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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討論문화

'참여 정부'가 탄생한 후 '토론 문화'에 새 지평이 열리고 있다. 반세기가 넘는 헌정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경직된 환경의 지배를 받고 살아온 탓에 아직까지 성숙한 토론 문화를 경험하지 못했으나,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의사결정과정에서 토론을 중시하면서 토론 문화가 일대 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노대통령이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수단으로 토론을 신봉한 대목은 곳곳에서 목격된다. 재야 인권변호사 시절, 같은 길을 가던 문재인(文在寅)민정수석과 밤샘하며 토론을 했다는 일화에서 부터, 우리사회에 신선한 충격과 당혹감을 함께 안겨준 평검사들과의 대화가지, 이루 헤아릴 수가 없다. 노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그동안 지나치게 권위적이어서 합리성이 무시된 과거의 부정적 패러다임을 바꿔나간다는 점에서 환영해 마지많을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토론의 난이도와 토론이 갖는 함정 때문에 토론만능주의에 빠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다시 말해 토론은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한 필요 조건이지 충분 조건은 아니라는 말이다. 토론을 통해 다수 의견이 모아졌다고 해서 반드시 옳은 결론이라고만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토론은 대립된 의견을 통합시키는 과정에서 논리적 모순을 발견하면 자신의 의견을 보강하려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토론에 앞서 항상 절반은 남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어놓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의 입장만 확인하고 돌아서는 공허한 말싸움으로 끝나거나, 되레 감정만 붇돋아 아예 토론을 하지 않음만 못한 결과를 보기 십상이다. 이와함께 토론은 연령이나 직급·격식을 모두 파괴하고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한다. 토론자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거나 나중에 '찍힐지도 모른다'는 위협을 느낀다면, 그것은 이미 토론이 아니다. 또한 집단적 사고(思考)도 건전한 토론 문화를 해치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당론을 정해놓고 토론에 임하는 국회가 좋은 본보기다. 이와같은 이유에서 토론은 긍정론과 부정론으로 크게 엇갈린다. 탈(脫)권위주의와 개방성이라는 차원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지만 무질서와 혼란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제대로 된 토론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먼저 국민들이 토론에 대한 올바른 훈련부터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3.24 23:02

[오목대] 他山之石

이제나 저제나 하던 일이 그예 일어나고 말았다. 미국과 영국이 국제연합(UN)의 동의 없이 이라크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이번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우리는 이라크를 좀더 알 필요가 있다. 이라크는 '저지(低地)'를 의미하는 페트시아어로, 메소포타미아 평원에 자리잡은 이슬람 국가이다. 아버지 부시때부터 이라크는 미국과 대립해 온 것도 사실이다. 이라크가 대량살상 무기를 개발해서 보유하고 있으며 알카에다 등의 테러조직과 관련이 있기때문에 미국의 이번 이라크 공격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하지만 이런 미국의 주장을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영국의 가디언도 지난 2월 22일자 기사에서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이유는 중동에 팍스 아메리카를 심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런 관점에서 석유전쟁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라크가 '마지막 남은 지구 최대규모의 에너지 창고'로 불리지만 이번 공격에 적극적인 미국과 영국이 유전개발 협상에서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에 밀리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석유전쟁이라는 표현도 그리 틀린 말이 아니다.이번 미국과 영국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이라크는 나름대로 노력한 흔적이 역력하다. 1991년 이라크가 유엔의 대량살상무기 금지 결의를 수용한 이래 유엔 사찰단을 받아 들이지 않으면 안 되었는데 그 단원 중에서 미국인을 추방하거나 군사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대한 사찰을 거부하는 우여곡절을 겪게 되지만 미국과 영국의 공군은 이라크의 군사시설들을 파괴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사찰거부와 협조를 반복하게 된 이라크가 결정적으로 궁지에 몰린 것은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이후 이라크는 전역에 걸친 유엔 사찰에 협조하게 되며 올해 2월 사찰단은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를 발견하지 못했음을 안보리에 보고한 바 있다.하지만 이런 이라크의 노력은 결국 미국과 영국의 공격을 막는데 실패하였다. 오히려 공격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무제한 허용했던 무기사찰 결과는 미국과 영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되어 준 셈이다.이런 이라크의 형편을 보면서 해방 후 한 때 유행했던 말이 떠오른다. '소련에 속지 말고 미국은 믿지 말고 일본은 일어나니 조선은 조심하라.'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3.22 23:02

[오목대] 바둑'그랜드 슬램'

바둑은 중국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중국 신화상의 성군인 요(堯)임금이 고안했다고 하며, 3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춘추전국 시대부터 폭넓게 퍼져 남북조시대(AD 420-589년)에 크게 융성했다. 한(漢)고조 유방, 항우를 궤멸시킨 명장 한신, 간웅(奸雄)의 대명사로 일컫는 조조, 당태종 이세민, 명태조 주원장 등이 모두 바둑의 애호가였다고 한다.바둑이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삼국시대로 보고 있으며, 주로 왕실에서 두었던 것으로 전해져 온다. 고려때는 여인들도 바둑을 즐겼다는 기록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바둑은 중국 것과 달랐다. 우리의 경우 흑백 각각 8점씩 16군데에 먼저 돌을 깐 다음 두는'순장바둑'이라는 재래바둑이 주류를 이루었으나 일제시대에 현재의 바둑으로 변모하게 되었다.바둑은 동양에서 시작된 지역적 특성으로 세계회가 더뎠다. 근래들어 유럽과 미주지역에 보급되고 있지만 발상국인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따라서 이들 3개국 가운데 최고수가 세계 정상을 차지하는 세밍다.전주가 배출한'국보급 기사'이창호 9단이 엊그제 중국이 주최하는 춘란배 우승컵을 품에 안으며 대망의 그랜드슬램을 달성, 국내 팬들을 열광시켰다. 지난 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도요다·덴소배에서 우승한데 이은 쾌거이다. 이로써 이9단은 현재 개최되고 있는 7개 국제대회에서 한번 이상씩의 우승을 거머쥐었다. 정상에 서보지 않은 미답봉(未踏峰)이 한개도 없는 셈이다. 그야말로'천하에 자신의 땅이 아닌 곳이 없는( )'최신판 전관(全冠)석권의 새로운 역사를 쓴것이다.물론 이9단의 전관왕 이전인 94년과 지난해에 조훈현9단과 유창혁9단이 전관 제패를 달성한바 있다. 하지만 당시 국제대회는 3개∼5개에 그쳤다. 국제대회가 7개나 되는 현 시점에서의 명실상부한'전관 제패자'는 이9단 뿐 인 것이다. 전문기사도 평생에 한번 우승하기 어려운 메이저 세계기전에서 통산 15회나 우승한 것을 포함하여 이9단의 국내외 기전통산 우승횟수는 1백14회로 늘어났다.아직 20대 후반인 이9단의 이같은 기세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9단의 가장 무서운 적은 정작 자기자신 일 것이다. 보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오래도록 세계정상을 지킴으로써, 도민들에'자랑스런 전북인'으로 계속 기억되길 기대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3.21 23:02

[오목대] 이라크 전쟁

이라크는 세계 최초의 도시, 정부, 법전, 문자 그리고 국제적인 커뮤니케이션 체계가 발명되어 5천년전부터 인류의 문명을 선도하였던 곳이다. 바빌로니아·아시리아제국·페르시아제국등을 거치면서 바그다드는 8세기부터 이슬람문명의 중심이었다. 1534년 투루크왕조에 속하게 되어 20세기초까지 지배당하였다. 영국이 1차대전 당시 이곳에 진주하여 위임통치를 하였으나 1932년 입헌군주국으로 독립하였다.1958년 쿠데타로 왕정이 폐지되고 공화국이 되었다. 이후 잦은 쿠데타가 있었고, 1968년 바트당이 집권한 이후로는 일당독재가 계속되고 있다. 1979년 대통령으로 취임한 사담 후세인이 지금까지 지배하고 있다. 면적은 43만㎢로 한반도의 두배, 인구는 2천3백33만명으로 남한의 반절이다. 사우디 다음으로 세계 2위의 석유매장량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부시대통령은 18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의 망명과 상관없이 이라크로 진격할 것이라고 밝혀 이제 이라크를 무조건 점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점령 후 미국이 필요한 기간동안 미군이 주둔할 것으로 밝혀 친미정권을 수립하여 계속적인 영향력을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이번 전쟁이 대량살상무기 해체나 테러지원세력 제거보다는 직접적인 이라크 장악을 통해 이라크의 석유를 독차지하고 중동지역에서 미국의 패권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더불어 사우디 등의 중동석유의 가격조절력을 미국이 가지겠다는 것으로 보인다.현재 전세계적으로 반전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침략으로 미국에 대한 반감이 세계적으로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연일 계속되는 반전시위로 영국 등은 장관 등이 사임하는 등 정권이 불안정해지고 있다. 장기적으로 미국이 유엔의 합의도 얻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침략하는 것이 과연 미국이나 그 맹방인 영국에 도움이 될 것인지 의심스럽다.1991년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폭격이 쿠웨이트를 침입한 독재자 사담 후세인에 대한 보복이었음에도 민간인에 대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여 아랍진영에서 미국에 대한 반발심만 키워놓았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폭격에서도 민간인이 많이 죽었다. 보복은 정확하게 테러관련자들에게 한정되어야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민간인까지 엄청난 희생을 겪게 되면 테러의 악순환이 커질까 걱정된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3.20 23:02

[오목대] 盜聽 진실게임

도청이나 감청은 어감만 다를뿐 남의 통화 내용을 엿듣는다는 점에서는 똑같다. 다만 도청은 통신비밀보장법상 불법행위요 감청은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이루어지기 때문에 용인되는 점이 다르다.오늘날 어느 나라에서나 합법적인 감청은 일상화돼있다. 국가안보나 마약 테러같은 강력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남의 사생활을 엿들어 범죄에 악용할수 있는 도청과 달리 감청은 그래서 국가기관의 당연한 임무라고 할수도 있다. 그러나 함정은 있다. 감청과 도청은 자의적 판단 유혹이 크기 때문에 운용에 문제점을 드러낼 수 있고 시비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지난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폭로한 국정원 도청자료라는 것도 그런 유형이다. 최초의 폭로는 정현근(鄭賢根)의원이 국정감사장에게 했지만 그후정·관·언론계 인사들의 통화자료가 무더기로 공개됐다. 그 내용도 상당히 구체적이고 개연성이 있어 보였다. 구어체(口語體)로 된 통화내용에 대해 해당자들이 대체로 사실에 가깝다고 증언해 파문이 확산됐다.정부기관의 부도덕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한나라당측 주장이었지만 그 실선거전략 차원의 폭로라는게 대부분 국민들의 시각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폭로작전은 성공을 거두지 못한것으로 보인다. 메이저언론들이 연일 대서특필하면서 독자들의 관심을 유도했지만 반응은 냉담했다. 오히려 민주당측이'비열한 정치공작'으로 몰아 부치는등 역풍을 만났다. 국정원측의 태도도 워낙 완강했다.현재 국정원 도청및 감청장비 도입설은 국정원이 한나라당과 해당 언론을 검찰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중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선거가 끝난후 이사건은 흐지부지되는듯 했다. 정치적 공방이 법정다툼으로까지 비화했지만 명확한 진상이 밝혀진 예를 찾아볼수 없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번만은 사정이 다를 모양이다.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법무부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도청설 진상을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어제 검찰이 국정원 내부문건을 유출한 혐의로 국정원 직원 3명을 긴급체포 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이제'도청'이냐 '조작'이냐를 두고 한나라당이나 국정원 어느 한 쪽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게 어느 쪽이 됐건 진짜 이번만은 속시원히 진상이 밝혀져 국민들이 헷갈리지 않도록 해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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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3.19 23:02

[오목대] 호박에다 줄 긋기

현대사회에서 학위(學位)는 힘이자 권위요 명예다. 그중에서도 박사는 적어도 그 분야에서는 최고의 학식과 덕목을 갖춘 지성의 상징이라 할 만 하다. 그러나 고학력 인플레 시대가 되면서 우리 사회에 박사가 너무 흔하다. 옛날 유행가에는 거리를 지나다가 '사장님'하고 부르면 열명중 여덟 아홉명이 돌아다 본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 대상이 '박사님'으로 바뀌었을 정도다.그보다 격이 좀 낮은 석사(碩士)는 또 어떤가. 지금 공직이나 기업체 교육계에 근무하는 중견간부쯤 되면 웬만한 석사학위는 필수(?)다. 대학원에 진학해 전공분야를 더 성취하겠다는 학구파도 있지만 학력만능주의 풍토에서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는 자구적(自救的) 수단으로서의 선택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석·박사가 많다는 사실이 결코 흉이 될수는 없다.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아는것이 곧 힘'이기때문에 고학력 인플레는 오히려 국력을 신장시키는데 도움이 될 일이다.문제는 다른데 있다. 자신이 노력해서 학문적 성취를 얻기보다 '논문대필'로 학위를 돈으로 사려 한다는 점이다. 인터넷만 들어가도 관련 정보가 수두룩한 세상에 굳이 힘들여 공부하지 않아도 얼마쯤 주고 학위를 딴다는 유혹을 당사자들이 쉽게 버리기 이려울 것이다. 실제로 그런 필요에 의해 성행하는것이 논문대필업 아닌가.석·박사 학위의 논문표절이나 대필이 문제가 된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게으른 대학생의 석사논문까지 대필해주는 업체도 있는 마당이다. 몇년전 부산 모 대학 교수들이 캐나다 모 대학 교수의 논문을 표절했다가 학회지(學會誌) 폭로로 망신당한 일이 있고 모 치과대학 교수가 돈을 받고 박사학위 논문을 대필해 줬다가 유죄판결을 받은 일도 있다. 그때마다 여론의 질타는 비등했지만 그 때 뿐, 지금도 대필업은 여전히 성업중임이 밝혀졌다. 값만 올라 박사는 5백만원, 석사는 3백만원이 공정가(?)로 거래된다고 한다.능력은 없으면서 학위는 욕심내는 얼치기 지성인이 사라지지 않는한 이런 류의 논문대필업은 근절되지 않을 것이다. 그 병폐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엉터리 논문이 양산돼 학문의 권위를 손상시키는 일이다. 더구나 학문의 전당에서 이런 일이 은밀이 저질러지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돈을 주고 학위를 사는 일이 호박에다가 줄 긋고 수박이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3.18 23:02

[오목대] 多面평가제

새 정부가 고위직 후속 인사에도 '다면평가제'를 적극 활용토록 하라는 지침을 각 부처에 시달하면서 공직사회 내부가 찬반 양론으로 나뉘며 술렁거리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지금까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돼온 인사시스템을 개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이고, 반대하는 측은 공직사회의 내부결속을 해치고 조직장악력을 떨어뜨릴 뿐 '인기투표'에 다름아니라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참여정부 국정토론회에서도 다면평가에 대한 견해는 극명하게 엇갈린다.김영진(金泳鎭)농림장관은 "내부적으로는 승복문화를 기르는데 도움이 되고, 외부적으로는 납득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서 "여러우려에 공감은 하나 빨리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그러나 대기업 CEO출신의 진대제(陳大濟) 정보통신장관은 "다면평가제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민간기업에서는 이미 쓰지않고 있다”면서 "아래 사람 눈치보지 않고 소신대로 일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능력위주'의 인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명숙(韓明淑)환경장관도 "2년여 동안 다면평가제를 실시한 결과 폐해가 많이 나타났다”면서 "일은 적당히 하지만 사람이 좋으면 오히려 높은 점수가 나와 소신있게 일할 동력이 떨어지게 된다”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결국 노대통령이 나서 "다면평가제에 부족한 점이 있다는 것은 인정하나. 신뢰를 통해 얻는 것이 워낙 크다. 그리고 다면평가제는 하나의 참고사항이며, 승진인사의 경우는 부분적으로 반영되므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마무리 지음으로써 '일단 시행'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그러나 우리가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 점이 있다. 어떤 제도든 그 성패는 제도 자체보다도 제도를 시행하는 구성원들의 의지와 운용의 묘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조선시대에 임금이 고위관리를 임명할 때, 사헌부와 사간원의 서명을 받도록 한 서경(暑경)제도도 초기에는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뒀으나, 후기 들어 이 서경제도가 문란해지면서 왕조가 흔들리게 된 것은 좋은 본보기라 아니할 수 없다. 아울러 다면평가제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평가강법의 다양화와 함께, 평가방법에 대한 철저한 사전교육과 감정적인 평가에 대한 엄격한 제재조치 등 합리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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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3.17 23:02

[오목대] 勝者全取

요즘 한 방송국 드라마가 도박을 소재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모양이다. 가진 것을 모두 쏟아 붓는다는 의미로 도박판에서 사용하는 단어인 '올인'은 드라마 제목으로 참 매력적이다. 하지만 '올인'에 이런 의미만 있는 것은 아니다.'무일푼'이란 뜻으로도 사용된다. 이런 의미는 아마 한 판에 승부를 걸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결국은 무일푼 신세를 면치 못해서 생긴 말쯤으로 헤아려진다.올인은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승자전취(勝者全取) 올아웃(all out)을 꿈꾼다. 마치 '무일푼'이란 말은 내게 해당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정말 극히 일부의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런 행운을 얻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복권도 마찬가지 형편이다.그런데 도박이나 복권에서 행운을 얻었다고 좋아만 할 일도 아니다. 도박으로 돈 벌어서 부자됐다는 소문은 들리지 않는다. 복권 역시 행운의 주인공이 된 뒤에 겪게 되는 일들은 대부분 불행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 선인들은 호사다마(好事多魔), 좋은 일에 불행한 일도 많다는 교훈을 남겼나 싶다.엊그제 신문에 난 토막 소식 하나. 이라크와의 전쟁을 준비하던 영국군이 사격연습을 하고 있던 현장에 난데없이 이라크 군인들이 백기를 흔들며 투항했다고 한다. 이라크 점경 수비대 소속의 병사들이 총소리를 듣고 전쟁이 난 것으로 착각하고 투항하려 했던 모양인데 영국 군인들은 이들 이라크 병사에게 아직 전쟁이 시작되지 않았으니 되돌아 가라고 돌려 보냈다는 것이다. 이런 기사를 읽으면서 실소(失笑)를 금할 수 없다. 날을 잡아 놓고 열심히 공부하듯 전쟁을 준비하는 미국과 영국이 있는가 하면 그 새를 못 참고 투항이나 하는 이라크 병사도 있다는 사실이 웃음을 짓게 한다.아무리 나쁜 평화도 가장 훌륭한 전쟁보다 낫다는 말이 있다. WTO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라크 전쟁 발발시 50만명의 인명피해와 임산부와 어린이 등 5백40만명에 대한 구호기관의 긴급구호와 의료지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미국은 우리 나라의 협조를 기대한단다. 하지만 병주고 약 준다는 말처럼, 구호활동을 예견하는 전쟁을 피하기보다는 하려 드는 미국과 영국의 속내를 알 수가 없다. 과연 이런 전쟁이 테러와의 전쟁인지 테러전쟁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요즘 미국을 보면 이라크 석유의 올아웃을 꿈꾸는 도박꾼으로 보인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3.15 23:02

[오목대] 낚시 면허제

인간이 지구상에서 처음 생활을 시작했을 때 부터의 가장 기본적인 활동은 먹을 것을 얻기 위한 수렵과 낚시였을 것이다. 기원전 2천년 경의 이집트 그림에는 그물을 비롯 낚싯대로 고기를 잡는 사람들이 묘사되어 있으며, 기원전 4세기경 중국 문헌에는 대나무 낚싯대에 명주실로 낚싯줄을 매고 낚싯바늘에 미끼를 끼워 물고기를 잡는 방법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낚시의 대명사가 된 중국 주나라 때의 강태공(姜太公)은 웨이수이(渭水)에서 낚시로 소일하면서 천하의 경륜을 탐구했다. 강태공이 쓴 낚싯바늘은 미늘이 없이 곧은 것이어서 물고기가 낚이지 않았다. 그래서 세상사람들은 '강태공이 세월을 낚았다'고 말했다. 강태공은 훗날 문왕에 의해 중용돼 나라에 크게 공헌했다. 오늘날 큰 인물이 될 사람을 위빈지기(渭賓之器)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연유다. 공자도 낚시를 조이불망(釣而不網)이라 하여 군자는 낚시를 하되 그물질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서양에서도 3백여년전 아이작 월턴은 그의 저서 '완전한 낚시꾼'에서 낚시를 '영상하는 사람들의 레크리에이션'이라 했다.이처럼 낚시는 대자연과 호흡하면서 즐기는 고상한 취미활동이지만 근래 낚시 인구가 급증하면서 낚시터 주변의 환경오염과 물고기 남획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국내의 낚시인구는 5백만명으로 추산되며, 전국적으로 인물 낚시터만도 6천여 곳에 이른다. 이곳에서 배출되는 음식 찌꺼기등 각종 쓰레기량은 연간 3만톤에 달한다. 호수및 저수지에 뿌려지는 떡밥 등으로 수질오염도 날로 가속화 되고 있다.해양수산부가 최근 이같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낚시면허제 도입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내년가지 용역을 마쳐 2003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조성된 세원은 수질환경 개선과 어족자원 보호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 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 오고 있다.낚시면허제는 지난 92년과 95년에도 당시 환경부가 도입을 추진했으나 관련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국민들의 취미활동까지 정부에서 규제하는 것이 모양새는 좋지 않다. 하지만 수질오염 방지및 환경보호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제동장치는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국민 전체의 여론수렴을 거쳐 낚시도 즐기면서 환경도 보호되는 친환경적인 면허제를 연구 검토하기 바란다.

  • 지역일반
  • 전북일보
  • 2003.03.14 23:02

[오목대] 대량복제시대의 문화

옛날에는 문화나 생각을 모두 말이나 행동으로만 전달하여야 했다. 이때 말이나 행동으로 생각, 놀이, 의례, 신화, 굿 등이 주로 마을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마을전통이 강하고 마을사람의 공동체의식이 강했다. 마을을 넘어서서 생각, 이야기, 놀이, 신화, 굿, 공연을 일상적으로 공유하기 어려워 다른 마을의 사람들과 문화공유하기가 어려웠다.그런데 삼국시대 이후 책들이 조금씩 퍼지면서 동일한 내용을 널리 퍼트릴 수 있어, 왕족, 귀족, 승려들이 책을 통해 종교, 의례, 신화, 제도를 공유하며 국가적 전통을 확립할 수 있었다. 따라서 책을 보고 서로 국가전통을 공유하는 상층은 국가의식이 아주 강해졌다. 그러나 마을사람들은 문맹이고 책은 비싸서 보지 않았다. 주로 마을내 사람끼리 생각과 신화와 놀이 등의 생활을 공유하다 보니 국가보다 마을전통이 더 중요하였다. 그 결과 마을의 소전통과 국가의 대전통이라는 이중적 문화체계가 형성되었다.이러한 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꾼 것은 책이나 잡지 또는 신문으로 같은 소식, 생각, 이야기, 오락 등을 전국적으로 퍼트릴 수 있는 대량복제 시스템이 생기면서이다. 대중에게까지 국가를 단위로 동일한 소식, 생각, 이야기가 전달되자 생각과 놀이와 예술과 신화와 역사나 전통도 국가로 통일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문화의 공유는 국가 영역 내에 있는 사람들끼리의 같은 민족이고 국가라는 의식을 강화시켜 국가와 민족의식이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마을사람이라는 의식은 갈수록 퇴색하고 또한 자신의 마을이나 지역의 소식, 생각, 이야기, 오락, 예술에 대한 관심도 시들어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지역전통도 쇠퇴하기 시작했다. 책, 신문, 음반, 영화, 라디오, 텔레비젼이 대량으로 동일문화를 배포하면서 생긴 현상이다. 이들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배포하는 서울의 문화지배는 더욱 견고해졌다.이제 책, 신문, 방송, 영화, 음반을 통해 대량복제하여 문화를 전달하는 시대가 조금씩 지나가고 있다. 전국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통한 중소집단의 다양한 문화소통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대량복제시대와 다른 집단의식, 생각, 정서, 문화현상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는 과연 어떻게 해야 지방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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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13 23:02

[오목대] 술 상무

기업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임원 직함을 갖고 행세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술 상무'들이다. 이들이 하는 일이란 그저 상대방에게 술대접을 하는일이 전부다. 기업의 오너나 임원들을 대신해 술좌석에서 술을 마셔주는 직업 술꾼인셈이다. 그렇다고 꼭 전문적인'술 상무'만 있는것도 아니다. 실질적으로 임직원이면서 자신의 업무와 관련하여 술판을 자주 벌여야 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도 통칭'술 상무'에 속한다.우리 사회에'술상무'라는 직함이 통용하기 시작한것은 대략 70년대 고도성장기 이후로 추정된다.'빨리 빨리'와'기브 앤드 테이크'라는 성장지상주의 가치관이 향략문화와 접속하면서 이를 충복시킬 창구가 필요 조건으로 등장한 것이다. 공식 직함은 아니지만 업무상 거래처 사람들을 접대하기 위해 대부분 기업들이 비공식적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속으로야 어떻든 겉으로 드러나는'술 상무'들의 생활은 화려(?)하다. 서울 강남같은 고급 유흥가의 단골 손님이 이들이다. 하룻밤 술값이 얼마고 뿌리는 팁이 얼마인지 짐작이 쉽지 않다. 현금으로 수천만원의 돈다발을 술상에 올려놓고 호기를 부리는'술 상무'도 있다니 더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허구한 날 술자리를 전전하다 보니 이들의 건강이 배겨나지 못할게 뻔하다. 전투하듯이 거의 결사적으로 마셔대는 술때문에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술 상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과음올 인해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도 이들의 보상을 받는 일은 드물었다. 업무재해로 인정해 달라는 소송이 간간히 제기됐고 그때마다 부분적으로 구제를 받는게 고작이었다.노동부가 앞으로 업무상 지나치게 술을 많이 마신견과 간질환에 걸린것으로 판정되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기로 했다한다. 산재법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올 하반기부터 시행하기로 했다니'술 상무'들에겐 그야말로 복음이나 다름없는 소식이다.그러나 문제는 다른데 있다. 세계에서 그 예를 찾기 힘든'술 상무'라는 직함이 기업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아직도'술 상무'의 대접이 있어야 기업이 돌아가고 심지어 이를 위해 비자금까지 조성해야 할 기업환경이라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사회다. 새 정부 들어 개혁바람이 한 창 거센데 바로 이런것도 개혁대상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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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12 23:02

[오목대] 檢事들과의 대화

민주주의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굴러간다는데는 따로 설명이 필요없다. 중요한 국정과제에 대해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직접 설명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들으며 대화를 통해 실천방안을 모색해 나간다는것은 대의정치와 다른 민주정치의 또다른 묘미다.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이런 정치실험을 처음 시도했다. 이른바 '국민과의 대화'다. 당시만 해도 이는 파격(破格)이었지만 국민들에겐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 왔었다. 성공적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외양(外樣)에 얽매이다 보니 작위적이라는 지적도 나왔고 심도있는 문제 제기와 해결방안 제시가 미흡하다는 평도 받았던게 사실이다.지난 일요일 노무현(盧武絃) 대통령의 '평검사들과의 토론회'도 여러모로 이런 형식과 무관하지 않다. 우선 당면한 검찰 개혁과제를 놓고 대통령이 간부들이 아닌 일선 평검사들과 직접 토론을 벌인 모양새부터 그렇다. 일체의 격식없이 대통령과 검사들이 벌이는 토론이 때로 아슬아슬한 수준까지 이르겠지만 허심탄회하게 문제의 본질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평가를 받을만 하다. 그러나 검사들이 대통령의 불확실한 청탁성 전화나 대통령형의 처신문제까지 거론하면서도 타율개혁을 초래하게된 오늘의 검찰 현실에 대해 겸허한 자기 반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참여정부'첫 국정토론이고 생방송으로 공개돼 국민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이번 토론회는 그러나 앞으로 예상되는 문제점 또한 적지 않은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도 해당 부처 장관을 제쳐 놓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선 점이다. 그렇다면 장관은 앞으로 무슨 역할을 해야 하나? 당장 교육부의 교육정보시스템(NEIS) 도입문제를 두고 찬반논란이 가열되고 있고 공무원 노조의 설립인가, 행정고시 합격자들의 서열파괴 문제등도 논란의 불씨가 잠재돼 있는 상태다. 뿐만 아니라 온갖 이익집단간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을 조정해 나가는 일도 결코 쉽지 않다. 이럴때마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기는 어렵고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시스템이 가동돼야 한다는 말이다.국민들이 배심원 노릇을 한 이런식의 평검사와의 토론회는 한 번으로 족하다. '세상 많이 변했다'거나 '어떻게 감히 대통령에게…'라고 생각하는 보수적 국민감정도 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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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11 23:02

[오목대] 아파트 分讓價

오늘날 연립주택 형태의 소형(4∼5층 규모) 아파트가 처음으로 건축된 시기는 고대 로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노동자들을 위한 근대식 개념의 아파트가 들어서기 시작했고, 본격적인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부터는 아파트를 빼놓고는 주택문제를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주거문화를 선도하고 있다.우리나라에 아파트가 처음 모습을 드러낸 시기는 일제강점기 때, 당시만 해도 서울 서대문에 풍전 아파트, 적선동에 내자 아파트, 통의동과 삼청동에 공무원 아파트가 들어서 생경스러울 정도였다. 그러다가 1960년대 마포 아파트가 건축되어 성공을 거두면서,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아파트 건축 붐이 일기 시작하더니, 이제 한국인의 47%가 아파트에 거주할 만큼 가장 보편적인 주거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비약해서 말하자면, 아파트를 떠나서는 주택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는 말이다. 한데 요즘 치솟는 아파트 분양가 때문에 집없는 서민들이 죽을 맛이라고 한다. 지난 98년 아파트 분양가가 자율화 되면서 평당 5백5만원에 불과하던 서울지역 분양가가 지난해에는 8백67만원까지 뛰어 오르더니, 올해는 무려 1천1백84만원으로 37%나 폭등했다. 분양가 폭등은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가 평당 6백27만원으로 24%가 올랐고, 부산이 6백13만원으로 34%나 뛰었다. 전주도 예외가 아니다. 타지역에서 비해 땅값이 싸 3백만원을 조금 웃돌던 분양가가 올해는 대형 아파트를 중심으로 4백만원대까지 치솟았다. 덩달아 기존 아파트값도 들먹거리고 있다.아파트 건설업체들은 좋은 집 지어 제 값 받겠다는데 무슨 시비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이같은 맥락에서 수도권 건설업체들은 이미 제품의 브랜드화를 통해 상품의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최그급 마감재''특별한 공간미학''자연친화적 전원형 아파트'등등 미사여구도 가지가지다. 그러나 소비자의 입장에서 볼때, 적정선 이상의 마진을 챙기려는 건설업체의 장삿속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분양가 인상이 기존 아파트값을 끌어올리고, 기존 아파트값 상승이 다시 분양가를 인상시키는 악순환속에서 결국 집없는 서민들만 골탕을 먹고 있는것이다. "아파트 분양가 원가(原價)를 공개해야 한다”는 소비자 단체의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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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10 23:02

[오목대] 떡 이야기

옛날 이야기 하나. 오두막 집에 늙은 부부가 살고 있었단다. 형편이 넉넉치 못했던 그 집에 어느날 떡 한 조각이 생겼는데 둘이 나눠 먹을 처지가 못 되었던 모양이다. 서로 양보를 했으면 좋으련만 서로 먹으려고 티격태격 다투다가 내기를 해서 이기는 사람이 먹기로 합의를 했는데 그 내기란 것이 '말 안하기'였다고 한다.안방에 좌정을 하고 앉은 두 사람 사이에 떡 한 조각이 놓인 건 물론이었다. 누구든 먼저 입을 열면 상대방이 떡을 차지할 수 있도록 말이다.그렇게 서로 말을 참고 있었는데 그 집에 도둑이 들었단다. 아무도 없는줄로 착각한 도둑은 이 물건 저 물건을 챙겼을 테고 안방까지 들어온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노부부는 꼼짝도 않고 떡 먹을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 놀란건 도둑이었다. 사태를 파악한 도둑이 물건들을 챙겨서 나가려는 순간, 참다못한 할머니가 '도둑이야'하고 그만 입을 열었다.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잽싸게 떡을 가져 가면서 '이 떡은 내꺼다'하더란다.이런 이야기에 하필이면 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설정되었느냐고 반문을 한다면 사실 할 말은 없다. 그저 우리 선조들이 살아 가면서 터득한 지혜를 후손들에게 교훈 삼아 들려 주고 싶어 만든 이야기 정도로 받아 들이기 바란다.우리는 이 이야기에서 사안의 경중(輕重)과 그 우선순위 등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다들 알고 있을 법한 이런 이야기를 새삼스레 꺼내는 것은 요즘 세상 한 켠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 이와 흡사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우리 나라의 주변 정세는 한치 앞을 내다 보기 힘들 정도로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제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 공격을 기정사실화하는 발언도 있었던 모양이다. 이런 와중에 일각에서는 행정자치부 장관이 군수 시절 모 지방신문의 대표직을 겸직해 지방공무원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장관이 법을 어기는 것은 곤란하다. 하지만 그 사건의 전말을 종합해 볼 때 과연 언론매체에서 제일 중요한 기사로 다룰 만한 것이었는지는 재고해 보아야 한다. 과연 이런 성격의 기사가 언론매체에서 국민들에게 전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사라는 판단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진정 국민이 알아야 할 것에 예지를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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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08 23:02

[오목대] 아첨

중국 동한(東漢)시대의 애황제(哀皇帝)는 정치를 외척에게 맡기고 여색을 탐닉하다 국정을 파탄시킨 어리석은 임금이다. 충신 정숭(鄭崇)이 수차례에 걸쳐 정사를 돌볼 것을 간했으나 번번이 책망만 당하고, 오히려 불충(不忠)한 신하라는 낙인까지 찍혔다. 이 때를 놓치지 않고 아첨과 모함의 명수인 간신 조창(趙昌)이"요즘 정숭의 집은 문전성시(門前成市)를 이루고 있습니다. 역적 모의를 하고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라며 의심의 불을 지폈다. 애제가 정숭을 불러 사실을 확인하자 정숭은"맞습니다. 제집 앞에는 아첨하는 무리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습니다. 그러니 하루빨리 나라가 안정돼야 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정숭은 감히 천자에게 대든 꼴이 되어 하옥당했다가 끝내 옥사하고 말았다.우리나라 헌정사상 대표적인 아침 금메달 감은 자유당 시절 2인자인 이기붕(李起鵬)과 당시 내무장관인 이익흥(李益興)을 꼽아 손색이 없다. 이승만(李承晩)의 종신집권을 위해 사사오입(四捨五入) 개헌을 강행한 것이나, 60년 3·15대통령선거때 노골적인 부정선거로 정·부통령에 당선된 것은 이기붕이 아니고서는 상상하기 힘든'아첨의 극치'를 이룬 작품(?)이었다. 또 이승만과 함께 낚시를 하다 그가 터뜨린 배기가스 소리에"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고 애교석인 아침을 한 이익흥은 오늘날까지도'재미있는 아부의 본보기'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자고이래로 권력과 부에는 마치 파리떼처럼 수많은 아첨꾼들이 따라다닌다. 기회포착과 변신에 능한 이들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자신의 목적이 달성될때까지 집요하게 파고든다. 주변이야 거꾸로 가든 망가지든 알 바아니다. 한데 얄궂게도 권력과 돈을 거머쥔 실력자들은 바른 말인줄 알면서도 충언(忠言)을 싫어하고 아부하는 말인줄 알면서도 감언(甘言)에 귀를 기울인다. 더구나 기들은 만인을 발아래 두고싶어하는 속성이 강해, 설사 아첨꾼들의 실체가 드러난다 하더라도 너그럽게 용서하는 기질이 있다.'자손심이 강할수록 아첨의 밥이 된다'는 스피노자(spinoza)의 경구가 생각나는 대목이다.노무현(盧武鉉)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우리의 근·현대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하는 굴절을 겪었다”면서 "참여정부에서는 권력에 아부하는 사람이 더이상 설 땅이 없게 될 것”이라고 천명했다. 부디 초심이 변치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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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07 23:02

[오목대] 소리축제 준비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가 9월27일부터 10월5일까지 행해진다. 그러나 아직도 기본 계획서가 나오지 않고 있다. 세계소리축제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1년 전에는 기본적인 계획이 완성되어 관람자들이 내년의 소리축제를 위해 미리 휴가날자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작년에도 두달전까지 정확한 프로그램이 나오지 못해 혼란을 겪었다. 계획서만 일찍 나와도 반절은 성공한 것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계획서의 완성이 시급하다.물론 좋은 계획서를 완성하기 위해 먼저 좋은 프로그램을 많이 발굴하여야 한다. 또한 좋은 음악가를 모셔와야 한다. 현재 소리축제조직위가 이러한 업무를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소리축제로 성장하기 위해 세계의 좋은 전통소리음악을 발굴하고 초청하는 일이 급선무다. 그냥 끈이 닿는 음악가나 또는 이미 한국에 들어온 음악가를 섭외해서 무대에 세워서는 세계적인 소리축제로 성장하기 어렵다. 총감독이나 기획자가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미주대륙을 찾아다니며 좋은 전통소리음악을 발굴해 초청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작업만 제대로 해도 소리축제가 바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이러한 창조적인 작업을 제대로 하기에는 아직도 소리축제 조직위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먼저 공무원이 파견된 사무국이 예산으로 조직위 전체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그 결과 총감독이나 프로그램 기획자들의 창의적인 기획을 위한 노력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예산을 통제하여 창의적인 기획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지난 2년간의 소리축제 평가보고서도 공무원 파견을 최대한 줄이고 또한 파견 공무원의 역할이 지원으로 그쳐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래야 보다 창의적인 문화행사가 가능하다. 문화가 엄격한 행정절차와 규칙으로 활성화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물론 사무국을 관리하는 총감독의 책임도 크다. 형식적으로 총감독이 사무국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총감독이 보다 확실하게 축제 전반을 장악하고 창의적인 도약을 향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사무와 기획업무를 확실하게 관장하고 세계적인 전통소리음악을 적극적인 발굴하여 진정한 세계축제로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야 총감독의 색채도 살고 소리축제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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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06 23:02

[오목대] '말'과 馬事高

우리 속담에'말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했다. 그만틈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람과 친숙한 동물이 말이다. 날쎄고 힘이 센데다가 영리하여 짐을 실어 나르거나 사람이 타고 다니는등 운송수단으로 이용돼왔고 고대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전쟁의 중요한 수단이기도 했다.우리나라에서 말을 사육하기 시작한것은 이미 선사시대부터로 짐작된다. 문헌상으로는 부여나 옥저, 고구려때 목마장을 뒀다는 기록이 보이고 통일신라때는 국영 또는 민영 목마장이 전국에 1백74개소나 설치됐다고 기록돼 있다. 조선시대에는 태조가 서울 동대문밖에 마조단(馬租壇)을 설치하여 봄철에 길일(吉日)을 탯해 말 제사를 지냈을 정도다.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말은 호마(湖馬)와 향마(鄕馬) 두 종류다. 호마는 몽골이나 여진을 통해 들어온 체격이 큰 북방계 마링고 향마는 제주도에서 흔히 볼수 있는 조랑말이다. 6년대까지만 해도 주요 운송수단의 하나였던 마차를 끌었던게 바로 조랑말이고 호마는 기마병이 타거나 레저 스포츠용으로 경마나 승마에 이용된다.지난 3일 국내 유일의 말 관련 전문기술인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한국마사고교가 장수군 장계면에서 개교했다. 기수과와 승마과 2개 과에 정원은 40명이다. 아직까지 국내에 말에 관한 체계적인 학습교재가 없어서 한 교사가 직접 말과 생활하며 생태를 관찰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교과서로 만들었다해서 화제를 모은 바로 그 학교다.앞으로 이 학교에서는 경마장에 출장하는 기수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승마에 필요한 전문기술등을 교육할 계획이라 한다. 사실 경마는 이미 레저 수준을 넘어 일종의 사행산업으로 번창일로다. 경마에 중독돼 전재산을 날리는등 패가망신하는 사례가 없지 않지만 가족이나 연인과 함께 유쾌하게 즐길수 있는 오락으로 오락으로 이만한 종목이 따로 없다.아쉬운것은 이 학교보다 먼저 추진해온 경무마목장조성사업이 아직도 난항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요존국유림 해제면적을 둘러싸고 환경부와 산림청등이 제동을 걸어 계속 허덕거리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환경보호나 지역발전 레저산업육성과 같은 다양한 이익은 균형있게 조화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정책적인 배려가 이뤄져 장수가'말의 고장'이라는 이름값을 제대로 할수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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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05 23:02

[오목대] 선비골 한옥마을

전통문화를 가꾸고 보존하는 일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무형의 예술이라면 몰라도 그것이 유형의 자산이라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예스러움의 가치를 너무 좇다보면 자칫 변화의 흐름에 뒤처질수 있고 정서적인 일로 좌절감을 맛볼수도 있기 때문이다.바로 전주 한옥 마을을 두고 하는말이다. 전주시 완산구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조성된 한옥마을은 그 뿌리가 깊다. 조선시대 이래 양반동네로 손꼽혀 왔고 개발시대 이전에는 부촌으로 불렸던 곳이다. 자유당 정권때 이승만 대통령이 단지 그 겉모습만 보고도 '전주는 이만하면 살만한 도시'라고 평했을 정도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체험하고 즐거워할수 있는 문화유산일지라도 그 안에서 삶의 또 아리를 틀고있는 주민들에겐 사정이 같을수 없다. 생활하는데 너무 많은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겐 차라리 한옥마을 지정은 '문화적 허영(?)' 일뿐이라는 비아냥의 대상만 될수도 있다.그러나 그래서 개발이냐 보존이냐를 두고 끊임없이 조간을 빌어왔던 한옥마을의 오늘은 가히 눈부시다 전주시가 야심찬 계획으로 이 일대를 전통문화 관광단지화 한 것이다. 태조로(太祖路)가 조성되고 온갖 볼거리 먹을거리 놀거리가 준비돼 관광객들의 시선을 끈다. 전주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토박이들에게조차 그 변신이 경탄으로 다가올 지경이다.이 한옥마을에 엊그제 문화제의 귀중한 손님들이 다녀갔다. 사회건강연구소장 이시형박사를 위사한 태평로포림 회원들이 그들이다. 회원들은 '전국 어느곳을 돌아봐도 전주처럼 한옥마을이 잘 보존된곳은 없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옛 삶의 모습과 소리가 어우러지는 전통한옥마을 조성'을 당부하면서 이것이 바로 문화관광상품의 백미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충고도 곁들였다. 한옥마을이 보존은 잘 됐지만 요즘 새로 짓는 현대한옥들은 전통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고건축 전문가의 자문과 고증을 받아 옛것을 온전히 계승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사실 그런 점들은 비단이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검토되고 있는 사안들이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는 필요하다. 그 방법과 제도적 지원이 얼마나 체계적이냐의 문제다. 이시형박사는 표현대로 '전주에서 선비한번 돼볼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데 한옥마을의 역할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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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3.03.04 23:02

[오목대] 靜電氣

겨울철 밖에서 따뜻한 실내로 들어와 겉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때 짜릿하는 느낌에 깜짝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정전기(靜電氣)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자동차의 문에 열쇠를 꽂거나 문을 열고 닫을 때도 똑같은 체험을 하게 된다.정전기에 대해 인간이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유래는 고대 그리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스인들은 호박(琥珀)을 문지르면 깃털같은 가벼운 물체들을 끌어당기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바로 정전기인 것이다. 그들은 호박에서 발생한 것으로 믿는 묘한 힘을 그리스어로 '일렉트론'(electron)이라 불렀다. 여기에서 오늘날 전기를 뜻하는 '일렉트리서티'(electricity) 라는 단어가 탄생하였다고 한다.정전기는 마찰이나 접촉에 의해 발생하는 말 그래도 전류가 거의 흐르지 않는 전기다. 정전기 발생은 습도와 깊은 관계가 있다. 정전기가 특히 요즘같은 겨울철에 기승을 부리는 이유도 습도가 40% 이하일때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반면 습도가 높은 경우에는 정전기가 발생하기 힘들다. 피부나 물질표면에 있는 물 입자가 전하(電荷)를 띠는 입자들을 빠르게 중성화하기 때문이다.정전기로 인해 전기적 충격을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젊은 사람들 보다 피부가 건조한 노인들이 정전기의 피해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감각이 예민하고 피부가 부드러운 여성이 남성에 비해 정전기를 더 많이 느낀다. 이같은 정전기를 방지하기 위하여 정전기 방지용 옷감으로 만든 양복이나 신소재를 이용해 정전기를 발생시키는 구두, 그리고 섬유 유연제나 스프레이등 각종 아이디어 상품이 개발 판매되고 있다.그러나 불쾌감만을 주는 것같은 정전기도 일상생활에 쓸모잇게 응용된다. 가정이나 식당에서 많이 쓰는 식품포장용 랩이나 1938년 미국의 체스터 칼슨이 발명한 복사기도 정전기 특성을 이용한 문명의 이기(利器)다.16세기말 윌리엄 길버트가 정전기와 자기(磁氣)와의 관계를 본격 연구하면서 전기를 발명하는 단초를 제공했듯 생활주변의 사소한 현상이 인류문명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순간적으로 머리끝까지 쭈뼛해지는 겨울철 불청객 정전기도 지혜롭게 다스리는 요령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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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3.03 23:02

[오목대] 대학 등록금

먼저 질문 하나 던져 보자. "고통 분담의 차원에서 교직원 선생님들의 봉급부터 동결시켜 주세요.”면전에서 학생으로부터 이런 당당한(?) 요구를 받았을 때 대학교 교직원의 입장에서는 뭐라고 답해야 좋을까.요즘 대학교는 개강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도내 대학들은 여러 가지로 매우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학교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제일 심각한 것은 정원을 채우는 문제일 것이다. 몇십 명 결원이 생긴 학교는 오히려 행복한편에 들 정도로 정원을 채우기가 어려워졌다.학생충원 문제보다 다급하진 않을지 몰라도 올 7월부터 시행되는 경제자유구역법 역시 대학을 어렵게 할 것은 뻔한 이치다. 지난해 11월 14일 국회를 통과한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법류(약칭 경제자유국역)'은 교육개방의 전주곡(前奏曲)으로, 많은 내국인 학생들이 외국 자본으로 설립한 경제자유구역 내 대학교에 진학할 것이 예상되기때문이다.우리 나라에서 교육에 관한 이야기만 나오면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없다. 그만큼 형편과 처지에 따라 생각이 다를 수밖에 없고 특별히 효과 있는 해결책도 찾기 어려운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이런 교육 선반에 대한 이야기보다 조금은 지엽적인, 그러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문제를 하나 제기해 보자.글머리에서 던졌던 대학생의 질문으로 돌아 갔을때 여러분은 그 대학생에게 어떤 대답을 해 줄 수 있겠는가? 아마 성질이 급한 분이라면 손이 먼저 올라가려 들 것이고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는 비굴한 답변을 준비하기 십상일 것이다. 이도저도 아니라면 차라리 학생의견에 찬동을 해서 학생들로부터 영웅대접을 받을 수도 있겠다.하지만 아무리 형편이 어렵다고 해서 원칙도 없고 논의의 대상을 구분하지도 못하면서 살아갈 일은 아니다. 언제부터인지 대학의 등록금이 학교당국과 학생들의 흥정거리가 되어 버렸다. 동결과 인하를 외치는 학생들과, 구차한 여러 이야기를 늘어 놓으면서 인상된 등록금을 관철시키려는 대학측이 서로 기싸움을 벌이는 현실은 보기에도 참으로 민망하다. 대학의 질적인 성장이 등록금 액수의 다과(多寡)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이제부터라도 정말 서로 다툴만한 일거리를 가지고 구성원들이 머리를 맞대는 대학의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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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03.03.0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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