 강제적인 분위기였던 시절에 비해서 근래의 적십자 회비 납부율은 낮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분위기에 더해서 북한에 지원하는 쌀 등의 물자가 자신들이 낸 적십자 회비로 마련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더해서 가뜩이나 어려운 적십자사의 재정을 더 조이고 있는 형편이다.인도적인 구호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적십자사’라는 명칭은 종교적인 배경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이슬람권에서는 ‘적십자사’라는 명칭대신 ‘적신월사(赤新月社. Red Crescent Society)’라고 부르지만 하는 일은 같다. 1876년 러시아와 전쟁을 할 당시 오토만제국의 ‘오토만 부상자 구호협회’가 종교적인 이유를 들어서 적십자 표장대신 붉은 초등달 즉 적신월(赤新月)을 사용했고 이스라엘은 아랍국들의 반대와 자체적인 종교 문제로 가입이 미뤄지다가 60여 년만인 2005년에야 회원국으로 가입하면서 원했던 표장 ‘마겐 다비스 아돔’(다윗의 붉은 벌)대신 ‘적수정(水晶)’이 세 번째 표장으로 승인되었다.이렇듯 인도주의적인 취지에서 출발하여 활동한다 하더라도 종교와 정치 등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적십자 회비 납부에 관한 국민들의 생각이 그리 넘친다고만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적십자운동의 출발점으로 돌아가 그 근본적인 의미를 되새겨 볼 일이다.1859년 6월24일 사업상의 문제로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 평원의 솔페리노 지방을 지나던 앙리 뒤낭(Henry Dunant)은 워터루 전쟁 이후 유럽에서 가장 치열한 솔페리노전투를 경함하게 된다. 4만여 명의 사상자를 낸 이 전장에서 그는 카스틸료네 마을에서 부상병을 만나 구조활동을 한다. 이 경험으로 뒤낭은 국제사회에 용도폐기된 장난감처럼 버려진 부상병들을 돌볼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책 ‘솔페리노의 회상(A memory of Solferino)’을 출판하여 유럽사회에 큰 공감을 불러 일으켜 지금의 적십자사가 탄생한다. 예나 지금이나 사랑에는 조건을 달지 않는다는 점을 기억할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06 23:02

[오목대] '손학규 셈법'

대선이 벌써 열 달 열나흘 앞으로 다가왔는데 여권 유력 후보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최근 차기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를 한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한나라당의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43.7%의 지지도로 단연 선두를 달리고 있고, 그 뒤를 이어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23.5%,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가 6.4%의 지지도를 나타내고 있다. 여권에서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6.2%의 지지도를 보였을 뿐, 나머지는 5% 미만의 지지도에 그치고 있다. 한나라당 후보에 비하면 지지도라고 할 것도 없을 정도로 초라하다. 집권여당이 이례적으로 이렇게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데는 그럴 말한 이유가 있다. 전열을 정비해서 일사분란하게 전투태세를 갖춰도 시원찮은 판국에 한쪽에서는 탈당을 하고 또 한쪽에서는 당 깨는 연습들을 하고 있으니 후보들이 눈에 띄기나 하겠는가. 더군다나 이런저런 이유로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바닥을 기고 있는 마당에. 열린우리당은 이제 당을 깨고 헤쳐모여를 하든지, 특단의 조치를 해서 당을 살리든지 양단간에 조속한 결정을 내려야 할 막다른 골목에 몰려있다. 여권이 하도 죽을 쑤고 있으니까 별 이상한 일이 다 벌어지고 있다. 한나라당 손학규씨를 영입해서 여권 연합후보로 내세워야 다음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손 전 지사가 경기도 출신으로 호남권에서 크게 거부반응이 없는 데다 현재 여권 후보 중 가장 지지도가 높은 정동영 전 의장보다도 지지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야당 후보를 모셔다 여당 후보로 출마시켜야 한다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국민들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는 눈치다.우리 국민들은 전통적으로 배신자를 싫어하는 정서가 있다. 당적을 바꾸면 철새정치인이라고 손가락질 하고, 경선에 불복하면 가차 없이 낙선시켜 응징을 한다. 근래 중앙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손 전 지사가 범여권 후보고 출마할 경우 78.7%가 찍지 않겠다고 응답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에서 쫒겨나 여권의 프라이머리를 통해 후보가 된다면 상황은 급반전될 수도 있다. 일거에 배신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동정론까지 등에 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번 지켜볼 일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05 23:02

[오목대] 선(禪)

“선(禪)은 마음을 닦는, 즉 정신수양의 대명사다” 만해(萬海) 한용운은 ‘선과 인생’에서 이같이 말했다. 선은 종교적 신앙도 아니요, 학술적 연구도 아니며, 고원한 명상도 아니요, 침적한 회심(灰心)도 아니라는 것이다. 누구든지 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인다.최근 선에 대한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스님들이 동안거나 하안거에서 하는 전문적 수행 말고도 일반인이 선의 세계를 맛볼 수 있는 템플 스테이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세상 살기가 번잡해지면서 조용히 ‘참 나(眞我)’를 찾기 위함일 것이다.선은 흔히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 선사(禪師)들의 기행이나 선문답 등이 너무 크게 부각되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런 한 예로 운문(雲文)스님의 ‘마른 똥막대기(乾屎궐)’를 들 수 있다. 어느 날 운문스님이 화장실에서 볼 일을 보고 바지춤을 올리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때 성급한 스님 한 사람이 화장실 문앞에 다가와서 이렇게 물었다. “스님, 부처가 무엇입니까?” 그러자 운문스님은 지체없이 이렇게 말했다. “마른 똥막대기니라.” 운문스님은 질문을 받았던 그 순간 , 단지 볕 아래 긴 똥막대기를 바라보고 있었을 뿐이다. 이것은 동산(洞山)스님의 ‘삼베 서근’이나 조주(趙州)스님의 ‘뜰 앞의 잣나무’의 예와 맥락이 같다. 스님들은 그 순간 그것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마음의 거울에 오직 그것만 비추었을 따름이다.선은 마음공부라 말한다. 그것을 통해 내가 누구인가를 찾는 기나긴 여정(旅程)이라 할 것이다. 앉아서 자세를 바르게 하고 잡념을 떨쳐내어 마음을 집중하는 좌선이나 돌아 다니며 하는 행선 등 방법은 다양하다. 황벽선사는 ‘전심법요(傳心法要)’에서 마음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마음이란 바로 무심(無心)을 말하는 것이니, 무심이라는 것은 일체의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그 걸림없는 모습이란 안으로는 나무와 돌 같아 동요함이 없으며 밖으로는 허공과 같아 막힘이나 장애됨이 없다.” 어쩌면 말과 글로 표현한 것 자체가 선의 세계와는 거리가 먼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직 마음을 비우는 무심과 무욕(無慾)이 아닐까 한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가 시끄럽다. 정치인들에게 선과 같은 자세를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까.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02 23:02

[오목대] 출산장려금

갈수록 인구가 줄어드는 각 자치단체들이 인구증가를 위해 여러 시책을 펼치고 있다. 출산때 지급하는 출산장려금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셋째 이상 낳을 때는 지급액도 누진해서 커진다. 특히 올해 부터는 금액을 대폭 상향 지급하기로 하는등 자치단체 마다 출산을 통한 인구늘리기에 안간힘이다. 최근 익산시에서 여섯번째 아이를 출산한 30대 부부가 500만원을 받는 첫 수혜대상이 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재정이 넉넉하지 못한 자치단체들이 돈을 주면서 까지 출산 부부를 축하해 주는게 이해는 간다. 그러나 자치단체들이 이렇게 해서 과연 출산율을 얼마나 끌어올릴지 의구심이 든다. 여섯째를 출산한 익산시 부부의 경우는 극히 예외에 속한다. 각 자치단체들이 신생아 출산시 장려금을 지급한게 벌써 몇년째다. 하지만 출산율이 오르기는 커녕 더 떨어지는 추세다. 도내의 경우 남원시 수지면은 지난해 신생아가 한 명도 태어나지 않았다. 신생아 수가 10명 이하인 읍면동도 30여 곳에 달한다. 출산장려금 지원만으로는 출산율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반증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런데도 이같은 시책을 계속 확대하는 것은 세금을 축내고 행정력만 낭비할 뿐이라는 생각이다. 우리 사회가 저출산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현재의 사회여건과 젊은층 생각이 예전 같지 않기 때문이라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급격히 늘어나는데도 안정된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청년실업자가 늘어나면서 결혼연령은 자꾸 늦어지고 있다. 만혼(晩婚)은 곧 1명 정도의 자녀로 끝내는 저출산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최근 한 여론조사는 젊은층들이 딸 하나로도 만족하는 시대로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자녀 양육과 교육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도 저출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성이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기에는 대단한 각오와 용기가 필요한게 현실이다. 출산장려금 위주의 자치단체 출산정책은 일시적으로 경제적인 부담은 덜어주는 효과는 있겠지만 근본적인 출산 유인책은 될 수 없다. 저출산 문제는 자치단체가 나서 한 두가지 시책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적극 나서 다양한 분야의 관련정책을 동시 다발적으로 펼칠때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01 23:02

[오목대] '별종' 공무원

“명절 때 선물 들어오면 거절하고, 마지못해 들어온 선물은 불우시설에 보낸 게 우리 아빠예요. 이런 아빠가 잘못이 있다고는 생각 안해요. 정치적으로 휘둘렸다면 명예회복을 시켜 주세요” 얼마 전 어느 공직자의 딸이 김완주 도지사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의 일부다.부단체장 인사 때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걸 전해 듣고 보냈을 것이다. 김완주 지사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메일을 계기로 요즘 공무원 같지 않은 이 공직자의 청빈한 태도가 회자되고 있어 흥미롭다. 지난해 이 공무원은 과장인사 때 단체장으로 부터 주문을 받았다. 지방선거 끝의 논공행상 인사 요구였다. 대부분은 알았다고 답변했을 터이지만 이 공무원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선거 캠프에 들락거린 사람이고, 이 사람은 부인이 선거캠프에서 활동한 사람인데 이런 사람을 요직에 앉힌다면 공무원들 보고 선거때 줄서란 말 밖에 안되지 않느냐. 다음 선거때 어떻게 중립을 지키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 이러니 단체장이 좋게 볼 리 없다. 연말이면 쓰고 남은 업무추진비를 뜻있게 사용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일부는 궂은 일 하는 미화원들에게 전달하고, 일부는 상을 받은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일부는 실과별로 분배한다. 업무추진비는 내 개인 돈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자신과 공무원의 자세에 대해 엄격한 것도 트레이드 마크다. 봉사하지 않으면서 권한만 행사하려는 공무원은 용납하지 않는다. 업무관계로 청사 밖에서 사람을 만나지도 않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점심은 구내식당에서 한다. 그러니 융통성 없다는 소릴 듣는다. 어느 국장이 근무시간에 문상 가겠다고 해서 무안 당한 일도 있다. “내가 3년 동안 한번도 근무시간에 문상 간 일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말이 나오느냐”고 혼낸 것도 그다. 이런 유형의 공무원은 적당히, 그리고 좋은 게 좋다는 식의 풍토가 지배하는 사회에선 ‘별종’으로 분류되기 십상이다. 마치 외눈박이 세상에선 정상의 눈을 가진 사람이 별종 취급받는 것처럼. 느글느글한 공직세태에서, 푸성귀 같은 신선함을 느끼게 하는 이 공무원은 김제 부시장을 지낸 신균남씨다. 청백리는 조선시대에만 있는 게 아니다. 이런 공무원들을 찾아 자랑스럽게 만드는 것 역시 우리 몫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1.31 23:02

[오목대] 위증죄

「삼국유사」 권2 경문대왕조에 보면 ‘여이(驪耳)설화’라고도 불리는 이야기가 실려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경문왕이 왕위에 오른 뒤 귀가 자라서 나귀 귀처럼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왕의 모습을 아는 이는 단 한 사람뿐이었다. 두건을 만드는 복두장(輹頭匠)은 경문왕의 비밀을 지키다가 죽을 때가 되어서야 도림사(道林寺) 대나무숲에 들어가서 “우리 임금님 귀는 나귀 귀와 같다”고 사실을 말했다 한다. 그 뒤부터는 바람이 불어 대나무가 서로 부딪칠 때마다 소리가 났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런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내용이다. 이런 이야기는 해야 할 말을 못하고는 살 수 없는 인간의 속성을 나타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그런 점에서 공판중심주의 재판은 재판 받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 편하게 한다. 그동안 조사를 받게 되는 상황에서 피의자가 느끼는 심리적인 압박감은 결코 작지 않았다. 법률적인 지식이 충분치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어서 자신이 받은 질문에 어떤 식으로 답변을 해야 옳은지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외국영화에서처럼 변호사가 동행을 해서 도움을 주는 그런 환경은 서민들에게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하지만 이런 공판중심주의 재판이 되기 위해서는 준비해야 될 것 또한 많다. 재판과정이 예전보다 길어질 수밖에 없어서 법원과 검찰, 변호사 모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굳이 공판중심주의 재판이 아니라 하더라도 사건은 많고 사람은 부족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수반될 수 밖에 없는 거짓말에 대한 대비책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로 꼽는다. 선서를 한 상태에서 심문의 결과 또는 쟁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간주되는 허위증언을 고의로 하는 위증은 그 거짓말로 인해서 심문의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점에서 그 해악이 크다.최근 위증을 교사한 피고인에게 실형이 선고되었다. 공판중심주의 정착을 위해서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들은 있었지만 실제로 위증죄를 양형 이유로 들어 징역형을 선고한 것은 처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피고인이 말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는 만큼 거짓말 역시 상대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현명한 판단과 재판을 기대해 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1.30 23:02

[오목대] 대통령선거판

정당이라는 게 권력을 좇아 헤매는 부나비들의 정거장 같은 곳이라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나, 요즘 열린우리당의 행태를 보면 참으로 '정당무상'을 실감케 한다. 불과 4년 전,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새정치를 하겠다며 당 깨고 권력 쫓아간 그들이 이제 와서 태도를 1백80도 바꿔 또 당 깨고 새정치를 하겠다니 '정치인들에게 정당이란 과연 무엇인가' 실로 깊은 회의를 갖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사분오열하며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는 동안 제1야당인 한나라당은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으며 대권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진행해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열린우리당 대선 후보군이 10% 미만의 지지율에 머물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 후보군은 30~40%대의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이명박 박근혜 후보에게는 벌써부터 '유력'이라는 수식어가 붙어다닌다. 여론조사 내용대로라면 게임은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유력 대선 후보가 한나라당 후보로 압축되다 보니 같은 당 후보끼리 조기에 본선을 치르는 듯한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먼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대선 후보 주자에 대한 검증을 제의하고 나서자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나처럼 애를 낳아 봐야 보육을 이야기 할 자격이 있고, 고3 수험생을 키워 봐야 보육을 할 자격이 있다"며 박 전 대표를 공격했다. 이에 박 전 대표도 "군에 안 갔다 온 사람은 국국통수권자가 될 수 없는 것이냐"며 이 전 시장의 공격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선거판에서 후보들끼리 충분히 오고갈 수 있는 공방이다.한데 한나라당 안팎에서 이 작은 공방에 대해 너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지나친 감정대립으로 가면 분당될 가능성이 있다' '잘못하면 한나라당이 대선 3수를 할 수 있다'는 등 별별 걱정거리를 다 만들어내는 것이다. 선거가 도둑놈 장사 지내듯 할 수 있는 것인줄 아는 모양이다. 이를 지켜본 김영삼 전 대통령이 모처럼 명언을 했다고 한다. "선거는 조용히 치르면 안된다. 아주 시끄러워야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다. 더 시끄러워도 된다" 한나라당 원조격이자 정치 9단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훈수를 한 것이니 그냥 지나칠 말은 아닌 것 같다. '부자 몸 조심'도 너무 심하면 거부감이 든다는 것 몰라서 그러는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1.29 23:02

[오목대] 길죽음(road kill)

독일의 자동차 전용도로인 아우토반(Autobahn)은 운전자들에게 ‘무제한 질주’의 상징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근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속도제한을 두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관심이다. 속도를 제한하면 길죽음(road kill)과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독일 전역을 카바하는 아우토반은 총연장 1만1000㎞로, 약 1/3은 속도제한이 있고 나머지는 시속 130㎞의 권장속도만 있다. 따라서 전체의 2/3에 해당하는 도로에서는 규제를 받지 않고 원하는 만큼 속도를 낼 수 있다. 환경단체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독일연방 환경부도 최고속도 규제방안를 지지하고 나섰다. 시속 120㎞의 속도제한을 둘 경우 동물들의 길죽음 방지는 물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30%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교통부와 자동차업계는 ‘곧게 뻗은 도로에 속도제한을 하는 것은 상식밖의 일’이라며 발끈하고 있다.우리나라에서도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자동차에 치어 숨져있는 동물들의 사체를 흔히 보게 된다. 처절한 모습에 고개가 절로 돌아간다. 그러나 동물들의 길죽음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도로공사 집계에 따르면 전국 고속도로에서 차량과의 충돌로 죽은 동물의 수는 2001년 429마리에서 2005년 3241마리로 폭증했다. 하루 평균 8.9마리가 죽은 셈이다. 죽은 동물은 고라니가 54.9%인 1779마리로 가장 많았고 너구리가 27%인 876마리, 멧토끼가 11.3%인 366마리였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건설교통부에서 지침을 마련했다. 올부터 시행되는 이 지침에 의하면 개구리·뱀 등 양서파충류는 도로가의 동물보호 울타리에서 30㎝ 높이까지,족제비·너구리 등 소형동물은 높이 1m까지 격자망을 치도록 했다. 또 멧토끼·오소리 등 땅을 파는 습성을 지닌 동물에 대비해 울타리 밑에 깊이 20㎝ 이상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묻고, 멧돼지·삵 등 출몰지역에는 울타리 높이를 1.5m, 사슴·고라니가 많은 지역은 2.5m까지 높여 설치토록 했다.그러나 이같은 지침이 큰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토지공사에 따르면 전국 48곳에 설치한 생태통로 가운데 무작위 6곳을 조사한 결과 5곳이 엉터리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생태통로 설치와 운전자들의 과속 자제가 야생동물의 길죽음을 방지하는 첩경이 아닐까 싶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1.26 23:02

[오목대] UCC 열풍

최근 ‘UCC(User Created Contents)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로 풀이되는 UCC는 인터넷 사용자인 네티즌이 직접 제작 올리는 자료를 말한다. 초기에는 글이나 사진 위주였지만 2005년 미국에서 개설된 ‘유튜브(www.youtuve.com)’가 인기를 끌면서 이후 동영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UCC는 무명인사를 세계적 스타로 만드는가 하면, 정치판도를 흔들 정도로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다. 실제 지난해 10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유튜브에 올려진 동영상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가르면서 당선이 유력했던 후보가 낙선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이 ‘유튜브’를 ‘올해의 발명품’에, ‘올해의 사람’으로 ‘유(you)’라고 적힌 컴퓨터 화면을 선정한 배경도 이같은 막강한 영향력에 있다. 우리나라도 올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UCC가 ‘태풍의 눈’으로 부상하고 있다. UCC는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한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업그레이드 판이다. 하지만 동영상의 파급효과는 댓글이나 문자 메시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우리의 IT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전 국민에게 보급된 휴대전화와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등을 갖춘 네티즌들은 ‘웹2.0’ 덕분에 손쉽게 UCC를 제작, 인터넷상에 올릴 수 있다. 일거수 일투족을 네티즌들에 감시당할 수 밖에 없는 대선주자들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입장이 아닐 것이다. 자칫 한 순간 실수로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동영상 한 장면은 대선주자의 자질이나 정책, 경력등 다른 요소는 제쳐두고 유권자들의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킬 수 있다. UCC의 대표적인 네거티브 속성인 셈이다. 선관위도 UCC 규제에 고심이 많은 모양이다. 우선 선거운동 기간 23일 외에는 후보자에 대한 어떤 동영상도 제작하거나 업로드하지 못하도록 했다. 하지만 10∼30대 젊은층에서 일종의 놀이문화나 의사소통 수단으로 정착한 동영상을 오프라인식 잣대로 재단한다는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지나친 규제는 젊은층들의 표현의 자유 억압과 정치 무관심을 초래케 하는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지나친 규제보다는 선거법 저촉사례를 적시하는등 탄력적용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1.25 23:02

[오목대] 호남민심

“호남사람들은 창(昌; 이회창 후보를 지칭)이 싫어 나를 선택한 것이다”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9월17일 광주·전남지역 언론과의 합동회견 뒤 가진 오찬 자리에서 대선을 회고하면서 한 말이다. 호남은 이회창을 이길 사람이 필요했던 것 아니겠느냐는 말도 덧붙여졌다. 노 대통령의 발언이 알려지면서 호남 일부 지역에서 “그런 언급이야말로 호남 유권자들의 애정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반발이 일었다. 그러자 당시 윤태영 대변인은 “호남민심이 이회창후보 보다 노후보가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평가한 것이고, 호남인들이 그런 전략적 마인드를 갖고 선택했다는 뜻”이라고 해명한 기억이 새롭다. 대통령 1년차 잘 나가던 시절의 대선 회고담이다. 대통령 선거를 11개월 남겨놓고 있는 시점에서 호남민심이 안개속이다. ‘호남민심 4黨 4立’, ‘고건 변수 사라진 후 호남민심 어디로’, ‘호남민심이 변해간다’, ‘호남민심, 한나라당 경선에 승부수로 뜨나?’, ‘지금 호남민심은 대분열중’ 등 언론의 표현이 이를 반증한다. 여론조사를 보면 대선 예비후보에 대한 호남의 지지율도 춘추전국시대다. 고건 전 총리의 사퇴 표명 뒤 문화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호남의 각 당 지지율은 한나라당 14.7%, 열린우리당 14.5%, 민노당 13.9%, 민주당 11.5%였다. 1위와 4위 간의 격차가 3%p 정도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은 15%에 가까운 지지율에 고무된 분위기이고, 여권은 긴장하고 있다. '차기 대권주자 적합도'에서도 한나라당 후보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호남에서 이명박 전 시장은 33.3%, 박근혜 전 대표는 31%로 1·2위를 기록했다. 한나라당 후보의 호남 지역 1위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와관련해 한 대선 후보는 "호남분들이 변하고 있다. 경제적 마인드로 차기 대통령감을 찾고 있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호남민심은 정말로 변화하고 있는가. 이미 시작된 탈당, 그리고 분당 등 여권의 정계개편 추이가 앞으로 호남민심 향배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다. 결집이냐, 분열이냐 시간이 흐를수록 흥미롭다. 역대 대선에서 특정 후보에게 95% 안팎의 표를 몰아주며 전략적 선택을 해 온 호남지역 유권자들. 12월 대선에서는 어떤 전략적 마인드를 갖고 어떤 인물을 선택할 것인지 벌써부터 자못 궁금해진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1.24 23:02

[오목대] 삶의 질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인생을 돌아볼 때 가장 고통스러운 일 네 가지를 이르는 말로 사고(四苦)라 표현하기도 한다. 태어나서 늙고 병들며 죽는, 그런 일만큼 우리에게 힘든 일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고통의 마무리는 결국 죽음일 수밖에 없다.하지만 우리의 일상에서 죽음을 떠올리며 사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인간다운 삶을 사는가 하는 생각 속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삶에 대한 전통적인 관시을 맹자의 공손추상(公孫丑上)편과 고자상(告子上)편에 잘 정리되어 있다.인(仁)·의(義)·예(禮)·지(智)의 네 가지 덕목은 남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인 측은지심(惻隱之心), 자신의 잘못을 부끄러워하고 미워하는 마음인 수오지심(羞惡之心), 남에게 양보하는 마음인 사양지심(辭讓之心),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마음인 시비지심(是非之心)과 관련된 것들이다. 네 가지 덕목인 사덕(四德)에 믿음을 뜻하는 신(信)을 추가하여 오덕(五德)이라 부르기도 한다.사덕이든 오덕이든 착하게 살자는 데는 문제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요즈음 생명존종 혹은 웰빙 등의 표현으로 대표되는 삶에 대한 관심은 그냥 살아있음에 대한 거부로 보인다. 생명을 새삼스럽게 거론하는 이유는 단지 목숨이 붙어 있다는 의미를 넘어 인간답게 사는 것 즉 사는 것처럼 사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러한 인간다움은 삶을 마무리하는 죽음의 순간까지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 어르신들은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듯 싶다. 수의(壽衣)는 물론이고 사진까지 준비해 놓은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묻힐 곳까지 마련해 두고 둘러보는 것도 줄거움으로 알고 있으며 마치 잠을 자듯 편안하게 삶을 마감하는 것을 복(福)으로 생각한다.하지만 모든 이에게 이런 자연스럽고 고통 없는 죽음이 기다리지는 않는 듯하다. 몇 달의 고통은 오히려 감사해야 할 시간이지 않나 싶다. 적지 않은 이들이 투병 과정에서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육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을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옛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의료보험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혜택을 받기 어렵다. 감기 등의 질환에 의료보험 혜택을 주는 것도 좋겠지만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인간답게 죽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나 싶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1.23 23:02

[오목대] 언론개혁

"비틀어 놓은 제목에 비아냥거리는 기사, 도대체가 현 정부는 잘하는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고 우리 나라는 절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얘기다. 정말 불쌍하다. 매일 아침 이런 신문을 손에 쥐고 하루를 시작해야 하는 우리 국민들이 정말 불쌍하다" 어느 네티즌이 작금의 언론보도 행태에 대해 분을 삭이지 못하고 인터넷에 올린 글의 일부다. 그는 또 수구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는 "독약이다. 매일매일 혀끝에 발라주는 독약이다. 매일매일 화나게 만들고, 매일매일 우울하게 만들고, 매일매일 누군가를 증오하게 만드는 독약이다"며 "문제의 핵심은 진실을 왜곡하고 사실을 감추고 변질시키는 것이 아니라 진실과 사실을 넘어 밝음과 희망을 가리고 어둠과 절망과 분노만을 심어주려 하는 것"이라고 개탄하기까지 했다.아닌게 아니라 요즘 언론 상황은 개국 이래 최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무리 양보를 해서 이해를 하려 해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 신문사 난립, 난립이 된 만큼 더욱 치열하고 열악해지는 언론 환경, 여기다 패권주의 언론사의 유아독존식 횡포까지 뒤엉켜 그야말로 한국의 언론 상황은 속된 말로 개판이 되고 말았다.언론 환경이 이지경인데 언론사가 제정신이라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 언론의 사명이고 나발이고 우선 살아남아야 하는데 반칙이 뭐 그리 두렵겠으며 튀는 행동이 뭐 그리 대수겠는가. 이쯤되면 국민이 깨어나서 언론사 하나하나를 심판해야지, 임기가 정해진 정치권력으로는 동네만 시끄럽지 이룰 수 있는 게 별로 없다.지금 정치권력과 언론, 정확히 말해서 수구언론은 거의 저주에 가까운 전쟁을 하고 있다. 그것도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연달아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그러나 공격을 받으면 받을수록 수구언론들은 더 기세가 등등해지고 있다. 진흙탕 싸움을 즐기고 있는 듯하다. 참으로 민망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언론개혁과 언론통제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언론개혁은 정권이 아니라 국민이 주체가 돼야지 권력이 직접 개입하면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당장 개혁해야 할 언론과제는 피곤한 말싸움이 아니라 난립한 언론사 정리문제를 포함, 건전한 언론풍토를 조성하는 일이 아닌가 싶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1.22 23:02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