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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출판기념회

책 한 권을 만들어 세상에 내놓는다는 것이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더구나 인류에 유익하고 세상을 감동시키는 책을 쓰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뼈를 깎고 영혼을 불태우는 고뇌의 시간이 없이는 불후의 명작이 태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렇듯 세상을 이롭게 하는 책 한 권이 탄생하기까지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진통이 뒤따른다. 책을 낸 후 출판기념회를 갖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제지(製紙)와 인쇄 제본기술이 발달하면서 책 내기가 옛날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웬만큼 책이 팔려야 출판비용을 감당할 수 있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에는 별 부담없이 책 한 권쯤은 족히 낼 수가 있게 된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말마디나 한다는 사람 치고 책 한 권 내지 않은 사람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당연한 결과로 책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의 책들이 수없이 쏟아지고 있다. 어떤 책은 본인 말고 또 다른 독자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내용이 빈약하다. 자기 자신에 도취돼 별 고민없이 책을 내는 사람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출판기념회를 여는 것이다. 책을 썼다고 주변에 과시를 하기 위해선지 아니면 출판비라도 건질 요량인지 알 수가 없지만 지인들에게 일일이 초청장을 발송해서 부담을 준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매사 자기중심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민폐가 무엇인지 안중에 없다. 한 술 더 뜨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불순한 목적을 갖고 책을 쓰거나 책을 지렛대로 삼아 대박을 터뜨리려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전자는 97년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를 비방한 '동교동 24시'가 대표적 사례고 후자는 선거철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 후보들의 책 내기가 그것이다. 하기야 선거일 전 90일까지 출판기념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한 선거법이 문제긴 하지만.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사상 최대 규모의 출판기념회를 가졌다고 해서 온나라가 시끄럽다. 여야 정치권은 물론 같은 당 대선주자들까지도 '전형적인 구태정치이자 세몰이 정치다' '노골적인 정치자금 모금행사다'며 집중포화를 퍼붓고 있는 것이다. 법을 위반하지 않았는데 뭐가 문제냐고 들이댄다면 딱히 할 말이 없지만 지지율 1위 주자라서 그런지 어째 영 뒷맛이 개운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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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19 23:02

[오목대] 모악산 살리기

“ … 나는 전주(全州) 모악산이/ 이 땅의 성산(聖山) 중의/ 하나임을 잘 안다./ 알면서 그 파괴를 묵과할 수 없다./ 길은 모악(母岳)으로 날 수 없다./ 모악은 영태(靈胎)를 모셨다./ 어머니 배를 가를 셈인가? …”이 시는 김지하 시인의 ‘모악산 개발을 우려한다’로 1990년대 중반 쓰여졌다. 당시 모악산이 무분별한 개발로 신음하고 있을 무렵이다. 그런데 요즘 모악산이 그 때보다 더 훼손되고 있다. 등산로의 토사가 유실되고 주변에 각종 시설이 들어서 본래 모습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올해 1월 한국산지보전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주 모악산을 비롯 서울 인왕산과 도봉산, 광주 무등산 등 도시주변 산지숲의 산성화가 심각할 정도라고 한다. PH 4.5이하(적합은 5.5)의 강산성을 나타내, 토양 미생물이 줄어들고 생물 종다양성이 약화됐다. 한마디로 숲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대로 가다간 전주의 상징과 같은 모악산이 황폐화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모악산이 어떤 산이던가. 1971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모악산은 전주·김제·완주에 걸쳐있고 산자락 아래로 사방 1백리가 넘는 호남평야를 안고 있다. 또한 동쪽은 삼천천을 통해 만경강에, 서쪽은 원평천을 통해 동진강에 합수돼 서해로 흘러든다. 모악산이라는 이름은 당초 금산(金山)이었다. ‘삼국유사’나 ‘고려사’에 그렇게 기록이 전해진다. ‘연려실기술’에 ‘금구모악(金溝母岳)’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조선시대 이후 붙여진 게 아닌가 한다. 또 민간에서는 흔히 ‘엄뫼’와 ‘큰뫼’라 불려졌고 이 명칭은 한자 전래와 함께 ‘모악’과 ‘금산’으로 의역된 것으로 ‘금산사지(金山寺誌)’는 밝히고 있다.풍수지리학자 최창조는 모악산을 “해안으로 부터 시작하여 내륙으로 들어가는 야지의 땅에 풍성하면서도 우람하게 우뚝 솟은 평지돌출의 산”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적인 시각의 교차로 더 웅장함을 자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모악산의 겉모습에 불과하다. 모악산의 넉넉한 품은 ‘어머니의 산’ 그대로다. 후백제의 역사가 숨쉬고 정여립, 강증산 등의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금은 시민의 안식처요, 세계적 명상터로 발돋움하고 있다. 정수리에 박힌 통신시설을 철거하고 휴식년제를 검토하는 등 회생대책을 서둘러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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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7.03.16 23:02

[오목대] 나무심기 적기(適期)

4월5일 식목일이 무색해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나무심는 적기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16일, 경기 파주시는 춘분인 21일 식목일 행사를 갖는다. 도내 대부분의 자치단체들도 오는 26일 나무심기 행사를 모두 마칠 계획이라고 한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란을 거치면서 우리 산들은 황폐할대로 황폐해졌다. 나무를 베어 땔감으로 쓰기만 하고 조림에 힘쓰지 않은 결과였다. 그러나 73년 부터 치산녹화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2001년 까지 황폐한 산림 407만㏊에 100억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었다. 이같은 성과에 대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 최단기 녹화성공 국가로 평가할 정도였다. 녹화사업을 한창 추진할 때만해도 나무는 식목일인 4월5일 전후 대대적으로 심었다. 식목일은 조선 성종이 동대문밖 선농단 (先農壇)에서 직접 논을 경작하고 뽕나무를 가꾸던 날에 유래해 광복직후인 1946년 제정됐다. 식목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공휴일로 까지 지정될 정도였다. 또 청명과 겹치는 이때쯤 부터 농가에서는 바쁜 농사철에 들어가 논밭 가래질을 비롯 채소파종등을 시작한다. 식목일 제정과 연관이 있음을 시사해주는 대목이다. 그러나 최근 지구온난화로 따뜻한 겨울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겨울은 1904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포근했었다. 지난해 11월 부터 올 2월 까지 전국 평균기온이 2.46도로 평년(0.43도) 보다 2.03도 높아 역대 가장 따뜻한 겨울을 기록했다. 겨울이 따뜻하다 보면 수목들이 겨울잠에서 깨어 활동을 시작하는 시기도 빨라진다. 즉 언땅이 녹는 시기인 3월 초·중순에 심은 나무의 활착력이 가장 뛰어나 생존율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앞으로도 20일이나 남은 식목일에 맞춰 나무를 심을 경우 일부 산간부를 제외하고는 이미 수목의 움이 트느등 생장활동이 시작된 뒤가 되기 때문에 오히려 생존율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는 얘기다. 국민들은 식목일을 가장 나무심기 좋은 시기로 인식하고 있는게 사실이다.심은 나무가 가장 잘 살 수 있는 적기 선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볼때 행사를 위한 기념일이 아니라 식물생태를 기준으로 식목일을 앞당기는게 타당할 성 싶다. 특히 지난해 부터 공휴일 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변경도 그리 어렵지 않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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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15 23:02

[오목대] 신문고시

‘신문고시’라는 게 있다. 신문사 입사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잘못 알거나, ‘언론고시’ 쯤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신문고시(新聞告示)란 신문업 시장의 불공정 거래행위의 유형 및 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한 것을 일컫는다. 공정거래법에 근거하고 있다. 신문고시를 제정한 목적은 왜곡된 신문시장의 질서를 바로잡는데 있다. 과열경쟁과 구독강요, 자본력이 앞서는 이른바 메이저 신문들의 경품제공과 약탈적 시장확대 등 폐단이 많은 데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 신문 판매시장의 과당경쟁은 95년 4월15일 중앙일보가 조간으로 전환한 이후 불이 붙었다. 96년에는 조선- 중앙일보의 지국간 싸움이 살인까지 불러올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살인사건을 계기로 한때 고질적인 불공정 판매행위를 개선하자는 자정이 일기도 했으나 그뒤 오히려 더 심해졌다. 구독강요와 무가지 살포, 자전거· 정수기· 비데· 디비디(DVD) 등 경품이 제공됐고 심지어는 김치냉장고까지 동원됐다. 독자들은 신문 기사의 내용과 질에 따라 신문을 선택하기 보다는 경품을 좇아 구독을 결정했다. 신문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메이저신문들의 독무대였고 독자들은 이들 신문사들의 희생양이었다. 신문고시는 바로 이러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막고 신문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할 수 있다. △독자에게 7일 이상 신문을 강제투입하는 행위 △무가지와 경품을 합해 유료 신문대금의 20%를 초과해 제공하는 행위 등은 모두 신문고시의 제재를 받도록 돼 있다. 엊그제 조선·중앙·동아 등 3개 신문사가 신문판매 지국에 과다한 판촉용 무가(無價)신문을 제공한 혐의로 모두 5억5,2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또 과도한 경품이나 무가지를 제공해 구독자를 모집한 48개 지국에 대해서도 총 7,539만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하지만 이 정도는 빙산의 일각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일부 중앙지들은 상품권 등 경품을 내세워 신문구독판촉을 벌이고 있다. 명백한 불법이다. 2005년부터 이런 불공정 거래행위에 대해 신고 포상금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신고 비율은 미미하다. 지금까지 135건에 1억7371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됐을 뿐이다. 물량공세에 양심을 바꾸지 않을, 신문시장의 소비자 주권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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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14 23:02

[오목대] 통과의례

통과의례는 개인의 사회적·종교적 지위가 변할 대 치르는 의식이다. 이런 의식은 그 형식이 다르기는 하지만 사람이 모여 사는 사회에는 존재한다.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변화라면 출생, 성장, 결혼, 죽음 등을 들 수가 있다. 그리고 학교와 직장에 들어가는 경우에도 통과의례는 존재한다. 이런 통과의례의 개념은 프랑스의 민속학자인 아르놀트 반 헤네드(Arnold van Gennep)가 1909년 처음 사용하였다. 그에 의하면 의례는 이탈, 경과, 통합의 세 단계가 가장 보편적인 구성이라고 한다.관혼상제(冠婚喪祭)인 성년식(成年式), 결혼식, 장례식, 그리고 제사(祭祀)로 압축되는 통과의례는 우리나라의 가장 전통적이고 전형적인 의식으로, 혈연공동체생활에 기초를 두는 특징을 찾아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과의례는 시련의 극복 과정을 갖는다. 사회 구성원으로 진입하게 되는 관문으로서의 통과의례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더 강조된다. 유태인들의 할례와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볼 수 있는 문신이나 상처내기 등이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러한 관문을 잘 통과한 개인은 그 집단의 구성원으로 공인받게 되는 것이다.조선시대 처음 관직에 나가는 관원이 선배관원에게 베풀었다던 ‘면신례(免新禮)’ 역시 이러한 통과의례 중 하나로 보인다. ‘허참례(許參禮)’로 신고를 한 후 열흘 정도 지난 다음에 치르는 이 예식의 출발은 고려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권세 있는 집안의 자제들의 교만하고 방자한 기세를 꺽고 조직의 기강을 바로잡기 위해 시작된 풍습에서 출발하였지만 조선시대를 지나면서 그러한 본래의 취지에서 멀어져 금품이 오가고 과도한 잔치를 베푸는 등 그 의미가 퇴색되었다.요즈음이면 신입생들이 학교생활을 시작하면서 학교문화에 대한 안내를 받을 무렵이다. 그런데 말로 해도 괜찮을 나이의 학생들에게 통과의례라고 보기에는 지나친 육체적 가혹행위가 마치 전통인 것처럼 일어나고 있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새로이 진입하게 되는 후배들에게 학교의 규율을 가르치는 과정으로 육체적인 고통과 인간적인 모멸감을 동원한다면 그런 집단의 문화수준은 결코 높을 수 없다. 먹을 것이 적고 입을 것이 마땅치 않았던 예전에는 소위 헝그리정신을 고취하기 위해서라고나 둘러댈 수 있겠지만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에서 그러한 방법이 어떤 설득력을 갖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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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13 23:02

[오목대] 기상청의 원죄

과학적인 일기예보는 꿈도 못꾸던 시절, 인류는 자연현상을 통해 날씨를 점쳐왔다. 예컨데 '태양이나 달에 무리가 생기면 비가 온다'거나 '막을 친 듯한 구름벽이 보이면 돌풍이 인다'는 식의 오랜 경험에 의한 일기예측을 했던 것이다. 당시 일기예측은 말 그대로 날씨를 점친 것이니 틀린다 해도 비난받을 일이 없었으나 맞을 때는 용케 잘도 들어맞았다.그러다가 과학이 발달하면서 온·습도계를 이용한 일기예측을 시작하더니 마침내 1858년 영국에서 일기도를 활용한 일기예보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는 그로부터 딱 90년 후인 1948년 국립중앙관상대가 설립되면서 근대적 의미의 일기예보를 하기 시작했다.그러나 당시 일기예보는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을 만큼 반은 맞고 반은 틀리기 일쑤였다. 일기 예보가 얼마나 엉터리였으면 '내일 날씨는 흐렸다 개었다 하면서 곳에 따라 비가 오락가락 하겠고 일부 지방은 바람이 부는 곳도 있겠습니다. 또 구름이 끼지 않으면 해가 뜨겠고 비가 오지 않으면 맑겠습니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떠돌아다녔겠는가.기상청이 들어선지 다시 59년, 요즘 일기예보는 그야말로 쪽집게라는 소리 들을 만큼 잘도 알아맞춘다. 논란의 여지는 있으나 적중률이 87%에 이른다고 한다. 선진국이 90%선이니 그렇게 형편없는 수준은 아닌 것 같다. 최첨단 기상 레이더와 기상인공위성 및 그 수신장치, 그리고 세계 4위의 슈퍼컴퓨터가 뒷받침되는 덕이 아닌가 싶다.하지만 아무리 첨단과학을 활용한다 하더라도 날씨를 100% 예측할 수는 없다.기상관측 자료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일부터 완벽을 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기는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변화 무쌍하여 어느 누구의 예단도 허락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자연이 인간의 완벽한 미래 예측을 거부하기 때문에 날씨를 100% 예측할 수가 없는 것이다.새해 들어 한파·폭설·황사예보가 연이어 빗나가면서 기상청이 뭇매를 맞고있다. '일기예보가 아니라 일기중계다' '기상청장과 국민이 돈 걸고 내기하자' '기상청 덕분에 돈 굳어 좋다'는 등의 비꼬는 글귀가 인터넷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아무리 잘해도 본전치기밖에 할 수 없는 기상청의 숙명이 죄라면 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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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7.03.12 23:02

[오목대] 박장대소(朴掌大笑)

“인간생활에 있어서의 웃음은 하늘의 별과 같다. 웃음은 별처럼 한 가닥의 광명을 던져주고 신비로운 암시도 풍겨준다. 웃음은 또한 봄비와도 같다. 이것이 없었던들 인생은 벌써 사막이 되어 버렸을 것인데 감미로운 웃음으로 하여 인정의 초목은 무성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웃음은 우리에게 복만이 될 것이다.” (이희승/ 유머철학)흔히 웃음은 쾌적한 정신활동에 수반된 감정반응으로 풀이한다. 자스틴이란 학자는 원인을 놀람과 기대의 어긋남, 우수(優秀)와 실패, 부조화와 대조, 사교적 미소, 긴장의 해방, 유희의 6가지로 정리했다. 사전에는 종류를 미소(微笑), 고소(苦笑·쓴웃음), 홍소(哄笑), 냉소(冷笑), 조소(嘲笑), 실소(失笑)로 분류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하늘을 쳐다보고 웃는 앙천대소(仰天大笑), 손바닥을 치며 크게 웃는 박장대소(拍掌大笑)가 있다. 하도 우스워서 껄껄 웃는 것은 가가대소(呵呵大笑)다. 또 입을 벌리고 유쾌하게 웃는 것은 개구소(開口笑)요, 건성으로 웃는 억지 웃음은 건소(乾笑)다. 큰 소리를 내어 웃는 굉소(轟笑)가 있고, 이가 보이지 않게 방긋 웃는 불현치(不見齒)도 있다.이러한 웃음은 신체적으로 횡격막의 짧은 단속적(斷續的)인 경련적 수축을 수반하는 깊은 흡기(吸氣)로 부터 생겨난다. 이때 얼굴 표정 뿐 아니라 신체 내부의 오장육부를 뒤흔들고 수백개의 뼈와 근육까지 움직이게 된다. 20% 이상 많은 열량을 소모하게 된다. 그래서 웃음은 면역체계와 소화기관을 안정시키고 엔돌핀을 생성시켜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다. 웃음이 보약인 셈이다. 그런데 어른이 될수록 웃음이 줄어든다. 어린아이가 하루 평균 400번 웃는데 비해 어른은 15번 밖에 웃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지역 9군단이 지난해 말부터 시행하고 있는 ‘박장대소 웃음 7계명’이 병사들로 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7계명은 크게 웃어라, 함께 웃어라, 마음까지 웃어라, 힘들 때 더 웃어라, 억지로라도 웃어라, 즐거운 생각을 하며 웃어라, 한번 웃고 또 웃어라다. 아침 점호시 간부들이 솔선수범해 박장대소를 하면 모두가 따라서 박수치며 한바탕 웃은 뒤 업무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러면 웃음이 전염병처럼 퍼져 하루가 즐겁다고 한다. 갈수록 메말라 가는 세상, 모두가 아침마다 박장대소로 시작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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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09 23:02

[오목대] 태권도 전자호구

태권도는 1988년 서울 올림픽때 시범종목으로 올림픽 무대에 처음 진출한뒤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부터 정식종목으로 자리잡아 세계적인 스포츠로서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었다.이같은 태권도가 첫 고비를 맞은 것이 2005년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의 올림픽 퇴출종목 찬반투표였다. 판정의 공정성 문제를 비롯 경기흥미가 떨어지고, TV등 미디어 노출 효과도 낮다는 지적을 받으며 퇴출종목으로 거론되는 위기를 맞았다. 다행히도 투표 결과 과반수 이상을 획득함으로써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도 정식종목으로 치러질 수 있게 됐다. 태권도는 한국이 전세계에 전파하고 올림픽종목으로 발전시킨 유일한 스포츠로 이 종목의 올림픽 존속여부는 우리 민족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다. 하지만 고비를 넘겼다해서 안심할 수는 없다. 2016년 올림픽종목에 들기 위해서는 2009년에 또 신임투표를 거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권도계에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 재미없고 불공정한 경기라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하는 과제가 주어져 있다. 한국인 조정원씨가 총재를 맡고 있는 세계태권도연맹(WTF)이 전자호구(電子護具, 첨단 전자칩을 머리및 몸통 보호구에 부착해 타격할 때 득점 여부를 표시하는 장치) 개발에 나선 것도 태권도를 올림픽 종목으로 계속 유지시키기 위한 개혁방안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지난 4, 5일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처음 시험대에 오른 전자호구는 아쉽게도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몸통을 손으로 살짝만 쳐도 점수가 올라가고, 전자호구가 없는 부위에서는 점수처리가 안되는등 적잖은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연맹측은 촉박한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전자호구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개혁이 완성된 태권도를 선보이려던 야심찬 계획이 물거품이 돼버린 것이다.무주에 세계 181개국 7000만 태권도인들의 ‘꿈의 성지’가 될 태권도공원을 조성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 지속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의 전자호구 테스트 실패가 결코 ‘강 건너 불’ 같지 않다. 정확한 판정으로 보다 재미있는 경기가 될 수 있도록 전자호구의 기술적 보완작업을 서둘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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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08 23:02

[오목대] 탈 철밥통

‘철밥통’이란 어원은 중국에서 유래됐다. 평생을 직장에서 해고될 염려 없이 근무한다는 뜻에서 중국 국영기업체 직원을 '철밥통'이라 불렀다. 중국어로는 티예판완(鐵飯碗)이라고 한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모든 사람에게 직업을 보장해 주다보니, 능력이 없어도 해고될 일은 없었는가 보다. 하지만 지금은 많은 민영기업들이 생기고 경쟁원리가 도입되면서 ‘철밥통’이란 인식도 깨지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공무원=철밥통'이란 등식이 성립돼 있다. 무능력하다 해도 공무원법에 따라 신분보장이 철저히 이뤄지고, 시간이 흐르면 호봉에 따라 봉급이 차곡차곡 올라가니 만년 직장, 만년 직업(permanent job)이라는 조롱을 받고 있다. 일부 교수사회도 철밥통이란 소릴 듣는다. 교육·연구에 정진하는 교수들에겐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주중에 골프치고 정치집단과 어울리며 로비능력을 실력으로 착각하는 교수, 대충 짜깁기해 새 논문인냥 제출하는 교수, 주중 수업을 특정일에 몰아넣고 서울로 올라가는 교수들이 그런 부류다. 불이익은 커녕 오히려 승승장구한다. 그런데 마침내 ‘공무원= 철밥통’ 등식도 깨지는 모양이다. 얼마전 울산시와 울산남구청이 업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5~6급 공무원 4명, 5~7급 9명을 솎아내 1년간 교통량 조사와 쓰레기 청소 등 일용직들이 하는 단순 노무작업을 시켰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으면 퇴직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철밥통 깨기 인사 실험’은 전국적으로 퍼져나갔다. 도내에선 이미 완주군이 소리 안나게 철밥통 깨기 실험에 들어갔고, 전주시도 무능 또는 문제 있는 공무원을 과감히 퇴출시키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전북대 역시 직급정년제 시행, 연구실적 기준 강화, 주 4일 이상 근무, 인센티브 포인트 누적제, 영어강의 유도 등 여러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고 담금질을 시작했다. 앞으로 공무원이나 교수들도 대충 일하다가는 중도 하차할 날도 머지 않은 것 같다. 퇴출은 민선 단체장이나 직선 총장으로서는 힘든 개혁일 수 있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다. 박수 보낼 사람이 더 많다는 걸 알면 힘도 솟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리더들은 감싸안는 게 표인냥 착각하고 꿀먹은 벙어리 처럼 눈만 깜박이고 있으니 그게 문제다. 그러다간 악화가 양화를 몰아내는 법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3.07 23:02

[오목대] 꽃샘추위

이십사절기(二十四節氣)로 따져서 오늘이 경칩(驚蟄)이다. 우수(雨水)를 지나고 춘분(春分)을 앞둔 절기에 해당한다. 이 무렵에 얼음이 풀리고 우레가 우는 비에 놀라 땅속의 벌레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린다고들 한다. 하지만 어제 오늘의 날씨는 경칩답지 못하다. 전국적으로 초속 5∼10m의 강풍이 불면서 대관령과 서울의 체감온도가 영화 14.8도, 영하 6.1도에 머물렀으니 말이다. 우리 전북지역에서도 싸락눈이 내리는 등 체감온도가 영하권에 머물면서 어제 낮 기온이 영하 4도까지 내려가는 추운 날씨를 보였다.우리는 흔히 이런 기복 있는 날씨를 두고 ‘꽃샘추위’라고들 한다. 사전적인 정의를 보면 ‘이른 봄철 포근해지던 날씨가 갑자기 기온이 내려 꽃봉오리를 움츠러들게 하는 추위’라 되어 있고 ‘꽃이 피는 것을 시샘하는 듯한 추위라 하여 꽃샘추위라 하였으며, 봄철에 있는 특이한 현상(特異日)에 해당된다’고 한다. 겨우내 자리하였던 차가운 시베리아 고기압이 약해지면서 봄 날씨가 진행되다가 다시 고기압이 확장되기 때문이다.이런 꽃샘추위는 한 차례로 그치는 것은 아니다. 3월 말경 그리고 4월 중에 심지어는 5월에도 이런 추위는 찾아온다.이런 추위를 체험하면서 연상되는 우스갯소리가 생각난다. 어느 취객(醉客)이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길이었다. 복잡한 시내 도로를 지나면서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써서 겨우 복잡한 차량들 사이를 빠져 나오는데 성공하였다. 그래서 이제는 좀 맘 놓고 가려니 했는데 갑자기 아스팔트가 수직으로 일어서더란다. 결국 그 취객은 벌떡 일어선 아스팔트길과 충돌하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취객의 입장에서야 아스팔트길이 일어선 것이겠지만 제삼자가 봤을 때는 ‘그냥 넘어진 것’에 불과하다. 다만 그렇게 넘어진 이유가 다를 뿐이다.꽃샘추위가 온 것을 두고도 생각해 보면 형편에 따라서 그 해석이 가지각색일 것이다. 이런 꽃색추위를 비관적으로 보면 아마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으로 표현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일상적인 수준에서 생각하자면 따스한 봄기운으로 늘어지기 쉬운 일상에 다시 한번 자극을 주어 봄맞이에 별탈이 없도록 하는 데 있지 않나 싶다. 우리 일상에도 완급(緩急)과 장단(長短)이 있어야 좋은 법이니 이즈음에서 한 박자 쉬었다 가는 것도 지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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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06 23:02

[오목대] 산불

세계 최대 규모의 산불은 98년 여름 러시아 극동지역에서 발생했다. 하바로프스크를 비롯 2만8천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화한 이 산불은 8개월여 동안 남한 면적과 맞먹는 면적을 초토화시킨 후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겨우 진화됐다. 만약 눈이 내리지 않았다면 인근지역을 통과하는 송유관을 덮쳐 대참사가 일어날 뻔 했다.또 세계에서 가장 큰 재산피해를 낸 산불도 같은 해 여름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일어났다. 2개월간 계속된 이 산불은 관광보고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2백50억 달러 상당의 재산 피해를 냈다. 이재민만 해도 12만명에 이르렀다.그리고 세계 최다 인명피해를 낸 산불은 97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산불로 2백90여 명의 고귀한 생명을 앗아갔고, 세계 최대 피해면적을 기록한 산불은 98년 캐나다 서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자그마치 2백만ha의 산림을 숯더미로 만들었다.우리나라 산불피해도 장난이 아니다. 산림이 울창해져 산불이 한 번 났다하면 그 피해가 천문학적으로 커지는 것이다. 지난 2000년 4월7일부터 15일까지 무려 9일 동안 2만3천484ha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면서 사망 2명 부상 15명에 850명의 이재민을 발생시킨 영동지역의 초대형 산불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이 곳은 7년 세월에도 아직까지 사막처럼 황량한 '불임의 땅'으로 남아 있다.산림의 가치는 새삼 강조한다는 것이 어색하다. 경제적 가치에 환경적 가치, 문화적 가치, 공익적 가치를 환산하면 세상 어느 재화와도 비교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해 산림이 없는 인간 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산불로 한 번 훼손된 산림은 복원하는 데 최소 30년, 그리고 주변 생태계까지 원상회복시키는 데 100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쯤되면 산불을 낸 죄가 얼마나 큰 죈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할 것이다.산림청이 최근 10년간 산불발생 원인을 조사해 발표했다. 입산자 실화가 44%, 논밭두렁 태우기가 18%, 담뱃불 실화가 8%였고 쓰레기 소각과 성묘객 실화가 각 7%, 어린이 불장난이 3%, 기타가 13%였다. 조사결과 대로라면 모든 입산자에 대해 신고제를 실시하고, 산불감시원을 대폭 늘려 정찰활동을 강화한다면 적어도 지금보다 산불이 절반 정도 줄어든다는 계산이 나온다. 적극 검토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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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05 23:02

[오목대] 주꾸미

흔히 미식가들은 ‘봄 주꾸미, 가을 낙지’라고 말한다. 봄에는 주꾸미 살이 야들야들하면서 알이 꽉 차 물이 오르고, 가을에는 낙지 살이 통통해 달고 쫄깃한 맛이 차기 때문이다. 주꾸미는 팔이 8개인 팔완목(八腕目) 문어과에 속하는 연체동물이다. 낙지와 비슷하게 생겼으나 크기가 더 작다. 낙지의 몸 길이가 70㎝ 정도인데 비해 20㎝안팎이다. 한 팔이 긴 낙지와 달리 8개의 팔은 거의 같은 길이다. 주꾸미와 낙지는 다리가 머리에 붙어 있고 몸통이 머리 위에 있는 독특한 신체구조를 갖는다. 그래서 두족강(頭足綱)으로 분류된다. 오징어와 문어 역시 마찬가지다.주꾸미는 수심 10m 정도 연안의 바위 틈에 서식하며 주로 밤에 활동한다. 산란기는 5-6월이며 봄이 되어 수온이 올라가면 먹이가 되는 새우가 많아져 서해연안으로 몰려든다. 이때 그물로 잡기도 하지만 대개 소라와 전복, 고둥의 빈 껍데기를 이용해 잡는다. 빈 소라와 고둥 껍데기를 로프에 매달아 바다밑에 내려 놓으면 주꾸미가 알을 낳기 위해 이곳에 들어간다. 이를 건져 올려 갈퀴로 낚아 채는 것이다. 어민들은 이런 채취방식을 ‘소라방’이라 부른다. 소라나 고둥껍데기는 1m간격으로 매다는데 그 수가 보통 5000개, 많게는 1만개에 이른다. 이삼일에 한번 건지며 평균 5개에 하나 꼴로 주꾸미가 들어 있다. 3-4월이 제 철이며, 가을에도 잡히지만 알이 없어 맛이 떨어진다. 전남과 충남지방에서는 ‘쭈깨미’, 경남에서는 ‘쭈게미’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이이다코(イイダコ)라 한다.주꾸미는 지방이 적고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한 저칼로리식이어서 웰빙식품으로 제격이다. DHA와 타우린이 다량 함유돼 있어 영양면에서도 뛰어나다고 한다. 주꾸미를 뜨거운 물에 데쳐, 머리의 알을 한 입에 통째로 깨물면 구수한데다 씹히는 맛을 느낄 수 있어 좋다. 시커먼 먹물이 튀길 수 있으나 이 먹물은 숙취해소용으로 그만이다.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주꾸미의 몸값도 덩달아 뛰었다. 서해연안에 있는 자치단체들이 관광객 유치 차원에서 너도 나도 ‘주꾸미 축제’를 열기 때문이다.주꾸미를 잡는 조업시기가 올해는 이상고온 현상으로 한달가량 앞당겨졌다. 온난화와 엘리뇨가 원인이라고 한다. 미식가에겐 희소식일지 몰라도 ‘철’ 없는 지구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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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02 23:02

[오목대] 사이버 태극기

1970년대 까지만해도 각급 기관이나 학교등에서는 태극기 관리를 철저히 했다. 해질 무렵 국기 하강기식때 애국가가 울려 퍼지면 기관이나 학교 주변을 지나던 주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부동자세로 태극기가 내려질때 까지 국기를 향해 경례를 했다. 애국심과 충성심을 강요당했던 권위주의 시대의 어두운 추억 가운데 하나이다. “나는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 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라는 ‘국기에 대한 맹세’가 탄생한 것도 당시였다. 비오는 날에 국기를 내리지 않을 경우 담당자가 문책을 받을 정도로 국기에 대한 존경심과 엄숙함이 강조되던 시기였다. 태극기는 곧 국가 권위의 상징이자 외경(畏敬)의 대상이었다. 각 가정에서는 경축일이나 게양하기 위해 장롱속에 소중히 보관하던 소품이었다. 이같은 태극기가 우리 생활속에 친근하게 다가선 계기가 지난 2002년 월드컵이었다. 대회 기간중 태극기는 응원단의 두건이나 스커프, 망토, 치마 등의 패션이 되어 거리를 장식했다. 예전 같으면 감히 생각치도 못했던 태극기 패션의 등장이었다.당시 다양한 크기와 무늬로 변신한 태극기에는 단지 승리를 향한 열망이 담겨 있을 뿐 이었다. 어느 누구도 태극기를 훼손하거나 욕보였다고 탓하지 않을 만큼 거부감이 없었다. 정부도 그때까지 존엄성만을 강조했던 ‘국기에 관한 규정’ 개편을 검토할 정도였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태극기가 또 한번 국민속으로 다가가기를 시도하고 있다. 정보통신부가 오늘 88주년 3.1절을 앞두고 국경일에 인터넷 포털과 함께 ‘사이버 태극기달기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고 한다. 그동안 일부 온라인 업체에서 태극기달기 운동을 전개했지만 정부 정책으로 펼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정통부는 4300여만개의 홈페이지, 미니홈피, 블로그 등에서 게시할 수 있도록 태극기의 정지화상및 동영상을 배포했다. 권위주의 시대가 퇴진하면서 사회 통합은 구성원 다수의 자발성에 의존하게 되었다. 특히 정보화 시대 네티즌들의 여론 형성 기능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그 위력을 입증했다. 태극기를 이용해 국가공동체를 확인한 지난 월드컵때 처럼 ‘사이버 태극기 달기 운동’이 젊은 세대들에게 자발적 애국심을 키우는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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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3.01 23:02

[오목대] 판소리 대중화

판소리 만큼 우리나라 시대적 정서를 잘 나타내는 전통예술도 드물다. 한 명의 소리꾼이 고수의 장단에 맞추어 창(소리), 말(아니리), 몸짓(너름새)을 섞어가며 긴 이야기를 엮어가는 판소리는 삶의 희노애락을 해학적으로 표현하고 청중도 참여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크다. 지금처럼 예술성 짙은 판소리는 주로 광대들에 의해 기록되고 보존돼 왔다. 그 과정에서 전북의 소리꾼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했고, 1970∼80년대 민족예술에 대한 각성이 일면서 판소리 부흥에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도 판소리의 전통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던 전북이다. 1975년 전주대사습대회와 남원 춘향제 판소리명창대회가 복원되고 84년 우석대에, 88년 전북대에 각각 국악과가 설치됐다. 92년엔 백제예술대에 전통예술고가 설치돼 전통음악교육을 실시하고 있고 86년엔 도립국악원이 개원돼 판소리 저변확대에 기여하고 있다. 전주대사습대회는 이제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있는 판소리 경연대회로 뿌리내렸다. 판소리는 오늘날 민족문화의 꽃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과연 살아있는 음악으로서 의미를 갖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판소리의 대중화 문제다. 판소리를 대중화할려면 예술로서가 아닌, 문화로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엄숙주의, 귀족주의 틀을 벗기고 판소리 그 자체를 ‘삶의 방식’으로 보자는 뜻이다(‘판소리의 겉모습과 역사’· 김대행 서울대교수). 전문가만의 것이 아니라 누구나의 것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결국 생활속으로 가져오는 일일 것이다. 때마침 전주시 평생학습센터(센터장 최용호)가 시민을 대상으로 '1인 1소리 교육'을 추진키로 해 기대가 크다. 이론강의와 소리내기, 단가배우기, 장단 치며 ‘호남가’ 부르기 등이 교육된다. 2010년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판소리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하니 전통문화 도시답게 발상이 좋다. 시민이라면 누구나 소리 한 대목쯤 부를 수 있게 된다면 판소리 대중화의 확실한 성공이랄 수 있겠다. 내친 김에 충, 효, 의리, 정절 등 조선시대 가치관에 국한된 사설(이야기)에서 벗어나 현대적 감각의 새로운 사설이 가미된 창작판소리, 창작단가를 개발하고 시간도 5분,10분짜리 등으로 세분하는 ‘상품’을 개척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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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28 23:02

[오목대] 봄똥

이제 입춘이 지나고 또 우수(雨水)도 지나 경칩을 목전에 두고 있다. 겨우내 묵은 김치에 길들어 있다가 싱싱한 푸성귀로 입맛을 되찾을 때가 요즈음이다. 이런 입맛을 전해 주는 푸성귀로 ‘봄똥’이 있다. 시인 안도현은 이런 봄똥의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다. “이렇게 인사드립니다/후줄근한 모습 용서해주세요/겨울은 참 무정도 하죠/채 한 뼘도 안되는 고도제한/낮은 포복으로 기어 왔어요”이 봄똥은 아쉽게도 사전에 올라 있지도 않다. 봄똥이 ‘봄동’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겨울을 지낸 봄나물 정도로 해석하지만 크게 설득력을 갖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아직 어원도 분명치 안호 어감도 오해받기 십상인 봄똥을 되뇌다 보면 정감이 어린다. 본래 ‘봄’이란 계절의 분위기도 분위기려니와 그 발음 역시 입술에서 주로 실현된다는 점에서 부드러운 어감을 갖기 때문이다. ‘봄 떡은 들어앉은 샌님도 먹는다’는 말이 있다. 먹을 것이 궁한 봄철에는 점잖은 척하는 샌님도 먹고 싶어 한다는 속담으로 봄철에는 먹을 것이 귀했던 옛날을 읽을 수 있는 표현이다.요즈음에 먹게 되는, 겨우내 추위를 힘겹게 이겨내 못난 푸성귀를 봄똥 말고 달리 부를 수 있는 품위 있는 말을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도 가까운 말로 ‘겨우살이’가 있는데 ‘겨울 동안 먹고 입고 지낼 옷가지나 양식 따위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사전에 올라 있다. 그러니 봄똥만이 갖고 있는 푸성귀로서의 선명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이런 봄똥은 일반적으로 가을 김장배추감 중에서 낙오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김장거리 조차 되지 못하고 겨우내 버림받았던 배추가 이듬해 봄이 되면 비타민을 공급해 주는 귀한 신분으로 대접 받게 되는 것이다. 일부 지방에서는 김장배추를 뽑아낸 자리에 의도적으로 파종을 해서 봄 반찬을 준비하기도 한다.이런 봄똥에서 빠진 게 있다. 봄은 대략 알겠는데 ‘똥’이 문제다. 시인 안도현은 이렇게 설명한다. ‘봄이 당도하기 전에 봄똥, 봄똥 발음하다가 보면/입술도 동그랗게 만들어 주는/봄똥, 텃밭에 나가 잔설 헤치고/마른 비늘 같은 겨울을 툭툭 털어내고/...중략.../텃밭가에 쭈그리고 앉아/...중략.../한 무더기 똥을 누고 싶어진다’ 이쯤이면 ‘똥’에 대한 설명으로 그럴듯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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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27 23:02

[오목대] 탈당이후

무슨 일이 있어도 탈당은 하지 않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이 마침내 탈당을 결심했다. 망국적인 지역주의 정치를 청산하겠다는 대의명분을 걸고 야심차게 신당을 창당했으나 현실정치의 높은 벽만 확인하고 결국 백기를 들고 만 것이다.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당까지 깨가며 세운 대의명문인데 지역주의 청산은 고사하고 신당의 운명마저 풍전등화이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하지만 따지고 보면 꼭 노 대통령만 탓할 일은 못된다. 국민 직선으로 당선된 전임 대통령 셋 모두가 임기 말 레임덕에 걸려 내쫒기듯 탈당을 했는데 오직 노 대통령 혼자만 비난을 받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다만 차이가 있다면 노태우 전 대통령은 대선 공정관리를 명분으로 '자청 탈당'을,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집권여당이 앞장서 요구한 '타의의 탈당'을, 그리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여당의 입지를 넓혀주기 위한 '자의반 타의반' 탈당을 한데 비해 노 대통령은 인기 하락에 따른 '울며 겨자 먹기식 탈당'을 한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대통령의 탈당이 다음 정권을 창출하기 위한 정치적 속임수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은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노 대통령만 부도덕하고 술수가 많은 정치인으로 집중포화를 당하고 있다. 보수언론과 야당이 총동원돼 위장이혼이다, 기획탈당이다, 정당세탁이다, 선거전략이다 현란한 수사를 다 동원하며 무차별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어떤 언론사는 노 대통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재임중 여당을 두번이나 이탈하는 첫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고 친절하게 해설까지 덧붙여 보도를 하기도 한다. 하기야 탄핵을 당했을 때도 고도의 술책에 걸려든 것 같다는 의혹을 제기할 정도였으니까 할 말이 없지만.그렇다고 노 대통령은 아무 잘못이 없다고 두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대결 상대는 무조건 굴복시켜야 한다는 승부욕, 정도가 지나친 편가르기, 한번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결코 타협을 하지 않는 독선은 국민들에게 거부감만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노 대통령은 알아야 한다. 탈당을 했다고 해서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가 180도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옷을 바꿔 입었다고 사람이 바뀐 것이 아닌 이치와 같다. 앞으로 남은 임기 1년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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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26 23:02

[오목대] 역린의 정치

한비자(韓非子)는 중국 전국시대의 법가(法家)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법가는 군주의 덕치(德治)를 우선시 하는 유가(儒家)와 달리 ‘법에 의한 통치’를 내세운다. 백성들의 마음은 어린아이와 같아서 믿을 것이 못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엄격한 법집행을 통해 질서를 유지하고 통치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봤다. 통치력의 근간은 경제력과 군사력이다. 당시 7웅이 할거하는 살얼음판 같은 시대상황을 잘 반영한 사상이 아닐까 한다.그는 말더듬이어서 이러한 사상을 글로 썼다. 그의 글을 읽어 본 진시황은 그를 높이 평가해 곁에 두고자 할 정도였다. 그는 당시 많은 왕들이 반역으로 왕권을 잃는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쏟았다. 다스리는 자와 다스림을 받는 자의 이해관계는 일치할 수 없다. 위에 있는 자와 밑에 있는 자는 하루에도 100번씩 싸운다. 그러므로 군주는 아무도 믿지 말고 아첨꾼을 경계할 것이며, 누구라도 지나치게 많은 권력을 가지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그의 사상을 담은 책 ‘한비자’ 세난편(說難篇)에는 반역과 관련해 역린(逆鱗)이라는 말이 나온다. “무릇 용(龍)이란 짐승은 잘 길들이면 올라탈 수 있지만 그의 목 아래 있는 직경 한자 길이의 비늘, 즉 역린을 건드리면 반드시 사람을 죽인다. 임금도 역시 역린이 있으니 유세(遊說)하는 자가 임금의 역린을 건드리지 아니하면 거의 화가 없다.” 여기서 용은 임금을 비유한 것이요, 역린은 임금의 분노를 일컫는다.며칠 전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이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오프 더 레코드(非報道)를 전제로 한 말이 화제가 되고 있다. “열린우리당이 분당으로 곧 사라질 것”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 99%” 등이 그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유장관 특유의 ‘국민 역린론’을 폈다. “국민들은 참을성이 많지만 역린이라는 걸 가지고 있다. 용을 타고 놀다가도 딱 그 부위만 건드리면 죽는, 그래서 촉망받는 정치인들이 여럿 죽어 나갔다.” 그는 현대 민주정치에 있어 ‘역린’을 ‘국민의 분노(민심)’으로 이해하는듯 하다. 제대로 본 것이다. 요즘 계속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 관련 폭로사건도 국민의 역린을 건드릴지 흥미거리다. 하지만 정작 유장관 자신도 그동안 노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았지, 국민의 역린을 건드린 경우가 많았음을 아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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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23 23:02

[오목대] 친환경 농산물

국내의 친환경 농산물 생산이 크게 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들어서 부터이다. 외국산 농산물이 본격 수입되기 시작하면서 안전한 먹을거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 때마침 웰빙바람을 타고 수요가 늘어난데 기인한다.여기에 시장 개방에 대비해 경쟁력있는 농산물을 생산하려는 정부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시책도 친환경 농산물 생산을 증대시킨 요인으로 볼 수 있다. 1999년 당시 국내의 친환경 농산물 생산량은 2만6646톤에 그쳤으나 2001년에는 8만7279톤으로 2년만에 3배 이상 증가한 뒤, 2005년에는 무려 30배 가량 늘어난 79만7747톤에 달했다.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인 증가 추세인 셈이다. 초창기만 해도 없어서 못팔 정도였던 친환경 농산물이 최근 들어서는 판로확보가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생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비해 한정된 소비계층으로 수요는 산술적으로 증가하는데서 비롯된 결과이다. 친환경 농산물은 비료와 농약을 사용하지 않거나 이의 사용을 최소화해 생산하기 때문에 일반농산물에 비해 1.5∼3배 가량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게다가 대형 유통업체 납품이나 전문점 직거래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현재의 유통구조도 소비 확대를 막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처럼 판로 확대가 어렵다보니 재고는 쌓이기 마련이다. 채소등 신선도가 생명인 일부 품목은 울며겨자먹기로 인증표를 떼고 일반농산물로 판매하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는게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같은 판로난이 경기침체등 영향으로 앞으로도 지속되리라는데 있다. 생산량의 증대에 맞춰 소비를 늘릴 수 있는 대책마련이 시급한 이유이다. 직불금 지원단가의 상향조정을 비롯 대형 급식처의 친환경 농산물 사용 권장, 신뢰도 제고를 위한 관리 시스템 보완등이 요구된다. 판매코너 확대등 소비자들을 끌어모을 시책도 개발해야 한다. 마침 전북도가 그동안 비용지원 문제로 보류했던 친환경 쌀 학교급식사업을 오는 3월 부터 본격화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도와 시·군및 교육청이 50억원을 지원해 2300여톤을 공급할 계획이라 한다. 생산농가도 보호하고 학생들의 건강증진에도 기여하는 윈윈정책인 셈이다. 다른 품목에 대해서도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유통 활성화 방안 마련에 적극 힘써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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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02.22 23:02

[오목대] 핀셋인사

역대 대통령들의 인사 스타일을 들여다 보면 뚜렷한 특징이 나타나 흥미롭다. 군사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는 주로 ‘충성도’를 고려한 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중앙정보부장, 비서실장, 공화당의 주요 요직 자리는 충성스런 인물을 배치, 독재시대를 유지했다. 전두환 정권 때에는 정실주의와 지역주의 인인사가 주류를 이뤘고, 노태우 정권에서는 지역주의가 여전했지만 문책성 인사를 주로 단행했다. 문민정부를 열었던 김영삼 대통령은 ‘직관’에 의한 은밀하고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 ‘깜짝 쇼’를 즐겼고 김대중 대통령은 소수 인재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시대에는 정무 고위직 인사에 대한 엄격한 제도와 기준이 있었다기 보다는 대통령의 성향과 의도에 따라 인사가 이뤄졌다. 참여정부는 체계적인 제도를 통해 운영하는 이른바 '시스템 인사'를 표방하고 있다. ‘시스템 인사’란 1200여명이 들어있는 인사 데이터베이스에서 적정인물을 추려낸 뒤 후보군을 3~4배수로 압축, 검증하고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그러나 검증과정에서 누수가 생겨 공격을 받았고 '코드인사'라는 말로 바뀌어 불리고 있다. 대통령과 성향이 비슷한 사람만을 골라 등용한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시스템 인사’를 표방했음에도 불구하고 맘에 드는 인사만 골라 쓴 ‘코드인사’로 특징지워지고 있다. 민선 이후엔 자치단체도 이 코드인사가 성행하고 있다. 그러나 코드인사는 동종, 근친교배를 의미하는 인브리딩(Inbreeding)의 한계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20세기 초 미 하버드대를 세계적 대학으로 키운 찰스 엘리어트 총장의 대학정책은 40년 재임기간 내내 ‘인브리딩은 안된다’였다. 스승과 이념, 사고가 똑같은 붕어빵 제자를 양산해서는 대학이 발전할 수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 전통 때문에 하버드대학의 모교출신 교수는 지금도 전체의 10%대에 불과하다. 이런 폐단이 있는 코드인사도 부족해 자치단체에선 ‘핀셋인사’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선거때 상대방 편을 든 사람을 마치 핀셋으로 콕콕 찍어내듯 솎아내 보복하는 인사행태를 꼬집는 말이다. 포용과 아량을 보여도 시원찮을 판에 보복을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고 있다. 단체장의 뜻인지, 측근들의 충성심인지 그게 궁금하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21 23:02

[오목대] 인터넷 자주독립

지난 달 1월 31일 국내에 새로운 운영체제 ‘윈도 비스타’가 출시되었다. 그리고 이 달 16일에는 권오규 경제 부총리가 주재하는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윈도비스타 출시에 따른 대응방안 논의하기에 이르렀다. 아마도 일 개 상품에 대해서 부총리가 주재하는 회의까지 열린 일이 이제껏 있었던가 싶다.윈도 비스타는 모두 알다시피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만든 개인용 컴퓨터 운영체제이다. 문제는 운영체제 관련 일 개 제품의 출시로 우리나라에서 그동안 사용하던 컴퓨터 환경에 커다란 영향을 받게 되었다는 데 있다. 그 핵심은 그동안 사용되고 있었던 ‘액티브엑스(ActiveX)’라는 기술에 있다. 이 기술은 이 새로운 운영체제에서 보안상의 문제로 사용의 제약을 받아 그동안 이 기술을 활용해 왔던 인터넷 업계와 사용자 환경이 당장에 바뀌어야 하는 형편에 처해 있다.일개 사업자의 제품에 따라 나라 전체가 곤경에 처하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다. 그것도 IT강국이라는 나라에서 말이다. 이런 상황은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웹표준도 아닌 액티브엑스 기술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영체제와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브라우저의 결합이라는 독점적인 환경에서만 구동되는데 이를 알면서도 사용한데 따른 필연적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환경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제품만을 사용한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에 따른 것이다. 물론 정부의 책임인지 사용자의 책임지는 우리끼리 다시 따져야 할 문제로 남아있기는 하지만 말이다.일반적으로 상품은 경쟁상대가 있기 마련이다. 자동차만 해도 여러 회사에서 제품을 생산한다. 그리고 소비자는 이들 회사의 제품 중에서 본인의 형편과 기호에 따라 구매를 결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인터넷 환경에서 이런 경쟁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로지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운영체제와 인터넷 환경만이 통용되는 그런 상황이 지속되어 와서 소비자인 인터넷 사용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할 수 있다.늦기는 했지만 ‘윈도우 비스타 출시의 파급효과와 대응방안’이라는 정부의 대책이 마련된 모양이다. 그동안 워드프로세서 시장에서 ‘아래아 한글’이 그리고 백신 시장에서 ‘V3’ 제품이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경쟁상대로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이제 걸음마 단계이긴 해도 이번 대책이 인터넷 자주독립의 기폭제가 되어주기를 바란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7.02.2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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