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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천덕꾸러기 牛乳

흔히 우유는 서양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음료로 알려져 왔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다. 소의 젖 말고도 염소나 양, 버팔로, 순록의 젖등은 신석기 시대부터 원시 인류가 공통으로 먹어온 식음료다. 고대이앨 인도나 중국 우리나라에서도 우유를 상식(常食)했다는 기록이 전하고 있다. BC1750년경 인도의 아리아족은 이미 우유와 우유를 가공한 식품을 먹고 있었으며 이 귀중한 우유를 제공해 주는 젖소를 신성시했다. 오늘날 힌두교도들이 소를 신성시하는 믿음과 무관하지 않다.중국인들도 BC2000년경에 젖소를 가축으로 길러 우유를 얻었는데 그들에게 우유는 부(富)의 상징이었다. 우유와 쌀죽을 쟁반에다가 얼려서 먹는 음식을 개발한것도 중국인이다. 오늘날 아이스크림의 원조는 서양이 아니라 바로 중국 사람들이 만든 이 음식이라고 보면 틀림없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삼국시대에 우유를 마셨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에는 우유가 귀족층이 마시는 희귀식품으로 대접받아 곳곳에 유우소(乳牛所)를 두고 젖을 짰다고 전하기도 한다.우유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완벽한 식품이며 그 영양가는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다. 오죽하면 우유와 달걀의 발견은 식품발달사에서 신이 인류에게 내린 축복이라고까지 극찬하겠는가. 실제로 우유의 가공은 서양쪽에서 눈부시게 발젼하여 치츠나 버터, 포타주, 소스등은 이제 전세계인이 공유하는 식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60년대 초반부터 축산진흥시책에 따라 낙농업이 크게 성행하고 각종 유제품의 대량생산, 대량소비시대를 열었다. 지금 40대이후 세대들이 우유 입맛의 신세대라고 보면 틀림없다.그런데 그런 우유가 요즘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과잉생산으로 제값을 못받고 내다 팔곳도 줄어들어 낙농가들이 원유를 거리에 쏟아버리는 사태에까지 이른 것이다. 낙농가들도 할 말은 있다. 젖소입식을 적극 권장한 정부가 우유가격을 안정시키지 못해 파산지경에 이르렀으니 대책을 세워달라는 요구다. 지난해 이미 1만8천여t의 재고누증으로 심각한 경영압박을 받는 낙농가들로서는 사실상 퇴로가 막힌 상태나 다름없다. 하지만 어쩌냐. 아무리 우유 마시기 캠페인등을 벌여도 식성이 변해 마시지 않는것을 상황이 이렇다면 대책은 뻔하다. 유가공업체들이'우유 입맛'을 되찾는 신제품을 부지런히 개발해야 하고 정부는 낙농가들의'예상되는 피해'를 성실히 보상해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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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6.04 23:02

[오목대] 山行예절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산을 정복한 영국의 등산가 힐러리경은 ‘단지 산이 거기에 있기에 오른다’고 했다. 태고 이래로 그 자리에 우뚝 서있는 산, 그 산을 오르는 인간의 욕망은 이처럼 단순하다.같은 영국인이면서 등산가이자 저술가이기도 한 시드니 스마이드라는 사람은 그의 저서 ‘산과 인생’에서 이런 말을 했다. ‘행복을 측정하는 가장 좋은 척도는 추억이다. 그런데 산은 추억속에서 사라지는 법이 없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 어느때라 하더라도 자연의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때가 없다’라고. 아름다움은 영원히 추억속에 살아있는 것이다. 따라서 산의 아름다움 때문에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바로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스마이드의 표현대로 사람들은 일상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 산을 찾을때 어떤 위안과 휴식을 얻게 된다. 뿐만아니라 산은 도시 생활의 각박함과 오염을 씻어내고 심신을 맑게 해주기도 한다. 해가 갈수록 산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것도 그 때문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등산인구는 1천만명을 넘는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산을 찾는 사람들은 대체로 세가지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산의 품에 안겨 자신의 몸과 마음의 균형과 조화를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진정으로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둘째는 단순히 체력증진만을 위해 열심히 산에 오르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비가 오면 아예 우산을 들고라도 올라야 직성이 풀린다. 세째는 산을 하나의 놀이터로 생각하고 찾는 사람들이다. 오늘날 전국 각지의 이름있는 산들이 도시 못지않게 오염에 시달리고 있는것은 바로 이처럼 산을 놀이터로 착각하고 찾는 사람들 때문이다.등산객이 늘어나 산불이 자주 발생하고 취사행위로 계곡을 오염시키는 일이 잦아지자 한때 입산을 통제하기도 했으나 지금은 대부분 입산이 자유롭다. 주말이면 도시근교나 유명산에 등산객이 넘쳐난다. 등산객들의 의식도 높아져 불법취사나 음주 소란같은 꼴불견도 많이 사라진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산을 놀이터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추태가 근절된것은 아니다. 숲속이나 계곡 곳곳이 여전히 쓰레기 천지다. 적어도 내가 가져온 쓰레기만은 들고 돌아오는 예절을 지켜야 할것 아닌가.자연은 받은만큼 베푼다고 했다. 아름다운 산을 추억속에 길이 간직하려면 사람들이 산을 보호하고 가꾸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럴 생각이 없으면 아예 오르지를 말든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6.03 23:02

[오목대] 파파라치 효과

"유능한 시험 감독관은 대개 교실 뒷편에 선다. 가끔 헛기침이나 발소리를 효과음으로 덧붙이면 효과는 훨씬 커진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교사는 학생들을 볼 수 있지만 학생들은 그를 볼 수 없다. 뒤를 돌아볼수 없는 이상 학생들은 시험 시간 내내 '바른 자세'를 유지하게 된다. 이처럼 단순한 감시의 원리는 19세기 초 제레미 밴덤이 설계한 판옵티콘(원형감시장치)의 기본 원리이기도 하다. 자본주의의 '왕 없는 권력'은 사회를 관리하고 통제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 필요했다. 애덤 스미스가 시장을 통제하는 '보이지 않는 손'을 발견했다면 밴덤이 찾아낸 것은 '보이지 않는 눈'이었다.”/중략/"집단에 속한 개인들이 각자 감시자의 시선을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감시할 때 팝옵티콘의 효과는 정점에 달한다. 언제 어디서나 '보이지 않는 눈'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모든 동료가 감시자다. 규율이 존재하는 어떤 집단에서도 '시선의 권력'은 작동한다. 가령 경찰대신 교통법규 위반자를 감시하는 '파파라치의 효과'가 그것이다.”수유연구실 최대원 연구원(33)이 미셀 푸코가 쓴 '감시와 처벌'이라는 고전을 현실감각에 맞게 날카로운 시각으로 분석한 내용의 일부이다.파파라치는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근접해 특종 사진을 노리는 직업적 사진사를 일컫는 말로, 한국적 정서로 본다면 인정 사정 볼것 없이 제 이득만 취하는 치사한 인간군(群)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설땅이 없을 것만 같던 파파라치가 파라치 어군(語群)에 신조어를 양산하면서 성업(?)을 하고 있다. 금년 초 경찰이 교통위반 차량 신고에 보상금을 주는 카파라치 제도를 폐지하자 신종 파파라치가 대거 생겨난 것이다. 불법 쓰레기 투기를 고발하는 쓰파라치, 불법 약품 판매행위를 적발하는 팜파라치, 불량식품과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슈퍼에서 찾아내는 슈파라치, 노래방 불법행위를 감시하는 노파라치 등 그 수를 열손가락으로 헤아리기가 어려울 정도다. 헌데 최근 부방위가 의료보험과 산재보험의 허위 부정청구 사례를 신고하면 최고 2억원까지의 보상금을 지급키로 결정했다고 한다. 고소득자를 상대로한 조치여서인지 의파라치들의 왕성한 활동이 은근히 기대된다. 파파라치, 그들을 비겁한 고발자로 매도만 할 일이 아니라 악취가 진동하는 이사회 어떻게 정화할 것인가 모두 '감시의 눈'을 부릅떠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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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6.02 23:02

[오목대] 요람에서 무덤까지

이 말은 1942년 영국의 경제학자 베버리지 보고서(Beveridge Report)에서 유래한다. 그 뒤 사회복지의 대명사처럼 통용되는 말로 상징화되었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요람에서 무덤까지 같이 가는 것이 어디 사회복지 뿐 이겠는가.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간다고 하기에는 좀 그렇다. 그 표현에 좀더 어울리는 것은 바로 '세금'이 아닌가 싶다.세금은 세계 어디에나 있으며 그와 관련된 사건과 사연들은 이루 헤아릴 수 조차 없다. 1773년 보스톤 차 사건(Boston Tea Party) 역시 세금문제로 미국의 독립운동을 촉발시켰다. 미국인들이 즐겨 마시던 홍차(紅茶)의 관세를 지나치게 인상한 것에 반발해서 홍차를 싣고 온 배를 불태워버렸던 사건이었다. 세금에서 발단한 그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홍차를 즐기던 풍토가 사라지고 커피로 대변되는 나라로 바뀐 것이다.근대 와인의 발달에도 세금이 관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교회의식에 한정된 와인에서 근대적인 와인으로 바뀌게 된 계기가 십자군 원정과 세금면제에 있었기 때문이다. 십자군은 중동의 포도나무를 들여 왔고 수도원은 세금면제의 조건으로 판매를 시작하였던 것이다.우표를 수집하고 연구하는 취미인 우취(郵趣, philately)의 어원에도 세금을 부과한다는 telein이란 말이 들어 있는 것을 보면 세금은 예나 지금이나 그 속성이 다르지 않았던 모양이다.심지어는 세금 때문에 새로운 술이 탄생하기도 한다. 아이리시 위스키(Irish Whisky)가 바로 그것인데 맥아세(麥芽稅)가 원인이었다. 맥아에 붙이던 세금을 높이자 보리를 사용하게 되면서 새로운 스타일의 술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이렇게 사연 많은 세금을 좋아 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일전에 미국에서 제작된 세금홍보 동영상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로 표현된 내용이었으니 미국 사람인들 그 세금이 그리 반가울 일은 아닐 것이다.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표현처럼, 세금의 공익성을 도모하는 것보다 우선 피하려는 심리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일한 모양이다. 오늘이 양도소득세 확정신고를 마감하는 날이다. 피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정직하게 신고하는 풍토가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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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5.31 23:02

[오목대] 바다의 날

바다의 면적은 약 3억6천만원㎢로 지구 전체면적의 71%를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서식하고 있는 생물도 30여만종(種)으로 지구 전체 동·식물의 80%에 달한다. 천연자원도 망간, 니켈, 코발트, 구리등 4대 광물자원의 경우 육지 광물의 21∼273배를 갖고 있으며, 석유도 세계 총생산량의 30%가 바다에서 생산된다. 조력, 파력, 해수 온도차 등의 청정 무공해 에너지원도 무궁무진하다.흔히 바다를 '인류의 마지막 자원보고'라고 하는 이유도 이처럼 식량과 광물, 에너지, 공간 등 인류의 생존에 필요한 자원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미래학자들은 인류가 새로 이룩할 이상향이 바다의 효율적인 개발과 활용에 달렸다고 보고 21세기를 '해양혁명의 시대'가 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인류가 대대로 발붙이며 살아온 육지가 인구폭발, 자원고갈, 환경오염 등으로 병들어가고 있는데 비해 인공섬과 바다목장 건설, 그리고 해저광물과 해양에너지 개발 등으로 인류가 풍요를 누리는 청색혁명(Blue Revolution)의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다.인류의 미래에 대비하여 선진국들은 진작부터 바다에 대한 연구와 개발을 추진했다. 1961년 미국의 케네디대통령은 해양투자관련 예산을 2배 증액시키는 안건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우리가 바다를 알고자 하는 것은 단순히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거기에 우리들의 생존이 걸려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의 종합적인 해양개발시책에 자극 받아 일본 프랑스등 선진국들도 심해저(深海底) 광물탐사등 해양개발 각 분야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이에 비하면 국토의 삼면이 바다에 접해 천혜의 해양국가인 우리나라의 해양개발은 아직 시작단계에 있다.마침 내일이 제8회 바다의 날이다. 지난 1994년 11월 UN해양법협약이 발효됨으로써 세계 각국은 해양자원 개발 우위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체제로 전환했다. 본격적인 해양경쟁시대의 도래에 따라 정부가 바다를 적극 개발하기 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1996년 해양수산부 출범과 더불어 바다의 날을 제정한 것이다. 통일신라시대 해상왕 장보고가 전남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한 달(825년 5월)을 기념해 5월 마지막 날로 정했다.바다는 이제 제2의 국토다. 인류 미래의 삶의 터전인 바다를 개척하는 일에 눈을 돌리고 전 국민의 역량을 결집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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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5.30 23:02

[오목대] 한심한 문화수도발상

노무현대통령이 지난 대선 때 광주에 문화수도로 지정하겠다고 공약하였다. 그 이후 문화수도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광주에서는 문화수도로 만들기 위해 문화관광부를 광주로 이전시키고 국립종합예술학교의 분원을 광주에 만들고 각종 국립예술기관을 광주에 설치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뉴욕사람들은 스스로 뉴욕을 세계문화수도라고 부른다. 세계 최고의 공연장이라고 불리는 브로드웨이, 세계 최고의 박물관들, 세계 최고의 화랑가, 세계최고의 예술가, 패션쇼, 영화, 광고, 축제, 컨벤션, 학술활동 등 끊임없이 이어지는 문화활동과 예술활동에 자부심을 느낄만도 하다. 이들은 스스로 문화활동과 예술활동이 활발해져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이에 비해 광주를 문화수도로 만든다는 것은 국가가 인위적으로 광주의 문화와 예술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이와 관련된 국립기관을 광주로 옮겨 만들겠다는 뜻이다. 다시 말하면 엄청난 넓은 분야인 문화를 독점하겠다는 뜻이다. 행정이야 대통령과 국회가 있으니 행정수도라는 명칭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어떤 도시가 경제수도라며 경제와 관련된 국립기관과 국가지원을 모두 독점하겠다면 다른 도시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각 도시들이 각자의 특성을 살려 패션수도, 해양수도, 자동차수도, 광산업수도 등 분야별로 수도라고 지칭하고 그 부분을 특화하는 것은 국가에서도 적극 지원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경제를 한 도시가 독점하겠다면 국가가 반드시 말려야 한다. 그러한 독점을 극복하자고 지방분권을 하자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문화수도는 어떤가? 문화는 의미, 공연, 미술, 디자인, 음악, 영상, 게임, 축제, 놀이, 학술 등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는 것이다. 이들을 한 곳에 몰겠다니 다른 도시는 문화발전을 생각조차 말라는 뜻인가? 이러한 한심한 공약을 한 노무현대통령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그렇다고 정말 그러한 쪽으로 상황을 몰고 가는 문화관광부나 광주사람들의 무신경에 놀랄 뿐이다. 문화수도가 되고 싶으면 스스로 되라. 국가의 지원을 받아서 되고 싶으면 문화 중 특화된 분야를 골라 특성화해라. 그래야 다른 도시들도 문화 중에 자신에 알맞는 분야를 골라 최고를 노려볼 수 있는 것 아닐까? 문화수도라니, 다른 도시들은 모두 문화없는 도시가 되라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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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5.29 23:02

[오목대] 정당

우리나라의 정당사(政黨史)를 보면 한마디로 포말정당·철새정당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해방직후 1947년 통계에 따르면 당시 정당·단체수가 4백63개였다. 남한에 4백25개, 북한에 38개였다. 당원또는 회원수도 엄청났다. 남한지역에 자그마치 6천2백만명, 북한지역이 1천3백30여명에 달했다. 합해서 7천5백만명이 넘었으니 당시 남북한 인구를 합한 것보다 세배 가까이 많은 셈이다. 저마다 세를 과시하기 위해 당원이나 회원수를 마구잡이로 늘리거나 허위기재 한 결과일테니 한마디로 코미디다.이런 전력때문일까? 아무튼 우리나라 정치인들이 정당이나 단체를 만드는데는 이골이 나 있다. 건국후 수없이 명멸(明滅)한 정당수는 일일이 헤아리기 조차 번잡하다. 몇몇이 작당해서 정당 하나 만들었다가 수 틀리면 헤어지고 이해득실 따진후 다시 모인다. 이른바 이합집산이요 점잖은 표현으로 합종연행이다. 이게 다 보스정치, 패거리 정치의 소산이다. 포말정당이니 철새정당이란 말도 그래서 나온 것이다.정당의 목표는 궁극적으로는 집권이다. 따라서 정당이 있고난후 권력을 만들어내야 정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정당의 경우는 거꾸로다. 권력을 잡은후에 집권자에 의해 새로 정당이 탄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유당이나 공화당, 민정당, 신한국당이 모두 그랬다. 집권을 못했지만 한나라당이 현재 당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뿐이고 정당이 권력을 창출해낸 경우는 국민회의가 유일하다. 그런데 그런 국민회의가 당명을 민주당으로 바꿔 재집권에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다시 판을 짜겠다고 나서 지금여권 내부가 시끌벅적하다.신당 추진을 둘러싼 민주당내 신주류와 비주류의 대결이 급기야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되는 느낌이다. 양측 중진의원들 사이에 '철새 정치인' 공방이 오가는가 하면 '미숙한 아이가 칼자루 쥔 격' 이라거니 '개개비 둥지를 빼앗은 뻐구기 꼴' 이라는 험한 말도 쏟아지고 있다. 그야말로 갈데까지 다 간듯이 보이는 형국이다.스페인 속담에 '한 번 사이가 나빠진후 좋아진 친구와 한 번 식었다가 다시 데워진 스프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지금 민주당 속사정이 그 꼴이 아닌가 싶다. 다시 합친들 이미 금이 갈대로 간 양측이 신뢰를 회복하기가 그리 쉽지 않아 보인다. 정치무상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일까? 그 주인공들이 모두 호남쪽이란 점도 이쪽 정서로는 영 찜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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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5.28 23:02

[오목대] 현대판 묵형(墨刑)

사람 몸에 글씨나 그림, 무늬따위를 새기는 문신(文身)의 역사는 길다. 기원전 2000년경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집트 룩소르 왕릉의 공주 미라에서 이미 곤충문신이 발견될 정도다.문신의 목적도 다양하다. 고대에는 질병이나 재앙따위를 물리치기 위한 일종의 주술적(呪術的)의미로 문신을 새겼다. 또한 지위나 신분 소속을 나타내기 위한 것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여성의 화장술과 함께 단순히 장식용으로 문신을 새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런 문신의 이미지가 꼭 밝은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부정적인 면이 더 강하다.고대 로마시대에는 죄수나 노예가 도망을 치지 못하도록 몸에 문신을 새겼다고한다. 19세기 미국에서는 감옥 출소자에게, 영국에서는 탈영병에게, 나치 독일은 집단수용소의 포로나 유대인들에게 문신을 남겼다. 우리의 경우도 삼국시대에 이미 죄인에게 묵형(墨刑)을 가했고 그려와 조선시대 들어서도 도주하다가 붙잡힌 노비에게 문신을 새기는 벌을 줬다는 기록이 전한다. 이처럼 부정적 이미지가 강함에도 불구하고 문신을 일부 젊은이들에겐 여전히 관심의 대상이 되는 모양이다. 흉칙·끔찍·추잡함 따위 반사회적 비정상적 엽기취미의 만연이 그것이다. 그래서 대뜸 떠오르는게 폭력의 세계다. 공중목욕탕에 갔다가 몸에 요란하게 문신을 새긴 사람을 보고 영 꺼림칙한 기분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 아무리 그럴듯한 문신이라도 그런 사람은 대개 전과자나 불량배 폭력배를 연상시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싸움판에서 길핏하면 웃통을 벗어제치고 문신 자랑(?)을 하는 젊은이 치고 폭력배 아닌 경우가 드문것도 사실이다.보는 이들에게 혐오감을 주는 문신은 실상 건강에도 치명적일수 있다. 대개 소독도 잘 안된 바늘을 통해 간염이나 헤르페스 같은 질환에 걸릴수도 있고수은이나 크롬같은 중금속이 들어있는 염료를 쓸 경우 부작용도 크다. 한번 새겨 놓으면 나이 들어가면서 없애려 해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니 자칫 평생 애물단지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문신이 급기야 현역병 입영을 기피하는 수단으로까지 이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경찰수사 결과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전신에 문신을 새기면 보충역에 편입된다는 사실을 악용한 것이다. 폭력조직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그 혐오스런 문신이 젊은이들의 국방의식마저 망가뜨린다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의 철저한 수사로'현대판 묵형'을 자초하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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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5.27 23:02

[오목대] 공무원 윤리강령

국제투명성기구(TI)가 지난해 세계 1백2개 국가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청렴도 평가에서 한국이 40위를 차지, 국민소득 수준 세계 24위라는 국가 위상에 먹물을 끼얹었다. 이같은 청념도 순위는 경제협력기구(OECD)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며, 아시아에서도 싱가포르(5위) 홍콩(14위) 일본(20위) 대만(29위) 말레이지아(33위)에 이어 여섯번째 수준이다.우리나라는 공직자의 비리와 부패를 막기 위해 개국 이래 끊임없이 엄격한 공직윤리를 요구해왔다. 정부수립후만 하더라도 '관리좌우명'을 시작으로 제3공화국때는 공무원 윤리강령(61)과 국가공무원법(63)·공무원 신조(69)를 제정 공포하였으며, 제5공화국때는 공무원 윤리헌장(80)과 공직자 윤리법(81)·청백리상(81)을 연달아 제정, 시행했다. 또 어느 정권보다 깨끗한 정부를 강조한 문민정부에서도 공직자 윤리법을 개정(93), 재산신고와 선물신고·취업제한의 규정을 처음으로 도입했으며, 국민의 정부 역시, 부패공직자는 영원히 추방하겠다는 각오로 '제2건국운동'을 통해 강력한 개혁드라이브를 걸어왔다. 그러나 부패공직자는 줄지 않고 국가청렴도는 오히려 96년 27위에서 97년 34위, 98년 43위로 계속 추락한 뒤 근래 몇년동안 40위권을 맴돌고 있다.여느 정권때와 마찬가지로 참여정부에서도 '5만원 초과 경조금과 3만원 초과 식사접대 금지'를 기본가이드라인으로 하는 '공무원 윤리강령'이 지난 19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공무원 윤리강령은 부처별 행동강령에 따라 3백20개 행정기관의 90만 공직자들에게 적용되는데, 벌써부터 현실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선언적 강령'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행정자치부의 경우, 자녀 결혼식은 물론 부모상까지 동료 공무원에게 조차 알릴 수 없다는 규정을 두었다니, 이건 앞서도 너무 앞섰다는 생각이 든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청와대는 ”공직자 행동강령이 지나치게 엄격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의 지적에 따라 비서실 직원들의 의견을 다시 수렴해 좀더 완화된 새 강령을 만들기로 했다고 한다. 지킬 수 없는 강령 만들어만 놓고 웃음거리 되느니 보다는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강령을 만들어 모든 공직자가 지키도록 유도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다. 국가청렴도를 떨어뜨리는 공직자는 대다수 선량한 공무원이 아니라 숨어서 뒷거래하는 몇몇 되지 못한 공무원들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5.26 23:02

[오목대] 아리랑 문학관

5백86개 세라믹펜의 심. 2만여장 원고지 분량의 소설〈아리랑〉을 집필하는데 들어간 필기구의 분량이다. 김제 부량면에서는 조정래씨의 소설〈아리랑〉을 기념하는"아리랑 문학관개소식이 지난 16일 열렸다. 이 김제평야는 소설 속 등장인물 방영근이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으로 떠나는 것을 시작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던 바로 그 역사속의 현장이다.이날의 개속이 더욱 뜻 깊은 것은〈아리랑〉을 번역자 조르주 지겔메이어씨가 7년 작업 끝에 불어로 완역하였기 때문이다. 현대소설 중에서 외국어로 가장 많이 번역된 것은 황순원의 작품들이다. 그리고 고전소설에서는 김만중의 작품이 꼽힌다. 시 분야에서는 역시 미당 서정주 시인의 작품이 가장 많이 외국어로 번역되었다고 한다.우리에게 안겨 주었던 감동이 번역과정에서 얼마나 생생하게 재현되었을까하는 염려도 없는 바 아니지만〈아리랑〉과 같은 대작이 프랑스에 소개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의미는 매우 깊다.영국에서 문호 세익스피어에 대한 자부심은 그를 인도와도 바꿀 수 없다는 표현으로 상징된다. 이런 표현을 듣는 인도 사람들에겐 좀 미안한 일이지만 세익스피어의 문학적 성과가 대단하였음을 나타내려는 영국민들의 심정이 녹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이런 문호를 꼽을 때 독일의 종교개혁가 루터를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루터는 성경번역의 수정작업을 위해서 자신이'산헤드린'이라고 이름한 전문가팀을 두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들 전문가팀은 독일 번역위원회 구성의 효시이기도 했다. 이런 성경의 독일어 번역 덕분에 성경 속의 인물 모세는 유대인이라기보다는 독일인으로 인식될 정도였으니까 말이다.이들 세계적인문장가들은 자기 나라 언어의 활용 영역을 크게 넓혔다는 점에서 그들의 문화적 기여도는 엄청나다고 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아리랑 문학관”의 개관에 기대가 큰 것은 이처럼 나라마다 자국의 문호들에게 보여 주었던 국민의 사랑 때문이다.예항이라고 불리는 우리 고장답게"아리랑 문학관”이 도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태백산백〉,〈아리랑〉,〈한강〉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해서 소설가 조정래씨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하였던 한국근대사의 진실을 느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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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5.24 23:02

[오목대] 수달 보호작전

인간의 편익 추구와 오만에 따른 개발사업과 환경오염으로 자연 생태계가 급속히 파괴되어 가고 있다. 자연 그대로 보존된 곳이 거의 없을 지경이다. 여기에 야생동물의 무자비한 남획까지 겹치면서 생태계의 구성요소로서 기능과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 이들 동물들이 엄청난 수난과 위험에 직면해 있다.이에따라 멸종위기에 놓인 야생동물 종(種)들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인간의 생태계 파괴에 적응하지 못한 집단은 완전 멸종돼가고 있다. 나그네비둘기의 경우는 대표적종의 멸종 사례로 꼽힌다. 나그네비둘기는 1870년대만해도 미국 위스콘신 중동부에서만 무려 1억3천여만 마리가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몰지각한 남획으로 고작 30여년 후인 1914년 마지막 한 마리가 신시네티 동물원에서 죽은뒤 감추었다. 1600년대 이후 전세계적으로 4백86종의 야생동물이 멸종되고, 현재도 3천5백65종이 멸종위기에 처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자연생태계는 모든 개체가 하나의 사슬에 연결돼 있다. 따라서 한 종이 멸종하면 이것과 연계된 앞뒤 종들에게 혼란이 일어난다. 그리고 예상할 수 없는 생태계 변화를 일으킨다. 때문에 멸종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그것의 희귀종 여부를 떠나 종의 보존을 통해 생태계를 가능한 기존대로 유지케하기 위한데 있는 것이다.환경부가 국제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수달을 지켜내기 위해 특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환경부는 오는 9월부터 도로나 댐 건설, 하천정비 사업 등으로 이동통로가 끊긴 수달을 붙잡아 환경이 양호한 곳으로 이사시킬 계획이다. 하천 물질을 다라 서식하는 수달이 2∼3마리만 고립돼 있을 경우 근친교배 부작용으로 멸종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때문이다고 한다.현재 고립 정도가 심해 이사가 시급한 곳은 순창군 섬진강 상류와 진안 용담댐, 충남 청양 지천, 지리산 화개천 상류가 거론되고 있다. 이곳에 서식하고 있는 수달을 잡아 섬진강 최상류인 도내 옥정호에 옮긴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수달을 다른 지역으로 이주시켜 복원에 성공한 사례가 있어 기대를 걷게 한다. 새 보금자리로 옥정호가 선택된 것이 아직까지 도내의 자연환경이 다른 지역보다 덜 오염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겠지만 그만큼 산업화에는 뒤졌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 같아 묘한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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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5.23 23:02

[오목대] 문화가 담긴 음식

맥도날드, 롯데리아,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피자 헛 등 표준화된 음식을 빠르게 제공하는 패스트 푸드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패스트푸드를 사먹고 있다. 음식 때문에 사먹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로 사먹는 것일까? 물론 시간이 없어서 빨리 나오는 패스트 푸드를 사먹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대부분 학생들이고 젊은층인 점을 생각해보면 실제 업무가 급해서 패스트 푸드를 사먹는 것 같지는 않다. 그 보다는 기다리는 시간이 짧고, 쉽게 음식을 선택할 수 있으며, 서구적인 분위기를 즐기기 위해 가는 경우가 더 많다. 미국적 문화를 상징하여 미국에 호기심이 많은 학생층에게 미국문화향수를 충족시켜 준다. 인테리어나 내부 구성원의 일 스타일도 다르다. 먼저 누구나 의자에 앉아서 먹어야 함으로 아랫목이 없다. 그리고 누구나 똑 같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 보다 평등지향적인 분위기를 즐기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도 제복을 차려입고 청소를 한다든지 또는 서빙을 하는 데 대체로 아르바이트 학생들이다. 특별히 고객을 높이지도 차별하지도 않는다. 청소부나 서빙직원도 특별히 신분적 차별이 주어지지는 않는다. 주어진 규칙에 따라 일하는 평등한 직장이라는 개념이 은연중 풍기는 분위기다. 또 한 이곳에 들어와 있으면 세계에 접속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미국이 한국으로 들어와 있어 지구촌이 느껴진다. 세계로 직접 나가지는 못하더라도 이곳에서 세계를 느끼는 것이다. 음식점에 대한 특별한 품평이 필요없다. 각 음식점이 어디나 똑 같은 음식맛을 가진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점원은 미리 만들어진 제품을 데우거나 구워서 제공하기만 하면 된다. 이미 매뉴얼에 세세한 설명이 나와 있어서 이를 따라 하기만 하면 된다. 미국식 합리주의다. 패스트 푸드는 미국에서는 중산층의 값싼 식품이었는데 한국에 와서는 학생이나 젊은층의 서구향수를 충족시키는 음식으로 바뀌었다. 우리 음식도 한국에 대한 향수를 같이 포함하는 음식으로 외국에 진출할 수는 없을까? 비빔밥이 한국적 향수를 느끼게 하는 음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데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한국음식도 다양한 한국적 문화와 가치관을 전파하는 첨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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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5.22 23:02

[오목대] 선별식 음주단속

음주운전을 하다가 적발된 사람치고 자신이 술을 마셔 위험한 정도라고 시인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니 단속경찰과 시비가 잦을 수밖에 없다. 대개 자신은 소주 한 두잔 하긴 했지만 운전을 못할 정도로 취한 상태는 아니라고 변명한다.그러나 이런 운전사들 일수록 음주측정을 해 보면 대부분 허용치 오버다. 측정기에 나타난 수치를 제시해도 인정하러 들지도 않는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단속을 피하며 몸부림 치는데 이럴때 영어로 지버리시(Gibbenirh)가 나온다. '지버리시'는 우리 말로 '뭐가 뭔지 모르게 지껄이는 말', 이른바 횡설수설이다. 처음엔 시치미를 떼다가 안되면 사정조로 변하고 그래도 안되면 호통으로 바뀐다. '내가 누군데 감히...'정도에 이르면 상황은 끝이다.원숭이 따위가 깩깩거린다는 뜻은 '지버리시'는 미국경찰이 음주운전 여부를 가리는 주요 척도가 된다고 한다. 즉 운전자의 발음이 부정확하고 높낮이가 들쭉날쭉이라 알아듣기 힘들 정도면 아무리 변명해도 운전자는 음주운전으로 처벌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의심이 가는 운전자를 차에서 내리게 한 후 라인을 똑바로 걸어보게 하는 방식은 그 다음이다.우리는 어떤가. 한밤중 대로상에서 지나가는 차량을 모두 세운 후 무조건 음주측정기를 들이미는 방식이 보통이다. 심지어 단속경찰관의 얼굴에까지 입김을 불게 할 정도니까 사냥개 방식이라 해도 틀리지 않는다. 자연 단속하는 경찰이나 단속받은 운전자 모두 불만이 없을 수 없다. 음주운전 단속방식을 '투망식'에서 '선별식'으로 바꾼 경찰청 조치는 그런 여론을 감안해서 나온 것이다.그런데 그런 방식이 꼭 옳으냐 하는데 대해 회의론이 나오는 모양이다. 선별 음주단속을 시행한지 1개월을 맞아 전북경찰이 통계를 내 본 결과 단속실적은 20%가량 감소한 반면 사고는 40%가량 늘었다는 것이다. 운전자들이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 음주운전에 대한 경각심이 해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래 가지고서야 경찰의 호의(?)를 면피(免避) 수단으로 악용한 운전자들이 사고후 무슨 말로 변명을 늘어 놓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음주운전은 속된 말로 '살인면허'가 아니다. 그 폐해를 새삼 강조할 일도 아니다. 한 순간의 실수가 자신이나 상대방의 생명은 물론 가정의 평화와 인명까지 앗아가는 사례는 수없이 목격돼온 바다. 선별식 단속에 실효성이 의문시 된다면 투망식으로 회귀해도 크게 불평할 일은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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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5.21 23:02

[오목대] 社交的 치료

사교(邪敎)는 19세기 과학의 급속한 발달로 인간사회의 가치관이 혼란속에 빠지고 정신마저 황폐해지게 되자 그 반작용으로 싹트게 됐다는게 종교학자들의 분석이다. 일론의 신비주의 체험자들에 의해 창시되고 이에 현혹된 추종자들에 의해 세(勢)를 넓혀 왔다는 것이다. 어느덧 갑자기 신의 계시를 받았다거나 기적이 일어나 초월적 능력을 전수받았다는게 사교 교주들의 공통된 영험(靈驗)이다.'지구 멸망론'이나 '대지진', '신의 출현'등이 사교 교주들이 내세우는 단골 예언이지만 때로 자신의 초능력으로 육신의 재생을 도모할수 있다고 장담하는 집단의 위험성은 매우 크다. 인간의 불안심리를 교묘히 이용해 교세를 늘리고 그 과정에서 '허황된 의식(儀式)'으로 생명을 앗아가는 사고가 드물지않기 때문이다.지난 2000년 일본에서는 신흥종교단체들이 인간의 시체를 치료한다면서 신자들로부터 거액의 현금을 요구해 사회문제화 한 일이 있다. '가에다주쿠(が工田?)'라는 종교그룹 대표가 여섯살짜리 사내아이시체에 '부활 에너지'를 보내 소생시키겠다.'면서 수개월째 치료를 계속해오다 경찰에 적발된 것이다. 이 교주는 '창조주의 대리인'을 자칭하면서 기독교와 일본의 신도등 복수의 종교를 혼합시킨 교리로 신자를 모아 거액을 챙겨온 것으로 밝혀졌었다. 또 '라이프스페이스'란 단체도 부활치료를 한다면서 부패된 중년남성의 시체를 호텔 객실에 오랫동안 방치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았다. 그런데 재미있는것은 이 단체의 대표라는 사람이 경찰이 시체를 검시해 사망사실을 확인하게 하자 '살아있는 인간을 해부했다'며 역으로 경찰을 고발했다는 것이다.엊그제 경기도 연천에서 D성도회라는 종교단체가 집단폭행해 사망한 신도등을 부활시키겠다며 시신 4구를 보관해온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단체는 '생명수를 투입하여 죽은 사람을 다시 살려내겠다.'면서 부활일지까지 작성해가며 치료(?)를 해 왔다 는데 시신의 부패과정을 새살이 돋는다'고 묘사한 대목에 이르면 경악을 금할수 없게 한다.물론 신도들은 자신들의 교리를 맹신하면서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되래 원망하고 있다. 하지만 뒷거래로 거액의 금품이 오간 정황을 보면 사교집단의 빗나간 행태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으니 무슨말로 변명할수 있을지 궁금하다. 사교집단의 횡행은 결국 사회병리 현상의 한단면일 뿐이지만 그 정신적 폐해를 생각하면 웬지 으시시하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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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5.20 23:02

[오목대] 고약한 농담

브라질의 좌파 출신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Lula da silva) 대통령과 미국의 보수를 대변하는 공화당 출신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어느모로 보나 궁합이 잘 맞을것 같지가 않아 보인다.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노동자 출신의 룰라는 하버드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한 사업가 출신의 부시 대통령과 인생역정이 너무도 다르고, 이념 또한 극과 극의 성향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룰라 대통령이 당선자 신분으로 미국을 방문(2002년 12월 10일)했을당시, 양국의 참모들은 극도로 긴장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의 농담 한마디가 양측의 걱정을 기우로 끝내버렸다. 룰라가 자신의 비급진적(Unradical)사회정책을 열심히 설명하자 부시가 "마치 공화당원처럼 말씀하시는구려”라고 죠크를 한 것이다. 이 농담 이후 회담장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져 미-브라질 정상회담은 술술 풀려나갔다.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기간 중 성당에서 미사 강론을 하던 한 신부가 도가 넘는 농담을 했다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 지법 의정부지원 형사합의1부(재판장 안기환부장판사)는 "피고인이 미사 강론 중 신자들을 대상으로 이회창후보의 비리 의혹을 적시하고, 나이 든 사람은 투표하지 못하도록 성지순례를 보내기로 했다는 농담을 한 것은 종교적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에 해당된다”며 벌금 50만원의 유죄 판결을 내렸다.농담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농담은 아니다. 일과 성으로 지나칠 싱거운 농담이 있는가 하면, 주위를 일순에 환기시키는 기지넘치는 농담이 있고, 남의 가슴에 못을 박고 비수를 꽂는 뼈있는 농담·촌철살인하는 농담도 있다. 그래서 농담은 때와 장소를 잘 가려야 하거니와 농담의 정도도 지나쳐서는 안된다. 농담을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우스개를 하고, 당신이 웃음으로 화답해줄때 농담이 성립된다”는 미국 시카고대학 테드·코언교수의 말을 깊이 새겨둘 필요가 있다.한나라당이 추천한 양휘부(梁輝夫) 방송위원이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에게 "(청와대)자리 주인이 바뀐듯한 생각이 든다”는 고약한 농담(?)을 하여 파문이 일고 있다. 양위원은 "민주국가에서 대통령에게 농담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면서 "민주당이 며칠이나 지나 내 발언을 문제삼는걸 보니, 또 다른 '방송 길들이기'가 시작된것 같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는 정말 농담과 독설도 분간을 못해 그런 말을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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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5.19 23:02

[오목대] 小貪大失

요즈음 화물연대의 파업이 우리 사회에 던진 충격파는 대단했다. 그 결과 파업기간인 지난 9일부터 13일까지의 하루 평균 수출액은 1억2천4백만달러로, 하루 평균 6천9백만 달러씩 수출액이 줄어들면서 5일동안 3억4천5백만달러의 수출차질이 발생했다 한다.이런 문제에 대한 국회의 추궁에 어떤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답했다. 그런데 이런 답변이 시원스럽다는 느낌은 주지만 이번처럼 일이 터진 다음에 봉합하는 식의 일처리는 반복된다는 점에서 답답한 생각을 금할 길이 없다.이런 과정에서 고개를 드는 의문 하나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따르는 책임자 문책이 과연 앞으로의 제도와 정책운용 방향에 도움을 주기나 하는가 하는 점이다. 내용이나 분야는 다르지만 매번 유사한 성격의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것으로 보아서는 책임자 문책이 업무개선과 별다른 관련이 없지 않나 싶다. 때로는 장관이 책임질 일을 주무부서 담당자가 뒤집어 쓰거나 반대로 주무부서 담당자가 책임져야 할 일을 장관이 물러나는 선에서 처리하는 비능률을 보곤 한다.문제는 이러한 사회적 문제들을 처음엔 매우 사소하고 작은 일로 여기고 지나친다는 점이다. 좀더 일찍 해당 부서 실무자가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버릴 수가 없다.이런 와중에 '이번 화물연대 파업사태는 물류·유통 분야가 전근대적인 구조속에 방치돼 있었기 때문에 생긴 것'이며 '언제 터져도 한번은 터질 수 밖에 없던 사안'이라는 노동부장관의 발언은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한다.장관의 이런 인식은 이번 물류대란이 피할 수 없었던 구조적인 문제라고 보는 듯 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국민경제에 가져다 줄 파괴력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하지 않나 싶다. 또한 언론과 국민들에게 자극적으로 호소하지 않으면 제도개선이 어렵다는 인식을 보는 것 같아서 대단히 실망스럽다.이번 물류대란은 화물수송구조와 그 비용에 대한 문제를 정부가 소홀히 다룬 결과로 받은 자업자득이다. 지불해야 할 사회적 비용에 지나치게 인색하거나 왜곡된 구조를 초기부터 바로 잡지 못한 댓가 치고는 너무 혹독한,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전형이 아닌가 싶어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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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5.17 23:02

[오목대] 뇌물

정치인들이 뇌물과 관련, 사법처리 되는 경우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늘상 있어왔던 일이지만 참여정부도 예외는 아닌듯 하다. 도내출신 중에도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을 지낸 사람에 이어,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민주당 최고위원이 나라종금사건과 관련 구속됐다. 또 국회의원 한 사람도 석탄납품 청탁과 관련 사법처리 단계에 놓여 있다.이들 정치인의 구속을 여당내 갈등이나 신당창당과 관계짓기도 한다. 또 새정부 들어 개혁의 표적이 되었던 검찰이 성역없이 사정의 칼날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그리고 최근에는 도내 유력 자치단체장이 월드컵 휘장사건과 관련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평소 청렴한 인물로 알려져 있어, 의외라는 사람이 많은듯 하다. 본인이야 물론 펄쩍 뛰고 있다. 하지만 사람의 일을 어찌 아랴. 어쨌든 뇌물은 동서고금 어디에도 있었다. 영국에서는 이미 1526년부터 기름칠(Grease)이라는 단어가 뇌물의 의미로 쓰였다. 근대 철학의 창시자로 꼽히는 프랜시스 베이컨 같은 사람도 뇌물과 관련이 깊다. 정치가로도 명성을 날려 검찰총장과 대법관까지 올랐으나 크고 작은 뇌물사건에 휘말려 결국 모든 공직에서 추방되는 수모를 당했던 것이다. 그가 받은 뇌물은 당시 일용직 노무자 연간수입의 2천배에 달하는 규모였다고 한다. 16년간 총리를 지내며 독일통일의 초석을 다진 헬무트 콜도 뇌물스캔들로 씁쓸한 뒤끝을 남겼다.법치 보다는 인치(人治)가 더 기승을 부리는 중국에서도 헤이진(黑金·검은돈)이면 통하지 않는게 없을 정도다. 비교적 깨끗하다는 대만도 지난해 천수이 벤 총통이 검은돈으로 상징 되는 금권-폭력정치를 추방하겠다고 나서자 증시가 요동을 쳐 금융위기설까지 번지는 홍역을 치러야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때 로비수단으로 뇌물(bribes) 술(booze) 여자(broads) 등 3B가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졌다. 요즘에는 여기에 골프가 필수로 낀다. 떡값, 촌지 등의 점잖은 표현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뇌물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의 허리를 더욱 굽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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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5.16 23:02

[오목대] 험난한 문화분권

노무현정부의 분권노력이 생각보다 미진하다. 지난번 의정부 보궐선거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되었다. 행정수도 이전은 지방분권의 가시적인 약속인데 벌써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셈이다. 중앙의 언론이나, 중앙의 지식인들 그리고 정부기관들도 분권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 문화관광부의 예를 들어보자.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은 지난 4월16일 문화행정혁신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 산하에 민간자율추진팀, 지방분권추진팀, 행정수도문화기획팀 등을 실무추진팀으로 운영하기로 하였다. 지방분권추진팀은 지역문화예술위원회 설립 등 중앙정부의 각종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게 된다. 이창동장관이 문화의 지방분권화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2000년의 고질적인 중앙집중적 사고와 문화활동을 고치기에는 문화분권팀의 위상이 너무 초라하다. 분권위원회는 예술, 대중예술, 문화산업뿐만 아니라 방송, 언론, 교과서 등의 정신영역 전체를 분권시각에서 점검하고 혁신할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문광부 안은 몇가지 정책이양과 지역문화활성화로 분권을 한정시키고 있다. 또한 문화행정혁신위원회의 위원 모두(문화관광부차관 등 직원, 문화관광정책개발원장, 민예총기획실장, 예술종합학교 영상원장)가 서울을 근거지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이들 위원이 문화분권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인지 의심스럽다. 그들이 국립문화기관들의 지방분산에 적극적으로 헌신할 수 있을까? 그들이 문화관광부의 권한, 재정, 인력, 산하기관을 대폭 지방으로 넘겨주도록 할 수 있을까? 그러지 못할 것이다. 새로운 문예진흥원도 마찬가지다. 문화관광부장관이 4월 30일 임명한 7명의 이사들이 모두 서울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대통령이 임명한 방송위원회도 마찬가지다. 9명 모두 서울사람들이다. 지방방송이 중앙방송의 식민지체제가 된지 오래다. 우리나라 방송체제는 지방분권, 지역혁신, 문화분권에 역행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중앙프로그램 릴레이 방송, 지역프로그램 빈약 등). 서울사람들이 이를 어떻게 혁신할 것인지 걱정된다. 서울사람이라서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분권은 지방의 시각을 가진 사람들이 더 절박하게 느끼고 더 잘 추진할 수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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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5.15 23:02

[오목대] '에이즈 포비아'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는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불가능한 병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만큼 공포의 대상이면서도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에이즈의 예방과 퇴치에 큰 걸림돌이다. 병원에서 에이즈감염인이란 이유로 치료를 거부당하는 경우도 있고 배우자나 가족으로부터 버림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감염인들은 이러한 편견과 차별이 두려워 에이즈치료의 기회를 놓치는 일이 적지 않다.그런데 정작 에이즈보다 더 무서운것은'에이즈포비아'라고 전문가들이 지적한다. '에이즈에 감염되었다는 근거없는 두려움이나 감염경로에 대한 부정확한 지식때문에 그 질환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에이즈포비아라고 한다. 이런 사람들은 에이즈에 감염되지 않았음에도 에이즈 걱정을 하는것으로 임상적인 우울증, 불안장애, 심각한 죄책감, 공포증등의 증후를 보인다는 것이다.속직히 말해서 성인 남녀, 특히 남성의 경우 에이즈에 대한'박연한 불안감'같은것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것이다. 한국성과학연구소의 조사결과'국내 성인남성 78%가 외도를 경험한것'으로 나타날정도라면 에이즈가 문란한 성문화와 밀접한 관계가있다는 상식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나 에이즈는 혈액·정액·질분비액등이 주된 감염이므로 상처를 통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일반적인 공중이용시설등에서 감염되지는 않는다. 자신만 깨끗하다면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심지어 공포증세까지 보일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물론 노인층의 에이즈 감염률이 높아진다거나 우리사회의 문란한 성의식이 에이즈확산의 한 요인이 된다는 예방협회의 보고가 있긴 하다. 실제로 지난 3월말 현재 국내 에이즈 감염자수는 2천1백22명(국립보건원 집계)에 달한다고 한다. 금년들어 1백15명의 감염자가 추가로 확산되었으며 21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한 번 걸리면'사망선고'나 다름없는 에이즈는 공포의 대상인것만은 분명하다.보건당국의 허술한 혈액관리체계 때문에 수혈받은 10대 여성등 2명이 또 에이즈에 감염된것으로 밝혀졌다한다. 수혈에 의한 감염은 모두 12명으로 지난 1995년이후 8년만의 사고다. 백신개발이 한창이고 언젠가는 극복될 수 있다는 의학계의 다짐이긴하지만 에이즈는 현재로선 예방이 최선이다. 그 체계가 허술해 날벼락을 맞는 일이 생겼으니 당사자들로선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에이즈포비아가 되는 이유를 알만하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5.14 23:02

[오목대] '콜렉터'

우리 삶 속에서 때로 영화적이라고 일컬어질만큼 황당한 일들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이 상식적이든 비상식적이든 가상(假想)의 현실이 진짜 현실로 다가올때 받는 정서적 충격의 파장은 매우 크다.엊그제 서울의 30대 엘리트 벤처회사 직원이 저지른 '여중생 납치감금 사건'도 그런 범주다.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이 젊은이는 A4용지 10매에 달하는 '사육계획서'를 작성한 후 열두살짜리 여중생을 납치하여 '내 이상형의 여자로 키워 결혼할 계획' 아래 범행을 저질렀다 한다. 납치 이틀후 그 여중생이 극적으로 탈출하여 덜미가 잡혔기 망정이지 하마터면 영화 '콜렉터'와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두렵다.영국 작가 존 파울즈가 1963년에 발표한 소설 '콜렉터'는 나비 채집가인 한 남자가 나비를 채집하듯 한 여대생을 자기집 지하실로 납치감금해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1965년 영화로 제작돼 국내에 소개된바도 있다. 이 소설은 편집광적인 외톨이 곤출 채집가의 사랑과 소유라는 지극히 평범한 명제를 다루고 있지만 범행 과정을 인간심리의 내면을 통해 묘사하면서'사랑의 감정에는 파격성과 맹목성이 따른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이번에 범행을 저지른 젊은이가'콜랙터'를 모방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감금한 여중생의 손목에는 수갑을 채우고 비명을 지르지 못하도록 테이프를 얼굴에 붙힌 상황등은 영화속의 한 장면과 매우 흡사하다. 결국'영화적 사건이 현실 세계에서 재연돼 충격을 안겨준 것이다.지난 90년에 만들어진 한 외국영화에서도 비슷한 스토리가 전개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한 남자가 여자를 납치한다. 이 여자는 처음엔'당신을 결코 사랑하지 않을꺼야. 절대로'라고 절규한다. 그러나 결국 최후의 순간에는 그를 받아 들이고 만다. 남자와 여자의 운명적 만남이 공포와 모멸감을 거쳐 연민의 정으로 발전해 사랑으로 매듭지어지는 과정이 그야말로 영화적이다.경찰은 이 젊은이의 범행을 일종의 과대망상 증상으로 보고 정신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한다. 그러나 주위의 평가로는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살아온 평범한 샐러리맨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런 그가 상식을 벗어난 엽기적 범죄를 저지르게 한 동인(動因)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우리사회의 인간소외, 사랑과 생명의 가치에 대한 몰이해, 문화환경의 변화등을 두루 생각케 하는 사건이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5.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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