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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여름철 氣象이변

매년 장마가 끝나는 7월 하순께 부터 무더위가 시작되면서 한낮의 푸염이 밤늦게까지 이어져 25도를 넘나드는 열대야(熱帶夜)현상이 나타나 밤잠을 설치게 만드는 것이 한반도의 전형적인 여름 기상이였다. 그러나 올해 여름은 비교적 덥지 않은 여름밤이 계속되고 있다. 8월중순에 접어들어 여름이 막바지에 다다랐지만 아직 한차례도 열대야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요즈음 새벽에는 최저기온이 17∼18도까지 떨어질 정도이니 해마다 위세를 떨치던 열대야현상도 무색하게 됐다.매년 10차례 정도, 25도가 넘는 '무더위 밤'을 보냈던 전주의 경우 올 여름 기상대 측정결과 두세차례 열대야에 근접한 기온을 나타냈던 것을 제외하고는 한차례도 열대야현상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도 제주도가 5차례, 광주와 대전이 한차례씩 '무더위 밤'을 보냈을뿐 대부분의 도시들이 올 여름밤을 선선하게 보냈다. 기상청은 '올 여름에는 장마가 끝난 이후에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만 하면 비가 내리면서 뜨거운 기운을 식혀버려 밤에는 비교적 서늘한 날이 이어졌다'고 분석했다.오늘이 여름의 끝자락이라 할 수 있는 말복(末伏)이고, 다음 주 23일이 가을의 시작인 처서(處暑)다. 사실상 올 여름 열대야현상은 끝난 셈이다.이처럼 한반도가 선선한 여름을 보내고 있을 도안 유럽은 2주째 계속되고 있는 유례없는 폭염과 가뭄으로 최악의 몸살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다. 프랑스에서는 지난 11일 밤중 기온이 1백30년만의 최고기록인 섭씨 25.5도를 기록하는 등 유럽에서는 보기힘든 열대야현상이 나타났다. 원자로가 과열되고 냉각수의 수온이 올라 전체 58개 원전의 25%가 멈춰섰다고 한다. 독일의 로트지방은 낮 기온이 40.4도를 기록하면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1730년 이후 최고를 나타냈다. 교황까지 나서 '기우제 미사'를 접전했다고 하니 유럽인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실상을 짐작할 만하다.무더워야 할 계절이 덥지 않은 한국의 열므이나, 1백여년만의 폭염이 계속되는 유럽의 여름기후 모두 이변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기상이변을 지구온난화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구온난화는 인류가 그 원인과 해결방법을 모두 알면서도 기피하여 재앙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훼손된 자연환경을 복원하고 보호하는 것만이 기상재앙을 막는 길이다. 전 지구촌이 힘을 합쳐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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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8.15 23:02

[오목대] 정치자금

현대로부터 권노갑씨가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긴급 체포되었다. 해방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어떤 정치인도 정치자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가장 깨끗하다고 알려진 김근태의원이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고백했다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에 계류중이다.물론 정치자금은 조선시대에나 그 이전에도 있었다. 보다 부드럽게 사람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하여 사용하였다. 선거가 없었기 때문에 정치자금이 바로 자신의 세력을 심고 자신의 승진을 도모하는 부패성 자금이었다. 따라서 과거의 장치자금은 부패와 같은 용어로 사용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였다. 대간이 왕이 독주하는 것을 막아 절대부패를 어느 정도 봉쇄하는 역할을 했고, 감찰은 곳곳에 파견되어 일반관료들의 비리를 적발하였고, 암행이라는 독특한 방식의 감사방법을 개발하여 지방수령의 비리를 막았다.해방 후 우리나라의 부패는 별로 없어지지 않았다. 박정희대통령에서 노태우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조(兆)단위의 정치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삼대통령까지는 안기부자금을 일부 통치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대중대통령시절부터는 통치자금이 거의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김영삼대통령 시절이나 김대중대통령 시절에는 수백억단위로 정치자금이 거두어진 것으로 보인다.이들 불법자금이 불공정한 선거를 낳고 이권개입을 낳아 정치를 왜곡한다. 잘못된 정치자금관행을 고치기는 생각보다 쉽다. 19세기 영국이나 독일 또는 미국의 정치도 썩어 있었다. 이들도 불법정치자금과 매관매직으로 엄청난 혼란을 겪어 왔다. 이들이 현재처럼 그래도 투명한 정치자금 관행을 가지게 된 것은 크게 두 가지에 기인한다. 하나는 정치자금을 엄밀하게 규제하는 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법을 철저하게 시행하여 누구라도 혐의가 드러나면 검찰의 조사와 기소를 피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점이다.우리나라에서도 정치자금법은 강화할 필요가 있다. 모든 정치자금을 신고한 통장을 통해서 입금, 지출하고 자세히 입출금 내역을 신고하도록 하면 된다. 그리고 이를 위반할 시 엄정하게 처리하는 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결국 국회의원들과 대통령이 나서서 그러한 법을 만들고 엄정하게 집행하면 몇 년 내 투명한 정치자금 관행이 정착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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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8.14 23:02

[오목대] 출산안정법안

70년대 산업화가 급진전될때 인구증가율은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었다. 입이 많으면 먹을 것을 나누는데 힘이 드는게 정한 이치다. 정부는 인구 억제를 위해 '한 가구 두 자녀갖기'를 목표로 가족계획사업을 적극 추진했다. 이를 지키면 인센티브, 넘기면 패널티를 적용하기도 했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정관정제수술을 권장받았던 일도 이 즈음의 한 단면이다.그 결가 인구증가율은 현저히 낮아졌다.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임여성(15∼49세) 1인당 출산율은 1.17명으로 세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 한 가구 두자녀는 옛말, 이제는 '아들딸 구분말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게 젊은 부부들의 보편적 정서가 되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하지만 이처럼 출산률이 뚝 떨어진 것을 반가워 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출산률 감소는 새로운 사회문제를 잉태하고 있다. 출산률이 떨어지고 평균 수명이 늘어나 노인인구가 증가하면 그만금 젊은이들의 부양능력에도 부담이 간다. 경제성장이 어렵고 사회복지에 주름이 갈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은 이미 유럽 여러나라에서 충분히 경험한 바다. 이웃 일본이 출산을 적극 권장하고 있고 싱가포르가 '섹스는 곧 애국'이라면서 아이 더 낳기운동을 펴는 것이 좋은 예다.실제로 일본정부는 아이를 낳는 가정에 5년동안 매달 50달러씩을 주고 세번째 이후 자녀에 대해서는 매달 1백달러를 지원해 주고 있다 한다. 싱가포르 역시 세번째 아이부터는 각종 인센티브를 국가가 제공하고 있다. 인구감소를 우려하는 아시아 여러나라들의 형편이 똑같아 진 것이다.드디어 우리나라에서도 출산률 감소에 대한 대책이 법제화 될 모양이다. 최근 한나라당 백승홍(白承弘)의원을 비롯한 의원 34명이 출산안정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이다. 이 안에 따르면 셋째 자녀가 만 18세가 될때까지 양육비용 일부나 전부를 국가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등 상당히 구체화한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출산 장려, 아동수당 지급, 출산비용 조세감면등 법안 세부항목을 보면 앞의 일본이나 싱가포르에 못지않게 실질적 혜택이 눈에 띈다.그러나 복지부가 예산검토 작업등 현실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임으로 이 법안이 당장 성사될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이다. 다만 그렇더라도 이제 출산률 감소대책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국가적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 것은 소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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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13 23:02

[오목대] 집단 따돌림

연전에 대학 강사 출신의 30대 엄마가 여섯살배기 딸 아이를 살해 해 충격을 준 일이 있다. 그 나이 또래에 비해 지능이 낮고 신체가 왜소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런 상태로는 커서 학교에 가더라도 '왕따를 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살인이라는 극단적 행동 마저 서슴치 않게 한 것이다.'이 지성인 엄마의 우려대로 우리 학원내 왕따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교실청소를 열심히 했다는 이유로, 또래들보다 영어를 잘 한다는 이유로, 서클에 가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따돌림을 당하거나 폭력에 시달리는 학생이 적지 않다. 상급 학교로 올라 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극심하고 심심치 않게 사회문제화 하기도 한다.서울의 한 고등학생은 정신분열 증세까지 보여 부모가 소송을 제기한 일도 있는데 법원이 왕따 피해를 인정하지 않아 논란을 빚기도 했다. 현대 정신의학에서는 심리적 사회적 요인을 직접 원인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학계 소견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우리 사회는 확일화 집단화를 지향하는 의식이 뿌리깊다는게 일부 학계의 분석이다. 따라서 개인보다는 집단이 강조되는 분위기가 왕따를 낳는 근본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직장이나 심지어 군대에서까지 따돌림 현상이 심심치 않게 드러나는 것을 보면 이런 분석이 전혀 근거없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집단생활을 유지하고 결속시키는 방편으로 '왕따'는 희생양으로서 필요악이라는 분석이 그럴듯 하다. 가령 특정인을 증오의 대상으로 삼아 평온을 유지하고 강자로부터 받은 스트레스를 전위시켜 불만을 잠 재운다든지, 집단에 길들여 지지않는 이질ㅈ거 요소를 동질화 시키는 방편으로 '왕따'를 만들 수 있다는 해석이 그것이다.(((그러나 왕따를 당하는 장본인이 겪는 정신적 심리적 피해를 감안한다면 이런 현상은 당연히 타기 돼야 한다.))) 대부분 가정이나 학교, 직장등에서 그럴수도 있는 일, 개인적 처신의 문제쯤으로 안이하게 대처했다가 사태를 악화시키는 일을 얼마든지 목격할 수 있기 때문이다.엊그제 집단 따돌림을 견디다 못해 비관 자살한 한 대학생의 사연이 바로 그런 우려를 현실화 시킨 사례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집단화 확일화된 사회분위기속에서 개인의 사고가 창의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한 이런 유형의 비극은 얼마든지 재발할 수 있다. '왕따 없는 세상'을 기원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초등학생의 비극이 다시 생각나게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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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12 23:02

[오목대] 鄭회장의 죽음

고(故)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회장의 죽음을 두고 말이 많다. 도대체 모자랄 것이 없을 것 같은 정회장이 왜 갑자기 자살을 했는지, 현대그룹 후계자로 까지 지목됐던 그가 왜 변변한 재산하나 남기지 않았는지, 또 유서를 세통이나 쓰면서 왜 확실한 자살 이유는 밝히지 않았는지 세상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있는 것이다.자살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뜻을 확실하게 유서에 남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 줄의 글도 남기지 않는 사람이 있고, 유서는 남겼으나 그 의미가 뚜렷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정회장의 경우가 세번째에 속한다. 그가 남긴 유서의 공개된 일부를 통해 자살 동기를 유추해 볼 수는 있으나 그를 죽음으로 내몰은 직접적인 원인은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그의 가슴아픈 죽음이 세인의 입줄에 오르내리고 정쟁(政爭)의 도구로 까지 이용되고 있다.이 시대 대표적인 보수 논객이라는 조갑제씨(월간조선 대표)가 느닷없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이 자살의 배후'라는 주장을 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하고 있다. 그는 "정회장의 죽음이 정말 자의인가라는 관점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며 '김정일 정권과 김대중 세력의 협박'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정치권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한나라당은 정회장을 '햇볕정책의 희생양'이라고 선전하고, 민주당은 대북송금 특검을 무리하게 밀어붙인 한나라당의 책임이 크다고 맞받아친다. 하지만 정회장이 유서에 "남북교류가 지속되기를 바란다”고 분명히 쓴 것을 보면 누가 억지를 부리고 있는지 쉽게 짐작이 간다.문제는 그가 왜 자살할 수 밖에 없었는가라는 '진짜 자살이유'이다. 뭔가 결정적인 원인이 있을듯 한데 누구도 그것을 밝히려 들지 않고 있다. 영원한 현대맨이자 대를 이어 충성한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이 조문을 온 임동원 전국정원장에게 "회장님이 다막으려고 돌아가셨다”며 흐느낀 점이나, 정회장이 자살 직전까지 함께 있었던 가장 절친한 친구 박기수씨가 영결식도 보지않고 서둘러 출국을 한 점 등은 아무래도 찜찜한 뒷 맛이 남는다. 분단국가의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해 평화의 등불을 높이 치켜들었던 정회장의 죽음이 전설이 되어 떠돌아 다니게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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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11 23:02

[오목대] 휴가의 뒤안길

올 여름 휴가는 다녀 왔습니까? 살림살이는 좀 나아지셨습니까? 그리고 행복하십니까?올 여름을 모 정치인의 말투를 빌어서 표현하면 요즘 인사는 이쯤 될 것도 같다.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지만 국내외를 무론하고 휴가차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점차 느는 모양이다.이런 휴가의 대열에 구직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최악의 취업난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구직자들도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2.3% 정도는 잠시라도 휴가를 다녀올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들 휴가객들을 실어 나를 항공사들도 이번 여름을 한껏 기대하는 모양이다. 전세기와 특별기를 대거 투입하는 등 여름 특수잡기에 나선 것이다. 그동안의 불황을 만회해 보려는 이들 항공사의 판매전략은 우리들에게는 좀더 수월하게 여름휴가를 다녀 올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그런데 이런 여름휴가를 통해서 우리는 무엇을 얻는가? 지금은 어디를 갈 것인가 하는 고민보다 휴가를 통해서 무엇을 얻었는가를 정리해야 할 때인 듯 싶다. 앞서 언급한 구직자들의 경우 취업 스트레스를 이번 여름휴가를 통해 해소하고 잠시라도 심리적 안정을 취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한다. 이런 경우는 오히려 그 휴가목적이 선명한 경우에 속한다. 산을 찾는 사람들 중에서 가장 실속이 없는 사람들은 땅바닥만 바라보고 걷다가 빠듯한 일정을 마무리하는 경우다. 산을 찾았다면 일상을 잊고 산에서 만끽할 수 있는 정취에 흠뻑 취해 보는 것이 값진 휴가라 할 것이기 때문이다. 휴가를 통해서 휴식도 휴식이겠지만 견문을 넓히는 일 또한 새로운 시작을 위한 밑거름이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여행지에 가서 그 곳 사람들이나 박물관의 유물들이, 혹은 유적들이 내게 무언가를 말해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리고 혹여 이국땅에 가서 한국의 풍속과 풍경을 기대한다면 그 여행은 이미 실패한 것이다.휴가를 통해서 새로운 문화를 접할 기회를 얻는다는 것은 나를 비우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행위이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그네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다가서지 않으면 우리는 단편적인 몇 가지 현상을 가지고 우리의 삶의 잣대로 그들의 문화를 재단해내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러할진대 과연 이번 여름에 얻은 것은 무엇인가? 한 번쯤 돌아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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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8.09 23:02

[오목대] 입추

장기 불황과 실업·실직 사대 등으로 서민생활에 주름살이 깊이 패이고 있다. 생계 유지 자체가 힘든 극빈계층의 삶은 IMF체제때의 위기상황으로 회귀하는 느낌마저 준다. 거리에 실업자가 늘어나고 노숙자수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사회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중산층이 튼튼해야 한다. 하지만 IMF이후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자부하는 계층의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 중산층의 붕괴현상이다. 대신 전국민의 근 8%에 해당하는 3백20여만명이 준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파악하고 있는 숫자다.문제는 바로 이 준빈곤층이다.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은 사회불안 요소가 된다. 고소득층이 흥청망청 과소비를 일삼는 동안 막연한 적개심과 증오심을 키워 돌발적 사고를 저지르는 일이 흔하다. 얼마전 서울 지하철역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주부를 철길로 밀어 떨어뜨린 노숙자의 범죄가 이런 유형이다. 가난한 가정주부가 아이에게 먹일 우유를 훔치려다가 쇠고랑을 차는 일도 있었다. 어린 세 자녀를 고층아프트에서 던지고 스스로 투신자살한 30대 주부의 비극도 바로 엊그제 일어난 일이다.사회학자들은 최극빈층으로 분류돼 정부가 기초생활을 보장해주는 계층보다 한 단계 높은 '차상위(次上位) 계층'의 보호가 복지차원에서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차상위 계층이란 한마디도 가난하지만 근로능력이 있는 계층을 말한다. 이 계층은 특히 경기에 민감한 영향을 받으므로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가난과 질병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보건복지부는 적정한 사회보호를 받지 못하는 '준빈곤층'의 생계형 자실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나가기로 했다한다. 이들에게도 기초생활보장 체택을 맏을수 있도록 대상자 선정기준을 완화하고 건강보험료 면제및 경로연금·보육료 지원등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추진됐어야 할 일을 이제야 확인했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다행스런 정책발상이다.'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잘 살고 못 살고는 으누소관이라고도 ㅎ나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살아갈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것은 국가 시스템의 몫이다. 에릭포퍼라는 학자는 '극빈자들에겐 한 끼의 식사해결은 곧 하나의 달성'이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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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08 23:02

[오목대] 미국 서부 인디안

미국의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록키산맥까지의 사이에 널따란 모하브사막 등의 건조한 지역이 펼쳐져 있다. 하루 종일 달려도 사막만 보인다. 온대지역의 건조한 사막이어서 작은 풀이나 나무들이 자라는등 모래사막과는 다르다. 가도 가도 바위산, 빨간대지, 검은대지, 선인장, 관목 등이 황량한 대지를 점령하고 있다. 이러한 사막 여기저기에 많은 인디안 유적과 보호구역이 있다. 그리고 죽음의 계곡, 라스베가스, 후버댐, 그랜드 캐년 등이 중간에 있다. 텍사스에 이르기까지 남한 수십배의 땅을 1840년대 멕시코와의 전쟁을 통해 빼앗았다. 이들 땅을 먼저 도착한 백인들에게 공짜로 나누어 주었다. 더 많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인디안들은 더욱 나쁜 땅으로 몰아냈다. 그러다가 만든 것이 인디안 보호구역이다. 지금도 록키산맥에서 캘리포니아 사이에 수십개의 인디안 보호구역이 있다. 1900년대 초까지도 좋은 인디안이 죽은 인디안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인디안을 적대시하였다. 그 결과 1800년에서 1900년 사이에 북미의 인디안 인구가 대략 2000만명에서 45만명으로 줄었다고 한다. 광활한 대지의 주인들이 죽임을 당하든지 또는 가장 황량한 땅에 갇히게 된 것이다. 미국의 서부개척 영화들은 인디안들이 서부개척을 위해 마차를 타고 평화롭게 전진하는 백인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으로 묘사하였다. 실제는 그 반대였다. 백인들이 인디안들을 죽이는 것이 그 당시의 상황이었다. 한 명이라도 더 죽이기 위해 노력하였다. 인디안을 많이 죽여야 보상이 그만큼 많아졌기 때문에 인디안의 얼굴가죽을 벗기거나 귀를 잘라 죽인 수를 증명하였다. 인디안을 쫓아내기 위해 총기소유가 일반화되었고 그 결과 지금도 미국에서는 누구나 총을 소유할 수 있다. 인디안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땅을 백인들이 불법으로 침략해 들어오니 이를 막아내기 위해 백인들과 전쟁을 한 것이었다. 모하브사막의 곳곳에서 인디안들이 백인기병대와 최후의 전투를 벌였다. 자신의 가족을 모두 죽이고 전쟁에 나선 경우도 있었다. 창과 화살로 총으로 무장한 백인기병대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뻔히 알기 때문이었다. 굴종보다 서서 죽기를 원했기 때문이었으리라. 모하브 사막을 하루종일 달리다 보니 이들 인디안의 한숨소리가 들리는 듯했다.(미국캘리포니아에서 이정덕 위촉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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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07 23:02

[오목대] 準빈곤층 복지

장기 불황과 실업·실직 사대 등으로 서민생활에 주름살이 깊이 패이고 있다. 생계 유지 자체가 힘든 극빈계층의 삶은 IMF체제때의 위기상황으로 회귀하는 느낌마저 준다. 거리에 실업자가 늘어나고 노숙자수도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사회가 안정되기 위해서는 중산층이 튼튼해야 한다. 하지만 IMF이후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자부하는 계층의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 중산층의 붕괴현상이다. 대신 전국민의 근 8%에 해당하는 3백20여만명이 준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파악하고 있는 숫자다.문제는 바로 이 준빈곤층이다. 소득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은 사회불안 요소가 된다. 고소득층이 흥청망청 과소비를 일삼는 동안 막연한 적개심과 증오심을 키워 돌발적 사고를 저지르는 일이 흔하다. 얼마전 서울 지하철역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주부를 철길로 밀어 떨어뜨린 노숙자의 범죄가 이런 유형이다.가난한 가정주부가 아이에게 먹일 우유를 훔치려다가 쇠고랑을 차는 일도 있었다. 어린 세 자녀를 고층아프트에서 던지고 스스로 투신자살한 30대 주부의 비극도 바로 엊그제 일어난 일이다.사회학자들은 최극빈층으로 분류돼 정부가 기초생활을 보장해주는 계층보다 한 단계 높은 '차상위(次上位) 계층'의 보호가 복지차원에서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차상위 계층이란 한마디도 가난하지만 근로능력이 있는 계층을 말한다. 이 계층은 특히 경기에 민감한 영향을 받으므로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복지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가난과 질병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다.보건복지부는 적정한 사회보호를 받지 못하는 '준빈곤층'의 생계형 자실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해나가기로 했다한다. 이들에게도 기초생활보장 체택을 맏을수 있도록 대상자 선정기준을 완화하고 건강보험료 면제및 경로연금·보육료 지원등도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추진됐어야 할 일을 이제야 확인했다는 점이 아쉽긴 하지만 다행스런 정책발상이다.'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잘 살고 못 살고는 으누소관이라고도 ㅎ나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살아갈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것은 국가 시스템의 몫이다. 에릭포퍼라는 학자는 '극빈자들에겐 한 끼의 식사해결은 곧 하나의 달성'이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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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06 23:02

[오목대] 휴가문화

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열대야 현상까지 겹쳐 사람들을 더욱 지치게 했다. 본격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피서 행락도 절정에 달한 느낌이다. 전국의 해수욕장과 유명 산, 계곡 유원지등에 피서인파로 초만원이다.폭염을 피해 산이나 바다를 찾아 휴식을 취하는 일은 바람직하다. 모처럼 도시를 떠나 일상에 찌든 심신을 쉬게 하고 가족들과 단란한 한 때를 가짐으로써 재충전의 기회를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기회를 마련해 주기 위해 실시하는 휴가문화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참으로 별나다. 한꺼번에 똑같은 시기에, 똑같은 장소에 피서객들이 몰려드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는 것이다.주말 TV화면에 비친 부산 해운대나 강릉 경포대 해수욕장 풍경은 시원하다기 보다는 숨이 막힐 듯 답답하다는 느낌이 더 강하다. 도대체 그 고생길을 마다않고 찾아간 피서지에서 백만인파에 뒤섞여 무슨 여유를 찾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우리나라에서 이제 여름 한 철 휴가는 당연히 누려할 몫으로 여긴다. 가진 사람이나 못가진 사람이나 일종의 통과의례가 된듯 기를 쓰고 즐긴다. 하지만 잘 산다는 미국에서도 일반인중 14%, 전문경영인 중 21%는 연중 전혀 휴가를 가지 않는다고 한다. 일본의 대다수 직장인들은 평균 18일간의 연차 휴가중 절반에 못미치는 8∼9일만 휴가에 사용할 뿐이라고 한다.이런 수치는 미국인이 연중 12.8일을 쓰는 것에 비해 훨씬 짧고 유럽 직장인들이 6주만에 한번 꼴로 휴가를 내는데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불경기도 생활이 어렵다고는 하지만 휴가철 모습만으로는 우리나라도 잘 사는(?) 나라 축에 끼일만 하다. 고속도로를 꽉 매운 피서 차량 행렬하며 외국의 유명 피서지를 찾아 나서는 부유층의 해외여행 붐이 그렇다. 그러나 휴가를 다녀와야 체면치래를 한다는 생각이 꼭 옳은지는 생각해 볼문제다. 태국의 '방콕' 여행이 아니라 '방에 콕 박혀서' 휴가기간을 보내는 신종 휴가가 개인의 재충전을 위해 더 유용하다는 실속파도 많다.무엇보다도 휴가효과라는 것이 기껏 3일을 못넘긴 다들 사회학자의 조사결과도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휴가 후 첫 출근하는 날 업무에 재진입한다는 스트레스를 더 크게 받는다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은 한창 휴가철이다. 들뜨지 않고 자기 형편에 맞는 알뜰한 휴가계획을 짜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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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05 23:02

[오목대] 自殺

지난달 17일 인천에서 생활고를 비관한 엄마가 세자녀와 함께 투신자살 했다는 비보(悲報)에 애통한 마음이 채 가시기도 전, 29일에 또 우리 전주에서 젊은 부부가 "아이들만 놓고 갈 수 없어 데리고 간다”는 유서를 남기고 두 딸과 함께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계속되는 경제불황 탓인지, 상대적 빈곤감 때문인지 최근 들어 자살사건이 부쩍 늘고 있다. 마치 우리 사회가 '자살 바이러스'에 감염돼 '자살 증후군'을 앓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사업에 실패해서, 직업을 못구해서, 카드빚 때문에 심지어 가정불화를 비관해서, 쌍거풀 수술이 잘못돼서, 인생이 허무해서… 그 이유도 갖가지다.경찰청 통계에 다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자살건수는 총 1만3천55건으로 전년 대비 6.3%가 늘었다. 하루 평균 63명이, 1시간에 1.5명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우립다 살기가 좀 낫다는 일본도 아직가지 이렇다할 '자살억제 프로그램'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지난해 한해동안 일본에서 자살한 사람은 모두 3만2천1백43명으로, 불명예스럽게도 5년 연속 자살자 수가 3만명대를 넘어서고 있다. 인구비례로 따진다면 자살률이 우리보다 오히려 높은 편이다.인간의 생명에 대한 태도는 시대에 따라 크게 변하고 잇다. 서구문명에 오랫동안 강력한 영향을 준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큰 범죄로 취급했다. 특히 중·근세에는 더욱 엄격하여 자살자를 중죄인으로 취급, 그 시신을 다시 끌어내 목을 치거나 교수대에 매달아 길거리에 전시하기도 했다. 자살을 기도했다가 살아남은 사람도 발각되면 사형을 면치 못했다.그러나 현대에와서는 자살행위 자체에 대해 윤리적 책임을 묻지 않는 추세로 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시한부 인생을 사는 환자를 놓고 '죽을 권리'에 대한 논쟁이 일었다. 법원은 "정상적인 판단능력을 가진 환자가 스스로 존재의미와 인명의 신비성을 규정하는데 정부가 간여할 바가 아니다”는 이유로 자살을 도와준 의사를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물론 경우가 다른 자살행위지만 사회가 복잡한 구조로 발전하면서 인명경시풍조가 만연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 금할수가 없다. 정신과 의사들은 자살은 치료받으면 나을 수 있는 일종의 병이라고 한다. 삶과 죽음 사이에서 고뇌하는 그들에게 따뜻한 말한마디가 좋은 치료약이 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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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04 23:02

[오목대] 시베리아의 휴가문화

우리는 지금이 한창 휴가를 즐길 때지만 러시아에서는 이보다 이른 6월 경부터 휴가를 떠난다. 그리고 우리가 화끈하게 몰아서 쉬는 편이라면 이들 러시아 사람들은 기간을 길게 잡고 좀 느긋하게 쉬는 편인 모양이다. 우리의 경우는 사실 쉬는 것이라기보다 또다른 종류의 노동이라고 표현해도 될 정도이지만 이들이 휴가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 우리 눈에는 한심스러울 정도로 편히 쉰다. 이런 휴가문화는 이르쿠츠크가 성립된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이 곳 이르쿠츠크는 데까브리스트 혁명의 주역들에 의해서 형성된 도시이다. 이들이 나폴레옹 군대를 쫓아 유럽까지 진격하면서 체험한 유럽문화는 이들의 유배지였던 이르쿠츠크를 '시베리아의 파리'라고도 부른다. 덕분에 이 곳에서 느끼는 휴가문화는 유럽풍의 휴가와 별반 다르지 않게 느껴진다. 시베리아 사람들이 사랑하는 휴양지는 단연 바이칼 호수다. 러시아가 지하수를 음용수로 사용할 수 없는 나라지만 바이칼 호수 덕분에 이런 식수문제로 어려움을 겪지 않는 것도 이들의 자랑거리가 된다. 더구나 바이칼 호수의 물은 차갑운 물을 이들은 일상적으로 사용한다. 그러니 시베리아 살맏르에게 바이칼은 어머니의 젖줄과도 같은 존재이다. 이들의 휴가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다카'라는 밭이 딸린 집이다.풍광이 아름다운 바이칼 호숫가에 형편이 닿는 대로 마련한 땅에다 이들은 직접 통나무 집을 짓는다. 그리고 집앞 빈 터에는 먹을 만큼의 야채를 종류별로 심어서 가꾸는 재미까지 즐긴다. 물론 이런 식용식물뿐 아니라 관산용식물을 심어서 꽃을 보면서 휴가의 즐거움을 완상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들이 이런 휴가를 즐긴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시베리아에서 중심이랄 수 있는 이 곳 이르쿠츠크 시내에는 지금도 폐차장에서나 볼 수 있는 차들이 예사로이 거리를 질주하고 낮술에 취해서 비오는 거리에서 아무렇게나 쓰러져 잠을 자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이들이 휴가를 떠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재충전의 의미를 잘 알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아시아 이르쿠츠크에서 정영인 위촉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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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02 23:02

[오목대] 부패신고 보상제

정부 부처가 각종 불법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보상금을 지급하는 경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쓰레기 불법투기, 밀렵, 약품 불법판매, 불량식품과 유통기한 초과 제품 판매, 노래방에서의 음주 및 접대부 고용, 신용카드 위장 가맹점, 코스닥시장에서의 불공정 거래, 입찰·가격담합 등이 현재 신고자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불법행위들이다.모든 제도에는 동전의 양면처럼 순기능과 더불어 역기능이 있을 수 있다. 어느 제도가 순기능이 있더라고 역기능이 국민에게 더큰 피해와 문제점을 안겨준다면 그 제도는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교통법규위반 신고 보상제이다.지난 2001년 3월 처음 도입된 이 제도는 시행 첫해 전국적으로 2백77만건 신고에 한건당 3천원씩 계산되는 보상금으로만 83억원이 지급됐다. 전문 신고꾼인 카파라치의 연간 최고수입이 억대를 넘는 엉뚱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카파라치 양성소가지 생기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신고건수가 말해주듯 제도시행이후 교통법규 준수율이 높아지고 사고를 줄이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역기능 또한 컸다. 보상금만을 노린 카파라치가 늘어나고, 잘못된 시설이나 교통체계로 인한 불법책임을 개인운전자에게만 묻는다는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게다가 공권력이 스스로 권위를 훼손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결국 이같은 발상은 시대착오적이고 비윤리적이라는 여론에 따라 국회에서 예산이 삭감되면서 이 제도는 올해부터 시행되지 않고 있다. 취지와 목적이 좋은 제도라도 국민적 합의와 공감대가 필요한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최근 부정부패 척결을 선언하고 나선 검찰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들고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오늘부터 부정부패와 비리혐의자를 신고하는 사람에게 최고 5천만원의 신고보상금을 주기로 한 것이다. 부정부패와 뇌물거래는 은밀하게 이뤄져 적발 자체가 어렵다. 검은 돈을 현금으로 주고 받으면 계좌추적도 힘들다. 궁여지책으로 신고보상제를 시행하기로 한 검찰의 심정을 이해할 만하다.현재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부정부패 불감증이 만연해 있다. 부정부패 척결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참여정부의 과제이기도 하다. 신고의 의한 수사도 필요하지만 법과 제도만으로 부정부패를 막는데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국민 개개인의 의식개혁과 함께 외부감시가 어려운 공직사회의 내부고발 활성화등 자세변화도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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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8.01 23:02

[오목대] 라스베가스

네바다주는 도박이 허락된 주이다. 그래서 도박이 성행하였다. 1945년 LA의 갱두목인 벅시가 네바다주에서 LA에 가까운 라스베가스에 12층 호텔의 카지노를 개설하였다. 이때부터 사막한 가운데의 소읍에 불과하였던 라스베가스가 갑자기 도박도시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공개적인 도박산업의 가능성이 알려지면서 앞다투어 카지노를 건설하였다. LA 뿐만 아니라 뉴욕이나 해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도박을 위해 라스베가스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처음에는 도박장이 각종 폭력조직과 매춘과 연결되어 이미지가 나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을 불러오기 위하여 치안을 강화하고, 각종 도박관련 규제를 강화하며서 점차 누구나와서 즐길 수 있는 안전한 도박도시로 성장하였고 라스베가스는 불야성을 이루기 시작하였다.그러나 1970년대 미국동부지역인 아틀란틱시티에도 카지노가 개설되기 시작하면서 동부사람들이 서부인 라스베가스로 오는 회수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이때부터 아틀란틱시티와 본격적인 차별화가 시작되었따. 가족을 위한 테마파크 형식을 갖추기 시작했다.롯데호텔의 10배좀 되는 도박장을 개설하면서 다양한 공연장, 컨벤션센터, 테마파크를 동시에 갖추어 가족이 함께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양한 쇼, 타이틀전, 컨벤션, 전시회, 학회들을 통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이 모임에 참석하고 동시에 도박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때부터 가족과 함께 라스베가스를 방문하는 사람이 급증하였다.인구 40만에 불과하지만 각종 연예인이나 스타를 만들어 내고 전세계의 스타가 모이는 장소가 되었다. 또한 다양한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하였다. 연계계로 진출하려는 많은 사람이 이곳의 쇼에 출연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쇼와 테마파크도 갈수록 화려해지고 있다. 뉴욕, 베네치아, 파리를 모방한 테마형식의 도박장이 늘어나고 있다. 물쇼, 불쇼, 마임쇼, 단막쇼, 뮤지컬 등 상상가늠한 모든 쇼가 공연되고 있다. 모두 자기 카지노로 사람들을 끌어들이려는 노력이다.또한 어떻게 해서든지 카지노에 오래 머무르게 한다. 로비에 의자가 없다. 카지노 장에는 시계나 창문이 없다. 호텔 1층은 모두 카지노 차지다. 호텔방에는 시계도 없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도박만 하라는 뜻이다. 화려한 불빛 뒤에는 도박으로 재산을 탈진한 수많은 사람의 한숨이 숨겨져 있다. 그래도 한탕의 꿈은 계속 사람을 유혹하고 있다.<하와이에서 이정덕 위촉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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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31 23:02

[오목대] 촛불밝힌 부안

자연과학의 발달로 인류가 문명의 빛인 전기를 사용하기 전까지 촛불은 다만 어둠을 밝혀주는 도구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 촛불의 물리적 효용이 지금도 변함은 없지만 자신의 몸을 살라 세상에 빛을 준다는 상징성은 종교와 결합해 또다른 의미를 낳고 있다. 희생과 봉사, 그리고 엄숙주의라는 전신세계의 빛 역할이 그것이다.기독교에서 촛불은 세상에 진리의 빛을 안겨준 예수의 상징이다. 촛불앞에 무릎 꿇고 인류 구원을 간구(懇求)하는 예수의 모습은 끝내 고난의 십자가를 맨 자기 희생의 상징이다. 부활절이나 성탄절때 교회마다 촛불을 밝히고 예배를 드리거나 행진을 하는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불교에서도 마찬가지다. 법당의 부처님 앞에 촛불을 켜 놓고 예불을 드리는것은 끊임없는 우러름과 정성, 깨달음을 준데 대한 불자들의 감사와 찬탄의 마음을 이깨우자는 뜻이다.이런 종교적인 의식을 바탕으로 촛불은 우리 사회에 막연한 불신과 증오, 불의와 악을 물리쳐 달라는 기원의 상징으로도 널리 밝혀지고 있다. 지난해 6월 한달 서울시청 앞을 뜨겁게 달군 대규모 촛불시위의 감등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미군장갑차에 치여 죽은 두 여중생을 추모하는 10만 시민·학생의 촛불시위 행렬은 이 시대 시민운동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으며 한·미 관계를 재정립하는 성찰의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도 비폭력·평화적 시위문화의 전형을 선보인것은 또다른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그 촛불시위가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유치문제로 보름이상 갈등을 빚고있는 우리고장 부안에서도 연일이어지고 있다.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이 시위에는 각 읍면 농민회 종교단체, 가족단위 주민등 2천여명이 참가하고 있지만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은 없는 모양이다. 그야말로 비폭력 평화시위로 '핵 폐기장 없는 아름다운 부안'을 만들자는 간절적 호소를 담고있는 것이다.방폐장 유치문제는 비단 부안군민뿐 아니라 도민 모두의 문제이다. 우리 모두의 희망일수도, 절망일수도 있다. 그 결론을 지금 당장 내릴수도 물론 없다.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다. 다만 우선 내려진 유치결정을 놓고 그 논란의 시발점을 거기서 시작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비 내리는 밤, 촛불을 켜들고 간절히 기구하는 주민들의 모습에 연민의 정을 느끼지 않는 도민이 어디 있으랴. 그러나 안타깝지만 아직 촛불을 켤때는 아니라고 한다면 망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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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30 23:02

[오목대] 高齡사회 삶의 질

노인들의 경험이나 지혜를 말 할때 흔히 인용하는 고사(故事)가 노마지지(老馬之智)다. 춘추시대 제(薺)나라 환공(環攻)이 군사를 이끌고 이웃나라 정벌에 나섰다가 길을 잃고 헤매게 되었다. 그러자 환공을 수행한 관중(管仲)이 이럴때는 '노마지지'를 빌려야 한다며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놓고 그 뒤를 따라간 결과 잃어버린 길을 되찾았다고 한다.아무리 나이 들어 뒷전에 물러나 있는 노인들이지만 그들의 지혜나 경험은 가정이나 사회생활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설사 그들의 지혜나 경험을 활용하고 싶어도, 그렇만한 자리가 별로 없다. '사오정' 이니 '오륙도'니 하면서 60넘어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으면 '국보급'이라는 비아냥(?)이 들리는 세상이니 그럴수박에 없을만도 하다.하지만 지금은 전세계적으로 노령화사회다. 우리나라의 인구구조도 출산율 급감과 노년인구의 급증으로 2019년이면 노인인구가 14%에 달하는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이라는게 통계청 발표다. 특히 우리나라의 고령사회 진입속도는 유럽 선진국이나 미국·일본보다도 최고 6배이상 빠라 2026년이면 2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야말로 '초고령화 사회'대열에 들어선다는 것이다.당연히 지금 중요한것은 '얼마만큼 더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느냐'의 방법론이 노인문제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생물학적 활동능력과는 관련 없이 전개되는 조기퇴직의 여파와 젊은 세대와의 단절감까지 노인세대의 소외와 상실감은 심각한 수준이다.이들에게는 스트레스를 풀어 줄만한 마땅한 위안거리조차 없다. 1백원짜리 고스톱으로 상징되는 '노인정 문화'말고는 그들이 눈 뜨고 있는 문화소비 욕구를 충족시켜 줄만한 사회적 프로그램은 쉽게 찾아보기 힘든게 오늘의 현실이다. 그런데도 노인문제는 언제나 검토과제로 밀려나 있고 주부부처의 목청도 그리 크게 들리지 않는다.OECD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들은 67세를 넘어서까지 일을 해야 하는것으로 나타났다. 연금 퇴직금등 사회안정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 수치는 OECD가입국중 최고치다. 바꿔 말하면 노년의 삶이 그만큼 고달프다는 뜻이다. 할 일이 없어 뒷짐진채 헛기침이나 하는 노인이나 단순 노동으로라도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노인들의 처지는 똑 같다. 이런 경우는 '삶의 질'도 중요하지만 우선 사회정책적 배려가 더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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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29 23:02

[오목대] 世代교체

르네상스기 이탈리아 역사학자이자 정치이론가인 마키아벨리(1469-1527)는 그의 저서 군주론(1513)에서 '정치는 도덕과 구별된 고유 영역'이라는 이론을 주창했다. 그는 ”군주가 인간으로서 제 덕성을 갖추고 있는 것은 경에 따라서 유해하기조차 한 것이고, 다만 극히 필요한 것은 그러한 제 덕성을을 갖추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일"이라고 하여 정치를 도덕과 완전히 독립시켜 파악코자 했다.그는 또 한술 더 떠 ”군주는 필요한 경우 신의를 배반하고 간계로써 국민을 혼란에 빠지게 하는 것도 부득이 한 것"이라면서 ”군주는 여우의 교활함과 동시에 사자의 용감성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지금부터 4백90년 전의 정치상황을 배경으로 쓰여진 책이니 오늘의 정치현실과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라 하겠으나 이 군주론이 근대 정치사상의 기원이 됐다는 평가에는 많은 학자들이 공감하고 있다. 더구나 어느 면에서는 그의 군주론이 오늘날까지 유효하다는 점이 놀랍고, 군주를 위해 썼다는 이 책이 역설적으로 인민들에게 '폭정의 비밀'을 가르쳐주어 진정한 독자는 군주가 아니라 인민들이 됐다는게 재미있다.정권을 재창출한 여당이 신당을 창당하겠다고 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대통령 핵심 측근인 안희정(安熙正)씨가 느닷없이 '세대혁명론'을 들고 나오는 것을 보니 대충 감이 잡힐듯도 하다. 그렇잖아도 신주류·구주류·중진그룹·소장그룹이 나뉘어 티격태격 하다가 굿모닝시티 사건으로 음모론까지 가세하여 도무지 헷갈리던 판에 이 세대교체론은 난마처럼 얽힌 정치판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하지만 세대교체가 정치인 몇사람의 뜻대로 그리 쉽게 이뤄질 수 있는 것인가. 대중음악이나 운동·영화같은 분야는 주소비층이 젊은이들이기 때문에 세대교체가 비교적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으나 정치는 소비층이 광범위하게 퍼져있어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당선으로 일단 세대혁명이 일어났다고 보는 시각도 있겠으나 호남 몰표와 기득권층에 대한 반발표를 고려한다면 꼭 그렇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세대교체는 몇몇 정치인이 원한다고 될 일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국민들이 선택해야 할 몫이다. 지금은 르네상스 시대가 아니다. 정치인들은 권모술수에 빠져들 일이 아니라 국민들을 두렵게 아는 마음가짐부터 갖춰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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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28 23:02

[오목대] '브랴트'사람들

시베리아 이르쿠츠크에서 북쪽으로 약 한 시간 거리에 '우스 짜르든스키'라는 조그만 마을이 있다. 이른바 브랴트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다.적어도 이르쿠츠크에서는 브랴트 마을 사람들을 그리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네와 가장 흡사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 이들이 바로 브랴트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 곳 이르쿠츠크에서는 이들 브랴트 사람들과 몽골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둘 다 우리네와 외형적으로 정말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하지만 우스 짜르든스키에서 보게 된 광경들은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우리를 맞으러 집밖 먼 발치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던 것도 그 중의 하나였다. 이들은 불을 피워 놓고 그 위로 손님들이 건너기를 권하였다. 불과의 첫 만남이었다. 이들은 우리가 그 의식을 마칠 때까지 '잔자'라는 현악기 반주에 맞추어 환영의 노래를 불러 주었다.그런데 그 노랫말은 따로 정해진 것이 없이 즉흥적으로 지어서 부른단다. 정형의 노래로 발전하기 이전 단계를 확인할 수 있었던 현장이었다. 그 다음 순서는 우유가 든 잔에 입을 댔다가 뗀 뒤 그 그릇에 손가락을 담가 세 번 허공을 향해서 튕기는 행위였다.손님맞이 행사는 우리가 대문을 들어 서는 순간에도 이어졌다. 대문의 양켠에서, 그리고 대문에서 마당에 이르는 길목에 이들 브랴트 사람들은 꽃단장을 하고 우리를 노래로 맞아 주었다.그런 환영의식은 연장자를 찾아서 자신들이 준비한 예복으로 갈아 입히고 양 팔을 서로 굳게 마주 잡고 유대의식을 확인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몇 가지 의식을 더 거친 다음에 권한 의식은 우리를 한 번 더 놀라게 하였다. 바로 '고시레'그 자체였다. 우리 조상들은 제의식 등을 치르고 '고시레'를 한다. 바이칼의 후예들인 이들 브랴트부족 역시 태양을 향하여 고시레를 한다. 다만 이렇게 '고시레'를 할 때 이들은 따로 소리를 지르지 않을 뿐이다.우리가 바이칼에 근접한 '우스 짜르든스키'에서 확인한 이런 행위가 한민족의 뿌리를 확인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는지를 판단하기에는 아직 섣부르다.하지만 손님맞이 행사가 다 끝났고 말도 통하지 않음에도 굳이 찾아와서 친금감을 표시하고 나이를 확인하며 연장자를 깎듯이 예우하는 그네들 모습에서 우리의 시원(始原)을 찾는 노력이 터무니없는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러시아 이르쿠츠크에서 정영인 위촉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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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26 23:02

[오목대] 전통술 막걸리

막걸리와 소주를 놓고 어떤 술이 전통주인지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우리 민족과 오랫동안 애환을 함께한 술은 단연 막걸리 일성 싶다.막걸리란 이름은 곡주가 익어 청주와 술 지게미를 나누기 이전에 막 걸러서 만든 술이라 해서 붙여졌다. 그 역사 만큼 이름도 많다. 색깔이 희다하여 백주(白酒), 탈하다 하여 탁주(濁酒), 집집마다 담가 먹었다 해서 가주(家酒), 농사철 새참으로 빠지지 않아 농주(農酒), 제사때 제상에 올린다 하여 제주(祭酒),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 하여 국주(國酒)라고 불렀다.우리 고장에서는 모주(母酒)라면 막걸리에 황설탕과 계피 등을 넣고 끓여 만든 속풀이용 술을 일컫지만, 실제는 조선조때 제주도에 유배당한 인목대비의 어머니 노씨(虜氏)부인이 술 지게미를 재탕한 막걸리를 섬 사람들에게 나누어준 것이 연유가 되어 왕비의 어머니가 만든 술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막걸리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다. 고려때 배꽃 필무렵 막걸리용 누룩을 만든다고 하여 당시 막걸리를 이화주(梨花酒)로 불렀다고 하니 그 이전 상고시대부터 내려온 술로 추정된다. 우리 생활에서 오랫동안 가깝게 지내다 보니 우리의 풍토나 농경생활, 그리고 한국인의 생태에 걸맞아 '막걸리 오덕론(五德論)'까지 생겨 칭송될 정도였다. 허기를 면해주는 것이 일덕, 취기가 심하지 않은 것이 이덕이고, 추위를 덜어주는 것이 삼덕이며, 일하기 좋게 기운을 북돋아주는 것이 사덕이고, 평소 못하던 말을 하게 하여 의사를 잘 소통시키는 것이 오덕이다. 이처럼 우리 농경사회와 동고동락해온 막걸리가 80년대 부터 급전직하로 추락했다. 70년대만 해도 점유율이 70%에 달했으나 소주와 맥주에 꾸준히 밀리면서 현재는 2∼3%에 그치고 있다. 농촌의 새참거리가 자장면과 맥주로 대체되는 풍속도가 자리잡으면서 읍면단위 양조장은 줄줄이 문을 닫고 말았다.이같이 쇠락의 길을 걷던 막걸리가 올해초 부터 애주가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맛이 좋아진 탓도 있겠지만 경기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서민들이 다시 막걸리를 찾기 때문이다. 전주시 막걸리 제조업체인 전주주조공사의 경우 올들어 6월말까지 판매된 막걸리가 35만7천병(1병 750㎖)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 증가했다고 한다.우리의 전통주 막걸리의 진가를 깨달아 찾는 애주가가 늘고 있다면 반가운 현상이지만, 호주머니 사정때문에 막걸리를 많이 찾는다니 반길 일만도 아닌것 같다. 이래저래 고통받는 것은 서민들 뿐이니 그저 씁쓸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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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25 23:02

[오목대] 하와이와 관광

하와이는 남태평양의 원주민들이 AD 400년에서 700년 사이에 건너와서 거주하기 시작했다. 섬별로 추장들이 통치하다가 1791년 하와이섬의 카메하메아왕이 통일하여 하와이 왕국을 건설하였다.1800년대 백인들이 들어와 사탕수수 폴란테이션을 시작하였다. 농장노동자로 중국인, 일본인, 한국인들을 데려오면서 백인, 원주민, 아시아인이 사는 섬이 되었다.1893년 백인농장주들이 반란을 일으켜 하와이가 미국에 보호령이 되었다가 결국 1961년 50번째주로 병합되었다. 이렇나 역사 때문에 일부 원주민은 지금도 독립협회를 조직해 활동하고 있지만 원주민 숫자가 10만명도 안되어 별다른 영향은 없다.현재 하와이에 121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데 백인, 일본인 순으로 많고 이들이 주지사, 상원의원 등의 주요직책을 장악하고 있다. 한국계는 4만명에 이르지만 아직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힘이 약한 편이다.관광지인 와이키키에는 일본인과 일본어 간판이 눈에 띈다. 하와이를 방문하는 관광객수가 700만명인데 그중 미국본토에서 4백만명, 일본에서 200만명 정도가 온다. 한국인은 IMF전에는 1년에 12만명이 왔으나 현재는 5만명정도 온다. 일본인은 하루에 220불, 미국인은 150불, 한국인도 그정도 쓰고 있어 일본인이 가장 큰 손으로 알려져 있다.이러한 관광객이 지출하는 돈이 1년에 110억불이나 된다. 파생산업까지 고려하면 하와이경제의 60%가 관광에 의존하고 있다. 1950년대 가장 못살던 곳이 가장 잘 사는 곳으로 변하였다. 그러나 동시에 물가와 집값도 비싸다. 와이키키 주변의 아파트는 33평에 5억원이나 된다.하와이의 교민들도 관광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가장 많다. 최고의 관광지인 와이키키에 가면 수많은 가게와 식당을 한인이 운영하고 있다. 어디에서나와 마찬가지로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기 때문에 비교적 빨리 생활이 안정되는 편이다.그러나 관광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도 많다. 일본이 10연년간 불황에 빠져 일본인들이 돈을 적게 쓰고 있다. 그래서 가게를 하는 많은 한인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더구나 9·11 테러나 이라크전쟁으로 미국본토에서 방문하는 사람도 줄어들었다. 한국 관광객이 미국비자발급이 어려워져 더 줄지 않을까 걱정이 많다.자체적으로 제조업이나 다른 산업이 발전되지 않은 상태라 하와이의 경제가 관광객의 숫자에 따라 흔들리고 있다.<하와이에서 이정덕 위촉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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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7.2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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