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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콩나물 경쟁력

전주 콩나물국밥의 성가( )는 새삼스럽게 강조 할 필요도 없다. 그만큼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전주의 대표적 먹거리중 하나다. 술꾼 치고 아침 해장국으로 콩나물국밥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뚝배기에 담아 얼큰하게 끓인 콩나물국밥은 국물이 기름지지 않고 시원하여 쓰린 속을 시원하게 풀어 주는게 그만이다.지금은 도로망이 발달하여 전국 곳곳의 토속음식을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전주 콩나물국밥만은 다르다. 같은 콩나물이라도 전주지방에서 기른 콩나물이 유별나기 때문이다. 콩을 동이에 담아 기르는 과정에서 전주지방의 수질이 독특한 맛을 형성한다. 콩나물의 줄기가 통통한데다가 곧게 뻗었으며 적당량의 잔뿌리가 나 영양가도 높다.콩나물 1백g에 들어있는 비타민C의 양은 13㎎으로 사과보다 세배가 많다. 성인이 하루에 필요로 하는 양의 4분의1에 해당된다. 또한 알코올 대사를 촉진시키는 아스파르트산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서 숙취를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런 영양소들도 보통 발아후 7일까지는 증가하다가 그 이후에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한 7일이상 기르면 맛도 떨어진다. 그 기간을 정확히 지키면서 온갖 조리기법을 동원해 끓여내는것이 전주 콩나물국밥이다. 다른 지방에서 흉내낼수 없는 독특한 맛을 내기때문에 사람들이 잊지 못하는 것이다.엊그제 일본의 한 광고회사가 전주의 경쟁력은 '맛'이고 그 대표적인 음식이 콩나물국밥이라고 평가했대서 관심을 끈다. 지난달 29일 전주를 방문해 소리축제 공연을 참관한 후 전주지역 음식점들을 두루 살펴본후 내린 결론이라 한다. 일본사람들이 전주 비빔밥에 반해 자기들 식의 돌솥비빔밥을 개발해 인기를 끌고있는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전국 도시락투어를 관광상품으로 내놓는 저들인지라 음식문화에 접근하는 방식도 우리와는 확연히 다르긴 하다. 하지만 새삼스럽게 비빔밥 대신 콩나물국밥을 전주의 경쟁력으로까지 높이 평가하는 속래가 궁금하다. 이를테면 비빔밥은 우리도 잘 알고 있으니 이제 콩나물로 승부를 걸라는 속보이는(?) 충고는 아닌지 찜찜하다는 생각이다.한국을 가장 많이 찾는 일본인 관광객들이 전주콩나물국밥에 매료된것이 싫지는 않다. 그러나 그 성가에서 불구하고 음식점 위생환경을 보면 아직 만점을 주긴 이르다. 내일 모레 전국체전에 대비해서 국내 손님들에게부터 맛의 고장다운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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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10.08 23:02

[오목대] 법원서 들려온 감동

법은 엄중한 것이고 그것을 다루는 법관은 어딘가 위압적이고 근엄한 상대라는게 일반인들의 보편적 정서다. 그래서 사람들은 재판, 또는 판사, 법원이라는 소리만 나와도 딱딱하게 굳은 두려운 이미지를 머릿속에 담기 마련이다.법의 집행이나 운용을 두고도 세속적인 평가는 여러 갈래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는 보편적 진리는 굴절돼 보이고 '법은 피도 눈물도 없다'는 냉혹함만이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돈이 있으면(有) 무죄고 돈이 없으면(無) 유죄'라는 냉소적 시각도 산업화 과정에서 형성된 물신(物神)풍조의 부정적 단면의 하나다. 그러나 아직도 분명히 기억해야 할 것은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다. 그것을 재판과정에서 실증해 보이는 법관의 작은 몸짓이 우리에게 커다란 감동을 안겨주기도 한다.엊그제 임대료를 내지 못해 임대 아파트를 비워줘야 할 소녀가장을 도와준 판사의 얘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서울지법 남부지원 곽모판사가 그 주인공이다. 소녀가장은 임대료를 내지 못해 집을 비우라는 명도소송을 당했고 곽판사는 판결을 내려야 할 담당 판사였다. 그는 원고측 대리인을 판사실로 불러 '내가 판결해 나이도 어린 소녀가장을 집에서 겨나게 하면 어떻게 되겠느냐. 내가 체남금을 낼테니 소송을 취하하라'고 설득했다 한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들이 소녀가장 돕기에 나섰고 알뜰시장을 열어 모은 수익금으로 체납금을 해결해 줬다는 것이다. 물론 명도소송도 취하돼 재판은 종결처분 됐다.이런 사실은 원고측 소송대리인이 대법원 홈페이지에 사연을 올리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냉철한 법리가 지배하는 법원에서 이런 감동을 주는 인간적인 판사를 만나는것은 황무지에서 피어난 한 송이 꽃을 보는것과 같다'고 그는 곽판사를 소개했다고 한다.그 판사의 미거(?)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닐수도 있다. 법리 이전에 심증적 판단으로 약자를 보호한 법운용의 묘에 불과하다고 단순화 할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인간적인, 너무도 따뜻한 '가슴속 판결'은 지금 세태에서 그리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몇해전 재산문제로 소송을 벌인 가족들에게 '회심곡'을 들려 줌으로써 눈물의 화해를 이끈 한 법관의 사례와 함께 이번 곽판사의 합의조정도 모처럼 법원서 들려온 감동의 메아리로 오래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10.07 23:02

[오목대] 舌禍

사람이 한 세상 살다보면 자신이 전혀 예기치 못한 화(禍)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 말 때문에 당하는 설화(舌禍), 글 때문에 당하는 필화(筆禍), 전쟁이나 사고 또는 천재지변으로 당하는 불가항력적인 화 등등 그 경우도 수없이 많다. 이 가운데 설화는 사람이 조심하면 충분히 비켜갈 수 있는 성질의 것임에도, 한순간 방심하다 일을 저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나 지금이나 말 실수로 국가나 조직에 돌이킬 수 없는 위해를 끼치거나 패가망신하는 사례를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는데도, 끊임없이 설화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보면, 성인의 말씀대로 만가지 화의 근원이 입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국민의 정부 시절 설화사건 금메달감으로는 단연 진형구 당시 대검공안부장 취중실언사건을 꼽을 수 있다. 기자들과 오찬중 폭탄주 몇잔에 취기가 올라 비보도를 전제로 "조폐공사 파업은 검찰이 유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가 언론에 대서특필 되는 바람에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게된 것이다. 국정조사와 함께 특검수사까지 받은 진씨는 항소심에서도 노조법상 제3자개입금지 혐의가 인정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았으나, 최종판결에서 "두 조폐창의 통합은 진씨의 압력 때문이 아니라 조폐공 사장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검찰간부의 취중실언 한마디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켜 사회혼란과 국력낭비를 초래한 어처구니 없는 설화사건 이었다.참여정부 들어서도 어김없이 설화사건이 터졌다. '오페라 발언'과 '교사 비하발언'등으로 연일 설화를 불러온 최낙정 해양수산부장관이 발탁 2주만에 전격 경질된 것이다. '왜 우리는 태풍올때 오페라를 보면 안되나''노대통령은 내가 만나본 가운데 가장 훌륭한분''대통령이 위기에 처했는데 국무위원들이 몸으로 막아야 할 것 아니냐'는 등 대통령에게는 충성발언을 일삼던 그가 교사들에 대해서는 '초중고 12년 동안 존경하는 선생님이 한명도 없다'고 막말을 해대더니, 결국 화를 자초하고 말았다. 충성발언도 듣는 장본인의 얼굴이 화끈거리고, 주위 사람들이 역겹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차라리 욕이나 다름없다. 튀는 성격이라고 아무때나 튀면 틀림없이 화를 부른다는 것을 입증한 좋은 사례다. '조심하라. 입을 조심하라. 도끼보다 더 무서운 세치 혀를 조심하라'는 서양 격언이 따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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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0.06 23:02

[오목대] 사투리 경연

높은 하늘과 청량한 바람은 이제 가을이라고 말한다. 지방자치가 활성화된 후 많아진 것 중의 하나가 지방자치단체에서 개최하는 축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축제들 중에서 제대로 된 내용을 담아 내는 경우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별다른 데 있지 않다. 축제에 지역의 특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주최하는 지역만 다를 뿐 그저 그렇고 그런 행사들로 채워진 축제가 다수를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당장 눈앞의 요깃거리에 매달릴 수밖에 없고 다른 지역에서 성공했다는 공연을 그대로 재탕하거나 음식잔치로 전락하게 되어 축제의 진정한 모습을 잃게 되는 순서를 밟아 간다.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었을까. 요즈음 축제에 '사투리 경연'이란 이름의 행사가 자주 등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은 지역특색을 강화하려는 의미에서 긍정적으로 비쳐진다. 사실 지역성을 표피적으로 느끼는 데 사투리만한 것이 없다.한 때는 사투리 사용에 대한 괜한 거부감을 가졌던 때도 있었다. 소설과 시 등 문예물은 물론이고 공중파 방송에서도 예외 없이 표준어만 사용해야 한다는 계몽적인 시절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모 방송국의 개그 프로그램에서 하는 '생활사투리'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응은 절대적이다. 그뿐인가. 가스 강산에가 부른 '와그라노'는 이탈리아 음악으로 착각할 정도의 사투리 노래다. 이 정도라면 사투리는 장르를 무론하고 예술적 소재로도 거리낄 것이 없는 상황이다.그런 점에서 축제의 마당에 사투리가 한 꼭지 자리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것이다. 하지만 사투리라는 소재가 좋다고 해도 그것만으로 행사의 성공을 담보 할 수는 없다.수 년 전에 전남지역 모 방송사에서 사투리를 소재로 한 행사를 만들기는 했지만 이내 한계에 부닥쳤다. 이유인 즉 사투리를 곧 비속어로 인식하는 참가자들이 너무 많다 보니 대회장이 욕설 경연장으로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이런 '사투리 경연'의 현실을 잘 살펴서 기획하고 진행하지 않는다면 그 전철을 밟게 될 것은 뻔하다.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는 가장 손쉽고도 바람직한 방법은 주민들이 스스로 사투리를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다. 평소 써온 말들을 돌아보고 사투리의 역할을 정리하는 기회를 갖는다면 사투리 경연이 무엇을 지향해야 하는 지를 아는 것도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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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0.04 23:02

[오목대] 이공계 엑소더스

지난주 국감에서 교육부가 제출한 자료는 최근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주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중 서울대 공대생 88명이 자퇴했으며, 이 가운데 59%인 52명이 다른 대학의 의대나 한의대에 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학적을 유지한채 재수 시험을 치러 올초 다른 대학 의대 등에 합격한뒤 서울대를 자퇴한 것이다. 신입생정원의 9.2%에 해당하는 학생이 빠져나간 셈이다.이같은 현상은 우리나라 대표적 과학기술영재 두뇌양성기관의 하나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도 예외가 아니어서 올 1학기동안 78명(석·박사과정 포함)의 학생들이 자퇴했다. 지난해에 비해 두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자퇴학생 대부분은 의대·한의대 진학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요즘엔 기존의 이공계대학 졸업생을 마저 의·치대 편입시험을 준비하거나 고시로 눈을 돌리는등 '이공계 엑소더스' 현상을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이처럼 우수학생들이 이공계를 떠나는 이유로는 낮은 처우와 사회적 지위 약화, 장래 고용에 대한 불만, 열악한 연구환경등 여러가지가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기피현상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들 원인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근본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의사나 판검사, 변호사 만큼의 대우나 존경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과학기술부에 대한 국가적 배려와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되는 것이다.과학기술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이다. 우수한 과학자 한사람이 수만명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십억 달러의 수출산업을 이끌어가는게 오늘의 지식기반 사회다. 특히 부존자원과 자본이 빈약해 오로지 기술과 두뇌로 세계와 무한경쟁을 벌여야 하는 우리로서는 산업의 근간이 되는 과학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근해도 지나치지 않다.참여정부 출범이후 이공계 공직진출 확대방안 등이 마련되고 있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21세기 국가경쟁력을 뒷받침할 유능한 과학기술 정책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조치로 환영할만 하다. 아울러 과학기술직들이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풍토를 조성하는데도 정부가 앞장서주기 바란다. 우리사회의 우수한 인재들이 의사나 변호사로만 몰리는 사회현상을 치유하지 않는한 우리의 미래는 그리 밝지 못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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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0.03 23:02

[오목대] 전주세계소리축제

요즈음 계속 축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미 산조축제와 장수의 의암주논개축제는 끝났으며 전주세계소리축제, 군산종합예술제, 익산의 마한민속예술제, 김제지평선축제 등이 진행 중이며, 흥부제, 순창민속예술제, 정읍사문화제 등이 곧 시작한다. 전북을 대표하는 소리축제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어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천음야화처럼 많은 상상력과 신비함을 주는 프로그램도 대부분의 음악을 녹음하여 내보내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생각보다 사람들에게 신명, 상상력, 신비함을 주지 못하여 즐겁게 감상하고 음악에 빠지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 소리축제보다 프로그램 이름에서 주는 신비함은 증가하였고 시설배치나 전체적인 짜임새는 작년보다 좋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운영에서는 그러한 느낌을 아직은 주지 못하고 있다. 충분한 기획과 연습이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의 축제들이 항시 준비기간이 짧아 바쁘게 마무리하여 무대에 올리기에 벅차게 일이 이루어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홍콩의 예술축제나 또는 유럽의 많은 공연제들이 주요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1년 전에 기획이 되고 섭외가 되어 구체적인 것들까지 점검하고 연습하는 것과 비교된다. 선진국뿐만 아니라 많은 개발도상국들도 축제를 통해 삶의 활력을 찾고 있다. 축제의 수가 우리와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많다. 따라서 축제 수가 많다며 축제를 통폐합하는 것보다는 각각의 축제를 개선하고 더 좋은 축제를 계속 만드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좋은 축제를 위해서는 문제점을 계속 개선해가면 된다. 아비뇽 축제도 처음 5년 이상 시행착오를 겪었고 문제점들이 드러났지만 이를 계속 개선해 결국 세계적인 축제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축제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할 때 문제점과 함께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를 제기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이번 소리축제는 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평가를 제대로 하고 치열하고 문제를 찾아 개선해나가는 것이 시급한 것은 아닐까? 물론 평가팀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평가항목과 평가기준에도 항시 논란이 있다. 그렇다고 평가를 하지 않으면 축제개선에 그만큼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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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0.02 23:02

[오목대] 샤워꼭지 경제論

아인슈타인이 죽어서 천당에 갔다. 당연히 천당에는 천사들뿐이었다. 그런데 이 천사들의 지능지수(IQ)가 모두 달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생전의 천재 물리학자도 고민이 아닐수 없었다. 그가 천사들과 나눈 대화는 이랬다.첫번째 만난 천사가 자신의 지능지수가 150이라고 밝혔다. 아인슈타인은 반가운 표정으로 '우리 자주만나 물리학 토론을 하지요'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두번째 천사는 지능지수가 120이라 했다. 아인슈타인은 덤덤한 말투로 '우리 언제 정치학 얘기나 한번 나눕시다'하고는 얼굴을 돌렸다. 세번째 만난 천사는 지능지수가 90이라고 했다. 그러자 아인슈타인은 몹시 측은한 어조로 '언제 경제전망이나 들려 주구려'하면서 얼른 자리를 떴다.이 우스개 소리가 경제학자에게 보내는 야유인지 아니면 자주 들리는 경제전망을 비꼬는 말인지는 알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것은 후하게 평가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경제란 그처럼 어려운 것이고 정책 오류도 따를수 밖에 없다는 뜻도 포함될 것이다.경기회복이 더디고 경제 여건이 불투명해지자 정부가 올 4·4분기 경기활성화대책을 내놓았다. 여러 대책가운데는 신용카드사의 현금서비스 비중을 높이는 조치도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지난해 5월 신용불량자 양산을 막기 위해 서비스 한도를 줄였던것을 일부 해제해 소비를 진작시키겠다는 것이다. 서비스 한도를 높이면 당장 카드 소지자들이 한 숨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제살 깎아 먹기라도 그만큼 여유가 생길테니 카드빛 때문에 목숨을 끊거나 각종 범죄유혹에 빠지는 일도 줄일수 있을것이다. 솔직히 가난한 카드소지자들에겐 복음(福音)일수 있다.그러나 이런 조치에 대해 경제학자들의 견해는 대체로 비관적이다. 신용불량자가 3백40만명을 넘어서고 카드대금 연체율이 10%를 넘는 현 시점에서 이처럼 규제를 완화하면 오히려 경제에 주름만 깊게 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경제전망이 학계와 정책 운용팀간에 일치할수는 없다. 전문가들의 주장이 옳을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서민들의 생각은 다를수도 있다.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환상을 뿌리치기 러려운게 신용카즈 징후군 환자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경제이론엔 '샤워꼭지론(論)'이란것도 있지 않은가. 지금은 너무 차가워진 쪽으로 돌려진 물줄기를 따뜻한 쪽으로 돌려볼만도 한 때가 아닌가싶다. 아인슈타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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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10.01 23:02

[오목대] 보물선 대신 靑磁

군산 앞바다를 뜨겁게 달궜던 '해저 보물선 찾기'열풍이 시들해 지고 있다. 이 해역에서는 일제 말기 말도(末島) 앞바다에서 미군 어뢰정에 의해 격침된 일본화물선에 대한 탐사작업이 2년 넘게 계속돼 왔다. 하지만 일부 발굴업자들이 탐사장비를 동원하여 보물선으로 추정되는 선박만 찾아냈을뿐 보물의 적재 여부는 확인조차 못하고 있다 한다.군산 앞바다는 그동안 4건의 매장물 발굴허가가 나가 보물선 찾기의 메카나다름 없는 곳이었다. 선유도와 말도등 고군산 군도주변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탐사작업은 발굴업자 못지않게 도민들에게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지난 3년간의 허가 기간동안 금괴 하나 건져내지 못한채 지난 14일을 전후해 기간이 모두 만료됐다는 것이다.깊은 바다속에서 금은보화를 건져내는 일이 얼마나 허황된(?) 꿈인가를 보여주는 사례는 군산 말고 제주도에서도 마찬가지다. 제주시 아라송 '곰솔'자생지 주변에서 금괴 발굴작업이 추진되고 있지만 이 역시 성사 여부는 불투명 하다. 재작년 이용호 게이트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해저 동굴탐사도 헛 고생으로 끝난걸 보면 일확천금의 꿈이란 역시 부질없는 몽상일 뿐이란걸 여실히 증명하고도 남는다.그런데 그런 해저에서 의외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고군산군도 비안도 앞바다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는 고려청자가 그것 이다. 해저에서 잠수기 어업을 하던 어부가 처음 발견한 고려청자는 지난해 4월부터 모두 네차례 작업끝에 모두 3천1백여점을 건져 올렸다. 국립해양유물전시관측에 따르면 이 유물들은 인근지역의 가마에서 특별한 디자인 없이 만들어진 서민용 자기류로 보고 있다. 제조시기를 12세기 후반∼13세기 초일것으로 분석함으로 대략 고려말 조선조 초기의 작품으로 짐작된다. 그뿐 아니다. 엊그제 이 해역 인근 십이동파도 앞바다에서 또다시 어로작업중이던 어부들이 청자류 6백22점을 인향했다고 군산시에 신고해 왔다. 청자 하면 대단한 보물로 여기는 우리 정서로도 뱃전에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그릇들이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으니 '너무 흔해도 대접을 못받는 신세'라는 말이 딱 맞다. 그것이 새만금사업으로 인해 조류가 변동되는 바람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니 보물선 찾기와 겹쳐 희비가 교차된다고나 할까? 그나저나 지금처럼 방치됐다간 이일대 보고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니 이제 그 보존작업에 한층 신경을 써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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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9.30 23:02

[오목대] 해외 원정 출산

지금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핀잔을 들을지 몰라도, 우리나라를 절대 가난에서 구해낸 50대 이후 근대화의 역군들은 거의 다자연부만으로 이 세상에 태어났다. 금방 죽어가는 사람도 병원 문턱 밟기가 어려웠던 그 시절, 의사의 도움을 받아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언감생심이고 죽으나 사나 집에서 무명이불 깔고 출산을 했다. 요즘 처럼 주거환경이 변변한 것도 아니고 위급할때 찾아갈 의료시설 마저 귀했으니, 사실 위생·의료사각지에서 목숨 걸고 아이를 낳은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당시에는 아이낳다 세상 뜬 산모가 하나 둘이 아니고, 출생한 아이도 얼마 못가 잃어버린 경우도 비일비재 했다. 더구나 전염병이 한번 휩쓸고 가면 잘 크던 아이도 맥없이 보내야 했으니, 성년이 돼야 드디어 '살았구나'하고 안심을 했다. 한마디로 그 세대들은 철저한 적자생존(適者生存)의 법칙대로 이 세상에 살아남은 우성인자를 지닌 존재들이다.그러다가 산업화가 진행되고 자본주의 사상과 물질만능주의가 만연하면서 우리의 출산문화는 엄청난 변화의 길을 걷기 시작햇다. 웬만한 중소도시까지 병원이 들어서고 아이 낳기도 그만큼 수월해지는가 싶더니, 60년대부터 시작된 가족계획운동이 점차 가속가 붙어 이제는 출산율이 1.17명까지 떨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나친 비약일지 모르지만 이를 거꾸로 뒤집어 보면 의학의 발달로 한번 임신한 아이는 별탈없이 낳아 자라게 되는데, 이는 입학시험이라는 경쟁의 문을 뚫지 않고 무조건 접수 1번을 합격시키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진화론자들은 "저능아와 무력아도 귀한 생명이기는 하지만, 살 수 없는 아이를 미국까지 가서 살렸다는 것은 가족 모두에게 불행한 일 일수 있다”면서 "인간은 이미 진화현상을 멈추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고 염려하고 있다.한데 요즘 젊은 부부들이 유전학적으로 충실한 아이를 낳도록 힘쓰기 보다는 빗나간 부모사랑을 쏟고 있어 심히 걱정스럽다. 내 자식에게 최대한 특혜를 누리도록 하기 위해 해외 원정출산을 감행하고 있는 것이다. 억지 궤변 늘어놓으며, 자기합리화를 꾀하지만 '이기심의 극치'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타인에게 박탈감을 주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9.29 23:02

[오목대] 유유상종

친구지간인 두 사람이 모두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일을 한다. 그런데 한 친구가 공장에서 물건을 훔쳐 나오는데 수위 아저씨에게 들켰던 모양이다. 이 이야기를 들은 다른 친구가 물건을 훔쳐 나오는 시범(?)을 보여주기로 했는데 예의 그 수위 아저씨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타고나오던 트럭을 아무리 뒤져 보아도 훔친 물건이 없어서 수위 아저씨는 미심쩍기는 하지만 그 친구를 내보내 줄 수 밖에 없었다.그렇다면 그 친구가 훔친 물건은 무엇이었을까? 다름 아닌 타고 나온 트럭이엇다. 그런데 우스갯소리처럼 들리는 이 이야기가 현실이라면 얼마나 황당하겟는가?요즈음 '스크린쿼터'문제가 다시 관심거리로 떠오른 것은 한·미 재계회의 내용 때문이다. 이 회의에는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등이 특별연설을 하고 무역대표부(USTR) 조세트 샤이너 부대표 등이 참석했던 것으로 보아 미국측이 이 회의에 거는 기대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이런 미국측 인사의 참석 상황을 두고 '한·미 재계회의가 얼마나 중요한 회의였겠는가'라고 일부 언론에서 표현하고 있는 것도 살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이는 한국측 참석자가 누구인지에는 관계없이 미국측에서 누가 참석했느냐가 회의의 중요도를 가늠하는 척도라는 전제가 있을 때에나 가능한 표현인 것이다.이 회의에서 흘러나온 스크린쿼터에 대한 소식은 앞서의 두 도둑이야기를 떠올린다. 적어도 회의내용이 한국과 미국의 경제현안에 대한 대등한 그리고 균형 잡힌 이야기는 아닌 듯 싶은데 그 논의범주가 이미 한국에 대한 미국측의 입장전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이란 것이 스크린쿼터 축소, 한미투자협정(BIT) 요구, 10% 원화절상 요구등이 전부였기 때문이다. 이런 마당에 그 회의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는 불을 보듯 뻔하다. 그 논의과정도 형평성을 잃었다. 적어도 그 문제에 관한한 우리 입장을 대변할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논의되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영화협의(MPAA)의 보니 리처드슨 부회장만이 참석하여 '한국의 스크린쿼터를 40%에서 20%로 낮출 것'을 일방적으로 요구한 것이다.지금 관심을 가져야 할 문제는 스크린쿼터보다 그런 안건으로 논의하는 회의시스템이다. 미국이 주장하는 안건만을 다루는 회의는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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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9.27 23:02

[오목대] 日照量 희비

18∼19세기 산업혁명이 한창이던 영국의 대도시에서는 골격발육에 장애가 생기는 구루병이 유행했다. 비타민D가 부족해 생기는 병이었다. 석탄을 많이 사용함으써 발생한 매연이 햇빛을 가리는 바람이 체내에서 비타민D가 생성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1년내내 햇빛이 풍부한 열대지방에서는 구루병 환자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햇빛은 인체에 더 없는 보약이다. 세균이나 암세포와 싸우는 임파구의 수를 증가시켜 면역력을 높여준다. 햇빛에 들어있는 자외선은 지나치게 쐬지만 않는다면 각종 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에 대한 천연 살균효과를 발휘한다.햇빛은 인체 뿐 아니라 식물의 생장에도 필수적이다. 과일의 경우 일조량은 크기 당도 빛깔 등을 좌우한다. 지금 한창 출하되고 있는 사과 배 포도등의 맛과 향기가 예년에 비해 영 신통치 않다. 올 여름동안 잦은 비와 일조량 부족이 원인이다.기상청 집계결과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 비는 평년치에 비해 50∼5백60mm가 더 내렸다. 전주의 경우 3개월동안 무려 1천86.7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0.1mm이상의 비가 내린 강수일은 전주가 55일로 나타났다. 하루 걸러 비가 내리다 보니 올 여름 일조시간은 3백43시간으로 평년의 5백29시간에 비해 1백80여시간이나 짧았다.우리와는 대조적으로 올 여름 내내 섭씨 40도가 넘는 폭염에 시달린 프랑스는 20세기 최고라던 47년 산 포도주보다 더 좋은 최상급 품질의 2003년산 포도주가 생산될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다고 한다.쌀의 경우도 흉작이 예상돼 지난해 보다 4% 정도 수확량이 줄어 95년이후 가장 적을 전망이라고 한다. 도내 남원과 순창의 고지대는 냉해까지 겹쳐 일부 농민들은 논을 갈아 엎기까지 했다. 고추도 잦은 비로 고사한 면적이 많아 가격이 예년의 배 이상 뛰었다는 소식이다.그나마 다행스럽게도 추석 이후에는 맑은 날이 계속되고 있다. 농진청에 따르면 벼 이삭이 팬 뒤 내려쬐는 9월 하루분의 햇살은 쌀 10만석 이상의 증산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수확돼까지만이라도 볕좋은 가을날씨가 지속돼 농민들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덜게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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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9.26 23:02

[오목대] 경기도는 지방?

경기도는 지난 22일 정부의 국가균형발전법(안)에서 '지방'개념이 경기도를 제외하고 있다며 이를 고쳐달라고 건의했다. 즉, 지방에는 경기도도 들어가니 수도권 대 비수도권으로 나누지 말자는 것이다. 경기도는 수도권 비수도권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말고 그냥 낙후지역을 지원하는 방식을 채택하라고 건의하고 있다. 경기도 안에도 낙후 지역이 있기 때문에 국가균형발전차원에서 이들 지역에 대한 별도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뜻이리라. 그렇지만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우선 서울에도 낙후 지역이 있다. 상대적으로 강북이 강남에 비해 낙후되어 있다. 따라서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강남에 비해 뒤떨어진 강북을 특별히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일견 타당해 보이지만 이러한 국가균형발전법은 잘못하면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의 불균형해소를 위한 노력보다는 각 지역에서 나타나는 내부의 불균형을 해소하려는 노력으로 바뀔 수가 있다. 국가균형발전보다 지역 내 균형발전으로 변질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국가 전체적인 차원에서의 불균형을 시정하려는 노력에 담긴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국가차원의 문제의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기도가 수도권으로 분류되는 것이 타당하다. 더 나아가 지역내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별도의 법을 마련하여 각 지역에서 내부적 불균형을 시정하는 노력을 지원할 수 있다. 지역의 문제와 국가의 문제는 구분해서 추진하는 것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더구나 경기도는 이제까지 서울과 함께 커왔다. 한국의 산업이 서울과 경기도 축에 많이 몰려 있고 각종 대학과 연구소 등 연구기능도 이곳에 몰려 있다. 수도권 집중의 해소가 각 지역내의 균형성취보다 더 시급하고 더 심각한 문제이다. 경기도는 또한 '지역불균형시정'이라는 법 제정목적에 대해서도 균형발전정책이 국가경쟁력 제고와 상충돼선 안된다며 '국가경쟁력 강화'도 목적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가경쟁력강화를 전면에 부각시킬 경우, 이미 집적되어 있는 곳이 경쟁력에 유리하다며 경기도에 대한 지원을 강조하여 결국 실질적인 지역균형발전을 무력화시킬 수도 있다. 균형발전이 단기적으로 국가경쟁력에 불리해도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쟁력에 유리하다. 경기도는 단기적 이익보다 국가의 장기적 체질강화를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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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9.25 23:02

[오목대] 대통령의 여유로움

미국과 프랑스 대통령의 지난 여름 '장기휴가'가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었다.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은 당시 국내 최악의 정전사태와 중동의 잇따른 테러에도 불구하고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골프를 치며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유럽 대륙을 휩쓴 폭염으로 국내에서 5천여명이 사망하는 비상사태가 발생했는데도 부인을 동반하고 캐나다까지 날아가 3주간의 해외여행을 즐겼다. 여론은 아무리 휴가도 좋지만 국내외적으로 어려움이 겹친 비상시국에 국가원수가 그렇게 한가하게 휴가를 즐길수 있느냐는 비난으로 모아졌다.미국의 워싱턴 소스트는 당시 '부시대통령은 휴가를 줄이고 백악관에 돌아와야하지만 그럴 생각을 하지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프랑스의 르몽드도 '야당들이 폭염사태중에 보여준 시라크 대통령의 침묵애 대해 비난했으며 특히 녹색당은 직무유기를 사과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국가원수의 휴가일정이나 취미생활등을 시시콜콜 따지며 시비걸지 않는 저들나라의 정서로도 이런 경우는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모양이다. 경우는 다르지만 비슷한 일이 우리나라에서도 벌어졌다. 지난 12일 태풍 매미 통과 나중에 노무현대통령이 뮤지컬을 관람한 사실이 국감장에서 폭로되면서 정치 쟁점화 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으로서 기본자세가 결여돼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서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공격했다. 민주당도 '공무원들이 비상근무를 하고 잇던 시기에 연극관람은 부적절했다'고 논평했다. 청와대측도 '당일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다 했다'고 해명하긴했지만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는 못했다. 대통령의 뚝심(?)때문인지 비서실의 일정관리 미숙때문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이번 태풍 비상때의 공연관람은 국민들에게 좋은 인상을줄수는 없을것 같다.하지만 이번 일이 야당 주장대로 '국민들이 배신감을 느낄 정도로 심각한 과오(?)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일이다. 대통령은 24시간 나라와 국민을 생각하며 일하는 직업이다. 그만큼 긴장과 스트레스를 감당하기 어렵다. 그러니 때로는 대통령도 쉬어야한다. 그래야 자신의 건강도 돌 볼수 있고 건강하고 균형잡힌 정책구상도 가능하다. 굳이 선진국 국가원수들의 예를 들 필요도 없다. 대통령이 때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일상의 단면을 보여줄때 그런 여유로움이 국민들을 편안하게 한다는 점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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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9.24 23:02

[오목대] 사이버 중독증

컴퓨터나 인터넷에 지나치게 탐닉해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지장을 받는 상태를 사이버중독증이라 한다. 사이버중독은 게임·채팅·음란물중독등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사이버중독에 빠지면 자기도 모르게 컴퓨터에 접속하거나 한 번 컴퓨터를 켜면 좀처럼 끄지 못한다. 인터넷에 들어가지 않으면 불안해지고 어떤 e메일이 확인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금단(禁斷)현상도 보인다. 대리만족을 위해 가상세계와 현실을 혼동하게 되고 자기 통제력과 감정조정능력을 상실한다. 또한 대인기피증·강박관념·편집증등의 증상을 보이며 심하면 원조교제 모방 성범죄 폭력 살인 등을 유발할수도 있다. 알코올이나 도박중독자처럼 '조금만 더'를 반복하는 시간왜곡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게임에 중독된 사람의 뇌 단층사진이 알코올에 중독된 뇌의 사진과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정보통신부가 지난해에 발표한 국내 인터넷 컴퓨터등 사이버중독 실태를 ㅂ면 인터넷 이용자를 기준으로 인구 1백명당 7∼8명이 인터넷 중독상태로 나타났다고 한다. 연령 계층별로는 초등학생 1백명중 6명, 중고등학생과 대학생은 8명, 성인층 3명이 각각 사이버중독에 빠진것으로 조사됐다. 학생이 성인보다 2∼3배 이상 높았다는 것이다.PC 2천만대 이상 보급, 인터넷 가입 1천만 세대가 넘는 시대에 사이버중독증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실제로 성폭행등 모방범죄가 성행하고 사이버도박이 회사원이나 주부 학생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전파돼 가정파탄·청소년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발하고 잇다. 가정에서는 아예 TV채널권을 쥔 젊은 세대들이 전자게임에 몰두해 가족간 불화의 원인이 된다는 하소연도 있다. 그런가 하면 게임서버를 해킹해 사이버머니 조폐창 프로그램을 깔아놓고 마음대로 사이버머니를 찍어낸 사상 최대의 사이버머니 위조범이 경찰에 붙잡히는가 하면 도내에서도 10대 3명이 인터넷 사기혐의로 경찰에 구속되는등 사이버 범죄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이 모든게 결국 사이버중독과 무관하지 않다는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문제는 사이버중독자들이 자신의 중독증세를 인정하지 않고 주변의 충고를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들에게는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 컴퓨터 사용시간을 제한하는등 병증(病症)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게 의사들의 소견이기도 하다. 사이버중독이라는 디지털 세상의 명(明)과 암(暗), 보통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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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9.23 23:02

[오목대] 농업은 4D업종?

지금 한국 농촌은 초상마당이다. 예년 같으면 비록 희망은 없으나 황금들녘을 바라보면서 잠시 시름을 털어낼 때지만, 올해는 영 죽을 맛이다. 농사철 내내 하루 걸러 하루내린 비로 벼는 냉해를 입어 아직도 고개를 뻣뻣이 쳐들고 있고, 고추나 수박 참깨 같은 밭농사도 습해를 입어 거의 폐농 수준이니, "죽지 못해 산다”는 농민들의 푸념이 엄살 같지만은 않다. 게다가 협상결과가 너무도 뻔한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를 무력하게 지켜보아야만 하는 심정은 어떻고, 아사지경에 빠진 농촌을 구해보겠다고 이역만리 칸쿤에서 자결로 한국농민의 의지를 대변한 고 이경해씨의 죽음을 맥없이 지켜조아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은 또 어떠했겠는가. 그뿐인가, 일부 언론과 정부의 근시안적이고도 무책임한 대농업관은 농민들을 더욱 분통터지게 한다. 보수언론을 표방하는 신문까지 '이번 칸쿤 회의가 우리 농업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면서 '공산품 수출 증대를 위해서는 협상안이 타결됐어야 한다'는 식의 보도 태도를 취한 것은 백번을 양보해서 생각해도 울화통이 치민다. 더구나 한국농정의 사령탑이라는 농림부장관 마저도 공공연히 "속도와 정도의 문제만 남았지 추가개방은 불가피 하다”고 떠들어대고 있으니 농민들에게 무슨 의욕이 남아있겠는가.아무리 우둔한 농민이라도 농업은 어피 다 끝난 '희망없는 산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30세 미만 농가가 전체 농가의 0.5%, 즉 2백농가에 한 집꼴이이라는 지난 2000년 통계조사가 이를 증명해 주고 있다. 15개국가 농업인구 가운데 25%가 35세 이하 젊은이고, 오스트리아와 네델란드·덴마크 같은 나라는 30%를 넘고 있다. 전통적인 농업국가라는 우리 나라가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동안 그들은 농업을 비젼있는 생명산업으로 키위 그들의 안위를 스스로 지키고 있는 것이다.농민들은 이제 농업은 3D업종이 아니라 4D업종이라며 자포자기 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힘들고(Diffculty) 더럽고(Dirty) 위험하고(Dangerous) 희망마저 없으니(Dreamless) 누가 더 이상 농업을 생업으로 삼으려 하겠는가. 12대 무역국가가 어떻고 비교우위론이 어떻다면서 눈앞의 이익만 좇다가 남의 나라에 목줄 매달고 사는 것은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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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9.22 23:02

[오목대] 한자교육법안

다른 것은 몰라도 '한자교육진흥법안'을 발의한 모양새를 보아하니 역시 국회의원은 마음만 먹으면 못할 일이 없는 모양이다. 이 법안을 한나라당 박원홍 의원 등 의원 85명이 국회 교육위원회에 제출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역시 국회의원의 주요 책무가 법안을 만드는 것인지라 교육인적자원부와 문화관광부 등 주무부서와의 정책 협의 없이도 법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몸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발의한 법안이 한글전용론자들의 심기를 자극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그 동안도 우리는 한글전용에 대한 논의를 자주 접해 왔기 때문에 이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에 대해서 예측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이번 법안을 발의한 박원홍 한나라당 의원은 한자 교육을 강화하는 현실의 추세와 한자문화권이라는 지정학적 위치와 고유 문화유산과의 관련성 등을 발의 사유로 밝히고 있다. 이 법안이 한자 교육을 체계있도 내실 있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존의 어문정책 방향을 일거에 바꾸게 될 파괴력을 갖고 있음은 새삼 말할 필요조차 없다.한 나라의 어문정책은 법률로 한정될 문제가 아니다. 전국민의 의사소통에 대한 규범이라는 점에서 몇 명의 국회의원이 머리를 맞대고 법조문을 만들어 이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발상부터가 상식에 벗어난다. 듣자 하니 이법안을 상정하기까지 공청회 한 번 갖지 않았다니 놀라울 따름이다.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이 법안이 그동안 정부에서 어문정책을 아우르는 성격을 띤 '국어기본법'의 추진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국어기본법이 바람직한 최상의 법안인지를 따로 따져보아야 할 문제이지만 적어도 공개적으로 입안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한자교육진흥법안이 국어기본법과의 관계설정도 생략한 채 불쑥 발의된 것이다. 그 내용 역시 국어기본법의 국어심의워(기존 기구), 국제한국어진흥원 설립, 국어검증시험 지원 등의 조항이 중앙·지방한자교육심의회 설치, 한자교육개발진흥원 설치, 한자검증시험지원 등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러니 국어기본법의 추진을 막기 위한 것이란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만도 하다.물론 이런 한자교육진흥법안이 불합리성이 곧 국어기본법의 합리성을 보증해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 국어가 표의체계라는 생각을 가진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동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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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9.20 23:02

[오목대] '메밀꽃 필 무렵'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들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가산(可山) 이효석(李孝石)의 단편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서 주인공 허생원과 허생원의 아들로 유추되는 애송이 장돌뱅이 동이, 그리고 또 다른 잘돌뱅이 조선달이 함께 메밀꽃이 핀 밤기를 걸어가는 장면이다. 마치 한폭의 수채화를 보는듯 아름다운 풍경이다.메밀은 아시아 북중부가 원산지로 줄기는 높이가 60∼90㎝이고 대공은 비어 있으며 곧고 붉은 색을 띤다. 잎은 세모꼴의 심장 모양으로 어긋나 있다. 중복(中伏, 양력 7월20일 전후)무렵 파종하며, 초가을에 흰 꽃이 총상(總狀) 꽃차례로 모여 핀다. 한줄기 꽃으로만 따지면 향기롭지도, 자태가 그리 곱다고 할 수 없다. 하나라 피었다 지면 주목도 못받을게 뻔하다. 하지만 무리지어 밭고랑을 메우고 있는 모습은 어지러울 정도로 환하다.이효석 작품의 배경인 강원도 평창군 봉평일대는 초가을 이면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봉평에서는 이효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때쯤 '효석문화제'를 개최한다. 올해로 5회째이다. 소설의 무대 분위기를 살려 1930년대 봉평시장, 물레방아 등을 재현하고 6만여평의 메밀밭에서 지역축제를 개최한다. 지난해 축제기간중 전국에서 30여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갈 정도로 성공적인 지역축제로 자리매김했다.파란 가을하늘 아래 그림처런 펼쳐진 메밀꽃을 우리 고장 고창에서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도민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고창군 공음면 선동리 학원(鶴苑)농장에 조성된 4만여평의 메밀밭에는 지금 이효석의 표현처럼 소금을 뿌려 놓은듯 메밀꽃이 만개했다. 이곳은 지난 봄에는 보리를 심어 온통 청녹색 물결을 이루었던 곳이기도 하다. 바람에 따라 펼쳐지는 너무나 유연한 물결이 많은 관광객들에게 벅찬 감동을 안겨 주었다.마침 어제부터 고창 선운산 일대에서 풍천장어와 꽃무릇축제가 열리고 있다. 꽃과 잎이 따로 피는 까닭에 상사화로도 불리는 꽃무릇은 선운사 초입부터 도솔암까지를 온통 붉은색으로 뒤덮는다. 무서리 처럼 하얀 메밀과 붉게 타는 꽃무릇이 지금 발길을 유혹하고 있다. 지겹던 비도 그친 초가을 잠시 짬을 내 우리 고장의 아름다운 경관과 맛을 찾아 나서는 주말 나들이도 의미가 있을 성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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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9.19 23:02

[오목대] 실력없는 교수뽑기

대학은 교수, 학생,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학생들은 대학에 들어와서 갈고 가다듬어 더욱 높아진 능력을 가지고 사회에 진출되도록 되어 있다. 교수들은 평생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지식을 활용할 방법을 찾는다. 직원은 이러한 과정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지원한다. 이중 대학의 질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교수다. 학생들이 얼마만큼 뛰어난 능력을 배양하여 배출되는가를 결정하고, 연구를 통해 새로운 지식의 세계를 열어주며, 이들 지식을 활용하여 사회가 발전할 수 있도록 기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의 많은 대학들뿐만 아니라 우리지역의 대학들도 실력있는 교수를 뽑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때로는 아예 실력없는 교수를 뽑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정도다. 그만큼 선발과정이 불투명하다. 심사위원이 좋아하면 교수로 뽑고 또는 싫어하면 탈락시킨다. 누가 보아도 실력있는 지원자가 분명한데도 그 사람이 탈락된다. 그러다 보니 잡음이 끊이지 않고 심지어 법정에 고소하는 사태도 나타나고 있다. 일부 대학은 교수를 논문의 질보다 논문의 양으로 뽑으려는 책임회피적인 모습도 보인다. 논문을 몇 개 썼는가를 신임교수선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하여 실력과 관계없이 교수를 뽑는 것을 제도화하고 있다. 박사 후 오랫동안 교수가 안된 사람이 더 많은 논문을 쓸 수 있다. 실력과 관계없는 것이다. 논문의 개수보다 논문 하나라도 세계적인 잡지에 실었는가가 실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한 같은 잡지에 실었더라도 논문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미국의 대학들이 세계일류대학으로 등장한 것은 1, 2차 세계대전을 거친 후이다. 유럽대륙이 전쟁에 빠져들어 유럽의 석학들이 유럽을 탈출하자 이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곳이 미국이다. 2차대전 이후에도 국적과 관계없이 세계최고의 두뇌들을 유치하였다. 그리고 조교수 기간동안 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교수들을 가차없이 쫓겨냈다. 미국대학이 세계최고의 경쟁력과 연구능력을 가지게 된 배경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번 뽑히면 평생 철밥통인 교수직을 실력보다는 심사위원의 선호도에 따라 뽑으니, 교수지망자도 실력보다는 인맥을 쌓는 데 더욱 신경을 쏟는다. 실력보다 인맥이 중요한 대학들이 얼마만큼 좋은 인재를 길러내고 얼마만큼 사회에 기여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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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9.18 23:02

[오목대] 책망(冊望)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한다. 천고마비(天高馬肥)니 등화가친(燈火可親)이니 하는 말이 모두 가을과 연관되지만 특히 등화가친은 바로 등불아래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잘 나타내는 말이다.자고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금언으로 '남아수독오거서(男兒須讀五車書)란 말이 전한다. 남자란 모름지기 다섯 수레 분량의 책을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공자님이 살았던 춘추시대의 격언이니 다섯 수레의 책이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당시의 책이 죽간금하다. 당시의 책이 죽간(竹簡)에 쓰여진 점을 감안한다면 다섯 수레에 가득 채웠다한들 그 양은 지금으로 치면 불과 몇백권 정도에 지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정도의 책을 읽으면서도 어찌나 반복해서 여러번 읽었던지 죽간을 묶은 가죽문이 서너번씩 끊어지는 것이 예사였다는 일화가 전하는 것을 보면 독서란 모름지기 정독(精讀)이어야 한다는 점을 일깨우는 듯하다.역사적으로 수많은 철학자·위인들이 책을 가까이 하고 책을 펴냈다. 나폴레옹은 전쟁중에 알프스 산맥을 넘으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고 안중근(安重根)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혓바닥에 바늘이 솟는다고 했다. 미국의 클린턴 전 대통령이나 우리나라의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독서광이란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 책속에 길이 있고 독서가 국력이란 말이 전해 틀리지 않다.하지만 지금 사람들에게 이런 가르침이 얼마나 통할지는 의문이다. 21세기를 지식정보화시대라 할만큼 도처에 널린 것이 지식이요 정보다. 컴맹이 아닌 다음에야 인터넷에 들어가기만 해도 필요한 정보나 지식은 물론 고전(古典)의 발췌요약 내용까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나 굳이 돈 들여 책을 사서 읽지 않아도 인스턴트 지식이 판을 치고 사이비 전문가가 지식의 세일즈에 버젓이 명함을 내밀어도 책 잡히지 않는 세태다.우리나라 사람들의 독서량은 1인당 연간 10권미만이라고 한다. 1년동안 단 한권의 책도 읽지 않는 사람이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다는 통계도 있다. 지식정보화시대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랄 수밖에 없다. 사고(思考)의 깊이나 사물을 보는 통찰력, 마음의 양식을 쌓기 위해서는 독서의 힘을 외면할 수 없다. 하지만 해마다 독서의 계절은 돌아와도 그 의미는 날로 퇴색돼 가는 느낌이다. 아무리 세상살이가 고달퍼도 한 권의 책이라도 가까이 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 보자. 글을 모르는 문맹보다 책맹(冊盲)이 더 비극적이란 말도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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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9.17 23:02

[오목대] 할복과 자결(自決)

자살(自殺)이나 자결(自決)은 똑같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를 말한다. 하지만 동기에 따라 의미선택은 달라진다. 가령 염세(厭世)나 신병, 가정형편등을 비관해 목숨을 끊는 경우는 보통 자살이라 하지만 대의(大義)나 충정, 목적을 갖고 이름을 남기기위해 목숨을 끊을 경우는 자결로 표현된다. 그래서 같은 죽음이라도 자결로 표현될경우 시대적 상황에 따라 그 죽음에대한 의미부여가 따른다.자결 가운데도 대표적인 방식이 할복(割腹)이다. 말그대로 배를 갈라 자살하는 이 방식은 일본 사무라이의 전통적 풍습이다. 다른 말로 무사도(武士道)요, '칼의 문화'로도 표현되는 할복은 일본의 전통민중연극인 가부키( ) '주신구라( )'에서 잘 나타난다. 쇼부( )시대 억울한 누명을 쓰고 할복자살한 영주를 위해 47명의 부하 사무라이들이 원수를 갚은뒤 모두 할복자살한다는게 이 연극의 기둥줄거리다. 이로써 영주에 대한 의리와 쇼부에 대한 충성을 동시에 충족시킴으로써 국민적 영웅시 되는 것이다. 현대에 들어서는 지난 70년 11월 '이것이 일본이다'를 쓴 극우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육상자위대 건물위에서 '우익은 죽었는가'를 외치며 할복자살 함으로써 전세계에 큰 충격을 안겨준 일이 있다.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자결이나 할복의 경우가 없지 않았다. 구한말 절명시(絶命詩)를 남기고 자결한 매천(梅泉) 황현(黃玹)이나 의병활동끝에 대마도로 끌려가 순국한 최익현(崔益鉉)이 대표적이다. 1907년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일본의 만행을 규탄하며 할복자살한 이준(李儁)열사의 의거는 우리 근대사에서 가장 기록적인 애국충정의 표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이에 비해 국민의 정부때 검찰에 불려간 전 안기부장이나 재임중 부정과 관련해 국회에 출석된 전 축협회장이 할복을 기도한것은 동렬에 올리기조차 부끄러운(?) 자해(自害)행위에 다름아니다.지난 10일 멕시코 칸쿤 WTO 회의장 앞에서 자결한 이경해(李京海)전 농업경영인연합회장의 죽음이 우리를 숙연케 한다. 그는 이 시대 대표적인 농민운동가로 농업을 지키기 위해 끝내 목숨을 던진 의인으로 기록될수도 있을 것이다. 그는 이미 지난 90년 우루과이라운드 협상때도 스위스 제네바에서 한차례 할목자살을 기도한바 있었다. 그때 입은 상처로 오랜 병상생활을 했던 그가 이번에는 할복대신 스스로 심장을 칼로 찔러 자결했으니 그 비장함을 어떤말로 표현할수 있을까. 농민의 아픔을 안고 간 우리고장 출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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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9.1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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