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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주민소환제

5·16군사혁명으로 중단된 지방자치제가 우여곡절 끝에 부활(1991년)된지 올해로 13년째를 맞고 있다. 조금 더 확실하게 말하자면, 부활 첫해에 실시된 지방선거는 의회만 구성했기 때문에, 온전환 지방자치는 4대선거(광역단체장·의원, 기초단체장·의원)가 치러진 1995년 부터 실시됐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올해로 겨우 8년째다. 사람으로 치면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이니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많고, 얼마간 시행착오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국민들은 시행 초기 거듭되는 불미스러운 사태에도 불구하고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그러나 시행착오도 시행착오 나름이다. 용인할 수 있는 선이 있고,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될 사항도 있다. 단체장이나 의원의 결심이나 행동이 몇몇 사람의 피해로 끝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그 피해가 광범위하고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결정적인 경우도 있다. 막말 같지만 단체장의 뇌물수수는 적발해서 법으로 엄단하면 사태를 마무리지을 수 있으나, 잘못된 정책결정은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도 없을 뿐 아니라 두고두고 주민들의 목줄을 죌수도 있다. 게다가 더욱 심각한 것은 선거적 공직자는 사법처리만 당하지 않으면 임기가 보장되기 때문에, 인사나 정책 및 예산에 대해 전횡을 해도 효과적으로 견제할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요즘 지방자치단체장을 놓고 '제왕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것은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민주정치를 시행하는 나라 가운데 직접민주정치제도를 병해하지 않은 나라는 많지 않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시행되지 않는 제도이지만 미국과 독일·일본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도입된 제도이다. '주민투표제'가 바로 그 직접민주정치제의 수단이다. 물론 직접민주제의 폐단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체장이 소신있는 행정을 펼치기가 어렵고, 정치적으로 남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투표과정에서의 주민갈등이 불거질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점은 소환사유를 엄격히 제한하거나 청구요건 및 기간을 합리적으로 조정하여 얼마든지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이제 주민들에게 고추가루 뿌려놓고 재채기 한다고 나무라거나 잘살게 해주겠다는데 웬 잔말이 많느냐고 호통치는 단체장은 주민들이 나서 응징할 때도 됐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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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9.15 23:02

[오목대] '한가위'

'내일같이 명절인 밤은 부엌에 째듯하니 불이 밝고 솥뚜껑이 놀으며 구수한 내음새 곰국이 무르끊고/방안에서는 일가집 할머니가 와서 마을의 소문을 펴며 조개송편에 달송편에 죈두기송편에 떡을 빚는 곁에서/나는 밤소 팥소 설탕든 콩가루소를 먹으며 설탕든 콩가루소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나는 얼마나 반죽을 주므르며 흰가루손이 되어 떡을 빚고 싶은지 모른다'해방후 북한에 잔류해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시인 백석(白石)의 산문시 '고야(古夜)'에 나오는 한가위 전야의 모습이다. 이 얼마나 정겹고 살가운 우리네 명절의 정경인가. 아마도 지금 50년대이후 세대들에게 이런 한가위 소묘는 지워지지 않은 추억으로 고이 간직돼 있으리라.내일이 민족 최대의 명절인 바로 그 한가위 날이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도 있듯이 한 해 가장 풍성하고 마음이 넉넉한 날이다. 햅쌀밥에 햅과일로 조상에 차례를 지내고 성묘길에 나서는 발길이 그렇게 가볍고 즐거울수 없다. 가족간이나 이웃간에 전을 주고받고 곤궁한 사람들을 도와 함께 기쁨을 누리는 미덕이 조상 전래의 우리 한가위, 추석절 풍속이다.그러나 올해 추석은 연휴가 5일이나 되면서 추석을 제대로 쇠기보다는 황금연휴를 즐기려는 풍조가 만연해 씁슬한 여운을 남긴다. 일찌감치 성묘를 끝낸 사람들이 관광지로, 해외로 줄줄이 나들이에 나서는 모습이 영 곱게 보이지만은 않는다.관혼상제는 우리 민속이 가장 큰 정성으로 지켜온 덕목이다. 아무리 사회가 다변화하고 이기주의와 편의주의가 만연한다 해도 절차와 도리를 외면하는 파격은 옳은 일이 아니다. 성묘는 일찌감치 끝내고 황금연휴는 관광지에서 보내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온정의 손길마저 외면하는 세태로는 국면적 동질감이나 화합의 미덕은 찾을 수 없다.하물며 지금 나라 형편은 어떤가. 서민을 옥죄는 경제불안, 늘어나는 가계빚, 한 해 농사를 망친 농민들의 한 숨, 세 다툼에만 열중하는 정치권의 파열음, 이 모든것이 추석의 정취보다는 국민들의 가슴을 불안의 그림자로 더욱 짓누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추석은 한 해의 수확에 감사하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며 이웃이 함께 정을 나누는 날이다. 내일 추석이 차라리 없는것만도 못하게 쓸슬한 우리 주변의 불우한 이웃들에 관심을 기울이는 나눔과 보살핌의 날로 다가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래야 두둥실 뜬 부름달도 한결 밝아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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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9.10 23:02

[오목대] 애완동물 유감

애완동물의 역사는 꽤나길다. 기원전부터 이미 이집트에서 고양이를 길렀으며 로마시대에도 일부 부유층에서 개나 원숭이를 길렀다.는 기록이 전한다. 그러나 이때만 해도 가축의 개념을 크게 벗어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애완동물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한것은 19세기 이후이며 오늘날 애완산업으로까지 발전하게 된것은 불과 20∼30년전 일이다.애완동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동물이 개다. 한참 지난 통계지만 유럽에서 기르고 있는 애완견만 3천6백만 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고양이 새, 토끼는 물론 원숭이, 뱀, 이구아나와 같은 파충류도 있다.서구 사람들의 동물 애완(愛玩)취미는 각별하다. 개나 고양이를 가족처럼 보살피고 사랑한다. 애완견이나 고양이와 잠자리를 같이 하는것은 보통이고 껴안고 입맞추고 나들이도 함께한다. 그러니 애완산업이 번창할 수 밖에. 애완동물을 위한 식료품점, 미용실, 놀이기구점이 성업이고 수의(獸醫)서비스를 위한 동물병원도 번창일로다. 일본에서는 전용 온천욕장까지 여업중이라 한다.우리라고 예외일 수 없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프고 때로는 가족같고 애인보다 나은 친구'라고 생각하는 애완동물 애호가들이 크게 늘고 있다. 정확한 숫자는 확인할 수 없지만 특히 애완견의 경우는 가히 폭발적 증가세다. 동물병원 수의사들의 줏가가 오르고 도시 주택가에 애견숍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 동물의료보험이 생기고 머지않아 애완견 장례식장까지 등장할 것이라는 업계의 예측이 빈 말이 아니다.그러나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늘어나는만큼 지켜야 할 에티켓도 엄중하다. 특히 애완견의 경우 품에 안고 다니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아ㅖ 식당에까지 데리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 자기 취향만 생각했지 타인의 혐오감은 염두에도 두지 않는 이런 몰염치가 어디 있는가. 공원이나 아침 등산길에 개를 데리고 다니며 아무데나 배설시키는 일도 흔하다. 줄을 매지않아 등산객들을 깜짝깜짝 놀래키기도 하는 이런 사람들이 이를 지적하면 눈을 부릅뜨고 싸우러 덤비는 꼴은 한심하다 못해 괘씸하다는 생각이다.건교부가 앞으로는 애완동물의 도시공원 출입을 금하는 법제화를 추진할 모양이다. 애완동물의 배설물이 공원주변 환경을 훼손하는데다 덩치가 큰 개같은 경우 사람들을 위협할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늦었지만 당연한 조치다. 애완동물이 애완을 넘어서 사람들의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등산로에서도 단속을 강화해야 할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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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9.09 23:02

[오목대] 정치권 지각변동

지난 4일 민주당 마지막 당무회의가 결렬된 직후, 신당추진파가 창당준비위 발족을 공식 선언하고 이른바 '창당 로드맵'을 가시화 시켰다. 때마침 한나라당도 '60대 퇴진론'에 이어 '5·6공 출신과 영남 물갈이론'이 불거져 내흥이 깊어지고 있다. 결과를 예측할 수는 없으나 그동안 정치권에 끊임없이 나돌던 '9월 빅뱅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참여정부 출발 때부터 심상찮은 기운이 돌더니만 이제 정치권의 지각변동은 피할 수 없는 운명으로 다가오는 느낌이다.같은 당 식구끼리, 그것도 집권 여당에서 기득권 수호세력이니, 개혁을 빙자한 권력투쟁이니 하며 국민들 보기 민망할 정도로 싸울 바에는 차라리 헤어지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또 1인 보스 정치나 망국적인 지역주의 정치를 종식시키기 위해 기존의 정치틀을 깨는 것도 반대해야 할 이유가 없다. 다만 개혁으로 위장해 걸리적거리는 정치세력을 제거하려 한다든가, 신권위의 창출을 위해 헤쳐모여식 창당을 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다시말해 나를 따르는 자는 개혁적 정치인이요, 나를 반대하는 자는 수구보수적 정치인으로 편을 갈라서는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가 어렵다는 말이다.사실 문주당에 몸담고 있는 의원들 가운데 지역주의에 기대지 않고, 또는 민주당 자금을 받지 않고 자력으로 당선된 사람이 몇이나 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솥밥 먹으며 그덕보고 살아돈 사람까리 어느날 갑자기, 뚜렷한 기준도 없이,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 삿대질을 해대고 있으니, 솔직히 말해 국민들은 헷갈린다. 특히 우리 전북은 더 헷갈린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매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정세균·김원기·이강래·장영달·정동영·정세균의원은 신당파로, 김태식·이협·장성원·정균환의원은 잔류파로 분류하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갈라놓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만, 가뜩이나 인적 동력이 모자란 전북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3김시대 처럼 '지팡이만 갖다 꽂아도 당선된다'는 암울했던 그 시절이 그리워서 하는 말은 아니다. 어떤 지역이든 여야의원이 함께 배출돼야 건강한 정치가 이뤄진다는 것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천신만고 끝에 정권을 재창출하여 제2의 도약기를 맞나 싶었는데, 역으로 정치권의 지각 변동 앞에 떨고 있으니 웬지 마음이 심란하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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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9.08 23:02

[오목대] 自害 행위

자해란 자신의 신체에 의도적으로 상처를 입히는 행동을 뜻한다. 이런 자해는 주로 정신적인 질환을 가진 성격 장애자들이 대다수인데, 보통 사람들보다 내성적이고 신경질적이고 적대감이 많은 편이다. 정신과에 입원한 환자의 약 4%가 이런 자해를 시도하며 성별로 보자면 여자가 남자에 비해 세 배 정도 많은 편이다. 그리고 정신과 환자들의 바해 빈도는 일반인에 비해서 약 50배 높다.그런데 이런 자해 행위는 정신질환자 또는 그럴 가능성이 있는 살마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 같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에서 또다른 자해 행위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흔한 것으로 집회현장에서 하는 삭발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머리를 깎는 행위는 자신들의 생각을 강하게 나타내려는 의도가 담겨져 있다고 본다. 그런가 하면 언론도 자해행위를 하는 모양이다. 일전에 감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상 수상에 대해서 일부 언론들이 부정적인 보도를 한 바 있는데 이를 두고 표현한 말이다. 정치권에서도 일부 기업으로부터 검은 돈을 받았다는 의심을 산 한 정치인이 자신이 속한 정당의 선거자금과 관련해서 폭로성 발언을 한 것 역시 자해 자해성 발언이다.그런데 이런 사회 속의 자해를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던 화가 소미화씨는 그 현주소를 잘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사회 속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행해지는 인간의 각종 역설적인 행위로서의 자해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자해는 그 속성상 아무 때나 하면 그 효과는 반감되기 마련이다.요즈음 위도 방폐장과 관련해서 부안 주민들의 반대가 대단한 모양이다. 그 과정에서 관공서 건물이 불타거나 유리창이 깨지는 것을 보아야 했다. 이제는 그 반대집회 현장에 어린 초등학생이 참가하는 것도 보게 되었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들까지 앞세워야 하는 이런 모습은 절박한 '자해행위'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러나 자해행위에도 금도가 있는 법이다. 자식은 부모를 위한 존재가 아니다. 초등학생이라면 아직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 분석하고 자신의 의견을 정리하기에 이른 나이라고 본다. 아무리 혈육의 정으로 엮인 사이라 하더라도 자식을 앞세워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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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9.06 23:02

[오목대] '잠재능력 선발제'

인간의 뇌는 겉으로 볼때는 주름진 단백질 덩어리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약 1백40억개의 뇌세포가 서로 기능적으로 연결돼 정신활동과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는 인체에 있어 가장 중요하고도 신비한 기관이다. 인간이 만든 어떠한 컴퓨터도 뇌의 정교한 정보교환기능을 따라갈 수 없다. 뇌야말로 잠재능력이 무궁무진한 슈퍼컴퓨터인 것이다. 그런데도 보통사람은 생전에 자신의 뇌를 10% 정도만 활용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것으로 추론되고 있다.이같은 잠재능력을 극대화시켜 인류 발전에 크게 공헌한 과학자가 상대성이론으로 유명한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의 뇌의 무게는 1.23㎏으로 보통 성인남성의 평균무게인 1.4㎏은 물론 여성 평균인 1.25㎏보다 가벼웠다. 하지만 기하학적 중간구성및 계산능력을 담당하는 두정엽(頭頂葉)이란 부분이 정산인보다 15% 정도 더 넓었다고 한다. 그의 비상한 수학적 천재성은 바로 여기서 발휘된것이다. 반면에 언어영역을 맡고 있는 측두엽은 정상인보다 작았다고 한다. 실제로 아인슈타인은 다섯살이 되어서야 말을 하기 시작했고, 학교때 국어성적은 언제나 바닥권이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발명왕 에디슨이 저능아로 찍혀 초등학교 조차 제대로 마치지 못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인간에게는 타고난 재능이 있기 마련이다. 그것을 깨닫지 못하거나 깨달았다 하더라도 별로 가치가 없다고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잠재된 능력을 발견하고 그 능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자 기능임은 두말 할 나위가 없다.엊그제 전북대학교가 국내 최초로 수험생의 잠재능력을 보고 선발하는 '입시제도 개혁방향'을 발표하여 관심을 끌고 있다. 두재균총장 취임 1극년을 맞아 발표한 이 개혁안은 고교 2학년 수료학생을 대상으로 2학년때까지의 학생부와 심층면접 방식을 통해 잠재능력을 평가하여 인재를 선발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가 정확되면 지방의 무수인재를 조기 발굴해 확보할 수 있을 뿐아니라 고교 3학년의 수업을 정상화시키고 사교육비 지출경감 효과도 기대된다.하지만 우려되는 문제점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잠재능력을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모호하고, 처음 도입하기 때문에 제도의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은 점등이다. 우수학생의 호응 여부도 제도 성공여부의 관건이다. 앞으로 충분히 연구돼야 할 과제이긴 하지만 이 제도가 지방대학을 살릴 수 있는 대안의 하나로 정착되길 기대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9.05 23:02

[오목대] 김두관장관 해임건의안

한나라당의 노무현대통령을 심하게 흔들어대고 있다. 김두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한나라당의 일방적인 독주였다. 한나라당은 남남갈등의 책임을 김두관장관에게 돌리고 한총련이 미군기지 내에서 시위한 것을 막지 못한 것이 장관의 직무유기여서 해임건의안을 내게되었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이 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을 흔들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홍사덕원내총무는 김두관 장관을 왜 해임하려 하느냐니까 결국 노무현 대통령 때문이라고 말했다. 홍사덕 총무는 "김두관 장관 해임건의안은 노무현 정권 6개월 동안의 실정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를 갖고 있다"며 "노 대통령한테 직접 책임을 물을 방법이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으니까 그 가운데에서 김두관 장관이 선정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관장관보다도 노무현대통령이 목표라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한총련이 미군기지에 들어가 장갑차 위에서 시위했기 때문에 장관을 바꾼다면 커다란 시위가 나타날 때마다 내무부 장관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싫어서 장관을 바꾸면 계속 장관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바꾸면 몇 달마다 장관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업무파악만 하다가 물러나는 꼴이다. 우리나라 장관들의 임기가 대체로 1년미만이다. 그래서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되고 충분히 검토하지 못한 정책들이 남발되고 있다. 이제 이러한 모습을 바꿀 때가 되었다. 정말 대통령의 임기와 장관의 임기가 같이 이루어질 수 있으면 좋겠다. 이를 위해서는 장관을 뽑을 때부터 철저히 점검하여 오래 근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일단 장관이 임명되며 최대한 장관의 임기를 보장해주어야 한다. 국회가 자질구레한 일로 장관을 해임하려는 것보다 정책을 가지고 승부하고 국민들이 이를 평가하도록 하여야 한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해임안에 공감하느냐에 대해 거의 모든 계층에서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높은 가운데 20대(61.5%), 30대(62.2%), 자영업(63.5%), 블루칼라(66.7%), 광주/전남/전북(73.5%)에서 높은 응답률을 보였다. `공감한다'는 50대(45.5%), 60세 이상(45.2%) 대구/경북(50.0%)에서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번 김두관 해임건의안이 좋은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정말 정치를 제대로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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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9.04 23:02

[오목대] 에시컬 메뉴

오래전 중앙 일간신문에보도된 내용이다. 한 신문기자가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하여 미국 관리 몇사람에게 점심을 사게됐다. 그런데 레스토랑에 들어가 메뉴를 살아펴보니 '에시컬 메뉴(Ethical Menu) 19$19¢'라는게 눈에 띠었다. 영어 에시컬은 '윤리(倫理)'라는 뜻이므로 '윤리적 메뉴'란 말이된다. 식당에 난데없이 왠 윤리인가.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미국의 공직자윤리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일반인으로부터 점심을 얻어 먹을 경우 20달러(우리 돈 2만4천원정도)를 넘어선 안된다는 규정이 있다. 이 점에 확인한 레스토랑 주인이 20달러에서 1센트(우리 돈 12만원정도)가 모자라는 19달러 99센트 짜리 메뉴를 개발한 것이다. 규정에서 1센트 밑으로 음식을 얻어 먹으며 공직자윤리를 지키려는 미국인들의 의식이 과연 합리적일까, 작위적일까는 우리 정서로는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요즘 우리나라에서도 공무원 접대비의 적정성 문제를 놓고 여론이 분분하다. 지난 5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공무원행동강령에 따르면 공직자가 일반인으로부터 접대를 받을 경우 3만원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 이 액수가 너무 적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는 모양이다. 우리 식사문화는 밥 먹기전에 술 한잔 마시는게 보통이고 아예 접대술판이 벌어지면 1인당 3만원 정도로는 택(?)도 없는 몇십, 몇백만원짜리 뇌물성이 되는게 보통이다. 멀리 갈것도 없이 엊그제 청주에서 저녁대접을 받았다가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는 양길승 전 청와대부속실장의 경우가 좋은 본보기가 된다.부패방지위가 이런 여론을 침략해 접대비의 적정선을 조사한 결과 3만원(85%) 적절하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지난달 29일에는 전국 2백39개 행정기관에서 공직자 행동강령에 관해 보완점을 논의한 결과 경조사나 접대비규정에 구체성이 없어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불만이 적지 않았다고도 한다.그러나 공직자의 청렴도에 관한한 우리나라는 아직도 한참 후진국이다. 싱가포르 같은 나라는 직무와 관련해서는 아예 일반인과 접촉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웃 일본 공무원들의 윤리의식도 매우 철저하다. 3만원이면 어떻고 5만원이면 어떤가. 중요한것은 액수의 다과가 문제가 아니라 윤리규정을 지키겠다는 의식의 확립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진즉 '에시컬 메뉴'정도는 나왔어야 할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9.02 23:02

[오목대] 세계 최저 出産率

참 이상한 일이다. 호구지책(糊口之策)이 난감한 시절에도 '제 먹을 것은 타고 태어난다'며 마구 낳아 대더니만 이제 먹고 자고 입을 걱정 없어졌는데 아이를 낳지 않겠다니, 정말로 이상한 일이다. 영국의 사회학자 토마스 맬더스(1766∼1834)도 그의 저서 인구론에서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식욕과 성욕, 좀 점잖게 말해 자기보존 본능과 종족보존 본능으로 규정했는데, 이 이론도 수정해야 할 때가 된 것인지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끼니 갈망하기도 어렵던 시절, 대책없이 인구만 늘어나자 정부는 강력한 인구억제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60년대 들어 가족계획협회가 발족되고 피임법이 보급되면서 처음으로 '산아제한'운동이 시작된 것이다.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는 캠페인이 먹혀들었는지 10년 뒤 가임(可妊)여성의 평균 출산율은 4.5명으로 떨어졌고, 국민들도 점차 가족계획의 필요성을 인정하게 되었다. 70년대에는 남자의 정관을 막는 수술을 권장하기 위해 예비군훈련장에서 시술희망자에게 훈련을 면제해주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때 구호는 '아뜰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였는데 구호 덕을 보았는지 70년대 말경에는 자녀수가 2.8명으로 줄어들었다. 80년대에서 90년대 중반까지는 '사랑 모아 하나 낳고 정성 모아 잘 키우자''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부럽다'는 캠페인이 벌어져 출산율이 1.5명까지 떨어지더니, 1996년에는 마침내 인구억제정책을 포기하기에 이르렀다.그러나 한번 가속도가 붙으면 속도조절하기가 쉽지 않은 법. 지난해 우리나라 가임여성의 출산율은 1.17명으로 세계 최저를 기록했다. 참고로 미국이 2.01명, 프랑스가 1.9명, 일본이 1.32명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국은 평군 1.6명이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국가의 장래는 불문가지다. 최소한 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있다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본격적인 고령화사회와 맞물려 노동인구 감소와 부양인구 증가로 장기복합불황에 빠져들 우려가 높아진다. 미래에 대한 불안, 직업과 자식을 공유하기 어려운 사회환경, 가정에 대한 가치를 등한시하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출산율을 감소시키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한다. 보다 더 안락한 생활을 추구하는 인간의 이기심, 그 이기심의 종착역은 어디인지 자꾸 불안한 생각이 든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9.01 23:02

[오목대] 오륙도와 사오정

유도란 운동이 여느 운동과 다른 점은 낙법(落法)부터 배운다는 점이다.상대를 먼저 쓰러뜨려야 이기는 운동에서 잘 넘어지는 법부터 배운다는 것은 얼핏 패배를 전제로 하는 운동으로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매트 위에 상대를 눕혀야 한다는 것은 곧 나도 넘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안 넘어지려고 기를 쓸 일이 아니다. 오히려 넘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치지 않게 넘어지는 법을 의하는 것이 상대를 이기기 위한 첫걸음이다.얼마전 정부는 이달 말로 정년퇴임하는 교원 1천5백90명에게 훈·포장과 표창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축하할 일이다. 정년을 맞을 때까지 일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다. 특히 60세 정년인 교원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정년과 관련해서 최근 항간에 떠도는 말이 둘 있다. 오륙도(五六盜)와 사오정(四五停). 56세까지 일을 한다면 도적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섬이름 오륙도. 그리고 45세면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의미의 사오정.이 두 단어는 오늘날 퇴직과 관련하여 우리 사회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말이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종업원 100명 이상 기업 1,352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3년간(97∼2002년) 퇴직관리 현황을 조사·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기업의 43.3%가 지난 99년부터 2002년까지 인력을 감축할 경험이 있고 가장 선호하는 방법으로 명예(희망)퇴직(53.7%)을 이용했다고 한다. 이어서 정리해고(17.9%), 아읏소싱(16.4%), 계열사 전출(5.2%), 휴직(5.2%)등의 순이다. 그 결과 이전에 비해서 근무연한이 평균 4.35년 줄어들었고 이들 조사 기업의 평균 정년연령은 56.4세였다. 이렇게 빨라진 퇴직시기에 비해서 기업이 이들 정년 및 퇴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퇴직을 대비한 교육, 창업지원 등의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경우 전체 5.8%에 불과하다고 한다.이렇게 퇴직시기가 빨라진 만큼 취업도 일찍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취업시기는 오히려 늦춰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결국 퇴직때 줄어들고 취업때 늦춰지는 근속연한은 상당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늦잡아 56세부터 우리나라 평균수명 76세까지 20여년의 일할 수 없는 기간이 생기게 되면서 일할 수 있는 기한은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결구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부담으로 남는다는점에서 모두의 지혜를 모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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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30 23:02

[오목대] 반딧불이 축제

무주 반딧불이 축제가 30일까지 무주군 무주읍 남대천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반딧불이축제는 우리 자연환경축제의 중요한 이정표다. 이후 나비축제 등 자연환경을 주제로 한 축제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반딧불이축제 프로그램의 수준은 다른 축제와 별 차이가 없었다. 프로그램들도 좋은 것들이 있지만 몇 개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프로그램들이 반딧불이와 관련이 없는 축제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딧불이라는 주제와 이를 중심으로 한 몇 개의 전시, 체험 프로그램으로 차별화에 성공하고 있다. 난장, 가요제, 각종 공연, 축구대회, 전통공예대전, 민속체험장, 그리고 생태체험관에서도 물고기나 다른 곤충과 식물들의 전시는 반딧불이축제가 아니라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매일 저녁 운영되고 있는 반딧불이 신비탐험과 생태체험관의 반딧불이 관련 전시로 축제가 살고 있다. 특히 신비탐험은 도시가족들의 커다란 호응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부모들이 자식을 데리고 와서 과거의 기억을 되새기며 지금도 반딧불이가 있다고 감탄을 하고 있다. 깜깜한 밤하늘의 별빛과 함께 반딧불이의 신비한 불빛을 관찰하는 체험행사로 저녁 7시30분에 축제행사장에서 버스를 타고 10쯤 돌아오는 반딧불이가 서식하는 곳을 보여주는 행사다. 매일 저녁 셔틀버스가 운영되고 있었는데 도시가족들이 반딧불이 서식지를 가려고 버스 앞에 기다란 줄을 서 있었다. 부모와 함께 참여한 아이들이 캄캄한 어둠 속에 나타난 반딧불이를 보고 '반딧불이다'라고 환성을 지르고 있다. 이러한 교육적 효과 때문에 도시가족들이 많아 찾고 있다. 철도청에서는 30일까지 무주 반딧불이 축제 관광열차를 운행하고 있다. 특히 대전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다. 차로 30분정도면 도착할 수 있기 때문에 가족들이 하루나 반나절 코스로 오는 경우가 많았다. 전라북도 이외의 지역에서 온 사람이 더 많을 정도로 외지인들에 많이 찾는 축제가 되고 있다. 또한 관람객의 50% 이상이 구천동 등의 관광지를 방문하고 있어 지역에의 기여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 더불어 무주농산물을 청정농산물로 인식시키는 데 축제가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반딧불이축제는 프로그램 자체의 수준은 별로 높지 못했지만 핵심이 차별화되고 교육적이어서 성공한 축제로 볼 수 있다. 주목할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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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28 23:02

[오목대] 문화재 안내문 오기(誤記)

몇주전 수원에 팔달문 시장과 청주에 육거리시장에 다녀왔다.이유는 우리 지역 전통의 남부시장의 아케이트 공사를 앞둔 견학 차였다.소비자운동하는 사람이 소비자보호가 아닌 사업자를 위해 먼길을 가야하나 생각도 되지만 요즘은 프로건슈머라는 생산소비자라는 새로운 단어가 나올 정도로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깨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여하튼 재래시장 활성화 사업에 국비와 지방비가 지원이 되고 상인들이 일부를 부담하는 공사이지만 결국 국민이 낸 세금으로 지원되는 사업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실정이다.경제적 논리에서 보면 사업자가 투자하여 스스로 변신을 해야하는데 왜 많은 국비를 사용하는가를 사업자들은 알아야한다.이유는 몇가지가 있겠지만 첫째는 상인들의 활발한 경제활동이 지역경제활성화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입장에서 보면 물가안정이나 전통적인 고유문화의 전달창구도 하고 있다.최근 우리지역의 대형할인매장의 입점은 거대한 물결처럼 중소유통점을 흔들고 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지역법인화 노력에 애를 쓰고 있지만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 리모델링을 하여 현대식으로 건물을 증축한다고 해도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따라서 설계작업에서 문제제기는 했지만 지금의 어두운 시장보다는 쾌적하고, 밝고, 기분좋은 시장이 되도록 아케이트 작업을 해야 한다. 단, 포목점, 옷가게나 일부 생산가게 등은 빛 차단에 신경을 써야겠지만 이것 역시 상인들의 지혜가 필요하다,또한 재래시장에서 산 물건도 규정에 의해 환불되고 신용카드도 결제되며 겁나게 친절하고 물건이 싸고 품질도 좋다는 입소문이 나서 이번 추석 장보기부터라도 재발 우리지역 재래시장에 사람이 넘쳐 났으면 좋겠다.마지막으로 시장은 중년들만 이용하는 것이 아닌 젊은 사람들도 모일 수 있는 품목들이 개설되었으면 한다, 예쁜 악세서리와 유행하고 있는 신발과 원피스를 사려면 시장에 가야하고 떡복이 골목과 순대골목과 유행처럼 들고 다니는 즉석 과일쥬스가게도 있어 젊은 기운들로 시장이 발전하길 바란다. 내년쯤에는 시장 한가운데 고객센터를 만들어 아이놀이방도 있고 소비자상담실도 만들어 시장과 소비자가 함께하는 운동을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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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27 23:02

[오목대] 개구리 블랙유머

개구리는 물 속과 땅 위에서 살 수 있는 양서류(兩棲類)가운데 가장 번창한 동물이다. 우리나라에는 1종 뿐이지만 전세계적으로는 무려 4천종 안팍으로 헤아려 질 정도다. 이 많은 개구리 가운데는 약용도 있고 식용도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마다 경칩때면 알까지 싹쓸이 하면서 '만세탕'이라 하여 보신용으로도 즐겨 먹는게 토종개구리다. 그 중에는 식용으로 수입해 왔다가 재난 덩어리가 된 황소개구리도 있다.그러나 국제자연보호연합에 펴내는 별종위기동물 리스트에 따르면 현재 완전 멸종위기에 놓인 개구리도 50종에 이른다. 생태계 파괴로 인해 그 많던 개구리들이 수난을 당하는 모습은 동물 TV화면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사례중 하나다.그래도 아직까지 개구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있는 동물이긴 하다. 우리 속담에도 자주 등장한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거나 '우물안 개구리''청개구리 심뽀'같은 표현들이 그것이다. 동화속 개구리는 어린이들에겐 순진하고 나약하지만 지혜있는 동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이솝 우화에는 뱀을 골탕먹이는 개구리의 임기응변이 혀를 내두르게 하는 경우도 있다.엊그제 한나라당이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을 개구리에 비유해 폄훼했다 하여 정가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노대통령과 개구리의 닮은 점 다섯까지'라는 이 블랙유머는 상당히 고약하다. '올챙이적 시절을 생각 못하고,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대며, 가끔 슬퍼 울기도 하고, 어디로 뛸지 모르며, 생긴게 똑같다'는 내용 그것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발끈하고 나서 격한 말로 반박했다. '말이 말같지 않으면 대꾸를 하지 말랬지만...'이란 단서를 달았지만 그동안 한나라당의 행태에 대해 참았던 울분을 쏟아 내는듯 했다.그런데 정작 더 흥분한것은 네티즌들이다. 각종 사이트에는 한나라당을 파리, 바퀴벌레, 아메바등 온갖 혐오스런 생물에 빗대어 신종 유머들을 쏟아 내고 있다. '한나라당과 파리의 공통점'에 이르면 그 결정을 보는듯 하다. 파리 목숨은 개구리가 퇴치하고 파리가 되기전엔 구더기였다는 대목도 보인다. 한나라당 내에서 조차 '쓸데없이 벌집을 쑤씬 꼴'이라는 자성의 소리가 나올 정도라니 미상불헛발점(?)을 한것만은 분명한것 같다. '세상에 밀국의 대통령에게 그렇게까지...'라는 국민의 정서를 감안하지 못한 무신경때문일까? 왜 '개구리도 옴쳐야 뛴다'는 평범한 우리 속담 구절을 한나라당은 못 읽었는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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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26 23:02

[오목대] 序列문화

유교문화의 영향을 받은 동양과 기독교문화권에 속해 있는 서양은 오랜 전통과 관습의 차이로 의식과 행동양식이 크게 다르다. 우선 사회생활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시켜주는 인간관계의 설정 부터가 판이하다. 기독교문화권의 인간관계가 수평적이라면, 유교문화권은 수직적 개념이 강하다. 다시 말해 서양이 평등사상으로 발전해 왔다면, 동양은 종속적 인간관계를 유지하면서 살아왔다. 서로 다른 문화를 놓고 어느 문화가 더 우월하고 어느 문하가 더 열악하다고 말할수는 없으나, 우연찮게도 서양이 동양보다 훨씬 앞서가고 있으나, 우리 문화도 합리성과 실용성을 최우선가치로 받아들일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유교 도덕사상의 기본이되는 다섯가지 덕목 가운데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말이 있다. 어른과 어린이 사이에는 사회적인 질서가 있다는 뜻이다. 또 우리 속담에 '찬물도 위 아래가 있다' '나이도 벼슬'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연령을 기준으로 한 억압적인 위계서열문화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게 뿌리내리고 있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같이 폐쇄적이고 획일적인 온정주의적 국민정서는 사회 전반에 연공서열식 조직문화를 양산해 왔고, 그 필연적 결과물로 한국사회는 비능률적인 서열문화와 집단패거리문화가 만연돼있다.서열문화가 잘 유지되고있는 조직을 꼽으라면 법원을 빼놓을 수 없다. 사법시험 합격 기수에 따른 서열은 두 말할 것이 없고, 같은 기수 합격자라도 사시 합격점수와 사법연수원 수료성적으로 서열이 다시 매겨지는 것은 거의 불문율에 가깝다. 법원 인사철이면 법원장실에 전출입자들이 인사를 가는데 이 때도 어김없이 서열을 지키고, 심지어 밥을 먹으러 식당에 가서도 서열순으로 앉아 식사를 하는 것도 낯선 풍경이 아니라고 한다. 판사들 사이에서는 "서열이 천형(天刑) 같다. 임관할 때는 몰라도 임관 이후 인사까지 서열로 좌지우지되는 것은 가위바위보만도 못한 기준”이라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다행히 소장 판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개혁적 인사와 여성이 대법관에 제청됨으로써 제2의 사법파동이라는 '대법관 제청파문'이 누그러지고 있다. 세계적 조류가 합리주의와 실용주의로 흐르는데 우리만 구시대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어떠하겠는가.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깨야 할 껍질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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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25 23:02

[오목대] 暴炎과 노약자

오늘이 처서(處暑)다. 처서는 입추(立秋) 다음에, 그리고 백로(白露)보다는 앞선 절기이다. 처서가 되면 제법 가을 기분을 느낄 정도로 아침저녁 쌀쌀한 바람이 불기 마련이다.그런데 요즘 날씨를 보니 처서가 아직 아닌 모양이다. 연일 30도를 웃돌지를 않나 하루 걸러 하루씩 비가 내리질 않아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이런 날씨는 유럽이라고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40도에 이르는 폭염으로 인명피해까지 생겨나고 있다고 한다. 폭염으로 인간의 면역체계가 약해지는 것도 질병 피해를 더욱 크게 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언급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지구의 온난화로 기온이 2도 올라가면 말라리아 모기의 신진대사도 두 배이상 늘어 인간에 대한 공격 역시 잦아진다고 한다. 지금과 같은 지구 온난화 추세로는 이 모기의 활동면적이 지구표면의 42%에서 60%로 넓어질 것리라고 전망하기도 한다.그런데 외신에 따르면 처음에 천명이라던 프랑스의 사망자 수가 천명을 넘어 이제는 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이런 추산의 근거는 장의사협회에서 제공한 것이지만 유독 올 여름, 그것도 지난 3주 사이에 집중적으로 사망했다는 사실로 보아 폭염이 사망 원인일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더욱 놀라운 것은 이런 사망자의 다수가 독거 노인들이라는 점이다. 우리를 두고 개고기를 먹는 야만인이라고 비난하던 바로 그 나라에서 이런 참혹한 일이 일어났다는 점은 이해할 수 없다. 국가기관, 아니 적어도 이웃이 조금만 관심을 가졌어도 폭염에 제대로 대처할 능력이 없는 노인들이 방치되면, 평소 동물을 끔찍할 정도로 아끼던 사람들도 기르던 애완동물을 무심히 거리로 아내고 부담 없이 여행을 떠나는 나. 기르던 동물이 거리를 배회하다가 맞게 될 운명을 이들이 모르는 바 아닐 터인데도 말이다. 결국 이들에게 휴가는 애완동물보다, 그리고 독거노인들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세계에 알려 준 셈이 되었다.요즘 무덥기는 해도 우리나라에서 날시 때문에 변을 당했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아 다행스럽다. 하지만 우리 속담에 욕하면서 배운다는 말이 있다. 경제형편이 나은 나라에서도 일어나는 일이 언제 우리에게 닥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일, 우리도 이런 문제에 대비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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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23 23:02

[오목대] '용돈 연금'

정부가 엊그제 입법예고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 가입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양대 노총을 비롯 5개 노동·시민단체에서도 정부 개정안의 전면 폐기와 새로운 개정안 마련을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국민연금이 세칭 '용돈 연금'으로 전락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표명이다.이번 개정안의 골자는 한마디로 '보험료는 더 내고 연금은 덜 받는'것이다. 어느 가입자가 좋아할리 없는 개정안이다. 개정안대로 되면 가입자가 내야할 보험요율은 현행 9%에서 15.9%까지 올라가는데 받게될 급여율(소득대체율)은 50%로 떨어진다. 사실 현행 60%도 40년 가입을 기준으로 정해진 것이다. 정부 안대로 될 경우 국민연금이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1988년 이후 20년 가입한 평균소득가(월 136만원)의 연금 수령액은 월 34만원에 불과하다. 최저의 생활보장도 안되는 그야말로 '용돈 연금'에 불과하게 되는 셈이다.정부는 국민연금이 현행대로 시행될 경우 2036년께 연금재정이 적자로 돌아서고 2047년께 연금기금이 바닥나게 돼 연금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출생률이 떨어지고 노령화는 가속돼 어차피 연금수급자는 늘어나도록 돼있다. 그렇다면 이같은 연금 재정위기는 정부가 자초한 셈이다. 국민연금이 출범할때 보험료는 소득의 3%에 연금급여는 평균소득의 70%를 보장하도록 무리하게 설계했기 때문이다.더구나 다른 공적연금과의 형평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이미 기금이 고갈돼 정부지원을 받고 있는 공무원·군인·사학연금 가입자의 연금급여를 작년말 14%나 올려줬다. 이들 연금의 적자는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주면서 국민연금 가입대상인 일반국민들만 희생하라면 그에 따른 반발은 당연하다.정부는 국민연금 시행초기부터 '노후준비는 걱정하지 말라'며 국민연금을 홍보해왔다. 민간보험 가입으로 노후대비가 충분히 가능한 고소득자와 달리 대부분의 서민들은 오로지 국민연금만 바라보고 있는게 사실이다. 지난 7월 대한상의가 직장인 1천5명을 대상으로 한 '노후대책 실태조사'에서도 노후준비를 하는 직장인이 10명중 3명뿐인 것으로 나타난 것도 이같은 현실을 반증해준다.노후대책이 막막한 서민들의 유일한 희망인 국민연금마저 이렇게 깍이는 것은 분통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보험료를 더 올리는 한이 있어도 연금 지급액을 낮추지 말아달라는 노동계의 호소를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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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22 23:02

[오목대] 아직도 매관매직?

연전에 한 검찰 고위간부가 인터넷에 띠운 '검찰간부에게 꼭 필요한 14가지'라는 연재 기고문이 화제가 된 일이 있다. 그는 이 기고문에서 일제때 '이누고로(犬子)' 소리를 들은 한 일본인 검사장의 예를 들면서 '검찰 간부로서 지위를 남용해 부하들의 경멸을 받는 상사는 강아지로 불려도 할 말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본말 '이누고로'는 강아지를 뜻 한다. 그는 또 '아래 사람이 순서를 뛰어넘어 승진하면 승진할 살마이 승진을 못하게 된다'는 충무공의 말을 인용하여 '만약 부하를 능력대신 출신지나 친분, 청탁으로 발탁한다면 검찰이 아니라 패거리 방패조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당시 이 간부의 기고문이 나온 시점은 '이용호 게이트'등 일대의 사건으로 간부들이 옷을 벗는등 검찰이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때인지라 검찰의 자기 혁신을 요구하는 따끔한 고언(苦言)으로 해석됐다. 그러나 이 고언은 비단 검찰조직뿐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공직사회에 그대로 대입해도 전혀 틀리지 않을 명문(名文)이 되고도 남는다.당장 어제 본보(15면)에 보도된 '매관매직 공공연한 비밀'이란 고발 내용이 그렇다. 5급 승진에 5천만원, 도(道) 전입에 2천만원이 든다는 지방공무원들의 인사 관행이 설(說)이 아니라 사실이라면 지금 공직사회는 어느 시대 시계를 보고 있는가. 한말(韓末)의 우국지사 황현(潢玹)이 그의 매천야록(梅泉野綠)에서 지적했듯이 관료사회의 매관매직 그 뿌리가 깊다. 조선왕조가 기울어 갈 무렵 과거에 급제하는데는 소과(小科)에 3만냥, 대과(大科)에 10만냥이 들어야 했다니 그 부패 정도를 말해서 무엇하랴. 매천은 '조선왕조의 패망은 일찌감치 되비린내'나는 사화(士禍)와 당쟁(黨爭)에서 비롯되고 있었으나 그 배후에는 반드시 공직자의 탐욕과 부정부패의 병마가 꿈틀거리고 있었다'고 경고한 바 있다.정부가 부패방지위원회를 만들고 새 정부 들어 공직비리수사처 같은 강력한 사정기관을 신설한다는등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뿌리뽑겠다고 다짐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5월에는 '공무원의 청렴유지등을 위한 행동강령'까지 만들어 시행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달라진 것이 무엇인가. 차례를 어긴 승진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지방공무원의 비극도 따지고 보면 이런 부정과 부패의 쇠사슬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라 한들 누가 나서서 '아니다'고 자신있게 해명할 수 있겠는가. 그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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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20 23:02

[오목대] 사이비 宗敎

인간에게 죽음은 가장 큰 두려움이다. 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해 주는 것이 넓은 의미의 종교의 역할이다. 그러나 사이비종교에서는 영원히 살고자 하는 사람들을 영생(永生)이란 미끼로 끌어들여 혹세무민(惑世誣民)한다. 대개 사이비 교주들은 신(神)의 계시를 내세워 자신을 절대자로 자처하고 세상이 곧 멸망하게 될테니 영생을 얻고자 하면 자신을 따르라고 설파한다. 추종자들은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자신의 몸은 물론 모든 재산을 교주(敎主)에게 바치거나 결국은 집단자살 같은 참혹한 종말을 맞기도 한다.이런 형태의 사이비 종교집단은 전세계적으로 수없이 많다. 미국에만 7백여개, 일본에서는 해마다 1백여개의 신흥종교가 생겨난다는 통계도 있다. 러시아에도 구 소련체제의 해체후 종말론자들이 15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지난 78년의 가이아나 인민사원 집단자살, 93년 미국의 다윗파 사망사건, 94년 스위스 태양의 사원 집단자살 사건등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87년 8월 32명의 신도들이 집단자살한 오대양교 사건의 충격이 생생하다.한 사이비종교 연구가에 따르면 국내에는 모두 2백88개 사이비종교가 있고 이 중 78개는 기독교에서 파생했다고 한다. 이단(異端), 또는 사이비종교로 분류되는 단체 또한 14개 종류에 4백5개나 되는데 불교가 78개, 기독교계 70개, 증산교계 68개, 외래계 40개등이다. 그동안 언론보도로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할랠루야 기도원이나 대순진리회, 국제크리스찬연합(JMS), 영생교등이 이단 시비를 불러온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그러나 종교학자들은 신흥교단의 이단이나 사이비 시비에 대해 대체로 언급을 꺼린다. 이들의 종교행위 자체를 가치판단할 기준이 모호하고 주관적으로 흐르기 쉽다는 이유에서다. 학자들은 '무엇을 믿느냐보다 어떻게 믿느냐가 더 중요하다'면서 신앙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양심과 신앙생활의 자유인만큼 종교적 환상의 자유를 존중하되 실천적인 면에서 사회적 규범을 지키도록 유도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은다.모 신흥 종교단체에서 살해 암매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골 한 구가 정읍군 칠보면 구절재정상에서도 발굴돼 충격을 주고 있다. 완주군 소양면에서도 발굴작업이 진행중이라니 귀추가 주목된다. 이기적인 기복(祈福)사상과 극단적인 신비주의가 판치는 사이비 종교, 그 현장을 다시 보는듯해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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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19 23:02

[오목대] 판도라의 상자

성경에서는 '이브'가 이 세상 최초의 여자이지만 그리스로마신화에선 '판도라'가 세상 최초의 여자이다. 판도라는 하늘에서 땅위로 내려올때 제우스가 준 상자하나를 가지고 왔다. 제우스는 판도라에게 이 상자를 주면서 "이것은 인간에게 신이 주는 선물이다. 그러나 네 손으로 이 뚜껑을 열면 절대 안된다”고 경고를 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이란 하지말라고 하면 더욱 하고싶어지는 법. 대체 무엇이 들어 있길래? '속에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남에게 주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야'라는 자기합리화 까지 해가며 그녀는 결국 상자를 열고 말았다. 순간 "펑”하는 소리와 함께 슬픔과 질병, 가난과 정쟁, 증오와 시기 같은 온갖 악(惡)들이 쏟아져 나왔다. 다행히 놀란 파도라가 황급히 뚜껑을 닫아 '희망'이라는 고귀한 선물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인간의 삶을 지탱하주는 힘이 돼주고 있다. 그래서 '판도라의 상자'는 인류의 불행과 희망의 시작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곧잘 비유되곤 한다.대북송금 특검에서 비롯된 '불법 정치자금 모금'에 대한 수사가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현대로 부터 '100억+α'의 비자금을 받았다며 수사의 고삐를 죄던 검찰이, 이번에는 권노잡 전 민주당 고문을 현대 비자금 200억원 수수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또 이와는 별도로 청치인 8∼9명이 현대측으로 부터 직접 비자금을 받은 단서를 포착하고 이번 주 부터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현대가 뿌린 비자금의 최종 사용처가 모두 밝혀진다면 정치권에 메가톤급 충격을 가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구나 지난 2000년 총선때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총선자금 모금에 관한 보고를 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노무현 대통령 또한 4·13총선자금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만은 없을 것이라는 설이 떠도는 것을 보면 '현대 비자금'은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위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사실 정치권이 음성적 정치자금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기업에 손내미는 것은 이미 고전에 속하는 일이요, 공천때 특별당비에다, 비례대표 공천헌금까지 그 수법도 가지가지다. 오죽하면 전국구를 ???라 했을까? 차제에 정치자금에 관한 특별법이라도 제정하여 구악(舊惡)은 모두 털고 갔으면 하는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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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18 23:02

[오목대] 여우와 황새

여우는 황새를 초대해 놓고 식탁 그릇으로 접시를 사용한다. 긴 부리를 가진 황새가 접시에 담긴 음식을 먹을 수 없었던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 황새는 식사초대에 대한 답례로 여우를 자기 식사에 초대한다. 그리고 호리병과 같이 목이 긴 식탁 그릇에 음식을 담아 둔다. 이번엔 여우가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는 이야기.이 이야기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솝 우화(寓話) 중의 하나인데 요즘 이 우화가 머릿속을 맴돈다. 이 우화를 생각하게 된 계기는 사람들과 음식 이야기를 나누면서부터였다. 그래도 음식하면 빼 놓을 수 없는 고장인 전주에서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이들은 다름 아닌 외국인들이었다. 이들 외국인들에게서 들을 수 있는 우리 음식에 대한 촌평은 맵고 짜다는 것이었다. 물론 이런 음식을 먹을 때 방바닥에 질편하게 앉아야 하는 것 역시 이들에게는 참 불편한 일이라는 것이다.이런 음식문제에서부터 이들 외국인이 전주에 묵으면서 느끼는 불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불평을 들을라치면 내가 이런 문제를 모두 해결해야 할 것 같은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불평과 불만은 외국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아마도 이솝 우화 속의 여우와 황새 이야기가 연상되었는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여우와 황새가 서로 다른 동물인 것처럼 우리는 우리와 외국인이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에서 이런 실타래를 풀어 가는 것이 순서일 듯 싶다. 각자 처한 자연환경에 순응하면서 쌓아 온 관습들을 이방인이 한 순간에 이해하거나 적응하기에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그래서 우리는 먼저 이방인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우리의 습속에 대해서 잘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외국을 방문하였을 때에 제일 불쾌한 것중의 하나는 불친절한 설명일 것이다. 여긴 내 나라니까 그냥 받아 들여라, 이유도 묻지 마라, 이런 말을 듣는 이방인은 대단히 섭섭하다. 그래도 내 돈 들여서 찾아간 것은 그 나라의 습속을 어떻게든 이해해 보겠다는 생각이 있어서인데 설득력 있는 설명을 듣지 못할 때의 아쉬움은 무척 크기 마련이다. 이런 입장에서 헤아려 본다면 우리 고장을 찾는 이방인들에게 우리 문화에 대해서 정말 잘 설명해 주어야 할 필요를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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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1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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