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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지식인"

지식인이란 지식을 기반으로 사회를 이끌고 가는 사람일것이다. 또 사람들은 지식인이 그의 지식과 행동이 일치하기를 기대도 한다. 이것을 일컬어 언행일치(言行一致)라고 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지식인은 당연히 사회로부터 존경의 대상이된다. 여기에다 소신까지 겯들여지면 더할나위가 없다.그러나 불행히도 우리주위에는 언행일치가 안되어 겉다르고 속다른 행동의 지식인들이 많다. 이런 부류의 지식인을 연구한 사람이 영국의 폴, 존슨이라는 저널리스트이다. 그가 쓴 " 지식인의 두 얼굴"이라는 책은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그가 분석한 지식인들의 이중성 또는 양면성은 오늘을 사는 이 땅의 많은 지식인들에게도 해당된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는 자못 크다. 그 책은 사회계약론,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써서 유명했던 프랑스 계몽주의자였던 장,자크 루소가 자기 친자식 5명을 보육원에 버리는 비정(非情)의 아버지임을 고발했다.또 자본가를 비도덕적 인간으로 매도하고 노동자를 옹호했던 공산주의 원조인 칼, 마르크스조차도 자기 딸의 보모에게 그가 죽을 때까지 한푼의 임금도 안주었음을 고발한다. 아이러니의 극치이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사창가를 드나들었던 전력도 들추었다.프랑스의 레지 드브레가 쓴 "지식인의 종말"이라는 책도 오늘의 잘못된 지식인들의 현주소를 보여주고 있는데 지금의 지식인은 과거의 지식인과는 달리 어둠에 어둠을 더하게 하는 사람이라고 혹평한다. 드브레는 재미있게도 지금의 지식인들의 다섯 가지 중병(重病)을 말한다. 첫째는 도덕적 자아 도취증으로써 지식인 자기들이 사회의 윤리를 선도한다고 믿는 것, 둘째는 집단 자폐증으로써 대중들과 단절된 채 자신들만의 틀에 갇혀 사는 것,셋째는 현실감각 상실증으로써 연구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현실을 똑바로 인식못한는 것, 넷째는 순간적 임기 웅변증으로써 자신의 이름이 잊혀질까 두려워 언론에 장단을 맞추면서 설익은 견해를 유창한 언변으로 커버하는 것, 다섯째는 만성적 예측 불능증으로써 맞지도 않는 예측을 계속 남발하는 것이다.우리도 이제는 우리 주위의 교수들의 행태를 눈여겨 볼일이다.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09.02.19 23:02

[오목대] 물레방아

우리 가요 중에는 물레방아가 간간히 등장한다.'물레방아 돌고 도는 내 고향 정든 땅...물레방아 도는 내력...물 방앗간 뒷전에서 맺은 사랑을 ...'등등이다.또한 전근대적 농촌을 배경으로 인간의 욕망과 애정관계를 묘사한 나도향의 단편소설'물레방아'도 널리 알려져 있다.그러나 물레방아는 오늘날 낭만적인 노랫말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구가 아니었다.더군다나 청춘남녀들의 아름다운 사랑의 장소를 만들어 주기 위해 한가롭게 돌아가던 것도 아니었다.물레방아는 물을 이용해서 물레처럼 생긴 바퀴를 돌려 보리와 쌀을 찧었고 때로는 탈곡이나 제분에도 이용했다.그야말로 시골에서는 없어서는 안될 귀중한 생활 도구였다.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췄으나 경남 함양과 강원 정선 그리고 민속촌 등지에 원형을 보존해서 전기로 물레방아를 돌리고 있다.벤자민 플랭크린은 '젊은 상인에게 보내는 편지'란 책에서'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다'고 했다.과거에 너무 연연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라고 일갈했다.자연에는 엔트로피 법칙이 있다.엔트로피란 독일의 물리학자 클라우지우스가 사물이 감소하고 닳아 없어지는 경향을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낸 말이다.이 법칙은'자연상태로 두면 질서상태(낮은 엔트로피)에서 혼돈상태(높은 엔트로피)로 변하는 현상'을 말한다.물이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고 사람은 태어나서 점점 늙는 것처럼 말이다.흘러간 바람으로 팔랑개비를 돌릴 수 없는 것처럼 인간 사회에도 똑같다.4.29 전주 재선거를 앞두고 요지경 속이다.정동영 전장관 출마여부에 따라 덕진 아니면 완산으로 나가야 할지를 고민하는 정치철새들이 많다.정치적 소신이 뚜렷치 않은 사람들이 국회의원 한번 하겠다고 우왕좌왕 하고 있다.더 안타까운 것은 한물 간 사람을 전략공천 대상으로 놓고 있다는 것이다.사람이란 원래 다 자기 때가 있는 법이다.흘러간 물은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는 것처럼 지난 정권에서 한 자리 잘 해먹은 사람들은 절대 아니다다.이 깰 수 없는 자연의 엔트로피 법칙은 우리 정치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민주당이 전주 시민의 자존심을 외면한채 흘러간 사람을 전략 공천하면 엄청난 저항에 직면할 것이다.이것이 전주와 전북 도민들의 민심이다.

  • 정치일반
  • 전북일보
  • 2009.02.18 23:02

[오목대] 매화(梅花)

조선의 선비들은 동지(冬至, 12월22일 무렵)때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를 벽에 그려놓고 봄을 기다렸다고 한다. 난방 여건이 요즘같지 않던 시절의 혹독한 추위를 마음으로라도 이겨내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매화 나뭇가지에 흰 매화를 그려놓고 매일 한 봉오리씩 붉은 칠을 해서 81일 째면 그림은 홍매도(紅梅圖)가 된다. 이 때가 동지로 부터 세기 시작해 81일 째인 3월12일 무렵으로 81일간이 구구(九九)에 해당된다.예로 부터 매화는 겨울의 끝에서 제일 먼저 피는 봄꽃으로 꼽혀왔다. 2월초 잔설속에서 꽃망울을 피어내기에 설중매(雪中梅)라고도 했으며, 강인함과 청초한 모습으로 여러 다른 말로 불린다. 일지춘(一枝春) 또는 청객(淸客), 옥골(玉骨), 빙기옥골(氷肌玉骨)이라 부르기도 한다.매화는 그 고고한 자태와 그윽한 향기 때문에 특히 선비들이 좋아했다. 퇴계 이황선생은 임종하기전 병석에서 제자에게 "매화에 물을 주라"고 당부할 정도였다. 퇴계 선생은 매화를 매형(梅兄), 매군(梅君), 매선(梅仙)이라 부르며 인격체로 대접했다고 한다. 평생 100여 수에 달하는 매화시(詩)를 지어 시첩까지 펴낼 정도로 퇴계선생의 매화사랑은 유명하다.남쪽으로 부터의 매화 화신(花信)에 이어 도내에서도 매화가 피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내일(18일)이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雨水)고, 보름후면 개구리가 겨울잠에서 깨어 나온다는 경칩이다. 최근 기후 온난화의 영향으로 절기도 예전 같지가 않다. 구구소한도의 흰 봉오리가 아직 상당히 남았지만 계절은 어느듯 봄의 길목에 와 있다. 어제와 오늘 같은 꽃샘추위가 남아있지만 계곡의 얼음장 밑으로 흐르는 개울물 소리는 봄이 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초목들도 새싹을 틔우기 위해 한껏 물이 올라 있다.계절은 봄을 향해 가지만 지속되고 있는 미국발 경제위기로 시민들은 더욱 움츠러들고 있다. 문 닫는 자영업자가 속출하고 있고, 길거리에는 방황하는 실업자가 넘쳐나고 있다. 희망의 봄에 대학문을 나서는 상당수 젊은일들이 갈 곳이 없다. 계절 탓이 아니라 이같은 각박한 세태 때문에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 실감나지 않도록 정부 당국과 여야 정치권 모두 힘써야 할 때이다.

  • 경제일반
  • 전북일보
  • 2009.02.17 23:02

[오목대] 동학농민혁명기념일

동학농민혁명의 횃불을 높이 든 전봉준 장군은 1894년 11월 태인전투를 마지막으로 농민군을 해산시켰다. 그리고 수하 몇명과 함께 입암산성과 백양사를 거쳐 순창군 쌍치면 피노리에 있는 옛 동지 김경천을 찾았다.하지만 거액의 현상금에 눈이 먼 김경천은 전봉준을 맞이해 놓고 전주감영 퇴교(退校) 한신현에게 밀고했다. 그러자 한신현은 김영철 정창욱 등 마을사람을 동원해 전봉준을 체포했다. 서울로 압송된 전봉준은 다음해 4월 교수형에 처해졌다.전봉준의 체포에 주도적 역할을 한 한신현에게는 금천군수가 제수되고, 피노리 마을사람들은 돈 1000냥을 받았다. 밀고자 김경천은 세상의 눈총과 보복이 두려워 마을 떠나 살았다.이 피체지(붙잡힌 곳)를 둘러싸고 2005년 여름, 정읍시와 순창군이 갈등을 빚었다. 순창군이 이곳을 역사체험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복원하면서 세운 비문에 김경천의 출신지역을 2배나 크게 쓴데서 비롯되었다. 배신자가 순창출신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이를 두고 정읍측에서 발끈했다. 정읍시민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순창군청을 항의방문, 비문 철거 등을 요구하고 시의회도 여기에 가세했다.순창군측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피체지복원위원회 등 사회단체가 나서 최현식 정읍문화원장이 쓴 책을 근거로 "정읍시 덕천면 달천리 출신이 아니냐"고 들이댔다. 한 수 더 떠 정읍에 있는 전봉준장군 허묘에 "순창 피노에 살고 있는 김경천이 밀고했다"고 새겨진 글귀는 김경천이 순창출신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므로 시정해 줄 것을 요구했다.결국 이 논란은 글씨 크기를 본문과 똑같이 하는 선에서 일단락되었다. 배신의 역사를 지역주민들이 얼마나 예민하게 받아들이는가를 보여주는 예다. 다른 한편 지역사랑이 얼마나 유치하게 나타날 수 있는가도 보여준다.그런데 이번에는 정읍시와 고창군이 동학혁명기념일을 둘러싸고 충돌했다.출신지역 국회의원이 나서 입법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두 지역은 전봉준 장군의 출생지와 동학혁명 발상지를 두고 대립해온 터였다.유성엽 의원(정읍)은 황토현 전승일을, 김춘진 의원(고창 부안)은 연구자에 위임하자는 법안을 낸 것이다.한반도 전역에서 30-40만 명의 숭고한 희생자를 낸 동아시아 최대의 농민혁명이 소지역주의로 빛이 바래서는 안될 것이다.

  • 정치일반
  • 전북일보
  • 2009.02.13 23:02

[오목대] 북핵(北核)

북한을 방문한 후 중국 북경에 도착한 스티븐 보즈워스 전 주한 미국대사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준비설에 대해 "북한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한다.원래 북한은 북핵에 대해서도 확실한 언급을 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 핵에 대한 판단에 혼란이 일어나도록 하기위한 전략이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더 주력하게 된 동기가 또 있다. 바로 사담 후세인의 축출이었다.북한을 이끄는 세력들은 미국 부시 전 대 통령이 "김정일은 피그미이다. 나는 김정일을 혐오한다. 국민을 굶주리게 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게 본능적인 반감을 가지고 있다"고 한말을 잊지 않고 있다. 김정일로서는 미국의 공격에 대한 효과적인 억제가 불가능할 경우 이라크 다음 차례가 북한일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던 것 같다.그리고 북한이 초강대국 미국을 상대로 재래식 군사력과는 대결할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군사적인 억제수단으로 핵무기 보유에 유혹을 느꼇을 것이다. 북한 관리들은 2003년 6월 미의회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했을 때 핵무기를 제조하는 것은 사담 후세인의 이라크 신세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솔직히 밝힌바 있다고 한다.월스트리트 저널 칼럼니스트 캐린 엘리엇 하우스는 "이라크 전쟁으로 김정일이 얻었을게 확실한 교훈이 있다. 사담 후세인과 달리 자신을 지킬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핵뿐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며 핵을 얼마든지 사용할수 있다는 공포감을 대외적으로 조성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바 있다. 이라크, 아프카니스탄과 같은 비핵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위압적인 행동이 김정일을 최악의 공포로 몰았을지도 모른다.일반적으로 핵을 보유하려는 나라들이 핵무기에 집착하는 이유에 크게 네가지가 있다고 한다. 첫째는 외부공격에 대한 두려움을 차단하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자국의 안보와 안전을 위해서 이며, 셋째는 다른 나라에 비해 힘과 영향력을 강화하거나 다른 나라가 추구하는 힘과 영향력에 대응하기 위해서이다. 넷째는 국제 사회에서 국가 주권을 높이기 위해서이다.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 되면 가까운 일본의 핵무장으로 연결될 위험성마저 안고 있다.

  • 정치일반
  • 전북일보
  • 2009.02.12 23:02

[오목대] 전주 자존심

전주를 가장 한국적인 도시라고 한다.전주는 전남 북과 제주를 관할했던 전라감영이 있었던 곳이다.전주 객사 현판에 풍패지관(豊沛之館)이라고 씌여 있는 것이 전주의 자존심을 말해준다.중국 사신이 전주를 마치 한고조 유방의 출생지인 풍패와 같다하여 적은 것으로 전주가 조선 왕조의 발상지임을 의미한다.역사와 전통이 면면히 흐르는 전주가 산업화 과정에서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산업화 시기에는 교통망 구축이 중요하다.유림들의 반대로 호남선 철길이 전주 용머리 고개를 통과하지 못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전주에 호남선 KTX를 통과시키기 위해 무던히 애썼지만 익산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이것마저 무산됐다.다행히 2012년 여수 엑스포 개최를 계기로해서 전라선에도 KTX가 투입되지만 갈수록 전주가 교통 오지로 전락했다.서울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에 가장 시간 많이 걸린 곳이 전주가 아닌가.그간 정권의 입맛에 따라 지역개발 구도가 임의대로 설정됐다.노무현정권때는 지역 균형발전이 정책 근간을 이뤘지만 MB정권에서는 수도권 규제완화와 5+2 광역권 설정이 그 사례다.전주를 광주로 편입시키거나 아니면 대전 충청권으로 포함시켰다.호남의 중심지가 광주로 된지 오래다.최근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면서 또다시 광주로 헤쳐 모여가 이뤄지고 있다.금융기관과 기업 호남본부가 광주에 있다.익산국토관리청만 유일하게 전북에 있다.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전주 사람의 기질을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 했다.다른 사람과 생각을 같이 하지 않지만 화목하게 지낼 수 있는 포용력 있는 사람들로 표현했다.비빔밥 때문에 그렇게 지적한 것 같다.비빔밥은 20여 가지의 각기 다른 음식 재료가 한데 어우러져 구수한 맛을 낸다.강교수는 전주 사람들의 기질을 좋은 쪽으로 즉 지역감정도 무너 뜨릴 수 있는 자존심 같은 것을 본 것 같다.인구가 안 늘어 전국 16대 도시로 전락한 전주가 4.29 재선거로 시끌벅쩍하다.예비후보와 입지자들이 저마다 전주 자존심이라고 외쳐댄다.지금 전주 바닥 민심은 성 나 있다.여러모로 자존심이 상해 있다.역대 정권으로부터 하대를 받아온 탓이다.왕의 남자라고 불렸던 정동영전 장관의 출마설에도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모두가 하심(下心)을 모른채 들떠 있을 뿐이다.

  • 자치·의회
  • 전북일보
  • 2009.02.11 23:02

[오목대] '방사성 지하수'

마시는 물은 국민 건강과 직결된다. 하지만 아직도 도내 일부 산간부와 섬지역 주민들은 지하수나 계곡물, 빗물을 수원(水源)으로 하는 간이 상수도에 의존하고 있다. 엄격한 수질관리 기준에 의해 맑은 물을 공급받고 있는 광역 상수도 혜택 주민들에 비해 불이익을 받고 있는 셈이다.게다가 최근 극심한 겨울가뭄이 게속되면서 계곡물까지 말라붙어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가운데 도내 7개 마을에서 상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는 지하수에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방사성 물질에 오염된 물을 그동안 줄곧 마셔온 셈이니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환경부가 전국 마을 523곳의 상수도 원수를 대상으로 자연 방사성 물질 함유실태를 조사한 결과 도내 7곳에서 우라늄이 검출됐고, 이 중 3곳이 미국의 먹는 물 기준치를 1.5∼ 6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라돈은 우라늄이 검출된 7곳에서 모두 검출됐지만 1곳이 기준치를 초과했다.세계보건기구의 먹는물 관리지침에는 우라늄 같은 방사성 물질에 노출되면 신장이상이나 암 발생을 증가시킨다고 나와있다. 미국에서는 상수도에서 공기중으로 방출돼 나온 라돈으로 인한 폐암 발생도 무시하지 못할 수준이라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방사성 물질 함유 지하수는 특히 화강암지대에 많이 분포한다. 우리나라는 전 국토의 3분의 2가 화강암지대인 만큼 더 많은 지역에서 이러한 물질이 검출된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먹는 물 기준에 방사성 물질을 설정해놓지 않고 있다. 단지 우라늄은 먹는물 안정성 확보를 위해 지난 2007년 부터 감시항목(30㎍/ℓ)으로 지정해놓고 있는 정도이다.지하수는 땅밑에 존재하는 특성때문에 오염 파악이 어렵다. 원상회복도 힘들고 기술적으로 복잡할 뿐 아니라 막대한 예산과 시간이 소요된다. 광역상수도에 비해 수질관리가 열악한 마을 상수도에 대한 방사성 물질 조사는 농어촌지역 취약계층에 대한 정부차원의 배려로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조사 차원에서 끝내서는 안된다. 지하수 오염은 곧 주민 건강으로 이어진다. 정부는 방사성 지하수를 이용하는 마을 상수도를 폐쇄하고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대체용수를 공급해야 한다. 안전한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지방 상수도로의 전환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기 바란다.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09.02.10 23:02

[오목대] 공인(公人)의 윤리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 야당 의원들은 장관 후보자의 배우자 땅투기, 장녀의 서울 삼청동 매입자금 증여및 증여세 탈세 의혹등을 제사 청문회가 지난 6일에 있었다.공인이면 반드시 지켜야할 규범이 바로 공인의 윤리이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공직자로서의 모범을 보여준 예를 소개하고자 한다.1924년, 영국의 보수당 지도자였던 그란트가 우연한 기회에 지하철을 타게 되었는데 혼잡한 차내에 60대의 노인 하나가 가죽 손잡이에 몸을 의지한 채 인파에 이리 밀리고 저리 밀리는 광경을 보게되었다, 그때 그 노인은 다름아닌 영국 수상 멕도날드였다. 이것을 보고 놀란 그란트는 수상옆에 가서 "이렇게 밤늦게 지하철을 타나니요"하니까 "차는 있지만 그것은 관공서(官公署)의 것이니까"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영제국을 위해 편안하게 귀가(歸家)하는 것이 나라를 위해 보탬이 되지 않으시겠읍니까"했다. "그야 그렇지요, 하지만 모든 윤리오염은 그같은 그럴싸한 명분 밑에서 싹트기 시작하는 것이지요"그럴듯한 명분아래 공직윤리가 무너진다는것을 말한 재미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우리 전통 공인 사회에도 뜻있는 사람이 지킨 윤리 강령 이라는 것이 있었다.몇 가지를 소개해 본다면 공인은 첫째,관물(官物)을 사용(私用)치 않는다. 관공서의 물건을 개인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치 않는다는 뜻이다. 둘째, 녹(祿)을 먹는 동안은 백성이 하는 영업을 해서는 안된다. 다시말해서 국가로부터 봉급을 받는 동안은 백성이 하는 영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셋째, 벼슬하는 동안은 논밭을 사지 않는다. 이것은 자기 직무를 통해 얻은 정보로 부동산 투자를 하는 공무원들이 새겨 들어야할 부분이다. 넷째, 벼슬하는 동안 집의 칸수를 늘이지 않는다. 다섯째 집을 매매할일이 있어도 산값보다 비싸게 팔아서도 안된다.여섯째 벼슬하는 고을의 특산물을 입에 대서도 안된다. 지역특산물은 대부분 조정으로 가기 때문이다. 일곱째 벼슬하는 동안 상전집 문턱을 넘나들지 않는다. 여덟째, 아내의 청탁을 들어주지 않는다. 치마바람을 인정치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도 해당될 수 있는 공직윤리이다.

  • 정치일반
  • 전북일보
  • 2009.02.09 23:02

[오목대] 두 얼굴의 부정(父情)

무고한 부녀자 7명을 잔인하게 죽인 연쇄 살인범 강호순(38) 사건이 연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치적 폭발력이 큰 용산 철거민 참사사건을 웃돌 지경이다. 경제 위기 등으로 코너에 몰린 이명박 대통령과 이 사건의 지휘 책임이 있는 김석기 경찰청장 내정자를 도와주고 있다는 말까지 나돈다.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특이한 진술이 눈길을 끈다. 아들에 대한 애정표현이 그것이다. 범인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책으로 출판해서 아들이 인세라도 받게해야겠다"고 말했다. 또 현장검증에 앞서 기자들과 가진 문답에서 자신의 얼굴이 언론에 공개됐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범인이 자기 자식들에게'연쇄 살인마의 아들'이라는 꼬리표가 붙게될 것을 걱정했다고 경찰은 전한다. 그리고 장모집 화재의 방화혐의를 부인하는 것도 아들의 생계를 지키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이를 두고 애틋한 부정(父情)으로만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대다수다. 강호순의 형 마저도 "자신이 죽인 사람들은 어떻게 하라고, 자기 자식만 중요하냐, 그렇게 애기하면 안되죠"라고 흐느꼈다는 것이다.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들은 전형적인 사이코패스(psychopath·반사회적 인격장애)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경찰은'제2의 강호순을 막자'는 취지에서'유전자은행법'을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범죄를 저지른 범인의 유전자를 따로 모아 관리하면서 강력사건을 수사할 때 대조군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이와 관련, 독일 나치스 친위대 장교였던 아이히만(Karl Adolf Eichmann)은 반면교사가 아닐까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럽 각지에서 유대인 600만 명의 씨를 말리려 했던 아이히만은 독일이 항복한 후 아르헨티나로 도망가 15년간 숨어 살았다. 결국 이스라엘 특수부대에 납치돼, 재판을 받고 사형당했다. 그런 그도 한 가정의 좋은 아버지이자 남편이었다. 두 얼굴의 살인기계(?)도 겉으로 보기엔 너무 평범했다.우리 속담에 "범도 새끼 둔 골을 둔남둔다"고 했다.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한다"는 말도 같은 뜻이다.어찌보면 악인은 선천적인 게 아니라 사회의 산물일지 모른다. 우리 모두가 두 얼굴을 가진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있기에 하는 말이다.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09.02.06 23:02

[오목대] 교도소

우리 형사사범 가운데 재범(再犯)비율은 약 48%나 되고 전체 사건중 강력범죄 비율은 15%로 영국 미국 독일보다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 한해 평균 살인 사건이 1000건이라고 하니 놀라지 않을수 없다.연쇄 살인범 강호순은 이전에도 특수 절도, 폭력등 9건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이렇듯 교도소 출입이 잦을수록 교화되기는커녕 오히려 범죄가 확대 재생산 된다는 것은 교도소 존재의미를 다시 생각게 한다. 절도범이 교도소에서 반성하기는커녕 더 악질화 되어 출감 후에는 강도 또는 살인범이 되는 경우가 많다.교도소에서 정화되기는커녕 수감기간이 오히려 범죄 계획 준비기간이 되는식이다. 그래서 교정을 지금처럼 행정적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서구처럼 복지차원에서 교도관을 교사처럼 전문자격을 갖춘 교정 복지사로 대체하여 인성개발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도입도 필요하다. 이는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과거 조선시대의 감옥은 어떠했을까. 조선시대에는 감옥에 복역 규정이라는 징역표(懲役票)라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그것에 의하면 죄의 경중(輕重)과 복역 태도에 따라 5등급으로 나누어 죄인을 구속 복역시켰다. 예를 든다면 1년 징역을 받았을 때는 백일 동안은 5등 징역이라 하여 무거운 칼을 목에 씌워 복역시킨다. 다음 백일동안은 무거운 족쇄(足鎖)를 채우는 4등 징역으로 복역한다.다음 3등 징역은 차꼬를 양발목에 채운다. 2등 징역은 한쪽 발에만 차꼬를 차는 것을 말하며 1등 징역은 아무것도 차지 않고 복역하는 것을 말한다. 요즈음의 가석방 제도처럼 복역성적이 좋다거나 죄질이 나쁘지 않으면 감옥 바깥을 나들이 할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지기도 했다고 한다.바깥 나들이가 가능한 개방감옥은 옛날부터도 있었다.대원군 집권시절 천주교 박해 때 프랑스 신부 리델 주교가 붙잡혀 감옥생활을 한 내용이 그의 저서'나의 서울 감옥생활'이라는 책에서 밝혀졌다. 그도 감옥에서 차꾜를 차고 복역했었다고 한다. 강호순 처럼 대부분 흉악범들은 절대 초범이 아니며 교도소를 들락날락했던 전과자들이었다. 형무소(刑務戶)라는 이름에서 교도소라고 이름이 바뀐 의미가 있어야겠다.

  • 법원·검찰
  • 전북일보
  • 2009.02.05 23:02

[오목대] 인물론

'겉볼안'이란 말이 있다.겉을 보면 속은 안봐도 짐작할 수 있다는 말이다.겉에 서린 안의 기운을 본다는 말이다.겉은 안을 통해 드러나고 안은 겉을 통해 나타나는 법.그렇다.사람의 삶이란 겉볼안이다.당서(唐書) 선거지(選擧志)에 인재를 쓸때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근간으로 삼았다는 말이 있다.금사(金史)조원전(趙元傳)에도 득어미첩간(得於眉睫間) 즉 인물 여하는 얼굴만 보면 알수 있다고 했다.링컨 대통령도 사람은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고 갈파했다.하지만 만상(萬相) 중에 으뜸은 심상(心相)이다.심상은 마음에서 생긴 모양이다.심상이 좋은 것은 음덕(陰德)을 쌓을 줄 안다는 말이다.음덕은 오른 손이 하는 선한 행위를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이다.그래서 음덕을 쌓으면 운과 복은 저절로 따르게 돼 있다.바로 사람은 마음 가짐에 따라서 화와 복이 교차하는 법이다.인생이란 바른 마음을 가지면 바르게 행동하고 바르게 행동하면 복이 오도록 돼 있다.내면의 미(美)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안병욱 교수의 좌우명 365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우리는 자기의 성격을 형성하듯이 자기의 얼굴을 만들어 나간다.성실한 정신으로 성실하게 살아가면 우리의 얼굴에는 성실의 표정이 조각된다.악하고 거짓된 마음으로 살아가면 우리의 얼굴에는 악과 거짓의 어두운 표정이 새겨진다.얼굴은 일조일석에는 변화가 안생기지만 10년 20년 사이에는 큰 변화가 생긴다.'될성 부른 나무는 떡 잎부터 알아 본다'는 속담이 있다.'좋은 나무에서 좋은 열매를 맺는다'하신 예수님 말씀도 순서와 어감은 다를지 몰라도 뜻은 같다.'낯을 찡그리고 살면 세월이 괴롭고,마음이 편하면 하루 하루가 잔치 기분이라'고 구약성서 잠언편에 나와 있다.사람의 얼굴은 열번 변한다.마음 먹기에 따라 얼굴이 새롭게 만들어 진다.속좁고 심상마저 안좋은 정치인들이 있다.요즘 전주에는 4.29 재선거를 앞두고 자신을 큰 인물이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많다.마치 탄주지어(呑舟之魚)라거나 고재질족(高才疾足)이라고 자신을 치켜 세운다.격이 낮아 보인다.시대마다 그 때에 합당한 인물이 나서는 법이라는 대불핍인(代不乏人)이라는 말을 잊은듯 싶다.외형이 아니라 본질을 볼줄 아는 능력이 포용과 통합의 리더쉽이다.홍곡(鴻鵠)의 뜻도 모르고 연작(燕雀)들이 방앗간에 앉아 지저귀는 형국과 다를바 없다.

  • 정치일반
  • 전북일보
  • 2009.02.04 23:02

[오목대] 서머타임

낮 길이가 길어지는 늦봄에서 초가을까지 표준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겨 유용하게 활용하자는 취지로 창안한 제도가 '서머타임(summer time)'이다.'일광(日光)절약 시간제'라고도 하는 이 제도는 미국의 독립선언서 기초위원이었던 벤저민 프랭클린이 처음 제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서머타임은 현재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관행적으로 정착돼 있다. 전 세계적으로 80개국 이상이 시행하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가 중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아이슬랜드뿐이다. 백야(白夜)로 서머타임이 의미가 없는 아이슬랜드를 제외하면 이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국가는 사실상 두 나라에 불과한 셈이다. 그러나 이 제도가 우리에게 전혀 생소하지는 않다. 우리나라에서도 1948년 처음 도입돼 1961년 까지 시행후 폐지되었다가 서울올림픽을 전후한 1987년·88년 서머타임을 다시 시행한 적이 있다.서머타임이 도입되면 일광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우선 에너지 절약에 도움이 된다. 퇴근후 자기계발이나 가족과 함께하는 여가 시간이 늘어나 생활의 활력을 높이고, 레저·외식업 등과 같은 서비스업에 대한 소비를 증대시켜 내수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부정적인 측면으로는 생체리듬을 흐트려트림으로써 피로감을 느끼게하는 점이 지적된다. 노동계는 근로시간의 연장 우려를 들어 반대의견이 강하다.지난 1997년에도 정부 차원에서 시행을 검토했으나 노동계등의 반대로 실행되지 못한 서머타임을 최근 대통령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도입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출범초기'얼리 버드(early bird, 일찍 일어나는 새) '근무형태로 공직사회를 긴장시켰던 이명박정부의 매뉴얼과도 맥을 같이 한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현재의 경기침체 상황을 개선하는데 기여하리라는 기대도 현 정부로서는 놓치기 싫은 효과일 것이다.문제는 국민들의 호응이다. 생활에 큰 변화를 초래하는 제도인 만큼 폭 넓은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에너지관리공단이 지난 2006년 세 차례에 걸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모두 찬성비율이 높게 나왔었다. 시간이 흐른만큼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른다. 광범위하게 여론을 수렴해 조속히 결론을 내려야 할 사안이다.

  • 경제일반
  • 전북일보
  • 2009.02.03 23:02

[오목대] 중산층(中産層)

경기가 호황 일 때는 많은 사람들이 자기는 중산층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다가도 지금처럼 경기가 불황일 때는 그렇지 않다. 중산층라는 개념은 사람과 장소시기에 따라 제 각각이어서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가 어렵다. 쉽게 말해서 중산층이란 상류층과 하류층 중간이라고 해버리면 편하겠지만 상류층과 하류층의 개념 역시도 모호한 상태에서는 별다른 의미를 갖지 않는다.민주주의 제도가 잘 운영 될려면 중류층의 폭이 마름모꼴의 중앙처럼 커야한다는 주장도 많다. 무어니 해도 몸의 중심인 허리가 튼튼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중산층에 대한 일반적 정의는 자본주의하에서 대자본가와 하층 노동자를 제외한 그 중간에 존재하는 집단을 일컫는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식의 정의는 오로지 경제적 기준으로만 본 것이다.그러나 프랑스 같은 선진국에서의 중산층의 개념은 상당히 포괄적이다. 퐁피두 프랑스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카르테 드비 (생활의 질)'가 프랑스식 중산층 개념이라 할수 있다.중산층이 되기 위해서는 첫째, 외국어 하나 할 수 있을 것. 둘째, 스포츠 하나를 즐길 수 있을 것 셋째, 악기 하나는 다룰 수 있을 것 넷째, 남의 집과는 다른 요리 하나를 할 수 있을 것 다섯째, 사회적 일에 적극 참가할 것 이다. 이처럼 문화적 요소가 강하다.이에 비해 영국의 경우는 다소 다르다. 영국 퍼블릭 스쿨에서 가르치는 중산층 조건은 첫째, 페어플레이를 할 것 둘째는, 자신의 주장에 떳떳할 것 셋째, 나만을 내세우는 독선은 하지 말 것 넷째,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강할 것 다섯째, 불의(不義)나 부정(不正)에 의연할 것이다. 정신적 요소가 강하다.우리의 경우는 조선 중종때 판서를 지낸 김정국(金正國)이 자나치게 재산만 밝히는 친구에게 편지로 중산층의 조건을 썻는데 "두어칸 집에다 겨울 솜옷, 여름 베옷 두어벌 있고 주발 밑바닥에 남는 밥이 있으며, 시렁에는 서적이 가득이 있고 거문고 하나에 차(茶)를 다릴 화로(火爐)와 봄경치 찾아다닐 나귀 한 마리가 있으면 족하다"고했다. 못살던 그 시절에도 이처럼 문화적 낭만이 있었다. 중산층이라는 개념에도 이처럼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어야겠다.

  • 사회일반
  • 전북일보
  • 2009.02.02 23:02

[오목대] 위도 띠뱃놀이

해마다 정초가 되면 전국 각지에서 한 해의 복과 평안을 비는 제의(祭儀)가 열린다. 부안군 위도면 대리마을에서 정월 초사흗날(음력 1월 3일) 펼쳐지는 띠뱃놀이도 그중 하나다. 서해안 지역의 대표적 마을굿으로, 풍어와 안전을 기원하는 전통행사로 내려왔다.위도는 예전 칠산바다의 황금어장을 낀 풍요한 섬이었다. 흑산도 연평도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조기 파시로 명성을 날렸던 곳이다. 그래서 풍어를 비는 띠뱃놀이가 전승되지 않았나 싶다.이 놀이는 1978년 춘천에서 열린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1985년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82-다호로 지정되었다.위도 띠뱃놀이가 언제 시작되었는지 기록이 없으나 160-170년 전부터 행해져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절차는 준비과정과 띠뱃놀이 진행과정으로 나눌 수 있는데 핵심은 원당제, 주산돌기, 용왕제와 띠배 띄워보내기라 할 수 있다.원당제는 제삿날 아침 일찍 화주(제주)를 앞세워 무녀 화장 풍물패 뱃기 등이 줄 지어 원당(願堂)에 오르면서 시작된다. 마을 뒷산 꼭대기에 있는 원당에는 마을을 보살피는 7신의 화상이 모셔져 있다. 화주가 축문을 읽고 성주굿 산신굿등 7석이 펼쳐진다. 한 석이 끝날때 마다 음복을 하는데 이 때 무당이 선주들에게 쌀을 집어 주어 짝수가 나오면 그해 무병하고 고기가 많이 잡힌다고 한다.주산돌기는 정월 대보름 줄다리기를 한 후 당산나무를 감기 위해 서려놓은 암수의 굵은 동아줄을 어깨에 매고 두편으로 갈라'에용소리'에 맞춰 반타원형으로 도는 것이다. 일종의 지신밟기 성격이다.그런 후 바닷가로 나와 용왕제를 지내고 띠배를 모선(母船)에 연결해 바다로 나간다. 띠배는 길이 3m, 폭 2m 정도의 띠풀(또는 억새풀)과 짚으로 만든 배다. 여기에 만선(滿船)을 기원하는 오색기와 소원문, 그리고 재액을 상징하는 허수아비 등을 만들어 태운다. 칠산바다로 나간 모선은 띠배를 끊어 바다에 수장하면서 이 행사는 끝난다.이 놀이는 제의적 긴장성과 놀이적 이완성이 잘 통합된 연행으로 꼽힌다. 마을 무녀가 1998년 사망한후 육지에서 무녀를 데려와 굿을 하면서 역동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 있다. 또 박제화된 지역축제 성격이 되어 버려 아쉬움을 남긴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1.30 23:02

[오목대] 정여립(鄭汝立)

진안군이 조선시대 기축옥사(己丑獄事)의 중심 인물이었던 정여립 선생의 유적을 발굴 보존하기위해 그가 최후에 항거했던 천반산성에 대한 학술용역을 실시한바 있다.1589년 선조 22년에 있었던 기축옥사는 그 내용에 대한 정확한 규명이 없는 역사 미스터리이다. 기축옥사 일어난지 400년이 훨씬 넘은 지금도 그 사건을 바라보는 시각들이 몇가지로 나누어져 있다.그하나는 기축옥사를 날조된 사건으로 보는 시각이고 다른 하나는 정여립의 억울한 죽음을 변호하는 입장이고 또 다른 하나는 혁명을 모의하다가 실패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기축옥사의 내용은 한국사 대사전에 이렇게 쓰여져 있다."정여립은 조선 선조 때 모반자(謀叛者)로 자는 인백(仁白)이고 전주 출신이다. 1570년 문과에 급제하고 예조좌랑을 거쳐 수찬(修撰)으로 사직 했다. 본래 서인(西人)이었으나 집권중인 동인(東人)에 아부하여 임금으로부터 미움을 받았기에 관직을 버리고 고향에 돌아갔다. 그후 많은 선비들과 접촉하면서 정권을 잡을 야심으로 대동계(大同契)를 조직하여 신분의 제한없이 선비 불평객들을 모아 무술훈련을 시켰다. 정감록(鄭鑑錄)등 비기(秘記)를 퍼트리면서 이씨(李氏)가 망하고 정씨(鄭氏)가 흥한다고 민심을 선동하였다. 그러나 소문이 차차 퍼지자 거사를 앞당겨 1589년 선조22년에 겨울철 한강의 결빙기를 이용하여 황해도와 호남에서 동시에 궐기하여 서울에 침입하여 병조판서를 살해한 후 병권을 잡을 것을 모의했다. 이때 안악(安岳)군수 이축(李軸)이 이 사실을 듣고 보고하여 관련자들이 잡히자 정여립은 진안 죽도에 피신하다가 관군(官軍)이 포위하자 자살하였다."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재조명을 주장한 사람은 단재, 신채호(申采浩) 선생이었다. 그는 "사색당쟁 이후의 역사는 피차의 기록이 서로 모순되어 그 시비를 분별할 수 없어 역사의 가장 어려움이 된다."라고 했다 한다.기축옥사는 지금도 전라도 사람들의 비상한 관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래서 정여립의 마지막 항거지인 천반산성 유적지에 대한 관광지 개발은 물론 역사적 진실 규명에 대한 좀더 활발한 학술 연구가 있어야 겠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1.29 23:02

[오목대] 4.29 재선거

전두환 전대통령은 국회의원 할려면 논두렁 정기라도 타고 나야 한다고 했다.말이 논두렁 정기지 묘자리라도 잘 써야 된다는 뜻이 아닐까.국회의원은 권한은 많고 책임이 덜해 매력 있는 자리다.누구는 평생 표밭을 갉고 닦아도 한번도 못하는데 판에 다선 의원도 많다.인간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 했지만 국회의원은 예나 지금이나 선망임에는 틀림없다.요즘 국회의원은 동냥벼슬이 돼버렸다.표를 구걸해서 국회의원이 되기 때문이다.정책과 공약 대결을 통한 선거는 오간데 없고 지연 혈연 학연등 연고를 총 동원시킨 가운데 흑색선전이나 비방선거로 끝나기 때문이다.여기에 한국 정치의 고질병인 지역주의가 판쳐 너무 지역 정서에 의존하다 보니까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혈안이 돼버린 것 아닌가.정치인 만큼 역설적으로 지역감정을 즐기는 사람도 없다.말로는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를 은근히 즐긴다.국회의장을 지냈던 이효상씨가 지역주의를 조장했던 원조 정치인이다.공화당 박정희후보와 신민당 김대중후보와의 대통령 선거전을 단순화시키면서 승리하기 위해 지역주의를 조장했다.지금도 지역주의는 여전할 뿐이다.경상도에서는 민주당이 발못 붙이고 전라도에서는 한나라당이 맥 못추는 것이 바로 지역주의의 병폐다.4.29 재선거를 앞두고 전주는 입지자들로 난리법석이다.유권자들은 별반 관심도 없는데 벌써부터 선거판을 누비고 있다.먹고 살기가 워낙 어려워져 관심도 없다.설 민심도 싸늘했다.그 밥에 그 반찬 아니냐며 정치적인 불신만 팽배하다.흘러간 물로 다시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는 것처럼 한물간 사람들까지 선거판에 끼어 들었다.참으로 어리석고 우둔한 사람들이다.다 사람은 때가 있는 법이다.잘 나갈 때 고향 한번 안찾던 사람이 이제와서 고향 위해 일할 기회를 달라면 우문현답일 뿐이다.이번 판 부터는 굽은 소나무 고향 지킨다는 말처럼 그간 지역에서 열심히 일하며 꿈을 키워온 사람이 돼야 맞다.이것이 시대 흐름에 따른 상식과 순리다.전북일보가 설을 앞두고 전주 완산갑과 덕진 유권자를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40%가 참신하고 개혁적인 사람을 뽑겠다고 응답했다.전주 자존심 회복은 결국 유권자 손에 달려 있다.

  • 정치일반
  • 전북일보
  • 2009.01.28 23:02

[오목대] 선화공주는 허구?

서동과 선화공주의 로맨스는 허구인가. 1400년 동안 이어져 온 국경과 신분을 초월한 러브 스토리는 꾸며낸 이야기에 불과한가. 지난 19일 익산 미륵사지 석탑에서 발견된 사리봉안기(舍利奉安記)는 이같은 숙제에 의문을 하나 더 보탰다. 삼국유사에 실린 서동과 선화공주의 이야기가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데 대해 아쉬움을 남겨 준 것이다.우선 당장 서동관련 축제를 개최하는 자치단체에 여파가 미치고 있다. 해마다 서동축제를 여는 익산시와 부여군이 당사자다. 익산시의 경우 경주시와의 교류도 재검토해야 할 입장이다.사람들은 흔히 사실(fact)에 더 후한 점수를 준다. 믿음이 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이 발효과정을 거쳐 숙성된 설화 또한 무시해선 안된다.이번에 발견된 사리봉안기에서 문제가 된 것은 "나 백제왕후는 좌평 사택적덕의 딸로(我百濟王后佐平沙宅積德女)" 부분이다. 종래 미륵사의 축조는 백제 무왕(재위 600-641년)의 부인이자 신라 진평왕의 셋째 딸인 선화공주의 청원에 의한 것으로 여겼었다. 그런데 이번에 선화공주가 아닌 백제 최고의 관직인 좌평의 딸로 밝혀진 것이다. 서동과 선화공주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이 아닌 후대에 지어낸 설화로 보는 시각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그동안 이같은 주장은 끊이지 않았다. 18세기 실학자 안정복은'동사강목'에서 "(서동설화에)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이 많고, 본사(本史)에도 나오지 않으므로 취하지 않는다"고 가치를 폄하했다. 또 사학자 이병도는 1976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서동은 무왕이 아니라 백제 24대 왕인 동성왕(東城王)이고, 그의 왕비는 선화공주가 아닌 신라 왕족 비지(比智)의 딸일 것"으로 추정했다.그러나 서동설화의 근거가 된 삼국유사의 기록은 역사와 설화가 혼재되어 있다는데 유의할 필요가 있다. 단군신화나 평강공주의 얘기 또한 마찬가지다.서동설화와 관련해 미륵사의 위치, 조성 터의 모습, 구조 등이 일치하는 것은 역사다. 반면 무왕이 용의 아들이라든지, 지명법사가 신통력으로 하룻 밤 사이 못을 메웠다는 등은 설화다. 앞으로 더 많은 해석과 반론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서동설화에서 우리는 전쟁에 지친 서민들의 희망, 백제(호남)와 신라(영남)의 화합이라는 코드를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문화일반
  • 전북일보
  • 2009.01.23 23:02

[오목대] 미륵사

미륵사지 석탑을 해체 복원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1400년 전의 금제 사리기와 사리 봉안기등 많은 유물들은 일반인에게도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번에 발굴된 '사리 봉안기'는 우리 역사속의 흥미있는 로맨스라 할 백제 서동(?과 신라 선화공주의 이야기를 허구로 만들 가능성까지 있어 주목되고 있다 .이번일로 미륵사지는 어쨌든 다시 주목받게 되었는데 미륵사는 익산시 미륵산 아래 있는 백제 시대때 창건된 우리나라 최고 사찰이었다. 일연의 '삼국유사'에는 미륵사에 대한 다음과 같은 기술이 있다." 하루는 백제 무왕이 부인 (선화공주)과 함께 사자사로 가려고 용화산 밑 큰 못까지 왔는데 미륵불 셋이 못 속에서 나타나자 왕은 수레를 멈추고 치성을 드렸다. 이에 부인이 왕에게 여기다가 큰 절을 짓게 하소서 .저의 진정 소원이외다'고 하였다.왕이 이를 승낙하고 지명법사를 찾아가서 못을 메울 일을 물었더니 법사가 귀신의 힘으로 하룻밤 사이에 산을 무너뜨려 못을 메워 평지를 만들었다. 그리하여 미륵불상 셋을 모실 전각과 탑, 행랑채를 각각 세 곳에 짓고 미륵사라는 현판을 붙였다고 한다. 이와 같은 백제 최대 사찰인 미륵사 창건 설화에는 백제 국력을 확장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마한 중심세력인 이곳 금마에 터를 잡았을 것 이라는 견해도 있다.미륵사는 어느때 폐찰이 되었는지는 알수 없으나 조선 정조때의 강후진(

  • 문화재·학술
  • 전북일보
  • 2009.01.22 23:02

[오목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달도 차면 기운다.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여름이 가면 겨울이 온다.밤이 지나면 낮이 온다.행복이 극에 달하면 불행이 다가오고 어려움이 다하면 즐거움이 뒤따른다.자연이 그럴진대 사람의 일이 이를 거스를 수 있으랴.사람의 일이 바로 인사(人事)다.너무 기쁘다고 기뻐할 일도 아니고 슬프다고 주저 앉을 일도 못 된다.로마 제국 시절 개선장군이 군중들 사이에서 환호 받는 순간 한 노예가 '메멘토 모리'(Memento Mori/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를 외치는 풍습이 있었다.메멘토 모리는 전쟁에서 승리한 후 돌아와 행진하는 개선장군 뒤에 노예 한명을 세워 로마 시내를 퍼레이드 하는 동안 뒤에서"메멘토 모리"를 외치게 했다.이들 개선장군들은 승리에 들떠 쿠데타를 모의하기도 했기 때문에 승리한 장군이 군대를 끌고 입성하면 사형에 처하는 경우도 있었다.그런 상황에서"너무 우쭐거리지 말고 겸손하라,그렇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을 기억하라"는 뜻으로 노예를 시켜서 개선장군에게 메멘토 모리를 복창케 만든 것.윤흥길의 소설'완장'에 나오는 종술이는 우리들의 또다른 모습이다.쥐뿔만한 권세가 주어지면 사람들은 자신의 행동을 통제하기 힘들다.종술에게 주어진 것은 사실 권세도 아니다.부도 권력도 아니다.단지 노란 바탕에 파란 글씨로 새겨진 감시원 완장 뿐이다.그러나 종술은 완장을 차면 돌변한다.마치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것처럼 행동한다.완장으로 인한 해프닝은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도덕경에는'갑자기 부는 바람은 한나절을 지탱하지 못하고 쏟아지는 폭우는 하루를 계속하지 못한다'고 적혀 있다.주역의 핵심은'음중양 양중음'(陰中陽 陽中陰)으로 세상일이 음양의 이치에 따라 순환한다는 뜻이다.조분기소(鳥焚其巢 새가 그 둥지를 태운다)처럼 사람들이 새집을 태워버릴 수 있다.사람 역시 높은 벼슬에 있어 거만하게 굴면 다른 사람의 시기를 받아 해를 입기가 쉽다.예나 지금이나 주역 64괘 중 15번째인 겸(謙)괘만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다.지산겸(地山謙)이라하며 땅 밑에 산이 있음을 상징한다.땅속에 산이 들어간 모습으로 마음속으로 잘난척하는 마음이나 남보다 재주 등을 다 감춰버린 형상이다.기축년에는 메멘토 모리를 떠올리며 겸허(謙虛)를 삶의 지혜로 삼으면 어떨까.

  • 정치일반
  • 전북일보
  • 2009.01.2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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