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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2인자' 자리

한국 정치에서 JP(김종필)는 ‘영원한 2인자’로 꼽힌다. 40여년의 정치인생 동안 풍운아이기도 했지만 ‘서산(西山)을 벌겋게 물들이지 못하고’ 정치를 접어야 했다. 그는 1961년 당시 35살의 나이에 처삼촌인 박정희 장군이 일으킨 5·16 쿠데타에 가담하면서 역사의 무대에 등장했다. 이후 ‘만년 2인자’ 역할을 수행했다. 박 대통령 밑에서 뿐아니라 14대 대선에서는 3당 합당으로 YS(김영삼)를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15대 대선에서는 DJ(김대중)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3김(金)중 유일하게 본인만 대통령에 오르지 못했다. 그런 그는 고빗길마다 고사성어로 자신의 심경을 토로했다. 그중 가장 많이 회자되는 게 상선여수(上善如水· 물과 같이 순리에 따라 산다)다. 그의 좌우명과 같은 이 말은 원래 노자(老子)에서 나왔다. 노자는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아주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는다(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고 했다. 그의 궤적을 더듬어 보면 딱 맞는 좌우명일듯 싶다. ‘2인자의 철학’ 같은 게 느껴진다고나 할까.우리 사회의 웬만한 조직에는 부(副) 자가 들어가는 2인자 자리를 두고 있다. 부회장, 부사장, 부총장, 부총재, 부본부장, 부단장, 부지사장, 부지부장, 부지사, 부시장, 부군수 … 등등.하지만 2인자 자리는 그 단체에서 일인지하 만인지상(一人之下 萬人之上)이긴 하나 처신이 어려운 게 사실이다. 단체장이 선거직으로 뽑힐 경우 더욱 그러하다. 모든 권한이 단체장에게만 쏠려 있는데다 그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살아 남기 힘들기 때문이다. 결국 부단체장은 궂은 일만 도맡고도 그늘에 가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래 법에는 ‘부단체장은 당해 시군의 장을 보좌하여 사무를 총괄하고 , 소속 직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대로라면 부단체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인사위원회 위원장과 경리관으로서 예산 지출권한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제 위상은 그렇지 못한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 최근 도내 K지역 부단체장을 지내다 전북도로 전입해 온 S씨의 e메일 내용이 화제다. 비교적 청렴한 것으로 알려진 S씨는 “지난 3년반 동안 밥만 축내게 하고 틀린 글자 몇개 고친 일 외에는 아무런 한 일이 없이 있다가 떠나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상선여수가 쉽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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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7.01.19 23:02

[오목대] 곤충산업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는 경우를 표현하는데 흔히 ‘나비효과’를 인용한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다음달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과학이론이다.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961년 기상관측을 하다가 생각해낸 이 원리는 훗날 물리학의 ‘카오스 이론’의 토대가 되었다. 이 원리는 오늘날 세계화시대를 맞아 다른 분야에서 까지 더욱 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디지털과 매스컴 발달 영향으로 정보흐름이 빨라지면서 지구촌 한 구석에서 일어난 미세한 변화가 순식간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8년전 천막속의 나비 날개짓을 전국적으로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켜 진짜 ‘나비효과’를 거둔 축제가 전남 함평군의 ‘나비축제’다. 지난 1999년 비닐하우스 200평에서 처음 시작한 함평 나비축제가 내년 22만평에서 ‘세계 나비곤충 엑스포’를 여는 신화로 발전한 것이다. 곤충을 이용해 이벤트산업으로 발전시킨 대표적 성공 케이스인 셈이다. 현재 지구상의 곤충은 100만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3/4 이상을 차지한다. 곤충은 자원을 제멋대로 이용 훼손하는 인류와 달리 자연과의 유기적인 관계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탁월한 감각능력과 환경 적응력을 가진 곤충은 21C 유망한 미래상품이다. 환경보호뿐 아니라 산업으로서의 가치가 무궁무진하다. 이미 세계 각국은 곤충을 산업에 활용하는 ‘곤충산업’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이라크전에서 꿀벌을 이용해 지뢰나 폭탄을 찾아내는 훈련을 하기도 했다. 일본도 화려한 빛을 내는 비단벌레의 발색(發色)구조를 금속재료에 재현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도내에서도 무주군이 반딧불이를 이용한 ‘반딧불축제’를 개최해 청정환경 이미지를 널리 알리는데 성공했다. 무주에 이어 전북도가 부안에 각종 곤충을 길러 산업화하는 ‘곤충산업단지’를 조성하기로 해 관심을 끌고 있다. 14억원을 들여 연간 50여종 100만 마리의 곤충을 기르는 시설및 곤충생태 체험·전시장등을 갖춘 2400여평 규모로 조성된다. 인근 새만금및 부안군의 특색사업인 ‘누에타운’과 연계한 또 다른 관광자원으로 개발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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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18 23:02

[오목대] 노동귀족

“노조위원장 등 100여명에 시간외 근무수당 8977만원, 노조가 채용한 여직원 6명 월급 800만원, 노조 차량 17대와 노조간부 개인차량 66대에 차량유지비 1274만원 지원 등 매달 노조에 지원하는 액수가 전체 1억1051만원” 현대자동차가 매달 노조에 지원하는 규모를 계량화해 적시한 어느 중앙일간지의 울산발 기사가 흥미롭다. 일하지 않고도 시간외 수당 받고 차량에 기름까지 공짜인데다, 범칙금도 회사에서 내준다니 노조 간부들에겐 그야말로 지상낙원이다. 성과금 50% 추가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간 현대차 노조. 현대차 노조가 '노동귀족'이란 비판에 휩싸여 있다. ‘노동귀족’이란 다른 노동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임금을 받고 사회적, 정치적 특권까지 누리는 노동자 계층의 상층 구성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마치 저임금에다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대표하듯 파업을 일삼고 뒤로는 특혜를 누리며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이다. 결국 자기 밥그릇 챙기기의 전형이다. 현대차노조의 공식적인 노조 전임자는 90명이다. 하지만 우원식 열린우리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현대차 노조전임자는 단협에 인정된 전임 및 임시상근자 214명과 대의원 439명 등 사실상 600여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 전임자는 손에 기름때를 묻히지 않는 노조 내 실세들이다. 평균 연봉 5,000만원이 넘는 고액 연봉자들이어서 '노동귀족'이란 별명을 얻고 있다. 세간의 이런 비판에 대해 박유기 노조위원장은 어느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우리보다 연봉이 더 높은 고액 연봉자는 ‘황족’이냐. 노동귀족 표현은 사회적으로 반감을 일으키기 위한 용어로 사용된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노조의 행태를 보면 설득력이 없다. 이헌구 전 노조위원장(2001.9∼2003.12)이 임단협 도중 회사로부터 '협상협조'를 전제로 거액을 받은 혐의가 드러나 어제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지난해에는 노조창립기념품 납품비리와 취업비리가 검찰에 적발됐다. 이런 사례는 노동귀족에서 한발 더 나아가 이미 권력화돼 있다는 걸 증명한다. 권력화되면 속성상 저 자신도 모르게 부패하기 마련이라는 걸 왜 모르는가. 대한민국의 대표 노조인 현대차노조가 ‘노동귀족’ 소릴 듣는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자세를 낮추고 더 넓은 세계를 바라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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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7.01.17 23:02

[오목대] 참요와 댓글

예나 지금이나 이해를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는 쉽게 어울린다. 취미 등의 이해관계라면 그런 어울림이 크게 문제될 성 싶지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공익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라 하더라도 자신들이 속한 지역에만은 안 된다고 해서 사업을 반대하는 님비(nimby) 현상이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도 이런 의사표현은 드러내 놓고 하는 것이어서 설득과 타협의 대상이 분명하다.하지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은근슬쩍 소문을 내는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그 중 이루고자 하는 내용을 노래의 형식을 빌어 항간에 퍼뜨리는 고전적인 방법이 있었는데 이런 노래 형식을 참요(讖謠)라고 한다. 서동이 선화공주와 결혼하려고 아이들을 시켜 부르게 했다는 ‘서동요’나 왕건에게 나라를 빼앗길 것이라는 내용의 ‘완산요’ 그리고 목자(木子)가 나라를 얻는다는 내용의 ‘목자요’는 참요로 널리 알려져 있다. 목(木)자에 자(子)를 아래에 붙이면 바로 이(李)자가 되는데 풀이하면 이(李)씨가 나라를 얻는다는 내용이 된다.이런 참요는 민중 사이에서 회자(膾炙)된다는 특징을 갖는다. 나라나 공주를 얻고 싶었던 당사자의 입장에서는 크게 원하지 않지만 민중들이 원하기 때문이라는 나름대로의 합리화를 꾀한 일면을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은 옛날보다 지금이 더하지 않나 싶다. 사회 구성원 다수가 어떤 특정한 내용에 대해서 의견을 드러내는 경향이라고 할 수 있는 여론은 신문과 방송 그리고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서 불특정 다수에게 빠른 속도로 전달되기 때문이다.요즈음 누리꾼들의 댓글이 화제라고 한다. ‘다음날 ○○○은∼’이라는 형식의 패러디물이 바로 그것이다. “악법도 법이다”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에 “소크라테스 악법 옹호 파장∼”이란 댓글이 달린다. “주사위는 던져졌다”란 시이저의 말은 “시이저, 평소 주사위 도박광으로 밝혀져”, “내 죽음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는 이순신 장군의 말에는 “이순신, 부하에게 거짓말 하도록 지시, 도덕성 논란 일파만파”란 댓글을 단다.이런 댓글은 약간의 장난기까지 있어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이 현 세태를 패러디한 것이다. 이제 여론도 일방적이지 않은 모양이다. 매체는 바뀌었지만 세태를 반영하고 공유한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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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16 23:02

[오목대] 분양원가 공개

말도 많고 탈고 많았던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제도가 마침내 시행될 전망이다. 이제도의 시행으로 죄 없는 서민들을 비참하게 만들었던 아파트 투기 광풍이 사그라질지 아직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이제야 제대로 맥을 짚었지 않았나 싶다. 왜 가까운 길을 두고 먼 길로 헤매고 다녔는지 아쉬울 따름이다.참여정부가 부동산 투기를 잡기위해 2003년 5월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후 무려 여덟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부동산정책을 내놓았으나 모두 무위로 끝나고 말았다. 아니 허사만 됐으면 다행인데 거꾸로 시장 내성과 정부 불신을 키우는 부작용만 초래하게 했던 것이다. 물론 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참패를 거듭한 데는 야당의 발목잡기와 언론의 흔들기 탓이 크다고 아니할 수가 없다. 그러나 부동산정책 실패 책임이 그들에게 있다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정책을 수립할 때 만전을 기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정부가 지난 11일 "수도권과 투기지역에서는 민간아파트도 분양원가를 공개토록 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1?11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참여정부들어 아홉번째 부동산대책이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공공아파트는 25~30%, 민간아파트는 20~25% 가량 분양가가 낮아진다고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크다.한데 주택건설업체를 비롯한 이해 당사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은 모양이다. 또 원가 공개 요구를 뿌리칠 때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시장경제원리를 들고나와 억지를 부린다는 것이다. 시장경제체제 하에서는 인위적으로 가격통제를 해서는 안되고,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이윤이 적어 주택건설을 포기하게 됨으로써 집값이 오르게 된다는 이해하기 어려운 논리를 들이대면서.그렇다면 자본주의국가에서 토지공개념제도를 도입한다면 자본주의를 통째로 부정하는 일인가, 그리고 어떤 상품이 완제품도 나오기 전에 값부터 정하고 미리 돈을 받는가 묻고 싶다. 또 폭리를 취하지 않고 적정 이윤을 얻는 것이 그렇게도 억울한 일인가도 물어보고 싶다.분양원가를 공개하기로 했으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 국민 여론에 밀려 시행은 했으나 이 체면 저 체면에 좌고우면 하다가는 필연코 부동산 대란을 불러 경제가 파탄이 나고 말 것이다. 원가기준과 검증방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만이 늦게나마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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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15 23:02

[오목대] 대통령선거와 점(占)

정치인과 점(占)은 꽤 밀접한 관계를 갖는듯 하다. 선거가 있는 해는 정치인들이 역술인이나 무속인을 찾아 크게 붐비는 것이 그것을 말해준다. 올해는 12월에 대통령선거가 있어 이와 관련된 얘기가 정초부터 무성하다.그동안 떠돌았던 얘기를 몇개 들어보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90년초 3당 합당을 앞두고 핵심측근을 역술및 풍수로 유명한 지창룡씨에게 보냈다. 정부종합청사와 현충원 등을 잡아 준 지씨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선 굴로 들어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6년 경북 봉화의 현불사 추계대재에 참석했다 설송 주지로 부터 대권에 관한 암시를 받았다. 당시 보탑에서 상서로운 빛이 나타난 것을 보고 “김대중 선생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이다.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는 2002년 대선에 앞서 한 역술인으로 부터 “잘 나가다 막판에 발목을 잡히는 사주”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것이 들어 맞은 경우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한 역술인은 “막판에 잘 풀릴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것이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로 해석되기도 했다.하지만 역술을 교묘히 이용한 사례도 없지 않다. 1992때 대선때 여권은 YS가 후보로 확정되자 정보기관을 총동원, 유명 역술인들로 하여금 ‘김영삼 대세론’을 퍼뜨리도록 했다. 또 같은 해 국민당 정주영 후보는 역술인들을 동원해 “양김시대는 끝나고 정도령시대가 왔다”고 ‘천운순환론’을 편 것으로 유명하다.그러면 올 대선은 어떨까. 벌써부터 많은 예언들이 나돌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고공행진 중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정해년인 올해가 ‘물의 해’이고 물을 갖고 태어난 그가 대권을 잡을 것이라는 예언이 있다. 반면 그의 최대 업적으로 꼽히는 청계천사업은 열어 젖힘으로 인해 오히려 해(害)가 될 것이라는 흥미로운 지적도 있다.박근혜 전 대표는 청와대가 삼각산과 북악산 등 남성 산으로 둘러싸여 여성인 박 대표가 들어가야 태평시대가 열린다거나, 이름에 두 그루의 나무가 있어 우세할 것이라는 예언이 나돈다. 또 여권 일부에서는 “정주영은 실패한 정도령이고 진짜 정도령은 정동영”이라거나 “2007년은 김근태의 운이 하늘을 치솟아 대권을 차지한다”는 말이 떠돈다고 한다.한 나라의 지도자는 역술인의 말보다 국민의 마음을 읽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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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12 23:02

[오목대] 인터넷 실명제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정보기술(IT) 강국이다.인터넷 보급률과 이용률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94년 한국통신이 ‘코넷(KORNET)’이라는 이름으로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0년이 조금 넘었지만 이제 인터넷 없는 일상생활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와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특히 인터넷 ‘댓글’은 디지털시대의 새로운 여론형성 광장으로 자리잡았다. 과거 매체가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던 방법과는 달리 댓글을 통해 자신의 주장을 펼침으로써 쌍방향 공개적인 토론의 장(場)이 마련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댓글문화는 IT강국의 명성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다. 표현의 자유 신장과 건전한 공론 형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던 댓글 게시판이 욕설과 비방, 인신공격이 난무하는 불법과 무질서 천지가 된 것이다. 대표적 사례로 이른바 ‘개똥녀 사건’ ‘임수경씨 아들 사건’처럼 특정인에 대한 ‘마녀사냥’으로 당사자에게 회복 불가능한 명예훼손과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 모두가 익명성때문에 빚어진 폐해로 범죄행위에 다름 아니다. 타인에게 부당한 위해를 가하는 표현의 자유는 어떤 이유로든 용납될 수 없다. 오프라인에서 상대를 모욕하거나 명예훼손이 제재를 받듯 온라인상에서 벌어지는 같은 범죄도 당연히 제재를 받아야 한다. 법적 제재에 앞서 거론되는 제도가 ‘인터넷 실명제’다. 네티즌이 인터넷을 이용할 때 반드시 실명확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는 제도이다. 실명제 옹호론자들은 이 제도를 도입하면 인터넷이 지금보다 훨씬 순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명제가 시행되면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당하고 결국 다양한 여론형성을 가로막는다는 주장이다. 더구나 개방성을 속성으로 하는 인터넷 공간에 통제와 규제를 가하는 것은 시행착오라는 지적이다. 이같은 논란속에 인터넷 실명제가 올 7월부터 시행된다. 하루 방문자가 10만명을 넘는 포털이나 언론사 사이트 가운데 일부 사이트에 글을 올릴때는 본인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인터넷의 역동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도를 넘은 댓글의 폐해를 막아보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인터넷의 순기능을 살리는 운영의 묘가 요구된다. 아울러 네티즌들도 자율적인 정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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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11 23:02

[오목대] 혼수 스트레스

5년 연애 끝에 승주와 정일은 결혼을 약속하지만 정일의 어머니는 가난한 한복집 딸인 승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졸부’인 그녀는 초장부터 혼수품목을 꺼내 들며 "이 정도는 해와야 한다" 고 요구한다. 외제시계· 외제가구· 외제 밍크코트· 핸드백 등 모두 고가의 명품들이다. 승주가 해오는 혼수 하나하나가 성에 차지 않는 그녀는 결국 승주네 집까지 찾아가 깽판을 놓고 융자까지 받아서라도 ‘격’을 맞추라고 면박을 준다. 승주 어머니는 승주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고 몰래 아파트를 팔아서라도 혼수를 맞춰주려 하지만 이마저 가족들에게 들키고 만다. 결국 정일의 어머니에 넌더리가 난 승주는 정일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정일은 이별의 아픔을 견디다 못해 집을 떠나 방랑길에 오른다. 언젠가 추석 특집극으로 방영된 드라마 ‘혼수’(婚需)의 줄거리다. 부잣집 남자와 가난한 집 여자가 만나 사랑하지만 결국은 혼수문제로 이별하고 만다는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혼수문화의 추악성을 고발하고 있다. 최근 탤런트 이민영-이찬 커플의 파혼이 사회적인 파장을 일으키면서 그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과다혼수 요구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혼수는 제 분수를 좇아 준비하면 최선이다. 그런데 점점 더 물질만능으로 빠져들고 있다. 허세와 거품과 사치로 물들어 버린 이 혼수 때문에 예비신부들이 혼수(昏睡)상태에 빠질 지경이다. 혼수 제대로 못해와 매일 구박받는 며느리, 혼수 비용을 마련치 못해 결혼 못한 연인, 딸 혼수비용 장만하느라 아파트에서 전세로 이사 간 부모 이야기 등등. 얼마전에는 혼수비용을 장만하러 강도짓을 하다 붙잡힌 예비신부도 있었다. 혼수로 인한 이혼도 늘고 있다. 그 비율이 2003년 1.2%에서 2005년에는 7.3%였다. 6배나 늘었다. '혼수 스트레스' 는 이제 드라마 같은 현실이 되고 있다. 혼수시비는 ‘배후 조종’하는 부모 탓이 크다. '내 자식 이만큼 키웠는데 이 정도는 받아야겠다'는 보상심리가 끼어드니 꼬일 수 밖에 없다. 속물근성 때문이다. 결국 드라마에서 처럼 아들과 며느리를 잃고 종국에는 자신도 잃고 만다. 돈만 아는 형편없는 어머니 때문에 아들은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재물에 눈이 어두운 부모들이 자식들의 행복을 망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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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10 23:02

[오목대] 웃음의 여유

우리는 동그란 노란 원 안에 수평으로 나란히 찍은 검은색 점 두 개와 그 밑에 그은 반달형 선 하나 그은 소위 ‘스마일’ 마크를 기억한다. 이 마크에 그려진 얼굴이 웃고 있다고 해서 ‘스마일리 페이스(smilely face)’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마크는 단순하고 보편적이어서 그 제작자가 누구인지는 분명치 않다. 유력한 설로는 1963년 미국 메사추세츠주에 소재한 한 보험회사가 자사를 알리기 위해서 로고를 만들 그래픽 디자이너 하비 볼(Harvey Ball)을 채용하였다고 한다. 이 디자이너가 만든 것이 스마일 마크였는데 이 보험회사는 덕분에 회사를 성공적으로 알릴 수 있었다 한다. 하지만 하비 볼은 스마일 마크를 만든 댓가로 45불이라는 초라한 돈을 받았다고 해서 또한번 화제가 되었다.사전적으로 보면 웃음은 “정해진 형태에 따라 15개 안면근육이 동시에 수축할 때 발생하는 운동반사”이다. 이 정의 역시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지 않나 싶다. 이런 웃음은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상대에 대한 느낌이 상싱적이지 않을 때 발생한다. 굳이 그런 상황과 느낌을 한정하자면 아름답지 못하거나 품위를 지키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감정이 표현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베르그송의 견해를 빌리면 웃음은 “사회에 의해 비사회적인 개인에게 가해지는 교정적(矯正的)인 형벌이며 웃음에서 우리는 언제나 우리의 이웃을 모욕하고 결과적으로 교정하려는 공언되지 않은 의도를 발견한다.”고 한다.이런 웃음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풍자와 해학으로 대변되는웃음의 유형들이 적지 않다. 미소(微笑), 대소(大笑), 모소(侮笑), 함소(含笑), 실소(失笑), 고소(苦笑), 망소(妄笑), 냉소(冷笑), 조소(嘲笑), 절소(絶笑), 교소(嬌笑), 염소(艶笑), 비소(非笑) 등등으로 표현하는 웃음들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조상들의 웃음이 현대에 와서는 웃음컨설팅, 웃음치료, 펀(fun) 경영, 펀 워크숍, 펀 리더십, 유머코칭, 웃음콘서트, 웃음다이어트 등에서 웃음의 효용을 찾을 수 있다.최근 납북어부 최욱일(67)씨가 중국 선양 한국영사관에 도움을 요청하자 ‘전화번호 어떻게 알았느냐’는 대답을 들어야 했다. 지난 해 국군포로였던 장무환씨가 대사관에 도움을 청하자 ‘아, 없어요’하는 대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평소 웃고 살았으면 대답이 이렇게 여유 없지는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앞선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1.09 23:02

[오목대] 부창대교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橋梁)는 어느 다리일까. 당연히 답은 하나여야 할텐데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어떤 이는 미국 코즈웨이 대교(38.4km)가 가장 길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중국 항저우 대교(36km)가 세계 최장이라고 우긴다. 더구나 이들 다리보다 전장이 훨씬 짧은 캐나다 컨페더레이션 대교(12.9km)나 일본 세토 대교(12.3km)가 세계에서 가장 긴 다리라고 확신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 우리나라 교량도 최장 시비가 없는 것이 아니다. 충남에서는 서해 대교(7310m)가 국내에서 가장 긴 다리라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부산에서는 광안 대교(7420m)가 제일 길다고 열렬히 홍보를 한다. 한데 서해 대교는 7310m 전부가 교량 길이인데 반해, 광안 대교는 교량 양쪽의 평면 진입도로(1122m)까지 더한 것이니 어느 쪽 주장이 옳은가는 듣는 사람이 알아서 판단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코미디 같은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내막을 들여다 보면 일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 없지 않다. 다리 구조가 형교 아치교 현수교 사장교 등등으로 각각 다른 데다 다리 길이를 재는 기준도 일정하게 통일된 규정이 없으니 최장 시비가 없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더군다나 '최장'이라고 하면 유명세를 타서 부수적으로 얻는 관광소득이 얼마일텐데 어느 자치단체가 마다 하겠는가.다리는 이제 단순한 교통편익시설이 아니다. 주민생활에 편의를 제공해주는 것은 기본이고, 지역특산물 판매 촉진과 물류비용 절감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결정적인 기여를 해준다. 뿐만 아니다. 경관이 수려한 지역에 교량이 가설되면 그 주변이 관광명소가 되어 지역개발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관광소득까지 올리는 일거양득의 부가가치를 얻게 해주는 것이다. 지금 남해안에선 무려 20여 곳에서 다리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기본계획을 수립 중에 있다. 이 다리 공사가 모두 완공되면 남해안 지도가 확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전북은 어떤가. 다리 다운 다리 하나 없는 형편에 기왕 추진 중인 부창(扶敞) 대교마저 버린 자식 취급을 하고 있다. 새만금사업 이후 최대 프로젝트라고 떠들어댄 것이 창피하다. 책임있는 공직자들은 입으로만 전북발전이 어떻다고 따따부따할 것이 아니라 사업 우선순위 가려내는 능력부터 키워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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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08 23:02

[오목대] '큰절' 정치

해병대 신병들에게는 20년 넘게 내려오는 전통이 있다. 포항에 있는 해병대 교육훈련단 입소에 앞서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는 것이다. 훈련교관이 확성기를 통해 “입대 장병들은 줄 안으로 들어와 정렬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지시가 떨어지기 무섭게 가족과 이별해야 한다. 이어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라’는 교관의 구령이 떨어진다. 그러면 장병들은 ‘몸 건강히 훈련 잘 받겠습니다’는 함성과 함께 수백명이 일제히 엎드려 부모님께 큰 절을 올리는 것이다. 부모들은 이 때 찡하는 감동에 눈물을 훔치게 된다. 신세대 장병들 역시 부모의 끝없는 사랑을 깨닫는 순간이다.절은 남에게 몸을 굽혀 공경을 표하는 행위다. 그 중 큰 절은 최상급의 경의와 복종의 의미로 읽힌다. 그래서 격식도 꽤 까다롭다. 예전에는 두루마기를 입고 갓을 쓰거나 사모관대를 차려 입는 등 의관을 정제해야 했다. 큰 절을 올리는 경우도 문외배(門外拜)와 신위(神位)에 제사 지낼 때, 스승에게 절할 때 등 엄격했다. 문밖에 자리를 펴고 큰 절을 한 후 방안에 들어가 꿇어 앉아 인사말을 하는 문외배는 부모및 백숙부모, 조부모및 조부의 형제, 외조부모 등에 국한했다. 엊그제 한나라당 원희륭 의원이 전두환 전 대통령을 찾아가 큰 절로 세배를 올린 것을 두고 말이 분분하다. 대통령 경선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이후여서 더욱 그렇다. 유망한 차세대 주자가 독재자에 머리를 숙인데 실망했다는 비판의 글이 쇄도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새해에 세배하는 것은 미풍양속’이라는 옹호론도 없지 않다. 원 의원처럼 전·현직 대통령에게 큰 절을 하고 입줄에 오른 경우가 정가에는 심심치 않은 일이다. 386 민주화 세력의 선두그룹이었던 허인회씨는 2000년 청와대 행사에 참석해 김대중 대통령에게 넙죽 큰 절을 올렸다. 이것이 두고 두고 그를 괴롭혔다. 또 2005년 2월 청와대 신년인사회에 참석했던 팔순의 대한노인회 부회장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큰 절을 올리는 바람에 대통령이 당황해 황급히 그를 일으키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우리 속담에 ‘절하고 뺨 맞는 일 없다’는 말이 있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는 ‘어떠한 때고 인사는 부족한 것보다 지나친 편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의 계절에 대선주자들이 올리는 큰 절은 아무래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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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05 23:02

[오목대] 지구촌 이상난동

지난 2004년 개봉됐던 환경영화 ‘투모로우’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실감나는 영상으로 표현했다.이 영화는 지구의 급격한 온난화로 극지(極地)의 거대한 빙산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류 흐름이 바뀌면서 지구의 절반이 빙하로 뒤덮이는 재앙을 맞는 것을 줄거리고 하고 있다. 일본 도쿄에 주먹만한 우박이 쏟아지고, 로스엔젤레스에는 거대한 토네이도가, 뉴욕에 엄청난 해일이 덮치는 장면은 충격적이었다. 이같은 영화속 줄거리가 ‘가상’이 아니라 ‘현실의 내일’이 될 수 있는 조짐이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요즘 한창 추워야 할 시기에 ‘봄 같은 겨울’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알프스 산악지역은 1300년만에 겨울철 기온이 가장 높아 스키장들이 개장을 못할 정도라고 한다. 미국 뉴욕시는 129년만에 단 한차례도 눈이 오지 않은 12월을 보냈다. 12월에 눈이 내리지 않은 곳은 뉴욕만이 아니다. 유럽의 바르샤바와 부다페스트, 베를린,빈, 스톡홀름 에도 눈이 거의 오지 않았다.지난해 이맘때 영하 10∼15도를 기록했던 러시아 모스크바의 지난 1일 낮 평균기온은 4.5도를 기록했다.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많은 학자들이 지구 온난화를 들고 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석탄 석유등 확석연료 사용량이 급증, 이 과정에서 대기로 방출된 이산화탄소, 메탄가스등이 태양의 복사에너지를 과다하게 가둬두는 온실효과로 지구 기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실제 지구 평균온도는 지난 100년간 0.6도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구 온도상승은 앞으로가 더욱 문제다. 학계에서는 향후 100년간 지구 평균온도가 1.4도에서 6도 가량 올라가고 빙하등이 녹으면서 해수면이 10∼25㎝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기후평형을 깨뜨려 지구촌 곳곳에 폭설, 폭우, 홍수, 가뭄등 극단적이고 포악한 기상이변을 가져온다. 이에따라 이어지는 농작물 수확 감소,식품가격 폭등, 전염병 창궐등의 심각한 재난은 필연적인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이 변화시킨 지구가 부메랑으로 인간에게 돌려줄 재앙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자연을 상대로 이겨야 한다는 오만함을 버려야 한다. 자연의 움직임과 동행하는 것이 순리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를 때라는 단순한 경구를 다시 음미해 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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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04 23:02

[오목대] 사자성어

우임금이 하나라를 다스릴 때 제후인 유호씨(有扈氏)가 군사를 일으켜 쳐들어왔다. 우임금은 아들 백계(伯啓)로 하여금 싸우게 했으나 참패했다. 백계의 부하들이 패배를 인정치 않고 다시 싸우기를 간청했다. 그러자 백계는 “유호씨에 비해 병력이 많은 데도 참패한 것은 나의 덕행과 부하를 가르치는 방법이 그보다 못하기 때문”이라며 “먼저 나 자신의 잘못을 고쳐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하고는 싸우지 않았다. 이후 더욱 검소하게 살고 덕있는 사람을 존중하며 분발했다. 이런 사정을 안 유호씨는 감복해서 침범하지 않고 백계의 품에 들어갔다. 잘못된 원인을 핑계대지 않고 자신한테 찾아 고쳐나간다는 의미의 ‘백계의 고사’다. 대학 교수들이 새해 소망을 나타내는 사자성어로 '반구저기(反求諸己)'를 꼽았다. ‘맹자 공손추’ 편에 나오는 글귀로, 일이 잘못됐을 때 남을 탓하기보다는 자신에게서 원인을 찾아 고쳐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대선을 앞두고 '네 탓'하는 사람들이 설치지 못하도록 감시하고, 정부가 정책 실패를 남의 탓으로 돌리면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배경이 있을 것이다. 지난 2001년부터 선정하기 시작한 ‘올해의 사자성어’를 보면 시대상을 읽을 수 있다. 2001년 오리무중, 2002년 이합집산, 탄핵의 해인 2003년 우왕좌왕, 2004년 당동벌이(黨同伐異=패거리 지어 다른 편을 공격함), 2005년 상화하택(上火下澤=위에는 불, 아래는 못이라는 뜻으로 우리 사회의 분열과 갈등 반영), 지난해의 밀운불우(密雲不雨=구름은 가득하나 비는 오지 않아 답답함) 등이 그것이다. 대선의 해를 맞아 정치인들도 저마다 새해 화두를 사자성어로 내놓고 있다.고건 전 총리는 주역에 나오는 운행우시(雲行雨施=구름이 움직이니 시원하게 비가 내림)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맹자의 양혜왕장구상에 있는 한천작우(旱天作雨=심하게 가물어서 싹이 마르면 하늘은 자연히 구름을 지어 비를 내림), 정동영 전 의장은 구동존이( 求同存異=이견은 미뤄두고 의견을 같이하는 분야부터 협력함)를 꼽았다. 사자성어는 시대를 풍자하고 촌철살인하는 맛이 생명이다. 중요한 건 말로만 그치지 말고 실행하는 것이다. 대선의 해에 정치인들이 백계의 고사를 떠올리며 ‘반구저기’를 새기면 세상이 조용해질 것 같은데 어떨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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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03 23:02

[오목대] 새해 희망

대통령 신년사의 화두가 부동산인 모양이다. 양극화와 고용 없는 성장, 부동산, 교육문제로 민생이 어렵고,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의 불안도 있지만 일자리를 위한 중소기업지원, 서비스산업 육성, 그리고 비전 2030 정책이 착실히 추진되면 점차 좋아질 것이라 밝히면서 부동산문제를 꼭 해결하겠다는 다짐을 했다.이런 부동산문제를 접하면 연상되는 작품이 있다. 톨스토이가 지은 「사람에게는 얼마 만큼의 땅이 필요한가」에서 농부 바흠은 더 많은 땅을 갖기 위해서 여행을 떠난다. 그는 바스키르라는 곳에서 1천 루불만 내면 해가 뜰 때 출발하여 해가 질 때까지 돌아오는 땅을 다 주겠다는 촌장의 제안에 괭이을 들고 하룻길을 나선다. 될 수 있으면 많은 땅을 차지하려던 농부는 해질녘 출발점으로 돌아오기는 하지만 기력을 잃어 피를 토하며 죽는다. 촌장의 하인은 그 농부의 머리에서 발끝까지의 치수를 정확히 재서 무덤을 만들어주고 ‘그것이 그가 차지할 수 있었던 땅의 전부였다’로 소설은 마무리된다. 이 작품을 지은 톨스토이의 무덤 역시 그의 유언에 따라 영지(領地) 한 켠에 소박하게 자리하고 있어 인상을 더해준다.부동산문제가 톨스토이 작품이 나타내려는 바와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이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그 그 욕심에 겨운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삶에 대한 교훈집인 잠언에서는 돌아오지 않는 것 세 가지를 들고 있다. 시위를 떠난 화살과 급하게 뱉은 말 그리고 황금같은 시간이다. 그 중 시간은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어떤 문제를 두고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개인뿐 아니라 국운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새해에는 사회적 논의의 대상이 우리 모두에게 좀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일들이었으면 좋겠다. 치열한 토론과 논쟁의 뒤 끝에 나온 결론에 구성원 모두가 신뢰를 보내고 동참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지면 좋겠다. 심야토론이 마무리될 때마다 시작할 때보다 긍정적이고 새로운 결론이 도출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정해년 돼지해에 알아 둘 상식 하나. 돼지는 다른 짐승과 달리 자리를 가린다. 그래서 잠자리와 용변을 보는 자리를 구분할 줄 아는 깔끔한 짐승이다. 더러움의 상징으로 돼지를 들먹이는 오해부터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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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02 23:02

[오목대] 돼지꿈

돼지는 옛부터 재복(財福)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돼지꿈을 꾸면 돈이 굴러 들어온다고 여겼다. 돼지의 한자 음인 돈(豚)이 재물을 뜻하는 돈과 음이 같기 때문이었는지 모르겠다. 또 돼지는 왕성한 번식력으로 다산(多産)과 풍요를 상징하기도 했다. 새끼 돼지들이 어미에게 주렁주렁 매달려 젖을 빠는 모습은 저절로 풍성해지는 느낌을 준다. 이러한 돼지의 이미지 때문인지 로또에 1등 당첨된 사람들이 가장 많이 꾼 꿈이 부모나 조상 꿈에 이어 돼지꿈이라는 사실은 흥미롭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에서 “모든 꿈은 결국 소원성취”라고 주장했다. 또 분석심리학의 아버지인 칼 융은 꿈을 원형(原型)과 ‘집단 무의식’의 발로로 보고 있다.실제로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꾼 돼지꿈은 그 유형이 30가지를 넘는다. 그 가운데 대표적인 게 돼지가 집안이나 방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또 새끼를 낳거나 품에 안는다든지, 돼지에 물리거나 길을 막는 것도 길몽중 하나다. 돼지 꿈을 번식과 풍요, 행운을 가져오는 것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돼지꿈이라서 모두 길몽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돼지가 문밖으로 달아난다든지 풀어 놓는 꿈은 좋지 못하다. 또 돼지가 울고 있거나 강물에 빠지거나 끙끙 앓는 꿈도 그러하다. 돼지고기를 먹거나 돼지털을 깎아 버리는 꿈도 역시 좋지 못한 예다. 돼지 꿈중 흉몽은 게으름과 무식함, 정신질환을 의미한다.돼지와 관련된 재미있는 속담도 있다. ‘모주 먹은 돼지 껄대청’(컬컬하고 쉰 목소리), ‘돼지 왼 발톱’(상식에서 벗어난 행동), ‘돼지 그려 붙일라’(좋은 음식을 혼자 먹음) 등이 그렇다. 서양에서 돼지에 대한 인식은 우리의 흉몽에 가깝다. ‘돼지 앞에 진주’ ‘갑옷을 입어도 돼지는 돼지’ 등으로 비아냥거린다.올해는 ‘붉은 돼지’를 뜻하는 정해(丁亥)년이다. 10개의 천간(天干)중 네번째인 정(丁)은 붉은 기운을 뜻한다. 속설은 붉은 기운이 활활 타오르는태양이나 불을 닮아 집안과 사업이 번창할 것으로 믿어 왔다. 그래서 60년만에 찾아 온 ‘붉은 돼지’해를 돼지 해중에서도 가장 높이 쳤다. 어쨌든 올해가 다산으로 국가적 난제인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면 일거양득이다. 또 모두가 돼지 꿈을 꾸어 소원 성취하고 부자가 되는 한 해이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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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1.01 23:02

[오목대] 세밑 단상

2006년 병술(丙戌)년이 저물어간다. 장강(長江)처럼 멈추지 않고 도도히 흐르는 시간에 어디 시작과 끝이 따로 있겠는가. 사람들은 지구와 달의 자전및 공전을 기준으로 시간과 달(月), 1년(年)을 만들었다. 어느 시점 하루 사이에 해바꿈이라는 매듭을 지어 지나간 한 해의 궤적을 뒤돌아보고 새로운 한 해의 각오를 다지는 지혜를 발휘했던 것이다. 섣달 그믐쯤을 일컫는 단어로 세밑 이외에 연말, 세모(歲暮). 세말(歲末), 세저(歲底), 세종(歲終), 연종(年終)등의 한자어가 같은 뜻으로 쓰인다. 이 가운데 얼마전 까지 많이 쓰였던 ‘세모’에 대해 국립국어원은 일본식 한자이므로 ‘세밑’으로 바꿔쓰라고 권유하고 있다. 가뜩이나 세밑이 되면 보람 보다는 한 해를 보내는 회한과 반성에 분위기는 스산해지기 마련이다. 특히 올 세밑을 맞는 대부분의 표정은 우울하고 어깨는 축 처진 모습들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나름대로 한 해를 열심히 살아 왔지만 손에 쥐어진 것은 별로 없고 가슴속은 뻥 뚫린 것처럼 허전한 느낌들이다. 예전 세밑에 거리를 요란하게 했던 캐럴송도 듣기 힘들어졌고, 가까운 사람들 끼리 주고 받던 연하장도 크게 줄어든 것이 요즘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다. 돌이켜보면 올해는 유난히도 서민들에게 힘겨운 한 해였다. 심화되는 양극화에 겹쳐 전국을 휩쓴 부동산 ‘광풍(狂風)’으로 인한 상대적인 박탈감에 삶의 의욕마저 잃어버린 서민들이 태반이었다. 여기에 지속되는 경기불황의 긴 그림자는 드리운 길이를 줄일 줄 몰랐다. 그 여파로 수백만명의 신용불량자들은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으며,수 많은 20대 젊은이들은 대학을 나와서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거리를 헤매고 있다. 심지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지하 핵실험 같은 대형 이슈 조차 서민들의 지친 삶 앞에서는 맥을 추지 못한 한 해였다. 올 한 해 이처럼 어려운 삶을 살아왔지만 다가오는 새해 희망과 기대마저 저버릴 수는 없다. 12월에 치러질 대통령선거라는 거친 격랑이 앞에 놓여 있지만 정치에 앞서 국민의 삶이 우선돼야 한다. 국민들이 마음 편하게 잘 살 수 있도록 해주는게 정치의 요체 아닌가. 정치권은 부디 내년에는 정정당당하게 선거전을 치르면서 국민들의 힘겨운 삶도 보살피고 챙겨주는 한 해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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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2.28 23:02

[오목대] 골프 대중화

일본 골프장들이 수익성 악화로 잇따라 도산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 게 엊그제 같은데 우리나라에서도 곧 도산하는 골프장이 속출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부킹전쟁’이라고 불릴 만큼 예약이 어렵고, 이제 막 골프 대중화로 가는 길목에 들어선 마당인데 골프장 도산 운운 하니 관심을 끌만도 하다. 골프장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 2008년 이후 지방 골프장 중 적자 또는 도산업체가 속출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급확대와 세금부담 증대가 그 이유다. 지난주 열린 '미래 한국골프 발전 전략' 세미나에서 밝힌 내용이다. 제주도는 이미 그린피(입장료) 인하전쟁이 시작됐고 내년부터는 영·호남지역 골프장도 공급과잉 시대로 접어들어 골프산업이 전환기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전북지역 골프장도 최근 공급이 확대되면서 그린피를 인하하거나 요일별로 탄력적인 요금을 책정하고 있다. 정읍 태인CC와 익산 쌍떼힐CC 등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행정기관의 승인이 나간 도내 골프장은 모두 21개. 이중 취득세와 등록세 등을 내고 정식 등록한 뒤 운영하는 골프장은 8곳에 불과하고 나머지 13개 업체는 모두 미등록 골프장이다. 회원권을 분양해 놓고도 등록을 미룬 채 시범라운딩 형태로 영업을 하는 게 문제다. 따지고 보면 불법이다. 세금과 카트료를 제외한 다른 요금을 받을 수 없는데도 그린피를 정식 등록업체나 똑같이 받고 있어 욕을 먹고 있다. 행정기관이 골프장의 불법영업에 관대하다는 소릴 듣는 건 문제다. 전북에는 앞으로 10곳 정도는 골프장이 더 들어설 전망이다. 지난해 골프장 이용객은 1,780만명에 이르렀다. 그야말로 골프 대중화시대를 맞고 있다. 하지만 대중화로 갈려면 보다 근원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특소세 문제다. 스키장과 증기탕의 특소세는 지난 98년 폐지됐는데도 골프장은 지난 76년 첫 부과된 이후 30년이 지나도록 유지되고 있다. 특소세 폐지는 해외로 나가는 골퍼를 국내로 끌어들이고, 수요를 넓히기 때문에 골프장 도산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골프장 오너도 마인드를 바꿔야 한다. 부킹전쟁이 영원할 것으로 보면 큰 오산이다. 골프장에서도 고객은 왕이 돼야 한다. 돈만 알다 도산하면 손가락질 밖에 돌아올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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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2.27 23:02

[오목대] 이웃돕기

부패인식지수 세계 42위, 세계경제포럼(WEF)이 매긴 국가경쟁력 순위는 24위, 인간개발지수(HDI) 26위, 행복지수(HPI) 102위. 올해 한국을 나타내는 지수들이다. 영국 신경제재단(NEF)이 7월 발표한 행복지수(HPI)는 말 그대로 체감 행복의 정도를 나타낸다. 그 대상이 되는 178개 국 중 1위는 남태평양의 섬나라 바누아투였다. 행복지수는 1위지만 국내총생산(GDP)은 2900달로로 평가대상 233개국 중 207위에 그친다. 행복하다는 나라들을 보면 한결같이 경제지표와 반대인 경우가 다수이다. 그렇다면 가난하면 행복하다는 등식이 우리나라 안에서도 성립되어야 옳을 것인데 사정은 그렇지 못한것 같다. 양극화라는 이름으로 정리될 만큼 우리네 사회에서 그리고 다른 나라에서 역시 가난은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평균수명, 교육수준, 부(富), 남녀평등 등을 척도로 인간적인 삶의 수준을 평가하는 유엔의 인간개발지수(HDI)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26위로 행복지수 102위보다는 훨씬 나은 평가를 받았다. 행복지수에서 우위를 보인 나라들이 인간개발지수에서는 등수 안에 들지 못한 이유는 이들 나라가 교육과 경제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사회적 배경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낚시와 과일 등으로 생계를 꾸리는데 문제가 없어서 교육을 받을 필요조차 느끼지 못하는 이들이 행복할 수는 있지만 인간다운 삶인지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삶의 질을 가늠할 때 흔히 사용하는 ‘가난’이란 표현은 다분히 상대적이다. 우리가 체감하는 가난과 빈곤은 절대빈곤이라기보다는 상대방보다 못 산다는 박탈감에 그 뿌리를 두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성탄절과 연말이 겹치는 요즈음이면 우리는 주로 가난하거나 불우한 이웃을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는 바람직하지만 소위 값싼 동정심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려는 생각은 아닌지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경제적으로 그리고 보살핌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단편적인 처방은 때로 사정을 더 어렵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사례 중 하나가 가난한 나라에서 마치 천사가 된 것처럼 착각에 빠진 외국인 관광객들이다. 이들이 쥐어 주는 돈을 가지고 현지인이 가난을 극복하는 데 쓸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진정으로 이들이 가난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면 봉사단체 등을 통해 기부하는 것이 현명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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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6.12.26 23:02

[오목대] 속설(俗說)

올해 병술년(丙戌年)은 음력으로 2006년 1월9일부터 2007년 2월19일까지다. 한데 그 사이에 입춘(2월4일)이 두 번 들어있으니 쌍춘년(雙春年)이라는 말은 맞다. 그러나 일부 언론이 떠들어댄 것처럼 '2백년 만에 한 번 돌아오는 쌍춘절'이라는 말은 한마디로 허무맹랑한 소리다. 쌍춘절은 2백년이 아니라 약 3년에 한 번 꼴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는 책력(冊曆)을 보면 간단히 확인할 수가 있다.그렇다면 이같은 언론보도는 무엇을 근거로 나온 것인가. 시사저널에 따르면 모 중앙일간지가 '올해는 쌍춘절, 중국 예식장 초만원'이라는 기사를 보도하면서 "특히 이번 개의 해(2006년)는 7월 윤달이 끼어있어 1년이 385일에 달한다. 1년이 385일인 경우는 기원전 221년부터 서기 2100년까지 2300여년 동안 열두 번에 불과할 정도로 극히 드물다"라고 한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 같다는 것이다. 즉 쌍춘년이 2백년에 한 번 씩 돌아오는 것이 아니라 385일 윤년이 2백년에 한 번 씩 돌아온다는 기사를 잘못 이해하거나 의도적으로 뻥튀기를 한 것 같다는 말이다.2007년 정해년(丁亥年)을 앞두고 또 이와 비슷한 뜬소문이 퍼져 사람들을 헷갈리게 하고 있다. 내년이 600년 만에 돌아오는 황금돼지해라 출생하는 아이가 큰 복을 받는다는 헛소문이다. 해설도 그럴싸하다 정해년의 정(丁)자가 오행에서 불을 뜻하기 때문에 내년이 붉은 돼지해며 여기에 음향오행을 더해 계산하면 '황금돼지해'가 틀림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근거없는 속설이라는 것이 명리학자나 민속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오행 중 정(丁)이 불을 상징하는 것은 맞지만 이를 대신해 금(金)을 붙여 황금돼지해라고 부르는 것은 역학적으로 맞지 않다는 것이다.쌍춘절이다, 황금돼지해다 해서 작은 소망이나마 가져보겠다는 것을 탓하자는 것은 아니다. 근거없는 낭설에 들떠 무조건 잘 될 것이라는 환상에 빠지면 반드시 후유증이 뒤따른다는 것을 경계하고자 함이다.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의 일은 자신이 판단하여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황당무계한 낭설을 믿고 대책없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았다간 정말 대책없는 인생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또 어느 한 해 갑자기 출산률이 높아졌다가 다시 뚝 떨어지는 것도 국가 차원에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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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6.12.25 23:02

[오목대] 달력

한 때 ‘달력 국회의원’이란 말이 있었다. 순창·임실지역의 어느 국회의원을 지칭한 말이다. 그는 해마다 이맘 때 달력을 만들어 돌렸고 그것이 국회의원이 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다. 달력이 귀하던 시절, 한 장으로 된 그 달력은 일년 내내 지역구 주민의 마루고 사랑방이고 붙어 있었다. 그 달력에는 자신의 얼굴과 공약 등이 새겨져 있었고 자연스럽게 홍보효과를 본 것이다.또 40대 이후는 달력 종이를 요긴하게 활용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신학기가 되어 새 교과서를 받아 오면 달력으로 교과서를 공들여 쌌었다. 지난 10월 작고한 최규하 전 대통령은 낡은 달력을 작게 잘라 메모지로 이용한 것으로 유명하다. 본인 뿐 아니라 비서진에게도 그것을 활용토록 나눠 주었다고 한다.이러한 달력의 역사는 꽤 오래 전으로 올라간다. 기원전 250년경 이집트의 한 천문학자는 지구가 태양주위를 한 바퀴 도는데 365일에 가깝고 4년마다 하루를 더해야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리고 기원전 46년 이집트를 정복한 로마제국의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윤년이 도입된 365일제를 채택했다. 이 달력은 1년의 평균 길이를 365.1/4일로 잡았다. 그러나 1/4일은 하루로 칠 수 없어 4년중 3년은 1년의 길이를 365일로 하고 4번째 해는 366일로 했다. 하지만 이것도 서기 325년에 이르러 4일의 오차가 생겨났다. 그래서 1582년 그레고리우스 13세는 이를 정정했다. 종전과 같이 4년마다 윤년을 두되 400년에 3일씩 날짜를 줄이기로 한 것이다. 이것이 현재 사용하는 양력이다. 서양의 태양력에 비해 중국은 태음태양력에 기원을 두고 있다. 한대(漢代) 이후에는 음양력의 추산뿐 아니라 일식과 월식, 오행성의 운행을 계산하는 방법까지 포함시켰다. 지금 쓰이는 음력은 1644년 중국의 탕약망이 만든 시헌력(時憲曆)이다. 우리나라는 1652년 김육에 의해 도입되었다.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동지에 관상감에서 달력을 올리고, 임금이 그것을 관리들에게 나눠주었다’는 기록이 나온다. 조선 초에는 약 4000부를 찍었는데 후기로 들어 1만부 이상을 인쇄했다고 한다. 요즘 달력을 구하기가 힘들다고 한다. 경기불황으로 관공서나 기업에서 제작부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해(丁亥)년 새해에는 1년 열두달 모두 ‘희망의 씨’가 싹텄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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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6.12.22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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