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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정치권 粉飾會系

지난해 민주당 김근태(金槿泰)의원이 대선 경선과정에서 자신의 정치자금에 관해 양심고백을 한 일이 있다. '2000년 8월에 실시된 최고위원 경선때 모두 5억4천만원의 선거자금을 썼고 그중 2억5천만원은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돈이었다.'는게 그의 고백 내용이었다. 지출내역까지 꼼꼼히 챙겨 자금 일체를 공개한 그는 신고 누락분에 대해서는 검찰조사도 회피하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었다.당시 김의원의 용기있는 고백은 그러나 정치권으로부터는 냉소의 대상이었다. 한나라당은 '그게 사실이라면 불법 선거자금에 대해 검찰이 수사를 해야 한다'고 역공햇다. 민주당 안팎에서 조차 그의 고해성사(?)는 계산된 속셈이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결국 김의원은 정치자금법위반 혐의로 기소됐고 내일 모레 법원의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그러나 돈에 관한한, 특히 정치자금에 관한한 어느 정치인이 그에게 손가락질 할 정도로 자유스러울 수 있는가.정치인은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 신세라는 일본 속담도 바로 돈을 두고 생긴 말 아닌가. 정치인 치고 돈에 무죄인 사람 없고 삐끗하면 담장 안으로 떨어지든지 밖으로 떨어지든지 둘 중 하나다. 철창신세를 지고 안지고는 오직 운수소관이란 말이다.요즘 정대철(鄭大哲)민주당 대표의 처지가 꼭 그 모양이다. 지난해 김의원의 양심고백을 정치권 자정(自淨)의 기회로 삼았더라면, 그래서 정치자금의 족쇄를 진즉 풀었더라면 오늘같은 불행한 사태는 오지 않았을 수도 있다. 물론 검찰의 발표대로라면 정대표가 받았다는 돈이 정치자금이냐 아니냐는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러 정황을 감안할때 그에게 돌을 던질수 있는 정치인은 쉽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마침내 대통령이 나서서 지난해 대선자금을 여야 모두 소상히 공개해 국민들의 검증을 받자고 제안했다. 이미 선관위에 신고한 액수외에 분식회계(?)로 감춘 돈까지 모두 까발려 최후의 면죄부를 받자는 뜻일게다.옳고 그름의 판단은 국민 몫이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지금까지의 불법·편법 관행을 깨끗이 정리하고 진정한 정치개혁의 틀을 새로 짠다면 국민들도 반길 일이다. 하지만 예상대로 민주당은 긍정적인데 반해 한나라당은 거부할 태세다.한마디로 여권의 뒤가 구린 '굿모닝스캔들 물타기'라는거다. 이게 아직 우리의 안타까운 정치현실이다. 김근태의원 같이 십자가를 깨고 나설만한 용기가 없는한 정치개혁이란 구호는 그래서 아직도 요원하게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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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7.23 23:02

[오목대] 말(言語)

사람이 한평생을 사는 동안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말이요, 또 가장 하기 쉬운 것이 말이다. 그러나 말을 잘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말을 잘하고 싶어도 배움이나 인성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자신의 의도대로 쉽게 표현할 수 없는 것이 말이기 때문이다.그래서 말은 곧 그사람의 인격이라고도 한다. 말에는 들으나마나 한 소리 수준의 말이 있는가 하면, 말이 말같지 않아 들으면 귀를 씻어내고 싶은 말이 있고, 사려깊은 말 한마디로 시대를 넘나들며 세상을 감동시키고 진리를 깨우쳐주는 명언도 있다.대중매체와 통신수단의 급속한 발달로 정보화사회가 만개한 요즘, 우리는 실로 '알의 홍수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절대군주 시대나 목압정권 시절에는 권력이 무서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참을 수 밖에 없었고, 또 유교적 가치관이 보편적 정서로 자리잡았던 그 당시에는 말을 아끼고 절제하는 것이 미덕으로 간주되기도 했다.그러나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그동안 못다했던 말들이 도처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더니, 이젠 원색적인 말까지 난무하면서 사회분위기가 '악담(惡談) 경연대회장'이 된듯한 느낌이 들 정도다. 무릇 말이란 상대방을 배려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듣는 이로 하여금 용인할 수 잇는 선은 돼야 한다. 한데 근래주변에서 오가는 말의 실태를 보면 너무나 저질스럽고 폭력적이어서 한심하다는 말 밖에 더 할 말이 없다. 이같이 금도를 넘어선 언어폭력은 국민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정치인들이 더욱 심하다.논평인지 욕설인지 분간하기 힘든 당대변인들의 정제되지 않은 말이 그렇거니와, 이미 한자리 해먹었거나 하고 있는 소위 지도자급 정치인들까지 모이기만 하면 상대방 험담이나 하고 있으니 국민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특히나 국민통합에 앞장서야 할 전 대통령이란 분이 아직도 틈만나면 이미 흘러간 정적(政敵)을 향해 독설이나 내뿜고 있으니 나라꼴이 온전할 수가 있겠는가.본인 스스로가 "독불장군 미래없다”라고 말한 그 전직 대통령에게 청구영언(靑丘永言)에 나온 작자 미상의 시 한수를 전하고 싶다. 말하기/좋다하고/남의 말/말을 것이/남의 말/내 하면/남도 내 말/하는 것이/말로써/말 많으니/말 말으락 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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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7.22 23:02

[오목대] '시베리아의 파리'

여느 도시의 형성과정과는 달리 특이하게도 유형(流刑)온 사람들의 숨결로 만들어진 도시 이르쿠츠크. 그 도시는 시베리아 바이칼 호수에서 약 70여㎞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다.이르쿠츠크가 오늘날 '시베리아의 파리'라고 불리게 된 배경에는 데카브리스트가 있다. 우리 말로 12월을 뜻하는 '데카브리'에서 파생된 이 명치은 혁명에 실패한 젊은 군인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이후 프랑스군을 뒤아 프랑스 파리에까지 입성하였던 러시아 젊은 장교들이 오랜 전장에서의 생활때문에 서구의 자유로운 문화와 사고방식을 체험하게 된다.1825년 11월 19일 알렉산드르 1세의 사망을 계기로 혁명을 위한 거사 날짜를 앞당겼던 젊은 군인들은 결국 그 거사에 실패하게 된다. 그 뒤 새로 등극한 황제 니콜라이 1세는 이 젊은 장교들 600여 명을 직접 심문하고 5명을 교수형에 그리고 120 명은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부근으로 유형을 보내게 되면서 동토의 따에 '시베리아의 파리'라는 별칭을 가진 도시가 형성되었다.이들 데카브리스트들의 혼이 살아 숨쉬는 거리에 자동차와 전기로 움직이는 버스, 그리고 전철 등이 어우러져 달리고 있는데 한글상호를 그대로 붙인 승합차와 버스 등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어 마치 한국의 거리를 걷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이런 분위기 속에서 이르쿠츠크 국립 외국어대학에는 지금 50여명의 한국어전공 학생들과 10여명의 한국어 부전공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다. 이들의 한국사랑은 설날과 추석 등 우리의 고유명절을 그네들 명절처럼 지내고 있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하지만 이런 그네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웃한 일본어학과나 중국어학과에 비하여 빈약한 교육환경은 여전한 모양이다. 올 여름 이 대학은 우리 지역의 우석대학 학생 20여명을 초청하여 무려 23일의 긴 여정동안 문화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국립 외국어 대학이 이 교류를 위해서 책정한 예산은 자그마치 미화 1만 달러라는 거금이다.일상적인 봉급 생활자가 월 200 달러 남짓 받는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이 대학이 우리에게 거는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가히 짐작이 간다. 한국어를 잘 가르칠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만이 그에 대한 보답이라는 이 대학교수의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ㅣ<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정영인 위촉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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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21 23:02

[오목대] 한왕용씨의 쾌거

'세계의 지붕'으로 불리는 히말라야(Himalaya)산맥은 산스크리트어로 '만년설의 집'이라는 뜻이다. 지형적으로는 인도 동쪽의 브라마 푸트라강에서 서쪽의 인더스강에 이르는 2천5백km의 산맥이다. 넓은 의미로는 중앙아시아 고봉군(群) 전체를 일컫기도 했다. 세계 최고봉인 해발 8,848m인 에베레스트를 비롯 8,000m급 이상 30여개의 봉우리중에서도 히말라야 14좌(座)는 오르기가 힘들어 하늘의 별의 견줘 '자이언트'로 불리운다.8,000m급 이상의 등정은 상상을 초월하는 인간한계를 시험하는 일이다. 8,000m급 이상의 봉우리에서는 산소의 양이 평지으 3분의 1에 불과하여 10m 전진하는데 평지에서 1km 뛰는 것과 같은 체력과 폐활량을 요구하기 때무이다.게다가 8,000m급 이상에서는 날씨가 수시로 변덕을 부려 산이 허락하지 않는 한 정상에 오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또한 곳곳에 도사린 크레바스와 눈사태는 수시로 등반가들의 목숨을 놀니다. 1986년 이탈리아의 라인홀트 메스너가 42세의 나이로 14좌를 모두 정복한 인류 최초의 등반가가 된 이래 전세계적으로 지금껏 10명만이 이같은 대기록을 수립한 것이다. 14좌 완등(完登)의 어려움을 반증해준다.엊그제 우리고장 군산출신 산악인 한왕용씨가 14좌 완등 대열에 합류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한씨는 지난달 26일 가셔브람 2봉(8,035m)에 오른데 이어 지난 15일 14좌의 마지막 봉우리인 브로드피크(8,047m) 등정에 성공함으로써 이제 더 오를 곳이 없게 됐다. 우리나라로서는 엄홍길씨(2000년), 박영석씨 (2001년)에 이은 세번째의 대기록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14좌 완등 산악인 3명을 보유하는 유일한 국가가 됐다.85년 전주 우석대에 입학하면서 뒤늦게 산과 인연을 맺은 한씨는 그동안 엄홍길, 박영석씨의 그늘에 가려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산악인들 사이에서는 '히말리야의 진정한 휴머니스트'로 불려왔다고 한다. 2000년 K2원정대 호흡곤란을 일으킨 선배를 위해 자신의 산소마스크를 넘겨 주고 등정하다 실신하여 긴급후송돼 병원치료를 받은 사실은 산악인들 사이에 귀감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1926년 에베레스트 등반길에 실종된 영국의 조지말로리는 '산이 거기 있기 때문에 모른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목숨을 건 그들의 도전에 숙연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전북에 관련된 일치고 무엇하나 제대로 되는 없는 요즈음 전북인의 기개를 전세계에 떨친 한왕용씨의 쾌거가 더욱 값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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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17 23:02

[오목대] 시위문화와 소음

사람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가운데 귀에 듣기 싫고 스트레스를 주는 소리가 소움이다. 그러나 좋든 싫든 특히 도시 사람들은 소음공해에 시달리며 살수밖에 없다. 주변 환경이 온통 소음유발 요소로 둘러싸여있기 때문이다.사실 좋은 소리와 소음의 기준은 상대적이다. 이른 아침 맑은 새소리는 상쾌함을 준다. 반면 까마귀 울음소리를 듣고 기분 좋아하지는 않는다. 서태지나 H·O·T의 음악도 듣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팬들에게는 음악이 될수 있지만 취미가 다른 사람에게는 소음이 될 수도 있다. 대체로 심산계곡에서 들리는 폭포소리처럼 자연이 주는 꾸밈없는 소리는 사람에게 활력을 주지만 인간이 만든 소리는 상당 부분 소음으로 작용한다.거리의 자동차 크랙션 소리, 상가에서 울려대는 확성기 소리, 리커아 행상의 스피커 소리등은 모두 소움이다. 그 뿐 아니다. 공공장소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소리나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휴대폰 소리도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요즘같은 여름철에 아파트단지 주변에서 스피커로 호객행위를 하는 행상들의 횡포(?)는 짜증을 넘어 울화가 치밀게 할 정도다.의학적으로는 대체로 90dB 이상의 소리가 귀에 부담을 준다. 영화관이나 공장, 비행장, 생맥주집, 노래방, 체육관등이 이 수준이다. 110dB을 넘으면 일시적으로 청력 손실이 오기도 한다. 사격장이나 나이트클럽이 여기 해당되고 50m 떨어진 곳에서 들리는 제트기 엔진소리(130dB)는 고통의 한계를 넘는 수준이라고 한다.그러나 생활주변에서 발생하는 이런 소음들은 어느 정도 일상화되어 불평을 하면서도 참고 사는데 이력이 나 있다. 정작 참기 어려운것을 걸핏하면 벌어지는 시위현장의 확성기나 괭과리 징 소리다. 시위현장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이 소리가 일상생활에 고통을 줄 정도라고 호소하고 있다. 거리를 행진할때는 교통체증은 말 할것도 없고 일대 사무실의 업무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오죽하면 경기도 과천시 시민·사회단체회원들이 올바른 집회문화정착을 위한 결의대회까지 열었을까. 그런 사정은 도내라고 다르지 않다. 언제부터인가 단골 시위장소가 된 전주 코아백화점 앞은 대표적이다. 시위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당신들의 권리 주장도 좋지만 제발 보통시민들의 편이한 삶도 배려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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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16 23:02

[오목대] '창피주기' 文化

우리나라의 문화를 '창피 문화' 라고 비유한 한정신과의사의 지적이 재미있다. 그는 '얼굴을 들 수 없다' 거나 '체면이 있지 어떻게 그런 일을…' 따위의 표현이 일상적으로 쓰이는것은 바로 창피문화가 우리의식에 자리잡고 있기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가령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람의 명단을 경찰서 게시판에 공개한다거나 규격 쓰레기 봉투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아파트 구내방송을 통해 주민들에게 알리는 행위등은 '창피주기' 의 일종이다.사실 걸핏하면 매스컴에 오르내리는 무슨 무슨 명단발표나 00게이트에 연루된 리스트운운이 모두 여기 속한다. 고액 체납자나 부동산투기꾼, 불법과외 학부모 명단발표는 국세청의 엄정단속 단골 메뉴다. TV에서는 '죽을 죄(?)' 를 지은 사람들은 으례 파렴치 하거나 비굴해 보이는 쪽으로 찍혀 나온다. 벌떼같은 카메라 기자들의 프레시 세례에 톡톡히 망신을 당하는 것이다. 이게 바로 죄책감보다는 창피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우리 창피주기 문화의 속성이다.창피문화에서는 남들의 눈만 피하면 양심의 질책은 두렵지 않게 된다. 남이 보지 않으면 담배 꽁초를 아무데나 버리고 교통신호쯤 지키지 않아도 되며 공장 폐수를 슬쩍 방류하고 쓰레기를 적당히 처리해도된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남몰래 건네지는 돈도 꿀꺽꿀꺽 삼킨다. 동티가 나는 일은 그런 사실이 밝혀진후 일이니 그 때 가서 적당히 변명하면 그만이다. 그러니 다리가 무너지고 건물이 내려 않아도 요리조리 피해 창피만 면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이 공직사회에 팽배하다. 그러나 창피를 주어서 바람직한 사회적 행동을 이끌어 내려는 시도가 꼭 옳은것인지는 의문이다. 위법한 사항은 법과 제도를 통해 논리적으로 제재를 가하면 그만이다. 아무리 창피를 준다해도 내 스스로 죄책감을 느끼고 남이 안 보는데서도 지킬것은 지킬 줄 아는 양심이 살아나지 않으면 별무 소용이 없는 일 아닌가.청소년보호위원호가 죄질이 나쁜 청소년 성범죄가들의 명단을 주민들이 열람할 수 있게 할 방침이라 한다. 명단공개가 인권침해가 아니냐는 논란은 대법원 판결로 가려진만큼 실행에 별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거야말로 '창피주기' 의 전형이 아닐까 싶다. 이제 한국판 주홍글씨가 제대로 등장할날도 머지 않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처럼 낯이 뜨거울 정도로 몰아부친다해서 과연 성범죄가 근절될 수 있을 것이냐이다. 우리 주변의 성풍속은 이미 '창피주기' 로도 고치기 어려울 정도로 중증을 앓고 있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7.15 23:02

[오목대] 早期 해외유학

우리나라 사람들의 교육열은 유별나다. 자고로 맹모삼천(孟母三遷)의 교훈이 부모가 본받아야 할 제일의 덕목으로 간주돼 왔거니와,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면 어떤 고난도 감내해내는 것을 절대적 가치로 받아들이는 나라가 우리 한국이다. 따지고 보면 농촌에서 지방에서 서울로 서울로 모여들어 오늘날 수도권이 공룡의 모습으로 변한 것도 8할은 우리 부모들의 식을줄 모르는 교육열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이처럼 높은 교육열이 민주화를 앞당기고 국가발전을 이루는 초석이 되었으니, 결코 그 의미가 훼손돼서는 안될 일이다. 하지만 지나친 교육열은 각가지 사회문제를 일으키면서 한 가정의 '삶의 질' 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 또한 간과해서는 안된다.국제화, 세계화 추세에 휩싸여 해외 유학이 붐을 이루고 있다. 몇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일부 특권층이나 부유층 자녀, 또는 명문대 엘리트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유학이 이젠 지방도시의 보통 가정 자녀들까지 일반회되고 있다. 좋은 환경에서 앞서가는 교육을 받겠다는데 탓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문제는 주류 콤플렉스에 빠져 외국교육이라면 무조건 한국보다 낫다고 여기고, 자신의 경제적인 능력과 자녀의 학습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묻지마 유학' 을 시키려는데 있다. 더구나 가족 모두를 외국으로 보내고 한국에서 혼자 살며 뒷바라지 하는 '기러기 아빠' 들은 자신의 삶을 가족들에게 담보하고 힘겹게 살고 있다.게다가 어린 자녀들은 낯선 외국문화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가족간에 갈등을 겪는가 하면, 최악의 경우 외국에 나가있는 가족들로부터 버림받는 '펭귄 아빠' 들도 생겨나고 있다. 또한 한국에 혼자 남아 생활비와 교육비를 대야하는 기러기 아빠들은 심한 강박감에 정신적 공황이 찾아오기도 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술을 가까징 하거나 외도를 하다 건강을 잃거나 패가망신 하기도 한다. 이달 초 사업가 신모씨(36)는 지난해 7월 아내와 남래를 캐나다로 유학보낸뒤 우연히 만난 여성과 불륜관계를 맺었다가 이혼을 당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내 자식만은 반드시 일류를 만들어야겠다는 과도한 욕심이 불행의 씨앗을 뿌린 것이다. 조기해외유학, 과연 장미빛 미래를 보장하는 보증수표인가, 냉정히 생각해보고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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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14 23:02

[오목대] 기술직 할당제

노무현 대통령이 일전에 중국을 방문하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중국이 지도자들을 만나면서 노 대통령과 언론의 관심이 이들 중국 지도자의 학력에 모아졌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수리공정학부에서 수학하였는데 그를 배출한 칭화대학은 이미 세인들의 주목을 받은 지 오래다. 그리고 장쩌민 군사위원회 주석은 상하이 교통대 기계전기학부 출신이고 당 정치국 상무위원 전원이 이공계 출신이라는 것이 보도의 핵심이었다.그런 보도의 결론부분은 우리나라의 고위 행정직에 대한 이야기로 채워졌다. 중앙행정기관 공무원 가운데 이공계 출신 비율은 24.7%에 불과하여 3급 24%, 2급 18.2%, 1급 9.7%의 통계에서 보듯 상위직으로 갈수록 그 비율은 낮아진다는 것이다. 이런 보도내용에 제시된 수치들은 정확할 것으로 믿는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료 중 하나로 행정부 소속 공무원이 2002년 3월 31일 현제 88,074명인데 이중 행정직 공무원이 66,341명(75.3%)으로 기술직 공무원 21,733명(24.7%)에 비하면 무려 3배의 차이가 난다. 그리고 고위행정직으로 올라 갈수록 기술직의 비율이 현저하게 떨어지는 것은 보도된 그대로이다.이런 문제는 임용이 되더라도 행정직 위주로 되어 있는 현행 직군·직렬제도 하에서는 승진 및 인사이동에 있어서 기술직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더구나 행정직과 기술직의 임명이 가능한 행정·기술 복수직위 중 상위직의 경우 행정직이 독차지하는 것도 이런 편중현상을 부추기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중등교육과 고등교육에서 이공계열을 기피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이런 이공계 또는 기술직에 대한 문제는 다양한 사회 구성원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가면서 그 대안을 찾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근래에 이 문제에 대해서 제기되는 방식은 과연 그런 모양새를 갖추었는가 하는 의구심이 인다. 보도내용을 보건대 기술직 공무원의 비율을 늘리는 등의 할당제를 시행하며 당사자들의 민원도 해결하고 나라경제의 어려움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정도로 생각하는 듯하다.한 번 더 생각해 보아야 한다. 과연 기술직의 비율이 고위직으로 갈수록 낮아지는 이유가 단지 행정직에 유리하게 되어 잇는 제도만의 문제인가를 말이다. 좀더 차분하게 다각도에서 기술직 할당제라는 해법을 숙고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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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12 23:02

[오목대] 尾生之信

한문의 믿을 신(信)자는 '사람(人)의 말(言)에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상대와의 믿음과 의리를 나타내는 신의(信義)야말로 동서고금을 통털어 어느 민족에게나 가장 중시되었던 덕목의 하나였다.신의를 무엇보다 강조한 중국에서 대표적인 고사가 미생지신(尾生之信)이다. 워낙 유명하여 사기(史記)의 소진열전(蘇秦列佺)이날 장자(莊子), 회남자(淮男子), 한비자(韓非子)등에서도 두루 인용했으며, 역대 중국의 철인(哲人)들도 신의를 거론할 때면 어김없이 미생(尾生)을 언급했다.중국 노(魯)나라에 미생이라는 정직한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남과 약속을 하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지켰으므로 신용에 관한한 주위에 소문이 자자했다. 어느날 애인과 다음날 저녁 마을주변 개울 다리밑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미생은 약속시간보다 일찍 다리밑으로 나가 애인을 기다렸다. 그러나 애인은 무슨 영문인지 약속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미생은 약속을 무엇보다 중시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줄곧 애인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이렇게 한식경이 가고 두식경이 지나가도 애인은 나타나지 않았다.세식경, 네식경 기다리는 동안 때마침 많은 비가 내려 개울물이 삽시간에 불어나도 미생은 자리를 뜰 줄 몰랏다. 물이 더 불어나자 미생은 교각을 부둥켜안고 위로 올라갔다. 물이 목까지 차오는 바람에 미생은 결국 교각을 끌어안고 익사하고 말았다. 약속을 지키기위해 죽음도 마다하지 않았던 미생의 행동은 융통성 없는 한 인간의 우직함으로만 보기에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굳이 미생의 고사를 거론하는 것은 요즘 동계올림픽 국내유치 후보지를 둘러싼 강원도 김진선지사의 처신이 미생의 약속은 다리밑 만남이라는 하찮은 개인사지만 김지사의 약속은 공인이 지켜야할 천금의 무게를 지닌 국가대사다. 2010년 강원도 평창의 유치가 실패했을 경우 2014년 국내유치 우선권을 무주로 넘겨주겠다는 약속이다.이같은 약속이 담긴 동의서에 지사가 엄연히 서명까지 해놓고 이제와서 딴소리를 하는 것은 공인으로서 취할 자세가 아니다. 미생같은 우직한 사람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버렸다. 아무리 목전의 이익을 위해서는 거짓말을 밥먹듯 하는 정치인이라지만 이것은 도가 지나치다. 개인 차원을 떠나 2백만 전북도민을 우롱하고 기만하는 처사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7.11 23:02

[오목대] 말과 문화

인류가 생긴지 600만년 정도 되었다고 주장된다. 동부 아프리카에서 침팬지의 조상과 인류의 조상이 서로 갈라져 현재의 인류까지 발전해온 것으로 보인다. 600만년전의 인류는 당연히 말을 못했다. 침팬지처럼 제스추어, 표정, 그리고 울부짖는 소리 등으로 소통을 했다. 제스추어나 소리에 의존하는 사회에서는 많은 내용을 소통하기 힘들다. 말이 없는 동물들이 문화를 발전시키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의사전달이 제대로 안되면 정보축적과 문화축적이 불가능하여 새로운 문화로 발전해나갈 수 없다. 문화적으로 보면 현대인류보다는 침팬지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인류가 제대로 말을 하면서 문화라고 부를만한 것이 점차적으로 발전해왔다. 말은 제스추어 등 이전 소통수단보다 적어도 10배 이상의 빠른 소통이 가능하며 또한 정교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러한 정교하고 빠른 소통으로 서로 더 많은 생각과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문화의 축적과 도약이 가능해진 것이다. 말의 출현에 대해 지금까지 가장 설득력있는 설명은 현생인류가 20만년쯤 아프리카에서 나타났을 때 지금처럼 말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마 20만년전쯤 유전자의 변화에 따라 구강의 변화가 나타나 혀와 성대를 보다 자유자재로 움직여 소리를 정교하게 조절하는 능력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뇌크기가 비슷한 여럿의 인류가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같이 존재하던 인류들은 없어지고 말을 할 줄 아는 하나의 인류만 남은 것이다. 말이 생긴 후에야 각종 벽화나 조각활동이 나타나고, 다양한 신화와 전설들이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지역마다 문화전통이 생긴 것이다. 그 때까지도 동물들에 당하던 인간들이 말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축적하고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서로 협동하여 동물을 넘어서서 세계를 정복하는 대장정을 시작하였다. 즉, 말이야말로 인류가 동물적 존재를 뛰어 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말에 의존하던 문화는 약 5천년전부터 점차 문자가 주도하는 문화에 포섭되기 시작하였다. 문자가 생기면서 국가와 인류의 위대한 종교, 사상, 예술의 전통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소위 문명이 발생한 것이다. 그래도 대다수의 백성들은 여전히 문맹이었다. 한국에서도 100년전까지만 하더라도 대부분의 백성이 문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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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10 23:02

[오목대] 캐릭터와 特久

영어 캐릭터(character)는 인격이나 품성 특질등을 말한다. 이 앞에 트레이드(tnade)가 붙으면 상품이나 광고주를 인격화한 가공의 인물, 의인화한 동물등을 가리킨다. 캔터키 치킨의 노인, 놀부 보쌈집 간판의 놀부얼굴등이 바로 상품의 캐릭터가 되는 식이다. 올림픽이나 프로스포츠팀의 마스코트 같은 것도 넓은 의미에서 캐릭터라 할 수 있다.지방자치제가 실시된후 각 자치단체들이 설화나 작품속 주인공에 대한 지역연고나 원조(元祖)다툼을 벌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홍길동·심청·논개등이다. 홍길동은 원래 전남 장성사람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를 근거로 장성군이 홍길동 캐릭터를 지역 특산품 홍보에 이용하고 있다. 그러자 홍길동의 작가 허균(許均)의 고향인 강릉시가 발문하고 나섰다. 작가가 강릉사람이면 홍길동도 강릉캐릭터가 돼야 마땅하다는 논리다. 심청이나 논개도 마찬가지다. 심청전의 무대를 두고 전남 곡성군과 인천시 옹진군이 서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곡성군쪽은 사료(史料)와 현장조사까지 했다면서 인당수는 오늘의 위도해역이며 당연히 심청이는 곡성출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논개를 두고도 장수와 경남 진주가 서로 캐릭터를 다투고 있고 가루지기타령의 변강쇠가 운봉사람이니 경상도 함안사람이니 다툼이 여전하다. 이 모두가 역사적이거나 고전속 인물의 이미지를 지자체 홍보에 활용하거나 캐릭터 상품화하려는 속샘때문이다.그런데 앞으로는 지자체들이 굳이 캐릭터 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정부가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특구(特久)'를 육성할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가령 함평은 나비, 남해는 생선화, 보성은 녹차 하는 식으로 지역마다 특구를 지정해 각종 규제를 풀고 독특한 캐릭터개발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특구에는 동·식물뿐 아니라 온천·공룡·문화·생태(生態)특구에 영어교육특구까지 등장이 예상된다. 가히 전국 2백39개 자치단체가 '특구공화국'형태로 재편될 모양이다.그렇다면 도내에는 무슨 특구가 육성돼야 하나. 두말할것도 없이 무주는 반딧불이, 전주는 비빔밥, 순창은 고추장 아닌가. 여기다가 임실은 고추, 남원은 춘향문화, 고창운 풍천장어, 김제는 지평선쌀, 부안은 백합특구 하는 식이 되지 않을까? 연권에 환경부가 전국 지자체의 상징물 재조정 작업을 벌인 일이 있다. 이제 그것도 쓸데없는 일이다. 특구로 특성화하면 그만 아닌가. 앞으로는 '캐릭터 특구'가 나오지 않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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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09 23:02

[오목대] 동계올림픽 高地

평창(平昌)동계올림픽 유치실패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밖에서 깨진 쪽박을 놓고 집안에서 다투는 꼴이다. 한나라당 김용학(평창)의원이 불씨를 지폈다. 그는 김운용 IOC위원의 책임을 거론했다. 김위원의 IOC부위원장 욕심때문에 '다 따놓은 당상'을 밴쿠버에 뺏겼다는 것이다. 유치위 일부관계자들이 '그렇다'고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그러나 민주당소속 의원이기도 한 김위원의 해명은 다르다. 'IOC의 생리를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는 것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격려는 못할망정 모략까지 한다고 섭섭해 하고 있다.올림픽 개최국가에 IOC부위원장 자리를 주지 않는게 관행인지는 알 수 없다. 김위원이 그 자리를 욕심 내 일을 그르쳤는지도 물론 확인할 길은 없다. 그러나 김위원의 그동안 행보에 의문스러운 점이 없지 않았던것은 사실이다. 부위원장후보로 나서지 않겠다던 공연을 뒤집은 것이다. 이를 두고 김의원이나 한나라당측이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측은 또 다르다. '말도 안되는 소리로 희생양을 만들려는 모략'이라고 발끈하고 나섰다. 정작 그 내막을 가장 잘알고 있을 김진선강원도지사는 입을 다물고 있다. 청와대까지 나서서 진상을 알아보겠다고 하고 있으니 쉽게 말문을 터트기도 어려울 것이다.그런데 이 파문을 보는 전북도민들의 심사는 영 편치 못할듯 싶다. 책임공방의 핵심이 '2014년 재도전'의 전제를 평창에 두고 있는듯이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체육계, 대부문 언론들도 그런 노조다. 그러나 평창유치 실패는 애석하지만 이제는 그 다음 개최지 문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당연히 작년에KOC, 중재를 산기할 필요가 있다. 10년동안 개최준비를 했던전북이 1년 준비한 강원도에 후보지를 양보했을때의 억울함(?)을 도민들은 지급도 기억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때 약속대로 2014년 유치재도전은 당연히 전북 무주·전주 몫이 아닌가. 평창이 실패하면 다음은 전북을 전극 지원하기로 한 강원도도 '딴 생각'은 갖지 말아야 한다.강현욱지사가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총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기왕에 구성돼있는 유치위원회를 지금부터 가동해 우선 KOC공략부터 시작하겠다는 구체적 추진일정도 밝혔다. '고지는 우리가 점령하고 있다'는 강지사의 자문 비장한(?) 결의가 인상적이다. 당연하고도 든든할 일이다. 가까운 길을 두고 멀리 돌지말고 그야말로 정도대로만 하면 된다. 올림픽의 꿈을 실현시키는 일은 도민 모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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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08 23:02

[오목대] 보리밥

보리고개 밑에서 / 아이가 울고있다 / 아이가 흘리는 눈물 속에 / 할머니가 울고 있는 것이 보인다 / 할아버지가 울고 있다 / 아버지의 눈물, 외할머니의 흐느낌 / 어머니가 울고 있다 / 소년은 죽은 동생의 마지막 눈물을 새각한다.태산준령 보다 높아 허리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하고 넘었다는 보리고개, 그 보리고개 중턱쯤에서 서럽게 눈을 감은 어린 아이를 추도하며 황금찬 시인이 쓴 '보리고개'라는 시다.사실 요즘 같이 자기 게을러 못먹는 호시절에 배고픈 설움을 이야기 하면 고리타분한 늙은이 취급받기 십상이다. 그러나 반만년을 넘나들던 보리고개에 터널이 뚫린 것은 불과 30∼40년 밖에 되지 않았다. 1960년대 끝무렵 까지만 해도 농촌은 봄철만 되면 부농 몇집을 빼놓고는 마을 전체가 굶주렸다. 가을에 거둬들인 곡식도 한겨울 지내고 나면 음력 2월경부터 달랑달랑해진다. 기대할 것이라곤 보리걷이 밖에 없다. 이때부터가 보리고개의 시작이다. 한 동네가 모두 비슷한 처지라 양식을 꾸어올 데도 없고 꾸어줄 사람도 없다. 할 수 없이 아직 여물지 않은 보리이삭을 태워 가루로 만든 다음, 초근목피(草根木皮)를 넣어서 죽을 쑤어 먹는다. 며칠동안만 이렇게 먹으면 변(便)이 굳어져 배설할 때 항문이 찢어지는듯한 고통을 겪는다."×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은유적 표현은 이같이 비참하게 가난한 살림을 빗대 생겨난 말이다. 입속에 들어가면 푸석푸석하고 뱅글뱅글 돌면서 씹히지 않는 보리밥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반찬은 고추장이나 풋고추에 열무김치가 고작이고, 먹고난 후에도 뒷맛이 썩 좋은 음식은 아니다. 하지만 보리밥은 우리 민족이 가난했던 시절 생명의 끈을 이어준 주식이다. 게다가 보리는 겉보기와는 달리 영양의 보고(寶庫)이다. 식이섬유가 풍부해서 대장암과 당뇨병, 심장병 등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고,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는 효능도 있다. 또한 비타민 B군이 많아 피로회복과 기억력 유지 및 항산화작용에도 큰 도움을 준다.이처럼 우리 민족과 애환을 함께 하면서 한민족의 건강을 지켜온 보리밥이 건군 55년만에 군 장병들의 식단에서 완전히 사라진다고 한다. 국방부가 신세대 장병들의 입맛을 맛추고 쌀 소비를 늘리기 위해 보리쌀 공급을 전면 중단키로 했다는 것이다. 꼭 못난 누나 시집보내는 것 같은 서운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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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07 23:02

[오목대] 프리터

어렸을 적 말을 키우던 이웃이 기억 난다.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것은 무자비할 정도로 거칠게 말을 다루던 아저씨의 모습과 잠을 잘 때도 소나 돼지 등 가축과 달리, 서서 잠을 자야 했던 말의 모습이다.말을 함부로 다루던 아저씨가 참 야속하기도 했지만 그 보다 잠을 서서 자야 했던 말에게 더 연민의 정을 느꼈던 것 같다. 그런데 말을 그렇게 재우는 이유는 있었다. 말은 습성상 앉아 버릇을 하면 힘든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말에 빗대는 것이 걸맞지는 않겠지만 요즘 자의반 타의반 한 직장에 꾸준히 다니는 풍속이 사라지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사람들을 이름하여 '프리티'라고 한단다. 영어의 프리(free)와 독일어의 일하는 사람(arbeiter)을 합성시켜 만든 단어다. 물론 이런 합성어는 이런 사회적 경향이 먼저 온 일본에서 만들어진 것이다.한 가지 직종에 몸을 담고 불평불만을 속으로 삭이며 살아왔던 기성세대에게 이들 젊은이의 모습은 생경하기도 하고 한심스럽기까지 한 모양이다. 하지만 이들 젊은이들도 할 말은 있다. 청년 실업률이 10%를 넘기도 하지만 어렵게 취업을 해도 구조조정과 명예퇴직 그리고 말년에는 황혼이혼 문제까지 감당하는 기성세대의 모습은 이들 젊은이들이 보기에 실망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이런 일본의 세태는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채용정보업체 잡링크에서 구직자 3,156명을 조사한 결과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젊은층이 무려 31%에 이른다. 이런 결과보다도 심각한 것은 이런 아르바이트로 사는 젊은이들의 생각이다. 심각한 취업난을 피하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이유가 55%로 가장 많았지만 자유로운 시간 활용을 위해서라거나 획일적인 조직문화가 싫어서, 또는 직장생활 스트레스가 싫어서라는 응답도 41%나 됐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아르바이트가 주종을 이루지만 의도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즐기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는 이야기다.이런 조사결과를 보면서 일본이 겪은 일이니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 들일 생각이라면 몰라도 이제는 이런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젊은이들이 일의 즐거움을 알아야 한다. 일을 하다 보니 수입이 보장되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젊은이들이 일 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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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05 23:02

[오목대] 시사고발 프로그램

각 방송사마다 경쟁적으로 내보내고 있는 시사고발 프로그램은 주로 우리사회의 부정이나 비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대부분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이슈들을 다시 한번 거르기 때문에 시청률도 비교적 높다. 지금까지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많은 대형사건들이 전파를 탔다. 그 대상 인물군(人物群)도 다양하다. 악덕포주나 브로커 사채업자에서부터 변호사·교수·종교인등 사회지도층 인사들까지 그 표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제작진은 계층간, 이해집단간 분출하는 욕구와 갈등구조, 부조리를 냉철한 시가그로 조명함으로써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숨겨진 진실찾기에 도움을 주겠다는 의도를 내 보인다. 하지만 이런 프로그램들이 갖고있는 함정 또한 역설적이다. 순수한 제작의도와는 달리 피고발 당사자가 입는 정신적 물질적 피해가 적지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진실·정의·가치관의 판단기준이 편향될수 있다는 우려가 학계나 전문가 집단의 지적이다. 특히 종교의 경우 그런 시비에 휘말릴 소리가 다분하고 실젤 그간 심ㅅ미치 않게 분쟁을 일으켜 온것도 사실이다.그런 점에서 지난 2일 심야(밤11시 5분)에 방송된 KBS 2TV의 '시민 프로젝트 나와주세요'는 너무 지나쳤다는 지적을 면치 못할듯 싶다. 이날 방송사측은 일방적으로 전두환 전대통령에게 스튜디오 출연요청을 보낸후 심야 집 앞에 카메라를 들이대는 무례(?)를 범했다. 전씨가 미납하고 있는 추징금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면서 이를 생방송으로 전국의 시청자들에게 여과없이 보여준 것이다.전씨가 도덕적으로 온당치 못한 처신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동안 여론의 무차별적인 공격을 받으면서도 '배째라'식으로 버티는 강심장에 혀가 내둘릴 지경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해도 그에게도 인격권이 있다. 하물며 전직 대통령 신분이 아닌가. 그런 그를 개그맨 등을 출연시킨 스튜디오에서 마음대로 조종하는듯한 프로그램 진행은 거꾸로 그를 대통령으로 뽑았던 국민들의 자좀심을 손상시킨 일은 아닌지 묻고 싶다.아무리 시청률 경쟁이 치열하고 반짝 아이디어로 튀어보겠다는 의욕이 앞선다해도 방송은 정도를 지켜야 한다. 시청자들이 납득할수 있는 상식선에서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시민 프로젝트'프로그램은 전씨에게 반감을 갖고있던 국민들에게 거꾸로 동정심(?)을 유발하는 아이러니를 제공하지는 않았을까 궁금하다. 그게 민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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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04 23:02

[오목대] 文化예술

언제부터인가 문화예술이라는 말이 쓰이면서 예술이 문화의 주내용인 것처럼 다루어지고 있다. 원래 문예는 문학예술을 뜻한 것으로 사용되었다. 조선시대 사용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여 번역된 용어가 일본을 통해 19세기 말에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문예사조, 문예창작에서처럼 문학이나 또는 문학과 예술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되었다.이러한 문예개념이 해방 후에도 문학예술로 사용되었다. 일지시대나 해방 후에도 남북한 모두 문예는 문학예술을 의미하였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문예가 문학예술을 뜻하고 있다. 물론 한국에서도 문예가 문학예술로도 쓰이지만 문화예술로 쓸이는 경우가 빈번하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문예하면 문학과 예술을 뜻하는 것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도 문화예술이라는 개념이 없다.우리나라에 문화예술이라는 개념이 언제 사용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아마 1960년대가 아닐까 추측된다. 문화예술진흥법과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1973년에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 이전부터 문화예술이라는 개념이 사용되었을 것이다. 1973년에 설립된 한국문화예술진흥원도 문예진흥원으로 불려 문화예술이나 문학예술이 똑같이 문예로 불리게 되엇다. 문예와 문화개념에 혼란이 일어난 것이다. 이때부터 보다 넒은 영역을 함축할 수 있는 문화예술이 문학예술보다 널리 사용된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문예진흥원에서 발간하는 잡지도 제목이 문화예술이지만 잡지내용은 문화보다는 문학예술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이렇게 문화예술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자 예술을 문화의 핵심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한국에서 널리 퍼지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문화예술이라는 개념은 잘못된 개념이다. 보통 문화가 예술을 포함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문화라는 말을 쓰면 그 안에 예술까지 이미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특별히 문화라는 말 뒤에 예술을 붙여 문화예술이라고 말할 필요가 없다. 예술은 예술이라는 말로 나타낼 수 있으므로 또한 문화예술이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다 보니 한국에서는 문화가 예술처럼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널리 나타나고 있다. 문화가 생활양식이나 정신적 영역을 의미하는 외국과 다르게 사용된 것이다. 그래서 문학예술, 문예, 문화예술, 문화 사이에 개념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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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03 23:02

[오목대] 피크 임금제

임금은 한마디로 노동의 대가이다. 노동자가 노동의 대가로 사용자로부터 받는 재화(財貨)를 화폐액으로 나타낸 금액을 말한다. 시간을 계산단위로 하여 지급하는 고정급과 노동생산물의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성과급의 형태로 나뉜다. 월급쟁이는 바로 이 임금노동자의 전형이다. 여러가지 임금형태가 있는 서구와는 달리 우리나라나 일본은 월급으로 임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주종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공무원이 아닌 일반 근로자는 대부분이 월급쟁이인 셈이다. 공무원이 완벅한 신분보장을 받을수 있는 틀이 공무원법이라는 제도적 장치라면 월급쟁이의 울타리는 평생직장제와 공서열제였다. 직장에 취직해 세월이 흐르다 보면 직급이나 지위가 올라가고 따라서 월급봉투도 두툼해지는데서 희열을 느껴온게 월급쟁이의 섹였다. 그러나 그런 시대는 이미 흘러간 추억이 된지 오래다.신분보장이 철옹성 같았던 공무원들도 명예퇴직제로 정년을 못 채운채 물러나는것이 공직사회다. 경제위기를 겪은 일반 기업체에서는 아예'사오정''오륙도'라는 유행어가 나돌 정ㄷ로 각박하다. 45세가 정년이고 56세까지 직장에 남아 있으면 도둑놈 소리 듣는다는게 이 유행어의 푸리다. 그러니 정년이 임박한 나이든 월급쟁이들이 좌불안석일수밖에 없다. 능력이 좀 떨어져도, 생산성에 별 도움이 안되더라도 그대로 고용을 보장해주던 종래 기업풍토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게 요즘 세태다.그런 월급쟁이들을 배려해서 최근 피크임금제가 다시 논의 대상이 되는 모양이다. 근무기간이나 직급에 따라 급여수준이 자동적으로 높아지는것이 아니라 일정기간이 지나면 급여가 동멸되거나 줄어드는 것이 피크임금제다. IMF직후 정부가 공무원과 교원들의 정년을 단축하면서 도입여부를 검토했다가 보류했던 제도인데 최근 신용보증기금이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해 주목을 끌고 있다.골자는 정년에 가까운 직원을 비교적 단순한 일자리로 배정하되 정년은 보장한다는 내용이다. 당연히 봉급도 단계적으로 줄여 나감으로써 인건비를 절약하고 대신 생산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이 제도가 기업에 도입되면 우선 나이든 직원들이 퇴출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는 안도감을 느낄수는 있을것 같다. 하지만 늙고 힘이 떨어졌다해서 봉급마저 깍여야 하는 야속함(?)까지 해소할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리 사회엔 아직'나이도 벼슬'이란 말이 있는데 인생의 피크를 퇴물인증제로 대신하라는듯 해 영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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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02 23:02

[오목대] 재래市場 살리기

우리의 재래시장은 넘치는 생동감으로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곳이다. 그곳에는 한푼이라도 깎으려는 사람과 한푼이라도 더 받아 내려는 사람과의 억척스러운 흥정이 있다. 실랑이가 끝나 돈을 치르고 나면 조금 더 얹어주는 인정(人情)이 있다. 계산기에 의해 1원까지도 받아내는 대형할인점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야박해지고 메말라가는 세태속에서 그나마 사람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재래시장인 것이다.그러나 이처럼 온갖 애환이 담겨 아스라한 향수로 가슴에 젖어오는 재래시장이 지난 93년 국내에 대형할인점이 등장한 이후 갈수록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농촌의 5일장은 사정이 더욱 심각하다. 도내의 경우 이농현상으로 계속 인구가 감소하는데다 차량을 이용한 인접 도시지역으로의 원정쇼핑이 늘면서 상당수 5일장은 이미 자취를 감추었고, 일부 5일장만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전문가들은 재래시장의 이같은 쇠퇴를 단순히 유통구조의 변화로 볼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와 저소득층의 사회복지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년층 영세민이나 농민들이 집에서 기른 상추나 호박, 콩나물과 산에서 뜯는 나물을 갖고 나와 그나마 생계에 보탬을 받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재래시장이다. 또한 영세한 가내 수공업자들이 저가의 생필품을 만들어 팔 수 있는 유일한 유통망이기도 하다. 재래시장의 급격한 몰락은 지역경제는 물론 서민경제의 붕괴로 이어져 많은 실업자를 양산할 수도 있다. 영세한 지방상권을 '정글의 법칙'에 내맡겨선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전주시가 재래시장 살리기에 나서 우선 올해 남부시장에 20억원을 투입하여 시장내 아케이드 설치 및 리모델링 사업을 연말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남부시장은 한때 호남 최대의 도소매시장으로 도내에 공급되는 농수산물 및 공산품의 집산지이자 유통 경유지였다. 이같은 영화를 다시 되찾기는 힘들겠지만 상인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시민들의 발길을 다시 돌리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시장 특유의 분위기를 살림과 동시에 쾌적한 쇼핑환경으로의 개선이 급선무다. 넓은 주차장을 갖추고 쇼핑수레와 유모차가 다닐 수 있는 쾌적한 환경조성으로 생활시장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일부 재래시장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상인들의 친절과 서비스가 전제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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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01 23:02

[오목대] 아르헨티나의 교훈

국토가 넓고 부존자원이 풍부한 아르헨티나는 20세기 전반기까지만 하더라도 '남미의 진주'로 불리울 만큼 세계의 부러움을 한 몸에 산 축복받은 나라였다. 특히 가도가도 끝이 없는 광활한 목초지에, 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내는 베옥한 농토는 아르헨티나를 부자나라로 만드는 원천이 되었다. 이같은 천혜의 자연조건으로 아르헨티나는 육류와 곡류의 수출에 힘입어, 1930년대 이미 프랑스에 버금가는 국민소득을 올려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그 때 수출대금으로 받은 금이 보관창고를 가득채워 복도에까지 쌓아둘 정도였다고하니 당시 아르헨티나의 위상을 미루어 짐작할만 하다.그러나 노조와 서민층의 지지로 1946년에 집권한 후안 페론 대통령이 이른바 포퓰리즘에 가까운 페론주의(Peronism) 정책을 강행하면서 사정은 정반대로 바뀌기 시작했다. 사회개혁과 민족주의라는 명분 아래 무리한 임금 인상과 각종 연금제도를 도입하고, 주요기업과 산업에 대해서도 국유화 작업을 강행했다. 당연한 결과로 외환보유액은 얼마 못 가 바닥을 드러냈고, 페론주의의 망령은 두고두고 아르헨티나를 괴롭히고 있다.더구나 1976년 군정이 시작되면서 무모하게 시도했던 개방정책과 신자유주의 개혁, 그리고 무분별하게 추진했던 민영화와 규제오나화 및 무역개방은 아르헨티나를 부국에서 빈국으로 끌어내리는 전주곡에 다름아니었다. 설상가상으로 20세기 말경부터는 강성 노조와 사용자 간에 극한 대립이 잦았으니, 아르헨티나 경제가 망가지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이상한 일이 아니겠는가.기우(杞憂)에 그치기를 바라지만 우리나라 경제가 몇가지를 빼놓고는 아르헨티나를 닮아가는것 같아 자꾸 불길한 예감이 든다.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진입했다며 섣불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하고 때이른 축배를 들더니, 불과 몇년 못가 IMF(국가환란사태)를 불러들인 우리나라다. 다시 고생고생해서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에 접어드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노동계의 강경 투쟁이 갈길바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참여정부가 처음부터 노동정책에 대해 옥타브(octave)를 너무 높게 잡은 탓도 있겠으나, '집단의 힘'이 최고의 선으로 인정받는 우리사회의 풍조 또한 경계해야할 악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분배욕구가 분출하는 1만∼2만달러시대가 자본주의국가의 명운을 가르는 중대한 시기다. 조금씩 양보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6.30 23:02

[오목대] 最善과 次善

얼마 전 고등학생들이 진학하고 싶어하는 학과가 보도되었다. 일반적인 상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학과들이 여전히 상위에 건재하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그 기사의 말미에서 읽었던 내용이 퍽 인상적이었다. 꿈은 그러하지만 현실은 그렇지를 못한 데서 고등학생들이 갈등하고 있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사실 대다수 사람이 선호하는 학과와 직업은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학과에 아무나 갈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제약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고도의 지적인 훈련을 받아야 한다거나 직업인력의 수급관계상 입한인원을 재한할 수밖에 없다는 등이 그 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제약때문에 소위 인기학과라 할지라도 입학정원을 무한정 늘리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이런 현실을 직시한다면 진학을 앞둔 학생들이 최선은 아니더라도 차선을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모두가 선호하는 학과에 진학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면 먼저 자신의 적성이 어디에 있는지 객관적으로 측정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자신의 적성이 어디에 있는지 객관적으로 측정해 보는 것도 바람직하다. 자신의 성격에 대한 검사와 직업적성에 대한 검사는 일반적으로 학교 차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짐나 다수의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이런 검사의 결과에 많은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아서 참으로 안타깝다.미래사회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여러 가지 직업에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소위 '다기는 전문인'을 목표로 학교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선결되어야 하는 것은 본인의 적성과 부합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즐겁게 배울 수 있어야 오랫동안 교육을 받게 되어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힘 든줄 모르고 교육내용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마치 쓴 약을 삼키듯이 일정 과정의 교육을 참으면서 버티는 일이 다반사다. 이렇게 배우는 지식이 실제 자신의 일에 잘 활용될 수 있기를 바란다면 어불성설이다.우리들은 어찌 보면 너무 욕심이 과한 지도 모른다. 가장 좋은 학과와 직업만을 바라지만 소수만이 그 꿈을 이루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최선이 아닌 차선으로 어떤 학과와 직업을 고려할 것인지에 좀더 많은 시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6.2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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